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아팠다 - 위인들의 질환은 세계를 어떻게 바꾸었나
이찬휘.허두영.강지희 지음 / 들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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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보톡스라는 브랜드를 확산한 공로로 미국 제약회사에서 감사장을 받은 이찬휘 저자는 연세대 천문기상학과를 졸업하고, 공군 기상장교로 전투 기상예보를 한 뒤 KBS 기상전문기자로 일기예보를 했습니다. SBS로 옮겨 의학전문기자로 일하고 퇴직한 뒤 의학 관련 교육을 하거나 영상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언론계에 들어가 전문지·경제지·종합지·월간지·주간지·일간지·인터넷에 이어 방송까지 두루 경험한 허두영 저자는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강지희 저자는 글로 먹고살기 위해 전공 삼았던 과학에 의지하면서도 언젠가 독립한 글로 성공하리라 갈고닦고 있습니다. 그럼 3명의 공동 저자가 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아팠다>를 보겠습니다.



신은 인간에게 아무 관심도 없다는 크툴루 신화의 세계관을 창조한 '하워드 러브크래프트'는 사람이 만나기 싫어 은둔형 외톨이로 숨어 살았고, 말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카메라 앞에 서기를 꺼려 사진도 몇 장 없습니다. 하루 한 끼 먹을 만한 돈 50센트(현재 한화 기준 7~8천 원)로 세 끼를 때웠습니다. 우편요금을 내려고 끼니를 자주 거르고, 유통기한이 3년이나 지난 통조림 하나를 사흘 동안 파먹었습니다. 돈이 좀 생기면 달고 값싼 주전부리를 사 먹었습니다. 극도의 무관심에 그의 작은창자에 악성종양이 생겼고, 의사를 만나기 싫어서 그랬는지 죽기 한 달 전까지 병원을 찾지 않다가, 입원한 지 닷새 만에 향년 46세의 나이로 죽었습니다.

평생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인 자세로 봉사하는 삶을 살았던 '마더 테레사'는 30대 중반에 하느님의 부르심을 들었습니다. 1991년 나이 여든 줄에 들어선 수녀는 폐렴으로 거의 죽을 뻔했습니다. 의사는 평생 허리를 구부린 탓에 허파가 계속 눌려 생긴 병이라고 했습니다. 일흔이 넘자 마더 테레사는 폐렴, 신장질환, 심장마비, 뇌전증, 쇄골 골절, 말라리아 같은 갖은 질환을 두루 앓으며 거의 강제로 병원에 들락거려야 했습니다. 병약하고 가냘픈 수녀를 어떤 질병도 쉽게 쓰러뜨리지 못했습니다. 향년 87세 평생을 섬기던 예수의 품에 평안하게 안겼고, 교황청은 2016년 두 가지 기적을 인정해 성인의 품에 올렸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세종대왕은 건강관리에서는 조금도 존경받을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매일같이 책과 일에 빠져 살다 보니, 세종은 운동을 게을리했고, 육식을 많이 한 결과 소갈(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고생했습니다. 세종이 운동을 싫어한 이유는 강직성 척추염을 앓은 것으로 보입니다. 척추에 생긴 염증 때문에 움직임이 둔해지는 질환입니다. 강직성 척추염은 다른 조직을 침범하기도 합니다. 세종을 괴롭힌 풍질이나 풍습 증상도 척추염과 관련지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말을 타고 사냥을 하고 싶어도 몸이 쑤시면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식탐과 과로와 운동 부족은 비만과 당뇨로 이어지고, 세종은 결국 종합병원이 됐습니다.




