홍차와 장미의 나날
모리 마리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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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쉬어가고 싶을 때 읽는 책들이 있다. 요즘 쏟아지는 감정 서적들 말고 과거의 시간대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 말이다. 예전에 읽은 책 중에도 일본 작가의 책들이 몇 권 있었는데 복잡한 일상을 덮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끄트머리 어딘가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들이 하고 싶어진다. 읽으면서 고뇌의 시간과 사투를 벌이지 않아도 되고 게다가 과거의 시간 속에서 그들의 행적을 쫓는 재미도 있다.

여행과 일상뿐 아니라 늙어가는 모습마저도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문체가 주는 마력인 것 같다. 별것 아닌 일상이 별것이 되는 건 그들의 평범하지 않은 조건도 있겠지만  살아가는 모습은 별반 다를 게 없음이 보인다. 단지 무엇을 먹고, 어디를 여행하고, 어떤 사회적 위치에 있었냐보다는 그런 행위를 통해 느낀 감정들에 공감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모리 마리라는 작가는 낯설지만 사노 요코는 조금 안다. 그런 그녀가 사랑하는 작가라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그녀의 아버지가 나쓰메 소세키와 쌍벽을 이룬 모리 오가이라는 사실에 그녀의 출신이 대단함을 말해준다. 그래서 그녀의 유년시절은 부모님의 사랑(마리는 최고야) 속에 유복하게 보냈다. 그 당시 서양문물을 온몸으로 접한 것이 그녀의 온 감각을 살려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버지 덕에 서양 음식이 혀끝에 익숙해지고, 있는 집 자식답게 프랑스어를 배운 실력으로 프랑스에 잠시 머무는 동안에는 그들의 언어와 문화에 흠뻑 빠져들기도 한다. 아버지가 번역한 독일 요리책 레시피 덕에 그녀의 식감은 더욱 풍부해진다.

비록 이른 결혼을 시작으로 두 번의 이혼을 거치며 가난한 살림으로 어려운 삶을 살긴 했지만 그녀는 나름의 행복을 느끼며 살았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식도락이었다. 매끼 원하는 음식을 만드는 일만큼 일상도 멋대로 만들어 가는 것임을 그녀는 일찍 깨달았다. 누군가는 외롭지 않았을까 해도 그녀의 글 속에서 그런 허전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솔직함과 당당함은 어린 시절 부족한 것 없이 자란 이유에서 기인하겠지만 그것은 오히려 그녀를 자유롭게 놓아주게 된다. 여자라서, 아내라는, 엄마이기때문에라는 울타리를 과감히 헐어버린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인생을 쏟는다. 물론 장편은 쓰기 힘들다고 몇 번이나 투정을 부리지만 맛있는 음식만 생각하면 기분이 절로 좋아지니 그녀는 글 쓰는 일도 그다지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다른 집안일은 그저 필요하니까 할 뿐이지만
요리를 하는 건 즐거워서 견딜 수 없다.

 

 

 

그녀는 스스로 먹보임을 자처한다. 어린 시절부터 혀로부터 기억한 요리들은 그녀를 더욱 요리의 세계에 빠져들게 했다. 또 프랑스에서 곁눈질로 배운 요리, 눈으로 글로 익힌 요리들로 그 누구보다 요리만은 자신 있음을 드러낸다. 그녀의 레시피가 낯설긴 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담백해 보인다. 마치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장면들이 스치듯 지나자 입속에 침이 고인다. 새벽에 읽기엔 여간 고문이 아니다. 당장 아무거나 입속에 넣어야 그다음 장이 넘어갈 것 같아 나 역시 레몬티 한 잔 옆에 두었다.
그녀의 요리 중에 토마토 버터구이와 양파 버터구이가 제일 당기는 음식이었다. 요건 이번 주 캠핑을 떠나 한번 해먹을 예정이다. 토스트를 곁들여도 훌륭하겠다.

