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세 아이 이야기 미래주니어노블 2
앨런 그라츠 지음, 공민희 옮김 / 밝은미래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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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지냈다. 그리고 가끔 걱정하는 척만 한 것 같다.

가끔 뉴스에서 난민 소식을 들을 때면 가슴만 아파했지 실질적으로 그들이 얼마나 지옥 같은 시간을 버티고 있는지 보려 하지 않았다. 나 하나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지구 반대편의 삶을 외면했다. 지금이라도 다시 지구촌 사람들에게 관심의 눈을 뜰 수 있어 다행이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어 먼저 읽게 되었다. 난민 이야기는 독서평설 시사코너에서 실린 글을 함께 읽은 적이 있지만 나치 시절 유대인의 고통이나 쿠바의 정치적 상황 등은 잘 모르기 때문에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일깨우고 싶었다. 책 속 세 아이의 삶은 또래가 읽으면서 느끼는 바가 더 많을 것 같고 어떻게 하면 세계인들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해 볼 수 있어 좋을듯했다.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되었다고 한다.

1938년의 독일에 살던 열두 살 유대인 소년, 조셉.

1994년 쿠바에 살던 열한 살 소녀, 이자벨.

2015년 시리아의 알레포에 살고 있는 열두 살 소년, 마흐무드.

이 세 아이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며 흘러가다 다시 이어지게 되면서 슬픔은 감동이 되고 절망은 희망이 된다.

 

이들은 전쟁과 내전 그리고 정치적 이유로 난민이 되어 머나먼 길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나치를 피해, 정부군을 피해, 자유를 위해 떠나는 목숨 건 여정이 그야말로 지옥이다. 나치를 피해 쿠바로 향하지만 어디에도 내리지 못하고 배 위에서 떠도는 유대인 가족, 내전을 피해 미국 땅으로 향하지만 배가 점점 가라앉기 시작한 시리아 가족, 독재를 피해 총알이 날아드는 길 위를 지나 독일로 향하는 쿠바 가족. 그들이 원하는 건 오직 하나였다. 지금 우리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하게 누리는 자유 말이다.

 

비록 세 아이는 어렸지만 두려움보다 용기가 앞섰다. 때론 어른보다 더 적극적으로 상황에 대처했고 망설임도 없었다. 연료를 사기 위해 트럼펫을 팔고, 나치에게 끌려갔다 온 후 정신줄을 놓아버린 아빠에게 뺨을 때리기도 하고, 길 위에서 길 가던 차를 세워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더구나 정신줄을 놓아버린 아빠를 대신해 부쩍 어른스러운 행동을 보이던 조셉은 자신을 희생하고 동생을 살리는 행동으로 결국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나치 시절 유대인 학살도 끔찍하고 가슴 아프지만 난민 문제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의 고통이기에 더 가슴 아프다. 난민의 삶은 일분일초가 절박하다. 위험한 순간과 열악한 환경은 언제 그들의 삶을 빼앗을지 알 수 없다. 그들에게 있어 가장 큰 두려움은 외면일 것이다. 마흐무드가 타인에게 느끼는 이질감과 조셉이 독일인에게 느꼈던 경멸의 눈빛에서 나는 극한 두려움과 외로움을 느꼈다. 타인의 고통에 점점 무감각해져 가는 것만 같아 앞으로 인류의 모습이 걱정스럽기도 했다.

 

 

지구촌의 슬픈 이면을 공감하는 데 있어 뉴스보다 이야기의 힘이 더 세다. 아이들에게는 터키 해안가에서 죽은 채 발견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의 뉴스보다 등장인물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지구촌 사람들에 대한 관심도를 자아낸다. 세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용기와 사랑, 자유의 소중함 등 많은 것들을 느껴보고 더 나아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지도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세계 곳곳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외면하면 그만큼 세상은 더 각박해진다. 여전히 난민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다. 아직도 어딘가에서 배가 뒤집히고 트럭 짐칸에서 질식사를 하거나 공습으로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이들이 비일비재하다. 뺏기지 않으려는 이들보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이들의 분노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더 큰 충돌을 불러온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삶은 없다. 각자의 삶이 그 자리에서 빛을 낼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인류애를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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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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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가 부엌에 관한 에세이를 내놓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이건 뭐 대반전이다.

