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이라는 신화 - 인류를 현혹한 최악의 거짓말
로버트 월드 서스먼 지음, 김승진 옮김 / 지와사랑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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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의 행동과 인간의 진화에 대한 세계적인 권위자인 저자는 1972년 듀크대학에서 인류학 박사를 받은 뒤 1973년부터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학 인류학과 교수로 40년 넘게 재직했습니다. 마다가스카르 여우원숭이의 행동과 생태에 대한 연구에서 시작해, 영장류와 인간의 기원, 인종 개념과 인종주의의 역사 등으로 관심사가 확대되었으며, 인종의 문화적 개념을 고찰함으로써 우생학 운동을 비판하고 인종 간 차이에 생물학적 기반이 없다는 과학계의 합의를 일구는 데 인류학자로서 기여했습니다. 미국과학진흥협회는 2018년부터 학문적 기여가 큰 인류학자에게 저자의 이름을 딴 로버트 W. 서스먼 인류학 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인종이라는 신화>를 보겠습니다.



발생학자 아우구스트 바이스만은 자신의 실험 결과를 토대로, 바이스만은 '생식세포'가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없으며 변화되지 않은 채로 다음 세대에 전승된다고 주장했습니다. 20세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바이스만의 실험은 당시 재발견된 멘델의 유전 이론과 맞물려서, 그리고 인간 삶에 유전이 차지하는 역할에 두드러지게 무게가 실리면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우생학이라는 용어와 우생학 운동은 모두 프랜시스 골턴에서 나왔는데, 골턴은 찰스 다윈의 배다른 사촌으로 여러 분야에 기여했으며 기사 작위도 받았습니다. 골턴은 1883년에 '태생이 좋은'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에서 가져왔으며 인간 종의 개량을 위한 체계적인 육종이 가능할 뿐 아니라 바람직한 목표라고 보았습니다. 다윈의 "종의 기원"이 나오고 사회적 다윈주의가 인기를 끌면서 지배층 인사들이 인간 행위의 생물학적 결정론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멘델 유전학의 재발견은 이런 견해를 한층 더 강화했습니다.


그렇게 맹위를 떨친 우생학은 보아스의 인류학적 문화 개념과 패러다임의 변화, 이주민의 증가와 사회와 문화의 변화로 인해 그 영향이 감소했지만, 1937년 3월 드레이퍼가 세운 '파이오니어 재단'은 인종주의 이데올로기를 뒷받침하고 생물학적 결정론과 우생학을 촉진하는 프로젝트에 주요 자금원이 됩니다. 설립 당시 파이오니어 재단이 외부에 표방한 목표는 최초의 13개 주를 건설한 사람들의 후손인 부모들에게 자녀 교육비를 지원하고, 인간 유전 및 인간 우생학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일반 대중들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21세기까지 파이오니어 재단이 후원하고 추진한 여러 프로젝트들을 소개합니다.