그녀는 시시콜콜 잡담도 늘어놓는다. 좋아하는 배우들, 운동선수들 얘기뿐 아니라 싫어하는 사람도 과감히 드러낸다. 솔직한 만큼 까탈스럽기도 하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요리를 할 때나 음식을 먹을 때도 그 정도의 차가 확실히 드러난다. 식당에서 음식이 형편없이 나오면 그 화를 참을 수가 없다.

사실 나는 어느 정도는 미치광이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반드시 내가 생각한 대로 해 요리를 내가 생각한 대로 해서 먹지 않으면 아무래도 싫다는 것인데, 그 싫은 정도가 좀 병적일 정도로 심하다. 회를 간장에 담그는 정도에 대해서도, 무 간 것이나 여뀌를 뿌리는 정도에 대해서도 까다롭다. 무 간 것은 새빨개져서는 안 된다. -p.63

그녀의 그런 솔직함이 조금 당황스러웠던 건 프랑스와 자국을 비교하며 자국의 음식과 서비스에 불만을 호소하는 장면들이다. 일본의 상인들은 상인으로서의 자부심도 없다며 딱 잘라 말할 때는 지금 일본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라서일까, 아니면 자국민과 관광객이 느끼는 정도의 차이점이 있는 것일까 의아했다. 전 남편을 나와 남편이었던 사람으로 묘사하는 점도 남편을 그다지 자신의 인생에 넣고 싶어 하지 않는 느낌이다. 괜찮았던 식당을 소개할 때도 솔직하다. 장단점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불친절한 점원을 여전히 기억하는 걸 보면 그녀는 역시 쉬운 상대는 아니다.

이처럼 그녀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사랑보다 자신을 더 사랑한 듯 보인다. 그녀가 막상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 빠져들듯이 그녀는 글을 쓰면서 자신을 연마해 나간다. 늘 어른이 되지 못한 채 머물러 있을 것만 같다던 그녀에게 사랑이란 늘 받기만 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넘치는 자기애마저도 사랑한 듯하다. 넉넉하지 못한 생활에 침대 위에서 채소를 썰기도 하고 요리도 하지만 그것조차 즐거움이었던 그녀. 콜라를 좋아하고 커피보다는 홍차를 즐기던 그녀는 진정 삶을 즐길 줄 아는 여자였음에 틀림없다.

문체가 훌륭하거나 주옥같은 문장은 없다. 그냥 편안하게 그녀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듯 그녀의 삶 자체를 들여다보며 나름의 휴식을 취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여러 산문을 모아 출판하다 보니 여기저기 중복되는 문장이 더러 보인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편집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나는 요리를 즐기는 편은 아니다. 내게 있어 요리란 늘 가족들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도 그녀처럼 나를 위해 요리란 걸 해 보리라 다짐하며 그녀의 나날들에 화답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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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마케팅 - 초연결시대 플랫폼 마케팅을 위한 완전한 해답
박형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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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미다. 요즘 나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덕질이다. 그들의 음악적 열정과 일상의 에너지에 감동하고 연일 쏟아내는 기록들에 함께 뿌듯해하느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들과 관련된 콘텐츠도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있다.
이미 여러 권의 BTS 관련 서적이 나왔지만 이 책은 BTS 안내서가 아니라 그들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여 마케팅과 접목한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꼭 읽으려고 한 이유는 그들의 성공 분석을 제대로 이해하고 기술했는지와 그 롤모델을 어떤 분야에 어떤 식으로 적용하고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또한 그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팬심과 더불어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그들의 음악과 진심에 주목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크게 작용했다.

성공적인 마케팅을 설명하기 전 초반에는 방탄의 성공 요인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중소 기획사에서 힙합 아이돌이란 컨셉을 내걸고 출발하였지만 대형 기획사에 밀려 초반은 부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대로 꾸준히 점진적으로 그들을 알리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외모와 칼군무는 어느 아이돌이나 갖고 있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의 차이점이라면 대중과의 소통에 진정성을 강조했다. 높은 퀄리티의 뮤직비디오나 음악 및 예능 무료 콘텐츠를 아낌없이 배포하며 소외된 계층을 공략한 것이다. 그들의 일상과 음악에 대한 고민 등을 공유하자 팬심은 깊어지고 넓어졌다. 그들의 음악에서 가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영어로 발 빠르게 번역되니 해외 아미들도 바로바로 공감하고 흡수한다. 이것 또한 내가 사랑하는 아티스트의 정보를 전달하고 공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분출한 결과다.

