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심리학 - 있는 그대로 살아도 괜찮아
토니 험프리스 지음, 이한기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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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내가 가장 사랑해야 할 '나'를 찾자~! ◆ ◆ ◆

 

초등 3학년 딸아이가 가장 재미없어 하는 시간이 도덕이다. 그런데 그 의미를 조금 알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책은 바로 인생 도덕 책 같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임상심리학자이며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심리치유하면서 얻은 결과물을 엮은 책으로 다른 자기 계발서에 비해 다소 보고서 같은 느낌이 강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힘들 때나 위로받고 싶을 때 보았던 심리 책하고는 달라서 좀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다양한 상담 경험의 예를 같이 곁들여 놓았다면 조금 더 재미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타인과의 관계보다는 인간의 다양한 인격과 심리 상황에 대한 해석을 풀이해 봄으로써 결국은 내속의 참자아를 찾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다방면에서 오는 여러 행동 패턴들을 살펴보면 자연스레 내 주변 인물들과 연결 짓게 된다. 그럼으로써 상황에 대한 파악과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짐을 느끼게 되어 자신의 심리상태를 어느 정도 안정시키는데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시작은 유아기와 아동기의 특성부터 시작하여 인간이 이루고 사는 여러 문화와 집단 그리고 부모의 역할까지 다방면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예비부모나 초보 부모에게 더욱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본인의 자존감을 회복함으로써 자연스레 아이에게도 그 영향이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자녀를 위해 아이들에게 매를 드는 것은 잘못된 직관이다. 그것은 자녀를 통제하려는 욕구를 드러내는 것이며 타인에게 양육이 서툰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는 의도가 숨겨진 것이다. -p.206

인간의 심리상태는 굉장히 복잡하고 모호하고 소란스럽다. 인간의 심리상태를 표현하는 단어들이 다양하다는 사실이 그걸 증명한다. 심지어 사랑하면서도 미워한다는 양면성을 함께 이야기하며 우리를 감정의 혼란에 빠트린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인간의 다양한 내면의 특성들에 대해 알고 있어야 자신의 내면을 다독이기가 수월해진다. 내가 자주 사용하고 있는 나를 위한 보호 전략이 올바른 것인지를 다시 한번 살펴봄으로써 나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그림자 자아와 참 자아에 대해 심도 있게 짚고 넘어간 부분은 편견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흔히 말해 꼬리표라고 불리는 걸 그림자 자아라고 한다면 서로에게 붙여놓은 꼬리표들이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지는 않은지 혹은 그 다양한 꼬리표들로 타인들을 쉽게 평가절하하지는 않는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나뿐 아니라 상대의 참 자아를 꺼내주고 찾아주는 일은 그만큼 이런 사실을 깨닫는데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서로 조금은 자유로운 분위기에 놓아두고 놓이는 것, 이것이야말로 복잡하고 획일적인 사회 구성원에서 필요한 덕목일 것 같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뒷장으로 갈수록 보이지 않는 나를 본격적으로 꺼내보는 시간이 주어진다. 나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참 자아를 찾기 위한 다양한 과제를 제시한다. 특히 내면의 목소리, 즉 직관의 중요성을 언급하였는데 무엇보다도 직관력을 키우는데 필요한 생활태도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한 직관력은 결국 나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직관은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사람들이 직관으로 얻는 것은 햇빛이나 맑은 공기처럼 우리들의 평안과 성장에 필수적이다. - p.206

진정한 나에게로 돌아가는 길에는 인적이 드물다.
자신의 빛을 인식하고 두려움, 의존성, 경쟁심, 스트레스, 망상, 우울 같은 그림자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중략)
어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여행을 시작할 때, 그늘진 길로 되돌아가도록 유혹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중략)
이해시켜야 하는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다. -p.207