파이오니어 재단은 미국 전역에서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자 엄청난 노력을 기울입니다.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사람들이 흑인의 본성이 백인과 상이하며 그들이 열등한 것은 유전 때문이지 환경 때문이 아니라고 믿게 만드는 것입니다. 또한 이민 제한 법제화에 힘을 쏟고, 인종주의적 프로파간다를 지속해나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단체들을 지원합니다. 파이어니어 재단, 새로운 세기 재단, FAIR 같은 조직들은 오랜 인종주의 이론을 성공적으로 대중의 눈과 마음에 밀어 넣었고, 20세기 초의 우생학 운동이 추구했던 목적을 지금도 추구하고 있습니다. 드레이퍼 중령은 새로운 편견의 세대에 유산을 남겼습니다. 이들은 미국을 완전히 뒤집어서 인종주의적인 사회로 만들려는 시도에서는 실패했지만, 500년간 이어진 혐오와 불관용의 전쟁에서 이기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인종주의는 우리 일상에 속속들이 스며 있습니다. 내가 어디에 사는지, 어느 학교를 가는지, 어떤 직장이나 직업에 종사하는지, 누구와 상호작용을 하는지, 사람들이 나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의료 시스템과 사법 시스템이 어떻게 나를 대하는지 등등 모두가 내 인종이 무엇인지에 영향을 받습니다. 지난 500년 동안 우리는 인종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특정한 방식을 학습해 왔습니다. 우리는 인종주의적인 사회에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사실은 인종주의적 구조가 실제에 토대를 두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복잡성이 높은 인간 행동 중 흔히 '인종적' 특징이라고 여겨지는 것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밝혀진 행동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500년 동안 많은 지식인들과 그들이 내놓은 저술들이 인종주의 신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인종이라는 신화>에서 서유럽과 미국에서 인종주의적 사고가 갖는 역사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인종주의와 인종 개념에 대한 역사를 바로 알면, 오늘날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미래에 어디로 가야 할지도 더 잘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인종이 생물학적 실재는 아니지만 문화적 실재임에는 명확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서로 다르지만 주된 차이는 그들이 자라온 환경과 문화 때문이지 불변하다고 하는 모호한 생물학적, 유전적 차이 때문이 아닙니다. 생물학적으로 말해서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하나의 종입니다. 이 사실을 이해하고 역사를 알아야만 모든 사람들이 인종과 문화에 관계없이 대우받는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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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말차 카페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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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일본 아이치현에서 태어나 현재 요코하마시에서 거주하고 있는 저자는 대학 졸업 후 시드니에서 일본계 신문사 기자로 근무했습니다. 2년간의 호주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해, 잡지 편집자를 거쳐 집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데뷔작인 "목요일에는 코코아를"로 제1회 미야자키책 대상을 받았으며, 속편인 이 작품 <월요일의 말차 카페>로 제1회 켄고 대상, "고양이 말씀은 나무 아래에서"가 제13회 텐류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도서실에 있어요"로 2021년 서점대상 2위에 올랐고, "적색과 청색과 에스키스"가 2022년 서점대상 2위에 올랐습니다. 그럼 저자의 데뷔작 속편인 <월요일의 말차 카페>를 보겠습니다.



하루 종일 재수가 없던 나는 신사에서 참배를 하고 신사 근처의 강변을 걸어가면 벚꽃 가로수가 끊어질 즈음에 있는 작은 가게인 마블 카페에 갔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월요일, 마블 카페의 휴일입니다. 역시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며 발길을 돌리려다가 가게에서 어떤 여성이 나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가게 오너인 마스터가 오늘만 말차 카페를 한다고 말합니다. 기모노 차림의 남성이 메뉴판을 보여주는데 '진한 말차, 연한 말차'만 있습니다. 비싼 쪽이 맛있을 거라는 생각에 진한 말차를 주문합니다. 화과자를 곁들인 진한 말차가 나오고 먹었는데, 강렬해서 참지 못하고 이상한 소리를 냈습니다. 과자를 먼저 먹으라는 마스터에 말에 입안을 달콤하게 한 뒤 다시 도전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어렵습니다. 그때 주문을 받은 남자의 스마트폰에 전화가 오고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지 허둥지둥합니다. 스마트폰 매장에서 일하는 나는 참지 못하고 방법을 알려줍니다. 전화를 끊은 그는 마스터에게 스마트폰 사용이 어렵다고 푸념을 하고, 그 얘기를 들은 나는 업데이트해서 오류가 생기는 일이 있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그런 실수를 거듭하며 조금씩 스마트폰 자체가 개량되어가는 거라고 말합니다. 그 말을 들은 그는 연한 말차를 서비스로 주겠다고 합니다. 차 끓이는 것을 보면서 우러나온 연한 말차를 마시니 맛있습니다. 오늘 재수가 없었는데 이런 서비스를 받으니 기분이 좋다고 말하니, 그는 운이 나쁘지 않다며 뜨겁게 얘기할 수 있을 만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행운이라고 대답합니다. 그 말을 들고 갑자기 쏟아진 눈물에 그가 건넨 손수건으로 닦습니다. 그를 또 만나고 싶은 마음에 마스터에게 말차 카페 언제 하냐고 물어보자 오늘뿐이라고 합니다. 역시 재수가 없다고 실망했지만, 생각을 고쳐 또 만나고 싶다면 그렇게 되도록 행동하면 된다고 마음속으로 빌었습니다. 마스터가 도쿄에 지점을 내기로 해서 그 친구가 점장으로 봄에 올 거라고 말합니다.


