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 - 아날로그 시대의 일상과 낭만
패멀라 폴 지음, 이다혜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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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북리뷰'의 편집장이며, '뉴욕타임스' 출판 지면과 주간 북리뷰 팟캐스트를 담당하고 있는 저자는 "작가의 책", "난생 처음 북클럽", "밥과 함께한 나의 삶", "육아 주식회사", "포르노화", "첫 번째 결혼과 결혼 제도의 미래" 그리고 어린이를 위한 책 등을 썼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을 보겠습니다.



지루함은 어디에나 있었습니다. 처리할 일이 너무나 많은 미친 일과 중에 생긴 귀한 자유 시간인데 할 일도, 다른 일로 전환하거나 신경을 분산할 수 있는 것도 하나 없는 것입니다. 그제야 깨닫습니다. 책을 한 권 가져올 걸 이라고요. 하지만 이 문제는 이제 완벽히 해결되었습니다. 이제 지루함은 1도 없으니깐요. 텅 빈 시간은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그런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황당하게 느껴집니다.

불꽃놀이를 보며 감탄하거나 스타디움 록 콘서트의 마지막 앙코르 발라드에 맞춰 몸을 흔들 때 등, 다른 사람들과 같은 순간에 있다는 것에는 강력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지속적인 감정적 경험에 휩싸이는 순간,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경계를 허물고 군중의 에너지에 몸을 맡기는 강렬함으로 공기가 들썩일 때 느껴지는 경외감입니다. 어디에 있든 인간은 한 번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많은 사람들이 주로 위로 치켜든 휴대폰의 렌즈를 통해 현장을 보았고, 또는 손에 든 휴대폰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스크롤 하며 주변 사람이 아닌 SNS에 있는 사람과 이를 공유합니다. 실제로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조차 완전히 그곳에 있지 않았습니다.

열렬한 애정은 모든 신생아의 타고난 권리며, 부모는 기꺼이 헌신합니다. 사람들은 아기를 보는 일을 멈출 수 없었는데, 이제 부모들이 아이 바라보기를 멈출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유모차를 밀면서 아기가 알아듣지 못한다 해도 아침 풍경이나 계획을 무심코 설명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 시간을 친구와 채팅을 하거나 팟캐스트를 들으며 시간이 채워집니다. 물론 부모는 여러 방법으로 온라인 도구를 사용해 최고의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이제 막 기기 시작하는 작은 인간이 눈앞에서 내는 소리와 장면의 즉각성과 그 자체의 완전함에서 부모는 멀어지고 맙니다. 아이들은 경험을 통해 전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언제 그런 관심이 잃었는지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10대가 되면 아이들은 그 메시지를 확실히 받아들이게 됩니다.




재작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 연세가 당시 96살이셨습니다. 외할머니는 일제강점기 때 태어나 우리나라가 해방하던 것을 보고, 전쟁으로 황폐해진 곳을 일구어 선진국에 들어서더니, 이젠 잘은 모르지만 인터넷으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시대까지 사셨습니다. 그분의 인생을 생각하면 눈이 돌아갈 정도로 변화된 시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90여 년의 세월도 변화무쌍하지만, 불과 30년 전만 해도 컴퓨터의 모니터는 컸고, 도스라는 명령어로 실행시켰으며, 인터넷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정도로 생각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컴퓨터의 능력이 나날로 발전하고, 윈도라는 새로운 운영체제가 나타나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들더니, 이제 15년 전에 등장한 아이패드와 아이폰이 우리의 생활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세상이 진짜 많이 변했습니다. <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은 인터넷이 우리에게 세상을 열어주었지만, 동시에 그 세상을 작아지게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우리가 애타게 그리워하는 것들, 존재조차 몰랐던 것들,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그 부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책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없어져서 없어졌는지도 몰랐던 그것들을 다시 한번 떠올려야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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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들
정해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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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012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백일청춘"으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YES24 e-연재 공모전에서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로 대상을, 2018년 CJ ENM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으로 주최한 추미스 공모전에서 "내가 죽였다"로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장편소설 "더블", "유괴의 날", "구원의 날", "홍학의 자리", "누굴 죽였을까" 등을 썼고, 앤솔로지 "깨진 유리창", "파괴자들의 밤" 등에 참여했습니다. 그럼, 베스트셀러 작가의 신작 <용의자들>을 보겠습니다.



