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식물의 세계 - 끝내 진화하여 살아남고 마는 식물 이야기
김진옥.소지현 지음 / 다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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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에서 생물과학과 학사 및 식물분류학 석사·박사학위를 받은 김진옥 저자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독도에서 가거도까지 우리 식물이 있는 모든 곳을 가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전국을 탐사하고 있으며,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생명과학과 학사와 에코크리에이티브 협동과정 식물계통분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소지현 저자는 식물분류학을 공부하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확장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대중과 나누고자 2014년부터 국립생물자원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서울시립과학관, 허준박물관에서 과학교육 담당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두 분의 저자가 쓴 생태학 <극한 식물의 세계>를 보겠습니다.



뉴욕식물원에서 1937년에 피었던 타이탄 아룸, 일명 '시체꽃'의 꽃이 80년 만인 2016년 7월에 다시 피어났습니다. 수만 명이 이 꽃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으며, 꽃이 피고 지는 장면은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습니다. 타이탄 아룸은 원래 인도네시아의 서쪽에 위치한 수마트라 섬에만 있던 식물이고, 지금은 전 세계 70여 개 이상의 식물원에서 옮겨 심어 전시하고 있는데, 보통 7~9년에 한 번 꽃을 피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피어 있는 기간은 단 이틀뿐이라 타이탄 아룸의 꽃을 제대로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타이탄 아룸이 피워내는 꽃은 세계에서 가장 큰 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꽃은 길이가 3m에 너비가 1.5m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꽃차례이지만 전체가 하나의 꽃처럼 보이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큰 '꽃'이라고 보통 불립니다. 타이탄 아룸의 꽃가루받이는 파리와 딱정벌레이고, 이들은 썩은 사체를 찾아 알을 낳기 때문에 썩어가는 고기 냄새를 풍깁니다. 거기에 이 냄새를 더 멀리 퍼뜨리고자 연두색 기둥을 뜨겁게 달굽니다. 오로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로 열을 발산합니다. 30℃까지 올라가는 열은 안을 데워 냄새를 수 킬로미터까지 날아가게 합니다.


식물이 독을 품고 있는 이유는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입니다. 여기서 천적이란 식물을 먹어치우는 동물일 수도 있고, 식물을 병들게 하는 곰팡이나 균일 수도 있으며, 사는 곳을 침입해오는 또 다른 식물일 수도 있습니다. 식물의 독은 몸 전체에 퍼져 있기도 하고 뿌리, 잎, 열매, 씨앗 등에 집중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씨앗에 독을 품는 식물이 많은데, 씨앗에 가장 강한 독을 가지고 있는 식물은 아주까리라고 부르는 피마자의 씨앗입니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피마자 씨앗에서 얻는 기름인 피마자유를 램프의 연료나 화장품, 의약품으로 썼고, 오늘날에도 피마자유는 윤활제, 상처를 치유하는 연고, 램프의 원료 외에 여러 화학 분야의 원료로 사용됩니다. 또 사람들은 피마자의 어린잎을 말려서 나물로 먹기도 하고, 씨앗을 구슬처럼 가지고 놀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피마자가 씨앗에만 독성이 있고, 씨앗에서 기름을 추출할 때 리신이라는 독이 기름에 녹아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리신은 80℃ 이상으로 가열하면 파괴되기 때문에 독성을 간단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지구의 역사에서 겉씨식물 다음으로 속씨식물이 번성해서 지금에 이릅니다. 하지만 겉씨식물의 후손이 속씨식물이 아니기에 겉씨식물이 번성하던 때에 속씨식물의 계통도 지구 어딘가에서 명백을 이어왔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화석 중에서 가장 오래된 속씨식물은 중생대 쥐라기 초기 지질층에서 찾은 난징 식물화석이고, 살아있는 속씨식물은 태평양 남서쪽에 있는 뉴칼레도니아의 열대우림에서만 서식하는 키가 작은 상록수 암보렐라입니다. 암보렐라는 살아 있는 속씨식물의 가계도에서 조상으로부터 가장 먼저 갈라져 나온 식물이기 때문에 가장 원시적인 속씨식물로 여겨집니다. 물론 암보렐라가 속씨식물의 조상은 아니지만 속씨식물의 조상과 가장 가까운, 살아 있는 친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속씨식물은 겉씨식물에는 없던 꽃과 그 속에서 발달한 열매를 가지고 곤충을 비롯한 동물과 함께 공진화하며 오늘날까지 번성하고 있습니다.




