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와 추상 - 13세부터 익히는 두뇌 사용법
호소야 이사오 지음 / 주니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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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컨설턴트 겸 저술가인 저자는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나 도시바에서 근무한 후 언스트앤영, 캡제미니, 쿠니에 등 외국계 및 일본계 글로벌 컨설팅 기업에서 업무 혁신 등의 컨설팅을 수행한 뒤 독립했습니다. 최근에는 '구체와 추상'이란 개념을 중심으로 한 강연 및 세미나를 기업, 다양한 단체, 학교 등을 대상으로 국내외에서 진행하고, 사고력 향상을 위한 보급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럼, <구체와 추상>을 보겠습니다.



구체는 하나하나의 개별적인 것이며 눈에 보이고, 직접 만질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그림으로 그리거나 사진으로 찍을 수 있는 것입니다. 추상은 여러 개를 하나로 묶은 이름으로 눈에 보이지 않고 직접 만질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은 구체와 추상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예로 숫자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우리 삶을 간단하고 편리하게 만들어 줍니다. 숫자처럼 추상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은 바로 지능의 활용입니다. 또한 언어도 구체적인 사물이나 사건을 추상으로 변환하는 과정, 즉 '구체→추상'이라는 추상화 그 자체입니다.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추상화와 반드시 함께합니다. 따라서 인간이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곧 추상적인 개념을 다룰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구체와 추상의 시각을 익히는 것은, 어떤 과목이든 적용할 수 있는 사고방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국어, 수학, 여엉, 과학, 사회뿐만 아니라 스포츠, 미술, 동아리 활동까지도 구체와 추상이 기본이 됩니다. 그리고 공부라는 영역을 넘어 일상생활에서 주변 사람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데에도 구체와 추상의 개념이 큰 역할을 합니다. 일상에서 가족이나 친구와의 대화 혹은 SNS에서의 소통에서 발생하는 많은 오해와 불일치가 구체와 추상의 간극에서 비롯됩니다. 사람마다 추상적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누가 옳은가라는 논쟁을 줄이고, 불필요한 갈등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책 마지막엔 구체와 추상을 사용 시 주의사항이 적혀 있습니다.




우리는 '구체와 추상'을 따로 배우진 않고, 인터넷이나 TV에서도 잘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읽기, 쓰기, 계산보다 먼저 이해해야 할 중요한 개념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개념을 이해하면 학습이나 일상생활에서 더 효과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구체와 추상을 이 책을 통해 익힐 수 있습니다. 중요한 부분은 밑줄과 진한 글씨로 강조를 했고, 도식을 통해 이해도를 높였습니다. 권장 연령이 13세부터라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큰 글씨이며, 예를 많이 들어 설명합니다. 또한 각 장마다 '요약'을 마련해 설명한 장을 한 번 더 정리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구체와 추상> 책을 읽으며 매일 사용하는 개념이었지만, 인지를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인식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더 많은 추상적 개념에 관심이 생겼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면 사용하는 어휘의 수도 좁아지고 언어생활도 단순해집니다. 사물이나 사람을 대하는 방식과 범위가 좁아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이해의 폭도 좁아집니다. 의식적으로 독서와 배움을 통해 사용하는 어휘의 수를 늘리며 나이 먹을수록 더욱 깊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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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도둑과 악인들 다이쇼 본격 미스터리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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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저자는 1993년에 태어나 2019년 "교수상회의 후계인"으로 제60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교수상회"로 데뷔했습니다. "방주"로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 'MRC대상 2022' 1위 동시 수상, '2023년 본격미스터리 10' 2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4위, '미스터리가 읽고 싶어' 6위를 기록하며 극찬을 받았습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방주", "십계" ,"교수상회", "살로메의 단두대"가 있습니다. 그럼, "교수상회"를 잇는 다이쇼 미스터리 2탄인 <시계 도둑과 악인들>을 보겠습니다.



