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으로 읽는 용선생 세계사 6 : 격변하는 세계 1 - 르네상스, 종교 개혁, 신항로 개척, 오스만 제국의 부상 교양으로 읽는 용선생 세계사 6
이희건 외 지음, 이우일 그림, 윤은주 외 감수, 박기종, 세계로, 정지윤 / 사회평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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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던 용선생 세계사 그 5권과 6권이 출간되었네요. 저에게 온 책은 6권으로 격변하는 세계 1입니다.
오스만제국의 부상, 르네상스, 종교개혁, 신항로 개척 등 유럽 대륙의 역사에 대해 공부해 볼 수 있는데요.
늘 그렇듯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많답니다.
우선 역사를 좋아해서 6권 이전에 읽었던 난처한 미술 이야기 3권과 대세 세계사로 기반을 다져놓은 뒤라

6권의 내용들이 더 반가웠어요.
용선생 책이야 워낙에 인지도가 좋기도 하지만 이번 세계사 책은 무엇보다도 

집필진들의 노고를 곳곳에서 느껴볼 수 있답니다.

, 이렇게 또다시 용선생과 아이들의 수업이 또 시작되었는데요.
장하다, 나선애, 왕수재, 허영심, 곽두기 이 다섯 아이들의 캐릭터에 맞추어 녀석들의 맡은 역할도 돋보이는데요.
이전 수업내용을 잘 기억하고 있는 나선애와 독자가 궁금해할 질문들을 잘 던져주는 다섯 친구들의 진지한 수업태도와
용선생의 재미난 역사 이야기도 귀에 쏙쏙 들어온답니다.

각 단락의 시작을 알리는 첫 페이지에는 현재 모습의 사진이 전면을 차지하며 시선을 잡아끌어요.
그리고 나라 곳곳의 특색 있는 모습과 문화음식을 구경한 후 서서히 역사 속으로 들어갑니다.
무엇보다 빠질 수 없는 지도 그림은 다른 책에서 볼 수 없는 지형 지도를 사용하여 시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우측 하단에 표기된 연도를 통해 전반적인 흐름을 보고 시작할 수 있어요.
명칭이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기는 어렵더라도 내용과 지도를 번갈아 보며 설명해주니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면이 보이더라고요.
아무래도 그림이 주는 시각적인 효과가 문자보다는 크기 때문에 그림으로라도 기억한다면
한층 세계사의 문턱에 다가서는 게 아닐까 합니다.

 

 무엇보다 사진의 퀄리티가 우수하고 그림 자료 또한 컬러감이 좋다는 게 강점이에요.
1교시의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전경도 환상이지만 블루 모스크 사진은 다른 책에서 볼 수없었던 모습으로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꼈답니다. 에스파냐 항구도시 세비야의 그림 같은 풍경에 넋을 놓고 바라보았는데요.

정말 이 외에도 유럽 국가들의 모습이 으찌나 아름다운지

역사 책이 아닌 여행책자라고 해도 될 만큼 사진이 주는 유혹이 상당하답니다.
당장이라도 배낭을 싸고픈 욕구가 일어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더더욱 그 욕구를 자극하는 사진은 바로 각국의 음식 사진이었어요.
지금은 네트워크로 인해 지구촌 곳곳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
각 나라에 대해 더욱 흥미를 부여해줄 지구촌 먹거리에 대한 소개가 들어간 점은 정말 신선했어요.
비엔나소시지의 고향과 츄파춥스의 고향이 에스파냐라는 사실과
아이들이 놀이공원서 즐겨 사 먹던 추로스도 에스파냐의 간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하였죠.
음식의 역사와 이동경로 등을 알아보는 재미와 무엇보다 낯선 음식에 대한 호기심은

 해당 국가들을 공부하는 신호탄도 되었답니다.