우리의 내면은 다양하다. 하지만 그 다양한 내면을 여러 상황에 맞추어 사는 일은 삶을 지치게 할 수밖에 없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있기 위함은 바꾸는 게 아닌 깨달음으로 오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진정한 나를 찾고 나의 삶을 찾아가는 여정은 그만큼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힘이 들 때나 심신의 위로가 필요할 때 찾기보다는 미리 충분히 공부해 볼 가치가 있는 책인듯하다. 나와 타인의 자존심을 보호하고 서로의 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다. 상황에 나를 끼워 맞출 것이 아니라 나의 주체성을 찾고 좀 더 현명하고 지혜로운 인생관을 지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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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 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 1 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 1
스기사쿠 지음, 백수정 옮김 / 늘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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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우리나라가 가까워 질래라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냥이를 대하는 태도가 우리와는 정말 달라서 부럽기도 한 나라이다.
그래서 냥이가 대접받고 있는 나라, 일본은 냥이를 소재한 작품이 참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여기 냥이 두 마리와 전직 복서 총각의 동거를 소재로 다룬 만화책이 있다.
내가 만화책을 읽은 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만화책을 그렇게 즐기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뜻 펼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영화를 먼저 보았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여기 등장하는 두 마리의 냥이 중 꼬미(블랙&화이트)가

내가 지금 키우고 있는 냥이와 외모가 아주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에 더욱 흠뻑 빠져들었었고
복서 총각의 다정한 마음씨와 두 마리 냥이의 좌충우돌 동거기가 신선하게 다가왔었다.
특히 엔딩 장면에서는 잔잔한 슬픔이 주는 애틋함은

인간과 동물의 공존의 행복감이 얼마나 큰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기도 하였다.
즉 힐링 냥이영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만한 작품으로

남자 주인공의 서글서글하고 착한 눈매가 오래 기억에 남았던 영화였다.

 

냥이에게 빠져본 사람은 냥이의 매력을 잘 알 것이다.

그들은 이름을 불러도 지 기분 내킬 때만 움직인다는 것을.ㅎ
두 길냥이와 운명적으로 엮이어 그냥 자연스럽게 그들의 집사가 되어버린 남자의 냥이 관찰기로

이야기는 짤막하고 간단하게 그려져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너무 오랜만에 보아서인지

그림을 읽어내려가는 순서를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림은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그게 매력인 책이다.
그래서 꼬미와 레오의 큰 눈망울을 보고 있노라면 냥이의 엉뚱 발칙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냥이의 습성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또 그들을 돌보는 입장이 아닌 

공존함으로써 얻게 되는 감성치유느낌이 더 강한 이야기로
냥이를 한번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끔 한다.
더욱이 개를 키워본 사람들은 정말 습성이 다른 두 애완동물의 차이점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나도 냥이를 키우기 전 코커 스파니엘 세 마리와 동거했었지만 지금은 냥이의 매력에 더 푹 빠졌으니 말이다.

 

 

 책은 영화보다 내용이 더 간결했다. 하지만 생동감 있는 냥이 캐릭터가 내내 웃음을 자아낸다.
그래서 한없이 친근감을 느낀다.
엔딩 부분에서 느꼈던 슬픔이 영화 보단 덜 하긴 하지만
냥이로 인해 달라진 주인공의 삶에 대해서는 진하게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냥이를 처음 집으로 데려온 날 엄마와 떨어져 버린 놈이 안쓰러워 토닥여 주면서 재웠던 기억,
또 겨드랑이를 파고들어 꾹꾹이를 해서 놀랐던 일, 새벽마다 우다다 쫓아다녀 자고 있던 내 얼굴을 짓밟고 지나간 일 등
그 사이 소소한 추억들이 쌓이고 쌓였다. 비록 털 때문에 두세배는 더 부지런함을 떨어야 하긴 하지만 말이다.