첫 번째 '가에몬 씨의 미술관'은 화가 이구치의 부탁으로 새로 개설될 미술관에서 모조품 시계를 진짜와 바꿔치기해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하스노는 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은행에 취직했는데 은행 근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도둑으로 직업을 바꿨는데, 부잣집을 대상으로 수십 번 훔치다가 예상치 못하게 귀가한 무역상 저택의 장남에 의해 신고당해 체포됐고 출옥했습니다. 이구치의 아버지가 7년 전 사업가 가에몬에게 네덜란드 왕족과 인연이 있는 괘종시계를 팔았습니다. 얼마 전 그의 아버지가 병상에 누워 가에몬 씨에게 넘겨준 게 모조품이라며, 그가 미술관을 짓는다는 소식을 듣고 진품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답니다. 그런데 가에몬 씨도 몸이 좋지 않게 되면서 인간 불신에 빠져 사과를 하고 진품을 돌려주는 방법은 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구치는 하스노에게 가짜를 훔치고 진짜를 갖다 놓자고 제안합니다.

마지막 여섯 번째 '보석 도둑과 괘종시계'는 괘종시계를 가에몬 씨에게 돌려주지 못하고 이구치 집에 있는 와중에 도둑맞았는데 맨 처음 이 시계를 팔았던 인물의 아들이 시계를 다시 찾기를 원해 일본에 방문하는 이야기입니다. 시계를 도둑맞기 전후에 보석이 달린 귀중품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세 건이나 발생했는데, 아무래도 보석을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구치는 도난 사건을 하스노에게 말했고, 하스노는 배우 미쓰에씨의 루비 사건을 조사하게 됩니다.




다이쇼 시대란 다이쇼 천황의 통치를 가리키는 명칭으로 1912년 7월 30일부터 1926년 12월 25일까지이며 약 15년간을 일컫습니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후 일본은 근대국가, 근대사회로서의 체제를 갖추게 됩니다. 1914년 7월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일본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합니다. 영미를 아군으로 하여 일본은 경제와 산업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되면서 자유주의 기운이 넘쳐흐르고 활력이 넘치게 됩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급격히 불경기로 빠져들면서 대공황을 초래해 실업자도 증가하고 사회불안과 계급투쟁이 나타납니다. 또한 1923년 관동대지진은 수도 됴코의 1/3을 잿더미로 바꿔버렸고, 러시아 혁명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사회주의 사상이 활기를 띠면서 일본 문학에도 반영이 됩니다. 중일전쟁, 태평양 전쟁으로 살기가 팍팍했던 쇼와 시대 초기의 1930년~1940년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는 살기 좋은 시대였기에, 일본인들은 다이쇼 시대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었습니다. 유럽의 벨 에포크, 빅토리아 시대와 비슷한 느낌으로, 다이쇼 시대의 분위기를 살린 창작물들이 많은 이유입니다.

<시계 도둑과 악인들> 역시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입니다. 이 책의 등장인물은 "교수 상회"의 주인공 도둑 하스노와 화가 이구치인데, 저자의 데뷔작을 읽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총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탐정이 활약한 동기'가 저자가 중점을 두는 요소입니다. 절도, 밀실, 유괴, 편지를 통해 하스노와 이구치가 등장하는 이유와 어떻게 이 수수께끼를 푸는지를 어둡지 않게 그리고 있습니다. 도둑과 화가 콤비가 시대적 배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술술 읽히며, 가벼운 반전부터 충격적인 반전까지 골고루 마련해놓아, 6편의 이야기가 전부 매력 있습니다. 매력적인 두 콤비가 등장하는 다음 작품을 기다리며 "교수 상회"를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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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되살리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120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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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1960년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 태어난 저자는 버지니아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워싱턴 DC에서 9년간 변호사로 일하다가 1996년 3년에 걸쳐 쓴 소설 "절대 권력"을 선보였습니다.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된 이 작품은 이듬해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주연 영화로 제작되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며 이후 현재까지 50편이 넘는 작품을 펴냈습니다. 그는 전 세계 80개국에서 45개 언어로 출간돼 1억 5천만 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 작가로, 국제스릴러작가협회상과 반스앤드노블 최고의 작가상 등을 수상했고, 국제 범죄소설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럼, 저자의 대표작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의 최신작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를 보겠습니다.



