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합
다지마 도시유키 지음, 김영주 옮김 / 모모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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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저자는 와세다대학교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하고 광고대리점에서 근무하다 프리랜서 광고 제작 디렉터를 거쳐 1982년 "당신은 불굴의 도장 도둑"으로 제39회 소설현대신인상을 받으며 작가로 데뷔했습니다. '해적 모아 선장 시리즈'와 같은 해양모험 소설, 다중인격을 소재로 다뤄 화제에 오른 "행렬A", 순애 소설인 "이별의 슬픔" 등 미스터리부터 순수문학까지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2008년에 출간된 <흑백합>은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서프라이즈 부문 1위, 내러티브 부문 2위, 종합 4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7위, '미스터리 베스트10' 8위, '2000년대 미스터리 랭킹' 8위에 올랐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도쿄에서 사는 14살 데라모토 스스무는 아버지의 친구 아사기 아저씨의 초대를 받고 롯코산 별장에 왔습니다. 스스무와 동갑인 아사기 기즈히코와 함께 마을보다 기온이 낮아 시원한 롯코산 별장에서 1952년 여름방학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동갑인 구라사와 가오루를 만났고, 함께 호수로 산으로 다니며 시간을 보냅니다. 가오루의 돌아가신 아버지는 그 당시 신기한 물건들을 많이 가지고 계셨고, 계속 메고 다니는 쌍안경도 그중 하나입니다. 아빠의 여동생인 히토미 고모는 아빠가 돌아가신 뒤에 호큐전철에 다녔던 사람을 데릴사위로 들여 지금 구라사와 회사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모부는 매일 바빠 가오루 집에 놀러 가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


1935년 호큐전철 회장과 도쿄전등 사장을 겸하고 있는 62세의 고시바 회장의 첫 해외 시찰 여행을 데라모토 씨와 아사기 씨가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을 떠난 지도 두 달 정도 지났을 무렵, 독일에 도착한 그들은 짐을 내렸고, 독일 유학 경험이 있는 데라모토 씨가 환전을 한다며 자리를 비웠습니다. 고시바 회장이 기차를 보며 알아보고 오라고 아사기 씨를 보냈고, 역무원에게 묻기 위해 돌아다니던 중 20살 아이다 마치코를 만납니다. 그녀는 독일어 쪽지를 건네며 해석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사기 씨는 일행이 독일어를 잘한다며 고시바 회장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고, 카페로 가서 그녀의 쪽지를 데라모토 씨가 해석해 줍니다. 수신인은 이미 장거리 여행 중이었고 독일에 오기로 한 사람을 기다려야 하는 아이다 마치코, 그녀가 궁금해 고시바 회장은 이것저것 묻습니다. 그녀는 선을 긋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자리를 피합니다. 독일에 머물며 그녀와 우연히 마주쳤고, 며칠이 지난 뒤 마치코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14살 세 아이들은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게 될지, 아이다 마치코와 두 아이들의 아버지와는 어떤 인연이 될지, <흑백합>에서 확인하세요.