마블 카페 맞은편 다리 건너에 있는 가게는 히로코가 운영하는 핸드메이드 속옷 가게입니다. 어릴 때 엄마의 바느질하는 모습을 보고 반해서 가르쳐달라고 졸라 배운 것을 시작으로 실과 바늘의 매력에 빠진 히로코는 기성복 회사에서 패터너로 일하다 지하에서 가게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2년 전 1층 잡화점이 폐점해서 그 틈에 장소를 바꿨습니다. 이 가게에는 출창이 커다랗게 설치돼 있어서 그곳이 상품을 주목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곳에 진열하는 상품은 일단 마음을 끄는 것, 손님을 이 가게로 불러들일 만한 것, 그걸 염두에 두며 속옷을 디자인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졸업을 테마로 꾸며놓은 어느 날 기타 케이스를 멘 젊은 여성이 들어와서 속옷이 아닌 제비 스카프가 얼마인지 물어봅니다. 파는 게 아니라는 말에 그녀는 지하에 있던 이 매장의 개업날 방문했다며 그때 본 브래지어와 팬티 세트를 사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그 말을 들은 히로코는 보이기에만 급급한 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 그녀가 말한 속옷 세트를 찾아 시착을 도우며 이 가게를 계속해올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닫습니다. 지하에서부터 열심히 노력한 자신의 모습과 그것을 알아준 사람들 덕분입니다.


요시하라는 10년 전 52살에 회사를 그만두고 헌책방을 차렸습니다. 다섯 살 연상인 아내, 후키코는 당시 고등학교 수학 교사였지만 지금은 퇴직해서 학습지 교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8월 오봉 시기에 열리는 헌책 시장에 처음으로 출점했고, 더운 여름 날씨에 지쳐가고 있는 차에 아내가 가게를 봐준다며 쉬고 오라고 합니다. 그는 물통과 주먹밥을 먹고 돌아오면서, 벌이가 시원찮은 헌책을 시작하는 걸 아내가 후회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시 가게 텐트로 왔고,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커플이 지나가다 남자가 말미잘 탐정이라며 너무나 기뻐합니다. 그러자 여자는 그림이 징그럽다고 질색했고 여자의 모습에 남자는 그냥 갔습니다. 두 사람은 그대로 갔지만 요시하라는 그 책을 상자에서 치워 따로 놔둡니다. 3권이 세트인 이 만화는 어쩌다 2권만 오게 되었지만 이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가 반드시 있을 거라는 확신에 놔두었습니다. 그 단 한 권을 찾아 헤매는 누군가를 천천히 기다리자는 마음으로요. 조금 있다 아까 그 남자가 와서 이 책을 찾으며, 중학생 때 리사이클 코너에서 1권을 봤는데 너무 재미있어 나머지를 구매하려다 3권만 헌책방에서 간신히 사고 2권이 없는 채였답니다. 그랬는데 여기에서 2권을 발견해서 기뻤다며 좋아합니다. 그 모습을 본 아내가 좋은 일을 한다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마지막 12월의 이야기는 1월의 이야기에 나온 주문 받은 청년이 등장합니다. 교토에서 200년 전부터 차 도매상 가게를 해오고 있는 후쿠이도의 외동아들로 태어난 깃페이는 장래 이 가게를 이어받아 교토에서 줄곧 살 거라는 사실을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도쿄의 점장으로 일하라는 아버지의 말에 혼란한 가운데, 아버지의 지인인 마스터의 제안으로 1일 말차 카페를 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옛날부터 여자아이들이 말을 걸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서 퉁명스러워졌습니다. 그 때문에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이런 성격이라 도쿄에서 어떻게 가게를 운영해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스마트폰은 원래 처음부터 끝까지 미완성이라는 여자의 말에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녀 앞에서 연한 말차를 우리며 대화를 나누면서 미소를 짓는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그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2개의 이야기 속에 연결된 사람들의 인연은 <월요일의 말차 카페>에서 확인하세요.