건강에 관심이 늘어난 것은 좋은 일이지만 병에만 집중하다 보니 병이 너무 커져버렸습니다. 포털사이트나 유튜브엔 병에 관한 온갖 콘텐츠가 넘쳐납니다. 온갖 좋다는 영양 레시피와 운동처방을 비롯해서 별스러운 건강기능식품과 건강용품이 좋아요와 구독을 강요합니다. 제대로 보니 늘어난 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병에 대한 불안입니다. 병을 알려면 사람부터 봐야 합니다. 그 사람의 생로사를 모르는 채 어찌 병만 알 수 있을까요. 병원의 3분 진료는 그야말로 병만 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의사의 3분 진료를 탓하기보다 더 짧은 나의 자가 진료를 꾸짖어야 합니다. 내가 앓는 병과 내가 먹는 양으로, 나의 생로병사(生老病死)를 성찰해야 합니다. 세계사의 위인들이 앓은 질환에 돋보기를 갖다 대고, 그들의 생로병사를 들여다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아팠다>는 그들이 앓은 질환과 묻힌 죽음은 재능과 노력의 위대한 성취에 가려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본인의 자서전과 주치의의 기록과 당시 주변 자료를 찾고, 현대 의학자들이 파헤친 최신 논문까지 훑어보니, 위인의 위대한 성취는 거의 대부분 그가 앓은 질환의 원인이거나 결과입니다. 이 책으로 '병'은 '사'로 가는 '노'의 과정이며, 또한 '사'를 성찰하게 해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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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 더 나은 삶을 꿈꾸는 당신을 위한 야망 독려 에세이
토스 기획 지음 / 웨일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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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앱 토스를 만든 비바리퍼블리카는 간편하고 안전한 금융 생활의 꿈을 현실로 바꿔 나가는 회사입니다. 사명은 '공화국 만세'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프랑스혁명 당시 시민들이 외쳤던 구호이며, '혁명적인 서비스를 만들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누구나 평등한 금융을 누리려면 돈을 둘러싼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고 믿고, 돈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 것을 제안하는 '토스 머니스토리 공모전 DRAFT'를 열었습니다. 그렇게 만난 16가지 돈 이야기를 <우리에겐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에 담았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꿈꾸는 것들 중 하나인 카페 사장, 그 꿈을 이룬 10년 넘게 재무팀에서 회계를 담당하고 있는 '돌리 킴'은 회사를 때려치울 용기가 없어 평일에는 직장인으로, 주말에는 카페 사장으로 살기로 했습니다. 주말에만 카페 문을 열 수 있으니 월 8회 장사만으로도 고정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임대료가 저렴한 곳으로 골라 3층의 15평 정도에 얻었습니다. 잃어도 되는 돈 같은 건 없지만, 주인공은 인생에서 1000만원을 날린다고 죽고 싶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 1000만원 한도로 카페를 차렸습니다. 오픈 당일 문을 연 지 두 시간 만에 손님이 나타났고, 그 손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누가 안 오나 기약 없이 기다리던 시간을 보내고 난 퇴근길, 가게를 열고 알게 된 딱 한 가지는 무모했다는 것입니다. 어쩌다보니 SNS에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많이 몰려서 행복했지만 평일부터 주말까지 계속 일하다보니 정신과 몸에 무리가 왔습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일고 쉼의 균형잡힌 환경에서 해야만 즐거운 마음을 오래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카페를 접고 다행히 권리금까지 받아 손해보지 않게 끝났고, 그후에도 공간대여업을 하며 부수입을 얻었으나 아이를 낳고 파티룸을 양도했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사장이 되기 전의 주인공과, 이후의 주인공은 다른 생각을 하고 산답니다.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쳐 보내던 풍경 속에서 자신의 주의를 끄는 것들이 많아졌습니다. 이런 호기심이 기회를 포착하고 돈을 벌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 줄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서른 한 살의 주인공은 버스 정류장 앞에서 쓰러졌고, 구급차를 타고 도착한 응급실에서 정신이 들었습니다. 응급실에서 내린 병명은 급성 뇌졸중, 즉 뇌경색이었습니다. 살이 찐 것도 아니고 혈압이 높은 것도 아니고 당뇨나 고지혈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젊은데 뇌경색이라니. 급하게 치료를 시작했고, 절대 안정은 필수였으며, 침대 밑으로 내려오는 건 물론 화장실도 금지였습니다. 한 번도 자신의 삶이 귀하다 생각해 본 적 없었습니다. 날 밝으면 몸을 움직이고, 배고프면 밥을 먹고, 노곤하면 잠을 자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살아가며 하는 이 행동을 지금껏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그러니 휴일도 없이 밤을 새가며 프리랜서 작가로 몸을 썼습니다. 생사의 경계에 걸쳐 있었던 7일, 약물과 수액을 이용해 좁아진 혈관을 넓히려 애썼지만 쉽지 않았고, 지금 투약하는 약으로 혈관을 더 좁아지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 보고 일반 병실로 갔습니다. 그리고 병원에 들어온 지 14일 만에 퇴원을 했지만 뇌혈관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약을 먹고 있습니다. 이제 '오늘의 오늘'을 사는 주인공의 목표는 '오늘 하루 제일 열심히 살기'가 되었습니다. 죽음을 마주했던 일주일 이후, 죽어서 남기는 것보다 살아서 남기는 것이 더욱 소중한 것임을 깨닫고, 주인공과 곁을 위해 하루하루 소중한 시간을 새기는 중이랍니다. 함께 얼굴을 보고, 마음을 나누고, 시간을 보내면서요.

