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영화 영어공부 - 전체영상DVD.100LS.문법패턴으로 난생 처음 끝까지 본 시리즈 1
Mike Hwang 지음 / 마이클리시(Miklish)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영어공부! 이것만 하면 틀림없다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이들이 꽤 많다. 특히 입시영어 공부의 문제점이라면 듣고 말하기가 잘 안된다는 점이다. 그런 이들에게 단시간에 영어가 느는 방법으로 미드나 영화를 보며 학습하는 방법을 추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끊임없이 듣고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들린다는 점을 강조하며 영포자들을 유혹한다. 영상을 고르고 대본도 구하고 굳은 결심까지 더해 스타트를 끊었지만 도중에 포기한 이들이 꽤 많을 것이다. 나도 100명 중 포기했다는 99명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핵심은 오직하나, 나에게 맞는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 그렇게 시작해서 흥미를 붙여나가야 끈기도 따라온다.

물론 영화 영어는 영어의 기초가 잡혀있지 않으면 두 배 세 배 힘들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 초보에서 중급 수준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더 많고 이 방법은 그런 분들에게 추천할만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 교재는 저자의 공부비법이 모두 들어있다. 경험한 이의 고민이 여기저기 느껴지고 세심하고 꼼꼼하게 정리돼 있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 없다면 저자의 노하우를 그대로 따라가 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저자도 강조하고 있지만 공부하는 동안은 느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꾸준히 따라가다 보면 확실히 실력은 는다.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듣고 말하는 훈련이 몸에 배어야 하는 게 제일 중요하겠다.

시작은 저자가 왜 수많은 영상 중에 앨리스를 택하게 되었는지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작가인 루이스 캐럴과 애니메이션의 역사, 등장인물과 성우 소개도 실어놓았다. 1960년대 이전의 작품들의 저작권이 자유롭단 이 점 때문에 선택한 영화이지만 앨리스만큼 훌륭한 작품도 없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쯤에서 제대로 공부를 하겠다고 맘먹은 분이라면 꼭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영어회화 활용법을 숙지하길 권한다. 아마 의지가 불타오를지도 모르니~~^^ (https://youtu.be/nC4GSUSX3ug)

 

영화 영어는 무조건 구간반복만 한다고 절대 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듣다 보면 귀가 열리겠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면 중도 포기자가 속출할 것이다. 영화 영어를 시작하고 몇 편을 보았는데도 제자리걸음이라면 분명 방법에 문제가 있다.

문법을 전혀 모른 채 영어가 들리기를 바란다면 포기도 그만큼 빠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무작정 듣기보다는 기본 영어의 구조와 문법을 이해한 후 접근하는 쪽이 효율적이다.

그래서 앞부분은 10W(writing) S(speaking)으로 문법 패턴을 공부하고 뒷부분은 100L(listing) S(speaking) 듣기와 말하기를 공부하는 순서로 이루어져 있다. 영상을 보는 여러 방법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으니 편한 방법으로 보면 되겠다. 제일 편한 방법은 QR코드로 바로 확인하면서 순서대로 진행하는 것이 제일 좋았다.

 

 

 

열번 쓰고 말하기에서는 기본인 뼈대를 알아야 기억하기가 쉽다. 여러 번 영작하고 말하기를 반복하되 꾸준히 하는 것이 답이다. 영작은 틀려도 좋으니 끝까지 해보려는 끈기가 필요하다. 들리지 않아 답답하다고 포기하는 일은 NO. 그 후 정답을 보며 수정 과정을 거친 뒤 따라 말하고 또다시 써보고 또 말하는 과정을 반복해 본다.

각 페이지의 QR코드를 스캔하면 해당 전체 영상과 구간 영상이 따로 분리되어 있어 한 문장만 여러 번 반복 청취할 수 있다. 듣다 보면 문장의 길이에 상관없이 들렸다 안 들렸다 하는데 쉬운 문장임에도 전혀 안 들리는 문장이 있다. 역시 여러 번 들어보고 다른 영화도 접해보는 게 답이겠다.