<월요일의 말차 카페>에는 일 년 열두 달의 계절을 배경으로 한 12편의 이야기가 도쿄와 교토에서 펼쳐집니다. 따뜻한 코코아와 향기 좋은 커피를 판매하던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의 그 '마블 카페'가 정기 휴무일인 월요일에 일회성 이벤트로 진한 말차와 연한 말차만을 판매하는 '말차 카페'로 변신했습니다. 휴무일인지 모르고 들렀던 그녀가 말차 카페에서 인연을 만나고, 역시나 우연히 지나가다 들린 부부가 핸드메이드 속옷 가게의 사장과의 인연으로 이어지고, 속옷 가게 손님으로 온 가수가 카페 주인 마스터의 제안에 노래를 불렀고, 공연에서 종이 연극 미츠와 친구가 되었고, 마블 카페에서 화과자를 공급하는 하시노야 손녀인 미츠가 고향 교토에서 할머니에게 자신의 성장을 보여주고, 미츠의 할머니도 소중한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모양이 바뀌며 계속 전해짐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길거리 고양이가 들린 헌책방 주인의 하는 일을 아내로부터 인정받고, 헌책방 손님인 대학생이 깨달음을 얻고, 호주에서 온 마스터의 지인과의 꿈을 위해 노력한 이야기와 그들이 들린 전시회의 화가 아들이 배우게 되는 소중한 깨달음, 차 도매상의 가업을 이은 청년이 말차 카페에서 인연을 만나 용기를 얻게 되는 이야기까지 모두가 소중하고 따뜻한 내용입니다. 각 편의 등장인물은 전편에서 인연이 있었고, 때론 전작에서 등장한 인물도 나옵니다. 어떤 만남이든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맥맥이 연결된 손과 손끝 덕분에 이루어진 거라는 책의 말에 깊은 공감을 느끼며, 내가 지금까지 만나온 인연을 한번 돌아보게 합니다. 어느새 연결되어 있는 작은 인연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하는 마음 따뜻한 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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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단의 목소리 1
정해나 지음 / 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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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요나단의 목소리>가 딜리헙에서 연재되던 중 탁월한 연출과 스토리텔링만으로 화제가 된 저자는 제5회 무지개 책갈피 퀴어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럼 저자의 <요나단의 목소리 1>을 보겠습니다.



경기도 시골에 있는 기독교계 사립학교에 입학한 조의영과 윤선우는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입니다. 기숙사 생활이 의무는 아니지만 교통이 불편해서 통학을 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어 공부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 때문에 대부분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이곳에 오거나,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보낸 학생들입니다. 조의영의 성적은 보통이었으나 선우는 전교권에서 노는 학생이며, 학교 성가대원입니다. 매주 월요일마다 예배를 드리는데 성가대원 솔리스트로 목소리가 깜짝 놀랄 만큼 좋습니다. 1학년 때는 주말마다 집을 다녀오는 학생들이 많았으나 선우는 집에 가지 않고 성가대 연습을 했습니다. 성가대 연습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의영도 집에 가지 않고 선우의 연습을 참관했습니다. 연습이 끝나고 같이 저녁을 먹으며 서로의 신상 정보를 주고받았습니다. 1학기가 다 가도록 선우는 집에 가질 않았고 의영도 집에 잘 안 가게 됐습니다. 방도 같이 쓰면서 같이 밥을 먹으며 더욱 친해진 둘은 선우가 약을 먹는다는 사실과 의영이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도 서로 알게 됩니다.


폴더폰을 사용하고,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 그 당시, 의영과 선우는 서로의 MP3 플레이어를 바꿔서 들었습니다. 선우의 노래 목록에는 가요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것이 이상해 묻자, 부모님이 '세상 음악'이라며 못 듣게 한다고 합니다. 그때서야 의영은 선우가 어떻게 지내왔는지가 궁금해집니다. 선우의 아버지는 목사였고 교회 옆에 집에서 부모님의 목회 일을 도우며 지냈습니다. 그래서 아이돌 음악도 모르고, 자기 전 취침기도를 하고, 욕도 못 했던 것입니다.