고3 현유정은 며칠 전에 사라졌고, 지역 외곽에 있는 부도난 타운하우스 건설 부지의 폐건물에서 목이 졸린 채 발견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친한 한수연은 그 소식을 TV로 접했습니다. 아직 유정의 죽음이 느껴지지 않고, 멍한 기분이 들 뿐입니다. 유정의 사물함은 실종된 다음날 잠금쇠가 부서진 채로 발견되었는데, 누가 그런 것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담임선생님이 수연을 교무실로 불렀고, 은파 경찰서 형사 박동규가 부른다며 수업 마친 후 찾아가라고 합니다. 경찰서에 도착해 형사를 만나니, 유정이에게 고민이 있지 않았냐고 물어봅니다. 수연은 특별한 고민거리는 모르겠다며, 남자친구가 생긴 이후론 자주 연락을 안 했다고 합니다. 유정과는 20일 일요일에 오랜만에 만나 함께 놀았고, 22일 학교에서 본 이후로 모른다고 말합니다. 수연은 남자친구를 조사했냐고 형사에게 물어보고, 남자친구는 22일 화요일 하교 후에 계속 다른 친구들과 있었으며, 알리바이를 확인했다고 합니다. 수연은 조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잠이 들었다가 저녁에 깨서 늦은 밥을 먹는데, 아빠가 들어옵니다. 경찰 조사를 받고 왔다고 말하지만, 수연의 아빠는 자신이 신경 써야 하는 일인지만을 확인하고 방으로 들어갑니다.

수연이 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난 다음 날, 숨진 A양이 담임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는 기사로 난리입니다. 담임 민혜옥은 기사에 실린 자신의 문자 전에도 학교에서 면담을 했고, 밤에 유정의 문자를 받고 '퇴근했어. 나중에 얘기해.'란 문자를 보낸 뒤 걱정이 되어 전화를 걸어 유정과 대화를 했다고 말하며 오보라고 합니다. 그녀는 남편과 경찰서에 가서 실종 당일인 22일 퇴근한 후에 집에서 나가지 않았다고 진술합니다. 남편은 그날 둘이 다퉈서 옆집에서 항의하러 왔으니 확인하라고 합니다. 경찰서를 나서면서 남편이 거짓말을 해야 하냐고 담임에게 비아냥거리자 그녀는 폭발합니다.

유정의 아빠 현강수, 유정의 남자친구 엄마 김근미, 유정의 남자친구 허승원의 이야기는 <용의자들>에서 확인하세요.




여고생이 실종되고 며칠 뒤 살해된 채로 발견됩니다. <용의자들>은 죽은 여고생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챕터마다 여고생의 절친, 여고생의 담임 선생님, 여고생의 아빠, 여고생의 남자친구 엄마, 여고생의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하나씩 보여주고, 다시 여고생의 남자친구 엄마, 여고생의 아빠, 여고생의 담임, 여고생의 절친으로 이야기는 끝납니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감추었던 사실이 드러나고, 이들이 왜 용의자인지를 독자들은 알게 됩니다. 죽은 여고생은 집도 부유한 편이고, 부모님과도 친구처럼 잘 지내며, 성적도 전교 1, 2등을 하고, 친구도 많아 큰 걱정은 없어 보입니다. 그런 그녀가 왜 죽었는지 궁금한 가운데, 그녀의 비밀이 주변 인물들로 인해 밝혀집니다. 결국 그녀의 죽음이 삐뚤어진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임을 알게 되면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나 싶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은 자신의 선택에서 비롯된 결과인데도 불구하고, '누구 때문에'라는 말로 자신의 인생을 속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책에서도 현실에서도 우린 봅니다. 누구도 그렇게 살라고 강요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산 것은 타인 때문이라고 남 탓을 합니다. 물론 환경의 영향이 적지 않지만, 그래도 모든 것이 남 탓일 수는 없습니다. 그건 나약한 자신을 속이고 위안하고자 하는 말뿐입니다. 자신을 속이지 말고,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 책임지는 그런 온전한 인간이 되어야겠다 생각하며, 마지막까지 소름을 돋게 하는 저자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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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은 독
오리가미 교야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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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저자는 일본 국제기독교대학교와 와세다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변호사로 일하면서 집필한 "영감검정"이 2012년 제14회 고단샤 BOX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2015년에 발표한 "기억술사"는 제22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 독자상을 수상했고,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변호사 기무라&다카쓰카 시리즈', "세계의 끝과 시작은", "히비키노 괴담", "단지, 무음에 관하여", "키스에 연기" 등을 썼습니다. 그럼, 제5회 미라이야 소설 대상을 수상한 <꽃다발은 독>을 보겠습니다.