 

 

책에서의 장점은 그 외에도 참 많은데요.
캐릭터와 만화를 적절히 이용하여 그 시대를 잘 설명하고 있으니 당연히 아이들의 시선을 잡아끌지요.
어려운 용어는 측면 용어 사전에서 따로 부연 설명을 덧붙였고요.
최대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혼돈이 오는 부분은 그림이나 도표로 차근차근 설명해 놓았답니다.
중요한 인물들의 사진도 빼놓지 않고 실어놓았으며 명화를 통해서도 사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답니다.
세계사의 방대한 부분을 핵심만 뽑아도 그 분량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과의 대화 형식으로 잘 풀어내가고 있는 점도 큰 강점이지요.
아직은 초등학생에게 낯선 용어와 종교전쟁 같은 의미는 도통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 어려워하였어요.
그래도 종교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목숨이 사라진 점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네요.^^
제국이 탄생하고 번영하고 쇠퇴하는 과정을 쉽게 설명하여도 헷갈려 하는데요. 아무래도 용어가 익숙하지 않은듯하네요.
그나마 6권에서는 르네상스와 신항로 개척이 흥미로웠다고 합니다.
특히 포르투갈과 에스파냐를 축구와 관련이 있다 보니 좀 더 집중하더라고요.

 

 

역사의 여담이나 덧붙이는 이야기는 단락이 끝나는 지점인 용선생의 세계사 카페에서 즐겁게 노닐 수 있어요.
아이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 있는 부분이 이 역사 카페에 있는데요.
아직까지 세계사를 버거워하는 아이들은 이 부분을 더 좋아했답니다.
2차대전 당시 히틀러에 의해 인종청소를 당했던 유대인의 역사를 짚어보고
그들의 박해가 언제부터 이루어졌으며 왜 그래야만 했는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보았고요.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당시 영웅 잔 다르크의 일생에 대해 그림동화처럼 읽어주니 흥미를 보였답니다.
그 외에도 프레스코화를 그리는 장면이라던지 신항로 개척시 선원들이 배에서 생활하던 모습 등을 그림으로 보면서 
그 시대 사람들의 지혜와 생활 모습 등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었답니다.
그래서 용선생 역사 카페는 부모가 세계사에 어느 정도 지식이 있다면

아이들과 더 재미난 시간을 만들어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개인적으로도 이번 6권의 책장을 넘기면서 감탄한 페이지는 아무래도 정말 다른 책에서 볼 수없는 그림 작업들인데요.
하나의 책을 만들기 위해 고심한 흔적에 감사한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원근법 그림과 성당의 천장화와 조각상을 통해 

중세 시대의 르네상스가 얼마나 화려하게 꽃을 피웠는지 함께 들여다보고
또한 미술작품과 역사를 함께 연관 지어서 설명하니 재미있어 하였답니다.
타지마할의 공사 규모에 관한 이야기에 덧붙여 건축 중인 세밀화 그림은 이해도를 한층 높여주었는데요.
건축 시간과 동원된 인원의 수가 참으로 놀라웠어요.
카페에서도 다시 한번 설명하고 있는 내부의 장식과 벽면의 재료 등을 보면서

훔쳐 가기 좋아했던 영국인들이 원망스럽기도 하였답니다.
이렇듯 아이들에겐 낯선 무굴제국의 이야기는 좀 더 흥미로운 이야기로 기억되었어요.

 

 

이번에도 나선애는 모범생답게 노트 정리도 똑 부러집니다.
모범생의 노트는 우리 아이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좋은 자료인 만큼

아이들이 정리란 이렇게 하는 거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한 단락이 끝나면 간단히 테스트를 해 봄으로서 잘 이해했는지 다시 한번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요.

아직은 먼 이야기이지만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읽어보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아요.
세계 여러 나라들의 이해관계를 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세계사를 알아야 하고 
무엇보다 세계사가 어려운 과목이 아님을 알게 해 주는 일이 제일 중요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현재의 각국의 모습과 과거의 모습들을 비교해보고 그 역사적 흐름을 이해하게끔 잘 지도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그러한 면에선 용선생 세계사가 흥미와 재미라는 두 타이틀을 잘 거머쥔 듯합니다.
용선생 한국사를 읽었던 지인이 세계사 책의 구성에 대해서 묻기에 주저 없이 엄지척했답니다.
앞으로 계속 출간될 책이 기다려지는 독자로 집필진분들에게 응원의 엄지 척을 보내고 싶네요.
아이들을 위한 세계사 책이지만 세계사에 입문하는 어른이라도 용선생 시리즈로 시작한다면 재미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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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꾼 우리나라 외교관들 반가워요! 역사 속 인물 1
이지수 기획, 최은영 글, 강전희 그림 / 해와나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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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아이들에게 직업에 관해 간접 체험을 해 줄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인데요. 
아쉽게도 각종 미디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서 속상하기도 하네요.
게다가 단편적이고 일회성이 짙은 정보들은 뇌 속에 그리 오래 머물지 못하기도 하지만
점점 더 아이들은 영상의 흥미에 빠져서 책은 점점 뒷전이라 아쉬움이 큽니다.
그래도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어요? 
아이들과 입씨름하는 일도 내려놓고 좋은 책을 선별해서 읽어주는 방법이 제일인 것 같은데요.
아직 외교관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잘 이해시킬 수 있는 책이 눈에 띄었답니다