식물은 경이로운 생물입니다. 햇빛과 물, 이산화탄소, 이 세 가지만으로 양분을 만들어냅니다. 광합성이라 부르는 이 과정은 과학기술이 발전한 오늘날까지도 절대 똑같이 따라 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광합성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경이로운 식물은 기이하고, 교활하며, 열정적으로 극한의 모습으로 살아가기도 합니다. 99%를 잃어도 부할하며, 원자폭탄도 견디며, 땅으로 600km에 달하는 뿌리를 뻗기도 하고, 바늘의 끝보다도 작은 꽃을 피우는 등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고자 치열하게 진화합니다. 오늘날 지구 곳곳에서 놀랍고도 신기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극한 식물들은 치열한 삶의 결과로 그곳에 있는 것이며, 그 삶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극한 식물의 세계>를 통해 우리에게 산소와 목재, 열매 등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식물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그들의 생명력과 적응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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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이드 게임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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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에 태어나 게이오 대학을 졸업하고 대형 은행에서 일한 저자는 1998년 "끝없는 바닥"으로 44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데뷔했습니다. 2010년 "철의 뼈"로 31회 요시카와 에이지상 문학 신인상, 2011년 "변두리 로켓"으로 145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일본의 국민작가로 떠올랐습니다.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 원작소설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 네 작품과 "한자와 나오키: 아를르캥과 어릿광대"를 비롯해 "샤일록의 아이들", "하늘을 나는 타이어" ,"일곱 개의 회의", <노사이드 게임> 등 30여 편 이상의 작품을 썼고, 출간 작품마다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럼, <노사이드 게임>을 보겠습니다.



도키와 자동차의 무리한 인수합병을 철저한 조사로 막은 경영전략실의 기미시마 하야토는 인수합병을 추진한 상무이사 겸 영업본부장 다키가와 게이이치로의 눈밖에 납니다. 자신의 상사인 와키사카 겐지가 조심하라고 했지만 대기업인 회사를 믿었는데, 석 달 뒤 요코하마 공장의 총무부장으로 좌천됩니다. 대학 졸업 후 입사하고 3년 동안 영업부에서 신입사원답지 않은 성적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높은 평가를 받아 본사로 이동했고 20년 넘게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발령을 받았고 공장장 신도 도모야를 만났습니다. 요코하마 공장의 총무부장은 '도키와 자동차 아스트로스'의 제너럴 매니저를 겸임하고 있으며, 아스트로스는 일본럭비협회 산하 사회인 리그인 플래티나 리그에 소속된 '명문' 팀입니다. 인사부 말로는 사회인 리그 전체를 통틀어 럭비 문외한이 제너럴 매니저로 취임하는 일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이례 중의 이례라고 할 수 있는 인사였고,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되는 가운데 공장장 직원들 수백 명, 아니 천 명에 가까운 사원들이 자신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플래티나 리그 소속팀 선수들은 일본 대표 시합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 여정은 쉽지 않은데, 플래티나 리그에서 활약해 대표팀 감독의 눈에 들어 일본 대표 스쿼드(후보 선수)로 소집된 뒤 수차례에 걸친 시험을 거쳐 대표팀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대표팀에 들어가도 선발 출전 명단에 들어가느냐로 경쟁을 해야 합니다. 아스트로스는 지난 몇 시즌 리그 하위로 부진했고, 감독은 지병과 성적을 이유로 사임합니다. 기미시마는 새 감독을 찾아야 했고, 조난대학 럭비부 3연패를 달성한 사이몬 다쿠마 감독의 개혁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럭비부 동창회는 그를 해임했습니다. 그 기사를 접힌 기미시마는 대학 동창인 사이몬과 25년 만에 재회합니다. 사이몬 감독은 아스트로스 경기 영상 기록을 보고 선수 각자에게 뭘 해줬으면 하는지, 어떻게 생각하길 바라는지,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편지를 썼고, 후보 선수와 스태프들에겐 럭비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팀 운영, 게임 전략 등에 관해 편지를 썼습니다. 그의 열정이 통했는지 선수들은 사이몬 감독 아래에 똘똘 뭉쳤고, 수비 위주의 전술에서 선수 각자의 개성을 살린 공격 위주의 팀으로 연습을 합니다.


