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골목 EBS 세계테마기행 사진집 시리즈
EBS 세계테마기행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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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세계테마기행은 여행 정보를 전달하는 다큐멘터리이자 살아 있는 체험기를 선보이는 EBS의 여행 전문 교양 프로그램입니다.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활과 축제, 소수민족의 이야기와 대도시의 삶까지 지구촌 사람들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봅니다. 그중에서 <세상의 골목>을 보겠습니다.



북미와 남미 사이 카리브해 연안의 항구 도시 카르타헤나. 1533년 이곳에 도착했던 스페인 선장 페드로 데 에레디아에 의해 발견되고 건설된 도시로, 스페인의 항구 도시 카르타헤나에서 그 이름을 따왔습니다. 과거 식민 시대에는 무역항으로 번성했으며, 현재는 볼리바르주의 주도입니다. 카르타헤나는 19세기까지 남미에서 나는 모든 금은보석을 유럽으로 운반하는 중계항 역할을 했기 때문에 라틴아메리카에서 번성했던 도시 중 하나였습니다. 정복자들의 말발굽 소리와 무역상의 짐수레,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들의 한숨 소리가 가득했고, 가득할 것만 같은 카르타헤나의 오래된 골목입니다.


이란 아비아네는 산악 지역에 위치한 도시로, 고대 조로아스터풍의 모습이 남아 있습니다. 벽도 골목의 바닥도 붉은빛이 돌기에 레드 빌리라고 불립니다. 1000년도 훌쩍 넘은 아주 먼 옛날, 이슬람으로 개종을 거부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믿는 조로아스터교 전통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외부와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자신들만의 낙원, 오아시스를 건설했습니다. 바람이 많은 아비아네, 이곳 사람들은 바람길을 엇갈리게 내어 바람이 약해지게 만들었습니다. 어느 골목이나 여인들의 셀카 모습은 비슷합니다.


중국 윈난성은 중국 서남부에 위치한 곳으로 한반도의 1.8배인 광활한 땅입니다. 고원과 분지, 협곡과 고산 지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중 망시는 중국과 미얀마의 국경 지대에 자리 잡고 있으며 다이족, 징포족, 더앙족 등 여러 소수민족이 살고 있습니다. 찬물에 빨래를 하는 엄마와 마당을 누비던 닭과 가축들, 옛날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알베르벨로는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주 바리 지역에 있는 도시입니다. 장화모양의 이탈리아반도 뒤꿈치에 위치하며 아드리안 해안과 가깝습니다. 16세기 아라곤의 백작이 노치지역의 농민 가족 40여 명을 이곳에 이주시켰습니다. 주민들은 구하기 쉬운 석회암을 이용해 빨리 짓고 부술 수 있도록 집을 지어 살았습니다. 나폴리 왕구의 스페인 총독이 주택에 많은 세금을 부과했기 때문에 이것을 피하기 위한 편법이었습니다. 원통 모양의 벽을 세우고 그 위에 납작한 돌로 원뿔 형태를 따라 지붕을 얹은 트룰리(트롤로의 복수형)는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하나의 방에 하나의 지붕이 울려지며, 이 방들이 모여 한 채의 트룰로를 이룹니다. 현재 옛 시가지의 몬티 지역과 아이아피코 지역을 중심으로 약 1천여 채가 밀집해 있습니다.




요즘 지방 도시에 가면 골목 담벼락을 꾸며놓은 예쁜 길을 볼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사진도 찍고, 한가롭게 골목길을 걸으면 마음에서 여유도 함께 생겨납니다. 우리나라의 골목도 도시마다 그 모양이 다른데, 다른 나라의 골목은 어떨까요. 더욱 낯설고 신기한 모습일 겁니다. <세상의 골목>은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중국, 포르투갈, 이탈리아, 콜롬비아, 멕시코, 튀니지, 케냐, 스페인, 탄자니아, 아르헨티나, 과테말라, 이란, 페루, 네팔, 타지키스탄, 홍콩, 베트남, 미얀마, 칠레, 대만, 라오스, 체코, 그리스의 골목들을 보여줍니다. 다양한 모습의 골목들이 있습니다. 신기하고 아름다운 모습들 가운데, 사람들의 모습은 비슷합니다. 골목을 걷는 사람들,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 골목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 골목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골목에서 놀고 일하는 사람들, 그 모든 모습들을 우리나라 골목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보이는 풍경은 달라도 모습은 비슷합니다. 그래서 골목이란 단어는 어디서나 친근하게 느껴지나 봅니다.


