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보통 시 - 서울 사람의 보통 이야기 서울 시
하상욱 지음 / arte(아르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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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에 태어나 리디북스에서 기획자로 일하면서 페이스북에 시를 올리기 시작한 저자는 "서울 시 1,2" 전자책으로 묶어 무료로 배포하다 2013년 1월 종이책으로 출간했습니다. 2015년에는 사랑 시들을 모아 "시 읽는 밤 : 시밤"을 출간했고, 2018년에는 삶에 지친 이들에게 뼈 때리는 위로를 선사한 "시로: 어설픈 위로받기" 책을 펴냈습니다. 또한 2014년 첫 디지털 싱글을 발표하고 싱어송라이터로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 저자의 <서울 보통 시>를 보겠습니다.



제목을 보기 전엔 무엇을 말하는 걸까 궁금했다가 제목을 보면 '아!'하고 머리를 상쾌하게 때리고 갑니다. 그런 시들이 세지 않아 정확하진 않지만 150여 편 가까이 있습니다. 작가 소개부터 상큼한 <서울 보통 시>는 평범하게 시작하지 않습니다. 하상욱 시인에게 평범한 것을 바라면 안 되지요. '작가 사진'과 '소'와 '개' 사진을 연결해 '작가 소개'로 보여주고, 작가의 말은 '말' 사진을 실었습니다. 목차는 작가의 목을 누군가 다리로 차는 장면의 사진으로 앞으로 나올 시들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갑니다.

촌철살인 같은 시들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 3편만 소개합니다. '니가 필요해 내가 잘할게'는 '돈'에 대한 시고, '날 알아주네 난 안아줬네'는 '반려동물'에 대한 시입니다. '내 인생은 찾고 싶다 하면서 부모님은 참고 살길 바랐네'는 제목은 없지만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시인이 소개한 시가 끝나면 '시부록'이 있는데, 시인이 적은 시의 제목을 독자들이 정할 수 있는 시 네 편이 있습니다. 그리고 시 내용과 시 제목까지 지을 수 있는 공간도 한 페이지 마련되어 있습니다. 하상욱 시인의 시를 읽으면 나도 쓸 수 있겠는데란 생각이 들 겁니다. 그런 독자들의 생각을 시부록에 담았습니다.




읽을수록 내 이야기고, 다시 볼수록 더욱 공감하게 되는 <서울 보통 시>는 "서울 시"의 후속작으로 10년 만에 출간한 작품입니다. 10년이 지나도 저자의 위트는 변하지 않았고, 공감 시의 위상도 여전합니다. 일상의 순간을 시인의 눈으로 잡아 일상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을 대변합니다. 그래서 더욱 눈길이 가고, 여운이 남습니다. '시부록'에서 나만의 시를 완성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나도 한번 써볼까라는 마음을 먹게 만드는 <서울 보통 시>. 2024년은 나도 시인의 눈으로, 시인의 마음으로, 일상의 보통 순간을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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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 근대 자본주의 정신은 무엇인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조배준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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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여러 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는 저자는 '철학'이라는 딱딱한 번역어를 쓰지 않으면서 어떻게 'philosophy'의 재미를 나누고 사회적 효능을 더불어 생산할 수 있을지 모색하고 있습니다. "DMA 접경지역 기행", "현대 정치철학의 네 가지 흐름', "길 위의 우리 철학", "처음 읽는 한국현대철학" 등을 함께 썼습니다. 그럼,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보겠습니다.



막스 베버는 1864년 독일 튀링겐의 주도인 에어푸르트의 풍요롭고 안정된 집안에서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김나지움을 졸업하고 대학을 가고 군사 훈련을 마친 후 1886년 베를린대학교에서 학부를 졸업했습니다. 이후 농업사를 다루는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3년 동안 법학 전공의 학업을 이어나가, 25세에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베를린대학교에서 강사를 하다가 1894년 30세에 프라이부르크대학교의 교수로 임명되었고, 2년 뒤 하이델베르크대학교의 경제학 담당 교수로 이직했습니다. 1893년에 마리안네 슈니트거와 혼인했으며, 그녀는 남편의 전기를 집필하고, 그가 남긴 여러 논문을 편집해 출간했습니다.

