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귀라도 빌려드릴까요? - 악마의 심리 상담소에서 당신의 천국행을 도와드립니다
야초툰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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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서울에서 태어난 저자는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후 두바이를 비롯한 국내 유명 호텔들에서 10년 넘게 근무했습니다. 코로나로 세상이 멈칫거릴 때 호텔리어 생활을 접고, 늘 마음속에 두었던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그럼, 반려견의 이름에서 따온 필명으로 쓴 <악마의 귀라도 빌려드릴까요?>를 보겠습니다.



지옥 불 앞에서 지옥문을 지키던 악마였던 지철은 지옥세계에서 베스탄이란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매년 죄인의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었지만, 정작 이를 관장하는 악마의 수는 정해져 있기에 베스탄은 퇴근은커녕 저녁 식사까지도 굶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5미터 남짓 떨어져 있는 천국은 철저하게 한가로워 아름다웠습니다. 차라리 눈에 보이지 않았다면 미친 듯이 부럽지 않았을 텐데. 베스탄은 지옥의 신을 찾아가 열렬히 성토했습니다. 지옥의 신은 악마가 될 수 있는 건 죽은 영혼 중에서 3%에 불과하기에 다시 충원될 수 있는 인재가 오려면 한참 기다려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이참에 천사를 악마로 만들어 보는 게 어떠냐는 지옥의 신의 농담을 듣고 그는 그대로 실행합니다. 악마는 벌을 집행해야 해서 온몸이 근육질이었고, 베스탄은 복장 자율화를 선언했습니다. 그로 인해 악마의 근육이 보이자 천사들이 그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져 보직 변경을 신청해 악마 대신 일을 합니다. 하지만 다른 신들은 화가 많이 났고, 지옥의 신은 베스탄에게 인간 세계에 가서 지옥으로 갈 영혼을 미리 만나 천국으로 갈 수 있도록 도우라고 합니다. 성공하면 지옥에 오는 영혼의 수도 줄어드니 다시 지옥에 돌아왔을 때 정시 퇴근을 할 수 있다면서요.

베스탄은 인간 정지철의 몸에서 깨어납니다. 지철은 미국에서 최단 시간에 정신 건강의학과를 졸업하고, 부모님을 모시고 살겠다며 집 근처 작은 의원을 개원했습니다. 늘 따뜻한 마음으로 살던 그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누워있은 지 3개월 만에 깨어났습니다. 깨어나며 변한 모습에 부모님은 놀랐지만 전두엽을 다치면 성격이 바뀔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이해해 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지철은 악마이기에 그런 모습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지철이 천기누설을 하며 사고를 치고 다니자, 지옥의 신은 사신 K를 보내 주의사항을 일러줍니다. 인간 정지철이 마련했던 사무실을 수리해 개선의 여지가 있는 인간들에게만 보이도록 심리 상담소를 마련했고, 상담자에게 천기누설을 금하며, 앞으로 사신 K에게 발생하는 사항을 보고하랍니다.

지철의 상담자들이 과연 갱생해서 천국으로 갈 수 있을지, 자세한 이야기는 <악마의 귀라도 빌려드릴까요?>에서 확인하세요.