<흑백합>은 장마다 시점이 바뀌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1952년 여름의 롯코산에서 만난 데라모토 스스무가 화자로 14살 동갑인 아버지 친구 아들 아사기 가즈히코와 우연히 만난 구라사와 가오루와 방학을 보냅니다. 구라사와 가오루 가족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고, 가즈히코와 스스무는 가오루에게 애정과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1935년 독일 베를린에서는 아사기 가즈히코의 아버지인 아사기 겐타로가 화자로 고시바 이치조 회장과 데라모토와 해외 출장을 가서 만난 20살 아이다 마치코가 등장합니다. 1940년에서 1945년까지 오사카 내용은 호큐 전차 차장의 시점으로 사건이 전개되는데 가오루의 고모인 구라사와 히토미가 주요 인물로 등장합니다. 14살 소년소녀의 풋풋한 감정이 메인이 되어 이야기가 흐르는 가운데 과거의 이야기가 나오며 1952년 소년소녀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생각하게 합니다. 과거 베를린에서 만난 아이다 마치코는 누구이며, 히토미 고모가 사랑한 호큐전차의 차장은 누구인지 추리하다 보면 현재 의심이 가는 인물이 생깁니다. 그 짐작을 확신으로 생각하며 이야기를 읽다가 마지막 5장에서 어리둥절하게 됩니다. 이제까지 의심한 그 인물과는 다른,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는 사람이 등장하기 때문이죠. 작가가 의도적으로 편향된 서술을 하여 독자가 자연스레 정보를 오인하도록 하는 '서술 트릭'에 저도 100% 넘어갔습니다. '단 한 글자도 놓치지 마라, 모든 것이 복선이며 단서다!'라는 띠지를 읽어서 더욱 주의 깊게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작가는 그것마저 뛰어넘어 독자들을 속입니다. 2009년 12월 자신의 실종을 예고하고 자취를 감춘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라 더욱 의미 있는 <흑백합>, 10여 년 만에 재출간되어 더욱 반갑습니다. 제목부터 표지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그래도 속을 확률 100%라는 건 장담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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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길들이기의 역사 - 인류를 사로잡은 놀라운 과일 이야기
베른트 부르너 지음, 박경리 옮김 / 브.레드(b.read)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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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논픽션 작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는 역사와 문화, 과학을 넘나들며 다방면에서 저술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카네기 자연사 박물관, 캘리포니아 대학교 도서관과 식물원, 쾨테 연구소 등에서 강의했으며, 방송과 잡지사,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과일 길들이기의 역사>를 보겠습니다.



과일은, 특히 씨앗을 둘러싼 향기롭고 과즙이 풍부하며 대체로 달콤하기까지 한 과육은 원래 동물들로 하여금 다른 지역으로 씨앗을 가져가게 해 결과적으로 그 식물을 퍼뜨리기 위한 유혹의 장치일 뿐입니다. 식물학자는 과일을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만 저자는 과일을 먹는 사람의 관점으로 바라보기를 권합니다. 과일이라는 단어는 나무, 즉 관목이나 교목 그리고 작은 덤불에서 자라며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음식이 된 식물의 열매를 가리킵니다. 과일은 우리 일상의 식단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높은 영양 가치가 있습니다. 열대 과일 이외에 우리가 재배하는 과일은 대부분 풍부한 야생 과일종이 서식하는 곳에서 유래했고, 인간의 간섭 없이 이종 교배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식물이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지역 밖에서 발견된 유체는 이 종들이 의도적으로 심겼으며, 자연적으로 닿지 않았을 물을 인위적으로 공급받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물리적 형태로, 또는 적어도 문서에 기록으로 남아 있는 옛 과수원은 왕족, 귀족, 종교 지도자 계급이 소유했습니다. 과일 농사의 중요성은 영국, 프랑스 너머 다른 사람들까지 인식하게 되었고, 고위 공직자들이 과일나무 재배 기술의 진보에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1740년 왕위에 오른 프로이센의 절대 군주 프리드리히 대왕은 지방 당국에 가능한 곳이면 어디든 과일나무 재배를 장려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는 30년 전쟁으로 황폐한 중부 유럽의 수많은 과수원을 정비하는 동시에 그의 영토를 통해 기동하는 군인들이 확실히 과일을 공급받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과일나무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오늘날에 더욱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자양분과 그늘, 풍경을 넘어서 토양의 수분을 증가시킵니다. 그 결과 숲과 유사한 미기후로 나타나 온갖 작은 동물과 식물들에게 환영받습니다. 게다가 나무뿌리는 토양을 붙들어 침식을 막습니다. 하지만 길과 오솔길에 늘어섰던 과일나무들은 교통안전 기준에 희생되었고, 여전히 남아 있는 견과류 재배 농부들은 대규모 농부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어야 합니다.


오늘날 슈퍼마켓에서 팔리는 과일 대부분은 대규모 농장에서 옵니다. 이런 농장은 한마디로 공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익지도 않은 과일을 수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날엔 과일 다운 과일만 판매하는 것도 아닙니다. 씨 없는 포도나 만다린을 생각하면 관리하기 쉽고 품질 높은 과일을 선별해서 키웁니다. 겉보기에 완벽하고 대량 소비에 적합한 과일을 재배할 때 우리는 무엇을 잃게 될까요.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들어 병충해에 대단히 취약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제 수수한 과수원에 대한 관심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이용 가능한 모든 토지에서 이익을 최대한 짜내는 데 집중하는 대신, 금전적인 면으로 포착할 수 없는 의미와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가꾸는 수수한 과수원들 말입니다.




