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세계사 : 사건편 2 - 벗겼다, 세상을 뒤흔든 결정적 순간들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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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는 2022년 1월부터 매주 화요일 전 세계 곳곳을 온택트로 둘러보며 각 나라의 명소를 살펴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가 몰랐던 세계의 역사를 파헤치는 프로그램으로 지금도 방송되고 있습니다. 그럼, 방송 프로그램에서 역사를 바꾼 결정적 사건들을 모아 책으로 엮은 <벌거벗은 세계사 : 사건편 2>를 보겠습니다.



인도의 뿌리이자 분열의 시초가 된 힌두교와 카스트 제도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원래 인도아대륙에는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인 인더스 문명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원전 1500년에 중앙아시아에 살던 유목 민족인 아리야인이 이곳으로 이동해왔습니다. 이렇게 기존 인도 문화와 아리야인의 문화가 합쳐지면서 힌두교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힌두교는 모든 신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다신교이며, '힌두'는 '인도'라는 뜻이므로 수천 년간 인도인이 받아들여 온 일종의 '세계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원전 8세기 경 인도에 철제 농기구가 보급되면서 전쟁이 일어났고, 힌두교 세계관을 유지할 사회 질서로 카스트 제도가 생겨났습니다. 초기 카스트는 직업을 기준으로 계급을 분류했고, 하는 일을 바꾸면 계급 간 이동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기원전 6세기 경 제사장 브라만이 엄청난 권력을 가지며 자신의 특권을 강화하기 위해 카스트를 굳건한 계급으로 만들어버리면서 성스러운 생명인 '깨끗함'과 죽음이나 오염된 것인 '더러움'을 계급 차별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삼았습니다. 영국의 식민지 시절에 불가촉천민으로 초대 법무부장관까지 지낸 암베드까르는 1949년 차별금지법과 이들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쿼터제를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이 쿼터제가 역차별이라며 다른 계급도 쿼터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벌어지며 인도는 여전히 갈등 중입니다.