누구나 좋아할 심플하고 깜찍한 캐릭터와 심플한 내용은 다양한 독자층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책이다.
우리나라도 냥이를 키우는 집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냥이가 많은 이들의 시선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닌 긍정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 함께 따뜻하게 공존하길 바라본다.
또한 지나가다 마주치는 길냥이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길 하나 더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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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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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 외에 너에게 상처 입힐 사람은 아무도 없다. -p.19

 

 

이번 신작은 그녀의 소설인생 전반을 잘 모른다면 그녀의 글과 함께 호흡하기에 모자람을 느낄 수도 있겠다.
내가 공지영이란 작가를 처음 알게 된 책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였고 그 이후 출간된 책들도 거의 보았다. 그래서 그녀의 책을 만나는 동안 그녀의 생의 굴곡도 함께 느끼며 지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특히 그녀가 사회의 부조리에 반기를 들거나 구린내 진동하는 권력에 맞서고 사회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아끼지 않는 모습에 더욱 매료된 적도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SNS에서 열심히던 시절 덩달아 여러 뉴스 매체의 타이틀로 등장하고 사라지길 반복하는 그때, 그녀에 대한 비방의 글로 도배된 댓글에 한껏 열을 올린 적도 있었고 종교에 대해 늘 싸늘한 시선을 두고 있는 내게 천주교에 대해서만큼은 조금 유순해진 적도 있었다. 발끈할 땐 발끈할 줄 알고 또 한없이 공감해야 할 땐 공감력을 발휘하던 그녀가 당차고 소신 있는 작가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단편을 묶어 놓은 그녀의 책은 그리 낯설지가 않았다. 오로지 그녀가 말하고자 했던 것들이 이 짧은 단편들에 압축이 되어 있는 듯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친절하게도 문학평론가 강유정 님의 해설을 통해서도 충분히 우리는 그녀의 글에 대해 조목조목 살펴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이 책은 그녀가 이전에 발표한 단편들 5개를 실어놓은 책이다. 그래서 그녀의 새로운 신작 소설을 만나길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다소 실망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장편 못지않게 이 단편을 읽고 나서 생각이 더 많아지는 건 아무래도 단편이 주는 힘이 아닐런가 한다.
뭐니 뭐니 해도 다섯 단편 중 가장 각인이 되는 이야기는 이 책의 제목인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이다. 벌써 작가님의 북미팅을 통해 글이 숨은 의도에 대해선 이미 알고 있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우선 실화인 듯 아닌 듯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야기에 전설의 고향이 생각날 만큼 소름이 살짝 돋는다. 다른 생명체의 기를 빨아들이고 가까스로 생명을 이어가는 할머니 이야기는 읽는 내내 그녀의 숨은 의도가 느껴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역시 공지영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까지 그녀가 보아왔던 삶의 부조리와 보이지 않는 권력의 잔임함에 더욱 날센 비판을 담아낸 것이라고 보아도 될듯했다.

이 세상에는 살아 있는 것들이 많다. 할머니보다 약한 것들도 너무도 많다. 할머니는 그래서 오늘도 죽지 않는다.
장마가 시작된 이래, 오래된 우리 집 정원에는 습기 차고 더운 공기가 진득하게 차 있다. 무언가 썩어가는 냄새가 난다.
비가 오면 잠시 사라졌다가, 싱싱하게 고개를 드는 자운영이나 여뀌의 풋풋한 내음을 압살하며 냄새는 다시 시작된다.
아주 오래전부터 아주 서서히, 그러나 격렬하게 썩어가는 냄새, -p.81

 

 

그리고 또 다른 단편[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서는 그녀의 가족사와 출생에 관한 비밀이 등장하는데 그녀는 결국 출생의 진실 유무가 여태껏 살아온 그녀의 본연의 삶을 뒤바꿀 수는 없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대조적으로 어느 날 갑자기 간첩 혐의를 뒤집어쓰고 모진 고문을 받고 풀려난 청년의 인생과 전두환 정권 시절의 희생양인 교수 K의 삶 등은 본연의 삶을 되찾지 못하고 저물어버린 사람들의 대표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 TV 프로에서 본 전두환 회고록의 실체 때문에 가뜩이나 화가 나 있었는데  전두환 정권 시절 고문 피해자 K 교수의 이야기에 끊어 오르는 분노와 먹먹해지는 아픔을 떨치기가 힘들었다. 그 억울한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빌어야 하는 놈이 회고록이라니..

우리 삶에서 가장 하기 힘든 일은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는 일이며 우리 삶의 비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역시 끝없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며 사는 것이라고. -p.125

 

 단편마다 실려 있는 삽화가 매력적이다. 모든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는 그림에 시선이 자연스레 고정된다.

