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 - 불완전한 진화 아래 숨겨진 놀라운 자연의 질서
앤디 돕슨 지음, 정미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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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학술 문헌에 1000번 이상 인용될 만큼 인상적이고 탁월한 연구를 발표해온 영국의 생물학자이자 과학 칼럼니스트입니다. 노팅엄대학교에서 암탉 해리어의 다양한 생태학적 측면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마치고 옥스퍼드대학교 동물학과에 입학한 저자는 수학적 모델링을 사용해 라임병 및 기타 진드기 매개 감염 위험 변화를 예측했으며, 숙주-기생충의 진화 역학을 추적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밀렵 방지를 위해 데이터 과학 기술을 적용하는 등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를 보겠습니다.



40억 년에서 45억 년 전 특이한 특성을 가진 분자가 나타났습니다. 이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자신을 복제해 자손을 만드는 것이 전부였는데 복제자라고 불립니다. 최초의 복제자가 완벽하게 자신을 복제하고, 그 사본이 다시 완벽한 사본을 만드는 일이 무한정 반복되었다면, 복제자는 한 유형만 존재했을 것입니다. 변화가 전혀 없으므로 당연히 더 정교해지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발생한 일은 오류, 그에 대한 다양성, 그에 따른 경쟁, 그에 따른 복잡성, 그에 따라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고 삶에서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입니다. 진화는 불완전성의 결과입니다.

치타는 가젤을 잡기 위해 빨라야 하고, 가젤은 치타를 피하기 위해 빨라야 합니다. 대칭적으로 꼭 그래야 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적응도'는 한 개체가 남길 수 있는 자손의 수에 대한 척도로, 치타는 가젤을 잡지 못하면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는데 그치지만, 가젤은 어떤 추격전이든 이기지 못하면 죽기에 적응도는 순식간에 0이 됩니다. 치타와 가젤 사이의 비대칭성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자연 선택은 세대 간 필터 역할을 하여 현재 환경에서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 특성을 가진 계통에 우선적 진입을 허용합니다. 가젤의 필터는 치타와의 경주에서 진 가젤은 단 한 마리도 허용하지 않지만, 치타의 필터는 대부분의 치타를 허용하고 연달아 실패한 치타만 처벌합니다. 결론은 치타를 피하기 위한 가젤 유전자가 가젤을 잡기 위한 치타 유전자보다 훨씬 더 강한 선택 압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가젤이 경주에 승리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가젤의 몸은 승리를 위해 자연 선택에 의해 더 미세하게 조정되었습니다. 이들이 마주칠 때마다 포식자는 끼니를 놓칠 위험만 감수할 뿐이지만, 먹잇감은 목숨을 걸고 있습니다.

고래의 머나먼 조상에는 물고기가 존재하지만 비교적 최근에는 육지에 사는 네발 달린 생물로부터 진화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물로 돌아갈 때 고래는 마지막으로 물을 떠났을 때보다 물에 적응이 덜 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아가미를 버렸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고래는 왜 아가미를 다시 진화시키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바닷물에 포함된 산소는 바로 위에 있는 공기에 함유된 산소의 약 1/3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바다로 간 포유류는 물고기가 1리터의 공기를 마셨을 때 얻을 수 있었던 것과 같은 산소를 얻으려면 3리터의 물을 마셔야 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바닷물의 염분은 유독하게 작용했기에, 초기의 해양 포유류는 아가미를 발달시키는 대신, 수중 환경에서 공기 호흡을 더 쉽게 할 수 있는 돌연변이를 축척해 호흡을 더 잘 하는데 전념했습니다.

이외에도 탁란, 기생, 단장, 노화, 집단생활, 자식/배우자 살해, 잘못된 진화에 대한 이야기는 <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에서 확인하세요.




그것은 진화이지만, 위대한 성공작은 아니다.