저자는 방탄소년단의 이러한 성공 요인을 네 가지 축으로 분석하여 풀어내고 있는데 마케팅의 원리가 생소한 초보자라도 어렵지 않게 읽힌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소는 시장의 흐름을 읽고 세계 시장을 공략했던 타이밍, 소수 폐쇄 집단에 집중했던 타기팅, 캐즘을 넘을 수 있었던 완전완비제품, 네트워크를 타고 전파될 수 있었던 화제성의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p.181

마케팅의 첫 번째는 캐즘(새롭게 개발된 제품이 시장 진입 초기에서 대중화로 시장에 보급되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는 현상. 캐즘은 원래 지각변동 등에 의해 지층 사이에 균열이 생겨 서로 단절된 것을 뜻하는 지질학 용어) 마케팅으로 시장 변화에 민감해야 함을 들고 있다. 즉 시장이 잘 달구어질 때까지의 기다림이 중요한데 방탄소년단은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만들어진 아이돌이 아니다. 그런 그들이 해외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점을 분석한다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캐즘을 극복한 사례로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김치냉장고의 성공 분석도 덧붙이고 있다.

오늘날의 마케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온라인 폼이다. 이는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의 주축을 이루기도 했다. 거대한 팬덤이 구축되기 시작한 것도 커뮤니티의 활성화였다. 팬들끼리 소통하고 콘텐츠를 실어 나르고 재편집을 하는 등 그들의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즉 마케팅 전략에서의 스니저 고객 군의 역할이 중요했던 것이다. 스니저라는 단어는 마케팅에서는 새로운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퍼뜨리는 그룹을 말하는데 아미들이 스스로 그러한 업무를 자처한 것이다.

그다음이 타깃을 설정하는 일이다.
방탄소년단과 기존의 K 뮤지션을 구분 짓는 차이는 오직 타기팅에서 판가름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64

타깃을 잘 활용한 예로 레이디가가가 있는데 공감대에 목말라있는 타기팅을 잘 선택한 점이 비슷하다. 즉 구체적 타기팅은 성공률을 높인다. 그들의 유대감이 주는 파급효과는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기도 한다. 노스페이스나 뉴발란스와 키엘 화장품의 예를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러나 이는 기업의 확고함이 필요한 일이다. 방시혁의 전략적 확고함에 힌트를 얻어 처음에는 특정 타깃을 노리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미로써 지켜본 방탄은 그 기획력이나 준비력이 타아이돌에 비해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이런 걸 다 언제 기획한 걸까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스토리는 계속 이어진다. 그러니 팬들은 지속적으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한번 시작한 덕질에 밤을 새우는 아미가 많다는 사실은 그만큼 컨텐츠가 넘쳐난다는 얘기다.
기업도 그러한 스토리 라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매출만 기인한 단기적 성과에 치중한다면 절대 롱런할 수 없다. 방탄의 자유방임 전략도 한몫했다. 전적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도록 한 방시혁의 전략이 아티스트의 면모를 성장시키는데 기여했다. 이는 기업 내 관료주의 탈피를 의미한다. 구성원의 역량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자율성을 존중에 기인한다.