우리가 먹는 과일이 어떻게 생겨나며 씨앗과 잔가지와 나무줄기가 얼마나 많은 손을 거쳐 지역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멀리 이동했는지 생각해 보는 <과일 길들이기의 역사>. 과일나무를 심는 사람들은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나무는 주변에서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런 공진화(여러 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진화하는 일)는 인간과 과일 모두에게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맛있는 과일을 먹는 행위는 인간의 식사를 넘어 삶을 향상시켰고, 그 결과 사람들은 나무의 구조와 열매를 맺는 능력에 영향을 끼쳐, 과일나무는 훨씬 더 맛있어 보이고 맛있는 냄새가 나며 실제로 맛있는 열매를 맺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인간은 나무와 과일을 넘어 열매를 수확하는 목적이 아닌 나무와 더불어 살아가고 대화하며 즐거움을 누리는 장소로 땅과 연결됩니다. 오늘 식탁에 오른 과일이 이런 마법 같은 결과로 인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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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지 - 푸른 눈의 청소부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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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한 질서와 규칙을 무시하고 감정을 우선시하는 사회는 온전할 수 없기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복수법이 이해는 되지만 지지는 할 수 없습니다. 진정한 정의 실현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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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지 - 푸른 눈의 청소부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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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과학교육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과학교사로 재직 중으로 SBS-TV 주말드라마로 방영된 "바보엄마 1,2"와 "아빠의 별", "허스토리", "태양의 여신 1,2", "사랑, 역사가 되다" 등을 썼습니다. 그럼, <어벤지: 푸른 눈의 청소부>를 보겠습니다.



6살 여아를 성폭행해서 12년 살다가 지난달 출소한 한인걸이 119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요청했습니다. 경찰관 열두 명이 번갈아 지키고 있는 곳에 범인이 침입해 고환 2개와 항문을 손상시켰고, 그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랍니다. 한인걸은 고령인 데다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던 상태가 고려되어 12년형을 살았고, 출소가 다가오자 사람들은 이런 범죄자를 석방시키는 재판부에 항의하고 시위를 했으며, 협박 편지와 전화도 수없이 걸려와 그를 신변보호를 했습니다. 게다가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라 쌀과 반찬도 주고 생활비도 주며 노령연금까지 받는다고 합니다. 출소 다음 날 바로 지원금 신청하러 간 뻔뻔한 인간이라 그런 사람에게 세금이 사용된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더욱 분노했습니다. 그런데 이 범죄는 지난달 분정구 사건 현장의 수법과 메시지가 동일합니다. 7년 전 미친놈이 자신의 중2 친딸을 성폭행했으나 변호사들이 사춘기 딸이 반항심으로 거짓 신고를 했다고 몰고 갔고, 성폭행 사실도, 딸의 발목에 쇠사슬을 채워 침실에 가두었다는 사실도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딸이 임신을 했고, 태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자신의 유죄가 증명되었으나 고작 3년 실형을 받았습니다. 분정구 사건은 신상 공개 명령이 면제되 출소 후 미친놈은 멀쩡히 잘 지내고 있었는데, 그의 고환을 떼어내고 왼쪽 아킬레스건을 누군가가 자른 일입니다. 그리고 거울에 '기다려. 꼭 다시 돌아올게.'라고 남기고 CCTV에도 찍히지 않고 범인은 자신이 사용한 기구와 약물을 한쪽에 가지런히 놔두고 떠났습니다.


이 두 건의 사건을 형사들이 수사를 거부했는데, 이는 형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범죄유형이니 당연합니다. 피해자는 비열하고 잔인했으며, 가해자의 범행 동기는 공감할 만했습니다. 시비를 흔들고 선악이 모호한 사건은 수사 의욕을 떨어뜨립니다. 그래서 분정구 사건은 제비뽑기로 남천식 형사가 억지로 떠맡았고, 한인걸 사건은 강민수 형사가 자진해서 맡기로 합니다. 민수는 고지식하기로 유명했고 범죄자는 동기를 불문하고 잡아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는 잘생기고 친화력이 좋은 파트너 희성과 함께 수사를 합니다.


