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과서 여행 : 중1 수필 - 중학교 국어 교과서 수록 수필 작품선 스푼북 청소년 문학
좋은책선정위원회 엮음 / 스푼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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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 들어간 아이가 수행평가를 위해 운문을 쓰고 산문을 쓰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 써보는 것들이다. 책과 그리 친하지 않은 놈이 글을 쓰려니 아마도 미치기 일보 직전일 것이다. 그래도 우찌하리. 적어도 노력은 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접하기 수월한 책을 안겨주는 것 뿐.ㅎㅎ

 

시는 어떤 형식인지(물론 요즘은 거의 형식이 없는 듯하지만) 눈으로만 보면 알겠지만 에세이가 무엇인지 수필이 무엇인지 아마 모를 것이다. 그리고 형식에 맞추어 글을 쓰는 것도 훈련이 안 되어 있다 보니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해한다. 얼마 전 학교 국어 수행도 주제를 정해 연습하긴 하였지만 뒤죽박죽으로 쓴 것 같았다. 뭐 시작이 반이라고 그래도 수고했다며 다독이긴 하였지만 어찌 되었든 이제부터 국어와 조금 친해져서 글 쓰는 것이 두렵지 않으려면 많이 읽는 수밖에 없다.

 

차고 넘치는 책 중에 무엇부터 보여주어야 할지 참 망설여질 때 선별하기 괜찮은 책이 이런 모음집이다. 청소년 단편이나 시를 모아놓은 모음집이나 손바닥만 한 크기의 얇은 도서들도 금방 읽히기 때문에 자주 골라보고 있다. 이 책은 중학교 교과서 수록 수필 작품을 모아놓은 책이라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수필이라서 부담이 없고 형식에 구애가 없는 글들을 읽으면 좀 더 다양한 사고가 가능하고 더불어 지루함도 덜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아이들이 특히 글을 쓸 때 주제가 주어져도 관련된 소재거리를 전혀 찾지 못해 아무 생각 없을 때가 많다 보니 쓰는 것에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필기조차 싫어하는 아이도 있다니 말이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이 왜 필요한지는 독서를 하다 보면 느낄 수도 있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는 것을 깨닫지 않을까 한다.

 

수필은 작가의 삶과 개성이 드러난 글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흡수가 가능하다. 게다가 소재를 풀어내는 방식도 참고할 수 있고 일상에서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좀 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다. 게다 학생이 직접 쓴 수필이 한편 있었는데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려 노력하는 모습이 참 예뻐 보였다. 친구들이 읽으면 좀 더 사고의 전환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책은 두 개의 큰 틀로 나누어 여러 편의 관련 수필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기준이 나와 너에서 시작해 우리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다루어지는 소재가 정말 다양해서 좋았다.

 

나와 네가 함께 행복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들로는 친구라는 작은 관계부터 자연의 생태계를 통해 균형과 질서를 이해하는 큰 관계까지 들여다볼 수 있고 깊게는 네모가 된 수박의 사연에 우리의 삶을 대비시켜보면서 좀 더 통찰력을 키워볼 수 있겠다.

지구의 환경문제를 논하면서 오염의 수치를 보며 받는 충격보다 우리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 충격임을 말한 문장은 그 어떤 말보다 자각심을 느끼게 해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미각어에 관한 글이 좋았는데 맛에 관한 다양한 표현이 일상에서 어떻게 생생하게 쓰이는지 보면서 앞으로 풍부한 문장을 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환경을 생각하고 배려한 공정 여행과 인조가 군사들에게 보낸 종이옷의 특징, 별주부전을 보며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과학 이야기 등이 청소년들이 접하기 참 좋은 주제라고 본다. 시작이 반이라고 이 책을 읽다 연관된 책을 찾아보게 되고 그렇게 읽다 보면 글쓰기가 나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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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 : 대한민국의 첫 번째 봄
박찬승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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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물론 난 뉴스 타이틀 기사를 보고 접했다. 역사 책을 읽으면서도 늘 수박 겉 핥기식이었고 늘 큰 틀만 이해하고 넘어갔을 뿐이었다.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지 100년이나 되었는데도 제대로 된 역사를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에 조금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3.1운동, 33인 민족대표, 독립선언서, 독립운동, 임시정부, 유관순, 안창호, 민주공화국, 2.8독립 선언.... 등 내가 알고 있는 이 조각조각들을 사건의 흐름에 따라 정리해볼 수 있는 뜻깊은 책이다. 저자의 말처럼 옛날이야기가 아닌 현재를 살고 있는 이들에게 거울이 되기에 우리는 더더욱 지난날 그들의 노고를 알아야 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그저 '옛날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한편에 가지고서요. -p.12