이외에도 태국어를 배워 현지에서 자신의 실력을 펼치는 이야기, 자신의 경험치로 사주를 보는 특별한 이야기, 좋아하는 일로 알바를 하는 이야기, 비혼식을 치른 이야기, 덕후로 잃은 돈 이야기, 경험만 부자인 이야기, 자신의 옳은 소비 이야기, 부동산 사기 당한 뒤 다시 일어난 이야기, 주식만 못하는 이야기, 20대 청약에 당첨되어 집값 마련하는 이야기, 루나 코인으로 잃은 이야기, 청소년의 꿈에 투자하는 이야기, 자존심을 내려놓지 못해 비굴해진 이야기, 버는 돈의 10%를 나누는 이야기까지 14가지 돈 이야기를 <우리에겐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에서 확인하세요.




돈벌이의 기쁨과 슬픔을 담은 '나의 소득 파이프라인 발굴기(+)', 쓰는 즐거움과 덜 쓰려는 안간힘 사이에서 인생을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는 '소비 일기(-)', 애초에 수익률은 중요하지 않았던 '전국 재테크 자랑(×)', 나눔의 경험으로 돈은 차갑다는 편견을 녹인 '소중히 여기는 마음(÷)'까지 구체적으로 키워드를 제시해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삶의 풍경이 살아있는 사연이 '토스 머니스토리 공모전'에 왔습니다. 약 2개월 동안 에세이와 웹툰을 합쳐 1500편 넘는 돈 이야기가 모였고, 그 중에서 16편의 이야기를 <우리에겐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에 실었습니다. '계산기를 두드리며 산다는 게 고단이지만, 등호 뒤에 무엇을 어떻게 남기며 살아갈지 고민하는 일은 가치 있다'란 생각을 하게 되는 이야기들로 인해 삶의 모든 순간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돈을 애증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돈 때문에 여러가지 갈등이 일어날 내 삶에서 돈을 싫어하고 필요없다고 생각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잠시 휘청여도 단단하게 중심을 잡을 힘이 생기도록 돈을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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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기분파 지게차운전기능사 필기 - 새롭게 개편한 특별판, 실기코스및작업요령수록(카페무료동영상 제공)+최신경향핵심 120제+핵심이론 빈출노트, 11판 2024 기분파 시리즈
에듀웨이 R&D 연구소 지음 / 에듀웨이(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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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연속 합격수기로 검증된 베스트셀러인 '기분파' 시리즈에서 2024년을 대비한 <2024 기분파 지게차 운전기능사 필기>가 출간되었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지게차 운전기능사는 지게차를 사용하여 작업 현장에서 화물을 적재 또는 하역하거나 운반하는 직무를 봅니다. 필기와 실기로 이루어지며, 필기는 전 과목 혼합형으로 60문항 객관식입니다. 시험 시간은 1시간이며 100점을 만점으로 하여 60점 이상을 맞으면 합격이 됩니다. 지게차 운전기능사 필기의 주요 항목은 안전관리, 작업 전 점검, 화물 적재 및 하역작업, 화물운반작업, 운전시야확보, 작업 후 점검, 도로주행, 응급대처, 장비구조이며, 한국산업인력공단 홈페이지에서 필기시험의 응시를 접수할 수 있습니다. 필기시험 합격자는 실기시험 접수 기간에 한국산업인력공단 홈페이지에서 접수하면 됩니다.