범인의 첫 기억은 아픔입니다. 아버지는 모든 물건이 체벌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범인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매일 아버지가 때리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장아장, 뒤뚱뒤뚱, 불완전하던 걸음걸이가 익숙해지자마자 달리기를 연습했지만 열에 아홉은 아버지에게 잡혔습니다. 도망치다 잡히면 더 많이 맞았지만 항상 도망쳤고, 살려달라는 비명을 질렀고, 다른 집 문을 두드려도 나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노인들만 가득한 동네에서 유일한 일꾼입니다. 아버지가 없어지면 곤란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젊은 남자를 동네에 붙잡아두기 위해 범인의 존재를 외면했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또래 남자아이들보다도 더 컸고, 자라날수록 아버지가 범인을 때리는 횟수는 줄어들었습니다. 중학교 입학 전날 먼 곳에서 일하다 한 달 만에 돌아온 아버지는 때리지 않았고 또 다른 아픔을 주었습니다. 반복적인 외상성 경험은 편도체와 전전두엽을 손상시켜 공포심이나 고통을 억누릅니다.


강민수 형사와 파트너 희성은 범인을 붙잡을까요, 범인의 정체는 누구일까요, <어벤지: 푸른 눈의 청소부>에서 확인하세요.




사람들의 공분을 사는 사건들이 종종 있습니다. 범죄자는 납득하기 어려운 죄를 짓고, 반성하는 태도도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더 당당함을 보입니다. 그런 뻔뻔한 범죄자 때문에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가 오히려 피하기도 합니다. 이런 범죄자들에겐 무기징역 같은 선고가 나오길 바라지만 막상 재판에서 그보다 훨씬 약한 선고가 나와서 우린 더욱 분노하게 됩니다. 법에 근거해 선고를 내렸다고 하지만 분노한 우리들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 드는 생각이 바로 복수, 어벤지입니다. 이런 사적 복수는 법에서 금하고 있지만 심적으론 사적 복수를 한 가해자의 마음도 충분히 공감됩니다. 만약 내가 피해자, 혹은 가족이라면 복수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말입니다. <어벤지: 푸른 눈의 청소부>는 사적 복수를 생각하는 사람들을 대신해 인간쓰레기를 청소하는 사람을 그립니다. 집단의 공감을 얻어낸다고 해서 복수가 정당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강민수 형사는 수사를 포기하지 않지만, 그의 파트너 희성은 청소부 검거에 회의적이 되어갑니다. 청소부의 범행이 늘어날수록 용의자도 늘어가고, 그 누구라도 범인이 될 수도, 모두가 범인일 수도 있습니다. 합의한 질서와 규칙을 무시하고 감정을 우선시하는 사회는 온전할 수 없기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복수법이 이해는 되지만 지지는 할 수 없습니다. 진정한 정의 실현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나쁜 놈을 벌했다고 해서 선한 사람은 아냐.

그저 나쁜 놈보다 더 강한 놈일 뿐이지.

악에 맞서 싸운다고 해서 선이라고 착각하지 마.

오히려 더 거대한 악일 수도 있는 거니까. (p. 52)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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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초 후에 죽는다
사카키바야시 메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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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1989년 일본 아이치현에서 태어나 나고야대학을 졸업한 후 2015년 단편작 "15초"로 제12회 미스터리즈! 신인상 가작을 수상했습니다. 2021년 같은 작품을 포함한 단편 미스터리 네 편이 수록된 <15초 후에 죽는다>로 데뷔하면서 향후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를 짊어질 신예 작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첫 번째 '15초'는 총에 맞고 죽어가는 진료소 의사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보통 총에 맞고는 그 자리에서 바로 죽진 않지요. 몇 분이든 몇 초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죽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에겐 남은 시간은 15.08초인데, 신의 안배로 그 시간을 몇 번이고 멈추고 다시 흘러가게 할 수 있다고 눈앞에 나타난 이상한 생명체가 설명합니다. 남에게 원한을 살만한 일이 없다고 생각한 주인공은 자신을 뒤에서 쏜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했고, 시간을 흐르게 했더니 바로 엄청난 고통이 몰려옵니다. 다시 시간을 멈춰 마음을 가다듬고 살인범을 확인합니다. 그냥 죽기 억울한 주인공은 남은 13초로 복수를 하고, 범인을 알릴 계획까지 세웁니다. 범인의 행동까지 고려한 주인공의 계획은 과연 성공할까요.