1947년 11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할안이 UN 총회를 통과하면서 팔레스타인 아랍 사람들은 살던 땅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스라엘이 건국을 선포한 다음 날인 1948년 5월 15일, 이집트를 필두로 한 요르단, 시리아 등 5개국은 아랍 연합군을 만들어 이스라엘의 수도를 공격했습니다. 이 전쟁에서 아랍 연합군이 패배를 거듭했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난민이 되었습니다. 이집트의 대통령 나세르는 1964년 13개 아랍 국가 정상을 카이로로 불러들여 정상회담을 열였고,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조직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구 아래에서도 온건파와 강경파로 나뉘었고, 강경파가 우세하며 자신의 해방 문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전쟁터가 아닌 곳에서 민간인을 살해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논리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했습니다. 이에 수많은 항공기 납치와 민간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습격하는 테러가 발생했고, 무장단체들은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이스라엘 선수단을 인질로 삼았습니다. 당시 올림픽 최초로 TV 생중계를 했는데, 테러 상황도 생중계가 되었고 결국 테러범과 인질이 모두 사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건으로 주요 국가가 국제 테러 대비 부대를 만들기 시작했고, 공항의 보안이 삼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세상에 그냥 일어나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모든 일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쌓인 것을 '역사'라고 부릅니다. 역사 속 사건들을 배우는 이유는 비슷한 모습으로 반복되기 때문이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고 대비하기 위해 세계사를 배우는 것입니다. <벌거벗은 세계사 : 사건편 2>는 세상을 뒤흔든 중요한 사건들을 모았습니다. 그리스 신화가 아테네 민주주의로 이어지는 과정부터, 비행기 납치와 테러가 벌어지던 20세기 후반의 상황까지,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내용까지 상세하게 정리해 그동안 몰랐던 뒷이야기까지 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계를 뒤흔든 결정적 순간들에 숨어 있는 역사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이제껏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역사의 이면을 알게 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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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조엘 디케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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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출생한 저자는 프랑스 문학 교수와 서점을 운영한 부모 아래에서 글쓰기와 문학에 익숙한 분위기에서 성장했습니다. 매년 미국 뉴잉글랜드 햄프턴으로 가족 휴가를 떠나 미국 대중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미국을 소설의 배경으로 삼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2010년 첫 장편소설 "우리 아버지들의 마지막 나날"을 발표해 '제네바 작가상'을 수상했고, 2012년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전 세계에서 600만 부 이상이 팔렸고, 2018년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송되었습니다. 세 번째 장편소설 "볼티모어의 서"는 4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스테파니 메일러 실종사건"은 출간 이후 7주 동안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37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습니다. 2022년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도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럼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고교생이 선정하는 공쿠르상' 등을 수상한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2008년 이야기의 화자이자 작가인 마커스 골드먼은 책의 제목인 '해리 쿼버트 사건'을 책으로 썼고, 뉴욕은 온통 그 책 이야기로 떠들썩했습니다. 사람들은 1975년 오로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 했습니다. 미국을 뒤흔들고 있는 사건은 여름이 시작될 무렵 무려 33년 만에 놀라 켈러건의 유해가 발견되면서 촉발되었습니다. 마커스는 그가 쓴 첫 소설로 미국 문학계의 총아로 등극한 지 1년 반이 지난 2008년 초, 계약한 출판사에서는 차기작을 내놓으라며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백지 공포증에 시달렸고, 여러 방법을 썼으나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자신을 가르친 은사이자 가장 존경받는 작가 가운데 하나인 해리 쿼버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해리에게 어려움을 토로하자 자신의 집에서 글을 써보라고 제안했고, 마커스는 2008년 2월 뉴햄프셔주 오로라로 갔습니다. 해리는 1975년에 낸 두 번째 소설 '악의 기원'이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전 미국 비평가협회상과 전 미국 북어워드를 석권해 성공한 작가였고, 버로스 대학교 문학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1998년 마커스가 버로스 대학에 입학해 그와 사제 시간으로 만났고, 이후 애제자를 넘어 나이를 뛰어넘는 친구 사이로 깊어졌습니다. 해리가 어떻게 걸작을 쓸 수 있었는지 궁금한 마커스는 그의 서재를 뒤지다 숨겨둔 자개 상자 안에서 사진 몇 장과 신문 기사들을 발견했습니다. 34살의 해리와 10대 소녀가 함께 찍은 사진과 아이 필체로 8번 방에서 기다리라며 사랑한다는 글과 놀라란 서명이 적힌 편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1975년 8월 놀라 켈러건이란 소녀가 수수께끼처럼 사라진 사건을 다룬 기사도 있었습니다.

2008년 6월 12일 출판사에서 소송을 걸어올 경우를 대비해 변호사를 만나러 뉴욕에 간 마커스는 해리의 전화를 받습니다. 놀라 켈러건이 죽었다며 울먹이며 흐느끼다가 전화를 끊었습니다. TV에서 해리 쿼버트가 자택에서 전격 체포되었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해리의 의뢰를 받은 조경회사 직원들이 해리의 집 정원에 구국을 심으려고 구덩이를 파다가 오래되어 부식된 유골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유전자 감식으로 놀라임이 확인될 경우 1975년 8월 30일에 시신으로 발견된 데보라 쿠퍼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찰은 밝힙니다. 해리의 변호사 벤자민 로스와 통화해 상황을 알아보니, 유골 옆에 '악의 기원' 원고가 같이 있어서 해리가 범인임을 경찰은 확신한다고 합니다. 해리의 무죄를 믿으며 해리의 집에 다시 간 마커스는 사건을 알아보기로 결심합니다.

오로라 주민들을 만나 놀라의 실종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 마커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는 문장이 담긴 쪽지를 누군가가 계속 남기고, 급기야 해리의 차에 누군가가 불을 지릅니다. 조사가 계속될수록 놀라의 이면을 발견하게 되고, 놀라의 사건을 파헤치길 두려워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에서 확인하세요.