멀리 골목이 보인다면, 거기에는 이웃이 있다는 뜻이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데 있지 않고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by 마르셀 프루스트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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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요코제키 다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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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일본 무사시대학 인문학부를 졸업한 뒤 "재회"라는 작품을 통해 일본 추리 소설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최고 영예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했습니다. "루팡의 딸", "그녀들의 범죄", "스마일 메이커", "가면의 너에게 고한다" 등이 있으며, 특히 "루팡의 딸"은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럼, 저자의 데뷔 10주년 기념작 <악연>을 보겠습니다.



2020년 9월 3일, 구라타 유미는 대학교 근처 카페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에서 퇴사하고 집에만 있던 유미에게 아버지가 대학 친구 마쓰다의 카페를 소개해 줬습니다. 이제 일한 지 1년이 지났고, 한가한 오후 시간에는 유미 혼자 가게를 도맡게 되었습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들어왔고 주문한 커피를 내려놓으니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맞는지 물어봅니다. 3년 전 사건으로 사람들에게 막을 치게 된 유미가 이상한 눈빛으로 그를 보자, 자신은 호시야 다카히로고 같이 사건을 검증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사건이 종결된 지 3년이나 지났다며 검증할 필요가 있냐고 물어보자 호시야는 사건이 다 해결되지 않았다며, 전혀 다른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3년 전 2017년, 유미는 무사시다이라시 시청 수납 총무계에서 6년째 일하는 공무원입니다. 점심시간 업무 당번은 돌아가면서 맡는데, 유미는 9월 1일 당번이었습니다. 12시 40분에 민원전화 업무를 처리하고, 창고에 파일을 가져다 놓고 나오는데 다시 전화가 옵니다. 아무도 받지 않자 유미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떤 남자가 여자친구 바바 히토미가 돈을 가지고 집을 나갔다며 이사 간 주소를 알고 싶다고 합니다. 유미는 가까운 컴퓨터로 조회를 해 그녀가 이사 간 주소를 확인했지만 개인 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유미의 이름을 다시 묻고는 부동산 중개소에서 금방 얻을 수 있는 방을 찾는다고 하고 몇 군데 소개를 받았답니다. 알려 준 곳을 부를 테니, 히토미가 사는 곳이 있으면 '네'라고만 하라고 말하며 유미의 이름을 외웠다고 합니다. 주소를 하나씩 말하면서 유미의 반응으로 어디에 있는지 알겠다며 고맙다고 전화를 끊습니다.


