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죽은 남자 목요일 살인 클럽
리처드 오스먼 지음, 공보경 옮김 / 살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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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이라고 하면 예상되는 클리셰가 있습니다. 범인과 형사의 심리와 추격전이나, 형사는 아니지만 전문가, 탐정과 범인의 대결이 예상되지요. 그런데 "목요일 살인 클럽 시리즈"는 예상하지 못한 등장인물들이 나옵니다. 실버타운에 입주한 70대의 노인들입니다. 노인들과 살인사건이라니 어울리지 않은 조합이라 생각이 들지만, 목요일 살인 클럽의 멤버들은 하나같이 범상치가 않습니다. 형사나 요원 쪽 일을 했다고 짐작되는 엘리자베스, 정신과 의사였던 이브라임, 유명한 노동조합장이었던 론, 전직 간호사인 조이스로 이들이 모여 전편에서도 사건을 멋지게 해결했습니다. 이번 <두 번 죽은 남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내용을 보겠습니다.



전편에서 도움을 서로 주고받았던 도나 순경과 크리스 경감은 잠복근무 중입니다. 코니 존슨은 이 동네 마약상으로 수년간 이곳에서 마약 거래를 쥐락펴락한 세인트 레오나즈 안토니오 형제가 작년쯤 실종되더니 새롭게 등장한 인물입니다. 도나와 크리스는 코니 존슨의 차고를 드나드는 인물들을 며칠 동안 감시하고 있습니다. 저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고 뒤를 밟으며 사업 내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한 방에 무너뜨리려면 증거를 충분히 모아야 합니다. 아직까지 마약 거래만 하는지 형제의 실종에 관여를 했는지는 미지수지만, 코니 존슨이 그들에게 다가와 커피와 빵을 건네며 인사를 합니다. 서로가 주시하는 것을 아니 다음번에 아는 척하자고요. 크게 한 방 얻어맞은 도나와 크리스.


엘리자베스는 죽은 마커스 카마이클이 보낸 편지를 받고 적힌 장소로 갑니다. 마커스 카마이클은 엘리자베스가 만들어낸 허구의 요원으로 러시아인들에게 가짜 비밀을 넘기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는 세상에서 살아본 적도 없는 죽은 남자였는데, 약속 장소에 가니 전 남편이자 요원인 더글러스 미들미스와 조력자인 신입 요원 퍼피가 안가에 있습니다. 마틴 로맥스는 범죄 조직을 위한 은행 역할을 하는데, 중개인으로 양쪽 거래가 끝날 때까지 계약금 혹은 현물을 맡았다가 거래가 성사되면 돌려주거나 잘못되면 손실 보상금으로 지급을 합니다. 마틴 로맥스의 집에 몰래 들어가 현금과 귀중품을 확인했는데 이틀 뒤에 집 주인으로부터 집에 있던 2000만 파운드어치의 다이아몬드가 없어졌다며 항의가 들어옵니다. 그래서 그 집에 들어간 M15(영국의 국내 정보 수집을 담당하는 보안국) 요원들이 소환되었으나 확인할 길은 없고 마틴은 맡긴 다이아몬드의 원주인에게 더글러스가 훔쳤다고 말할 거라고 선언합니다. 뉴욕 마피아와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더글러스는 엘리자베스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 것입니다.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게 된 엘리자베스는 조이스, 이브라힘, 론과 팀을 꾸려 사건 조사를 시작합니다. 안가에서 안전하게 있을 줄 알았던 더글러스와 퍼피는 괴한의 총에 맞아 죽습니다. 다이아몬드의 행방과 누가 요원을 죽었는지, <두 번 죽은 남자>에서 확인하세요.