이야기는 2008년과 1975년을 오가며 진행됩니다. 유명 작가가 된 마커스 골드먼은 백지 공포증을 치료하기 위해 은사이자 글쓰기를 가르쳐 준 해리 쿼버트가 사는 오로라에 갑니다. 그런데 해리의 정원에서 오래된 유골이 발견되고, 1975년 8월에 실종된 15살 소녀 놀라 켈러건으로 밝혀집니다. 해리가 쓴 소설 원고가 유골과 함께 발견되면서 해리는 범인으로 지목돼 수감됩니다. 해리의 결백을 믿는 애제자이자 친구인 마커스는 조사를 시작하고 생각지도 못한 사실들이 밝혀집니다. 착하고 누구에게나 싹싹하며 예의 바르다고 동네 주민들이 모두가 말했던 놀라에게 비밀이 있었고, 그 비밀은 생각지도 못한 것들입니다. 과연 놀라는 어떤 사람일까요. 타인이 어떤 사람을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우린 생각합니다. 그 사람과의 시간에서 그 사람이 보여준 행동과 말로요. 하지만 그 사람에 대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면 이제까지 알고 있었던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깨집니다.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에서 보여주듯이 말입니다. 놀라가 숨긴 비밀의 끝은 무엇이며, 진범은 누구인지 다음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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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토끼의 게임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김윤수 옮김 / 시공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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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일본 효고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교토대학 문학부 철학과를 중퇴했습니다. 본명은 스즈키 아키라로 교토대학 미스터리 연구회 출신이며, '관' 시리즈로 잘 알려진 아야쓰지 유키토와는 선후배 사이입니다. 1989년 "8의 살인"으로 데뷔했고, '하야미 3남매' 시리즈, '인형 탐정' 시리즈, '부식의 거리' 시리즈 등 폭넓은 작품관을 선보였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살육에 이르는 병", "8의 살인", "미륵의 손바닥" 등이 있습니다. 그럼, <늑대와 토끼의 게임>을 보겠습니다.



후지사와 도모키는 초등학생 5학년으로 평범한 가정의 외동아들입니다. 도모키의 친구 야마가미 고스모와는 1학년 때부터 친구였는데, 3학년 무렵부터 고스모는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난 채로 등교하기 시작했고, 학교에서도 폭군이 되었습니다. 도모키에는 주먹을 휘두르지 않았고, 도모키도 고스모의 사정을 알아 계속 친구로 지내기로 결심했습니다. 2학년 때 고스모의 집에 놀러 간 도모키는 고스모의 아빠가 갑자기 낮에 돌아와서 엄마를 때리며 일을 치렀습니다. 고스모와 가이아에겐 일상다반사였지만 도모키에게 보여줄 의도는 없었습니다. 그때 본 고스모 엄마의 얼굴은 푸르뎅뎅하게 부어 있고, 피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얼마 뒤 고스모의 엄마는 집을 나갔고, 아이들만이 아빠의 폭력 앞에 남겨졌습니다. 4학년 때 고스모의 팔이 골절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담임과 보건 선생님이 자주 다치는 데다가, 오래된 상처도 많아 아동학대로 의심되어 가정방문을 했습니다. 고스모의 아빠는 집에서 유도를 가르쳤다며, 근처 유도 학원에 접수해놓고, 낡은 유도복도 집에 마련해뒀습니다. 고스모도 부정하지 않았고, 그 이후 그만큼 다양한 상처가 유도 때문으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도모키는 고스모와 동생 가이아와 지정된 통학로로 집에 가지만 파출소를 지나가야 해서 싫습니다. 파출소엔 두 명의 경찰이 있는데, 한 명은 20대 정도의 젊은 경찰관이고, 또 다른 경찰은 고스모와 가이아의 아빠인 야마가미 시게오 순사장입니다.

도모키에게만 휴대전화가 있어 고스모는 아빠가 집에 없을 때 도모키의 휴대전화에 연락을 합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고스모와 동생이 도모키 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혼자 왔습니다. 그런데 고스모의 태도가 영 이상합니다. 여느 때보다 거칠고 어딘가 초조해 보여 무슨 일 있냐고 물었더니 그 인간이 자기를 죽일지도 모른다고 털어놓습니다. 오늘 아침 먹을 게 없어 고스모 아빠 방에 동생이랑 들어갔는데, 아빠 책상에 부딪혀서 컴퓨터를 떨어뜨렸답니다. 보기엔 안 깨졌는데, 전원이 안 들어와서 고장 난 것 같답니다. 들어가지 말라고 한 방에 들어가 컴퓨터가 부서졌으니 가만두지 않을 거라며 벌벌 떱니다. 자신이 죽기 전에 죽여야겠다며 도모키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어쩌다 보니 같이 고스모에 집에 가게 된 도모키는 그곳에서 마당에 삽을 휘두르고 있는 고스모의 아빠를 봅니다. 곁에는 꺾여서 누워 있는 가이아도 있습니다. 흐르는 땀을 닦으며 고개를 든 시게오가 고스모와 도모키를 발견하고, 둘은 정신없이 도망칩니다.