주인공 에이머스 데커는 프로 미식축구 선수로 뛰다가 머리를 다쳐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왔습니다. 그 사건으로 뇌 구조가 바뀌면서 과잉 기억 증후군과 공감각을 갖게 됐습니다. 다른 말로 완벽한 기억력과 특정한 것들을 아무 관련 없는 색깔들과 연관 짓는 것입니다. 그렇게 미식축구 선수 생명이 끝나면서 데커는 고향으로 돌아가 경찰이 됐고, 이후 형사가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FBI 자문으로 일하며 파트너 알렉스 재미슨과 여러 사건을 맡아 100% 해결을 했습니다. 그녀는 뉴욕으로 전보됐고, 프레더리카 화이트가 새 파트너가 됩니다. 둘은 줄리아 커민스 연방 판사와 감마 프로텍션 서비스 소속 경호원 앨런 드레이먼트가 살해된 플로리다로 갑니다. 1층 서재 바닥에 총 두 방을 맞은 채로 죽은 경호원이 있고, 2층 침대에 눈 부분에 구멍이 뚫린 안대를 착용하고 피 칠갑한 채로 죽은 판사가 있습니다. 여러 차례 칼에 찔렸으며 판사의 몸 위에 '레스 입사 로키토르'란 라틴어 문구가 적힌 카드가 놓여 있었습니다. 옆집 이웃인 도리스 클라인이 커민스의 집 뒷문이 열린 게 보여서 이상하다며 집 안에 들어와 경호원의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둘의 사망 시각은 자정에서 새벽 2시입니다.

커민스의 전남편 배리 데이비드슨과 고등학생 아들 타일러를 만나 알리바이를 확인했습니다. '레스 입사 로키토르'는 '사실 추정의 원칙'이란 뜻입니다. 검시관이 경호원의 목에 쑤셔 넣은 지폐 다발을 발견했는데, 2008년까지 사용된 슬로바키아 지폐입니다. 데커와 화이트, 그곳 FBI 요원 앤드루스는 커민스 판사가 개인 경호원을 요청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경호원의 근무처인 감마 프로텍션에 왔습니다. CEO는 카시미라 로이며, 조부와 아버지가 슬로바키아 출신입니다. 경호원과 판사에 관해 더 많이 알려줄 앨리스 랜서가 방에 들어와선 갑자기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려져 병원으로 이송됩니다. 병원에 입원해야 할 랜서가 경찰 두 명과 어디론가 사라졌고, 판사의 오래된 비서 패티 켈리마저 행방이 묘연합니다.

둘의 수사는 어떤 진실에 이르게 될지, 자세한 이야기는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에서 확인하세요.




완벽한 기억력이란 저주를 가지고 살아가는 FBI 요원 에이머스 데커가 돌아왔습니다. 그는 사고로 과잉 기억 증후군과 공감각을 가지게 되었고, 미식축구에서 형사로 직업을 바꿨습니다. 사건을 수사하며 아내와 딸이 살해당했고 아직도 그 기억 속에 헤매고 있습니다. 형사 시절 데커의 파트너인 메리 랭커스터의 자살로 시작된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는 초반부터 험난함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연구소의 보고서와 그도 완벽한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게 됩니다. 오래된 파트너 알렉스 재미슨은 다른 곳으로 갔고, 새로운 파트너 프레더리카 화이트를 소개받습니다. 연방 판사와 경호원의 살인사건을 맡은 둘은 판사에게 원한을 품은 범인이 경호원도 같이 죽인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건을 수사할수록 이상한 점들이 보입니다. 단순한 사건처럼 보이던 것들이 점점 복잡해지고, 40년도 전에 일어난 사건까지 데커와 화이트를 안내합니다. 수사할수록 처음의 사건과는 멀어지는 것 같아 엉뚱한 곳을 조사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결국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새롭게 호흡을 맞춘 데커와 화이트는 처음엔 삐끗했지만 비슷한 유의 아픔을 경험한 동질감으로 조금씩 마음을 엽니다. 사고가 나기 전엔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사고가 난 후론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져 타인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데커. 하지만 이 작품에선 그런 그의 성격도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엄마를 잃은 샌디와 타일러를 대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타인과의 관계에 서툴지언정 진심으로 상대를 위하고 있습니다. 다음엔 어떤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지, 데커 시리즈의 다음 작품도 기대됩니다.