우선 나는 요리와 별로 친하지 않다. 맛 집을 찾아다니는 성격도 아니고 더군다나 요리는 힘들고 귀찮아한다. 장을 보고 준비하고 먹고 치우는 과정에서 요리의 즐거움은 이미 달아난다. 난 왜 이리 요리가 재미없는 걸까.

그렇지만 그의 책이었기에 보고 싶었고 게다가 제목에서 울리는 퉁퉁거림이 꼭 내 맘 같기도 했다.

 

지금은 요리하는 남자가 흔하지만 그가 자라날 당시는 그렇지 않았다. 더군다나 요리라는 걸 배운 적 없는 20대가 할 수 있는 요리는 한계가 있었으니 재미가 있을 리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30대부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요리의 대상이 나에서 아내로 옮겨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책상에서 조리대로 넘어와 온갖 재료와 조리법으로 씨름하는 그의 모습이 잘 그려지지는 않지만 그의 책을 떠올린다면 분명 꼼꼼하고 진지했을 것 같다.

 

왜냐! 그가 제대로 된 요리를 위해 사 모은 요리책이 내가 가진 책(고작 열권 남짓)의 열 배나 되기 때문이다. 난 요리책의 가짓수가 그렇게 많을 수 있다는 사실도 놀랐다.

 

 

 

이 책이 요리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나 찬사를 늘어놓았다면 그냥 그저 그런 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요리에 과학이니 예술이니를 논하기 전에 레시피의 아이러니에 부딪히고 만 것이다. 그는 요리도 레시피대로만 하면 완벽하리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요리에 앞서 요리도구, 재료의 상태 등에 정확한 기준이나 표준이 없기 때문에 애매한 것 투성이다. 이는 아마 초보들이 가장 많이 어려워하고 난감해하는 부분일 것이다. 레시피를 보며 구시렁대다 결국 레시피대로 하지 못하고 무언가 허전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던 날 보는 것 같아 무척 공감했다.

 

 

뭐 레시피랄 것도 없지만 제과제빵이 힘든 나에겐 마트에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머핀이나 스콘 믹서를 주로 애용한다. 하지만 그 간단한 과정도 할 때마다 상태나 맛이 다르다. 정확히 계량을 했는데도 어떨 땐 빵이 너무 기름진듯하고 또 어떨 땐 푸석거려 그냥 제과점에서 사 먹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려버릴 때도 있다. 그러나 가격이 저렴해서 또 사 오게 되는데 오늘은 계량하기 귀찮아 대량 감으로 후다닥 구워냈는데 여태껏 구웠던 빵보다 훨씬 제대로 된 맛이 나왔다. 음. 뭐지? 요리란 대체 뭘까. 할 때마다 달라지는 것? 새롭긴 하겠다.ㅋ

 

 

요리를 시작하고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교훈은, 요리 책이 아무리 솔깃해 보여도 어떤 요리들은 반드시 음식점에서 먹어야 제일 맛있다는 사실이다. -p.74

 

요리는 그렇듯 그러한 과정을 거치며 자신만의 레시피를 찾아가게 된다. 가장 내 입맛에 맞게, 내 식대로 하기 수월하게 말이다. 레시피대로 하다 서툰 솜씨에 주방이 폭탄 맞은 것처럼 되어도, 내가 만든 것이 책의 사진과 다르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 또한 정통 레시피를 그대로 따를 필요도 없다. 재료 손질이 어려우면 다 돼있는 걸 구매해도 되니까. 시간도 단축되고 스트레스도 덜 받으니 일석이조 아니겠는가.

 

게다가 제아무리 레시피대로 해도 안 되는 것들도 있다. 최근 딸아이가 탕후루(명자나무 또는 산사나무 열매를 꼬치에 꿰어, 물엿을 묻혀 굳힌 중국 과자)를 세 번이나 만들다 실패하고 결국 차이나타운에서 사 먹은 일이 있었다. 부작용도 생겼다. 실패한 걸 먹어치우느라 그때 이후로 난 딸기에 시럽을 바르지 않으면 맛이 없는 듯한 느낌이다.

 

 

 

반스가 아내를 위해 요리했듯 요리는 함께 할 누군가가 있어야 더 즐거운 법이다. 나도 얼마 전 라디오 사연에서 들은 일화에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자신은 요리를 그리 썩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만드는 걸 좋아해서 사람들을 가끔 초대하는데 친구들이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고 말하는 분을 보며 요리의 궁극적인 목적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내가 만든 음식을 누군가가 맛있게 먹으며 즐거워한다는 것이 참뜻깊은 일임을 말이다. 한두 가지 시킨 음식이면 또 어떠하리. 디저트라도 내가 만든 것이라면 훌륭한 파티가 되지 않을까.