10년간 기출문제를 분석하여 출제가 거의 없는 이론은 과감히 삭제를 하여, 시험에 출제되는 부분만 중점으로 정리했습니다. 내용 이해를 위해 여백 부분에 삽화를 수록하였으며, 필요에 따라 작동 원리도 함께 수록하여 이해도를 향상시켰습니다. 또한 밑줄, 색, 박스를 통해 핵심 이론을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섹션 마지막에 이론과 연계된 10년간 기출문제를 수록하여 최근 출제 유형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상단에는 해당 문제의 출제빈도 및 중요도를 ★표로 표기했습니다.

최신 경향의 CBT 문제를 분석하여 시험에 자주 출제되었거나 출제된 가능성이 높은 문제를 따로 엄선하여 'CBT 적중 모의고사'를 7회분으로 수록하여 수험생 스스로 실력을 테스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새 출제기준에 의해 변경된 출제 유형 중 빈출 부분만 정리한 '최신경향 핵심 120제'와 행정자치부에서 도로명주소의 빠른 정착을 위해 건설기계 관련 시험에 간단한 문제가 출제되고 있는바 출제될 가능성이 높은 부분만을 간단히 요약한 '도로명 주소', 시험 직전 한 번 더 체크해야 할 이론 내용 중 따로 엄선하여 '핵심이론 빈출노트'로 요점정리했습니다. 자투리 시간에 이 부분을 가위로 오려 수시로 본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게차는 일반 산업 현장이나 각종 건설공사, 항만, 공항, 물류업체 등 그 사용 범위가 광범위하며 건설 및 유통구조가 대형화될수록 지게차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따라서 지게차 운전 기능사의 전망은 밝은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24 기분파 지게차 운전기능사 필기>는 지게차 운전기능사 시험에 대비하여 NCS(국가직무능력표준)에 따른 새로운 출제기준에 맞춰 최근 개정된 법령을 반영하여 수험생들이 쉽게 합격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적중률 높은 상시대비 모의고사를 수록했으며, 출제 빈도수를 표시해 문제의 중요도를 나타냈었고, 핵심 이론을 공부하고 바로 기출문제를 풀며 실력을 향상시키도록 구성했습니다. 또한 필기시험에 합격한 독자를 위해 실기 코스·작업 요령을 실어 실기시험에 대비하도록 했습니다. 이 책으로 공부한 수험생 여러분의 합격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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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탐정 사무소 -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이락 지음 / 안녕로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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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마산 무학여자고등학교에 재직하며, 문학이랑 잘 노는 법을 전수하기 위한 비책을 궁리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제 돈으로 시집을 구매하여 읽는 어른으로 컸으면 하는 바람으로 여러 도전을 거듭하는 중입니다. "에고, Ego! 시 쓰기 프로젝트", "무기가 되는 토론의 기술", "어쩌다 보니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 등을 썼으며, "내 이마에서 떨어진 조약돌 두 개"라는 시집을 냈습니다. 그럼, 현직 국어선생님의 시(詩) 추리 소설, <시 탐정 사무소>를 보겠습니다.



커피를 잘 내리고, 시 낭독을 잘하는 조수 성완승이 의뢰인을 맞이하고 설록 선생님은 시를 해독하고 그들에게 일정한 보수를 받습니다. 1층에는 응접실과 주방이 있고, 2층에는 선생님과 완승의 방이 있습니다. 창을 제외한 공간 대부분이 책장이고, 책장마다 책이 그득그득 꽂혀 있습니다. 사무소 전체가 거대한 서재인 셈입니다.


HJ 그룹 김만전 회장은 금융계로 뛰어들기 전 S대 경영학과 교수로 있었습니다. 교수 시절 뛰어난 성과를 보인 제자였던 설록을 찾아와 10년 만에 얻은 귀한 딸 효진이가 며칠 전부터 연락을 끊었답니다. 1965년 발간된 '서정수 시선'이란 시집과 메모 하나를 남겨두고요. 사라진 효진이의 마음을 읽기 위해 그녀의 글이 적힌 시를 해독합니다. MF 엔터테인먼트 대표 안토니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이돌 그룹 ANZ의 리더 이즈가 최근 들어 이상해졌다고 하면서 왜 이렇게 변했는지 알고 싶다고 의뢰합니다. 시를 읽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이라며 당사자가 의뢰해야 수락하겠다고 설록 탐정은 거절합니다. 며칠 후 당사자 이즈가 직접 찾아와 기형도 시인의 '빈집'을 정말 좋아하는데, 왜 이 시에 끌리는지를 모르겠다고 합니다. 절벽에서 떨어진 권정진 씨를 자살 미수로 종결하려던 오경철 형사는 의식을 찾지 못해 병원에 있는 권정진을 찾아온 설록과 성완승을 만납니다. 그의 집에서 '사무원'이란 시가, 그의 옷에서 '땅끝'이란 시가 있었습니다.