p. 17


우리는 흔히 '진화'를 점점 더 좋고, 유리한 방향으로 발전한다고 오해합니다. 하지만 자연 선택은 계획이 없고, 앞을 내다보지 않으며, 최종 목적지가 막다른 골목일지라도 유기체의 유전자에 즉각적인 이득만 안겨준다면(즉, 유전자를 불어나게만 해준다면) 해당 형질에 보상합니다. 그에 대한 다양한 예를 <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상할 수 없는 결과를 통해 진화를 살펴보면, 종, 개체, 유전자 등 어느 관점에서 봐도 진화가 늘 좋은 방향으로만 이어지진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좋은 방향이 아니라, 진화는 어떤 방향으로도 진행되지 않습니다. 되려 진화는 목적이 없고, 수동적이며, 비도덕적입니다. 진화가 특정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지금 어디를 가고 있는 것일까요. 그것에 대한 답은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불완전한 진화 아래 숨겨진 자연의 질서를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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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
구시키 리우 지음, 곽범신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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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일본 니가타 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2012년 "헌티드 캠퍼스"로 제19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 독자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적과 백"으로 제25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까지 거머쥐며 2관왕을 달성하며 데뷔했습니다. "침식", "나와 모나미와, 봄에 만나다", "209호에는 모르는 아이가 있다", "피뢰침의 여름", "사형에 이르는 병" 등을 썼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범죄 미스터리 <Tiger>를 보겠습니다.



1987년~88년에 걸쳐 발생한 '기타미노베군 여아 연쇄살인사건'에서 살인, 성폭행 및 영리 목적 유괴 등의 죄로 사형이 확정된 가메이도 겐(65)이 암에 걸려 결국 도쿄 구치소에서 사망했다는 조간신문의 사회면에 실린 기사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 사건은 30년도 더 된 일이며, 당시 호시노 세이지는 특별 수사본부의 서류 업무 담당이어서 탐문수사, 신변 조사, 취조는 다른 수사관 담당이었습니다. 그런데도 30년 동안, 마음 한구석에 계속 걸려 있던 사건입니다. 1987년 초여름 초등학교 3학년인 기노시타 리카가 하굣길에서, 1988년 초가을 초등학교 2학년인 야나세 사나에가 또다시 하굣길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두 여아 모두 실종 뒤 며칠이 지나 구타와 성폭행을 당한 채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동일범임을 확신하고 인근에 거주하는 성범죄자를 조사했으나 결정적 증거가 없었습니다. 가메이도 겐과 이요 준이치는 근처 빈집털이나 도둑질을 했고, 절도 용의로 체포해 심문하다 가메이도 겐이 리카를 살해했다고 자백했습니다. 다음 날 이요 준이치도 자백했고, 매스컴은 용의자를 체포했다며 시끄러웠습니다. 세이지는 세부적인 사항만 자꾸 바뀌는 조서를 보며 위화감을 느껴서 수사 1과 과장에서 의문을 털어놓았습니다. 리카의 속옷에 묻은 침에서 나온 DNA가 가메이도와 일치한다는 과장의 말을 듣고 세이지는 안심했습니다. 결국 재판에서 자백과 DNA형 감정 결과로 사형이 판결되었지만, 2009년 6월 다른 사건에서 DNA를 감정한 결과 억울한 누명을 쓴 케이스로 판명이 되었습니다. 같은 분석법을 이용한 DNA 감정이라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주범으로 여겨졌던 가메이도 겐이 옥사했습니다. 남겨진 것은 겐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며 눈물을 흘린 공범인 이요 준이치입니다.

세이지는 이요와 가메이도의 범행이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서 재조사에 나서고, 이를 경찰 담당 기자로 오랫동안 친했던 오노데라에게 털어놓습니다. 오노데라는 여론을 움직이면 재심이 가능하다고 조언했고, 올해 국립대에 합격한 손자 아사히에게 이를 의논합니다. 지망했던 대학에 입학한 후로 방에 틀어박혀 일러스트만 그리던 아사히는 영상이 효과가 좋다며 소꿉친구 이시바시 데쓰와 물어봅니다. 기타미노베 사건에 대한 자료를 찾고 확신을 얻은 데쓰는 동영상 제작과 공개에 앞서 피해자 유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요 준이치의 재심 청구를 진행하는 가타기리 변호사, '도치기 종합 텔레비전' 총괄 프로듀서 후쿠나가까지 합세합니다. 아사히의 올린 만화로 사람들의 관심을 조금씩 받다가, 데쓰의 촬영과 편집을 거쳐 후쿠나가의 감수를 받고 세이지의 조사 과정을 영상으로 올렸습니다. 화제가 되어 지역 방송에 나오고, 전국 방송까지 영상이 나오게 됩니다. 그때 오노데라가 있던 니치에이신보에 소포가 도착하고, 그 안엔 여아용 스커트와 오래된 발톱, 치아 조각, 문서가 있습니다.

도대체 진범은 누구인지, 팀 호시노의 조사는 어떻게 될지, <Tiger>에서 확인하세요.




