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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 살인 사건 ㅣ 요다 픽션 Yoda Fiction 6
전건우 지음 / 요다 / 2024년 10월
평점 :

저자는 2008년 단편소설 "선잠"으로 데뷔한 후 지금까지 여러 권의 장편소설과 다수의 단편소설을 발표했습니다. 대표작으로 "밤의 이야기꾼들", "소용돌이", "고시원 기담", "살롱 드 홈즈", "뒤틀린 집", "안개 미궁", "듀얼", "슬로우 슬로우 퀵 퀵" 등이 있습니다. 그럼, 저자의 신작 <촉법소년 살인 사건>을 보겠습니다.

한 달 사이에 중학생 세 명이 살해됐습니다. 희생자는 소년 둘과 소녀 한 명이고, 중학교 2학년입니다. 얼핏 보면 세 사건 사이에 공통점이 많지는 않았지만 신체 중 일부가 절단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 희생자는 양손, 두 번째는 발, 세 번째는 혀가 잘린 채 발견되었습니다. 희생자 사이에는 접점이 없었고, 살해 방식도 달랐으며, 절단할 때 사용한 도구도 각기 다른 것으로 경찰에서는 파악했지만, 신체 훼손을 언론에 알리지 않은 건 연쇄 살인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입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통칭 광역수사대 조민준 팀장과 팀원 박두혁, 최현수, 정민호, 서민국, 하유리 형사는 이를 수사합니다.
조민준 팀장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했고, 살아 있는 무언가를 6살 때 처음으로 죽였습니다. 집에서 키우던 햄스터를 죽인 후 죽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때 확실히 알았습니다. 토끼, 새끼 고양이를 죽였지만, 1등에다가 반장까지 도맡아 하던 그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말썽을 피우던 반 친구를 옥상에서 밀었으나 나무에 걸렸고 그의 행동은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형법 제9조에 해당해 형사 처벌은 불가능하다며 합의하라고 말합니다. 조민준은 확실하게 처리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했고, 촉법소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학 간 곳에서 멋대로 할 수만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정상적인 척 살아가려면 연기가 필요함을 알았습니다. 조민준은 자기 성향을 숨긴 채 일하기 좋아 보인다는 점과 잘만 이용한다면 그 성향을 드러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경찰이 되었습니다. 경찰이 된 후 굵직한 사건을 해결했는데, 그 비결은 실제 범인이 된 자기 모습을 떠올렸고, 그러면 범인의 심리와 행동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희생자의 집에서 경찰대학 치안대학원 교수이자 범죄 피해 청소년 심리 상담 센터를 운영하는 윤민우의 명함이 나왔습니다. 그를 만났고, 세 명을 아는지 물었더니 같은 사건에 연루된 아이들이라고 합니다. 죽은 세 명은 강남에 있는 중학교에서 같은 반 친구로, 도윤호와 박수호가 같은 무리입니다. 이 다섯 명이 일진으로, 경계선 지능인 아이를 평소에도 괴롭혔는데, 사건이 벌어진 날에는 두 시간이 넘게 때리고 밟다가 정신을 잃은 걸 보고 그들은 집으로 갔답니다. 결국 쓰러진 아이는 죽은 채 발견되었으나 촉법소년이라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사이버 레커 채널 운영자 이슈킹은 '발신번호 표시제한'의 전화를 받는데, 중년 남자는 그에게 제보한 내용 그대로 내보내달라고 합니다. 자신이 미성년자 셋을 죽였으며, 그 아이들은 그럴 만한 죄를 지었다고 말합니다.
이슈킹 채널에서 네 번째 사건을 저지를 거라는 예고 동영상이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고, 조민준 팀은 범인을 찾기 위해 수사하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촉법소년 살인 사건>에서 확인하세요.
'형법 제9조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사회적으로, 미디어에서도 많이 다룬 주제입니다. 이른바 촉법소년이라 불리는 형사미성년자의 신분을 이용해 범죄를 짓고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에서도 나왔듯이 처벌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핵심이 아니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형사미성년은 사정이 있으며, 그들도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일 수 있습니다. 그들을 범죄로 내몬 것은 어른과 사회 시스템의 잘못입니다. 그렇기에 <촉법소년 살인 사건>의 단죄자의 행동처럼 사적 복수를 정당화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으며, 정의는 법의 테두리를 지켰을 때 인정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복수가 피해자 혹은 피해자 가족 손에 달려 있을 때 생기는 부작용은 우리가 충분히 경험했습니다. 누가 잘못했는지 정확하게 가려내고, 얼마나 잘못했는지 냉정하게 따져서 그에 합당한 벌을 내리는 것은 당사자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당사자가 직접 나섰을 때 복수가 복수를 낳는 악순환이 반복되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평화를 찾는 일은 더욱 멀어지게 됩니다. 사적 복수를 원하는 사회현상은 가해자들이 엄벌에 처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원하는 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를 어떻게 보완해나갈지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결국 촉법소년을 비롯한 범죄자들이 죄를 짓는 것을 우습게 여기지 않는 일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