액션 영화처럼 쫓고 쫓기며 숨 막힐 듯한 긴장의 연속은 아니지만, 잔잔하면서도 섬뜩한 미스터리의 진수를 보여주는 <두 번 죽은 남자>. 등장인물이 실버타운에 사는 노인들이라서 긴박함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지만, 사건이 벌어지고 추리하면서 긴장이 다시금 조여듭니다. 전작 "목요일 살인 클럽"에 이어 2권도 현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는데, 그 이유는 읽으면서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설립한 영화 제작사에서 영화화 판권을 구매해 제작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영상으로도 곧 만날 수 있을 것 같네요. "목요일 살인 클럽" 시리즈는 4권까지 예정되어 있고 올 하반기에 영국 현지에서 3권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곧 나올 3권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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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해링 베이식 아트 2.0
알렉산드라 콜로사 지음, 김율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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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트리어에서 미술사와 독일 문학, 경영학을 공부하여 2003년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독일 뒤렌에서 자유기고가이자 현대미술 전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베이식 아트 시리즈'는 1985년 피카소 작품집을 시작으로 베스트셀러 아트북 컬렉션으로 거듭났습니다. 그 이후 간결하고 얇은 작가별 도서는 200여 종이 넘게 제작되었고, 20여 개 국어로 출간되었습니다. 그럼, 타센 베이식 아트 시리즈 <키스 해링>을 보겠습니다.



키스 해링은 1958년 5월 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리딩에서 4남매 중 맏이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부터 미술에 관심을 보였고 아버지가 지지하고 후원했습니다. 워싱턴의 허시온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앤디 워홀의 메릴린 먼로 연작을 보며 깊은 인상을 받은 키스 해링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부모님의 조언에 따라 아이비 전문 미술학교에 진학해 상업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2학기를 마친 후,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추구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었고 1978년 19세의 나이로 피츠버그 미술공예센터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열였습니다. 뉴욕으로 이주해 시각예술 학교에 등록해 비디오 아트, 설치, 콜라주를 발전시켰습니다. 초기에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장소인 거리와 클럽에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대중과 더욱 가깝게 만나려 노력했습니다.


1980년 뉴욕 지하철역의 기한을 넘긴 광고 포스터들로 비어 있는 공간을 발견하고는 초크 지하철 드로잉으로 그 공간을 채웠습니다. 해링의 표현에 의하면, 지하철은 곧 그의 '실험실'이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선명한 선과 관련된 실험들을 행했습니다. 1980년 가을, 시각예술 학교의 겨울 학기에 등록하지 않고 학교를 떠났고, 이후 그룹 전시회를 기획했고 전시했습니다. 이때부터 작품 판매로 이익을 얻기 시작했고, 해링의 다양한 표상이 등장하는 30초짜리 애니메이션이 뉴욕 타임스 스퀘어의 스펙태컬러 광고판에서 한 달간 매일 20분씩 상영되어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작품들이 유럽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해외 전시도 하고, 해외여행을 갔습니다. 1985년 남아프리카의 인종차별정책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해링의 예술 세계에서 에이즈는 더 중요한 주제가 되었습니다. 1988년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음을 알았지만, 예술적 에너지는 오히려 더욱 강화됩니다. 작품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려는 것처럼 그는 쉬지 않고 작업했습니다. 사망 전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재단을 설립하고 비서에게 재단의 운영을 맡깁니다. 재단의 목표는 어린이 자선사업의 후원과 에이즈와 싸우는 단체의 지원입니다. 1990년 2월 16일, 31세의 젊은 나이에 에이즈로 사망했습니다.


그의 일생과 그의 작품들을 <키스 해링>에서 자세히 만날 수 있습니다.




키스 해링의 작품을 한번 보면 그 특이함에 눈길이 갑니다. 저도 이름은 몰랐지만 작품을 보고 난 뒤 누가 그렸나 궁금해서 찾아보았습니다. 키스 해링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예술의 힘과 능력을 항상 믿었고, 예술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회화로 표현된 동시대의 역사로서, 몇몇 작품은 실제 일어난 사건을 직접적으로 지적하면서 당대의 관심사를 반영합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해링의 티셔츠를 입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그의 양식적 특징을 인지했습니다. 그가 어떤 말을 하려고 했는지 <키스 해링>에 실린 작품들과 글을 보며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비슷한 느낌의 작품을 다른 작가들에 의해 볼 수 있는데요, 여전히 예술계에 영향을 끼치는 그의 짧은 인생이 그래서 더욱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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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 - 도서관 소설집 꿈꾸는돌 33
최상희 외 지음 / 돌베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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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마령의 세계"와 소설집 "델 문도", "닷다의 목격" 등을 쓴 최상희 작가, 장편소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과 소설집 "샹들리에" 등을 쓴 김려령 작가, 장편소설 "열일곱 살의 털", "나는 무늬"와 소설집 "추락하는 것은 복근이 없다" 등을 쓴 김해원 작가, 동화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 "저절로 알게 되는 파랑" 등을 쓴 신현이 작가, 장편소설 "페인트", "나나", "챌린지 블루" 등을 쓴 이희영 작가, 장편소설 "독고솜에게 반하면"과 소설집 "푸른 머리카락" 등에 참여한 허진희 작가, 장편소설 "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모범생의 생존법" 등을 쓴 황영미 작가가 도서관을 주제로 한 단편을 썼습니다. 일곱 편의 이야기가 담긴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를 보겠습니다.