전직 형사 할아버지와 대학생 손자와 그 친구, 묘하기 이를 데 없는 이들의 조합은 살인사건의 진상을 밝힌다는 목적으로 끈끈해집니다. SNS, 메일 등을 모르는 형사 할아버지는 발로 뛰며 탐문수사를 했고, 영상을 올리고 검색을 하는 것 등은 손주와 친구에게 맡깁니다. 그리고 여론에 힘을 싣는 전직 기자와 방송 프로듀서도 함께합니다. 처음엔 보잘것없는 마음이었을지 몰라도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 속에 이들은 사명을 가지며 진실을 쫓기 시작합니다. 저도 마음속으로 이들을 응원하며 진범이 잡히기를 고대했고, 드디어 아동 성폭행범의 범인이 밝혀졌습니다. 이제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 결말로 끝이 나겠다는 안도를 느낄 그때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또 다른 충격을 선사합니다. 마지막에 가한 충격이 너무나 커서 저자의 다른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범죄 미스터리 소설 <Tiger>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저자의 의도대로 흔들렸지만 그 흔들림이 기분 좋은 작품입니다.


소녀는 잠시 망설였다.

모르는 사람은 따라가면 안 된다고 선생님은 말했다.

곤경에 빠진 사람을 보거든 도와주라고도 말했다.

이번 경우는 어느 쪽일까.

p.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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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의 새 - 나는 잠이 들면 살인자를 만난다
김은채 지음 / 델피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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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영사기가 돌아가는 영화관에서 자란 저자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이 성장하고 연결되는 힘을 경험하고 방송작가로 업을 정했습니다. 지금은 직장인이지만 퇴근 후 영화 시나리오, 문학, 에세이 등 분야를 불문하고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고, 스릴러 웹툰 "홀더"를 2년간 연재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지하실의 새>를 보겠습니다.



꿈속 이야기로 먹고사는 28세 스릴러 작가 김하진은 꿈에서 새가 되어 살인 장면을 목격하고, 잊기 전에 기록합니다. 그가 쓴 글은 너무나 생생해서 대중에게 인기가 있었고, 악의가 담긴 게시글들이 생겨납니다. 김하진은 소문의 출처를 알고 싶어 출판사에서 소개한 변호사 최강운에게 의뢰를 합니다. '네가 누군지 알아.'란 짧은 게시물을 보여주며, 10살 이전의 기억이 없다고 합니다. 김하진의 첫 기억은 보육원 수녀님이 손을 잡고 복도를 걸어간 그때부터 시작합니다. 보육원에 들어간 것도 10살이었고, 양부모에게 입양된 것도 10살입니다. 하진을 입양한 50대 후반의 부부는 다정했으나 뭔가 이상했습니다. 가족사진에 있는 털 짐승, 하진은 그것의 대체품이었습니다. 처음엔 하진의 어눌한 말투도 개의치 않았고, 또래보다 작고 앙상한 몸도 볼품없게 보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며 훌쩍 커버린 하진을 보며 하자품을 데려왔다며 방치했습니다. 그때부터 새가 되는 꿈을 자주 꿨고, 새의 눈은 누군가가 죽거나, 무언가 도륙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꿈에서 보고 느낀 것들은 날카롭게 다가왔고, 온몸에 박히듯 새겨지는 끔찍한 기억은 고통스러워 자해하며 그 고통을 잊었습니다. 하진이 20살 성인이 되던 해 교통사고로 양부모가 죽었고, 그의 자해는 심해져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정신과 의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정신과 의사는 자해를 멈추기 위해 글을 써보라고 가볍게 말했고, 하진은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하진을 찾아온 박지한 형사는 하진의 책에 나온 살인 이야기들이 조사한 살인 사건들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말합니다. 또한 묘사된 내용의 디테일도 실제 사건들의 정황도 거의 똑같다고 합니다. 미결로 종료한 사건을 하진의 책 내용에서 힌트를 얻어 시신을 발견했다며 살인자가 아닌지 추궁합니다. 그때 최 변호사가 들어와 절차 없이 민간인을 추궁했다고 말했고, 박 형사는 최 변호사에게 갈 데까지 갔다는 말을 남기고 떠납니다. 또다시 꿈을 꾼 하진은 박 형사를 새의 모습으로 봅니다. 꼭 CCTV로 훔쳐본 것처럼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혼란스러운 하진에게 최 변호사는 책에 나온 이야기 기준으로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매칭해서 범인이 이미 잡히거나 사고로 마무리된 것을 제외하고 13건을 찾았다고 합니다. 이야기 중에 사건이 일어났거나 시신이 발견된 곳을 역추적해서 시작점을 계산하면 송양 시가 나타난답니다. 박 형사의 소장이 접수되고 수사가 시작되면 더욱 힘들어지니 그전에 범인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최 변호사의 말에 하진은 송양 시 옆 만조리에 자신이 있었던 보육원이 있다며, 만조리로 갑니다.