두 번째 이야기는 '이다음 충격적인 결말이'는 9부작 시간 여행을 다룬 SF 미스터리 드라마의 마지막 방송이 끝나기 5분 전 상황부터 시작됩니다. 이 드라마는 한 회가 끝날 때 시청자에게 퀴즈를 내고, 본편 종료 후에 해답을 맞춰 보는 미니 프로그램이 방송됩니다. 이 드라마에 푹 빠진 누나와 자다가 깨다가 보는 나는 열쇠를 가져가지 않았다는 아빠의 인터폰 소리에 서로 가라고 미룹니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내가 현관문을 열었고, 자리를 비운 15초 후에 다시 드라마를 보니 내가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결말이 됩니다. 난 드라마를 대충 봤기 때문에 줄거리만 파악해도 결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거라 장담했고, 누나는 결말을 예상하는 데 필요한 정보들을 골라 줄 테니 추리해 보라고 합니다.


세 번째 '불면증'은 교통사고를 당하는 꿈을 매일 꾸는 12살 마쓰리 이야기입니다. 철들 무렵부터 어머니는 나와 함께 있었고, 이 고오리 저택에서 둘이 살았습니다. 어머니의 부담을 덜어 드리고 싶은 마음에 집안일을 도맡게 되었고, 매일 알람을 맞추고 잤습니다. 그러면 어김없이 조수석에서 잠이 깹니다. 운전대를 잡은 엄마가 내게 말을 하고, 그 말을 들은 마쓰리는 이상하다는 생각에 입을 여는 순간 시야 끝에 커다란 무언가가 비치거나 큰 소리가 나며 다시 잠에서 깹니다. 꿈의 내용은 전부 엇비슷하지만 세세한 부분은 조금씩 변화했습니다. 이렇게 잠에서 깨도 의식이 혼탁해지면서 묘한 부유감에 휩싸여 하루를 보냅니다. 뭔가 모를 이상함을 느끼는 마쓰리.


네 번째 '머리가 잘려도 죽지 않는 우리의 머리 없는 살인 사건'은 바다 북쪽에 인구 2천 명 조금 넘는 외딴섬 적토도 주민들 이야기입니다. 주민들은 얼굴을 얻어맞거나 공이 머리에 부딪혀 목 부분에 강한 힘이 가해지면 몸에서 머리가 떨어집니다. 하지만 머리가 분리돼도 곧바로 죽지 않고, 15초 내에 머리를 몸에 이어 붙이면 다시 부활합니다. 이는 섬 밖에는 알려지지 않는 적토도만의 비밀입니다. 섬에서 나가면 어째서인지 수탈 현상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섬에는 고등학생이 1학년은 도모히로, 고우, 가쓰토 3명으로 체격이 비슷하고 태어난 달도 같습니다. 매년 10월 7일에 열리는 이 섬의 축제 학수제가 끝난 다음 날 신사에서 머리 없이 불에 타서 죽은 사람이 발견됩니다. 옷은 고등학교 교복이지만 시체가 훼손되어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도모히로, 고우, 가쓰토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섬 바깥으로 시신을 보내 정밀 감정을 해야 합니다. 그런 가운데 머리만 있는 소년이 등장합니다. 누가 사람을 죽였고, 몸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네 편의 나머지 이야기는 <15초 후에 죽는다>에서 확인하세요.




15초라는 시간은 정말 찰나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한다고 생각하기도 힘든 시간이죠. <15초 후에 죽는다>는 바로 이 15초로 네 편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책 내용처럼 내가 만약 15초 뒤에 죽는다면 무엇을 할까요. 그냥 남겨진 사람에게 당부의 말을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합니다. 15초를 늘리고, 되감을 수 있는 책 속의 특수설정 미스터리가 그래서 더욱 흥미 있게 느껴집니다. 찰나의 순간도 어떻게 사용하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지만, 현실은 소설처럼 되감고, 늘릴 수 없기에 지금을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하게 생각됩니다.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살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시간의 소중함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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