<악마의 귀라도 빌려드릴까요?>은 지옥에서 죄인들을 벌주고 분류하느라 잦은 야근과 철야로 힘들게 사는 악마 베스탄이 더 이상은 이렇게 못 살겠다며 천사들을 꾀여 지옥에서 일하게 했다가 다른 신들의 노여움을 사 인간세계로 가게 되면서 시작합니다. 그는 그곳에서 지옥에 떨어질 악인들을 미리 교화하라는 임무를 맡습니다. 정지철이란 정신의학과 의사의 몸에서 깨어난 베스탄은 '악마의 심리 상담소'를 열고, 그곳은 개선의 여지가 보이는 사람들 눈에만 보입니다. 상담 보고서를 작성해 사신 K에게 전하는 일을 맡은 김선애를 사무원으로 두고, 그를 찾아온 이혼전문 변호사 유명한, 지금은 백수지만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김승주, 필라테스 강사 은혜련은 지철과 상담을 합니다. 하지만 인간 세계에서 몇 년을 보내며 인간을 갱생한다는 것에 회의를 품은 베스탄과 기발한 해결책을 선보이는 선애의 케미가 돋보입니다. 지옥의 신과 악마라는, 인간들이 범접할 수 없는 세상을 고용인과 피고용인으로 단순화시켜 보여주는 작가의 발상이 신선했고, 야근으로 고생하는 악마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존재로 그려져 친근함마저 느껴집니다. 게다가 악법 제1조 제1항이 '악마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신의를 지켜야 한다'라는 설정이, 인간을 지옥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악마의 모습과는 전혀 달라 놀랐습니다. 그들에게도 지켜야 할 신의가 중요하다는 것이, 믿음과 의리를 내다 버리는 일이 많은 인간 세상보다 더 좋아 보입니다. 결국 믿음, 소망, 사랑이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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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가의 명문장들 - 어휘력과 문장력을 키우는 필사 노트
오로라 엮음 / 문학세계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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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저자는 다양한 글쓰기 작업을 하고 있으며 출판 기획자로 많은 도서를 기획했습니다. "눈물의 지도", "마지막 한 모금", "지하 도시", "왼손잡이의 세계" 등의 저서를 집필했고, 옮긴 책으로는 "해리스 자매의 커다란 생각"이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묶은 <위대한 작가의 명문장들>을 보겠습니다.



이 책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레프 톨스토이,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빅토르 위고, 에밀리 브론테, 루이스 캐롤, 나쓰메 소세키, 현진건, 헤르만 헤세, 프란츠 카프카, 헤르만 헤세, 올더스 헉슬리, 조지 오웰, 버지니아 울프, 단테, 호메로스, 아서 코난 도일, 에밀 졸라 등의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 속 문장을 실었습니다. 한번은 들어봄직한 작품들이지만, 줄거리는 대충 기억해도, 문장을 기억하는 경우는 많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장은 우리 생각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입니다. 필사를 통해 이 도구를 연마하면 삶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힘을 얻게 됩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문장을 마주하지만, 문장들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스쳐 지나갈 뿐입니다. 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적다 보면 명문장을 곱씹을 수 있게 되고, 그로 인해 우리의 사고와 감정도 깊어집니다. <위대한 작가의 명문장>에 우리나라 작품은 3개로, "운수 좋은 날", "메밀꽃 필 무렵", "날개"이며, "안나 카레니나", "레 미제라블"은 7번이 넘게 언급되었습니다. 책에 실린 명문장도 좋긴 하지만, 중복되지 않은 작품의 명문장이 다양하게 실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예전엔 필독서라고 해서 청소년이 읽으면 좋을 책들을 엄선한 책 목록이 있었습니다. 누가 선정했는지는 잘 기억하지 않지만, 그 목록에는 한번은 들었던 유명한 책들이 나와 있습니다. "죄와 벌",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제인 에어" 등의 이른바 고전들이 즐비했습니다. 그중에 간간이 "운수 좋은 날", "삼대" 등의 한국소설도 몇 권 있었습니다. 이 목록에는 출간한지 500년 가까이 된 책들부터 50년 가까이 된 책들까지, 이른바 현대 소설보다 고전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책들을 그때와 다른 사회에 사는 우리가 읽어야 하는 이유는 시대와 문화를 관통하는 가르침과 교훈을 얻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다른 시대의 세상과 삶을 체험하고, 이해하며,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빠른 자극에 익숙한 현대인들은 깊은 사고와 감정의 성찰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위대한 작가의 명문장들>에 소개한 작품들은 우리의 마음을 가다듬고, 집중하는 힘을 길러줍니다. 게다가 작품의 한 문장을 손으로 따라 쓰는 동안,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가지게 됩니다. 이렇게 쓰다 보면 해당 작품이 궁금해질 것이고, 그 작품을 읽다 보면 자신의 마음에 와닿은 다른 명문장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문장이 왜 자신에게 다가왔는지를 생각하다 보면 자아성찰도, 더불어 깊이 있는 사고와 소통의 힘도 기를 수 있을 것입니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손으로 쓰는 필사를 통해 어휘와 문장이 더 오래 남고, 더 깊게 새겨집니다. <위대한 작가의 명문장들>에 소개한 문장을 따라 쓰면서 내면을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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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 따로 있나, 이곳이 미궁인걸 - 의문의 사건, 몸부림치는 어느 가족의 비극 지옥이 따로 있나, 이곳이 미궁인걸 1
신상은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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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극을 당한 지 어언 3년여 시간이 흘렀다는 저자는 현재도 진행 중이고, 온 가족의 마음의 상처는 깊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부디 다른 사람들은 이런 처참한 일을 당하지 않고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답니다. 그럼, 저자가 쓴 믿기지 않는 실화 <지옥이 따로 있나, 이곳이 미궁인걸>을 보겠습니다.