만조리에서 하진을 기억하는 진희를 만났고, 그녀는 보육원에 있던 오빠를 찾으러 왔다고 합니다. 하루만 묵고 떠나려고 했던 하진은 진희를 만나 며칠 더 있게 되는데, 약사 아들이자 마을의 이장인 남자가 목이 없어진 채 죽고, 하진은 살해 당시의 모습을 새가 된 채 목격합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났지만 경찰 소장과 피해자의 엄마인 약사는 수사를 하지 않고 덮습니다. 이상한 만조리 마을 사람들과, 만조리에서 하진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누군지, <지하실의 새>에서 확인하세요.




꿈에서 새가 되어 살인사건을 목격하는 것도 끔찍한데, 그 살인사건이 꿈이 아니라 실제 사건이라면 어떨까요. 생생한 묘사로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은 스릴러 작가 김하진의 팬카페에 작가가 살인자라는 게시글이 올라옵니다. 또한 10살 이전의 기억을 잃은 김하진을 알고 있다는 게시글도 올라옵니다. 하진은 자신의 기억을 찾기 위해 첫 기억인 보육원이 있는 곳으로 갑니다. 그곳에서도 새의 모습으로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실제 살인사건이 똑같이 벌어집니다. 하진은 왜 꿈속에서 항상 새 인지, 왜 잔혹한 것만 목격하는지, 왜 살인자의 얼굴을 볼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하지만,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든 것이 의심스럽습니다. 남들이 꾸는 '평범한 꿈'을 원하는 하진을 보며, '당연하게 여겼던 평범한'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사는 보통 사람인 나의 삶이 내세울 것이 없어 보잘것없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평범함이 소중한 것임을 깨닫고, 오늘의 일상도 평범하게 지나갔음에 감사하며 하루하루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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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사기꾼들 이판사판
신조 고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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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저자는 사회 초년생을 착취하는 부동산 블랙 기업을 다룬 "협소저택", 다단계 판매에 빠져드는 젊은이들을 다룬 "뉴 카르마", 사회에서 이탈하고 마약을 팔아 연명하는 청년을 주인공으로 한 "살라레오" 등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탁월하게 그려낸 소설을 써왔습니다. 그럼, 넷플릭스 드라마화가 예정된 부동산 사기꾼들의 세계를 그린 <도쿄 사기꾼들>을 보겠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표적은 시마자키 겐이치라는 78세 남성이 소유한 물건입니다. 몇 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 살다가, 작년 여름 도내 실버타운에 입소하여 현재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리더인 지면사 해리슨 야마나카, 부동산 정보를 수집하고 타깃을 물색하는 도면사(건축 설계 도면을 작성하는 전문가) 다케시타, 소유자를 사칭할 배우를 고르고 교육하는 수배사 레이코, 전 법무사 고토와 소유자 대리인으로 위장한 다쿠미, 서류와 인감을 만드는 위조범과 돈을 세탁하는 전문가가 한 팀이 되어 부동산 개발회사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몇 억 엔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자축했고, 다음 계획이 세워질 때까지 헤어집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뒤 다시 모였고, 해리슨은 다케시타가 검토할 것도 없다고 했던 후보 물건에 관심을 보입니다. 역과 가깝고 주차장과 지금은 폐쇄된 갱생보호시설로 합쳐서 26000평방미터가 넘으며 저당권은 설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 야마노테선 신역사 개통이 예정되어 있어 재개발이 예상되는 지구에 위치해 있지만, 주인이 여승인데 절대 팔지 않는다고 소문이 났답니다. 이 물건의 시장 평가액은 백억 가까이라 매수인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 난색을 표했지만, 해리슨은 추진합니다.

