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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 달콤한 장르소설이여 - 미스터리·SF·판타지·호러 독서록 ㅣ 에이플랫 시리즈 25
강상준 지음 / 에이플랫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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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2.0', 'FILM2.0', 'iMBC', 'BRUT' 등의 매체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영화, 만화, 장르소설, 방송 등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위대한 망가", "빨간 맛 B컬처" 시리즈를 썼고, "웹소설 작가 인문", "매거진 컬처", "젊은 목수들"을 공저했으며, 대중문화서 '에이플랫' 시리즈를 비롯해 "좀비사전", "탐정사전"을 기획, 편집했습니다. 현재 대중문화 칼럼니스트라는 직함으로 글쓰기에 주력하는 동시에 방송, 강연,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입니다. 그럼, <오라, 달콤한 장르소설이여>를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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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첫 번째로 소개하는 책은 "백광"입니다. 올해 2월에 나왔음에도 인터넷 서점 장르소설 순위에서 줄곧 상위권을 지키고 있고, 출간 당시 읽어보고 싶었는데 아직까지 못 읽어본 작품이라 더욱 궁금했습니다. 이 작품에 대한 저자의 제목은 '온갖 진실과 하나의 사실'입니다. 진실과 사실이란 단어를 보면서 비슷한 말 아닌가 했었습니다. 그런데 전혀 다른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르소설에서 사실이란 어떤 사건이 벌어진 그 자체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B가 계단에서 떨어졌다가 사실이죠. 그런데 여기서 진실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습니다. 목격자나 함께 있던 사람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각자의 진실이 있게 됩니다. 즉 진실은 사람의 수만큼 있습니다. 이 작품은 등장인물의 수만큼 진실이 존재합니다. 물론 '사실'은 하나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일가족의 마당 정원에서 네 살 여자아이의 시체가 발견되고, 등장인물이 각자 고백하는 순간 확정적이었던 이전의 진실은 가볍게 뒤집힌답니다. 간단한 사실과 몇몇 인물만 두고도 여러 개의 진실이 결말까지 요동치면서 인물 간 비밀과 범인마저 뒤바뀌는 몇 번의 반전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랍니다. 저자의 독서록만 읽어도 더욱 읽고 싶어지게 하는 내용입니다. 올해가 가기 전 꼭 읽어야겠습니다.
이 책에는 다양한 나라의 장르 작품들이 소개됩니다. 영미와 일본에 비해 한국 장르 작품의 기반이 조금 약한 건 사실인데요, 그래서 이 책에 실린 한국 작품은 몇 작품이 안 됩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만큼 여기에 나온 한국 작품은 필독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네요. 그중에서 서미애 씨는 한국을 대표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입니다. "잘 자요 엄마"가 전 세계로 수출되면서 한국 미스터리 시장이 해외에도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서미애 작가의 신작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는 "잘 자요 엄마"의 후속작입니다. 한 가정 안에 도사린 공포를, 오직 여성 캐릭터들을 화자로 사용해 비밀보다 미묘한 심리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랍니다. 이후에 나올 마지막 편이 기대된다는 저자의 글에 마지막 편이 나오기 전에 앞선 두 작품을 꼭 읽어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에 소개된 작품은 "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입니다. 2013년 일본 TBS에서 방영한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는 방영 초기 기대치는 낮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상승해 40%를 웃돌았고, 마지막 10화의 순간 시청률은 50%를 넘어서는 등 방송 내내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드라마의 대성공으로 말미암아 원작자인 이케이도 준의 소설은 이후에도 드라마로 제작되며 각광받았습니다. 원작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자 드라마 시즌 1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이 작품은 상사의 실책의 뒤집어쓴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가 은행의 관행인 꼬리 자르기에 저항하는 분투기를 그립니다. 은행의 비뚤어진 생리와 맞서 싸우는 소영웅인 주인공은 그저 정의롭기만 한 우리 편이 아니라 간교하고도 영악하게 승리하고 출세까지 거머쥐는 우리 편이라 더욱 매력적이랍니다. 이케이도 준의 다른 작품들은 읽었는데, 이 작품은 아직 못 읽었습니다. 작가의 속 시원한 영웅의 모험담을 꼭 읽어야겠습니다.
이외에도 70여 편의 다른 작품들의 독서록은 <오라, 달콤한 장르소설이여>에서 확인하세요.
2019년부터 한 주간지의 지면을 빌려 격주로 장르소설 리뷰를 연재한 저자는 만 3년 넘게 게재하면서 원고가 많이 쌓였답니다. 실제로 원고를 쓰기 위해 2주 동안 최소 2권 이상 읽었고 많게는 7권을 읽은 다음 그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을 선택했답니다. 한 주의 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만큼 아쉬운 작품이나 재미는 덜하지만 의미는 있는 작품을 소개하기보다는, 무엇보다 술술 읽히고 사람들과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작품을 저자는 추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장르소설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며, 각 장르소설의 대표작을 엄선하기보다는 막 출간된 책이나 혹은 평소엔 큰 관심이 없다가 갑자기 집어 든 유명작 중 특별히 재미있는 책들을 소개한 <오라, 달콤한 장르소설이여>.
수록된 작품 중에 내가 읽었던 작품은 몇 권이며, 저자는 어떻게 느꼈는지를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또한 아직 못 읽은 작품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읽어야 할 목록이 늘어난 기쁨의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예전에 나온 장르소설도 좋지만 신간 장르소설을 소개해 줘서 더욱 반가운 마음입니다. 앞으로 이 책으로 장르소설의 매력에 빠질 다른 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기대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