 

 

 

백번 듣고 말하기에서는 확실히 원어민의 속도에 익숙해지는 시간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원어민의 억양과 목소리를 그대로 따라 해보는 것이다. 이는 발음 교정에 확실히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QR코드를 스캔하기 전 코드 아래 훈련 순서가 있으니 될 수 있는 한 그대로 따라 해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듣기는 했으나 빈칸을 메우는 일도 쉽지 않다. 두리뭉실 흘러가는 단어를 잡아내는 일은 여러 번 들어도 잘 안된다. 결국 저자가 100번의 듣기와 말하기를 강조한 것도 이런 과정을 잘 이겨내기 위한 과정이겠다. 영상은 빠르기가 나뉘어진 mp3파일도 제공하니 다운로드 받아 활용하면 더욱 도움이 될것이다.

 

백 번을 듣고 말하기! 결코 쉬운 일은아니다. 인간은 지루한 걸 못 참는 데다가 자만심과 대충 병이 작동하기 때문에 몇 번 해보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 결국 책 한 권을 끝내도 크게 늘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 반복학습에 대해 인내심이 필요하겠다.

나도 짧은 미드도 보며 반복학습도 해 보았고 애니메이션도 한두 편 보았었지만 도통 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었다. 몇 번 따라 해보니 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실감했고 무엇보다 어렵지 않다는점이 좋았다. 좀 많이 들릴때는 기분도 좋으니 말이다.

 

기분이 꿀꿀할 때마다 찾아보는 앨리스였음에도 영어공부를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은 왜 안 한 걸까. 이번이 기회인가 보다 하는 생각으로 다시 시작해 보아야겠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영상이니 공부하는데 무리가 없을 터이고 들리지 않던 부분까지 들으려고 애쓴다면 귀가 더 트일 것 같았다. 새해부터 차근차근 공부해서 좀 더 수준을 끌어올려 보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톰 말름퀴스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각종 사건사고와 주위에서 일어나는 안타까운 소식들을 접할 때면 예전보다 곱절로 마음이 무겁다. 슬픔은 나이의 무게만큼 비례하는 걸까. 아니면 눈물이 곱절로 많아진 것일까.

죽어가는 이들을 지켜보거나, 갑작스레 죽음을 경험한 이들을 다룬 이야기는 많이 출간되어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느낌은 조금 색달랐다. 솔직히 슬픔에 관한 감성 에세이쯤 되지 않을까 하던 예상은 빗나가고 지나치게 사실적인 묘사에 조금 당황했다.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는 일이 조금씩 피곤함다고 느낄 때쯤 남편의 어깨에 엄청난 슬픔과 한줄기 희망이 동시에 내렸음을 알았다.

모든 순간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보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불행은 예고 없이, 느닷없이 닥쳐온다. 한순간에 그런 일상을 빼앗긴 이들이 힘겹게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우리는 잘 모른다. 다만 무척이나 힘들 것이라는 정도일 뿐이다. 하지만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아픔의 무게감을 느껴볼 수 있다.

삶이 위태로운 아내와 새 삶을 부여받은 아기. 탄생과 죽음의 경계에서 긴박하게 오가는 한 남자. 이 이야기는 그의 이야기다. 십 년 동안 함께한 아내가 사경을 헤매고 있으며 그 와중에 일찍 태어날 수밖에 없던 아기는 인큐베이터에 의지하고 있다.

몸의 균형이 점점 무너져가고 있는 아내의 병명은 백혈병. 아내도 아기도 여럿 가닥의 생명줄을 의지한 채 생과 사를 지나고 있다. 남편은 여러 의사진을 통해 들은 아내와 아기의 상태를 체크하느라 거의 녹다운되기 일보 직전이다. 편두통으로 머리가 쪼개질 듯 아파도 아내와 아기의 곁을 떠나지 않고 지킨다. 그리고 그는 매 순간을 기록한다. 그런 상황이 오면 그럴 정신이 있을까 싶지만 그는 부지런히 기록한다. 오죽하면 그런 남편을 향해 직업이 심리치료사냐며 묻는 의사도 있다. 하지만 남편은 단지 아내가 깨어났을 때 이 모든 순간을 전해주기 위해서 두 배로 차분해지려 한다. 하지만 아내는 딸아이의 이름만 남긴 채 떠나버린다.