방탄의 기적은 많은 중소기업인들에게 희망을 불러올 수 있다. 안될 것 같았던 그들이 일어서고 대중은 그 의미와 가치를 진정으로 흡수한다. 차별화보다는 기본에 충실했다.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며 항상 팬들과 진심 어린 소통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팬들은 그들의 성장과정과 자신의 삶을 동일시하며 응원했고 위로를 받았다. 그러한 방탄의 진정성을 기업의 진정성으로 옮겨와서 기업과 소비자 간의 신뢰를 쌓아야 하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기업은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기업의 철학과 스토리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다. -p.158

방탄소년단의 철학과 스토리는 그들의 영향력을 확대한 기초이자 뿌리다. 방탄소년단은 음악적 자질과 함께 기타적 요소도 더 주목받는다. 그들을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계속 늘어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그들의 인성과 행동 하나하나는 팬덤을 굳건히 하는 이유가 된다.

대중들은 내가 소비하는 제품이 곧 나의 대한 가치로 이어지길 원한다. 아미가 아미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지니고 있는 점도 방탄소년단이라는 아이돌의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이제 소비라는 개념은 그냥 사라지고 마는 것이 아니다. 서로 윈윈하는 소비문화를 만족시킬 수 있는 마케팅에 주력해야 한다. 방탄소년단이 강점을 부각시켜 팬덤을 확고히 다졌듯이 기업도 장단점을 파악하여 서비스를 확대해나가야 한다.

방탄소년단의 신화가 비지니스의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매체에서 방탄의 성공 스토리에 주목하는지 그 이유를 눈여겨볼 필요는 있다. 얼마 전 유튜브 영상에서 미국의 어느 대학교 수업 장면을 본적 있다. 글로벌 마케팅 수업이었는데 해당 교수가 세계 글로벌 시장을 공부하는 이라면 방탄소년단에 주목해야 한다는 영상이었다. 이 영상을 통해 세계도 그들의 성장을 가벼이 여기지 않음을 입증한 셈이다. 세계가 그들을 보며 열광하는 이유를 관심 있게 들여다본다면 큰 틀의 공식이 보일 것이다. 그 흐름을 인지하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는 출발선부터가  다를 수밖에 없다. 글로벌 트렌드를 알고자 한다면 방탄소년단의 성공에 귀를 기울여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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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츠러들지 않고 용기있게 딸 성교육 하는 법 - 성교육 전문가 손경이의 딸의 인생을 바꾸는 50가지 교육법
손경이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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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휴가를 떠나는 날 아침이었다. 딸아이의 팬티에서 혈흔을 발견한 것이다. 순간 "아니, 벌써?, 하필 오늘이람. 이런, 수영은 글렀네!라는 혼잣말이 먼저 나왔다. 전혀 준비돼 있지 않았던 딸아이의 초경 앞에서 나는 조금 당황했고, 걱정이 뒤엉켰으며, 게다가 묘한 감정까지 더해져 휴가 첫날은 온통 머릿속이 복잡했었다. 물론 이전부터 생리에 관해 설명을 해 적도 있고 또래들끼리 주고받은 정보와 이미 먼저 시작한 친구도 있어서인지 그리 놀라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러나 딸은 물 건너간 수영놀이 때문에 우울해졌고 게다가 컨디션도 난조를 보였다. 이제부터 한 달에 한 번씩 그 불편함을 몸소 겪어야 한다는 생각에 애처로움뿐 아니라 걱정도 앞섰다. 어찌 되었든 초경은 축하할 일이기에 아이스크림 케익도 사서 축하파티도 해주며 휴가를 넘겼었다. 하지만 그 뒤 중요한 걸 빠뜨리고 있었다. 바로 제대로 된 성교육이었다. 무엇보다 어디서부터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고 얼마큼의 정보를 오픈해야 할지 감이 서지 않았다.

몇 주 전 저자가 출현한 예능 프로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다루던 주제가 유아 및 청소년의 성교육에 관한 것이었다. 저자와 여러 전문가들이 내놓은 다양한 의견과 조언들이 꽤 흥미로웠고 특히 저자와 아들이 함께 촬영 중인 유튜브 영상이 신선했다. 그걸 보면서 성교육은 저렇게 자연스럽게 하는 거로구나 하며 공감했음에도 불구하고 바쁜 일상에 묻혀 성교육에 대한 생각은 잊고 지냈다. 그러던 중 저자의 성교육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아들 성교육 책은 출간되었었고 이번에 출간된 내용은 딸 성교육에 관한 내용이었다. 큰 아들넘 성교육이 우선이긴 하지만 초경을 시작한 딸이 더 급하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성교육에 앞서 쟁점은 부모의 태도이다. 부모부터 성교육에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아들과는 달리 딸이라서 더 필요한 교육은 무엇인지, 사춘기 시기의 성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사춘기 여자아이들은 성에 대해 어떤 점을 궁금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성폭력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짚어 주고 있다.