이 책은 외교관이라는 직업이 하는 일을 역사적 인물 속에서 찾아보고
그 인물들의 업적에 관한 일화를 만나봄으로써 역사 공부도 하고 외교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어요.
저자도 언급하지만 관계라는 좁은 틀의 범위를 확장하면 나라 간의 외교를 쉽게 이해할 수 있듯이
아이들은 친구들과의 관계를 잘 떠올리면서 외교를 이해하면 쉬울 거라고 언급합니다.
한 나라의 위기를 어떻게 지혜롭게 잘 이끌어나가는지에 살펴보고 또한 함께 고민도 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어요.

우선 각 시대별로 외교관 역할을 담당했던 인물들을 통해 그 시대에 대해 짤막하게 알 수 있고
외교관의 나라사랑하는 마음과 넓은 안목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답니다.

 

 

아직은 한국사가 낯선 딸아이에게 머나먼 삼국시대가 낯설 수밖에 없는데요.
삼국의 상황과 당나라 간의 나라별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한 후 김춘추의 일화를 접하니

김춘추가 정말 대단한 일을 하였다고 거드네요.
이렇게 외교관의 이야기를 통해
삼국의 관계와 당나라 간의 외교를 들음으로써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게 된 사실에 대해 조금 알게 된 셈이죠.
조선시대 조엄의 일화에서는 고구마가 들어오게 된 이야기에 더 관심을 보였어요.
조선통신사의 여행 경로에서 일본도 조선이 침략할까 걱정을 했다는 사실은 의외였어요.

그렇게 침략하기를 좋아하는 나라에서 말이죠.
마지막으로 반기문의 이야기는 조금 새롭기도 했어요.
유년기의 그의 모습과 꿈을 이루기 위한 열정은 그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이 조금 씻겨 내려가기도 하였답니다.
아이에게도 유엔사무총장의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이며
국제적으로 우리나라의 위치가 얼마나 높은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답니다.

이 외에도 나라를 위해 애쓰고 노력하신 훌륭한 인물들이 더 많을 거예요.
아직은 전반적인 내용이 머릿속에 그려지지는 않을테지만 나중에 한번 더 찾아 읽어볼꺼라고 생각해요.
역사와 인물을 함께 공부하면서 나라에 대한 긍지도 느끼고
앞으로 세계적인 무대에서 우리나라가 더욱 그 위치를 단단히 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힘을 길러야함을 느낄꺼에요.
좋은 책을 읽으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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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의 인문학
토머스 W. 호지킨슨 & 휴버트 반 덴 베르그 지음, 박홍경 옮김 / 마리서사(마리書舍)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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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의 인문학이라고 해서 인문학에 관한 잡다한 이야기들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정작 펼쳐보니 그게 아니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읽다 점점 읽는 속도가 뎌더졌다. 지루해서가 아니라 인물들을 검색하고 찾아보고 또 연관된 소설이나 작품들을 찾아보느라 진도가 더디게 나갈 수밖에 없었다. 공부하는 학생처럼 일일이 책 귀퉁이에 낙서도 해가면서 말이다. 아마 내가 읽은 책 중에 포스트잇이 제일 많이 붙여진 책일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건 어떻게 이렇게 각 인물들의 공통점을 찾아 흥미롭게 묶어놓았는지 일일이 분석해놓은 저자들의 재주가 놀라웠고 그리고 첫 장의 인물과 마지막 장의 인물의 연결고리를 발견한 순간 그 놀라움은 경이로움으로 바뀌었다.
그들의 색인을 보는듯하지만 각 인물들의 특출났던 부분을 부각시켜 놓음으로써 우리가 일상 속에서 그 해당인물들을 한 번쯤 연관시켜 생각해 볼 수 있게끔 유도한다. 그러나 문제는 난해한 인물들이 많다는 점도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평소 다독을 통해 지식이 많거나 아니면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손뼉 치며 쪽쪽 흡수가 가능하겠지만 나처럼 처음 듣는 인물들이 더 많은 독자들은 과연 내가 이들을 대화의 장에서 거론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만 남았으니 말이다. 더구나 사람 이름만 생각하려고 하면 미친 듯이 떠오르지 않는 내 상태를 감안한다면 잡담보다는 다른 책과의 연결고리를 찾았다는 점이 더 유익하였다. 그래서 내겐 더 좋았던 책이다.