그녀가 마스크를 벗으려고 해서 내가 제지한다. 그녀가 앓는 소리를 낸다. 카린, 왜 그래? 내가 묻는다. 아기 이름. 그녀가 말한다. 그래, 그래, 리브로 짓고 싶다는 거지?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소리친다. 리비아. 리비아?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목을 든다. 리비아. 그래 리비아로 하자. 내가 대답한다. (/ pp.14~15)

이 책은 한 남자의 시선만으로 매 순간을 전달받는 느낌이다. 그래서 우리는 남겨진 남편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더 들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예민해 보이기도 하고 가끔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아내와 결혼식을 여태 올리지 못한 탓으로 딸과의 친부 관계를 증명해야 하는 어이없는 순간을 보면서 사회제도에 너무 무지한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또한 아내를 위한다며 장인 장모에게 마지막이 될지 모를 딸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은 것도 너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카린으로 인해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떠난 아버지와는 내면의 화해를 하며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난다. 그가 남은 생에 떠난 이들과 주변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은 딸 리비아를 잘 키우는 길일 것이다. 지금의 그와 딸의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평화로운 삶이 언제 부서질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지붕이 무너질까 내내 조바심을 내며 살 수도 없다. 하지만 뜻밖의 혼란에 맞닥뜨렸을 때 이성을 놓지 않고 버틸 힘을 길러야 한다. 누구도 저런 순간을 떼어놓고 살 수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힘든 나날을 얼마나 견뎌야 봄날이 올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이 한 권의 책은 내가 만약 그와 같은 상황이었다면?이라는 가정을 불러온다. 아마도 나라면 한동안 넋을 잃어버릴 것 같지만 여러 가정을 통해 조금 단단해질 수 있지 않을까. 추억을 되짚으며 위안을 삼고, 현실을 받아들이며 노력하고, 미래를 꿈꾸며 나아가야 하는 것 평범한 습관들이 소중한 것임을 되새겨야겠다.

오늘 엄마를 모시고 병원을 찾았다. 디스크가 재발하고 기관지가 많이 안 좋았던 터라 정형외과와 내과를 오가는 동안 정신이 없다 보니 의사나 간호사의 말을 놓치기 일쑤였다. 그러다 문득 나도 메모를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있는 매 순간이 아슬아슬하지만 위기를 지나면 그런 날들보다 좋은 날이 더 많다는걸, 그리고 그들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날이 있어 행복하다는 걸 느끼며 살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이 앱솔루트 달링
가브리엘 탤런트 지음, 김효정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보고 싶지 않아도 마주해야 할 현실들이 있다. 알고 싶지 않아도 직시해야 할 진실들도 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또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에 덮고 싶은 마음과 흥정을 해야 했다.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와 성폭력. 이 이야깃감만 보아도 얼마나 불쾌감을 느꼈을지 가늠할 것이다. 하지만 희망을 보기 위해 달려야 했다.

 

터틀은 겨우 열네 살이다. 그녀에게 엄마란 존재는 물속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못했다며 전해 들은 사실 외엔 아무런 기억이 없다. 반면 그녀에게 아빠란 존재는 복잡하다. 세상을 믿지 못하고 딸에게 극도로 집착한다. 위험한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법은 총이라며 여섯 살 때부터 딸의 손에 총을 쥐여준 사람이다. 그리고 혹독한 생존훈련뿐 아니라 신체적 학대를 서슴지 않는다. 감정의 기복에 따라 딸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억누르며 세상과 철저히 격리시킨다.

 

예전에 어떤 기사에서 노숙을 하는 엄마와 어린 딸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문제는 엄마의 방치와 학대였지만 큰 아이를 관찰한 결과 아이가 지나치게 엄마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학대를 당하면서도 엄마에게 버림받을까 봐 그런 엄마의 사랑을 갈구한다는 사실이었다. 엄마의 말을 전적으로 믿으며 하라는 대로 움직이지만 부당함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하고 억누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런 전형적인 현상이 터틀에게 보인다.