 

" 이 등신아, 세상 불공평한지 이제 알았어"라고 말하는 순례의 말 한마디가 모든 걸 말해주는 [부활 무렵]에선 물질이라는 욕망과 빈부격차에서 느껴지는 삶의 패배감에 한없이 초라하고 비참함을 느끼지만 그래도 고단한 삶 속, 그 끈을 놓지 않을 희망은 공감력과 삶을 향한 연민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죽는 거보단 조그맣게 약한 게 나은 거라고 달래면서.

마지막 단편 [맨발로 글목을 돌다]에서는 그녀의 작가의 인생과 그녀 자신의 인생에 대한 고뇌를 느껴볼 수 있었는데 납북당한 일본인 번역가 H 씨와 위안부 할머니, 그리고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등 쓰라린 역사적 사실을 교훈 삼아 자신을 위안 삼고 스스로를 달래고 치유한다. 또한 굴곡 많던 청춘시절을 버티게 해준 그녀의 글쓰기 인생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들춰봄으로써 작가로서의 진정성을 느껴볼 수 있었다.
때론 나보다 조금 더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극한의 상황 즉 끔찍하고 처절했던 역사를 들춰봄으로써 현재의 삶에 대해 조금 더 유순해지고 겸손해짐을 느꼈기에 정말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생각을 언어로 표현해 소통하고자 하는 행위는 언어 자체의 한계에 궁극적으로 방해받는다.
......(중략)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이라는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를 잡아 수 없이 핀으로 고정시키고 상자에 넣는 일, 죽어 핀으로 고정된 채 상자 속에 넣어진 나비에게 다시 숨을 불어넣는 것은 그 글을 읽는 사람들의 숨결 없이는 불가능하다. -p.185

"글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는 말 ‥‥‥선배가 그런 말했거든. 그 말 생각한 거야. 그래서 병가 내고 책 많이 읽었어. 읽었던 책도 또 봤는데 세상으로 향하는 문이 하나 더 열리는 그런 느낌. 그 문을 여는 열쇠는 고통이었어. 운명처럼 보였던" -p.214

 

 

소설은 시종일관 담담하다 우울하다를 반복하지만 그녀의 녹록지 않았던 인생에 함께 뒹굴었던 그녀의 모든 생각들이 함축적으로 드러나 있다. 그녀의 능력으로 사회를 바꾸는데 힘도 실었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해도 될만해 보이지만 때론 무너지고 도망가고 숨고 싶던, 유명 작가라는 떠안아야 하는 불편한 시선마저도 감내해야 하는 그녀의 속내까지 고스란히 전해져서 마음이 아렸다. 
어찌 되었든 시간이 흐르고 인간이 성장한다.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는지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이렇듯 문학이, 그리고 타인의 삶을 통해 얻어 가는 성장의 원동력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식 날 대강당에 걸려 있던 '걷는 자만이 앞으로 갈 수 있다'라는 표어처럼 여태껏 그녀를 만나온 독자로써 한걸음 한걸음 그녀의 글에 빠져들었고 지금도 내 인생의 거름이 되어 나를 지탱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로 돌아온 그녀, 어쩐지 내겐 '공지영은 죽지 않는다'로 해석이 되었다.
그녀를 사랑하는 독자로, 그리고 동시대를 살고 있는 여성이자 엄마라는 공통된 분모를 가진 행운으로 난 이제 그녀의 천부적인 재능이 다시한번 피어날 또 다른 장편소설이 태어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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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내공 - 이 한 문장으로 나는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웠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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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마음의 형태이자 정신의 구현이다.
- p.11

 

 