책의 제목이면서 첫 번째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는 등단하고 얼마 뒤, 한 고등학교로부터 강연을 의뢰받은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입니다. 고등학교 도서부의 유서 깊은 행사인 '책의 밤'은 1년에 딱 하루 여름 방학 시작하는 날 50명 정도 참여해 작가 강연과 이벤트, 밤새 책을 읽는 시간으로 진행됩니다. 차미, 오란과 녹주는 도서부 회원으로 학교 도서관 책 정리도 함께 합니다. 그런데 5월 말에 제자리를 이탈한 책(도토리라 부른다)이 세 권씩 매주 금요일 오후에 발견됩니다. 처음엔 책을 아무 데나 던져 버리고 가는 애들의 소행이라고 생각했는데 6월 둘째 주가 되자 평범한 도토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요일마다 발견되는 도토리들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는데 000~500번 책장 사이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도서부원이 아니고는 여간해서 접근하지 않는 곳으로 책등이 뒤로 가게, 책들 위에 깊숙이 눕혀 책을 놔둡니다. 도서부원이 아니라면 좀처럼 눈치채지 못할 방식이기에 의도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셋은 첫 번째 도토리인 세 권의 책부터 안 읽은 책들은 돌아가며 읽고 어떤 단서가 있을지 말했습니다. 처음엔 도서관 사서 선생님께 이 사실을 말하려고 했으나 사서 선생님은 주의를 주는 정도에 그칠게 뻔해 도토리의 의도와 의미를 파악하는데 집중하려고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도토리는 6월 넷째 주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3주 동안 보이지 않아 시원하면서도 섭섭한 기분이었습니다. 오란과 차미는 세상을 다 잃은 사람 같았고 기말고사가 끝난 지금 다시 도토리가 나타날 거라며 기대를 했습니다. 도대체 누가 무슨 의도로 도토리들을 숨겼을까요.


세상이 물에 잠기면서 저지대 지역은 퍼붓는 비로 침수되고 돈 있는 사람들은 고지대로 가고, 돈 없는 사람들은 비가 와도 피할 수 없는 아래로 가는 가까운 미래 이야기, '황혜홀혜. 이수와 나는 가치 있는 책을 수집해 경매 사이트에 올려 팔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제목인 황혜홀혜는 노자도덕경 21장에 나오는 구절로 홀하고 황한 가운데 형상이 있다고 풀이됩니다. 의역하면 해가 뜨고 지는 그윽하고 어두운 가운데 실체가 있다는 의미로 영어로는 Sunset Sunrise가 됩니다. 이 이름을 가진 도서관에 간 둘은 책등에 적힌 글씨와 그 아래 라벨에 있는 네 자리 숫자를 봅니다. 어떤 의미이며 이 도서관의 주인과는 무슨 관계일까요.


이외에도 5편의 도서관 이야기,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에서 확인하세요.