당시 독일은 후발 제국주의 국가였고, 빠르게 산업화되는 다른 나라에 비해 농업 중심의 전통 독일 사회의 해체와 변화는 베버가 보기에 너무 느려 보였습니다. 거기에 전통적 가치와 문화적 규범이 모두 사라져야 할 대상인지, 자본주의 사회는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 것인지, 자본주의 세상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정당화할 수 있는 윤리적 가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각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나 수단으로 도구화된 계산 능력은 사회의 공동선과 비경제적 가치를 모두 소멸시킬 것인지, 이 모든 사회 변동이 보편적인 변화인지에 대한 물음들의 답을 찾기 위해 베버는 생각하고 연구했습니다.

막스 베버를 더 알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6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베버에게 중요한 물음은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에 대한 경제학적 원리가 무엇인가가 아니라, 근대 자본주의의 정신적 뿌리 즉, 문화적 가치의 근원에 무엇이 놓여 있는가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근대 자본주의의 특별함을 만든 문화적 원동력은 무엇인가를 해명하기 위해 새로운 윤리를 낳은 종교적 원천, 즉 금욕주의적 세속 생활과 '신선한 노동'이 어떻게 물질적 성취를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를 살펴봅니다. 베버는 시장 경제에서 자본가들의 이윤 추구 동기나 기술적 혁신이 아니라, 프로테스탄트로 불리는 신교도들이 지향했던 가치 체계 및 문화적 기풍에서 파생된 '노동 윤리'에 근대 자본주의의 문화적 핵심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120여 년 전 자본주의는 여러 차원에서 달라졌지만 여전히 현대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나는 왜 일하는가'를 되물으며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통해 자본주의의 기원에 대한 이해와 현재에 대한 진단, 더불어 미래에 대한 전망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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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료시카의 밤
아쓰카와 다쓰미 지음, 이재원 옮김 / 리드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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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대를 졸업한 저자는 2017년 "명탐정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가 고분샤의 본격 미스터리 신인 발굴 공모전 'KAPPA-TWO'에 선발되며 데뷔했습니다. "성영사의 기억", "홍련관의 살인", "창해관의 살인", "오후의 종소리가 울릴 때까지" 등을 썼으며,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로 '2021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을 비롯한 유수의 미스터리 문학상을 석권했습니다. 그럼, 저자의 두 번째 작품집 <마트료시카의 밤>을 보겠습니다.



첫 번째 '위험한 도박 - 사립 탐정 와카쓰키 하루미'는 화자인 사립 탐정이 피해자가 가지고 있던 어떤 소지품을 추적하는 이야기입니다. 피해자 마키무라 신이치는 죽은 날 오후에 찻집에 들렀고, 찻집 주인은 그 시간에 피해자가 앉았던 자리 옆에 피해자와 똑같은 가방을 가지고 온 사람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의 가방이 뒤바뀐 것 같았고, 가방이 바뀐 남자는 헌책방에서 산 책을 가방에 정리한다고 부산스러웠다고 합니다. 가방이 바뀐 남자를 찾기 위해 찻집 주인이 알려준 구단도 책방과 책의 뱃머리 책방, 온도리 서점에 들렀습니다.

세번째 이야기 '마트료시카의 밤'은 소설가가 괴로워하며 문을 여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서재 문이 열리고 금고 앞에 선 남자를 새로 온 편집자냐고 물어봅니다. 남자는 맞는다며 그의 소설을 읽어봤다고 했고, 이를 들은 소설가는 최고의 플롯을 검증하는 과정을 함께 하며 모순이 없는지 확인하자고 합니다. 자신의 마흔한 번째 작품이라며 한 공간 안에서 완결되는 미스터리라며 소설가와 남자는 소설 상황을 연기합니다.

무엇 때문에 죽은 피해자가 계속 가지고 다니던 책을 탐정이 찾는지, 소설 상황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며 과연 진실은 무엇인지, 더 자세한 이야기는 <마트료시카의 밤>에서 확인하세요.