법학부에 재학 중인 기세 요시키는 어릴 적부터 검사인 아버지를 따라 이사를 많이 다녔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이곳에 있다가 S현 N시에 이사 후 당시 의대생이던 마카베 겐이치에게 과외를 받았습니다. 중학생인 기세에게 마카베는 동경의 대상이자 멋있는 형이었으나 다시 이사를 가면서 자연스레 사이가 멀어졌습니다. 그러고 나서 몇 년이 지난 바로 지난달에 인테리어 매장에 들어갔는데, 그 가게의 점장으로 있던 마카베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저녁을 먹으며 마카베는 사귀던 이노우에 가나미와 약혼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며 행복해합니다. 이야기하다 술에 취한 마카베를 집으로 데려다주다 기세는 침실에 있던 휴지통을 차서 쓰러뜨렸습니다. 휴지를 주워 넣는 그때 '양심이 있으면 결혼하지 마라.'라고 타이핑 된 편지를 보게 됩니다. 마카베는 신혼집으로 마련한 이 집에 이사 왔을 때인 한두 달 전부터 협박 편지가 왔지만, 이노우에에게 숨기고 있답니다. 기세는 탐정에게 의뢰하자고 제안했고, 중학교 때 어려운 일들을 해결한 기타미 리카가 떠오르는 '기타미 탐정 사무소'를 찾아갑니다. 탐정 의뢰를 망설이는 마카베를 대신해 기세가 이노우에와 이웃이 모르게 협박범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합니다.

마카베에게 원한이 있던 사람을 조사하면서 대학생 때 강간 혐의로 체포당했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탐정을 고용할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망설였던 이유로, 재판에 가기 전에 피해자와 합의를 해서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합의를 했기에 범죄를 인정한 셈이 되어 석방되긴 했으나 대학 친구도 이웃도 부모까지 범죄자 취급을 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버림을 당한 마카베는 기세가 경멸할까 봐 말하지 않았으나, 기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그의 말을 믿습니다.

강간 사건의 피해자가 유력한 협박범으로 떠오른 가운데, 피해자가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마카베 대신 기세와 기타미가 조사합니다. 협박범의 정체와 피해자는 누구인지, <꽃다발은 독>에서 확인하세요.




아무것도 하지 않은 탓에 늦어 버리면 어쩌나 싶은 초초함

그리고 그걸 잘 알면서도 손 놓고 있다가 결국 후회할 거라는 위기감.

스스로 납득할 만큼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싶다.

p. 64


기세는 중학교 시절 과외 선생이었던 마카베와 오랜만에 만나고, 그가 협박 편지로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기세가 진료에 대해 고민할 때 마음에 남는 조언을 해주며 동경했던 마카베를 돕기로 결정합니다. 중학교 시절 깊은 인상을 받았던 탐정 기타미에게 사건을 의뢰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실들이 밝혀집니다.

몇 년 만에 우연히 친했던 사람과 재회하면 반갑고 안부가 궁금할 것입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 범죄 혐의로 체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요. 보통은 사람을 잘못 본 자신을 탓하며 인연을 끊어버릴 것입니다. 하지만 기세는 옛날에 자신이 느꼈던 그 사람의 모습을 믿습니다. 그 믿음이 다시 흔들릴뻔했지만, 그래도 옳지 않은 것은 옳지 않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올곧고 섬세한 기세의 마음이 정하는 방향이 무엇일지, 이렇게 끝난 결말이 아쉽지만 한편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까지 독자의 마음을 놓아주지 않는 저자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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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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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일본 히로시마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무코가와 여자 대학교를 졸업한 후 의류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남태평양의 작은 섬 통가로 가서 청년 해외 협력대 대원으로 2년간 봉사 활동을 했습니다. 귀국 후 방송 대본과 소설을 쓰기 시작해 2005년 제2회 BS-i 신인 각본상 가작, 2007년 제35회 창작 라디오 드라마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같은 해 단편 '성직자'로 제29회 소설 추리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2009년 '성직자'를 제1장으로 한 연작 장편 "고백"으로 제6회 서점 대상을 수상했으며, 2012년 "망향, 바다의 별"로 일본 추리 작가 협회상 단편 부문 수상, 2016년 "유토피아"로 제29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럼, 2023년 9월 드라마로 방영된 원작 소설 <일몰>을 보겠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하세베 가오리는 학습지를 풀다 점수가 낮다며 엄마가 베란다로 나가라고 말하는 것에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당시 어린 소녀는 자신의 집이 별나다고 생각한 적 없었답니다. 왜냐면 유치원에서 구구단을 외우고 100년 치 달력이 머릿속에 들어 있는 마사다카나, 한 번 본 악보를 외워 피아노로 연주하는 치호 같은 아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빠는 무관심했고, 비 내리는 날이든, 무더운 날이든 추운 날이든 3개 이상 틀리면 베란다로 쫓겨났습니다. 눈발이 흩날리는 날 다시 쫓겨난 가오리는 옆집 베란다를 가르는 칸막이와 실외기 사이 틈에 앉아 있다가, 칸막이와 바닥 사이의 틈에 가오리와 비슷한 크기의 손을 보게 됩니다. 손톱은 더럽고 길었으며, 손은 떨고 있었는데 가오리는 저 아이도 자신처럼 쫓겨난 것이라 짐작하며 혼자가 아님을 알려주려고 바닥을 두드렸습니다. 판자 너머의 아이도 같이 두드렸고, 그렇게 손끝이 닿았고, 말을 거는 것은 주저되어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엄마에게 비밀로 하고 몇 번 베란다에서 만났는데, 우연히 엄마와 슈퍼에 갔다가 옆집에 산다는 여자아이 다테이시 사라를 만납니다. 텔레비전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귀여운 여자아이였고, 이제 베란다 말고 집으로 찾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아빠가 영화를 보러 간다며 나간 후에 바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엄마와 가오리는 갑자기 외할머니 집으로 이사했고 그동안 잊었다가 10년 후 자살 충동에 시달릴 때 사라를 떠올렸습니다. 3년 후 가오리가 18살, 사라는 살해당했고, 또 15년이 지났습니다.