가출한 HJ 그룹 딸, 열정이 사라진 아이돌, 자살미수로 보이는 남자를 시로 해결할 수 있을지, <시 탐정 사무소>에서 확인하세요.




6편의 이야기와 프롤로그, 에필로그로 구성된 <시 탐정 사무소>는 이야기마다 1편 혹은 2편의 시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시(詩)는 자연이나 인생에 대해 일어나는 감흥과 사상 따위를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언어로 표현한 글입니다. 함축적인 언어로 표현하기에 한두 번 읽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학창 시절 시를 공부할 때 논리적으로 분석하도록 배워서인지 시가 더욱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를 손놓고 지낸지 몇 십 년, <시 탐정 사무소>로 정말 오랜만에 시를 접했습니다. 화자인 조수 성완승이 시를 어떻게 해석하고 느끼는지를 따라 읽다 보면 나도 그런 느낌이 왔다거나, 그런 생각을 했다는 공감을 하게 됩니다. 게다가 시 탐정 설록 선생님의 부연 설명을 통해 해당 시의 내용을 마음 깊이 이해하게 만듭니다. 논리적인 읽기가 기반이 되어야 오독 없이 시를 읽을 수 있고, 그래야 비로소 가슴으로 시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시를 읽고, 생각하고, 시구나 시적 표현에 감탄하고, 다시 생각하다가 시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시 한 편쯤 마음속에 품고 있잖아요?'란 책의 문구가 부끄럽지 않게 저도 시를 찾아읽고, 그중 좋아하는 시 한 편을 마음에 품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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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의 윤무곡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4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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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일본 기후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2009년 "안녕, 드뷔시"로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며 작가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 후 나카야마 시치리 월드라는 특유의 세계관 속에 다양한 테마, 참신한 시점, 충격적인 전개를 담아 '반전의 제왕;이라 불리며 많은 작품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속죄의 소나타", "추억의 야상곡", "테미스의 검", "세이렌의 참회", "날개가 없어도" 등이 있습니다. 그럼,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4권인 <악덕의 윤무곡>을 보겠습니다.



남편감으로 부족할 것 없는 그런 남편의 아내인 이쿠미는 남편을 죽입니다. 정말로 선량한 남편을 죽이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돈 때문입니다. 미안하다며 계속 중얼거렸고, 남편의 몸은 허공에서 미친 듯이 춤을 췄습니다. 진동이 사라질 때까지 밧줄을 쥔 손에 계속 힘을 주었고 얼마 후 진동이 사라졌습니다. 마지막까지 남편이 자살한 것처럼 위장한 채 결국 일을 끝냈습니다. 이제 이불로 돌아가 날이 새면 평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 비명을 한 번 지르고 경찰에 신고하면 됩니다. 퇴고와 연습을 거듭한 증언이고, 당사자가 서명한 유서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공포와 죄책감이 줄지 않았습니다. 불현듯 이쿠미는 무시무시한 악행을 저지른 인간의 어머니라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신이치로도 미도리를 죽일 때 이렇게 혼란스러웠을까. 아들의 행위를 수없이 질책하며 비난해 온 자신이 결국 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재작년에 일어난 특별 노인 요양원 요양 보호사 살해 사건에서 변호를 맡았던 미코시바 레이지는 구형의 절반 이하를 얻어냈으며, 일본 법정에서 별로 다룬 적이 없는 '긴급 피난'을 변호의 논거로 들어 법률 전문지뿐 아니라 신문과 주간지에도 보도됐습니다. 이 사건으로 다시 변호사 사무실에 일이 들어오던 중 미코시바가 이웃에 사는 어린 소녀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이후 30년 만에 여동생 아즈사가 찾아옵니다. 아버지 소노베 겐조가 1년 뒤에 자살하고, 엄마 이쿠미와 아즈사는 손해 배상금 일부를 지불하고 고모다로 성을 바꾼 후 이곳저곳에서 지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쿠미는 나루사와 다쿠마라는 분과 작년에 구혼 파티에서 만나 재혼을 했습니다. 그러다 지난주 나루사와 다쿠마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고 경찰은 이쿠미가 남편을 살해 후 자살로 위장했다며 조사하고 있답니다. 이쿠미가 '시체 배달부' 소노베 신이치로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고 나면 변호를 거절해 어쩔 수 없이 친아들인 미코시바 레이지에게 변호를 맡아달라고 아즈사가 찾아온 것입니다.