 

 

 

 

 

1919년은 나라를 빼앗긴 지 10년이 되던 해였다. 그동안 얼마나 우리 민족이 억압과 핍박을 받으면서 살았는지는 더 언급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그런데 그 나라를 빼앗긴 과정을 다시 읽다 보니 또 속에서 천 불이 날 지경이다.

데라우치의 계략에 속아 자국민이 팔아넘긴 꼴이라니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이완용, 정말 이 박쥐같은 놈. 좀 더 강해 보이는 세력에 들러붙어 기생하며 추잡하게 살다니. 그렇지만 우리 민족을 노예 부리듯 한 무단통치와 게다가 1919년 1월 21일 고종의 승하는 민심의 변화를 끌어내게 된다. 2월 28일 고종의 국장 준비 속에서 밖으로는 3.1 독립선언서 낭독이 준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냥 민족대표단 33인이 선언서를 낭독하고 만세운동이 일어난 정도로만 알뿐이다. 그러나 책에서는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독립선언서 작성하고 각지로 전달하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게 이루어졌는지 말이다. 정말 지금처럼 편한 세상에서 자신의 안위를 더 챙기고 있는 시점에서 그들의 희생정신을 생각하면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그 시절 희망은 독립뿐이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윌슨의 민족자결주의가 희망의 불씨가 되었겠지만 지금이 아니면 후손들이 편히 지낼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목숨을 버리고서라도 대한 독립을 위해 한 인생을 바친 것이다.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뿌린 희망의 씨앗이 점점 싹을 틔우고 자라나는 동안 일본은 무차별로 베어내고 상처를 입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의 독립의지는 나라밖에서도 꺼질 줄 몰랐다. 청년당, 종교단체, 유학생들뿐 아니라 농민들까지 가세한 독립 염원은 그 어떤 나라에서도 볼 수 없었던 비폭력 만세운동을 만들어냈다. 일본은 절대 뿌리째 뽑아내지는 못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천도교 내 독립운동이 좀 더 눈에 들어왔다. 제3대교주 손병희에 대해 궁금한 점을 찾아보니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선생이 사위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그들이 움직이는 내내 민족대표 33인(천도교 15인, 기독교 16인, 불교 2인)이 구성되게 된 배경과 독립선언서가 인쇄되고 배포되는 과정, 또 선언서를 왜 태화관에서 낭독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사연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물론 그 후 33인 중 변절자가 나왔다는 점을 들어 그들의 노력을 깎아내리는 이들도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끝까지 지조를 지킨 30인을 더 떠올려야 하지 않을까 한다.

 

붉은 깃발과 태극기를 들고 만세운동은 지속적으로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그 과정에서 무차별로 희생된 사람들뿐 아니라 잘 알려진 제암리 학살사건이나 맹산 사건을 다시 접하니 분노가 치민다.

 

임시정부 수립 일을 13일에서 11일로 바로잡게 된 경위나 임시정부를 통합하는 과정 등을 상세히 알 수 있어 좋았지만 무엇보다 민주공화국에 대한 의미를 다시 되새겨볼 수 있어 뜻깊었다. 대한제국 시기에 이미 유학생들과 지식인들 사이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얼마나 그들이 민주 공화제를 염원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100년이 지나오는 동안 그들이 우려한 귀족 공화제가 빈부격차라는 심한 불평등을 초래한 한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이 책은 1919년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저자도 언급했지만 여러 사람의 진술이 엇갈리는 경우도 있고 사실관계가 정확지 않은 부분도 있다지만 중요한 건 많은 이들의 노고와 희생정신이다. 그때의 정신을 되새기는 일은 현재를 살고 있는 이들에게 필요하다. 나라를 빼앗긴 원인을 찾자면 조선시대 붕당정치까지도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고 지금의 정치 꼴을 보자면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과거를 또 탓해야 할지도 모른다. 잘못된 역사에 대해 질타만 할 것이 아니라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그들의 애국심과 숭고 정신을 되살려야 할 때가 아닐까. 나라 탓, 남 탓만을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현명한 국민 의식을 되찾아야 할 때다. 그래야 내일의 봄날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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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봐
니콜라스 스파크스 지음, 이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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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노트북을 본 지가 언제였던가. 암튼 노트북의 작가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스릴러임에도 불구하고 보게 되었다.(난 스릴러를 별로 즐기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소설의 주인공들은 영화 노트북의 남녀 주인공의 얼굴이 자꾸만 오버랩되기도 했다.