책을 읽는 사람에게 책이 있는 서점, 도서관은 친숙한 공간입니다. 저도 동네 도서관, 아파트 도서관, 아이가 다니던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봉사도 했습니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작은 도서관이 많이 생기면서 걸어서 갈 만한 곳에 도서관이 있습니다. 게다가 작은 규모의 도서관에도 신간이 많고 다양한 책들이 구비되어 읽고 빌리기에 참 좋습니다. 쾌쾌하게 먼지만 쌓이고 오래되어 누렇게 된 책들이 가득한 도서관이 아니라 깔끔하게 정리되고 신간도서 코너에 새 책이 반짝이는 도서관에 앉아서 읽을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비치되어 독서를 하게끔 만들어줍니다. 이런 곳에서 벌어지는 일곱 편의 이야기, 어떤 내용일지 궁금합니다. 게다가 청소년 책으로 상을 받은 작가들이 참여한 이야기라서 내용의 기대치가 더욱 높아집니다.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를 읽으면 그 기대감이 충족될 겁니다. 한 편, 한 편 이야기 속에 반짝이는 우정, 다정한 위로를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다음에 나올 영화관 소설집도 기대가 됩니다.


아니, 그 책의 주인공에게는 하루하루가 도전이었다.

늘 같은 시간에 아침을 열고, 매일을 하루같이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니?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삶을 기록해 나가기란 절대 쉽지 않아.

너는 비로소 그 책에 덧붙여진 한 줄이 새롭겠지만,

주인공은 아주 오랫동안 그 한 줄을 준비해 왔다.

참으로 우직하고 진실한 기록이지. (p.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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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 달콤한 장르소설이여 - 미스터리·SF·판타지·호러 독서록 에이플랫 시리즈 25
강상준 지음 / 에이플랫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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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2.0', 'FILM2.0', 'iMBC', 'BRUT' 등의 매체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영화, 만화, 장르소설, 방송 등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위대한 망가", "빨간 맛 B컬처" 시리즈를 썼고, "웹소설 작가 인문", "매거진 컬처", "젊은 목수들"을 공저했으며, 대중문화서 '에이플랫' 시리즈를 비롯해 "좀비사전", "탐정사전"을 기획, 편집했습니다. 현재 대중문화 칼럼니스트라는 직함으로 글쓰기에 주력하는 동시에 방송, 강연,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입니다. 그럼, <오라, 달콤한 장르소설이여>를 보겠습니다.


이 책에서 첫 번째로 소개하는 책은 "백광"입니다. 올해 2월에 나왔음에도 인터넷 서점 장르소설 순위에서 줄곧 상위권을 지키고 있고, 출간 당시 읽어보고 싶었는데 아직까지 못 읽어본 작품이라 더욱 궁금했습니다. 이 작품에 대한 저자의 제목은 '온갖 진실과 하나의 사실'입니다. 진실과 사실이란 단어를 보면서 비슷한 말 아닌가 했었습니다. 그런데 전혀 다른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르소설에서 사실이란 어떤 사건이 벌어진 그 자체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B가 계단에서 떨어졌다가 사실이죠. 그런데 여기서 진실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습니다. 목격자나 함께 있던 사람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각자의 진실이 있게 됩니다. 즉 진실은 사람의 수만큼 있습니다. 이 작품은 등장인물의 수만큼 진실이 존재합니다. 물론 '사실'은 하나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일가족의 마당 정원에서 네 살 여자아이의 시체가 발견되고, 등장인물이 각자 고백하는 순간 확정적이었던 이전의 진실은 가볍게 뒤집힌답니다. 간단한 사실과 몇몇 인물만 두고도 여러 개의 진실이 결말까지 요동치면서 인물 간 비밀과 범인마저 뒤바뀌는 몇 번의 반전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랍니다. 저자의 독서록만 읽어도 더욱 읽고 싶어지게 하는 내용입니다. 올해가 가기 전 꼭 읽어야겠습니다.