 

뭐니 뭐니 해도 내용 중 가장 공감했던 것은 요리도 학교 교과목으로 지정해서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데 있다. 생존 교육에 요리는 반드시 필요한 과목이 되어야 한다는데는 진심 찬성이다. 그래서 난 아이들이 뭘 만든다고 부엌을 난장판을 해 놓더라도 응원한다. 라면을 좋아하는 큰 놈은 벌써 자기식대로 끓여 먹는 법을 익혔고 둘째는 김치볶음밥은 만들어 대령 한 적도 있다. 레시피를 보며 곧잘 따라 하는 걸 보면서 반스나 나의 투덜거림이 나이 든 사람의 투정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딸아이의 요청으로 모종을 사 왔다. 베란다 앞쪽에 긴 화분이 네 개나 자리 잡고 있는데 상추, 고추, 토마토, 가지를 심었는데 토마토가 열리면 스파게티를 만드는데 넣어 보아야겠다. 요리의 즐거움이란 게 별건가. 이런 소소한데서부터 찾아나가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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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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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라고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만 읽었을 뿐이다. 워낙 재미있게 보기도 했고 영화까지도 챙겨보았었는데 이 느낌을 버리기가 싫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선뜻 그의 다른 작품들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에 재출간된 [편지]를 본 순간 왠지 분위기가 비슷할 것만 같았다. 역시 타고난 이야기꾼답게 하나의 사건으로부터 다양한 관점들을 잘 담아내어 이분법적인 사고에 갇힌 우리들에게 폭넓은 사고가 왜 필요한지 말하는 듯하다.

 

'차별은 당연한거야' 하는 말을 누군가에게 듣는다면 정말 기분이 더러울 것이다. 차별을 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말이 자연스럽지만 당하는 입장이라면 그래서는 안된다는 도덕적 관점에 더 기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면 조금 생각이 달라진다. 내가 늘 차별하는 사람 쪽이었음을 더 깨닫게 된다. [편지]는 범죄자와 그 가족이 떠안고 살아야 하는 차별과 속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우리에게 계속해서 물음을 던지고 있다. 당신의 주위에 범죄자의 가족이 있다면?

 

살인자 형을 둔 동생에게 세상은 호락호락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낙인은 동생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밀어낸다. 교도소에 있는 형은 유일한 혈육인 동생의 앞날이 걱정돼 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형의 편지는 번번이 그의 발목을 잡게 되고 형을 원망하는 마음은 커져만 간다. 제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결국 차별과 편견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자 형이라는 존재 자체가 껄끄러울 뿐이다. 어딜 가나 따라다니는 꼬리표, 사람들의 웅성거림, 항상 배제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다. 차별은 당연한 것이고 그 이후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누군가의 충고에도 귀 기울여보지만 나 말고 또다시 내 혈육에게 가해지는 2차, 3차 꼬리표까지 감당해 낼 자신이 나조차도 없으니 말이다.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 그런 건 상상에 불과해. 인간이란 차별과 편견을 갖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동물이지. -p. 448

 

동생의 삶은 형으로 인해 큰 장막이 쳐진듯하지만 세상은 그런 그를 밀어내지만은 않았다. 암묵적인 책임감을 느낀 이들도 있었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이 손을 잡아주었으며 정말로 편견 없는 이들은 기꺼이 손을 내밀기도 했다. 다만 동생은 이미 사회가 만들어낸 편견에 주눅이 들어가고 있었다. 물론 연좌제를 옹호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형의 죄는 용서받을 수 없고 그러한 가족의 핏줄이 내 주위에 있다면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은 당사자가 아니면 절대 이해불가의 말이다. 범죄행위에 강 약 중간 약이라는 리듬은 없다. 누군가는 인생을 빼앗겼고 남은 가족들은 상실의 아픔을 죽을 때까지 떠안고 살아야 한다. 과정은 없고 결과만이 남겨진 이들에게 그 어떤 위로도 힘들게 할 뿐이다.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사람들에게 살인자의 배경과 살인자 가족이 처한 삶 따위는 죄를 덜어줄 명목이 될 수 없다. 소설에도 형은 일을 하다 허리를 다치고 동생만을 끔찍이 생각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피해자 가족의 입장에서 그런 것들이 참작이 되어 형량이 줄어든다면 화날 것 같다.