우린 모두 가까운 사람을 잃어봤단다, 타일러.

중요한 건 거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야.

왜냐하면 그걸 망쳐버리면 다른 모든 건 정말이지 의미를 잃고 말거든.

p.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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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탑의 살인
김영민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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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중앙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2019년 단편 "회색 장막 속의 용의"로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이후 "안전한 추락", "병중진담", "밀착과외", "임시보호되었습니다", "작당모의 카페 사진동아리의 육교 미스터리", "40피트 건물 괴사건" 등의 단편을 발표했습니다. "40피트 건물 괴사건"은 2023 제17회 황금펜상 우수작에 선정되었으며, 한국본격미스터리작가클럽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수상탑의 살인>을 보겠습니다.



2년 전 한국을 덮친 사상 최악의 태풍 이끼의 여파가 아직도 남아 있는 가운데, 입자물리학 김서연 교수 밑의 대학원생 한규현은 교수를 모시고 강원도 삼척시의 어느 항구에 도착합니다. 이끼가 잠잠해진 후 어디서부터 복구해야 좋을지 생각하던 와중에 이 부근에서 규모 6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그 후 이 일대는 사람들이 더 이상 찾지 않게 되었습니다. 난장판 가운데 수상탑의 주인 박종호가 그들을 맞이합니다. 크루즈 안엔 기후 환경 운동가 정강식과 박종호의 딸이자 천재소녀로 유명한 홍가온이 있습니다. 그녀는 2년 전 이끼의 파괴력은 이론적으로 가능한 정도를 넘어섰다며 지구온난화가 원인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박종호는 사업가 김상욱의 투자와 자신의 전 재산을 거의 쏟아 해상 부유 도시를 만들었습니다. 땅에 해당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그 위에 탑을 건설하는데, 오늘이 개관식 겸 중대 발표가 있어서 지인들을 초대했습니다.

선착장에 내려 완만한 경사로를 오르니 양쪽으로 넓게 펼쳐진 공간이 있습니다. 첫 번째 커브 안쪽으로는 넓은 잔디 광장이, 멀리엔 인피니티 풀도 보이고, 조금 더 걷자 연못과 조경이 있습니다. 넓은 보행로를 계속 걸어가 두 번째 커브를 돌아가니 열대 정원과 선베드가 있는 휴식 공간이 있고, 보행로의 끝엔 타워가 서 있습니다. 문을 열고 로비에 들어서자 해상 도시를 만드는 데 참여한 건축가 유효상, 도시공학과 교수 석승준과 그 밑의 대학원생 박규리, 절친 아들이자 음모론자 태용제, 박종호의 18살 연하 여자친구 이승희가 있습니다. 종호는 수상탑 각 층마다의 방의 배치와 시설을 나타난 그림을 사람들에게 나눠 주며, 방문은 자동으로 잠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엘리베이터는 없고, 3층은 공사 중이라 2층과 4층에 객실을 마련했답니다. 직원은 네 명인데, 2명은 타워의 설비와 보수를 담당하며, 나머지 2명이 손님들을 응대할 수 있다며, 저녁 8시에 1층 식당에서 보자고 말합니다. 8시가 가까워져서 규현은 자고 있던 교수를 깨웠고 그녀는 욕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불이 꺼지고 실내가 깜깜해졌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불이 바로 켜지지 않았고, 바닥이 흔들리는 느낌이 납니다. 게다가 창에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립니다. 휴대폰 라이트로 창밖을 비춰 보았지만 빛은 어둠을 전혀 뚫고 나가지 못합니다. 시간이 흘러 실내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둘은 1층 식당으로 내려갔습니다.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은 종호, 가온, 승희와 박규리입니다. 종호를 부르겠다며 간 상욱이 초인종을 눌러도 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다며 1층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박규리가 다급히 계단을 내려오며 밖에 가온이 죽은 채 누워 있다고 말합니다.