 

어린 시절부터 당근과 채찍이 익숙해진 그녀는 아빠에 대한 감정에 무어라 단언할 수 없다. 단지 아빠의 기분에 맞추어야 하고 그의 말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할아버지의 내리사랑이 있긴 하지만 본인의 생활조차 온전치 못한 할아버지는 의지할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녀는 굳게 입을 다물고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

 

숲속은 그녀의 유일한 피난처였다. 그녀가 체념한 사실이라고는 자신은 절대 아빠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유일하게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총을 잘 다룬다는 것과 악바리 정신만 남았다는 사실이다. 맨발로 숲속을 돌아다니며 토끼의 배를 거리낌 없이 가르고 전갈을 잡아 우두둑 씹어먹는 등의 생존본능을 하나씩 터득했을 뿐이다. 그런데 숲속에서 길을 잃은 고등학교 남학생 둘을 도와주게 되면서 감정에 균열이 일어난다.

 

마틴의 삐뚤어진 집착이 냉대 속에서 성장한 불우한 어린 시절과 아내의 자살 때문일까 생각해 보았다. 그가 하는 내적 갈등과 고뇌는 세상을 향한 증오와 적대심을 키웠고 자신을 끊임없이 고립시켰다. 책은 그런 그의 생각을 확고히 하는 수단일 뿐이다. 그런 세상에서 딸은 자신에게 유일하게 남겨진 혈육이다. 죽어가는 아버지에게서 그 어떤 변명의 말도 듣지 못하자 분한 마음을 더 쌓아두고 딸을 옥죈다. 그녀의 총구가 그를 향하리라는 것을 전혀 계산하지는 못한 채 말이다.

 

개밥 너처럼 예쁜 사람이 또 있을까, 넌 정말 예쁜 애야.

내 혈육, 내 삶의 이유, 내 딸, 내 새끼

 

넌 내꺼야, 이 어린 쌍년아. 넌 내꺼라고.

 

터틀의 내면은 수시로 갈등한다. 제이콥을 향한 특별한 감정과 마틴을 향한 연민이 그녀를 괴롭힌다. 어딜 가든 누구와 있든 항상 그녀 주위를 감싸고 있는 마틴의 그림자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 때론 그녀에게서 아빠의 모습을 발견할 때면 자신이 혐오스럽다.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 같아 자괴감만 늘어가고 죽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러나 마틴이 데려온 카이엔이라는 열 살 소녀로 인해 전환점을 맞게 된다. 어린 소녀를 향한 연민은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게 되고 그녀가 다시 세상을 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누군가를 걱정하고 안녕을 빌어주는 지극히 정상적 감정들이 생겨난 것이다.

 

누구도 널 해치지 못하게 할 거야. 느닷없이 찾아온 생각이었고 터틀은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p.446

 

마이 앱솔루트 달링이라는 이 아름다운 단어가 소름 끼치게 들릴 줄이야! 자신을 내버려 두었던 소녀가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과정이 처절하다. 분명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고립을 택했고 망설였다. 그러나 그녀는 들이마시는 공기의 상쾌함을, 살아남았다는 기쁨을 누린다. 어딘가에서 그녀처럼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에게 더 이상 희망이 숨어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함께 듣던 밤 - 너의 이야기에 기대어 잠들다
허윤희 지음 / 놀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DJ가 누구지?"

"글쎄.... 첨 듣는 목소리네."

"목소리 톤이 아나운서 같은데 차분하니 괜찮네~ 선곡도 좋고~~"

(그때 흐르던 노래가 조정현의 '슬픈 바다'였다. 한강을 바라보며 바다를 그리워하는 순간도 나쁘지 않았으니..)

지금 떠올리니 대충 이런 대화가 오간 거 같다.