2011년 10월, 호시야는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의 시스템 엔지니어로 1년 넘게 일하고 있었는데, 잦은 야근과 갑질을 참지 못하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사직서와 갑질 보고서를 회사 이메일로 보낸 후 밖으로 나와 거리를 걷고 있는데, 라이브 공연 이벤트 안내장을 나누고 있는 여자들을 봅니다. 그녀들이 오늘 나카노에 있는 라이브 하우스에서 데뷔를 한다는 내용이었고, 전단지를 준 여자가 마음에 들어 보러 갔습니다. 데뷔 라이브임에도 관객이 20명쯤 있었고, 반응도 뜨뜻미지근했습니다. 하지만 10대의 5명 멤버들은 열심히 춤추고 노래했습니다. 그 열정에 마음이 뺏겼고, 전단지를 준 멤버가 호시야와 눈이 마주치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이 무대가 주오선 방위대, 그리고 오기쿠보 히토미와의 첫 만남입니다. 이후 그는 라이브 공연을 6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보았고, 세무사 사무소 소장 다와다 마코토, 법률 사무원 미나미노 요이치, 술집 종업원 구마다 쇼헤이와 히토미의 찐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히토미가 요근래 무대에서 안 나와 팬들이 걱정하던 차에, 괜찮냐고 트위터에 글을 달자 히토미의 DM이 왔습니다. 상담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괜찮냐고요. 호시야는 괜찮다며 무슨 상담인지 물었지만 한참 뒤에 잘못 생각했다며 미안하다고 답장이 옵니다. 호시야는 히토미가 휴식기에 돌입한 것과 상관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불안하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2017년 9월 3일 도쿄도 무사시다이라시의 그린 공원에서 22살 바바 히토미가 날붙이에 가슴을 찔려 과다 출혈로 사망한 것을 산책 중인 주민이 발견했습니다. 그녀는 나카노를 거점으로 활동 중인 주오선 방위대에 오기쿠보 히토미라는 예명으로 소속되어 있다는 뉴스가 보도됩니다. 그 소식을 접한 호시야와 유미는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시청 직원이 스토커에게 주소를 알려줘서 죽었다는 악의적인 소문이 퍼져 유미는 일을 그만두고 정신적으로 힘들었고, 호시야는 도와주지 못했다는 마음에 히토미의 죽음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이 모든 일들이 우연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과연 어떤 진실이 있을지 <악연>에서 확인하세요.




TV가 아닌 소규모의 무대에서 노래하는 아이돌을 지하 아이돌, 라이브 아이돌이라고 부릅니다. 그녀는 고등학생 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을 좋아해 대회에 나갔고 입상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하 아이돌을 전문으로 키우겠다는 한 기획사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6년 동안 활동하다 스토커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칼에 찔러 죽습니다. 경찰 수사로 찾은 범인은 한사코 범행을 부인했고, 그녀의 팬인 호시야는 죽기 전 상담을 부탁했던 그녀의 메시지를 마음에 품고 혼자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이 사건은 우연이 아니고 제목처럼 <악연>이 됩니다.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호시야의 끈질긴 노력은 오타쿠의 편견을 깹니다. 누군가를 좋아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사람이 아닌, 동경하는 대상을 응원하며 힘을 얻는 평범한 사람임을 느끼게 됩니다. 힘들 때 힘이 되는 무언가가 있나요. 그것은 사람일 수도, 사물일 수도, 꿈일 수도 있습니다. 힘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삶이 더 불쌍해 느껴집니다. 그러니 힘든 세상에서 각자 힘이 나는 무언가를 가지길 바랍니다.


오타쿠를 얕보지 마.

그 말에 자기 비하나 콤플렉스는 없었다.

오히려 호시야의 자부심마저 느껴졌다.

만약 그가 오타쿠가 아니었다면 이 사건은 어둠 속에 묻혔을 가능성도 있다.

(p.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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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기피증이지만 탐정입니다
니타도리 케이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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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일본 지바 현에서 태어나 지바대학 교육학부를 졸업한 저자는 2006년 홋카이도대학 로스쿨 재학 중에 "이유가 있어 겨울에 나온다"로 제16회 아유카와 데쓰야상 가작에 입선했고, 같은 작품으로 2007년에 데뷔했습니다. 2014년 TV 드라마로 방영돼 큰 인기를 끈 "전력 외 수사관" 시리즈, 제3회 우쓰노미야 대상을 수상한 "드세요, 용의자부터-파티시에의 비밀추리", "서술 트릭의 모든 것"과 "서점의 명탐정" 등을 썼습니다. 그럼 <대인기피증이지만 탐정입니다>를 보겠습니다.