책에 나온 인물들은 그 세기를 거치고 문학뿐 아니라 역사에서 그 이름을 당당히 남기고 간 사람들이다. 책 중에도 잠깐 그러한 부분이 나오긴 하지만 문인이라면 지녀야 할 핵심 요건이라도 되는 양 불우한 어린 시절과 더불어 하나같이 그들의 삶은 극단적일까. 평범함을 거부한 건지 아니면 지나치게 자존감과 자의식이 강했던 건지 도덕적인 삶을 거부한 이들, 그리고 세상에 녹아내리지 못하고 미치거나 자살한 이들, 특출난 자들은 뭐가 이리 삶도 별난 것일까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목차만 보아도 그들의 삶은 꽤나 흥미로웠다.

 

 

 

인물의 다양성은 작가나 화가에 그치지 않고 미술품 수집가, 건축가, 혁명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사람들로 두 페이지에 서술하고 있는 분량만으로는 성에 차지는 않지만 그 인물들의 주제(?) 적 느낌은 어느 정도 전달이 된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극찬한(지구에 사는 즐거움을 진정으로 배가시켜 준 인물) 수필가 몽테뉴의 글이 궁금해서 꼭 찾아보아야지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선 좀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소설이 장황해서 현기증이 난다는 표현에서 그녀의 소설을 다시 보아야겠다는 생각도 일게 했다.

그리고 어느 책이든 말의 어원이나 유래는 그 즐거움이 배가 되게 되는데 (차라리 이런 것들이 대화에서 더 아는체하기 좋은 소재들이 아닐까 한다.) 기원전 7~6세기를 산 시인 사포에 대한 이야기 중 레즈비언에 대한 어원과 BC 287~212년경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에 대한 유래, 1920~1993년의 영화감독 페데리코 페리니의 일화 중 파파라치의 유래, 그리고 소설가 시어도어 드라이저가 1912년 타이타닉호에 승선할 예정이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돈을 아끼기 위해 다른 배로 갈아타 수장될 위기를 모면했다는 뒷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이렇게 타이타닉에 관한 인물은 거의 뒤쪽에 있긴 하지만 첫 장에서 그 연관 관계를 또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이 흥미로운가 보다. 책을 다시 펼쳐보면 또 다른 짝을 찾아낼 수 있다. 첫 장을 열고 있는 페기 구겐하임은 타이타닉 호의 침몰(신사답게 죽음을 맞이하겠다며 브랜디와 시가를 달라던 노신사가 바로 그이다.)로 사망한 벤저민 구겐하임의 둘째 딸로 그녀의 다큐영화도 나와 있으니 찾아보면 더 흥미로울 것 같다. 게다가 파티걸이었던 그녀 주위엔 당대 잘 나가던 인물들이 수두룩했기에 여러 인물들과의 인물도도 꽤나 흥미 있을 것이다.
며칠 전에 본 미술사 책에서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이 영향을 받았다던 일본 작가의 이야기가 잠깐 언급된 적이 있었는데 가츠시카 호쿠사이에 대해서 간략하게 알게 되었지만 그녀의 삶과 작품은 기억 속에 오래 머물 듯하다.

