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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 종친회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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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평양에서 걸려온 전화"와 "악플러 수용소", "과거여행사 히라이스", "기다렸던 먹잇감이 제 발로 왔구나"를 썼으며, 사회적 이슈를 문학적으로 녹이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금도 꾸준히 또 다른 세계를 만들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저자의 <노비 종친회>를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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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헌봉달은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미국 FDA에서 승인을 받았다는 당뇨 치료 장비로 돈을 벌겠다고 일을 벌이다 승인을 받을 예정임을 알게 된 병원들로부터 고소가 들어왔습니다. 동업자는 공금을 들고 날랐고, 미국 본사 역사 자국에서 재심의가 들어가는 바람에 도움받을 길이 요원합니다. 영업실적은 마이너스가 되었고, 거래처마다 대금 결제 독촉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 속내를 시골집에 있는 엄마에게 말하지 못하고 산소에 와서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 동네 사람들로부터 봉달이 왔다는 소리를 들은 엄마가 그를 봅니다. 엄마에게 빌린 돈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거래처에 사정을 말해 삼 개월의 말미를 받은 게 다입니다. 그때 사무실 틈으로 한 여자가 들어옵니다. '전국에 전주 헌씨들 집결 요망'이란 글자를 보고 왔다며 헌신자라고 합니다. 신자는 이곳이 종친회냐며 노비 집안인 걸 아냐고 봉달에게 묻습니다.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가 돌아가지고 옆집에 살던 어르신이 죽었는데, 거기서 호구단자를 발견했답니다. 근데 거기에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름이 적혀 있었대요. 남의 집 호구단자에 적혀 있는 이유가 그 집 종이라서 그랬답니다. 봉달은 양반, 상놈, 그걸 누가 따지냐며 떳떳하게 잘 살면 양반 아니겠냐고 합니다. 감동받은 신자는 SNS에서 진주 헌씨들을 모으는 글을 올립니다.
신자가 올린 글의 조회 수는 꽤 되지만 막상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파리만 날리는 중에, 탈북청년 헌총각과 전직 사학 교수 헌학문이 찾아옵니다. 또한 입양아 헌자식도 부모를 찾겠다며 이곳을 찾아옵니다. 헌학문이 말하길, 조선 시대가 부계 사회긴 해도 외손을 배척하거나 제사 지내는 사람만 우선시하는 풍토는 아니었는데, 조선 후기 때부터 남손 중심으로 바뀌고, 족보를 만들겠다며 요란을 떨었답니다. 80년대까지도 돈을 들여 가짜 족보를 만드는 사람도 있었는데, 현대사회에서도 족보는 신분 상승을 위해 겉치레로 보여주기식으로 사용된답니다. 그러면서 학문은 얼마 전까지 성행한 신분 세탁도 알아내기 힘든데, 이백 년 전 신분 세탁을 우리가 알아볼 수 없으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백 년 전 헌씨 조상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조사해야 하는 것이랍니다.
회원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조상들의 흔적을 열심히 찾는데, 헌봉달은 혼자 4선 국회의원 헌정치를 만납니다. 그는 헌봉달의 공을 치하하며 자신도 정기총회 때 참석하고 헌씨들을 모으는 데 앞장서겠다고 합니다. 그의 화려한 이력과 인맥을 아는 헌봉달의 눈빛은 빛납니다.
종친회를 연 헌봉달의 의도는 무엇인지, 시조 찾기에 열성인 회원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노비 종친회>에서 확인하세요.
사업 실패로 막다른 길에 몰린 헌봉달은 뜬금없이 종친회를 세우고, 찾기 힘든 진주 헌씨들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주부 헌신자, 전직 교수 헌학문, 탈북 청년 헌총각, 입양아 헌자식, 전직 조직 부두목이며 현직 일식집 사장 헌금함, 여고생 헌소리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채 이곳에 왔습니다. 전직 사학교수 헌학문의 지식과 인맥으로 시조 찾기에 나서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두 굴하지 않고 돈도 되지 않는 일에 열성을 다합니다. 이들을 못마땅하게 보는 헌봉달은 4선 국회의원 헌정치를 만나며 자신의 속내를 드러냅니다. 종친회를 설립한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조금씩 밝혀지면서 그의 계획대로 일이 풀리는지가 궁금해 책을 계속 읽게 됩니다. 하지만 <노비 종친회>는 단순한 범죄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이야기입니다. 종친회를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헌봉달은 낯선 감정을 종종 느낍니다. 우린 자신에게 나쁜 의도로 접근해 경제적 손해나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되면 그 사람을 미워합니다. 그리고 복수도 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남이가'의 영화 대사처럼 따뜻함을 보여주는 헌씨들 앞날에 꽃길만 있기를 응원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