60대 사업체를 운영하는 아버지, 전업주부 어머니, 영업직으로 일하는 오빠, 재택근무로 마케팅 관련 일을 하는 여동생이자 화자, 이렇게 평범한 대한민국의 가정입니다. 오빠는 NGO(후원단체)에서 1년 넘게 영업직으로 업무를 보다 아버지의 사업을 돕고자 2022년 8월경 퇴사를 하였습니다. 퇴사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전 대표란 사람에게 연락이 와서 전산 사진을 보여주며 70만 원을 내놓으라고 했답니다. 함께한 정을 생각해 깊게 추궁하지 않고 3개월 동안 돈을 요구하는 대로 보내줬답니다. 퇴사 후 4개월 차 되는 달까지 87만 원을 요구하자 오빠는 아니라 생각하고 자신의 의사를 통보하고 연락처를 바꿨습니다. 그러자 주거래 은행을 통해 1원씩 보내며, 협박성 메시지를 하기 시작합니다. 오빠는 블로그를 통해 아버지의 사업을 홍보하고 있었는데, 아버지의 명함을 올렸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빠와 함께 일하는 박본관이라면서 아버지께 돈을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 왔답니다. 아버지는 일에 방해된 나머지 차단을 했더니, 아버지의 주거래 은행으로 1원씩 보내면서 협박성 문자를 보냅니다. 그리고 오빠의 휴대전화를 원격 제어해 '토스 뱅크 통장'을 개설해서 대출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대출, 상조, 이삿짐센터 등의 인터넷 광고를 하는 곳에서 오빠를 찾으며 아버지에게 전화가 걸려옵니다. 이른바 전화 테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여동생에게도 문자와 1원 테러가 시작됩니다. 또한 아버지 명의를 도용해서 대출을 받고, 마이너스 통장도 개설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인터넷 은행에 지급 정지를 하고자 거래 명세서를 받아보니 토스 뱅크에서 아버지 주거래통장으로, 주거래통장에서 어머니 통장으로, 어머니 통장에서 여동생 통장으로 돈이 흐르다, ATM 기계로 현금을 찾았습니다. 돈을 출금할 때 비상금, 비자금, 용돈 등의 단어가 주로 쓰였는데, 아버지 휴대전화엔 비상금이란 단어가 스팸 단어로 분류되었습니다. 그래서 문자도 오지 않았고, 돈이 빠져나갔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아버지 명의로 토스 뱅크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전혀 동떨어진 곳으로 주소지를 해놨습니다. 그렇게 아버지 신용카드로 거금의 현금을 ATM을 통해 매번 출금해 갔던 것입니다. 또한 어머니 이름으로 토스 뱅크 통장을 개설해 대출을 받고, 주거래은행의 잔액을 빼갔습니다. 피해 금액만 얼추 계산해도 2억 8천여만 원입니다. 수사관은 가족 간의 거래하며 수사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영업직이던 오빠가 전화번호를 바꿨더니 새벽에 블로그를 보고 연락을 했다는 고객 문의를 받았습니다. 미심쩍었지만 생계를 유지해야겠다는 마음에 연락처를 알려줬더니 하루에 200통에 가까운 전화 테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이름의 휴대폰 소액 결제, 아버지 이름의 보험 약관 대출 등이 터졌습니다. 오빠와 같이 일하던 직원분은 테러에 견디지 못해 퇴사했고, 결국 오빠는 방송사의 도움을 받고 취재를 했습니다. 범인 검거는 실패했지만 관련 자료로 경찰서에 진정을 했습니다. 해당 방송이 방영된 후 잠잠해졌습니다. 그러나 경찰서로부터 여동생과 오빠 이름으로 사기 범죄와 마약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통보를 받습니다.