각본가 가이 마히로는 대학교 1학년 여름에 강제로 참가하게 된 드라마 창작 세미나에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강사였던 오하타 린코 선생의 사무실의 직원이 됩니다. 마히로가 초벌 작성한 대본을 오하타 선생이 손질하고 완성해 선생 이름으로 드라마화되는데, 마침 선생이 아파서 마히로가 최종본까지 마무리했고, 필명 가이 치호로 두 시간짜리 미니 드라마가 상영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로 다른 작품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예 감독인 하세베 가오리로부터 신작의 각본에 관해 의논하고 싶다는 메일이 옵니다. 감독은 사사즈카초에 산 적이 있었으며, 마히로의 언니 치호와 같은 유치원을 다녔다고 합니다. 감독은 15년 전 은둔형 외톨이 오빠가 고3 여동생을 찔러 죽인 후 집에 불을 질러 부모도 사망한 '사사즈카초 일가족 살해 사건'을 다음 작품으로 다루려고 한답니다. 감독은 죽은 여동생 사라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녀를 살해한 오빠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녀가 어떤 연유로 살해되어야 했는지를 알아내서 세상에 알리고 싶다며, 그 지역에 살고 있는 가이 마히로에세 각본 의뢰를 한 것입니다.

동네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은 알아도 자신과 무관한 일이어서 관심 없었던 가이 마히로는 자료 수집을 위해 고향에 내려가 알아보면서 다른 사실들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알게 된 사실과 하세베 가오리의 기억 속의 사실은 무엇인지, <일몰>에서 확인하세요.



이 이야기에서 내가 '보고 싶은' 것은

감독이 '알고 싶어 하는' 것과 같다.

거기에 과연 감독이 바라는 '구원'이 있을까.

p. 220


제가 주로 읽는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은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이 누구이며 왜 그런 일을 했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일몰>은 15년 전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루지만, 범인을 찾기보다 과거의 진실을 찾는 두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기억과 다른 사실이 나타날 때마다 두 여성은 혼란을 겪습니다. 그리고 접점이 없었던 옛날 사고의 진실도 밝혀지면서, 자신이 알았던 사람의 다른 이면을 보게 됩니다. 우린 한 사람을 알고 있다고 말하지만, 당연히 그 사람 전부를 다 알지 못합니다. 자신에게 보여준 모습과 남들에게 들었던 모습을 조합해서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냅니다. 하지만 그 이미지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면 어떨까요. <일몰>은 범인을 쫓는 이야기가 하나도 나오지 않아 지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읽는 순간 그 생각은 나의 선입견임을 바로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작년에 방영되었는데, 기록적인 시청률을 올렸다는 것에 수긍이 갔습니다. 진실 앞에 마주한 두 여성의 행보를 응원하며, 역시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임을 감탄하며 다음 작품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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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축의 집 - 제3회 바라노마치 후쿠야마 미스터리 문학 신인상 수상작!
미키 아키코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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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저자는 도쿄대학 법학부를 졸업 후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60세에 은퇴 후 집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0년 본격 미스터리 "귀축의 집"으로 제3회 바라노마치 미스터리 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기만의 살의", "나선의 밑바닥", "미네르바의 보복", "살의의 구도" 등을 썼습니다. 그럼, 당시 심사를 맡은 '신본격 미스터리의 아버지' 시마다 소지가 극찬을 한 <귀축의 집>을 보겠습니다.