 

소설은 여느 로맨스물처럼 선남선녀가 등장하고 그들의 첫 만남도 평범하지 않다. 각자 트라우마를 지닌 두 사람이 다시 만났을 때 서로를 더욱 가깝게 해 준 건 솔직함이었다. 그렇게 몇 번의 데이트를 하며 뜨겁게 불타오른 그들에게 불길한 사건이 하나둘 터지게 되고 그때부터 긴장감이 고조된다. 마치 콜린의 화가 언제 터질지 몰라 긴장하는 애번처럼.

 

 

그는 목적이 있어서 이곳에 왔고, 그의 목적에는 이름이 있었다.

 그 이름은 바로 복수였다. -p.11

 

 

누군가가 한 여자를 바라보고 있다. 이미 그녀가 누구인지 알고 있고 그녀를 둘러싼 모든 환경을 꿰뚫고 있다. 심지어 그녀 가족의 역사까지도.

 

시작은 이렇게 누군가가 한 여자를 보며 복수의 이를 갈고 있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이 자가 과연 누구인지, 무슨 연유로 복수를 하려는 것인지 전혀 짐작할 수가 없다. 그의 시선이 세레나와 마리아 두 자매를 향해 있다는 것뿐이다.

그가 스토킹을 하는 데 있어 세레나의 SNS는 너무나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너무나 가벼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공개하는 것에 좀 더 신중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콜린은 불우한 청소년기를 지나 여러 번의 폭력 사건을 일으켰다. 그는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있으며 아슬아슬하게 감옥행을 피해 집행유예 기간 중이다. 부모마저도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에 그가 일으킨 수십 건의 사고만 본다면 그러한 이유의 근원을 떠나 성향이 과연 바뀔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운 좋게도 좋은 친구를 두게 되고 새로운 인생계획도 세운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과의 싸움을 하며 무던한 노력을 기울인다. 자칫 한 번의 화를 참지 못한다면 인생이 어느 방향으로 꼬일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이전 회사에서 맡은 사건이 잘못되어 스토커에게 시달리다 결국 이 직후 가족이 사는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그러나 새로운 회사에서 상사의 성추행을 감지하자 늘 긴장상태에 놓이게 된다.

 

두 사람의 만남은 마리아가 곤경에 처하고 콜린이 도와주는 우연으로 시작되지만 두 번째 만남은 마리아의 동생 세레나의 계획으로 이루어진다. 그렇게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게 된 두 사람은 어느새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더 가까워진다. 그리고 콜린은 점점 마리아에게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어느 날 마리아에게 배달된 꽃다발과 카드에 적힌 메시지로 인해 상황은 심각하게 흐른다. 마리아 주변을 맴도는 스토커로 인해 마리아뿐 아니라 콜린도 여지껏 버텨온 흥분의 아드레날린이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내가 널 보는 것처럼 너도 나를 봐.”

 

 

스토커의 행적이 두드러지고 윤곽이 드러날수록 콜린의 분노와 마리아의 공황장애는 잦아진다. 연인의 안전을 지켜내기 위해 끓어넘치는 분노를 조절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콜린은 여러 번의 위험한 상황을 지나면서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는 법을 터득해갔고 정말 분노해야 하는 시점에 용기를 낸다. 그는 마리아를 지켜내기 위해 범인이 뿌려놓은 사건의 정황을 직접 짜 맞추며 머리를 굴린다. 마리아는 처음 분노가 폭발한 콜린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꼈지만 서서히 강한 믿음이 생겨나게 된다. 콜린의 곁을 지키고 있는 친구들처럼.