이 가족이 당한 피해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지옥이 따로 있나, 이곳이 미궁인걸>에서 확인하세요.




시간이 지날수록 범죄가 전문화, 조직화되어 일반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늘어납니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패러디한 보이싱 피싱 범죄도 예전엔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었다면, 이젠 진짜 같은 확인과 사칭을 통해 깜쪽같이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세상이 똑똑해진 만큼 범죄도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지옥이 따로 있나, 이곳이 미궁인걸>은 한 가족이 어떻게 고통 속으로 떨어졌는지를 그립니다. 시작은 협박전화 한통이지만 이후 문자와 전화 테러, 명의를 도용한 은행과 신용카드, 보험사의 대출, 후원 사기와 공문서 위조, 마약 범죄 연루 등 이들은 다양한 형태의 범죄 피해자가 됩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자동이체를 쓰면서 우린 통장과 카드 거래를 잘 확인하지 않습니다. 결제 내역도 지로가 아닌 메일로 하면 내가 쓴 카드 금액만큼 결제가 되었거니 생각해 잘 확인하지 않습니다. 범죄자는 이런 생각의 틈을 파고들어 우리가 모르는 새에 돈을 빼갑니다. 사이트에 가입한 개인정보를 해킹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을 겁니다. 그런 개인정보를 이용해 본인도 모르게 신용카드를 발급해 결제하고,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카드나 대출을 받으면 본인의 휴대전화로 확인을 하지만, 개인정보를 변경하거나 전화를 원격제어해 본인이 전혀 인지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눈 뜨고 코 베일 수가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힘든 상황에서 누군가가 호의를 베풀며 자기 일도 아닌데 도와준다고 나서면 그 사람을 믿고 의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세상엔 자신의 일도 아닌데 그렇게 열심히 도와주는 사람은 절대 없습니다. 공짜가 없듯이 이유 없는 호의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사람이거나 신분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의심해야 할 것입니다. 아직 나한테 악마의 손길이 뻗어오지 않았을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며, 이 가족이 어서 빨리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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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집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책세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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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저자는 2002년에 가수로 데뷔해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2007년 "와타쿠시리쓰 인 치아, 혹은 세계"로 등단해 2008년 "젖과 알"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습니다. 2009년 시집 "끝으로, 찌를 거야 찔릴 거야 자, 됐어"로 나카하라 주야 상, 2013년 시집 "물병"으로 다카미 준 상과 "사랑의 꿈이라든지"로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 2016년 "동경"으로 와타나베 준이치 상을 수상했습니다. 2010년 "헤븐"으로 무라사키 시키부 문학상을 수상했고,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심에 올랐습니다. 그 밖의 다양한 작품과 여러 권의 시, 수필을 썼습니다. 그럼 저자의 <노란 집>을 보겠습니다.