선우에게 공책을 빌렸는데 공책에서 떨어진 스티커 사진엔 선우와 여자 주영, 노랗게 염색한 남자 다윗이 함께 있습니다. 친구냐고 물어보자 선우는 친구랑 첫사랑이라고 대답합니다. 선우 입에서 그런 단어가 나올 거라곤 상상도 못한 의영이 잘 됐냐고 물어보자 둘이 사귀고 있었다고 대답합니다.


선우는 기억이 안 날 적부터 찬송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담임 목사의 모범적인 아들, 교회 어른들은 모두 선우의 부모님을 부러워했고, 선우는 눈에 띄는 걸 싫어했지만 매주 일요일마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신도들 앞에 있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어느 날, 교회 앞에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고, 노란 머리칼에 담배를 입에 문 남학생이 선우를 불러 천 원만 빌려달라고 합니다. 자신의 이름과 어느 학교를 다니는지 말하는 그 학생은 돈을 갚는다며 자신의 아빠도 목사라고 말합니다. 자신은 기독교가 아니라는 최다윗의 말에 부모님의 종교가 자신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선우는 처음 알게 됩니다. 돈을 진짜 갚으러 온 다윗, 비가 와서 선우의 방에 갑니다. 다윗은 교회를 안 다닌다고 집에서 쫓겨나 고시원에서 사는데 돈이 모자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답니다. 다윗은 용건 없는 문자를 보내는 선우의 첫 친구였고 선우도 다윗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윗은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만나 여자친구가 된 주영을 소개해 주었고, 그렇게 셋은 함께 만나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의영과 선우는 3년 내내 같은 방을 썼습니다. 2학년으로 올라가며 같은 반이 되었고, 진로 희망을 뭘 쓸지 고민하는 선우에게 노래하는 거 싫어하냐고 물어봅니다. 싫어하진 않지만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대답에 하기 싫어지면 관두는 거라고 말했습니다. 부활절 선우는 학교에서 나온 달걀을 다른 친구에게 주었고, 오후 수업 때는 아프다고 조퇴를 하고 기숙사에서 갔습니다. 음악 선생님이 다음 주 부를 찬송가에 솔로 파트 부분을 표시해서 의영에게 대신 전해주었고, 의영은 악보를 건넵니다. '무덤에 머물다'라는 제목의 찬송가에 표시된 부분을 보면서 갑자기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는 선우는 노래 안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보지 않았다면 의영은 노래를 하라고 격려했을지도 모릅니다. 선우는 평소 조용하고 차분해서 우울한 것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 없어 의식하지 않았는데 이 모습을 보고 선우가 먹는 약이 우울증 약이라는 사실이 생각났습니다. 선우는 다윗이 보고 싶다며 다윗을 만나러 간다고 말합니다. 그제야 선우의 첫사랑이 누구인지 알게 된 의영.


선우와 의영의 이야기는 2권에서 이어집니다.




담임 목사님의 모범적인 아들로 살고 있는 윤선우에게 같은 목사의 아들이지만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는 최다윗의 말이 크게 다가옵니다. 다윗은 노랗게 염색하고 오토바이를 몰며 집에서 쫓겨나 고시원에서 생활해 어른들 눈엔 불량학생처럼 보이지만 착한 녀석입니다. 다윗의 여자친구 주영은 교회를 나가지 않는 다윗을 위해 주일 예배뿐만 아니라 수요일 예배도 참석해서 기도를 합니다. 백만 분의 일 확률이라도 지옥이 있다고 하면 다윗을 꺼내 올 거라는 주영의 당찬 말에, 선우는 누군가를 그만큼 사랑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윗과 주영을 만나면서 선우의 일상은 물듭니다. 갑자기 불시에 다가오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던 선우의 중학교 2학년은 그렇게 지나갑니다. 기독교계 사립 고등학교 기숙사 룸메이트로 만난 윤선우와 조의영, 해맑고 거짓말이라곤 할 줄 모르는 의영과 마음속으로 감추고 말하지 않는 것이 익숙한 선우는 그렇게 친구가 됩니다.