이야기는 전직 경찰이었던 사립탐정 사카키바라가 기타가와 집안에 벌어진 일들을 수사하며 관련 인물을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기타가와와 기지마 아쓰시는 둘 다 같은 지역의 의사인 부모를 두었고 함께 의과대학을 보내서 알고 지냈습니다. 기타가와는 연세가 많은 아버지의 개인 병원을 물려받았지만, 사업을 한다거나 투자를 한다며 무리한 대출을 해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평소 여자를 너무 좋아해서 간호조무사였던 이쿠에가 아이를 임신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했습니다. 아들 슈이치로를 낳고 딸 아야나와 유키나를 낳았으나 바람기는 잠잠해지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이쿠에가 밤 10시 넘어 남편의 상태가 이상하다며 기자마에게 와달라며 전화를 했고, 가보니 기타가와는 병원 안 진료실 책상 앞에서 의자에 앉은 채로 흘러내리듯 숨져 있었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생명보험에 가입했는데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으니 자살이 아닌 병사로 처리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다음에 만난 사람은 이쿠에의 고모인 아이자와 기요코입니다. 기요코가 첫째고 아래로 남동생 마코토와 여동생 미에코가 있었습니다. 마코토는 어릴 때부터 약해서 어부인 아버지 일을 못했고, 수산회사에 취직해 사무직원인 가즈에를 만나 이쿠에를 낳았습니다. 가즈에는 낭비벽이 심했고 육아를 방치하더니 결국 남자와 도망갔습니다. 아버지 마코토가 혼자 이쿠에를 키웠으나, 그녀는 간호사 자격증을 딴 뒤 도쿄로 떠나 의사 사모님이 된 뒤로 오질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죽은 뒤에도 늦게 와서 경야와 고별식, 초재도 사십구재도 낭비라며 안 한다고 합니다. 이쿠에의 남편이 죽은 뒤에 아이들을 데리고 자신의 고모인 미에코 집에 들어왔습니다. 기요코의 여동생 미에코는 에지마군의 농가로 시집갔고, 남편 겐이치는 성실하고 부지런했으나 아이가 없었습니다. 이쿠에는 일을 하려고 해도 막내는 어려서 힘들다며 미에코에게 양녀로 받아달라고 말했고, 슈이치로와 아야나만 데리고 떠났습니다. 막내 유키나도 미에코와 겐이치 집에서 딸로 사랑을 받으며 지냈는데, 어느 날 집에 불이 났고, 혼자 살아남았습니다. 그때의 충격인지 유키나는 말을 하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유키나를 다시 도쿄로 데리고 간 이쿠에는 파양이 결정돼서 친부모 호적으로 돌아왔고, 양부모 재신과 보험금도 친권자인 자신이 관리할 거라고 통보합니다.

재작년 기타가와 아야나의 추락 사건을 담당한 형사, 기타가와 의원의 사무직원, 기타가와 슈이치로의 친구, 기타가와 아야나의 애인이었던 테쓰의 엄마, 작년 슈이치로와 이쿠에의 실종사건 당시 옆집에 살았던 회사원의 이야기에서 또 어떤 비밀이 나타날지, <귀축의 집>에서 확인하세요.




아버지는 자살하고, 양부모는 화재로 죽고, 언니는 사고사하고, 오빠와 엄마는 실종되었습니다. 한 가족에게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은 그 자체만으로 동정받을 만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단순한 자살, 화재, 사고가 아니라면요. 살아남은 막내딸 유키나는 말합니다. "우리 집은 귀축의 집이었어요."라고요. '귀축'이란 단어가 생소해서 찾아보니 본래 불교 용어로, 불교의 개념인 육도 중의 하나로 아귀와 축생을 아우른 '아귀 축생'의 약어랍니다. 이 용어가 변화를 거듭해, 지금은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답니다.

<귀축의 집>은 장의 제목에 나온 인물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고, 등장인물이 누구인지, 누가 이 사건을 파헤치는지를 바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런 전개가 이 책의 묘미이며, 책을 읽을수록 독자가 사건을 수사하는 사립탐정에게 이입되는 효과를 줍니다. 사립탐정 같은 수사력이 없어 반전을 눈치채지 못해, 저자가 뜻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함이 기분 좋았고, 당시 '드물게 완성도를 자랑하는 정밀기계'라는 심사평에 정말 동감합니다. 반전의 묘미와 색다른 전개가 압권인 <귀축의 집>. 저자가 쓴 다른 작품도 어서 출간되길 기다리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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