명절을 보내고 올라오던 길, 올림픽대로를 달리다 우연히 돌린 채널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차분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흘러나오던 노래에 심신을 맡기고 있자니 명절의 피로감이 풀리는 듯했다. 그 잠깐의 기억만으로 그녀가 어떤 DJ 인지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그냥 궁금했다. 청취자의 사연들을 향한 그녀의 생각과 그녀만의 이야기가.

아쉽게도 심야시간 라디오 청취는 결혼 전에 즐기던 일상이었다. 퇴근 후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누우면 11시. 책만 보고 잠들기에도 빡빡한 일정을 살지만 오전 시간대는 라디오와 함께 한다. 매시간 DJ들이 전하는 그날의 일상과 사연들은 현재 내 시간을 더욱 살아 숨 쉬게 해 주며 흥얼거리던 노래라도 딱 맞춰 흘러나올 때는 전율이 일기도 한다. 아마도 이러한 감성은 나의 청춘도 라디오와 함께 지나왔기에 더욱 공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안에 모여 함께 이야기하고 음악을 듣는 당신과 나는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을 두르고 있으니까.

 

지금 청소년들은 우리 때만큼 라디오와 친하지는 않다. 음악은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얼마든지 들을 수 있고 게임이나 개인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디오는 어느새 곁에 머무르며 우리의 일상과 함께한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나는 성시경 때문에 심야 라디오를 들었다)이 DJ 거나, 혹은 어느 날 무심코 들은 사연 한 줄에 울컥했거나, 유독 선곡이 좋아서 듣게 되는 것이 시작이 되어 라디오와 친해지기도 한다.

그중에도 특히 심야시간대 라디오는 하루의 끝을 위로해 주는 친구 같은 존재다. 단지 같은 시간대를 나누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속상한 일을 털어놓거나, 말 못 할 비밀을 익명으로 털어놓기도 하며, 위로를 부탁하기도 한다. 또한 다른 이의 사연을 들으며 공감하는 사이 위안을 얻기도 하고, 누군가가 신청한 노래에 마음을 맞추거나 눈시울을 적시기도 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심야시간대 라디오 DJ는 그만큼 어깨가 더 무거울 수밖에 없는 자리다. 자칫 식상한 멘트나 FM 적인 위로에 쉽게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한마디 한마디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우린 끝없이 이어지는 시간을 촘촘히 나누고 경계를 만들며 그 선 위를 조심스레 걸어갔다.

이 밤이 영원하기를 꿈꾸거나 어서 빨리 지나가길 바라며····· - p.47

 

 

 

책에는 저자가 심야 라디오 DJ로 지내면서 공감하고 깨달았던 순간들이 담겨있다. 그래서 청취자들의 사연을 들으며 쌓인 내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라디오를 사랑해서 시작하였지만 대중과 소통하고 호흡하는 일이 결코 말만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님을 실감한다. 각양각색의 사연들 앞에 얼마큼의 진정성을 가지고 대하는지는 대중들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녀는 더 긴장했을 것이고 꾸준히 위기를 넘겨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사연들과 함께 쌓인 시간은 그녀의 내면을 단단하게 해 준 밑거름이 된다.

추억, 사랑, 이별, 미움, 행복, 외로움, 그리움 등을 쏟아내는 사람들. 그리고 그 모든 사연들에 화답해야 하는 그 자리가 결코 쉽지는 않았겠지만 그녀와 함께하는 애청자들의 응원이 있기에 보람된 시간이 된다. 때론 악의성 댓글에 하루가 우울하고 자꾸만 모자란 것 같아 주눅 들지만 그들의 사연에 새로운 에너지를 받으며 마음을 다 잡는 보통의 일상을 다져간다.

어쩜 우리의 삶은 찰나에 반짝이는 순간들을 위해 평범한 대다수의 날을 그림자 속에 밀어두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p.283

한 챕터 한 챕터 그녀가 골라 담은 사연들은 오래전 내 이야기 같았고 현재의 내 모습과도 닮아 있다. 천천히 한 편의 시를 읽듯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서일까. 나도 라디오에 사연 한번 띄워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학창시절에는 전화연결도 했었는데 그 용기는 다 어디로 간 걸까.