 

범죄자는 그걸 각오해야 해.

자기만 교도소에 들어가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야. 자기만 벌을 받는 게 아니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는 말일세. -p.361

 

범죄자, 그리고 그 범죄자의 가족, 피해자, 그리고 그 피해자의 가족, 그리고 범죄자의 가족과 얽혀 살 수밖에 없는 우리들.

소설은 이처럼 여러 입장에서 상황을 헤아려볼 수 있다. 특히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타이틀이 가족에게 남겨진다면 그리 가벼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살면서 내가 어떤 상황에 놓일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이런저런 상황을 이해하다 보면 네 말도 맞고 내 말도 맞는 듯하다. 인터넷 댓글처럼 나에겐 관대하고 타인에게 비난의 화살을 내리꽂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우리네 삶은 주어진 배경과 환경도 다르고 인생의 변수와 굴곡의 차는 너무나 크다. 그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인간답게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관점의 폭을 넓혀야 한다.

"저 스스로가 답을 찾아가며 써 내려간 작품입니다.”라며 작가도 언급했듯 어차피 인생은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나와 내 주변인이 무탈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동생의 아내처럼 당당하게 맞서든지, 그렇게도 안되면 견디든지, 이것도 저것도 힘들면 도망이라도 치든지 말이다. 중요한 건 모든 걸 떨쳐버릴 수도 없고 또 숨기고 싶다고 영원히 숨길 수도 없기에 결국 떠안고 살아야 한다. 이왕 떠안고 살아야 할 짐이라면 좀 더 가벼이 하는 수밖에 없다.

 

형이 편지를 쓰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형에게 있어 교도소에서 끊임없이 용서를 구하는 방법이라곤 편지뿐이었다. 그것이 형 자신에게는 속죄를 덜 방편이었을는지는 몰라도 동생과 피해자 가족에게는 계속 상처를 떠올리게 할 뿐이었다는 사실이 또 다른 상처로 남긴 하였지만 말이다. 아무튼 형의 편지가 동생에게 부정적인 의미 외에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도 되새겨 볼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보듬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동생에게는 아내가 그런 존재였다. 묵묵히 들어주는 일부터 사건의 결정적인 다리 역할이 되어주는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말보다 글은 그 사람의 마음을 더 잘 구현한다. 그래서 더 따뜻하게 느껴지나 보다.

동생이 형과의 추억을 떠올릴 때는 참 마음이 아렸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어그러진 형제의 삶이 으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형, 우리에게도 행복한 날이 올까.라는 물음 앞에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벚꽃 도장이 찍힌 편지를 보며 외면하고 싶었던 순간이 더 많았지만 언젠가는 흩날리는 벚꽃을 보며 회환의 미소를 짓는 날이 오지 않을까.

 

우리네 울퉁불퉁한 인생과 잘 다듬어진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와닿지는 않겠지만 이야기를 통해 감정의 폭을 넓혀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는 타인에게 있어 조금은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벚꽃이 흩날리는 계절에 읽기 참 따뜻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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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순례길이다 - 지친 영혼의 위로, 대성당에서 대성당까지
김희곤 지음 / 오브제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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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무리 시대가 편리해져가고 살기 좋아져도 마음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일상의 꼬리를 붙잡고 하루를 또 넘기다 보면 문득 인생의 허무함마저 밀려온다. 그러다 보면 문득 떠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순간이 올 때가 있다. 그것이 가까운 산행이든, 좀 더 먼 여행이든 어디론가 떠나본 이들은 삶을 치유하는 데 있어 그리 거창한 방법이 필요치 않음을 깨닫게 된다. 걸으며 만나는 눈앞의 모든 것들과 길 위에서 만나는 소중한 인연들은 인생의 소중함을 느끼기에 충분한 조건이 된다.

 

 

이 책은 순례길에서 만나게 되는 대성당과 수도원 등의 건축투어를 담고 있다. 여행기라기보다는 건물의 역사와 외관 그리고 곳곳의 풍경을 담고 있기에 여행 에세이에서 조금 비껴있다. 그러나 중세 역사에 관심이 있고 건축에 흥미가 있는 이들에겐 정말 매력적인 책이다. 종교적인 이유부터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한 한 걸음은 자연과 대성당을 바라보면서 치유가 될 것만 같다. 역사를 좋아하고 걷기를 좋아하는 나는 당장이라도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니 말이다.