아오야기 다카시는 법학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들어가 상무이사 겸 개발본부장으로 있으며 동창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과시하며 지냅니다. 토지 개발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회의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가 최근 교섭이 어려워져 사업 계획이 지체됩니다. 이러면 목표 미달은 물론이고 막대한 손해가 발생되기에 자신의 자리도 위협이 됩니다. 어쩔 수 없이 대체할 다른 대규모 토지를 찾아야 하는데 아오야기 동창의 지인이자 해리슨의 협조자가 야마노테선 신역사 땅을 소개합니다. 마음이 급한 아오야기는 거래를 하고 싶어 해리슨 일당과 만납니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신장과 간장의 기능 저하로 쓰러져 2주 정도 입원했다가 다시 경찰서로 복귀한 다쓰는 지능범을 전문으로 하는 수사 2과로 배치받습니다. 어떤 경우든 결코 일을 건성으로 날라지 않는 성실함이 무기인 다쓰는 10년 전 야마나카 해리슨 사건 파일을 꺼냅니다. 2년에 걸친 수사가 결실을 맺어 해리슨을 취조했으나 혐의 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받고 석방이 되었습니다. 석방되는 날 취조실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던 남자가 환호성을 지르며 다쓰를 보며 도발하듯 엷은 눈웃음을 짓습니다. 그 후 수사에 참여했던 동료 형사들과 마찬가지로 해리슨의 존재는 내면에 잉걸불처럼 조용히 타고 있습니다. 지면사가 개입된 다른 사기 사건을 검토하던 중 이상한 직감을 느낀 다쓰는 지바 형무소에서 쓰지모토 마사미가 쓰지모토 다쿠미 앞으로 보낸 봉투를 발견합니다.

해리슨 일당은 백억 가까운 신역사 땅을 사기 칠 수 있을지, 정년퇴직을 앞둔 다쓰는 해리슨 일당을 붙잡을 수 있을지, 다쿠미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도쿄 사기꾼들>에서 확인하세요.




사기를 당한 자가 다른 사람에게 똑같은 수법으로 사기를 친다? 보통이라면 자신이 사기를 당했을 때의 억울함과 그로 인한 주위 사람들의 고통을 잘 알기에 남에게 사기 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기꾼 다쿠미는 방금 만난 정체 모를 자들을 신뢰하는 눈을 보면서 자신의 예전 모습을 떠올리며 희열감을 느낍니다. 순진한 양심을 깡그리 깔아뭉개는 도착된 감각에 사로잡힙니다. 가족이 함께 운영하던 다쿠미의 회사는 사기를 당했고, 다쿠미 아버지의 극단적 선택으로 엄마, 아내, 어린 아들이 불에 타 죽고, 아버지는 형무소에 수감됩니다. 그는 삶을 포기하며 지내다 예기치 않게 부동산 전문 사기꾼 지면사라는 일로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그런 다쿠미의 마음과 지면사가 사기 치는 과정을 너무나 자세히 그려낸 <도쿄 사기꾼들>은 미해결 사건 중에 마음에 깊이 남은 노형사 다쓰의 열정도 함께 보여줍니다.

이 소설은 2017년에 일어난 '세키스이하우스 사건'을 모티브로 합니다. 일본의 어느 사기 조직이 건물주 행세를 하며 대형 건설사를 속여 거액을 챙긴 사건인데, 저자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면밀한 취재를 통해 그들의 조직적인 범행을 압도적인 리얼리티로 완성시킵니다. 고령화가 극심한 일본에서 일어난 일들은 더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의 모습을 미리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노인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노령연금을 가로채는 범죄, 노인의 부동산을 이용해 사기를 치는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일본의 모습은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닙니다. IC 칩을 복제하고, 사기 친 돈을 가상화폐로 바꾼 뒤 다크웹 교환소에서 자금을 세탁하는 등 첨단 기술로 무장한 사기꾼 일당이 작정하고 속이면 대형 기업도 속게 됩니다. 남을 속이는 사람의 광기를 제대로 보여주는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도쿄 사기꾼들>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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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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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미대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저자는 1996년 한국영화진흥공사 주최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로 대상을 수상하며 소설화는 물론 영화화의 꿈을 이뤘습니다. "운명계산시계", "신의 달력" 등의 소설을 비롯하여 OCN 수사 드라마 'KPS!'의 시나리오까지, 다양한 작품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그럼, 2011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궁극의 아이>를 보겠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히말라야에 있는 14대 달라이 라마 으뜬에게 편지가 오면서부터입니다. 미국 애틀랜타에서 온 편지로 '십 년 전 제가 했던 말을 기억하십니까, 라마.'란 문장만 적혀 있습니다. 으뜬은 봉투에 찍힌 우체국 소인을 확인하니 십 년 전 미국의 애틀랜타에서 오늘을 착신 일로 지정하여 보낸 편지입니다. 10년 전 애틀랜타의 에머리 대학에서 한 강연장에 스물이 됐을 법한 오드아이의 동양 청년이 두 번 절하며 그의 입적에 관한 말을 합니다. 앞으로 정확히 십 년 후 오늘 라마께선 초승달 아래에서 암살을 당할 거라 말하고 사라집니다.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르며 으뜬의 얼굴 표정이 어두워지자 법회를 취소할까 묻는 수행자 롭상에게 그러지 말라 말하고 단상으로 향했고, 맨 앞줄에 있던 신도 한 명이 총을 꺼내 그를 쏩니다.