한 번의 반전으론 부족한가요. <마트료시카의 밤>은 연속된 반전으로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바뀐 가방을 찾아 중고 서점 거리를 헤매는 사립 탐정 '위험한 도박 - 사립 탐정 와카쓰키 하루미', 미스터리 수수께끼를 풀면 대학 입학이 가능한 ''2021년도 입시'라는 제목의 추리소설', 소설가와 남자가 주고받는 반전의 연속 '마트료시카의 밤', 죽은 학생 프로 레슬러의 범인이 동료들 중에 있다는 '6명의 격양된 마스크맨'까지 <마트료시카의 밤>에는 네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탐정이 나오는 평범한 미스터리 이야기부터 관계자가 적은 여러 기록과 편집인이 독자적으로 수집한 문서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브리콜라주 이야기, 인형 안에 또 인형이 있고, 그 안에 또 인형이 계속 나타나는 형식의 이야기, 코미디극 같은 느낌의 이야기까지 각각의 이야기가 다양한 형식을 선보여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거기에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가 처한 상황을 그린다는 작가의 생각이 반영돼 코로나 시국을 그려내서 미스터리지만 미스터리 요소만 빼면 현실 이야기 같았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이야기 마지막은 저의 능력 부족 때문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골라 먹는 재미가 가득한 아이스크림 브랜드 카피처럼, 색다른 재미가 가득한 <마트료시카의 밤>의 저자가 보여줄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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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인물 사전 - 일러스트로 보는
에노코로 공방 지음, 이지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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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인조 만화가로 1999년 9월 9일에 콤비를 결성했습니다. "형사 콜롬보 완전 수사북"과 "긴다이치 고스케 완전 수사 독본", "셜록 홈즈 완전 해독", 여러 포스터와 소책자, 삽화 등의 일러스트를 담당했습니다. "셜록 홈즈어 사전"으로 일본 셜록 홈즈 대상을 받은 만화가 콤비가 쓴 <일러스트로 보는 셜록 홈즈 인물 사전>을 보겠습니다.



명탐정 셜록 홈즈와 파트너 존 H. 왓슨, 하숙집 주인 허드슨 부인, 경찰관 레스트레이드 경위 캐릭터를 그림과 말풍선으로 알려줍니다. 콤비가 함께 산 방과 그들이 활약했던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 지도도 있고, 실제로 존재하는 명소도 안내합니다.

<일러스트로 보는 셜록 홈즈 인물 사전>는 장편 '주홍색 연구', '네 사람의 서명', 단편집 '셜록 홈즈의 모험'을 실었습니다. 이야기마다 등장인물, 줄거리, 명소 안내, 관전 포인트 Check!, 명대사 등이 있어 일러스트로 요약한 셜록 홈즈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COLUMN'엔 그 시대의 미국, 인도, 직업, 등장 단체, 크리스마스 메뉴 등의 풍부한 글로 해당 이야기의 흥미로운 정보를 보여줍니다.

이야기 끝에는 셜록 홈즈를 쓴 아서 코난 도일에 대한 이야기와 이 책에서 다루지 않은 셜록 홈즈 작품 목록을 다음 책 예고란 글과 캐릭터 그림과 함께 알려줍니다.




저도 어릴 때 열심히 읽고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셜록 홈즈 시리즈. 셜록 홈즈는 1887년 탄생한 이래 오늘날까지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캐릭터 중 하나입니다. 아서 코난 도일이 쓴 60편의 원작 소설은 기이한 사건들, 명쾌한 추리, 홈즈와 왓슨의 케미로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일러스트로 보는 셜록 홈즈 인물 사전>은 원작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에 초점을 맞춰 줄거리와 주목할 포인트, 캐릭터 등을 소개합니다. 게다가 책에 나온 명소들을 실어 홈즈를 테마로 여행을 떠나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소개한 홈즈 이야기 중에 못 읽어본 내용도 있고, 어릴 때 읽은 터라 기억이 나질 않는 내용도 있어서 이 기회에 홈즈 이야기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야겠습니다. 그리고 그 곁에 <일러스트로 보는 셜록 홈즈 인물 사전>을 두고 저자는 어떻게 보았는지 비교하는 재미도 느껴보도록 하겠습니다. 후기에 이 책의 내용은 원작 소설의 첫 1/3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다음 책을 기약하는 말로 끝맺었으니 곧 나올 다음 책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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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록 살인사건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박진범 북디자이너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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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도립 전기공업학교를 졸업한 후 11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한 저자는 퇴직 후 사립탐정, 경비원, 세일즈맨 등 갖가지 직업을 전전하며 현상 공모에 도전한 끝에 1963년 "일그러진 아침"으로 제2회 올읽기물 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했습니다. 1965년 "천사의 상흔"으로 제1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했고, 1978년 "침대특급 살인사건"과 철도를 무대로 한 트래블 미스터리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2004년 일본 미스터리 문학계의 발전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8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 대상을 수상한 저자의 <묵시록 살인사건>을 보겠습니다.