시게오를 피해 도망친 고스모와 도모키는 어떻게 될지, <늑대와 토끼의 게임>에서 확인하세요.




살인자 아버지를 피해 아들과 그 친구가 도망칩니다. 초등학생이라 제대로 된 판단도 어렵고 갈 곳도 마땅치 않은 둘은 과연 언제까지 도망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초등학생의 말을 믿어줄 어른도 없을 것이고, 살인자 아버지는 경찰입니다. 둘의 뒤를 쫓는 살인자와 그를 피해 숨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치 숨바꼭질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친구도 그렇게 느끼는지 단체 숨바꼭질인 '늑대와 토끼'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이라면 토끼팀은 붙잡혀도 우리 안에 갇히기만 하고, 동료들이 구출해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게임은 잡히면 토끼는 곧바로 잡아먹힙니다. 새로 시작하지도 못하게 됩니다.

생과 사를 오가는 위험한 게임 중인 아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주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마음이 따뜻하고 진정한 어른을 만나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느끼며 먹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하고, 살인자에게 폭력을 당하고도 버티며 의리를 지킨 어른이 한국 사람이라 왠지 더 눈물이 납니다. 아이들이 처음부터 믿었던 사람은 배신을 하고, 어찌 보면 외면해도 될 낯선 이방인이 그들을 걱정하고 신뢰를 지키는 모습에서 아이러니를 느낍니다. 친구를 걱정하고, 책임감을 느끼고 끝까지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 어린이가 대단하고, 계속되는 폭력으로 인해 망가지는 또 다른 어린이의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씁쓸한 여운이 계속되는 <늑대와 토끼의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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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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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일본 아오모리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재일 교포 3세로 오사카 예술대학 영상학과를 졸업했습니다. 2015년 "도덕의 시간"으로 제6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2023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1위, 2023년 '미스터리가 읽고 싶어!' 1위에 등극한 "폭탄", 제73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제41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제162회 나오키상 후보작인 "스완" 외에도 "하얀 충동", "Q", "멋진 압박" 등을 썼습니다. 그럼, 저자의 데뷔작 출간 후 넉 달 만에 선보인 <로스트>를 보겠습니다.



TV 홈쇼핑 뷰티 제품의 하청업체 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근무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아르바이트생 무라세 아즈사가 어느 날 연락 없이 사흘을 무단결근합니다. 결국 가장 바쁜 날에도 회사에 나오지 않아 예민한 관리 직원 시모아라치 나오타카는 '관리자를 바꿔 달라'라는 고객의 클레임성 전화를 대신 받게 됩니다. 기계로 가공한 듯한 묘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무라세 아즈사를 데리고 있다. 이건 장난 같은 게 아닌 엄연한 영리 목적의 납치다'라며 자신을 '퓨와이트'라고 밝히고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합니다. 인질의 목숨을 구하려면 1억 엔의 몸값을 총 1백 명의 경찰이 각각 1백만 엔씩 가진 채 일본 전국 각지로 운반하라고 지시합니다.

