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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지 - 푸른 눈의 청소부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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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과학교육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과학교사로 재직 중으로 SBS-TV 주말드라마로 방영된 "바보엄마 1,2"와 "아빠의 별", "허스토리", "태양의 여신 1,2", "사랑, 역사가 되다" 등을 썼습니다. 그럼, <어벤지: 푸른 눈의 청소부>를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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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여아를 성폭행해서 12년 살다가 지난달 출소한 한인걸이 119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요청했습니다. 경찰관 열두 명이 번갈아 지키고 있는 곳에 범인이 침입해 고환 2개와 항문을 손상시켰고, 그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랍니다. 한인걸은 고령인 데다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던 상태가 고려되어 12년형을 살았고, 출소가 다가오자 사람들은 이런 범죄자를 석방시키는 재판부에 항의하고 시위를 했으며, 협박 편지와 전화도 수없이 걸려와 그를 신변보호를 했습니다. 게다가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라 쌀과 반찬도 주고 생활비도 주며 노령연금까지 받는다고 합니다. 출소 다음 날 바로 지원금 신청하러 간 뻔뻔한 인간이라 그런 사람에게 세금이 사용된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더욱 분노했습니다. 그런데 이 범죄는 지난달 분정구 사건 현장의 수법과 메시지가 동일합니다. 7년 전 미친놈이 자신의 중2 친딸을 성폭행했으나 변호사들이 사춘기 딸이 반항심으로 거짓 신고를 했다고 몰고 갔고, 성폭행 사실도, 딸의 발목에 쇠사슬을 채워 침실에 가두었다는 사실도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딸이 임신을 했고, 태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자신의 유죄가 증명되었으나 고작 3년 실형을 받았습니다. 분정구 사건은 신상 공개 명령이 면제되 출소 후 미친놈은 멀쩡히 잘 지내고 있었는데, 그의 고환을 떼어내고 왼쪽 아킬레스건을 누군가가 자른 일입니다. 그리고 거울에 '기다려. 꼭 다시 돌아올게.'라고 남기고 CCTV에도 찍히지 않고 범인은 자신이 사용한 기구와 약물을 한쪽에 가지런히 놔두고 떠났습니다.
이 두 건의 사건을 형사들이 수사를 거부했는데, 이는 형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범죄유형이니 당연합니다. 피해자는 비열하고 잔인했으며, 가해자의 범행 동기는 공감할 만했습니다. 시비를 흔들고 선악이 모호한 사건은 수사 의욕을 떨어뜨립니다. 그래서 분정구 사건은 제비뽑기로 남천식 형사가 억지로 떠맡았고, 한인걸 사건은 강민수 형사가 자진해서 맡기로 합니다. 민수는 고지식하기로 유명했고 범죄자는 동기를 불문하고 잡아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는 잘생기고 친화력이 좋은 파트너 희성과 함께 수사를 합니다.
범인의 첫 기억은 아픔입니다. 아버지는 모든 물건이 체벌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범인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매일 아버지가 때리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장아장, 뒤뚱뒤뚱, 불완전하던 걸음걸이가 익숙해지자마자 달리기를 연습했지만 열에 아홉은 아버지에게 잡혔습니다. 도망치다 잡히면 더 많이 맞았지만 항상 도망쳤고, 살려달라는 비명을 질렀고, 다른 집 문을 두드려도 나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노인들만 가득한 동네에서 유일한 일꾼입니다. 아버지가 없어지면 곤란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젊은 남자를 동네에 붙잡아두기 위해 범인의 존재를 외면했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또래 남자아이들보다도 더 컸고, 자라날수록 아버지가 범인을 때리는 횟수는 줄어들었습니다. 중학교 입학 전날 먼 곳에서 일하다 한 달 만에 돌아온 아버지는 때리지 않았고 또 다른 아픔을 주었습니다. 반복적인 외상성 경험은 편도체와 전전두엽을 손상시켜 공포심이나 고통을 억누릅니다.
강민수 형사와 파트너 희성은 범인을 붙잡을까요, 범인의 정체는 누구일까요, <어벤지: 푸른 눈의 청소부>에서 확인하세요.
사람들의 공분을 사는 사건들이 종종 있습니다. 범죄자는 납득하기 어려운 죄를 짓고, 반성하는 태도도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더 당당함을 보입니다. 그런 뻔뻔한 범죄자 때문에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가 오히려 피하기도 합니다. 이런 범죄자들에겐 무기징역 같은 선고가 나오길 바라지만 막상 재판에서 그보다 훨씬 약한 선고가 나와서 우린 더욱 분노하게 됩니다. 법에 근거해 선고를 내렸다고 하지만 분노한 우리들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 드는 생각이 바로 복수, 어벤지입니다. 이런 사적 복수는 법에서 금하고 있지만 심적으론 사적 복수를 한 가해자의 마음도 충분히 공감됩니다. 만약 내가 피해자, 혹은 가족이라면 복수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말입니다. <어벤지: 푸른 눈의 청소부>는 사적 복수를 생각하는 사람들을 대신해 인간쓰레기를 청소하는 사람을 그립니다. 집단의 공감을 얻어낸다고 해서 복수가 정당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강민수 형사는 수사를 포기하지 않지만, 그의 파트너 희성은 청소부 검거에 회의적이 되어갑니다. 청소부의 범행이 늘어날수록 용의자도 늘어가고, 그 누구라도 범인이 될 수도, 모두가 범인일 수도 있습니다. 합의한 질서와 규칙을 무시하고 감정을 우선시하는 사회는 온전할 수 없기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복수법이 이해는 되지만 지지는 할 수 없습니다. 진정한 정의 실현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나쁜 놈을 벌했다고 해서 선한 사람은 아냐.
그저 나쁜 놈보다 더 강한 놈일 뿐이지.
악에 맞서 싸운다고 해서 선이라고 착각하지 마.
오히려 더 거대한 악일 수도 있는 거니까. (p. 52)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