앨리스 로자는 인터넷으로 주문받아 실제 아기와 똑같은 인형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대부분은 병이나 사고로 아기를 잃은 부모들입니다. 그녀가 이 일로 유명해진 것은 생김새뿐 아니라 아기의 성격, 사연까지 담기 위한 혼신의 노력이 인형에 묻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보행기 없이는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는 거구이고, 7살 이후 모든 것을 기억하는 병을 앓고 있습니다. 10살 딸 미셸은 엄마에게 반항하며 방으로 도망쳤고, FBI 요원 사이먼 켄이 '신가야'란 사람을 아냐며 찾아옵니다. 그는 십 년 전 있었던 닷새 동안의 치명적인 사랑이자 미셸의 아버지였고, 엘리스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입니다. 어젯밤 9시경 워시언의 제퍼슨 호텔 정문에서 나다니엘 밀스타인이라는 사업가가 총격 사건으로 죽었는데, 그 사건이 발생하기 한 시간 전 사이먼에게 편지가 배달되었답니다. 봉투에 찍힌 우체국 소인의 날짜는 십 년 전 오늘이고, 내용엔 이 편지가 배달되는 날부터 5일 동안 매일 한 명씩 사람이 죽게 될 거랍니다. 그들을 제거하는 이유는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공공의 적이기 때문이고, 이 계획을 막고 싶다면 뉴저지에 사는 엘리슨 로자를 찾아가라고 합니다. 그녀의 기억 속에 모든 단서가 들어있다면서요. 엘리스는 장난 편지라며 십 년 전 자신이 보는 앞에서 자살했다고 합니다.

나다니엘 밀스타인이 살해당한 곳은 워싱턴입니다. 그렇다면 사건의 담당은 워싱턴 지부인데, 신가야는 워싱턴에서 390km나 떨어진 뉴욕의 사이먼에게 경고장을 보냈습니다. 이상한 점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엘리스가 뉴저지로 이사한 건 신가야가 자살한 후 6개월이 지나서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엘리스가 거기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요. 엘리스 집에서 본 종이로 접은 악마 개구리, 사이먼이 공항에서 본 악마 개구리가 꼬리 날개에 있던 비행기에 경비행기가 날아들더니 충돌합니다. 장난 편지가 아님을 직감한 사이먼은 엘리스에게 가서 신가야와의 기억을 물어봅니다.

십 년 전 죽은 신가야는 어떻게 사람을 죽이는 것이며, 사이먼을 택한 이유와 '궁극의 아이'는 무엇인지, <궁극의 아이>에서 확인하세요.




<궁극의 아이>는 미래를 기억하는 아이로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의 모든 기억을 갖고 태어납니다. 인생 전체를 뇌 속에 저장한 채 세상에 나옵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 아이들이 존재하며 10살 때 오드아이가 되며 능력이 발현됩니다. 이 아이들의 존재를 알게 된 사람은 이 능력을 이용해 세상을 지배합니다. 자신의 미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진정한 궁극의 아이인 신가야는 자신을 이용한 사람들에게 복수를 합니다. 그의 계획대로 10년 후 사람이 죽지만, 신가야는 이미 10년 전 죽은 사람입니다. 어떤 방법으로 죽은 그가 10년 뒤에 사람을 죽이는지 궁금함에 책을 읽다 보면 현재와 과거의 기억이 절묘하게 맞물리며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죽은 줄 알았던 그가 죽지 않았다는 고리타분한 발상은 전혀 아니고, 새로운 방법으로 그는 계획을 실행합니다. 그전까지 한국 미스터리는 외국의 미스터리에 비해 플롯이 어설프거나 유치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선입견을 <궁극의 아이>가 깨주었습니다. 작가를 이제야 알게 된 것이 아쉽지만, 이제라도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야겠습니다. 한국 미스터리의 감동과 재미를 느낀 이 책을 추천합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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