순식간에 일본 경찰은 이를 협력하기 위해 경찰들을 차출하고, 비번인 생활안전과 나베시마도 함께합니다. 납치범은 피해자의 휴대폰으로 SNS 상에서 경찰들에게 목적지와 도착 시간이 지시합니다. 지정 시간까지 도착한 현장에서 장소, 얼굴, 봉투가 함께 나온 사진을 찍어서 올리라고 합니다. 100명의 경찰들이 노력했지만 지정 시간까지 도착하지 못하거나 길을 잃었거나, 사진 업로드가 늦은 운반조가 탈락되었습니다. 늦은 운반조를 질책한 퓨와이트는 잘린 귀의 살점 사진과 '다음은 목'이라는 글을 남깁니다. 남은 89명에게 67개의 장소에 가라고 지시하고, 지시를 못 받은 22명은 그 자리에 몸값을 놓고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돈 봉투를 들고 간 사람들이 나타나고, 이를 철수조가 둔 봉투를 감시 중이던 경찰이 쫓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SNS에서 봉투를 주은 사람에게 봉투 속 백만 엔을 준다는 글을 보고 가져간 사람입니다. 89명의 운반조가 각각 도착한 곳은 인기 아이돌 '이토헨'의 라이브 뷰잉이 진행 중인 극장들입니다. 퓨와이트는 극장 좌석 번호와 백만 엔이 든 봉투를 찍어 업로드한 후 극장을 떠나라고 합니다.

납치범과의 협상 역할을 맡게 된 시모아라치 나오타카와 후지모토, 오사카 부경 특수범죄과의 주임 아소와 미쓰미조, 무라세 아즈사가 소속된 중소 연예 기획사의 대표 아즈미 마사히코와 부사장 기타가와 루이 등 관련 인물들의 평온했던 삶은 납치 사건으로 더 이상 예측할 수 없게 됩니다. 과연 범인의 목적은 무엇이며, 사상 최대 규모의 납치 사건은 어떻게 될지, 그리고 사건 이후에도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될지, <로스트>에서 확인하세요.




사상 최대 규모의 납치가 일어납니다. 납치범은 1억 엔의 몸값과 100명의 경찰을 요구했고, 돈을 마련한 것은 피해자의 부모가 아닌 피해자의 연예 기획사 사장 아즈미 마사히코입니다. 왜 1억이라는 거금이 필요했는지, 왜 백 명이라는 운반책이 필요했는지, 왜 일부러 시간을 늦게 설정했는지, 납치범의 요구가 계속될수록 그가 하는 행동을 살펴보면 돈을 받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납치범에게 따로 지시를 받은 아즈미와 돈을 운반한 경찰 나베시마는 이미 조각조각 난 채로 죽은 피해자를 발견합니다. 현장에서 구속된 아즈미는 납치범이 전화를 건 곳과 동선이 겹치고, 몸값이 거의 돌아와서 가장 이득을 본 사람입니다. 오사카 부경 특수범죄과의 주임 아소와 미쓰미조는 납치범이 아즈미에게 죄를 덮어씌우기 위해서라 생각해 수사를 시작합니다. 아즈미의 과거가 밝혀질수록 진범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피해자와 진범의 연결고리도 알아냅니다.



속죄란 무엇일까.

가만히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자니

몸에서 보이지 않는 입자가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어디에도 갈 수 없다.

이곳은 감옥이다.

창살 없는 감옥이다.

한번 여기 있다고 깨달은 사람은 두 번 다시 나갈 수 없는,

그야말로 완전 무적의 감옥이다.

p. 391


살아가면서 한 번도 잘못을 저지르고 살 순 없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또는 알면서도 크고 작은 죄를 저지르며 살아갑니다. 그 잘못이 법에 의해 심판을 받거나 사회 규범에 따른 처분을 받았다면 도의적인 책임 외에 그 죄를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잘못이 이렇게 될 수 없기에 크고 작은 죄를 모른 척하거나, 죄 자체를 잊어버리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평생 죄의 무게에 짓눌러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든 자신만의 속죄 방법을 찾으려고 합니다. <로스트>는 자신만의 속죄 방법을 찾기 위해 한계까지 내몰린 사람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또한 외면하지 않고 속죄할 기회를 주는 친절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야기는 끝났지만 마음속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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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리스트
재키 캐블러 지음, 정미정 옮김 / 그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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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코번트리에서 태어나 아일랜드에서 유년 시절 대부분을 보낸 저자는 신문 기자로 경력을 쌓은 후 20년 동안 TV 뉴스 특파원으로 활동했습니다. GMTV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이후, ITN과 BBC 뉴스에서 오래 일했습니다. 코소보 사태, 클린턴 대통령 탄핵 소추, 아시아의 쓰나미, 에티오피아의 기근, 매들린 머캔 실종 사건 등 전 세계의 주요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현재는 범죄 소설 작가와 쇼핑 채널 QVC의 진행자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살인 리스트>를 보겠습니다.