이미 귀에 익은 작가들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는데 도스토옙스키도 수많은 좌절 끝에 걸작이 탄생하였고 『보바리 부인』의 귀스타브 폴로베르는 작가로서의 고뇌적 삶을 제대로 산 인물로 진정 위대한 작가라고 칭할만하였다. 하지만 별난죽음편에서의 여섯 인물의 삶은 애처롭고 섬뜩하기까지 하다. 시신이 도굴되고 전시장에 전시되어 있거나 해부되는 등 그 정도가 기이하다. 체 게바라는 마력을 지닌 인물이긴 하나 위생상태가 엉망이라 돼지라는 별명이 있었다고 하는데 더 웃긴 건 마오쩌둥은 역사상 가장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인물이었다고 하니 그 당시의 위생상태를 상상한다면 코를 틀어막고픈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단명한 천재 편에서 결투를 벌이다 사망한 푸시킨과 기아로 사망한 프란츠 카프카 죽음도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그들이 왔다 갔기에 우리는 더 나은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오히려 더 많은 지식을 알아야 한다는 부담감은 정작 지식의 가벼움을 낳을 수가 있다. 지식은 거만을 떨기 위한 용도가 아니다. 다만 이런 책들을 통해 좀 더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장이 열리고 내면의 둑을 더 다져보는데 열의를 쏟는다면 더 나은 나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온 대기가 더위의 열기를 머금고 있는 8월에 뇌까지 녹아내리는 듯 멍한 상태에서 책의 막바지에 이르러 한 줄에 기운을 건져내고 책장을 덮었다.
" 바람이 분다 ‥‥‥. 살아야겠다." - 폴 발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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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로 풀고 세기로 엮은 대세 세계사 2 - 14세기부터 21세기까지 대세 세계사 2
김용남 지음, 최준석 그림 / 로고폴리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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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벽돌책만 한 두께감의 역사서적을 읽고는 좀 지친 뒤였었는데 이번엔 술술 잘 읽히는 역사 책을 만났다. 덕분에 꼼꼼히 읽기도 했지만 14세기부터 21세기를 훑어봄으로써 흩어져있었던 세계사 흐름의 가닥이 잡혔고 더불어 다채로운 지식을 던져준 책이라 더 좋았다. 우선은 세기별 지도를 넘겨 보면서 땅 위 각국의 이름이 점점 얹히고 더해져가는 모습들을 한눈에 보니 역사 속 처절한 피의 아픔과 인류의 위대함이 함께 전해졌다.

실로 다양하고 요구 사항이 많은 독자들에게 역사서적이 지나치게 서술형식으로 되어 있다면 외면받기 십상이다. 그래서 책을 만드는 이들은 그런 독자들을 고려하여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을 선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이 책 또한 무엇보다 저자의 오랜 고민과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조카의 세계사 등급을 1등급으로 올려놓았다는 그만의 노하우를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까지 더해졌다.

우선은 방대한 세계사를 동서양으로 나누어 설명하지 않는다. 한 시대를 설명하면서 동서남북을 훑어가며 이 나라 저 나라의 정세를 같이 이야기하고 게다가 정치, 경제, 문화를 담당하는 가상의 패널들을 내세워 이야기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 신선하였다. 작년에 읽었던 역사 책보다 훨씬 이해가 빠르고 전반적인 흐름이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기 시작하니 더욱 진도가 술술 나갔다. 중간중간 재미있는 삽화와 사회자의 질문은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달래주는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였고 다양한 관점에서의 서술은 다각도의 시각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번 대세 세계사는 1권에 이어 그 두 번째 책으로 14세기부터 21세기까지의 역사를 다룬다. 물론 그 방대한 역사를 한 권으로 정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우리는 이 한 권으로도 충분히 잘 몰랐던 그 시대의 굵직굵직한 흐름은 알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세기의 마무리를 한국으로 매듭지음으로써 한눈에 비교하여 이해를 돕는다. 세기별 큰 특징과 변화 및 전반적인 흐름을 정리를 해 주고 게다가 세계사 연표를 통해 한번 더 정리를 해 봄으로써 뒤죽박죽 헷갈렸던 그때 그 시절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연도까지는 정확히 모르더라도 몇 세기에 일어났던 일인지 알 수 있으니 기억하기도 좋지만 찾아보기에도 수월하였다.
알고 있던 세계사는 대체적으로 유럽 쪽 역사가 대부분이었는데 여러 지역을 고루 소개하고 서로 어떻게 연결고리를 지어가고 있는지 알려줌으로써 더 넓고 방대한 역사 공부를 한듯하여 무척 만족스러웠다. 더구나 강대국 위주의 역사 서술을 탈피하여 약소국이나 이름조차 몰랐던 국가들까지 언급되어 있어 새로웠다.