 

 

 

잘못된 교육 중 하나가 성 평등교육과 성에 관한 올바른 명칭 사용이었다. 성교육에 있어 편협된 사고는 남녀평등을 뿌리내리기 어렵게 한다. 예전처럼 어느 한쪽만을 위한 교육은 무의미하다. 성에 대한 이분법적 자세보다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넌 아들이라서, 넌 딸이니까라는 틀에 박힌 태도는 버려야 한다.(돌이켜보면 나도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체성을 길러주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어릴 적부터 자신의 몸에 대해 정확한 명칭을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해 성에 대해서도 정확한 표현으로 교육해야 한다. 또한 남성, 여성 외에 양성, 트랜스젠더에 대해서도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아이들에게 공감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게임에 빠진 것도 모자라 편협된 시각에 물들게 되면 비난하고 조롱하고 공격하는 일차원적인 태도만 보일뿐이다. 내 아이들의 입에서도 언제든지 혐오 발언이 쏟아질 수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딸아이의 사춘기가 시작되면 부모의 간섭과 잔소리는 늘어만 간다. 화장, 패션, 친구관계 등 사사건건 아이와 부딪히게 되는데 문제는 어느 선까지 둘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아이들은 한번 감추기 시작하면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친근한 성교육이 필요하다. 임신이 조금 걱정스럽지 성관계는 괜찮지 않냐는 것이 요즘 청소년의 성문화 실태라는 기사를 읽고 난 뒤라서인지 무엇보다 시급한 교육이 피임교육과 계획된 섹스를 위한 교육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부분은 성에 대한 아이들의 궁금증이다. 부모에게는 직접 물어보지 못했던 궁금증들을 저자가 잘 옮겨 놓아서 평소 아이들과 깊은 대화를 이어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 장은 성폭력에 관한 부분이다. 물론 성폭력 교육은 매뉴얼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만 교육한다고 지켜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해자 방지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는지도 의문이다. 이미 야동 및 몰카, 리벤지 포르노 등이 그물망처럼 음지에서 유통되고 있고 언제 내 딸이 피해자가 될지 모를 불안감에 살아야 한다. 하지만 최소한 그런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부모가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는 있다.
우리 아이가 언제든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시고 성폭력이 확인되었을 때의 대응법에 대해서도 미리 알아 두셔야 합니다. 그래야 그러한 상황이 닥쳤을 때 아이를 위한 적절한 행동을 취하실 수 있습니다. -p.242


 