 

누구나 행복한 순간엔 다 좋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사람의 본성은 위기의 순간에 알 수 있다. 그래서 마리아가 처음 위기의 순간 콜린에게 느꼈던 두려움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콜린이 부단히 자신과 싸워나갈 수 있었던 것은 사랑이었다. 사랑이 모든 위험한 상황을 제어할 수는 없겠지만 용기를 갖게 해 준다. 마리아에게 콜린이, 콜린에게 친구들이, 마리아에게 가족들이, 누구 하나 다칠 수 있는 상황에도 소중한 일상의 행복을 깨버리려는 이들로부터 울타리를 지켜내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놀랍기까지 했다. 로맨스보다 그들을 지켜주는 소중한 사람들 때문에 더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스토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놀라운 반전도 있다. 타인에 의해 붕괴된 가정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절망적인 순간에 미쳐버리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고 게다가 누군가에게라도 화살을 돌리지 않고서는 버텨낼 수 없는 이들의 아픔을 감싸줄 수는 없겠지만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어찌 되었든 그들도 피해자이자 가해자니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스토킹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준다.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해를 당하는 기사만 보아도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 느낄 수 있다. 소설은 두 남녀의 로맨스보다 범인의 윤곽을 잡는데 신경이 곤두설 것이다. 하지만 위기를 이겨냄으로써 한층 더 두터워진 사랑의 에너지도 느낄 수 있을 것다.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의 무게를 함께 들고 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두려움을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는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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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모르겠고 취업은 하고 싶어 - 90년대생의 취업은 다르다
금두환 지음 / 다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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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서도 괜찮아

아무 이유도 모르는 채 달릴 필요 없어

꿈이 없어도 괜찮아

잠시 행복을 느낄 네 순간들이 있다면

멈춰서도 괜찮아

이젠 목적도 모르는 채 달리지 않아

꿈이 없어도 괜찮아

네가 내뱉는 모든 호흡은 이미 낙원에

 

- 방탄소년단, [낙원] 중에서

 

이 책의 제목을 본 순간 절로 떠오른 방탄소년단의 낙원이란 곡의 일부다. 꿈이 없어도 괜찮다며 청춘들을 위로하며 꿈이 없는 지금의 나도 아껴야 하지 않을까 넌지시 위로한다. 그래서인지 가끔 청춘이 아닌 내가 들어도 참 위안이 된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늘 적어서 제출해야 하는 종이 한 장이 있다. 내 아이를 소개해야 하는 종이 한 장으로 적어내려가다 가장 고민이 되는 지점이 꿈란이다. 아이의 꿈과 부모님이 희망하는 자녀의 꿈 두 가지를 적게 되어 있는데 늘 그 앞에서 한참을 고민한다. 초등을 지나 중학생이 된 지금도 자신이 무얼 하고 싶은지, 무얼 잘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할 때마다 쿨하게 넘어가면 좋겠지만 답답한 마음에 하고 싶은 게 없냐고 다그칠 때도 있었던 것 같다.

 

많은 이들이 꿈을 가져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꿈이 없다고 엉망인 삶을 사는 건 아니다. 물론 꿈은 있으면 더 좋다. 꿈이란 걸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당장 눈앞의 바람이 꿈이 될 수도 있고 이루어질 수 없는 꿈도 그냥 꿈인 것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꿈이 무어냐’, ‘뭐가 되고 싶냐’로 시작된 물음은 ‘너 뭐 먹고살래’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물음으로 바뀌어 우리를 옥죈다.

‘꿈, 글쎄요. 아직 잘 모르겠는데요.’라는 대답을 하면 자칫 한심한 나로 비칠 수 있고 지독한 경쟁 사회에서 타인과 비교되는 순간들 앞에 나는 한없이 작아져만 간다. 왜 하고 싶은 일은 외면받고 안정적이고 수입이 괜찮아만 하는 일을 쫓고만 살아야 할까. 만 가지가 넘는 직업이 있으면 무엇하리. 결국 공무원을 쫓다 치킨 집 사장으로 전락하는 이들이 수두룩한데.