반찬가게 점원으로 일하는 40살 이토 하나는 우연히 인터넷 뉴스 기사에서 익숙한 이름을 발견합니다. 요시카와 기미코란 60세 여인이 20대 여성을 맨션에서 1년 넘게 실내에 감금, 폭행해 중상을 입혀 공판이 열렸다는 뉴스입니다. 기사가 게재된 것은 2020년 1월 10일이고 사건이 일어난 것은 작년 2019년 5월입니다. 기사를 읽으며 20년 전 그녀와 함께 살았던 기억이 떠올랐고, 신발 상자에서 옛날 폴더 휴대폰과 충전기를 꺼내 전화번호부를 열어 기미코, 가토 란, 다마모리 모모코의 번호를 적었습니다. 그 집에서 나온 뒤로 연락을 하지 않은 하나는 가토 란에게 전화를 걸었고,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걱정 가득한 하나에게 끝난 일이라며 걱정할 일이 없으니 경찰에 가면 안 된다고 다짐을 받고 일어섭니다.

하나의 집은 변두리 동네 바깥 길에서는 보이지 않는 작고 오래된 문화주택으로, 현장 일을 하던 아버지는 몇 년 전부터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근처 스낵바에서 일하는 엄마는 가게 동료나 친구를 집에 데려와 재우던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평범한 집 자녀가 아님을 더욱 깨닫게 된 하나는 친구도 없었고, 엄마가 한 번씩 넣어두는 돈으로 먹을거리를 사서 알아서 해먹었습니다. 처음 기미코를 만난 것은 15살 여름으로 옆에서 자고 있던 엄마 대신에 그녀가 자고 있었습니다. 기미코 씨는 엄마가 일하는 역 앞 스낵바의 마마와 옛날부터 아는 사이로 마마를 통해 알게 되었답니다. 집은 뒷전인 엄마와 다르게 하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요리도 함께하며 여름방학 한 달을 둘이 지냈습니다. 개학 첫날, 학교에서 돌아오자 기미코 씨는 없고, 늘 휑하게 비어 있던 냉장고가 가득 차 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돌아왔고, 하나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그 돈이 없어졌고, 허무해진 하나는 의욕을 잃고 아르바이트도 그만두었습니다. 레스토랑에 유니폼을 갖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새 남자친구 중개소에 일한다고 그만둔 엄마가 일했던 스낵바에서 기미코 씨가 나옵니다. 그녀를 만나 울고 있자니 같이 갈 건지 물어봅니다. 하나는 그 길로 기미코와 함께 삽니다. 이름과 간판만 바꾸고 그대로 물려받은 스낵바를 둘이서 운영하며 지내다, 캬바쿠라에서 일하던 가토 란과 허영심 많은 부모가 싫어 밖에서 떠도는 다마모리 모모코를 만납니다.

집을 나와 기미코와 살게 된 하나는 친구도 생기고, 가게 영업도 순조로워 이대로만 지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불행은 다가오고, 왜 기미코를 버리고 도망치듯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노란 집>에서 확인하세요.