인터넷 세대에 노출된 아이들은 성문화 또한 쉽게 노출된다. 손가락 하나로 얻어지는 정보에 쉽게 빠져들고 그것이 옳다고 믿기도 한다. 어차피 어른들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노출되는 성문화이기에 제대로 알려주고 예방하는 교육이 절실하다. 성은 쉬쉬하는 게 아닌 일상과 함께하여 아이들에게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고 그에 따른 책임의식을 키워주는 일도 부모의 몫이다. 부모가 꾸준히 배우고 노력하는 집에서 건강한 아이들이 길러질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은 무엇보다 내 아이의 성교육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는 부모부터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꼬집어 주는 책이다. 성교육 앞에서 부끄러움을 덜고 좀 더 열린 관계를 만들어 보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은 나와 같은 고민에 빠진 지인들에게도 마구마구 추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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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 - 제8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전혜정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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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로 만난 첫 작품은 <고요한 밤의 눈>이었다. 당시 편독도 심하고 독서이력도 피라미 수준이었던 내게 그 책은 꽤나 심도 있던 내용으로 기억한다. 보이지 않는 권력에 대한 공포와 감시사회에 대한 절망 등에서 민중이 깨어 있어야 함을 비유적으로 그려내었던 점이 상당히 흥미로웠었다. 그 뒤 만난 <칼과 혀>도 고도의 심리전이 매력적인 작품으로 신선한 감흥을 주었었다. 그리하여 두 권의 책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기대치가 작동할 수밖에 없었다. 단숨에 읽게 할 만큼 난해한 구석은 없었으나 이전 수상작들에 비해 임팩트는 떨어져 보인다. 권력의 가식에 진절머리 나있던 건 오래전부터였고 정치가, 기업가들의 추잡스러운 민낯에 분노와 허탈감은 늘상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주제를 지속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이유는 깨우치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사람들은 실은 서로 다른 듯하면서도 같고,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 법이죠.
내가 누군지에 대해 자신하지 마세요.
마음이란 늘 변하기 마련이니까요. -p.224

 

 

한때의 명성이 그립고 다시 올 것만 같은 펜의 떨림이 간절한 작가 박성호는 대통령 리아민의 전기를 집필하게 된다. 그가 대통령의 유년시절을 듣고 있을 때만 해도 나도 그와 같이 순수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전기라는 것이 작가에게는 치명적 화살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음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리아민이 말을 놓기 시작한 시점부터.

리아민이 털어놓은 유년의 기억들은 소문만큼이나 파란만장했다. 그것이 진실이든 부풀려진 망상이든지 남들과는 다르고 남들보다 좀 더 극적인 삶을 지닌 정치가라면 장기집권이 가능할 정도의 파워를 가져다줄 수 있다. 연설과 공약의 식상함을 전기로 메워보고자 한 리아민은 작가 박성호를 선택한다. 그러나 기억을 왜곡하여 대중심리를 조종하려는 고도의 잔머리꾼 리아민과 작가의 윤리의식 앞에서 갈등하기 시작한 박성호는 결국 충돌하게 된다.

대통령의 기억이 다른 사람들의 기억과 비슷하게 들린다면 당연히 그들의 기억을 삭제해야지.
대통령의 기억을 삭제할 순 없잖아. 안 그래? - p.65

남편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 위해 대화를 하지 않아요.
자신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할 뿐이죠. -p.69

권력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애쓰는 작가나 그 어떤 토도 달지 말고 비위를 맞추라고 요구하는 리아민이나 정말 가관이다. 면담 형식이라고는 하지만 그들 사이에 대화는 없다. 일방적으로 리아민은 떠들고 박성호는 듣기만 한다. 정확한 주종 관계일 뿐이다. 지식인들을 제일 두려워한다는 권력자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그들은 세상 무서울 것이 없어 보인다. 작가는 이미 추잡한 정치인의 모습에 속이 뒤틀리지만 들여놓은 발을 뺄 수 없게 된다. 권력의 그물망에 걸려든 처량한 물고기 신세가 되었지만 그는 눈물을 참아내는 것으로 자존심을 지켰다고 믿는다. 그러나 끝까지 강력한 한방은 없었다. 왜냐하면 박성호는 순수한 예술가일 뿐이었기에.

치밀하게 계산된 이중적인 인간 속내에 피로감은 배가 되고 각 캐릭터들도 하나같이 불유쾌함을 준다. 리아민의 자기 망상과 박상호의 안일하고 어벙한 태도, 애인인 듯 아닌 듯 모호한 사이인 정율리 기자의 당돌함과 집요함, 권력을 발판 삼은 야심가 수석비서관 김세원의 오만방자도 한몫 거들었다.