이 책에는 다양한 나라의 장르 작품들이 소개됩니다. 영미와 일본에 비해 한국 장르 작품의 기반이 조금 약한 건 사실인데요, 그래서 이 책에 실린 한국 작품은 몇 작품이 안 됩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만큼 여기에 나온 한국 작품은 필독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네요. 그중에서 서미애 씨는 한국을 대표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입니다. "잘 자요 엄마"가 전 세계로 수출되면서 한국 미스터리 시장이 해외에도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서미애 작가의 신작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는 "잘 자요 엄마"의 후속작입니다. 한 가정 안에 도사린 공포를, 오직 여성 캐릭터들을 화자로 사용해 비밀보다 미묘한 심리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랍니다. 이후에 나올 마지막 편이 기대된다는 저자의 글에 마지막 편이 나오기 전에 앞선 두 작품을 꼭 읽어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에 소개된 작품은 "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입니다. 2013년 일본 TBS에서 방영한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는 방영 초기 기대치는 낮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상승해 40%를 웃돌았고, 마지막 10화의 순간 시청률은 50%를 넘어서는 등 방송 내내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드라마의 대성공으로 말미암아 원작자인 이케이도 준의 소설은 이후에도 드라마로 제작되며 각광받았습니다. 원작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자 드라마 시즌 1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이 작품은 상사의 실책의 뒤집어쓴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가 은행의 관행인 꼬리 자르기에 저항하는 분투기를 그립니다. 은행의 비뚤어진 생리와 맞서 싸우는 소영웅인 주인공은 그저 정의롭기만 한 우리 편이 아니라 간교하고도 영악하게 승리하고 출세까지 거머쥐는 우리 편이라 더욱 매력적이랍니다. 이케이도 준의 다른 작품들은 읽었는데, 이 작품은 아직 못 읽었습니다. 작가의 속 시원한 영웅의 모험담을 꼭 읽어야겠습니다.


이외에도 70여 편의 다른 작품들의 독서록은 <오라, 달콤한 장르소설이여>에서 확인하세요.




2019년부터 한 주간지의 지면을 빌려 격주로 장르소설 리뷰를 연재한 저자는 만 3년 넘게 게재하면서 원고가 많이 쌓였답니다. 실제로 원고를 쓰기 위해 2주 동안 최소 2권 이상 읽었고 많게는 7권을 읽은 다음 그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을 선택했답니다. 한 주의 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만큼 아쉬운 작품이나 재미는 덜하지만 의미는 있는 작품을 소개하기보다는, 무엇보다 술술 읽히고 사람들과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작품을 저자는 추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장르소설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며, 각 장르소설의 대표작을 엄선하기보다는 막 출간된 책이나 혹은 평소엔 큰 관심이 없다가 갑자기 집어 든 유명작 중 특별히 재미있는 책들을 소개한 <오라, 달콤한 장르소설이여>.


수록된 작품 중에 내가 읽었던 작품은 몇 권이며, 저자는 어떻게 느꼈는지를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또한 아직 못 읽은 작품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읽어야 할 목록이 늘어난 기쁨의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예전에 나온 장르소설도 좋지만 신간 장르소설을 소개해 줘서 더욱 반가운 마음입니다. 앞으로 이 책으로 장르소설의 매력에 빠질 다른 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기대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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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의 밤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이은주 옮김 / 푸른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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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저자는 1978년 미국 노스캐럴라이나에서 태어났습니다. "파인즈", "웨이워드", "라스트 타운" 등의 베스트셀러를 냈으며, 그중 TV 드라마 '웨이워드 파인즈' 시리즈로 각색되어 FOX 채널에서 방영되었습니다. 그의 책은 지금까지 3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100만 부 넘게 판매되었습니다. 저자가 쓴 <30일의 밤>을 보겠습니다.



주인공 제이슨 애슐리 데슨은 시카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시카고 미술계의 유망주인 다니엘라 바르가스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말을 듣습니다. 적어도 1년 동안 짬을 낼 수 없는 연구가 진행 중인 제이슨은 연구를 중단하고 다니엘라와 결혼해 아이를 키우며 15년이 지난 지금 대학교 교수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와 대학교 시절 한 방을 쓰고 연구했던 라이언 홀더는 생명·자연과학 분야의 공로를 치하하는 파비아상을 받았고 그를 축하해 주러 근처 술집에 갑니다. 라이언과 술을 몇 잔 마시고 나와 부탁받은 아이스크림을 사고 평소 가는 길이 아닌 돌아가는 길을 택합니다. 찬 공기에 머리가 조금씩 맑아지며 집으로 가는 걸음이 조금씩 빨라지는데, 가면을 쓴 누군가가 제이슨에게 총을 겨눕니다. SUV에 타서 GPS에 저장된 주소로 차를 몰고 가라고 협박합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넓은 주차장에 세월에 풍화된 건물이 있습니다. 총을 겨눈 남자는 내일 일정을 묻고 옷을 벗고 건물 지하로 내려가라고 명령합니다. 그의 지시를 따라 도착한 곳에서 제이슨은 다른 시대의 기술 장비를 발견합니다. 그는 새 옷을 입으라고 했고, 제이슨에게 주사기로 약물을 주입하고 기다립니다. 약효가 드는지 제이슨은 서서히 정신을 잃습니다.