기미시마는 아스트로스가 해야 할 일로 팬을 얻어야 함을 깨닫습니다. 사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 특히 아이들이 경기를 보러 오면 미래의 럭비를 위해 더욱 좋은 일입니다. 그래서 기미시마는 주니어 팀을 만들고, 그 지도는 연습을 쉬는 요일에 선수들이 직접 하기로 합니다. 또한 럭비 교실과 자원봉사, 병원 방문 등의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해서 주민들이 응원하는 팀을 되도록 노력합니다. 이제 리그의 첫 경기가 시작되고 개장 시간에 맞춰 스탠드에 관객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순식간에 반쯤 자리가 차더니 그 기세가 계속 이어집니다. 이날 홈경기인 도키와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경기 티켓은 예매로 1만 2천 장이 팔렸습니다. 자원봉사나 이벤트에 참가한 선수들의 노력이 성과를 이룬 것입니다. 팬으로 가득 찬 스타디움이 흔들릴 정도의 환성이 쏟아지는 가운데 경기를 시작하게 된 아스트로스는 결의를 다지고 시합을 하기 위해 나섭니다.


올해는 작년과 어떤 시합을 보여줄지, <노사이드 게임>에서 확인하세요.




럭비는 경기에 필요한 선수들만 해도 15명이고, 교체할 선수들까지 고려하면 그보다 더 많아집니다. 게다가 관리직 외에 코치나 매니저, 트레이너, 물리치료사나 영양관리사, 분석가, 팀 닥터까지 필요하기에 월급을 고려하면 엄청난 돈이 들어갑니다. <노사이드 게임>은 자동차 회사의 럭비팀 아스트로스 이야기를 골자로 일본럭비협회의 복지부동도 함께 꼬집습니다. 회사는 사회인 럭비팀을 운영하기 위해 매년 16억 엔이라는 중소기업 연간 매상에 필적할 정도의 액수를 씁니다. 하지만 수입은 전혀 없습니다. 사회인 리그인 플래티나 리그에 참여하기 위해 2억 엔이 넘는 돈을 팀마다 지불하고 협회에서는 이 돈으로 경기장 운영비 등에 씁니다. 티켓 판매 외엔 수입이 없으니 관객을 모으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마저 대부분의 표는 참가하는 기업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사라고 떠넘깁니다. 그 부조리함에 주인공 기미시마는 협회에 개선안을 제안하지만, 럭비는 아마추어 스포츠며 귀족 스포츠라며 그의 자료는 보지도 않고 반대합니다. 이들의 태도로 피해 받는 것은 열심히 운동하는 선수와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이기에 기미시마는 운동장 밖에서 그들을 위해 싸웁니다. 이런 행태는 비단 일본 럭비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 번씩 운동협회의 비리가 언론에 알려지면 그제야 겨우 사과하고 회장만 교체되지 근본적인 것은 바뀌지가 않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진단하고 그에 대한 개선점을 고민해야 하는데, 사태를 덮어두기만 바쁜 관련 사람들의 행동이 운동협회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에서 보이기에 더욱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그래서 럭비팀 아스트로스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기미시마의 용기에 감탄하고 응원하게 됩니다. 스포츠의 진정한 의미를 느끼게 하는 <노사이드 게임>, 다음 시즌도 응원합니다.


도망치기보다 부딪혀보는 편이 훨씬 쉬워.

필요한 건 용기뿐이지. (p. 293)


럭비와 달리 내 싸움에는 규칙이 없어. 결과가 전부야.

자녀들의 럭비 인생을 내가 맡았어. 그러니까 나는 목숨을 걸겠네.