독재자 리아민의 모습은 수많은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의 민낯 같다. 전직 대통령의 쓰레기 전기집이 떠올라 역겹기도 했고 불면증을 극복하기 위해 여자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어이없는 고백은 권력에 취해 내다 버린 윤리의식 같아 추잡했다. 가면을 쓴 권력자들은 애초부터 국민은 순진해서 얼마든지 주무를 수 있다고 여긴다. 순진한 작가 박상호는 순진한 국민으로 대변되어 불쾌감은 극에 달한다. 치졸한 전술 앞에 펜이 당해낼 수 없었음을 알게 된 순간, 거대한 권력 앞에 철저히 이용당한 사실을 인지한 순간, 구역질이 올라온다. 고작 내뱉은 말이라곤 "당신들은, 나를, 속였어! 뿐이다.

나를 위한 삶과 타인에게 적당히 맞춰가는 삶, 우리는 어디에 더 비중을 두어야 선과 악에 놓이게 될까. 그는 소위 말하는 지식인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안위를 버리고 권력에 반기를 들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세상은 그리 현명하지도 순수하지도 않다.
각자의 절실함 앞에서는 누구나 민낯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출판사 사장도, 작가 박상호도, 독재자 리아민도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인간들이었다. 전기는 출간되었고 리리궁의 문은 닫혔다. 독재자 리아민의 또 다른 삶이 계속되는 동안 출판사도 승승장구할 것이고 박상호 자신도 명예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표지 위 그의 이름 석 자만은 그를 비웃을 것이다. 그의 펜끝에서 진실이 되살아나게 되지 않는 한 결국 그는 이방인으로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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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임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공동체 생활을 통해 거듭난다.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나라는 존재는 구분 지어지고 분류된다. 소속감, 연대감을 기반으로 내 나라와 내 집 그리고 내 이름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주어지지 못한 이들이 있다. 이민자들, 해외 입양아들, 이주 노동자들, 난민들, 탈북자들. 어디 그들뿐인가. 내 나라 내 공간 안에서도 자아정체성을 잃은 이들은 존재의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이 땅에서 나고 자라 그러한 이들의 아픔을 진지하게 들여다본 적은 없지만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는 문장들을 흡수하니 다양한 아픔의 무게에 마음이 눅눅해진다. 그래서일까 결국 산다는 건 어딘가에 혹은 무언가에 익숙해지기 위해 애써야만 하는 과정 같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곳이 어디든, 그 자리가 어디든, 우리는 내가 되고자 한다.

<어딘가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라는 표제는 그러한 이미지가 가장 강하다. 미국에서 살다 혼자 한국으로 돌아간 엄마를 만나러 온 남자는 4박 5일 일정이 지나고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급하게 구한 스탠바이 티켓에 발이 묶이고 만다. 계획에 없던 낯선 시간 속에서 미국과 한국이라는 어색한 경계를 떠올리며 불충분했던 시간의 답을 얻고자 한다. 비록 한국에서 겪은 이미지는 불쾌함 투성이였지만 엄마가 다시 찾은 한국을 이해하려 한다. 한국 유학생의 말끝에 걸린 '네가 한국 사람이 아니라 몰라서 그래'라는 말에 그나마 항변할 수 있는 건 한국담배 맛이다.

이렇듯 소개된 9편의 단편은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기 위해 떠나고 떠나오고, 다시 돌아오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인이지만 미국인으로 살고 있는 폴, 미국 국적을 지닌 채 한국에서 체류 중인 동희,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 된 압시드처럼 공간적 근원에서 방황하는 이들뿐 아니라 동국처럼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그들은 과거의 특정한 기억과 냄새를 품고 자신의 근원을 그리워하거나 멈추지 않는 불행의 시간들로 인해 평범한 일상조차 꿈꾸지 못한다.