그녀가 추천한 노래들을 다시 찾아들으며 그 시간 속으로 돌아가 추억을 되짚었다. 그녀와 내가 지나온 세대가 비슷해서인지 소개된 곡들이 죄다 나의 감성과 맞물려있다. 라디오와 관련된 곡으로 김현철의 '원더풀 라디오'와 이승환의 '레디오 헤븐' 그리고 최근에는 퀸의 '레디오 가가'도 떠오르는 노래이다. 그만큼 라디오는 세계인이 사랑하는 매체임은 분명한가 보다.

예전에 어느 라디오 프로에서 듣자마자 꽂힌 곡이 있다. 멜로디만 몇 마디 주섬주섬 기억하고 있어 답답했지만 라디오에서 다시 들리기만을 기다린 적이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이 곡이 흘러나오자 드디어 찾았다며 호들갑을 떨며 좋아한 적이 있다. 누군가가 신청한 곡이 그토록 반가울 줄이야.^^

 

바닥에 남은 차가운 껍질에 뜨거운 눈물을 부어

그만큼 달콤하지는 않지만 울지 않을 수 있어.

온기가 필요했잖아, 이제는 지친 마음을 쉬어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 브로콜리 너마저의 <유자차>

이 겨울, 온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녀의 에세이를 읽으며 추억을 되짚고 함께 사는 삶의 길에 위안을 얹어보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다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 무엇이 되었든 다시 만난다는 의미에 숨은 애틋함 때문일까. 만남에 관한 여섯 편의 이야기에서 겨울의 안온함과 봄의 생기 가득한 설렘을 느끼고 싶었다.

삶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고 그 속에 깃든 의미도 천차만별이다. 피곤해서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날들도 있지만 지금 당장 누군가를 만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날들이 더 간절한 순간도 있다. 그렇듯 만남을 통해 성장하고 인생을 배운다.

[다시, 만나다] 속 일러스트 작가와 출판사에서 일하는 편집자처럼 밥 한번 먹자는 말로 이어진 기약 없는 만남도 있고 [매듭]처럼 한 번쯤은 만나서 해결해야 할 만남도 있다. [순무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에서의 무례한 만남과 [꼬리등]에서의 돌고 돌며 다음 생을 기약하는 만남 그리고 [마마]와 [파란 하늘]에서처럼 상상과 환상만으로도 안정감을 주는 만남 등이 있다.

언젠가부터 밥 한번 혹은 커피 한잔하자는 빈말을 던지지 않는다. 기약 없고 성의 없어 보이며 거짓 약속을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만나다]편에서 그녀는 그와 꼭 밥 한 끼 먹길 바랐다. 업무로 이어진 만남 속에서 그는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주었고 그녀가 정체성을 찾는데 영향을 주었다. 비록 그가 그녀와는 달리 반대 노선을 선택해서 달려나가며 그녀를 당황하게 하였지만 그들이 다시 만났을 때 짧은 순간이나마 그녀는 안도한다. 과거의 어느 시점을 현실에서 마주하자 평면적이었던 그와의 만남은 다시 입체감을 찾아간다.
그렇듯 잠시 서먹해지다 다시 만났을 때 그 시절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만남이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도 부쩍 필요한 만남이 아닐까.

오해로 인한 관계의 걸림돌이 내내 인생을 따라다닌다면 그 오해의 시간들이 참으로 아까울 것만 같다. 초등학교 시절 생긴 오해가 성인이 돼서야 풀리게 되는 [매듭]편을 읽으면서 내게도 풀고 싶은 매듭이 있단 사실이 떠올랐다. 물론 지금은 연락할 방도는 없지만 말이다.
서투르고 겁이 나서 선뜻 말하지 못한 채 과거의 실수가 현재의 삶까지 지배한 그들. 인생에서 관계의 무게가 가장 무겁다고 한다면 살면서 그 무게를 비워내야 하는 것도 만남을 통해 헤쳐나가야 할 숙제인 것이다. 나도 언젠가 그 친구를 만나게 된다면 꼭 풀고 싶다.