자네들 하나하나를 위해, 응원해주는 팬들을 위해 나도 반드시 이길 거야! (p.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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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2.가을호 - 75호
박광규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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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는 2002년 7월 국내 유일의 추리소설작가 협의체인 한국추리가협회가 창간한 미스터리 잡지입니다. '한국추리문학상'과 신인상인 '황금펜상' 등을 함께 운영하며, 서미애, 최혁곤, 황세연, 송시우 등의 작가를 배출해 한국 추리 문학을 이어왔습니다. 그간 이전 출판사들의 자금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나비클럽'과 함께 더 읽기 좋은 판형과 디자인으로 3개월마다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럼, <계간 미스터리 2022 가을호>를 보겠습니다.



이번 호의 특집은 '세계 미스터리의 흐름과 현재 ②'와 '나는 이렇게 미스터리 작가가 되었다'입니다.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 수상자들의 등단기를 3명의 작가가 실었고, 세계 미스터리의 흐름은 여름호에 이어서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엔 영미권/일본/한국 미스터리를 살펴보았고, 이번엔 북유럽 미스터리를 알아봅니다. 한국의 번역 추리소설 시장에서 전통적으로 인기 있는 분야는 영미권과 일본입니다. 코난 도일, 애거사 크리스티 등의 고전부터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등 많은 작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고, 수십 년 전에 활동했던 작가들의 작품까지 출간되고 있습니다. 이제 다른 언어권의 작품도 서서히 소개되고 있는데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북유럽 작품들입니다. 북유럽 미스터리는 1965년부터 시작되었고, 1990년대 들어와서도 이어졌습니다. 2004년 스타그 라르손은 10부작으로 구상한 시리즈 중 세 편을 완성해 출판사로 넘기고 다음 작품을 쓰던 도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출판사는 이듬해부터 이들 세 작품을 '밀레니엄' 3부작으로 출판했는데 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어 영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스페인 등에서 다양한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에는 'USA 투데이'에서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습니다. 현재 북유럽 미스터리 작가에서 돋보이는 사람은 '요 네스뵈'입니다. 북유럽 미스터리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이유는 영상화입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스티그 라르손의 원작을 데이비드 핀처가 감독한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12)'입니다. 그리고 스트리밍 서비스의 보급으로 북유럽 미스터리 드라마들이 전 세계로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북유럽이라는 낯선 환경을 배경으로 하고 오랫동안 사회비판적 요소들을 문학적인 형태로 만든 북유럽 미스터리가 인기 있는 요인이라고 추리문학 연구가인 박광규 씨는 말합니다.


오컬트는 공포물이 아니랍니다. 오컬트가 공포물의 연출기법을 가져오기도 하고, 공포물이 오컬트적인 소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컬트가 가지는 특수성으로 인한 오해입니다. 문제의 발생과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에서 오컬트는 공포물의 하위 장르에 속하면서도 미스터리의 인접 장르가 됩니다. 한국에서의 오컬트적 이해와 접근 방식은 무속의 일상적인 영역보다는 신비에 대한 해석 차원에서 복잡성을 드러내는 경향이 강합니다. 소재적으로는 사이버 종교와의 연결성을 강조하거나, 일상의 영역에서 파괴적 힘을 갖는 원한과 저주의 이야기로 구체화됩니다. 이를 반영하듯 고전적인 전설이나 민담에서 발전한 한국 공포물들은 주로 사회적 억압에 의한 원한과 관련되어 있으며, 원한을 푸는 행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합니다. 반면에 오컬트 장르는 좀 더 설명하기 복잡한 인간의 악의나 심리적 콤플렉스와 관련됩니다. 1990년대의 '한국형 판타지'로 불리는 이우혁의 소설 "퇴마록"과 "곡성"을 예시로 설명합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출판, 웹툰, 웹 소설의 분야별 베스트셀러 작품이 동명의 드라마나 영화, 게임으로 제작되는 것이 IP 확장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지금은 IP 확장에 틀도 한계도 없어 보입니다. 4~5년 전에 출간되어 현재는 베스트셀러 순위권에서 찾아보기 힘든 단행본이 OTT 시리즈물로 제작되고, 성공한 하나의 IP가 두 가지 이상의 다른 분야에서 제작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IP 무한 확장의 시대입니다. 2020년에 연재되었던 웹툰 "지옥"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방영되었고, 이것을 제작한 클라이맥스 스튜디오는 같은 해,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를 방영하며 현재 가장 빠르고, 가장 뜨겁게 원작 IP를 확장하는 제작사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기획·개발할 수 있었던 비결을 기획 프로듀서 인터뷰로 들어봅니다.


