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죄의 신들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3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9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1005/pimg_7792991253581756.jpg)
무속신앙과 심령현상을 결합한 독자적인 K-오컬트 호러 장르를 만들어가고 있는 저자는 오컬트 호러 소설 "살 :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신을 받으라", "올빼미 눈의 여자", "섭주", 조선 코스믹 호러 소설 "전육의 환각", "외눈고개 비화", "新 전래특급", 미스터리 괴담소설 "교도소 괴담" 등을 냈습니다. 그럼, <단죄의 신들>을 보겠습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1005/pimg_7792991253581757.jpg)
1857년 말로만 들었던 지옥이 눈앞에 펄쳐진 광경에 장군 유중활과 그를 따르는 군사들도 공포에 질렸습니다. 이곳을 거느린다는 일선제력과 월선제력이 '너의 죄를 고하라. 대오(大悟)를 각성(覺醒)한 후, 무화(無化)를 받아들여라'라는 합니다. 신적 존재와 눈을 마주친 유중활은 실제 신이 있다고 중얼거렸으나, 사위 이합정과 딸 초아가 사이비에 속지 말라며 일갈하며 검과 창을 겨누며 그들에게 맞섭니다. 이합정과 초아는 1년 전부터 사교 무리를 토벌하였고, 오성교가 가장 큰 지옥 집회를 개최한 경상도 섭주 땅에서 고초굴을 찾아냈습니다. 고초굴은 신도들이 일선제력과 월선제력이 실제로 강림했다고 입을 모으는 성지였지만, 이합정 부부에게 그곳은 사교의 소굴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같은 그들의 묘술에 군사들은 점점 믿게 되고, 팔이 잘린 이합정의 왼팔에서 다시 팔이 생겨났습니다. 초아는 이곳이 현실이라며 성지라 믿고 칼을 내던집니다. 월선제력은 아픔이 있으면 나음이 있는 것처럼 기쁨이 있으면 슬픔 또한 따른다고 합니다. 초아가 갑자기 몸부림을 치면서 왼팔이 떨어져 나가고 아픔에 힘겨워하고, 이합정은 월선제력에게 아내의 팔을 돌려달라고 합니다. 월선제력은 대척(對蹠)의 진리대로 아내의 팔을 받으려면 이합정의 팔을 바쳐야 한다며 선택하라고 합니다.
하주생은 대학에 합격한 지 얼마 안 되어 가족을 잃었습니다. 그전까지 아빠, 엄마, 사촌누나 서진과 한집에서 살았습니다. 2004년 4월 4일 4시, 주생의 부모는 서울에 있다는 서진을 데려오기 위해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에 길을 나섰다가 맞은편에서 오던 승합차와 정면 출동해 즉사했습니다. 그 후로 서진과는 다시 연락이 끊어졌고 장례식에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친할아버지가 있었지만 속세와 연을 끊은 승려였고, 친척이라곤 없던 스무 살 주생은 대학도 포기하고 방황하다가 고등학교 동창 용이를 만났습니다. 교정직이 뭔지도 모르고 공부를 했고 합격했습니다. 예기치 않는 선택이지만 돈의 압박이 주는 불안은 해소될 수 있어서 21살 나이로 영등포교도소에 발령받았습니다. 하지만 근무 하루 만에 교도소 업무가 자신과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모범수들은 괜찮았지만 문제수들은 협박으로 폭력으로 청원으로 소송으로 그를 괴롭혔고, 주생은 도박으로 현실의 괴로움을 잊었습니다. 카지노 출입을 끊어도 주식 투자, 비트 코인에 중독이 되었고, 전 재산을 잃고 고향인 다흥의 구치소로 전출을 갔습니다. 38살의 7급 공무원이 된 그는 지금까지 일탈의 중독을 끊지 못했고 부패 교도관이 되었습니다. 조직폭력배를 거느린 건설 시공업체 사장 김만식에게 뒷돈을 받고 핸드폰과 담배를 반입해 주었습니다. 김만식이 운영하는 룸살롱에서 향응을 받았고, 검은 돈을 주식과 가상화폐, 스포츠 도박에 넣었으나 다 잃었습니다. 김만식의 요구는 점점 커졌고, 주생은 적당한 선에서 그만하자고 했으나 도리어 방송이나 감찰관실에 제보하겠다며 협박합니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하고 그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주생에게 출판사 대표가 찾아옵니다. 필명 반야심 작가로 활동하는 하서진을 언급하며 그녀가 쓴 '단죄의 신들'이 초대박을 냈고, 3부가 나와야 하는데 연락 두절이랍니다. 20년 동안 연락이 끊겨 생사도 모르는데 무슨 일로 왔냐고 묻자 출판사 측은 경찰에 신고하고 싶어도 가족이 아니어서 안 된다고 합니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소리를 계속 한 작가였고, 책으로 벌어들인 재산이 주생의 연봉의 몇 배는 될 거라며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새 출발을 하고 싶었으나 돈이 없던 주생은 그 말에 서진을 찾기로 합니다.
서진이 있던 주소지로 가서 경비 아저씨와 문을 열었으나 빈 집이었고, '오성밀법강령'이란 책과 청룡검, 방울, 부적 몇 장이 있습니다. 또한 기이할 정도로 거울이 벽면에 많이 걸려 있었습니다. 작업실엔 노트북은 없고, 액자 속 사진에서 그녀 옆에 고양이를 안고 있는 여자는 고수애 작가임을 알게 됩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서 블로그 비밀댓글로 연락처를 남겼더니 바로 전화가 옵니다. 만날 약속을 하고 약속 장소로 가는데 고수애로부터 문자가 옵니다. ID와 비번이 적혀 있습니다. 이상하게 여기는데 갑자기 고함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었더니 '너의 죄를 고하라! 대오하고 각성한 후 무화를 받아들여라!'라고 고함을 치며 고수애가 몸을 던집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그 소식이 방송에 알려지며 '단죄의 신들'이 다시 화제가 되었답니다.
1857년 고초굴에서 일어난 일과 현재는 어떤 관련이 있으며, 서진의 행방과 고수애는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 <단죄의 신들>에서 확인하세요.
사람마다 살다 보면 나름의 신비가 섞인 우연한 기적을 겪기 마련인데, 거기에 섭리를 부여할 때 신은 존재의 자격을 얻게 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그 신은 선할 것인지, 악할 것인지, 사람에게 도움을 줄 것인지, 훼방을 놓을 것인지를 우린 한 번쯤 상상해 봅니다. 이런 절대적인 힘을 가진 신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어떨까요. 얼마 전 본 "지옥"에선 사람이 이해하기 힘든 어떤 존재가 나타나 기이한 힘으로 사람을 죽이고 사라집니다. 세상은 혼돈에 빠지고, 그런 존재에게 맞설 힘이 없는 사람들은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할 수가 없게 됩니다. 이처럼 신이 심판을 내린다면 얼마나 무서울지 상상하니 차라리 신이 없는, 혹은 아직까지 신을 보지 못한 이 세상이 다행이다 싶습니다. <단죄의 신들>이 선사하는 공포가 글자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에 안심하게 됩니다.
모든 사물에는 바른 것(正)이 있고 그릇된 것(反)이 있다.
하지만 이 명제는 완벽하지 않다.
누군가에겐 그릇된 일이 다른 이에겐 바른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과 악의 구별이 없고 주관과 객관의 구분이 없다.
오직 둘 간의 대척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대척이 하나로 합쳐지는 일은 결코 없다.
합쳐짐은 신이 만들어놓은 무한의 진리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p. 235)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