정신을 차리니 어떤 사람들이 제이슨을 보며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합니다. 몸을 스캔하고, 소독한 후 옷을 입으라고 합니다. 제이슨은 무슨 상황인지 혼란했고 조금씩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사방에서 박수갈채를 치고 몇몇은 그의 이름을 외칩니다. 그가 14개월이나 떠나있었고, 귀환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제 그들은 무엇을 보았고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 돌아왔는지 빠짐없이 말해달라고 합니다. 제이슨은 처음에 이 모든 것이 환각인 줄 알았는데 점점 현실 같아 보이고, 그가 겪은 일을 말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그래서 쉬어야겠다며 화장실에 간다고 했고, 창문을 통해 도망칩니다. 정신없이 달려서 주머니에 있는 지폐로 택시를 타고 집에 갑니다. 역시나 주머니에 있는 열쇠를 꺼내는데, 이곳이 자신의 집 현관문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아니 집 현관은 맞고, 동네도 맞고, 우편함의 번호도 맞지만 문 손잡이가 다르고, 경첩도 다르고, 문이 열리는 방향도 다릅니다. 뭔가 잘못되었고 그 느낌은 집 안에 들어가면서 더욱 확실해집니다. 아내 다니엘라와 아들 찰리가 있어야 할 그 집엔 아무도 없습니다. 그들의 사진과 그림이 없고, 제이슨이 파비아상을 받았다는 증서가 있습니다. 속이 울렁거려 앉아있으려니 무슨 소리가 납니다. 아까 있던 연구소의 사람들이 그를 데려가려고 왔습니다. 그는 다시 탈출했고, 찰리가 태어난 병원에 가서 머리에 문제가 없는지 진찰을 받습니다. MRI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고, 그의 집이 아닌 그의 집에서 봤던 다니엘라 바르가스의 작품을 떠올립니다. 아내가 미혼일 때의 이름입니다. 전화번호부에서 그녀의 이름을 찾았고 적힌 주소로 갑니다.


그렇게 다니엘라를 만나 모습은 똑같지만 아내가 아님을 확인한 제이슨, 이곳이 자신이 알던 세계가 아님을 인정합니다. 제이슨이 살던 세계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30일의 밤>에서 확인하세요.




<30일의 밤>의 주인공 제이슨은 낯선 이에게 총으로 위협당하고 약물을 주입당한 후 정신을 잃습니다. 그리고 눈을 뜨니 자신이 아는 세계가 완전히 바꿨습니다. 14살 난 아들도 없고, 결혼한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가 제이슨을 다른 제이슨이라고 합니다. 순순히 자신이 미쳤다고 인정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기대하는 것처럼 다른 제이슨으로 살아야 할지 고민하다 제이슨은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결론을 냅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다시 만나야겠다고요.


자신의 정체성을 이루는 신념과 기억의 모든 조각들이 그저 머릿속의 비극적인 오작동일 뿐이라면 어떡할까요. 남들은 당연히 나를 미쳤다고 할 테죠.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는 그 사람이 되기 위해 계속 싸울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과 절연하고 이 세상이 내게 원하는 사람의 껍데기 안으로 들어갈 것인지,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건가요. 작품에서 다중 우주가 존재하는 것은 우리가 하는 모든 선택이 갈림길을 만들고 그것이 평행 세계로 이어지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우리 삶의 여러 버전이 있는 다중 우주가 있답니다. 우린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선택을 후회합니다. 내가 만약 지금의 선택을 하지 않고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떻게 변했을까 하면서요. 하지만 우린 그 삶을 살아갈 수 없기에 금방 잊어버리고 지금 현재를 살아갑니다. <30일의 밤>에서 평행 세계를 갈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건가요. 다른 제이슨이 원했던 것처럼 다른 세계로 갈 것인지, 주인공 제이슨이 원했던 것처럼 지금의 세계에서 살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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