이외에도 본심에 올라온 단편소설 6편과 '추리소설가가 된 철학자'에서 정유정 작가에 대한 비평을 썼고, 19권의 신간 한줄평, '트릭의 재구성'도 있습니다.




장르소설을 좋아하고 미스터리 소설은 더욱 좋아하는 나를 위한 맞춤 잡지, <계간 미스터리 가을호 2022>. 아침저녁으로 찬 바람이 불고 마음도 같이 스산한 요즘이 미스터리 소설을 읽기에 딱입니다. 물론 사계절이 미스터리 소설 읽기에 좋지만, 매달 출간된 미스터리 소설 중에 무엇을 읽을까 고민인 내게 편집위원들의 한줄평은 책을 선택하는 데 있어 훌륭한 안내가 됩니다. 이번 잡지에 실린 신인작가들의 작품들은 유머 미스터리, SF 미스터리, 일상 미스터리, 본격 미스터리, 특수설정 미스터리까지 다양한 맛의 6편의 미스터리 소설을 읽을 수 있는 기쁨을 줍니다.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 수상 작가들의 신인상 도전기와 미스터리 장르 작가로서의 고백을 담은 인터뷰를 보며 장르 작가를 꿈꾸는 예비 작가들에게 좋은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또한 북유럽 미스터리 작품들의 계보와 소개를 통해 얼마 전부터 읽기 시작한 북유럽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의 목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오컬트와 미스터리를 분석한 문학평론가의 내용, 추리문학 평론가가 분석한 정유정 작품의 내용 또한 전문가의 시각에서 작품을 어떻게 보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나올 겨울호는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지 기대가 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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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데 꼭 필요한 101가지 물건 - 다 버려봐야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
후지오카 미나미 지음, 이소담 옮김 / 쌤앤파커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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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진행자이자 영화 프로듀서이며 생활 여행자로 사는 저자는 조치대학 종합인간과학부를 졸업했으며 2019년부터 타임 트레블 전문서점 우토우토를 운영 중입니다. 학창시절 이어진 영상 제작에 대한 관심으로 몇 편의 다큐멘터리를 직접 만들었고, 음악 유닛의 멤버로 활동함과 동시에 잡지에 칼럼을 기고하는 등 독특한 캐릭터와 다채로운 활약으로 인지도가 높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사는 데 꼭 필요한 101가지 물건>을 보겠습니다.



2020년 늦여름, 코로나의 영향으로 업무 대부분이 비대면으로 전화되었고, 여행도 못 가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저자의 집은 심플라이프와는 아주 거리가 먼 상태로 국자만 다른 종류로 8개나 갖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자택과 별개로 집을 빌려 '하루에 1개씩 도구를 꺼내는 100일 생활'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보고를 해야 하는 일련의 사정을 고려해 알몸으로 시작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판단에 속옷과 기본 옷, 콘택트렌즈, 마스크와 소독제 등의 초기 장비는 카운트하지 않았습니다. 규칙은 5가지로 하루에 딱 1개의 물건만 꺼낼 수 있고, 음식물 구입은 괜찮지만 조미료를 카운트하며, 전기와 가수, 수드 등의 기본 시설은 사용 가능합니다. 또한 기간은 조건 없이 단 100일로 하며 필요한 초기 장비를 최소한으로 정하는 것입니다.


1일째, 도전하려고 장만한 방에 오자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로 '이불'을 선택했습니다. 바닥에 계속 앉아 있으니 엉덩이도 아프고 밤이 되어도 잘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이 이불이라고 깨닫는 순간인 거죠. 게다가 이불을 개면 소파가 되니 휴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2일째로 선택한 것은 '칫솔'입니다. 만약에 무인도라면 고르지 않았겠지만 사회 속에 살고 있기에 양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3일째로 수건을 선택하려고 했지만 가족이 공원에 놀러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운동화'를 선택했습니다. 어차피 필요했던 물건이죠. 하지만 수건이 없으니 너무 힘듭니다. 목욕을 마치면 점프하면서 물을 떨어트리고, 개처럼 머리를 마구 털어야 합니다. 세수하고 얼굴을 닦지 못하면 어쩐지 비참해진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답니다.