살면서 스치는 무수한 사람들 중에 때론 황당한 만남에 하루가 피곤해지는 날들도 있다. [순무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의 그녀의 하루가 그랬다.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 부딪히게 된 무례한 남자로 인해 하루의 끝이 꼬인 걸까. 아니면 그 부딪힘으로 인해 더 큰 화를 면한 걸까. 하루쯤은 편한 주부로 살아보자던 생각에 사 온 순무 셀리리가 무 셀러리로 둔갑한 것을 두고 볼 수 없던 그녀. 식탁 위에 순무 셀러리와 무 셀러리가 나란히 오르게 되기까지 그녀가 되찾고자 한건 그녀의 자부심이었다. 총기살인이나 살인범의 얼굴 따위보다 순무는 순무고 무는 무여야 한다는 원칙 아래 나는 무례함과 무심함이 공존하는 만남을 함께 들여다보았다.

우리 만남은 수학의 공식, 종교의 율법, 우주의 섭리~ 방탄소년단의 DNA가 절로 나올 만큼의 애절한 만남이 언뜻 스친 [꼬리등]의 네 편의 이야기는 참 인상적이었다. 특히 다음 이야기를 비추듯 글의 마지막에 놓인 단어들에 다음 생을 기약하는 애절함이 가득하다.


처음 보는 이의 안녕을 빌어주는 만남에서의 부디, 아무쪼록.
어쩔 수 없는 죽음 앞에 다음 생을 기약하는 아무쪼록, 아무쪼록, 아무쪼록.
삶의 경계 앞에 체념을 후회하며 다음 생의 연분을 기원한 부디, 부디, 부디
집착의 연을 죽음 앞에서 내려놓으며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된 아무쪼록, 부디, 아무쪼록.
나를 희생하고 타인을 위한 이 다양한 만남이 가슴 깊이 와닿던 이유도 현대인들의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만남에 피로감이 쌓여있어서 그랬을는지도 모르겠다.

만남에 대한 여섯 편의 글을 읽고 든 생각이라면 어떤 만남이든지 의미가 없는 순간은 없다는 사실이다. 생에서 유독 특별하게 다가오는 만남도 반갑고 좋지만 뜻밖의 만남은 짜릿해서 좋고 일상의 만남은 안정감이 있어서 좋은 것이다. 비록 살다 보면 그만큼 불편한 만남도 곱절로 늘기도 하지만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보다 만나고 싶은 사람만 생각해도 좋은 그런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마마]편에서 등장한 무민 마마의 긍정 코드가 이러한 삶을 사는데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왜냐하면 나도 올해 무민 시리즈를 읽으면서 무민마마의 팬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 해가 또 저물어 간다. 시간에 한정을 두지 말고 다시, 만나고픈 이들을 만나볼 수 있는 가슴을 가지고 살아보는 건 어떨까.
[다시, 만나다]의 그녀처럼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도 덜고 [매듭]의 그녀처럼 틀어진 관계도 바로잡고 [파란 하늘]의 그들처럼 가족의 상처도 보듬는 그런 계기를 만들어보는 것 말이다.

[꼬리등]을 읽으며 유사한 두 문장을 발견했다. 이건 작가가 그 기분을 강조하기 위해 두 번 쓴 것일까, 아님 편집의 실수인가. 아무튼 구멍 뚫린 항아리 같은 기분이란 표현은 잊히지 않을 듯하다.


구멍 뚫린 항아리 같은 기분으로 나는 탑 쌓기를 포기하고 접고 있던 다리를 쭉 뻗었다. -p.174
나는 구멍 뚫린 항아리 같은 기분으로 멀겋게 색이 바랜 일상을 살아갔다. -p.178

 

 

그를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정말 거짓말 같았다.
그를 마지막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더더욱 거짓말 같았다.
만남, 헤어짐, 다시 만남, 또 헤어짐.
나이를 먹는다는 건 같은 사람을 몇 번이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세월도 있다
사람은 산 시간만큼 과거에서 반드시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돌아갈 수 있는 장소도 있다
맞닿은 손끝의 따스한 열기를 느끼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 『다시, 만나다』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