'윤 목사님이 힘든 사역하시니까 하나님이 선우 같은 복을 주셨지, 하나님이 선우를 이렇게 착하고 똑똑하게 키워주셔서 아빠가 맘 놓고 사역하신다, 선우가 알게 모르게 지은 잘못들을 용서해 주시고 내일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삶 살게 해주세요, 선우가 음악 전공해서 나중에 우리 교회 음악 전도사님으로 딱 오면 정말 은혜로울 텐데, 네 나이 땐 친구 잘 가려 사귀어야 돼.' 등의 말을 듣고 자라면 어떨까요. 사람들은 그냥 하는 말이지만 그 말을 듣는 당사자에겐 얼마나 큰 부담이 되는지, <요나단의 목소리 1>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냥 어른들의 말대로 지내면 되는 줄 알았던 선우가 같은 상황이지만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모습을 보인 다윗을 마음에 들어 하는 건 당연한 일일 겁니다. 그 마음의 대상자가 같은 동성이라는 것이 불행이라면 불행이겠죠.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더욱 기대됩니다.


왜 모든 일은 불시에 일어날까?

걔가 내 손을 잡을 줄 미리 알았더라면

그 순간을 더 오래 기억할 준비를 하고 있었을 텐데. (p. 24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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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불가능 대한민국 - 고도성장의 기적 이후, 무엇이 경제 혁신을 가로막는가 서가명강 시리즈 26
박상인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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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저자는 1996년부터 뉴욕주립대학교 스토니브룩 대학에서 경제학과 조교수로 재직했으며, 2003년부터 서울대학교에 부임한 후 현재 행정대학원 교수와 시장과 정부 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임 중입니다. 재벌 정책, 경제 정책, 경쟁 정책 등을 주로 연구하며 다양한 학회 활동과 정책 자문도 활발히 하고 있는 저자가 쓴 <지속 불가능 대한민국>을 보겠습니다.



한국 경제는 1960년대 이후 사상 유례없는 고도성장의 신화를 이루며 기적이라 불렸습니다. 박정희 개발 체제하에서 진행된 정부 주도-재벌 중심 발전 전략은 성공을 거두었고, 그 결과 거대 재벌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모방형 추격 전략에 의존하며 성장에만 매진해온 한국 경제는 이제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의 제조업 경쟁력 상실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제 무역 환경이 변화한 것이 큰 이유입니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으로 탄소중립 문제가 본격화되었고 우리나라는 후발주자로 여러 정책을 내놓았지만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개도기 시절의 경제성장 이후 한국 경제는 제조업의 위기, 혁신 경제로의 이행 지체, 포스트 코로나19의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 개혁이 필요합니다. 과도한 내부거래와 수직계열화는 혁신의 기회를 제한하고 기술 탈취와 단가 후려치기는 혁신의 유인을 제거합니다.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는 임금 불평등, 자영업의 빈곤과 노인 빈곤, 청년실업과 저출산이라는 사회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혁신 기업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 중간재 산업인 BsB에서는 혁신이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다. 바로 이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한국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GDP의 26%에 해당할 정도로 매우 높습니다.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 중간재 산업에서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탄소중립과 산업전환은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탄소중립으로 이행하려면 중화학공업 중심인 우리 산업 구조의 전환은 불가피합니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성장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줄 수 있습니다.