희생자의 친척들이나 형사들을 심도 있게 취재하며 이야기의 핵심을 파고드는 범죄 전문 프리랜서 기자인 메리 엘리스는 3살 때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고, 18살 때 화재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메리는 화상을 입은 채 구출되었습니다. 죽은 아버지 그레고르 엘리스는 90년대에 유명한 미국 범죄 소설가였으며 베스트셀러도 여러 권 썼고,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아버지는 아내가 죽자 세상과 담을 쌓고 살면서 메리를 데리고 새로운 도시나 나라로 옮겨 다니며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다, 사망할 당시에 영국 코츠월드에 있는 시골 저택에 정착했습니다. 이제 10여 년이 지나 인근 첼트넘에 살며 공유 사무실에서 일하던 메리에게 크리스마스이브날 선물들이 도착합니다. 바빠서 선물들을 정리할 시간이 없던 메리는 1월 31일 필요 없는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크리스마스이브날 받았던 다이어리를 집어 들었습니다. 버리기 전에 선물을 보내준 사람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다이어리 안을 살펴보는 순간, 노란색 쪽지에 '읽으시오.'라며 정자체로 적혀 있습니다. 1월 1일 페이지에 검은색 글씨로 '옥스퍼드, 리사 죽이기'가 적혀 있습니다. 1월 1일 28살 리사 터너가 아침 일찍 새해 전야 파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살해당했습니다. 오싹해진 메리는 페이지를 넘기다 2월 1일에 '버밍엄, 제인 죽이기'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3월 1일, '카디프, 데이비드 죽이기', 4월 1일 '첼트넘, 메리 죽이기'를 봅니다.

메리는 첼트넘 경찰서에 다이어리를 들고 가서 신고합니다. 사건 접수를 하고 돌아온 메리를 저택의 한 방을 빌려 쓰는 회계사 피터 정이 위로합니다. 피터는 8년 전 런던에서 열린 하우스 파티에서 처음 만나 친해졌고, 지금은 친구로 같이 살고 있습니다. 사건 접수를 한 첼트넘 경찰서 책임 수사관 스테프 워든 경감은 이를 옥스퍼드의 린다 레이크 경감, 버밍엄의 프리야 톰슨 경감, 카디프의 브린 루이스 경감에게 알렸습니다. 다이어리에 적힌 이름들이 너무나 평범해 수사하기 힘들다 판단한 경찰들은 일단 순찰을 강화하고 비상에 대비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2월 1일 제인 홀랜드라는 50대 여성이 자신의 정원 잔디밭 나무 아래에 죽은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사인은 둔기로 뒷머리를 세게 한 번 맞은 걸로 추정되지만 범행 도구는 발견되지 않았고 침입 흔적도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메리에게 다이어리를 보내 살인 예고를 했으며, 피해자들의 연결 고리는 무엇인지, <살인 리스트>에서 확인하세요.




누군가 주인공에게 살인 리스트를 적은 다이어리를 보내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1월 1일부터 매월 1일, 어디에 사는 누군가를 죽인다는 글과 함께 4월 1일에 적힌 이름은 주인공입니다. 죽인다는 이름은 리사, 제인, 데이비드, 메리로 영국에서 너무나 흔하게 사용되는 이름입니다. 그래서 이 글만으로는 피해자를 특정 지을 수 없기에 경찰은 수사에 난색을 표합니다. 피해자들이 하나둘씩 죽고, 범죄 전문 프리랜서 기자 메리는 자신이 미끼가 될 것을 제안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집에서 동거인 피터와 함께 범인을 기다리는데, 주인공 메리 앞에 나타난 범인의 정체는 반전입니다. 게다가 메리의 비밀도 책의 반이 지나 메리 자신이 독자들에게 밝히지만, 그것이 다가 아닙니다. 또 다른 비밀이 마지막에 있습니다. 주인공 메리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녀의 혼란한 마음과 당황함이 이해되며 메리처럼 주변 인물들이 전부 의심스러울 것입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나타난 범인은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어서 더욱 놀랐습니다. 4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막힘없이 잘 읽히는 재미있는 스릴러 소설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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