우리나라 말 중에 '본데없다'란 말이 있습니다. 보고 배운 것이 없거나 행동이 예의범절에 어긋나는 데가 있다는 뜻인데요, 예의범절·교양 등 내적인 소양에 주안점을 두는 말입니다. 이렇게 어릴 적부터 보고 배운 것은 중요합니다. 부모가 가르친 것뿐만 아니라, 부모가 하는 행동이 고스란히 자식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집집마다 기준과 상황이 다르기에 보고 배운 것에도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요, <노란 집>의 주인공 이토 하나는 엄마의 방치 속에 자라서 청소년 시절까지 보고 배운 것이 전무합니다. 가서는 안 되는 장소도, 귀가 시간이란 것도 없고, 모르는 사람들이 집에 드나들어 반 친구들 부모가 어울리지 말라고 합니다. 어차피 잠만 자는데 어디든 상관없고, 더 좋은 곳으로 이사 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엄마는 저축의 필요성도, 집을 관리할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불을 개고, 방을 닦고, 먹고 난 그릇을 바로 설거지 한, 평범한 행동을 한 요시카와 기미코의 행동에 하나의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집을 나와 기미코와 사는 하나에게 엄마의 반응은 그러기로 했다면 된 거 아니냐는 가벼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엄마는 학교는 어쩔 셈인지, 어떻게 먹고 살 건지, 얼굴 보고 얘기하자 같은 말은 없고, 슬퍼하지도 화내지도 않습니다. 그렇기에 기미코와 사는 이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하나는 더욱 기를 쓰고 매달렸던 것입니다. 부모와의 마찰로 가출한 상태인 가토 란, 다마모리 모모코와는 다른 처지입니다. 그들은 그래도 돌아갈 곳이 있고, 뒷받침해 줄 부모가 있지만 하나는 그렇지 못합니다. <노란 집>의 기미코, 영수도 하나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보기에 잘 살아가는 것 같아도 쉽게 흔들리고 무너집니다. 책의 마지막 모습이 마음에 애잔하게 남으며, 자신을 지지하고 믿어주는 부모와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느꼈습니다.



모두,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길에서 스쳐 지나는 사람, 찻집에서 신문을 읽는 사람,

선술집에서 술 마시거나, 라면을 먹거나,

친구들과 놀러가서 추억을 만들거나,

어디선가 와서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

평범하게 웃거나 화내거나 울거나 하는,

요컨대 오늘을 살고 내일도 그다음 날도 계속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활하는 걸까.

그들이 건실하게 일해 건실하게 돈을 번다는 것은 나도 안다.

그러나 내가 알 수 없었던 것은,

그들이 대체 어떻게 해서 그 건실한 세계에서 건실하게 살아갈 자격 같은 것을 손에 넣었냐다.

어떻게 그쪽 세계의 인간이 되었냐다.

나는 누군가 알려주기를 바랐다.

p. 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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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의 참새 캐드펠 수사 시리즈 7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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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1913년 9월 영국 슈롭셔주에서 태어났고, 1939년 소설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집필 기간 18년, 총 21권, 전 세계 22개국에서 출간된 중세 스릴러이자 역사추리소설 최고의 걸작,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1977년 첫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또한 시리즈의 세 번째 책으로 영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주는 대거 상을 받았습니다. 그럼 일곱 번째 책인 <성소의 참새>를 보겠습니다.



지금 영국은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가 왕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슈롭셔주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은 왕의 치하에 들어갔고, 안전했습니다. 1140년 부활절이 끝나고 한 달이 지나지 않은 봄날 자정, 본당 서쪽 끝, 고리가 걸리지 않은 거대한 문짝이 갑자기 활짝 열렸습니다. 문짝이 열림과 동시에 누군가가 안으로 불쑥 들어왔는데, 그는 헐떡이고 비척거리며 앞으로 나아왔습니다. 그 뒤를 따르는 흥분한 수십 명의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서쪽 문으로 몰려왔습니다. 그들은 본당 안으로 들어왔고, 라둘푸스 수도원장과 로버트 부원장이 성소에서 물러나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났고, 캐드펠 수사에게 깡마른 청년의 치료를 맡겼습니다. 오늘은 금세공사 아우리파버의 아들 대니얼의 혼인날이었고, 그들은 혼인식의 당사자와 참석자들이었습니다. 깡마른 청년은 릴리윈으로 부모에게 버림받고 장터에서 묘기나 마술을 부리고, 노래를 부르며 컸답니다. 철이 들자마자 도망쳐서 혼자 떠돌아다니며 돈을 버는데, 잔치에 초대받아 3페니를 받기로 하고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어떤 청년이 자신을 밀치는 바람에 사기 주전자가 깨졌고, 줄리아나 노부인은 지팡이로 그를 후려치며 1페니만 주고 내쫓았습니다. 부당했지만 어쩔 수 없이 문지기가 열어준 쪽문으로 나가 다리를 건너 숲속 풀밭에서 자고 있는데, 무리들이 광대가 살인과 도둑질을 저질렀다며 고함을 지르길래 도망쳐서 이곳까지 오게 되었답니다. 누군가 금세공사 윌터를 후려쳐서 쓰러뜨리고 며느리 마저리의 지참금 대부분을 가져갔답니다. 아들 대니얼과 결혼식 참석자들은 받을 돈을 못 받고 쫓겨난 이방인 릴리윈의 소행으로 보고 잡으려고 한 것입니다.