자신을 지탱해줄 내공의 문장을 하나쯤 머릿속에 저장해 두고 있는가?
우리는 독서 외에도 수많은 현자들의 말을 접할 기회가 많지만 흘려보내는 말들도 많다. 또한 그러한 문장들을 다이어리나 귀퉁이에 적어 본 이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러한 문장들을 인생의 지침으로 삼고 실천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여기 이 한 줄 내공이란 책은 그러한 문장들이 지니는 의미와 저자가 몸소 느끼는 바를 적어나간 책이다. 뻔한 내용들인듯하지만 한 번쯤 힘들 때 바라보면 정신이 번쩍 들고 하는 그러한 문장들 말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처럼 말과 글이 지니고 있는 파워는 엄청나다. 실로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나를 제자리로 돌려놓은 것도 말과 글이었다. 독서에 독서를 거듭하고 마음 가는 대로 쓰기에 집중한 시간은 더더욱 내 삶의 원천으로 자리 잡았고 결국엔 나와 타인과의 삶에서 무엇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책의 저자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었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도 그와 비슷한 이유이다. 나는 내가 느낀 것보다 더 많은 인생 경험을 한 그에게 더 많은 소스와 삶의 내공을 얻고 싶어졌다.

우리는 삶의 양면성에 모든 걸 부여하려 한다. 특히 성공과 실패라는 초점에 삶의 구도를 잡으려고 하다 보니 늘 시작만 창대하고 끝은 보이지도 않는다. 작심삼일보다 더 한 결과만 드러내기 일쑤이다. 그래서 우리가 늘 놓치고 사는 중간의 변수들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여기서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도 이 부분이다All or Nothing 사이 수많은 변수에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다양한 결과에 따른 이해관계를 잘 해석하는 능력 또한 긍정적 마인드에 기인하므로 조금만 긍정의 여유를 찾고 넓은 사고를 위한 마음의 자세만 열어놓아도 조금은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다.

과도한 목표와 허상은 오히려 삶을 망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생의 내공을 경험으로만 습득하기엔 오래 걸린다. 그래서 독서가 필요하다. '성공 유전자를 깨우라'라는 의미처럼 긍정의 힘을 믿고 한 단계씩 점진적으로 나가다 보면 되려 뜻하지 않은 곳에서 일이 잘 풀리기도 한다. 이런 부정적인 마음을 지워나가는데도 책만 할 것이 없다는 사실, 책은 부정적 생각의 지우개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이다.

 

긍정의 힘을 말하는 영문장
Dream is nowhere -> Dream is now here
Impossible -> I'm possible


20대들이 자존감이 가장 떨어질 때가 타인의 SNS를 볼 때라고 한다는 사실은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피끊는 청춘일 때 이도 저도 안되는 막다른 길에 놓인 그들에겐 아마도 적잖은 심리적 부담이 되리라는 건 이해하지만 무엇보다도 독서습관을 생활화한다면 분명 내 인생의 가치가 상승되는 지점이 분명히 올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무조건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금방 읽히는 책이지만 책 모서리를 접은 수만큼 인생의 플러스로 남을 것이다.
읽으면 반드시 삶에게, 그리고 나에게 조금 더 관대해질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책을 덮으며 독서의 릴레이를 경험하였다. 며칠 전 읽은 「리허설」 중 겹치는 글귀가 있어서 반가웠으니 말이다.
"인생이란 상연되지 않는 연극을 위한 리허설에 불과해." -영화 아멜리에 중에서

그리고 내가 최근에 나의 한 줄 내공으로 삼고 있는 문장도 남겨보고 싶다.


"너 자신 외에 너에게 상처 입힐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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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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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은 쉴 새 없이 나를 매혹하고 자극하고 내게 극을 보여주고 이야기와 시를 들려준다.
두 다리로 부지런히 거리를 누비는 수모만 감내하면 아무것도 걸리적거릴 것 없다.

혼자 런던을 걷는 시간이 내게는 가장 큰 휴식이다."
(1928.5.31 일기에서)

 

 

 

이 책은 소설가 이전에 에세이스트이자 비평가였던 버지니아 울프가 1931년부터 1932년까지 [굿 하우스키핑]이라는 잡지에 격월로 연재한 '런던 풍경'시리즈 중 6편을 담은 책이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포켓북 같은 개나리 같은 느낌의 이 책은 그녀가 얼마나 런던을 사랑했는지를 느껴볼 수 있는 책이다.
런던을 살던 이들에겐 익숙한 풍경이겠지만 그녀의 눈에 비친 런던의 일상은 그녀에겐 안락함이었다 보다. 세계의 중심지로 부상하던 런던의 역동적이고 이중적인 모습을 정직하게 담아내고 그녀가 배회하던 그 거리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베여있다.