역사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밋거리가 여담이나 어원 및 유래 같은 이야기들인데 책에서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기억을 돕는다. 몰랐던 사실을 아는 재미도 있지만 잘못 알고 있었던 내용들을 바로잡아주는 등 독자들로 하여금 세계사의 흥미를 끌어내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많은 이야기 중 세기별로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몇 가지 소개하자면 14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이 몽골에서 전해졌다는 설이 유력하며(몽골 군대가 흑사병으로 죽은 시체를 투석기에 담아 성안으로 날려 보냈다고 함) 치료방법이라고 나와와 있는 방법들이 정말 미개하기도 했지만 얼마나 절박하였는지 느껴지기도 하였다. 결국은 면역력이 있는 사람만 살아남았는데 오히려 흑사병으로 인한 세계의 인구의 감소는 15세기 전성기의 토대가 되었다는 설이 흥미로웠다.
또 프랑스왕 필리프 4세는 템플기사단의 재산을 노려 거짓 죄를 씌워 체포하게 되는데 그날이 10월 13일 금요일 밤이었고 그 이후 13일은 불운을 상징하는 날로 자리 잡았다고 하니 절대 잊어먹지 않을 것 같다.
16세기 초 프랑스에서 르네상스가 시작되면서 식사할 때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고 몸에 향수를 뿌렸으며 최초의 발레 공연도 열었다고 한다. 또 그레고리력이 이용되어 본래 8월이던 October가 10월이 된 이유를 알 수 있어서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16세기의 무역망의 일등공신인 은의 경우 일본에서 은의 섬이라고 할 만큼 생산량이 많았다고 하는데 일등공신이 조선인이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조선의 양인 김감불과 노비 김검동이 연은 분리법을 개발하였는데 첨단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조선에서는 알아주는 이가 없었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했다.
군주의 권력이 강화된 17세기에는 무굴제국의 타지마할의 얽힌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말년에 샤자한이 갇힌 채로 8년간 아내가 묻힌 타지마할을 바라보다 쓸쓸히 죽었다는 이야기에서 반란으로 인해 절대군주도 우울하게 저무는구나 싶은 생각에 안타까웠다. 
유럽의 지배가 본격적으로 일어났던 19세기에는 나폴레옹에 관한 여담이 인상적이었는데 그가 키가 작다는 사실은 영국과 프랑스의 길이를 재는 기준이 달라서 생긴 오해이며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라는 말은 '성공학'을 만든 나폴레옹 힐이 한 말이라고 한다.
제국주의가 본격화된 19세기 역사에서 제국주의에 희생당한 원주민과 흑인 노예의 수를 보며 인류의 잔학함에 혀가 내둘러질 정도였다.
"백인에게 죽어간 원주민 수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전사한 사람 수보다 더 많으며, 백인에게 죽은 흑인 노예 또한 제2차 세계대전 때 수용소에서 죽은 사람보다 훨씬 많습니다." -p.343

이처럼 세기별 흐름도 익히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도 덤으로 알게 되니 세기를 기억하는데 더욱 도움이 되었고 또한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해설은 생각의 지평을 더욱 열어주었다. 저자의 엄청난 독서량이 느껴졌으며 그러한 지식으로 될 수 있으면 균형 잡힌 시각으로 서술하려고 노력했음이 보였다. 2권을 읽고 나니 13세기까지의 1권이 궁금해졌다. 세계사를 시작하는 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더욱 알찬 독서가 될듯하다.

마지막으로 21세기의 과학기술을 이야기하면서 언급한 유럽을 바꾼 4개의 사과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그리스 문명을 상징하는 파리스의 사과, 기독교를 상징하는 이브의 사과, 과학 혁명을 상징하는 뉴턴의 사과, 자유와 인권을 상징하는 빌헬름 텔의 사과. 거기에 정보화 시대를 상징하는 사과인 애플을 추가하고 싶네요. -p.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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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사회 - 증오는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가
카롤린 엠케 지음, 정지인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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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더라도 이것이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거나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일이 아니라면 그러한 현상에 대해 지나치는 경향이 더 크다. 쉽게 말하자면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난민 사태도 그들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크지만 어떠한 액션도 취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냥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만 생각해 왔다. 역사속에서조차 인간이 인간을 향해 있었던 여러 각도의 시각에 대해서도 인류의 지성이 발전해 오기까지의 과정으로만 여겼을 뿐 그것이 미래에도 악영향을 끼치며 해악으로 남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 이 책을 보면 인류의 그러한 혐오와 증오 주의는 늘 제자리걸음인듯하고 범죄의 양상은 더욱 교활하고 잔인해짐에 따라 어쩌면 더 퇴보하는 듯한 이미지도 보인다.