지금 한국 경제는 혁신이 절실합니다. 혁신과 포용적 성장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산업전환을 위해서도 가장 먼저 재벌을 중심으로 한 경제구조의 일대 개혁이 있어야 합니다. 공정한 경제 체제와 포용적 시장경제 구축을 위해 경제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개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스라엘의 재벌 개혁을 참고해 기업집단 출자 규제와 구조적 금산 분리를 해야 하며, 사익 편취 규제를 위한 MoM을 도입이 필요하며, 산업별 노사정을 통해 상생 모델을 만들고, 플랫폼 독점 규제와 문어발식 레버리지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해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동개혁, 재정개혁, 복지개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박정희 개발 체제에서 새로운 경제 체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져야 불평등 극복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두 가지를 개혁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종합적이고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합니다. 지금 그런 개혁을 해야만 혁신 경제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재벌은 한국 경제 발전의 주역이라는 긍정적 이미지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정의롭지 못한 집단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벌 문제의 심각성은 단순한 스캔들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와 사회의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 이슈입니다. 이에 <지속 불가능 대한민국>에서는 한국 경제와 사회가 혁신형 경제, 포용적 성장, 탄소중립으로 이행하기 위해서 재벌 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살펴보고, 재벌 개혁을 포함한 포괄적인 한국 경제구조 자체를 바꾸는 혁신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나아가 재벌 개혁을 포함한 한국 경제의 구조 개혁과 혁신은 지속 가능한 우리 경제와 사회를 위해서 필요함을 알리고 있습니다. 저자는 더 이상 미루지 말라고 말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혁신적인 재편이 불가피한 시대에 도래했다고 단언합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기에 위기에 직면한 한국 경제를 충분히 개혁할 수 있다고, 그럴 힘이 우리에게 있다고 저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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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기분파 미용사 메이크업 필기 - <특별부록> 최신경향 핵심 180제 + 시험에 자주 나오는 쪽집게 핵심이론 노트 + 최신 CBT 복원문제 완벽분석, 제9판 2024 기분파 시리즈
김효정 외 지음 / 에듀웨이(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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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대학교 뷰티스타일리스트과 학과장, 교수, 외래교수, 겸임교수를 하며 (사)한국뷰티산업진흥협회 회장, 수석부회장, 이사, 대구SBS뷰티스쿨 메이크업 팀장, (사)한국분장예술인협회 대구지회장, 모두온 뷰티아카데미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들과 함께 <2023 기분파 미용사 메이크업 필기>를 출간했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미용사 메이크업 필기는 '메이크업 개론, 피부학, 화장품학, 공중위생관리학'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각 섹션별로 출제 예상문제를 분석하고 흐름을 파악해 수험생의 공부 방향을 제시합니다. 그래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학습해야 할지 알려줘 수험생들이 학습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내용 옆엔 유의해야 하거나 수험준비에 필요한 부분, 내용 중 어려운 전문용어를 'Check! Terms!' 박스로 설명합니다. 이론 내용과 관련 있는 필수 이미지를 삽입해 수험생의 이해를 높이고, 표를 간략히 정리해서 공부에 도움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각 섹션 바로 뒤에 기존 관련 자격시험과 연계된 '출제 예상문제'를 정리하여 예상 가능한 출제 동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문제 상단에 별표(★)의 개수를 표시하여 해당 문제의 출제 빈도 또는 중요성을 나타냈습니다.


에듀웨이 전문위원들이 출제 비율을 바탕으로 출제 빈도가 높은 문제를 엄선하여 'CBT 복원 모의고사' 6회분을 수록하였습니다. 또한 출제 동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CBT 이전 기출문제'도 2회분을 실었습니다.


'최신경향 핵심 120제'와 자투리 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핵심이론 써머리노트'를 통해 마지막까지 미용사 메이크업 필기시험에 대비하길 바랍니다.




사진 스튜디오, 방송 분장, 특수 분장, 공연예술 분장, 화장품 브랜드숍, 뷰티살롱, 웨딩플래너, 뷰티스타일리스트 등 메이크업 분야가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용사(일반)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자격증이 주어졌지만 앞으로는 '미용사(메이크업)' 국가자격증을 취득해도 창업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관련 업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현직 종사자는 물론 예비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메이크업 미용사' 필기시험을 대비하여 보다 쉽게 합격할 수 있도록 <2023 기분파 미용사 메이크업 필기> 책을 출간했습니다. 최근 개정 법령을 반영하고, 수험생에게 꼭 필요한 내용을 충실하게 수록하였고, 내용 또한 이미지와 표로 가독성을 높였으며 간결한 문체로 쉽게 정리했습니다. 최근 시행된 상시시험문제를 분석해 출제 빈도가 높은 문제를 엄선하여 실전 모의고사를 실었습니다. 이 책으로 공부하는 수험생들의 합격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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