이렇게 하루에 한 개씩 물건을 추가했고, 마지막 100일째 크리스마스 날 가족 선물을 선택했습니다. 100개로는 전혀 부족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도전이었답니다.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었답니다.


1부에선 100일간 하루에 1개씩 물건을 꺼내는 도전을 기록했고, 100일 생활을 하면서 느낀 '100일간의 물건 발견법'을 2부에 실었습니다. 신발이란 존재와 잠옷이 생활에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게 되었고, 세탁기는 존경심마저 생기게 되었답니다. 빨래는 손으로 할 수 있지만 물기를 제거하는 세탁기의 기능에 감탄했고, 건조까지 하니 세탁기가 자유시간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여성을 일에서 해방시켜 준 물건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세탁기라고 합니다. 그리고 9월 중순에 도전을 시작해서 크리스마스에 100일이 되었으니 물건보다 방한이 중요했답니다. 매일 기온이 조금씩 내려가는 것을 체감하고 있으니 젓가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자면서 추우면 그런 생각은 없어지게 됩니다. 스마트폰도 TV도 책도 없이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방에서 지내기 시작하자 시간이 멈춘 느낌이 든 저자, 무료하고 한가해서 괴로울 정도였답니다. 할 일이 없는 압도적인 무(無), 심장 소리가 들릴 정도의 정적, 왠지 명상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아무것도 없는 무가 아닌 것을 깨닫게 됩니다. 창문을 열면 벌레소리, 아이들 소리, 자동차 소리, 밤 향기까지 들리고 맡게 됩니다. 둔했던 감성이 점차 예리해지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 '지내는' 기분을 느꼈답니다.




정말 '다 버려봐야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됩니다. 우린 평소에 물건이 너무 많아 넘치는 생활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건이 부족해서 삽니다. 하지만 실상 사용하는 물건의 개수는 우리가 가진 것의 절반도 되지 않을 겁니다. 알고 있지만 어리석은 우리는 오늘도 지갑을 열며 물건을 또 삽니다. 저자처럼 아무것도 없는 집에서 하루에 1개만 물건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정말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될 것이고, 그중에서도 어떤 것이 제일 우선순위인지를 따지게 될 것입니다. 또한 어떤 물건이 필요 없는지도 깨닫게 되겠죠. 일상의 무인도에서 하나씩 늘리는 100일간의 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생활의 윤곽과 물건의 가치를 <사는 데 꼭 필요한 101가지 물건>에서 알 수 있습니다. 없어서 좋았고, 또한 있어서 편한 것들이 무엇인지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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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읽는 수학책 - 재미와 교양이 펑펑 쏟아지는 일상 속 수학 이야기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서현 옮김 / 북라이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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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메이지대학교 문학부 교수인 저자는 1960년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태어났습니다. 도쿄대학교 법학부 및 동 대학원 교육학연구과 박사 과정을 거쳤고 교육학, 신체론, 커뮤니케이션론을 전공했습니다. 문학, 역사, 철학, 교육심리학부터 비즈니스 대화법, 글쓰기, 처세술까지 분야를 넘나드는 방대한 지식을 대중의 언어로 풀어낸 자신만의 글쓰기를 선보이며 일본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했으며, TV, 라디오, 강연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쓴 <세상을 읽는 수학>을 보겠습니다.