교수님은 규현이 전에도 몇 가지 살인 사건을 해결한 적이 있다며 시체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고, 그의 수사는 다시 시작됩니다. 가온에 이어 수상탑의 주인 종호도 살해당했고, 그의 애인 승희도 죽은 채 발견됩니다. 도대체 누가 이들은 죽인 건지, 이유는 무엇인지, 자세한 내용은 <수상탑의 살인>에서 확인하세요.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해상 부유 도시 수상탑에서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휴대폰의 전파도 잡히지 않고, 보트의 엔진은 파괴되었으며, 밖은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완벽한 밀실 상태에서 수상탑의 주인 박종호, 그의 딸 홍가온, 박종호의 여자 친구 이승희가 죽은 채로 발견됩니다. 수상탑에 모인 사람들은 각자를 의심해야 할 상황입니다. 기후 환경 운동가 정강식, 건축가 유효상, 사업가 박상욱은 박종호와 불화가 있습니다. 도시공학과 교수 석승준과 그의 밑에 있는 대학원생 박규리는 수상탑을 자신의 연구 주제로 삼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그리고 입자물리학 김서연 교수와 함께 온 대학원생 한규현은 살인 사건을 몇 차례 해결한 일이 있어 경찰이 오기 전까지 수사를 합니다. 문을 여는 버튼이 고장 나 밀실 상태에서 승호를 죽인 범인은 5층에서 어떻게 빠져나간 것이며, 가온은 왜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는지, 무언가에 꿰뚫린 채 죽은 가온의 살인도구는 무엇이며, 욕실에서 젖은 채 발견된 승희는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조사를 할수록 이상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바다 위 밀실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을 아마추어 탐정 규현이 어떻게 추리할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됩니다. 규현의 추리가 끝나면 프롤로그의 인물이 왜 나오는지를 그제야 알게 됩니다.

규현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수상탑의 살인>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를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매년 역대급 태풍, 홍수, 장마, 폭설, 폭염으로 기후 이상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위기인데요, 이 소설을 읽으며 더욱 피부로 와닿았습니다. 우리가 살아갈 세상인 지구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특수 설정을 포함해 구상하고 있는 장편소설 아이디어가 많다는 저자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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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는다는 것의 역사 - 우리는 왜 목욕을 하게 되었을까?
이인혜 지음 / 현암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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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로 근무하며 한국의 목욕 문화를 조사한 저자는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서해안 어촌의 여성 금기와 서해 5도 민속 의료를 연구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 연구 보고서 "목욕탕: 목욕으로 보는 한국의 생활문화"를 집필하는 동안 자료 조사를 위해 전국의 목욕탕을 누볐습니다. 하루에도 두어 번씩 목욕관리사에게 세신 서비스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럼, 발로 뛰어 연구한 목욕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한 <씻는다는 것의 역사>를 보겠습니다.



가장 오래된 목욕 문화의 흔적은 파키스탄의 중남부, 인더스강 하류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류 3대 문명 중 하나, 인더스 문명이 남긴 최대의 도시 유적인 모헨조다로는 기원전 30000년 초에 지어져 기원전 2500~1800년 사이에 전성기를 맞이한 후 사라졌습니다. 모헨조다로는 물 관리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계획도시로 도시 곳곳에는 700개가 넘는 우물이 있었으며, 각 집에는 실내 배수관과 목욕을 위한 방이 마련되었고, 상수도와 하수도 시설도 갖춰져 있었습니다. 그리스에서 공중목욕탕은 기원전 6세기 무렵 도시 국가에 등장했습니다. 공중목욕탕은 개인의 즐거움보다는 청결함이라는 덕목을 상기하는 수단이었습니다. 로마의 도시 곳곳에는 테르마이라 불리는 대규모 공중목욕탕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테르마이 입장료는 무료거나 저렴했고 따라서 가난한 사람도 목욕이라는 오락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로마에서 테르마이는 황제의 성적표로 불렸습니다. 기독교 교리는 육체와 영혼을 분리해 영혼의 정결함을 우선시했고, 육체적 쾌락을 추구하는 것은 죄악으로 간주되었습니다. 로마의 목욕 문화는 이슬람 목욕 문화로도 일부 스며들어 비잔틴 도시를 비롯해 이후 이집트와 시리아까지 널리 퍼졌고, 기독교의 영향으로 사라졌던 공중목욕탕은 십자군 전쟁에서 이슬람식 목욕을 경험하고 돌아온 군인들을 통해 유럽에서 부활했습니다. 근대 목욕 문화와 북미와 핀란드의 사우나, 인도의 쿰브 멜라, 일본의 센토도 살펴봅니다.