 

 

세계 최대 박물관 산티아고 순례길

순례길 728km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문과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와 [연금술사]의 출간은 사람들을 하나둘 산티아고 순례길로 모여들게 했다고 한다. 중세에는 순례길 위에서 숨진 이들도 부지기수였다고 하는데 그들은 왜 그토록 그 길을 찾았을까.

 

지금의 '프랑스 길'이라고 불리는 그 길 위에는 대성당이 즐비하다. 사람들이 걷는 그곳에 자리한 대성당은 순례자들의 쉼터가 된다. 중세 시대의 아름다운 건축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과거의 기운은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영혼을 씻어준다. 그래서 그 길 위는 홀로 걸어도 외롭지 않다. 함께 요리하고 저녁을 먹는 그라뇽 알베르게의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 관계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인간은 여러 이유로 건축을 했지만, 그 인간을 보듬고 성장시킨 것은 건축이라는 생각이 든다. - p.7

 

인간은 인간의 욕망을 제어할 방법을 늘 찾아왔다. 신을 향한 것이든 인간을 위한 것이든 대성당이 지닌 의미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종교가 없는 이들이라도 대성당을 바라보면 마음의 평온함을 느끼듯 웅장함 앞에서 경건함을 배운다. 저자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건축과 친해지는 법으로 열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여섯 번째 "공간이 뿜어내는 생명의 맥박 소리에 귀 기울이라"라는 말이 참으로 와닿았다.

 

 

 

스페인 건축의 대문이라고 여겨지는 노트르담 대성당에 얼마 전에 큰 화재가 있었다. 불타는 성당의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리고 가슴 아파했다. 수많은 이들의 역사가 되고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의 추억이 되어 줄 성당 앞에 모인 인파들의 마음은 같았을 것이다. 세계 각국의 도움으로 성당이 본래의 모습을 찾았으면 좋겠다.

한순간의 실수로 역사적 상징물이 소멸되는 현장 앞에서 많은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서로가 연대의식을 가지며 추모하고 자발적 모금까지 이루어지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을 조금 덜 수 있었다. 아마 그 이후 순례길 위에 선 이들은 또 다른 감정으로 첫 발을 내디딜 것이다.

 

저자도 언급했듯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축은 사람 냄새가 느껴지는 건물이 아닐까 한다. 건축물은 치열한 역사의 현장 속에서 파괴되고 복원되고 또다시 부서지는 험난한 순간들을 지나왔다. 역사적으로 상징적 의미가 큰 건축물들은 전통을 기반으로 또 다른 역사를 창조하게 한다. 개선문이나 에펠탑이 아름다움을 넘어 그 도시를 상징하는 중요한 건축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스페인이 독창적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던 이유는 피레네 산맥덕이라고 한다. 산맥을 넘어 맞이하는 성당에서 그들은 마음의 안식을 얻었을 것이다. 순례길의 삼대 대성당이라고 불리는 레온 대성당, 부르고스 대성장, 산티아고 대성당 외에도 많은 건축물들이 각기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세바퀴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산타 마리아 데 에우나데 성당의 팔각형의 벽면도 인상적이고 돌무더기만 남은 산 펠리세스 수도원에서는 소멸의 미를 보았다. 산토 도밍고 데 실로스 수도원의 중정은 영화에서 본 듯한 장소 같아 친숙함이 느껴졌다. 웅장한 자태와 주변 경관이 멋스럽게 어우러지는 곳도 있지만 낡고 부서진 채 모진 세월을 견디는 건물도 있다. 모두 순례자들에게는 나름의 의미가 되어 영혼을 달래줄 것이다.

 

 

 

도시의 매력은 오래된 건물들이 자아낸 기억의 합창이다. -p.166

 

오래된 시간이 켜켜이 녹아있는 장소는 그 도시를 살아가는 이들뿐 아나라 순례자들에게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스페인하면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옛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삶의 여유를 찾아주는듯하다.

 

프랑스 길을 따라 줄지어 선 대성당과 수도원, 성당들은 대부분 성모 마리아의 이름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의 품속 같은 그 길 위에서 인생을 사랑하고 인간애를 느끼게 되나 보다.

 

 

책 속 문장이 단순히 역사와 건축의 외관만 묘사하고 있었다면 지루했을 테지만 시선을 따라 흐르는 묘사도 볼거리다. 가슴으로 그려보는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아서 저자가 앉아서 바라본 그 자리로 옮겨앉고 싶었다. 햇살의 움직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관찰력이 참으로 돋보인다.