도시 풍경을 고스란히 글로 담아내는 일, 산책을 하면서 그녀의 오감에 고스란히 녹아내린 일상을 다시 끄집어낸 점에 그녀가 뛰어난 관찰력을 지녔음을 알 수 있었다. 읽으면서 카메라를 따라가고 있는 듯한 느낌과 그녀가 조용히 내레이션을 읊어대는 느낌에 내 마음도 차분해졌다. 시대를 풍미하고 무역의 중심이었던 영국 런던과 그 뿌리 깊은 역사의 장에 나도 발걸음을 옮겨 보고 싶은 욕구가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역사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그녀의 글들로 채색이 될 때면 런던에서 태어나지 못한 나의 운명이 조금은 부당하지 않은가라며 탓도 해 보았다.

 

 

자, 지금부터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가보자..
그녀는 런던 부두에서 시작해 시인 키츠의 집을 거친 후 세인트폴 대성당에서의 웅장함과 고즈넉함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하원 의사당에서의 동상에 대한 그녀의 예리한 견해를 덧붙이고 마지막으로 런던 주택가 골목, 런던 토박이로 생을 살던 평범한 크로 부인의 응접실과 일상 등을 소소하게 담아내고 있다.

런던의 새로움과 낡음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더욱 두드러진다. 대수로운 물건의 가치들이 대수롭지 않게 변화하고 그 안에서 삶을 이겨내고 있는 이들의 땀 냄새까지도 전해져 오는 듯하다. 속도의 무질서는 거리의 무질서와 동등하게 변화하고 그곳에서 힘을 내뿜는 이들의 강한 고함소리에 도시는 새로움을 덧붙여간다. 그러한 면모들을 안타까워하며 그녀는 강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빈약함, 종잇장 같은 석재, 가루 같은 벽돌은 우리 시대의 경솔과 허식과 조금증과 무책임을 반영한다고 말이다.
런던의 현대적 매력은 지속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런던은 사라짐을 목표로 세워진 도시다. -p.36
삶은 투쟁이고, 모든 건축물은 소멸하며, 모든 과시는 허영임을 이 촌스럽고 천박하고 번잡한 거리가 우리에게 상기시킨다는 사실 말이다. -p.41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거닐던 그녀의 눈에 비친 산자와 망자에 대한 섬세한 묘사는 그 웅장함을 드러낸 건물만큼이나 격렬하였음을 느껴볼 수 있었으니 영국 역사 책을 꺼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여 웨스트민스터 경내는 쉴 새 없이 고성들이 오간다. 단호한 몸짓과 인물들 특유의 자세가 경내의 평화를 깨뜨린다. 벽마다 발언과 주장과 실증이 들지 않는 곳이 어느 한구석도 없다. -p.66

그녀의 의식의 흐름은 평범한 부인의 응접실에서 살아났다가 조용히 사라진다. 일상들이 살아서 이야기로 떠다니던 자리. 그곳에서 여성들이 지켜온 가정에서의 일상들이 런던의 삶으로 대변되고 있다.

 

 

 

옮긴이의 말처럼 글쓰기는 고독함이다. 그러나 그 글을 만나는 독자에겐 강한 유대감을 안겨주는 듯하다. 이미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통해 그녀를 좀 더 느끼게 되었고 그녀의 소설을 더 사랑하게 될 것 같기 때문이다. 항상 그녀를 떠올리면 그녀의 마지막 선택에 안타까움이 가장 컸지만 온전히 그녀가 숨 쉴 때의 모습은 애정으로 가득했음을 이 짧은 에세이를 통해 느끼게 되어 좋았다. 
나도 애정을 담뿍 담을 수 있는 나만의 도시를 정해놓고 싶어졌다. 산책을 하면서 마음껏 촉수를 열어놓고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면모를 지녀보고 싶어졌다.

 

 

"어제는 아주 보람 있는 하루였다.
글 쓰고 산책하고 책을 읽었다."
(1934.8.30 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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