삼국 시대에서의 목욕은 부정을 쫓는 일입니다. 통일신라 시대에 이르러 목욕은 더욱 성행했는데, 불교의 영향이 컸습니다. 불교의 계율에는 목욕 재계가 포함되어 있으며, 불교 경전에는 목욕 횟수까지 정해져 있었습니다. 고려 사람들은 시원한 시냇물에서 목욕하는 것뿐만 아니라, 온천욕도 즐겼습니다. 그러나 조선 시대엔 같은 성별이라 할지라도 벗은 몸을 드러내는 것은 예에 어긋나는 행위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 안에서 몸을 씻었고, 이로 인해 부분욕이 일반적인 목욕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특정한 날이 되면 반드시 목욕을 해야 했습니다. 3월 삼짇날, 5월 단오, 6월 유두와 복날, 7월 칠석과 백중이 그런 날입니다. 이날이 되면 조상들은 몸을 씻고 건강과 평안을 기원했습니다. 근대 이후 공중목욕탕은 일본인들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유입되었습니다. 또한 온천 주변은 철도 개통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어 관광지로 발전했습니다.

한국 전쟁 후 도시로 몰린 인구가 증가하면서, 위생 시설의 부족도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공중목욕탕은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부상했고, 목욕탕 거리 제한제가 폐지되자 목욕탕 수는 더욱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이런 목욕탕의 증가는 전국적으로 상하수도 시설이 갖춰진 것과도 맞물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공중목욕탕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으로 아파트 단지가 지어지고, 아파트 안에 배스 유닛이 설치되어 점차 집에서도 목욕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편의시설이 갖춰진 찜질방이 늘어나고, 농어촌 인구가 감소하고, 남은 인구도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공중목욕탕의 이용객이 줄어들고, 운영 비용은 계속 올라 수익성은 점점 떨어져 문 닫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류가 언제부터 목욕을 시작했는지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지만 목욕이 인간의 습성이자 문화적 행동임은 분명합니다. 그렇기에 인류 문명의 시작부터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목욕이라고 하면 신체는 씻는 것만을 떠올리지만, 거기에는 또 다른 문화적 맥락이 따라옵니다. 공중목욕탕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원칙적으로 모두 익명이지만 얼굴만 아는 사이를 넘어 자기들끼리 끈끈하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합니다. 서로 약속을 정해 만나는 사이도 아니고, 비슷한 요일, 비슷한 시간에 만나 친교 활동을 합니다. 그런 세월이 짧게는 수년, 길게는 공중목욕탕의 역사만큼이나 이어집니다. 같은 목욕탕에서 몸을 씻는다는 소속감,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호작용이 있는 목욕탕 이용객 집단은 일종의 느슨한 지역 공동체입니다. 이제 이런 공중목욕탕이 자꾸만 사라지고 있습니다. 기억 속으로 사라질 뻔한 공중목욕탕 건물은 용도를 바꿔 새로운 공간으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카페, 쇼룸, 식당, 복합 문화시설, 영화빌딩 등으로 이용하는데, 레트로 감성과 맞물려 사람들이 많이 찾습니다. 앞으로 공중목욕탕은 어떻게 될까요. 2000년대 태어난 저희 아들은 어릴 때 제가 목욕탕에 데리고 갔는데, 2020년대 태어난 아이들은 아마 목욕탕을 가본 경험이 없을 것입니다. 20년 만에 공중목욕탕을 경험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존재하듯이, 공중목욕탕도 결국에는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닐지 벌써부터 아쉬움이 듭니다. 10년, 20년이 지난 후에도 옛 방식을 그대로 간직한 공중목욕탕이 어딘가에 있기를 바라며 <씻는다는 것의 역사>를 통해 목욕의 과거부터 현재를 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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