미분은 '특정 순간의 변화율'입니다. 변화율은 특정 순간에 일어나는 변화의 '추세'이며 변화의 추세를 파악하는 것이 '미분적 사고'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물가, 주가, 아이의 학업 성적, 악기나 스포츠 숙련도 등 다양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러나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앞으로 그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쉽게 알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한동안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렸더라도 오늘도 어제처럼 상승세가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미분적 사고'입니다. 설령 지난 수개월간 주가가 계속 올랐다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 치고 나가는 힘이 없으면 속도를 잃고 추락합니다. 미분이란 '순간의 기세'입니다. 그래서 이 미분적 사고를 하면 변화의 방향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미분의 본질'이 무엇인지 머리에 넣어두고 있으면 우리 주변에서 변화하는 '지금 이 순간'의 기울기에 주목하게 될 것입니다. 미분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지금까지의 변화율에 휘둘리지 않고 각각의 변화가 앞으로 오르막으로 향할지 아니면 내리막으로 향할지 간파할 수 있습니다. 세상사의 변화를 파악하는 미분 감각이 있다면 일상적인 인사에도 의미를 부여하면서 자신의 생활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중학교 수학을 잘 몰라도 '확률'이란 용어는 일상에서 많이 쓰이고 대충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을 겁니다. 미래를 예측하고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때 확률의 사고법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차이가 생깁니다. 기대할 수 있는 값인 '기댓값'은 일상에서 가능성이 높다 낮다 정도로 많이 쓰입니다. 수학에서 말하는 기댓값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값의 평균값'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값에 각각의 확률을 곱해 모두 더하면 됩니다. 글로 쓰면 복잡하지만 직접 손으로 계산하면 어렵지 않습니다. 이 기댓값을 계산할 수 있다면 무모한 선택을 막는 무기가 됩니다. 또한 어떤 확률에서 또 다른 확률을 뺀 나머지 사건을 '여사건'이라 하는데, 일상생활에서 적어도 대학 한 군데에 합격할 확률을 우린 알아내고자 확률값을 구하지만, 거꾸로 '모든 대학에서 떨어질 확률'이 얼마인지를 따져봅시다. 즉 100%에서 전부 떨어질 확률을 빼면 '어디든 한 학교는 붙을 확률'인 여사건을 구할 수 있습니다. 직접 계산하면 대학별 합격률보다 '어디든 한 곳'에 합격할 확률은 더 높을 겁니다. 기댓값은 '냉정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마주 보게 해주고, 여사건은 '용기가 솟는 현실'을 가르쳐 줍니다.


'벡터'는 요즘 고등학교 이과생도 소수의 사람들만 배웁니다. 하지만 이 벡터를 알게 되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벡터는 '방향'과 '크기' 양쪽을 포함하는 말입니다. 예로 노력을 벡터적으로 생각하면, 노력의 방향성과 양을 생각한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크기라는 개념을 더해서 생각해 보면, 벡터의 '분해'와 '합성'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벡터 분해란 벡터 하나를 벡터 두 개로 나누는 것이고, 벡터 합성은 분해와 이와 반대로 더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영어 공부라는 벡터를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영어 공부 벡터를 어휘 벡터와 독해 벡터로 나눠 보고, 영어라는 방향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일정하다면 어휘 방향과 독해 방향에 시간과 에너지를 얼마만큼 투입해야 하는지 윤곽을 그릴 수 있습니다. 노력을 할 때는 '방향성'과 '크기' 두 가지가 중요합니다. 벡터의 이미지는 방향과 크기의 균형을 잡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이외에도 함수, 좌표, 집합, 증명이 일상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려줍니다.




덧셈과 뺄셈, 곱셈과 구구단을 할 줄 모르면 일상생활이 불편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산수'의 쓸모는 인정합니다. 그러나 중학교에서 배우는 함수나 피타고라스의 정리,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미적분 같은 '수학'의 쓸모는 잘 모르고 살아갑니다. 저자도 천생 문과형이지만 사고의 출발점이나 힌트를 얻기 위해 미분이나 함수 같은 수학의 개념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수학과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 일반 사람들에게도 사금처럼 가치 있는 수학이 있습니다. 바로 '수학적 사고'입니다. 이 수학적 사고를 활용할 줄 알면 일의 실마리를 찾고, 일이 잘 해결되며, 나아가 인생까지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즉, 어떤 일을 하든 수학이 도움이 될 때가 반드시 있습니다. <세상을 읽는 수학책>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예시로 수학의 다양한 사고법을 익힐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익힌 수학적 사고로 일상의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에 다가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북라이프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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