갑작스러운 나비 떼의 출현과 한 청년의 기이한 죽음은 대낮 긴자의 보행자 천국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비번으로 가족과 나들이하러 온 가메이가 미소 지은 채로 죽은 청년을 발견했고, 달착지근한 아몬드 냄새로 청산 중독임을 알게 됩니다. 시신 왼쪽 손목에 채워진 황동 팔찌 뒷면엔 네잎클로버 그림과 함께 '우리는 세상의 소금이니라'란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경시청 수사 1과에 출근한 가메이는 상사 도쓰가와 경부에게 이를 보고 했고, 며칠이 지나 다카시마다이라의 대형 아파트 단지에 하늘에 떠오른 고무풍선이 하나둘씩 떠오르다가 순식간에 100개가 생겼고,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가 20대 여자가 미소 지은 채로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모든 형사들이 두 사건이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성별 차이, 그리고 고무풍선과 나비라는 차이뿐입니다. 여자도 청동 팔찌를 차고 있었고, 뒷면에는 '우리는 한 알의 밀알이니라'란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하늘로 날아간 고무풍선은 여기저기에 떨어졌고 강변에서 낚시를 즐기던 노인이 이를 주었더니 종이가 묶인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곳엔 '다음 주 일요일, 우리 동지가 항의하기 위해 분신자살을 할 것이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예고된 자살을 막기 위해 수사본부가 차려졌고, 앞서 죽은 두 사람의 신원과 뭘 위해 나비를 수백 마리 날리고, 고무풍선을 띄웠는지, 그리고 뭐에 대한 항의인지 알아내기 위해 조사합니다. 하지만 예고된 날 야구장 투수 마운드에서 타버린 남성 사체가 나타났고, 각 신문사에 '묵시의 시대라는 증거로 다음 주 일요일에 우리 동지가 또다시 분신자살을 할 것이다'가 적힌 예고 분신자살 편지가 도착합니다. 형사들의 수사 끝에 나비와 고무풍선을 배달한 운전사를 찾았고, 그는 어떻게 자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냐고 도리어 물어봅니다. 그는 고바야시 마사히코로 팔찌엔 '우리는 빛의 자녀이니라'가 적혀 있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고바야시는 자신을 찾아온 노미야마를 '아버지'라 부르며 우리의 왕국이 완성될 수 있을지 물어봅니다. 노미야마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신념 때문에 죽으며, 자신도 그들을 뒤따를 거라 말합니다. 그의 팔찌엔 'I · N · R · I(라틴어, Iesus Nazarenus, Rex Iudaeorum의 머리글자)'가 새겨져 있었고,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란 뜻이랍니다.

예고된 분신자살을 막을 수 있을지, 노미야마가 말하는 신념과 왕국은 무엇인지, <묵시록 살인사건>에서 확인하세요.




신념은 무엇일까요. 자신이 가진 견해나 사상에 대해 흔들림 없는 태도를 견지하며 변하지 않는 것을 신념이라고 합니다.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위험합니다. 철학자 니체는 '강한 신념이야말로 거짓보다 더 위험한 진리의 적이다. 신념은 나를 가두는 감옥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묵시록 살인사건>은 종교적 신념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줍니다. 연이은 청년들의 자살 사건과 배후에 존재하는 지도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경시청 도쓰가와 경부의 조사가 계속될수록 이야기는 확장되어 갑니다. 이 책은 저자가 1980년 처음 발표된 작품으로 사회파 미스터리의 정석을 보여줍니다. 작품 출간 4년 후 일본 역사상 최악의 테러 사건을 일으킨 사이비 종교 단체 '옴 진리교'가 일본에서 결성되었으니, 작가가 바라본 당시 일본 사회의 모습이 얼마나 적확한지 알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사이비 교주에 홀렸다가 형사로 인해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사람들의 반응은 우리가 생각한 반응과 전혀 다릅니다. 악몽에서 깨어나서 다행이라며 진실을 알려준 형사에게 고마워할 줄 알았는데, 사람들은 채워지지 않는 현실 세계로 돌아가게 된다는 사실에 적극적으로 기뻐하지 않습니다. 지금 현재에 만족하지 못한 그들은 그곳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언젠가 다른 낙원을 찾아 떠날 수 있습니다. 홀로 남아 있는 소녀의 모습에서 형사들의 수사는 끝이 났지만, 소녀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마음 둘 곳 없는 소녀의 모습이 너무나 씁쓸합니다.

니시무라 교타로는 2022년 92세로 별세하기 전까지 출간 작품 수 약 700편, 누적 발행 부수 2억 부가 넘는 일본 미스터리계의 거장 중의 거장입니다. 그의 작품은 이 책까지 총 5권의 책이 나왔으니 앞으로 출간될 저자의 작품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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