 

운무가 파란 능선 위에 솜사탕처럼 걸려 있었다. 마음도 안개구름을 타고 흘렀다. 돌집 아래 나무로 얼기설기 역 근 천막 속 형형색색의 장식품들이 고개를 내밀고, 거친 벽에 매달린 표주박들이 아침 햇살을 기웃거렸다. 여기저기 농기구가 아무렇게 놓여 있는 길가에 검은 돌조각들이 담장을 따라 부르다 산장에 벽을 따라 올라타고는 곧바로 지붕을 눌러썼다. 라 파의 아침이 세상의 모서리에서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고 있었다. -p.250

 

웅장함과 소박함, 과거와 현재, 낯섬과 익숙함이 공존하는 그곳이 순례길로 사랑받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곳에서 느끼는 새로움들이 배움으로 빛을 발하고 낯선 공기속에서 친숙함을 찾으며 서로를 위로하게 되나 보다. [스페인 하숙]이라는 프로를 본 적은 없지만 찾아보고 싶어진다. 세계 각지에서 온 이들이 알베르게에 모여 먹는 따뜻한 밥 한 끼와 그들이 나누는 삶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아마도 따뜻한 인간애에 힐링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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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실전 마케팅 - 네이버 상위노출부터 SNS 활용까지
최재혁 지음 / 다온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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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객에게 어떻게 팔아야 할까?"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고객을 어떻게 유혹할까?"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어떨까. -p.62

 

난 스마트 스토어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 스토어 외에 개인 사이트와 오픈마켓을 관리하느라 거의 방치 수준이었다. 무언가 새로운 시스템은 생겨나는데 적응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하는 게 더 맞겠다. 그러다 이 책을 본 순간 제대로 관리를 해야겠다고 맘먹었다.

 

이 책은 스마트 스토어를 처음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좋은 입문서이다. 스토어를 개설하기 전 필요한 준비와 그리고 본격적으로 스마트 스토어를 개설하는 과정을 차근차근 짚어주고 있다. 물론 나에게 이 과정은 필요 없지만 처음 헤매던 때가 떠오르다 보니 초보 분들에겐 정말 도움이 많이 돼 보인다.

 

특히 사무실은 아파트 주소보다는 임대 사무실을 둘 것을 추천하고 있는데 그것은 구매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왜 그래야 하는지 알 것이다. 특히 스토어 이름만큼은 신경 써서 짓는 것이 좋다는 점과 도메인명을 선택할 때 주의할 사항은 꼭 살펴야 한다. 상품을 올리는 과정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으니 도움이 될 것이다. 나 같은 경우도 처음 상품을 올릴 때 실수가 많아 수정을 여러 번 했었던 적이 있었다. 특히 카테고리와 상품명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노출 빈도가 커진다는 점을 잘 몰라서 수정 과정을 몇 번 거쳤었다. 노출 빈도를 늘리기 위해 불필요한 특수문자 특히 []를 모두 지워야 했으니 말이다.

 

태그 입력 시에도 네이버는 검색에 유용한지 바로 체크가 가능하니 편리하고 검색 품질 체크도 유용해서 좋다.

그리고 스마트 스토어에서 중요한 것은 판매관리를 통해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을 잘 참고하여 페널티를 피해가야 한다. 물론 이는 타 오픈마켓도 마찬가지이지만 수수료가 적은 스마트 스토어의 장점상 판매율을 높이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4장에서는 온라인 광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방문자를 늘릴 수 있을지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흔히 쓰이는 광고 용어부터 광고를 만들어 관리하는 과정을 소개하는데 핵심만 콕 짚어주고 있어 이해하기 수월하다.

SNS 광고와 인플루언서, 유튜브 광고도 빼놓지 않고 안내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평소 궁금했던 부분이라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 외 스마트 스토어에서만 진행할 수 있는 럭키 투데이나 기획전 관리도 어떻게 진행하는지 보여주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리뷰 관리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스마트 스토어 관리를 게을리했던 내게 모자란 부분을 채워 주었던 책이다. 초창기 스토어를 시작하고 유입되던 방문자 수가 관리가 소홀해지니 눈으로 확연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스템은 어떻게든 공부를 해야 함을 느끼게 된다. 이제 좀 더 고객을 유혹할 방법을 잘 연구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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