 

 

 

또 져버린 것 같아 

넌 화가 나 보여

아른대는 Game over over over

만약 게임이라면

또 Load하면 되겠지만

I guess I gotta deal with this

Deal with this

Real world

차라리 게임이면 좋겠지

너무 아프니까

I need to heal my medic

But I'm another star

완벽하지 못했던 나를 탓해

Brake in my head

Brake in my step always

 

- 방탄소년단, [Jamais Vu] 중에서

 

책에도 언급하고 있지만 인생은 게임이 아니다. 리셋이 안된다. 실패에 따르는 좌절감은 상황에 따라 인생의 종지부를 찍게 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방법이 보인다. 마치 게임을 할 때처럼 말이다. 그러나 게임은 하기 싫으면 그만이지만 취업은 그럴 수 없다. 왜 시작도 안 하고 포기하는가. 일단 해보고 안되면 방법을 찾아야 한다.

 

" 목표 없이도 그저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다 보니 성공하게 되는 삶."

 

 

소확행도 좋고 욜로도 좋지만 미래를 전혀 배제한 채 살아갈 수 없다. 저자의 충고와 사십 대를 살고 있는 나의 경험도 더한 것이다. 청년들의 취업을 위해, 꿈을 위해, 그가 인생의 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이들을 위해 하는 조언이 여기에 있다. 저자의 경험과 바른 취업에 성공한 이들의 사례는 덤이다. 중요한 건 인생의 빛은 앞에서만 비추는 것이 아니다. 여러 곳에서 비치는 빛을 찾아 내가 움직여야 한다.

 

 

 

나는 여태껏 수동적인 삶을 살았고 치열하게 이력서를 쓰며 살지도 않았다. 그래서 지금 취업전선에 뛰어든 청춘들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겐 아이들이 있다. 대학가서도 별생각이 없었고 도전은 늘 피하고만 살았었던 과거의 내 모습을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을까. 필요에 의해 대학을 가서 그곳에서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게끔 서포트해주는 역할을 부모가 해주어야 함을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현실만을 탓하고 있을 순 없다. 꿈이 아닌 경험을 쌓다 보면 적성을 재발견하게 될 수도 있고 아닌 지점에서 빨리 돌아갈 수도 있다.

 

빠른 취업이 아닌 바른 취업을 위한 길을 잘 새겨들어보면 어떨까. 자신의 적성을 찾고 직업을 설계하는 방법, 각종 취업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구분하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법, 자기소개서 및 면접 가이드 등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커리어 포트폴리오 샘플은 직접 작성해 보며 자신이 무엇을 잘 하는지 찾아볼 수 있겠다.

 

사십이 돼서도 유학을 가고 오십이 돼서도 꿈을 위해 진로를 바꾸는 이들을 응원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남들처럼 이 아닌 진정 나답게 사는 인생이 무엇인지 다시 느낄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아직 이것저것 따지고 재느라 취업의 문 앞에도 못 가고 있는 사촌에게 이 책을 권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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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지도 - 우리의 습관과 의지를 결정하는 마음의 법칙
이인식 지음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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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도 법칙이라는 게 존재할까. 각종 연구와 실험을 바탕으로 내놓은 통계들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마음은 정말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잘 읽히지도 않는다. 마음은 늘 복잡한 형태로 나타나서 타인과의 관계를 힘들게 한다. 지도는 길을 안내해주는 역할이라도 충실하지만 마음의 지도는 도통 종잡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인간들은 마음의 본질에 대해 여전히 궁금해한다.

 

그만큼 복잡한 인간의 마음을 쉽게 정의 내리기란 어려운 일이기에 뇌과학뿐 아니라 모든 학문의 연구자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인간의 마음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조금 의아하긴 했다.

 

머리말에도 언급하듯이 이 책은 마음의 본질에 대해 다양한 연구성과를 토대로 집대성한 개론서이다. 전문용어나 철학적 용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정말 술술 읽힌다. 목차만 보아도 평소 궁금했던 질문이나 현상 등을 만날 수 있다. 단순히 나와 너라는 관계에서 시작하여 사회현상뿐 아니라 미스테리한 현상 그리고 미래시대에는 과연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하고 있다.