책의 저자 카롤린 엠케는 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는 저널리스트이자 지식인으로 그녀는 인류에게 가장 큰 문제점인 혐오주의에 대해 비판하며 우리에게는 사고의 반성과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한다. 주로 유럽 쪽 사회비판이 주를 이루긴 하지만 그러한 것들의 원초적인 사고는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려있는 타인에 대한 시선들부터 돌아보아야 한다는 점을 크게 시사한다. 각종 혐오나 증오범죄를 접하면서 느끼는 분노를 떠올린다면 얼마나 그 증상이 심각한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데 저자는 그러한 증상들이 만들어 내는 원인이 어디서 발생하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저자가 서두에서 말하는 미움받는 존재들의 열거는 증오의 축이 사방으로 뻗어 있음을 실감하니 사태의 심각성이 더 크게 다가왔다.

"유대인들, 여자들, 정치가들, 흑인들, 레즈비언들, 난민들, 무슬림들 혹은 미국, 정치가들, 서구인들, 경찰들, 언론들, 지식인들이 그렇다. 증오는 증오의 대상을 곧바로 겨냥하며 완벽하게 들어맞는 대상을 찾아낸다. -p.18

요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이러한 증오범죄와 혐오주의에 대한 기사를 접할 때마다 사랑, 희망이라는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걱정, 증오, 혐오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가지는 에너지의 파급효과가 훨씬 크다는 것을 실감한다. 며칠 전에 보았던 기사 중에서도 미셸 오바마가 인종 비하 발언을 들었을 때가 가장 속상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그러한 적대감은 대체 어디에서 뿌리내리고 있는지에 대해 답답함을 느꼈다.
책에는 집단 차별과 제도적 인종주의에 관한 동영상을 예로 들며 여러 각도로 분석을 해 놓고 있다. 난민들의 버스를 막아선 사람들, 흑인을 불신검문하면서 그의 인권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대하는 백인 경찰들. 결국 그 흑인은 숨을 거둔다. 분노를 넘어서 허탈하기까지 한 이 심정을 무어라고 얘기해야 할까. 강자가 약자에게 휘두르는 폭력보다 더 집단적으로 이념적으로 이루어지는 폭력이 더욱 무차별적이고 다수를 대상으로 죄의식 없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그러한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많은 이들의 분노를 사지만 정작 심각한 문제는 그러한 사태에 방조하고 있는 이들의 태도임을 느끼게 되었다. "I can't breathe"라고 외쳤던 그 흑인처럼 이 사회에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이들의 아픔을, 그리고 " It stops today"라고 말하는 순간의 절망과 아픔과 그리고 바람을 공감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타자의 배제에 관한 여러 상황을 동질성, 본연성, 순수성이라는 요소에 빗대어 그 인식의 틀안에서 빚어지는 증오와 혐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러한 성질들이 정치와 종교 등의 배경이 되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경우를 예를 들어 쉽게 납득시키고 있다. 이러한 것들을 보며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그 기본적인 명제조차 왜 지켜지고 있지 않은지, 더불어 민족, 종교, 성별, 그리고 집단 광신주의 등에 그 본질성을 따져보고 우리가 어떠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야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흔치 않은 현상이나 사람에게는 주의를 기울이거나 존중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자신이 공감해봐야 소용없다거나, 아예 공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셰익스피어의 세계나 헨델의 오페라, 또는 만화에 등장하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에 대해서는 기꺼이 공감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싶어 하지 않는가. " -p.164

그러면 안된다는 도덕적인 잣대만으로 지나쳐 버리기엔 우리 사회의 혐오주의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책에서는 인종과 난민이라는 큰 틀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나도 모르게 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누군가를 배제하고 낙인 찍는 일에 동조하고 있지는 않은지 주의를 기울이고 또한 내가 언제 어디서 혐오와 증오의 대상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쯤 가져본다면 그러한 생각들의 위험성에 대해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과 토론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겠다.
책을 덮으며 어쩌면 우리가 극혐이란 단어를 너무 남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한다.


증오와 순수의 광신주의에 맞서려면 시민사회와 시민들이 나서서 배제와 포함의 기술들에, 어떤 사람은 보이게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보이지 않게 만드는 인식의 틀에, 개인을 집단을 대표하는 표본으로만 보이는 시선의 체제들에 저항해야 한다.
.......
증오의 틀을 무너뜨려야만,
"전에는 서로 다른 것들만 보였던 곳에서 비슷한 것들을 발견할" 때에만 공감이 생겨날 수 있다.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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