다음날 대니얼은 관원에게 릴리윈을 고발했고, 관원이 확인한 결과 금고 속에 무거운 은 제품들 빼고 텅 비어 있었답니다. 윌터는 금고 근처 바닥에 핏자국이 떨어져 있었고, 당시 정신을 잃긴 했지만 지금은 무사하답니다. 수도원장은 그가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들어온 이상 40일 동안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선언했고, 관원과 시장은 진술을 들으러 예배당으로 들어갑니다. 대니얼은 캐드펠 수사에게 할머니 줄리아나 노부인이 치료해달라며 찾는다고 전합니다. 캐드펠은 금세공인의 집으로 가서 노부인을 치료하고, 대니얼의 누나 수재나를 만나 당시 상황을 확인합니다. 또한 작업장에 있는 직공 예스틴, 이 집에 세 들어 사는 자물쇠 제조공 볼드윈 페치, 조수 존 보네스, 허드렛일을 하는 그리핀, 부엌 하녀 래닐트 등을 만났습니다.

존 보네스가 볼드윈 페치가 전날 나갔다가 다음날 아침까지 들어오지 않았다며 신고가 들어왔고, 캐드펠은 산책하다가 물살에 떠밀려온 그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금세공사 윌터의 금고와 자물쇠 제조공을 죽인 사람은 누구이며, 왜 그랬는지, 자세한 이야기는 <성소의 참새>에서 확인하세요.




중세 시대뿐만 아니라 어느 시대나 부모 없이 홀로 자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세상은 자신을 믿어주는 이 하나 없는 쓸쓸한 곳입니다. <성소의 참새>에 등장하는 광대 릴리윈도 그렇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도랑에 버려졌고, 그를 데려다 키운 사람들은 몸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훈련을 시키며 묘기나 마술, 노래를 불러 돈을 벌게 했습니다. 친절한 대접보다 주먹질이 더 많은 고된 삶을 살아왔고, 그래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하소연할 곳도 없습니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닐뿐더러, 과거에도 그와 비슷한 상황에서 힘없이 돌아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깐요. 세상 그 어떤 사람도 그에게 빵 껍질 이상의 은혜를 베푼 적이 없었기에 대가 없는 친절이 의심스럽습니다. 그런 팍팍한 삶을 살아온 청년 릴리윈에게도 그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수도원의 캐드펠 수사는 상해죄와 절도죄로 고발당한 릴리윈을 위해 사건을 수사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을 믿고 지지하는 부모 혹은 동반자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족이 없다는 것은 자신의 뿌리가 없는 것이고,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착할 곳을 찾지 못해 물 위에 떠다니는 부평초처럼 살게 됩니다. 하지만 부모 혹은 사랑하는 이가 있어서 가족이 생긴다면 더 이상 쓸쓸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진 것 없지만 넉넉한 마음으로 자신에게 위협을 가한 사람의 안위를 염려하는 등장인물을 보며 무조건적인 믿음과 애정이 주는 힘을 느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가족을 응원해야겠습니다.


사철 어느 때나, 날이 좋건 궂건, 최악의 경우에도 그 두 사람은 함께일 것이다.

p. 351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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