 

언젠가 보통의 사람들을 일대일로 대해보면 그리 나쁜 사람은 없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하지만 사람은 환경에 지배를 받는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성격과 성향은 여러 방향으로 나뉘고 자신 인생의 전반을 지배하게 된다. 나와 내 주변을 둘러보아도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심리학자들은 내린 결론에 동의한다. 성격을 고치려 하기보다는 환경을 바꾸어 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 p.25

 

여러 이론과 실험 결과를 토대로 내놓고 있는 연구결과들을 보며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신기하고 복잡한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평소 궁금해하던 성향들에 대해 눈에 띄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루기 습관을 가진 사람의 편도체가 보통 사람보다 크다는 사실이라든지 여자들이 빛에 더 민감해서 그에 따른 감정의 변화가 많다는 이야기는 수긍이 간다. 특히 독서를 많이 하는 이들이 사회적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임과 동시에 이타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 p.136

 

사람들은 일상에서 늘 이중적인 감정에 놓일 때가 많다. 그러한 예로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정의에 결코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들은 드물 것이다. 생존경쟁의 시대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감정들로 인해 많은 이들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한 감정 외에도 과시와 동시에 선한 영향력을 동시에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경쟁적 이타주의도 꼭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양상을 보면 사람들의 감정이 엉뚱한 방향으로 배출되는 현상도 눈에 띈다. 좋은 일에 기부한 연예인 기사에 싫어요를 누른다거나 자신의 잘못은 보지 못하고 타인의 잘못에 과하게 응징하려는 태도는 정말 볼썽사납다.

 

잘못 알고 있던 사실도 보인다. 사고방식과 세계관에 있어 동서양의 차가 별로 없다는 사실은 예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과 상반된 부분이라 조금 혼란이 온다. 뭐가 맞는 건지 애매하지만 동서양의 차가 다르다는 의견에 더 기우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 외 창의적인 사고가 자꾸 줄어드는 데는 획일화된 교육과 사회의 편견이 문제라는데 지적과 잘 노는 아이에게서 창의력이 길러진다는 의견은 동의한다. 요즘 아이들이 공부에만 묶여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언제쯤 지나친 학벌주의가 무너지게 될까.

 

사회적 관계에 있어서도 공감능력이나 편견 등에 대한 여러 연구결과를 볼 수 있었는데 여자가 더 수다가 많다는 편견뿐 아니라 잠재의식 속에 만들어진 편견이 얼마나 끈질기게 우리를 따라다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사이코 패스에 대한 오해라든지 10대의 뇌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유독 돈에 집착하는 사람의 마음을 분석하고 실험한 결과를 보며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음을 재확인하게 된다. 자유시장경제에서 돈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의 파워는 그만큼 강하다. 가난한 시절을 보낸 이들이 지닌 스트레스와 우울의 지수가 더 높게 나온 수치만 보아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짝퉁이 소비자의 마음을 타락시킨다는 연구결과와 가난한 여자가 일찍 애를 낳고 게다가 무능한 아버지로 인해 지능 발달도 더디다는 연구결과는 자본주의의 어두운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4부에서는 심령 능력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흔히 미래를 보거나 예지몽을 꾸는 사람들, 또는 염력을 사용하고 임사체험을 겪은 이들의 사례를 들며 인간의 마음이 어디까지 지배하고 있는지 짚어보고 있는데 우리가 몸소 느낄 수 있는 예로는 명상이나 몸의 감각이 뇌를 움직이는 현상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다각도로 살펴보다가 끝맺음에서는 섬뜩함을 느꼈다. 미래 세상에서 펼쳐질 새로운 세상은 인간의 마음마저도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그대로 스캔한다거나 마음을 옮긴다는 건 자연의 질서를 위배하는 일임에 한치의 의심도 없다. SF 영화가 점점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무섭기까지 하다. 인간을 위한 편리함에 인간을 스스로 위험에 빠뜨리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마음을 읽는다는 건 한편으로는 상대를 이해하고 나를 돌아볼 수 있기에 필요한 요건이다. 다양한 경험과 독서 등을 통해 얻고 생각함으로써 너와 나뿐 아니라 사회관 계도 이해가 가능한 것이다.

넌 왜 그리 내 맘을 모르니?라며 상대를 답답하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지금부터라도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마음을 이해해보려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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