악덕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는 승률 100%로 고액의 변호사 비용을 낼 수 있기만 하면 누가 의뢰인이든 상관없다며 아즈사의 부탁을 받아들입니다. 처음 이 사건은 자살이라고 생각되었으나 자살에 사용된 밧줄을 정밀 조사해 보니 감춰진 매듭 안쪽에 이쿠미의 피부 조직이 검출되었습니다. 또한 유서를 감정하자 서명 부분의 잉크가 필기구 잉크가 아닌 카본지 잉크인 것이 판명됐고, 시신을 사법 해부하니 나루사와 다쿠마의 체내에서 다량의 알코올이 검출됐습니다. 당시 생활이 힘들었던 이쿠미가 자산가인 나루사와 다쿠마의 재산을 노리고 구혼 파티부터 계획적으로 접근했다고 경찰은 추측합니다. 미코시바는 이쿠미를 직접 만나 남편을 죽였는지 물었고, 이쿠미는 아니라며 대답합니다.


핏줄 따위 상관없이 원하는 액수의 돈만 받으면 희대의 살인귀든 인간 말종의 약물 중독자든 변호하겠다고 선언한 미코시바 레이지가 재혼한 남편을 죽였다는 친어머니를 어떻게 변호할지, <악덕의 윤무곡>에서 확인하세요.




돈이 아니고 물질적인 것도 아닌 범죄 피해자 유족이 진정 만족할 수 있는 배상이란 것이 있을까요. 범죄 피해자 유족은 죽은 피해자가 다시 살아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않고서야 진정 만족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날 순 없고, 그런 상황에서 가해자가 보일 수 있는 진정한 속죄는 무엇일까요.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가족과 가해자 가족이 아닌, 제3자인 우리는 마음 놓고 그들을 불쌍하게 여기고, 그들을 비난합니다. 특히 소년 범죄자라면 어린 나이로 인해 재판도 받지 않아 아무 죄도 묻지 못했다면, 그런 괴물을 그대로 괴물로 키운 건 가해자 부모니까 책임을 지라고 합니다. 말로 하진 않아도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이런 마음이 바로 일반 시민이라고 일컬어지는 우리들의 본심입니다. <악덕의 윤무곡>의 주인공 미코시바 레이지는 과거 끔찍한 살인 사건을 저지른 소년 살인범으로 의료 소년원에서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재혼한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쓴 친어머니의 변호를 맡았고, 무죄를 입증할 여지가 힘든 이 사건을 결국 승리로 이끌고 갑니다. 승소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악덕 변호사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그의 시니컬한 윤리관과 냉철한 카리스마는 따뜻한 인간미의 주인공이 대부분인 다른 책들과 비교해 특이하고 특별합니다. 그래서 독자들의 마음에 더욱 오랫동안 남는 캐릭터일 것입니다. 피해자와 가해자 가족의 문제들을 내보이며 독자들로 하여금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악덕의 윤무곡>, 차기작이 일본에서 연재되고 있다니 다음 권이 빨리 출간되길 기대리겠습니다.


원래 인간들은 모두 자신은 재판받지 않을 거라 자신합니다.

어쨌든 자기 자신만은 선인이고 정의롭다고 믿어 의심치 않죠.

정의가 재판받을 리 없으니 안심하고 죄인을 몰아붙입니다.

이런 일을 하다 보면 항상 떠올리게 됩니다.

세상에서 인간이 입에 담는 '정의'라는 단어만큼 의심스러운 건 없다는 걸요.

(p. 191)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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