왜 불행은 끊임없이 한 사람을 따라다닐까. <동국>편에서 자신의 이름 없이 화자의 작은엄마로 누군가의 엄마로만 살던 여인은 불행의 고리를 거두고 자신의 이름을 찾으려 한다. 남자 이름 같아 싫었다던 이름 석자 최. 동. 국. 의 삶을 살겠다고 말하는 그녀를 떠올리니 한때 처녀 동국의 환한 미소가 겹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라스트 북 스토어>에서는 이민자들의 외로운 삶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동생네 부부를 찾은 누나는 헌책방 구경에 들뜬 기분이지만 올케의 우울증 앞에서 눈물을 떨군다. 한때 한 시절 추억을 공유한 그녀가 이민이라는 장벽 앞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동생네 부부에게 과연 그곳이 마지막 선택지였을까. 다름을 쉬이 받아들이지 못한 그 낯선 곳에서 헌책방에서 만난 한국적인 것에 마음을 쓸어내리는 것만으로 위안이 될까.

<압시드>는 이름에 얽힌 독특한 사연으로 우픈(우습지만 슬픈) 감정을 던져주지만 정체성에 가장 큰 의문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입양아들의 외로움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를 잡았던 생부의 손이 놓아진 자리에 덩그러니 남겨진 글자 ABCD.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것은 그의 이름이 되어 그에게 평생 정체성을 부여하려 했지만 그 무게감은 컸다. 그를 지켜준 미자의 삶도 그녀가 따로 쓰던 냉장고만큼이나 외딴 섬이었다. 압시드가 미자만은 꼭 기억해달라던 말이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분홍에 대하여>에서는 이혼의 아픔 후 낯선 언어 속에서 숨어 사는 여인이 있다. 조화를 만들어 파는 일이 전부인 그녀에게 세상의 다름을 일깨워 준 것도, 남편의 아픔을 이해한 곳도 이 낯선 미국 땅이다. 비록 희미한 경계지점에 서 있지만 핑크와 분홍의 언어적 차이만은 확실히 짚어낸다.

핑크가 절정을 치닫던 어느 순간들의 화려함이라면
분홍은 붉은빛의 모든 열기가 다 빠지며 남긴 지울 수 없는 흔적이었다. -p.168

<히어 앤 데어>에서 동희와 <천천히 초록>에서의 나도 낯선 상처에 데인 채 한국 땅을 밟는다. 돌아왔지만 고향땅이라고 선뜻 안온감을 내주진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느껴보려 한다. 동희는 지우지 못하는 번호처럼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늘려가는 것으로, 나는 전쟁의 상흔처럼 뻥 뚫린 삶의 구멍을 태어난 곳을 돌아보는 것으로 메우려 한다.

<로사의 연못>에서 부부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은 바람대로 그림 같은 집을 짓는다. 그러나 그들이 생각한 행복한 집이 허상이라는 걸 알았을 땐 남편의 욕망도 검은 물처럼 흘러넘치고 있었다. 왜 이질감에 몸을 떨던 순간을 계속 외면해 온 것일까.
<로드>에서처럼 자신이 살아온 여정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집착하는 삶을 놓았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삶은 따스한 엄마의 품속을 찾듯 안정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삼 남매는 엄마의 부탁대로 집으로 가는 여정 동안 무언가를 얻는다.

어쩌면 엄마가 그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집이 아니라 집으로 가는 긴 여정을 생각하는 시간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들은 문득 자신들도 길 위에서 쉬지 않고 달려왔음을 떠올렸다. -p.236

이도 저도 머물지 못하는 이들은 각자의 사연대로 무게를 견뎌낸다. 국가나 인종의 동질성을 지니고도 그 속에서 또 무수히 이질적인 존재로 살아가는 이들도 많다. 외로움이 영원하다고 한다면 아무리 애도를 한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라스트 북 스토어>에서 올케는 세상이 변하지 않을 것 같다고 절망한다. 그 말을 듣는 나는 더 절망감을 느꼈다. <천천히 초록>에서 '사는 게 다 그래'라는 말에 반감을 가지던 그에 반응에 나도 움찔했다. 어쩔 수 없이 살아야 되는 삶은 없다. 어쩌지 못하는 삶도 없다고 믿고 싶다. 책은 그냥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라고 말하고 있지만 안온감을 느낄 수 있는 그 어떤 것들을 찾고 싶다. <어딘가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의 말미를 데워준 택시 기사의 음성메시지 같은 것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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