국립대학 보소대 법학부 신입생 후지무라 미사토는 이곳 지바 출신에 대인기피증입니다. 중고등학교 입학식 때 뒤처져서 어떤 그룹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결국 혼자가 되어 아무와도 말하지 않고 졸업했습니다.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시간은 학창 시절과 달리 강의안만 나눠주고 끝일 줄 알았는데 교수가 각자 자기소개를 하라고 합니다. 겨우 출신과 이름, 지망을 말하고 앉아서 이 시간이 얼른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기소개가 다 끝나고 교수는 친구를 만들 기회니 메신저 아이 등을 교환하라면서 해산을 명령했습니다. 후지무라 양옆 사람은 후지무라와 반대쪽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고 순식간에 후지무라만 혼자가 되었습니다. 괜히 말을 꺼냈다가 필사적이라며 비웃음을 사게 될까 말도 못 꺼내고 있다 보니 어느새 잠이 들었습니다. 눈을 뜨니 1시간 정도 지났고, 빈 강의실을 나가려고 하다가 우산을 발견하고 다시 가까이 갔습니다. 대학생이 들고 다니기엔 가격이 꽤 비싼 고급품으로 누군가에게 선물 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밖을 보니 눈이 계속 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산이 있는 자리 주변엔 특별한 흔적이 없고, 벽의 고리가 단 하나뿐이지만 이쪽을 향해 있습니다. 후지무라는 평소에 전혀 사용되지 않는 코트 걸이가 우산이 있던 자리에서만 사용됐다는 점과 눈이 내리고 있는데 아직까지 우산을 찾지 않았다는 점을 조합해 마지막에 소개한 6명 중에 누가 우산 주인인지 생각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알게 된 미하루와 두 번째 이야기에 등장한 초등학교 동창 사토나카와 미나키, 다른 친구 2명과 후지무라는 노래방을 갔습니다. 대인기피증은 타인과 이야기하는 것도 힘들지만 노래방도 만만찮습니다. 후지무라는 선곡을 어떤 노래를 해야 할지, 타인이 노래를 부를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노래를 안 부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고민하느라 머리가 터질 지경입니다. 친구들이 오렌지주스와 술을 시켜서 같이 마시다가, 겨우 화장실 간다는 핑계로 나왔다가 들어가니 미하루가 오페라를 원대한 발성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아연실색한 채 그저 듣고 있는 중입니다. 그럼에도 어찌 됐든 모두 미하루에게 압도돼 누가 부르는지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게 되었고, 후지무라와 미나키에게 마이크가 돌아오는 일도 없이 예약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다 같이 일어서는데 미하루가 쓰러집니다. 보니까 언제부터인지 미하루를 술에 취했고 몸을 가눌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사토나카와 후지무라가 미하루를 미나키 집에 옮겼고, 간식을 대접한 미나키의 집에 앉아 미하루에게 술을 먹인 범인이 누구인지 생각합니다.


지바 현에는 대나무와 전통지로 만든 보슈 부채라는 특산품이 있으며, 수년 전부터 지바 현의 장인이 한곳에 모여 부채를 판매하는 축제가 니시노부토에서 열리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프리마켓 같은 분위기였는데,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지명도가 높아지고 규모도 커졌습니다. 대학 근처에서 열리는 이벤트인데다가, 엄청난 수의 포장마차도 더해져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었습니다. 경제학과 친구들에게 미하루를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사토나카가 미하루와 미나키, 후지무라를 불렀고 축제에서 보기로 했습니다.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린 축제에서 처음엔 같이 다니다가 어쩌다 보니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습니다. 대인기피증은 인파에 약합니다. 인파에 잡아먹힌 대인기피증은 대개 동행인과 같은 속도로 걸을 수가 없고, 조용히 멀어져서 사라집니다.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후지무라에게 사토나카로부터 그룹 채팅 메시지가 왔습니다. 경제학과 친구인 나가에가 지갑을 도둑맞았다고요. 미하루가 범인 특징을 아냐고 물어보며 혼잡해서 범인도 아직 여기에 있을 거라고 합니다. 나가에는 화려한 범인의 옷과 머리 색깔을 기억했고, 앞쪽에서 미하루가 사람들에게 멈추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우산의 주인과 술을 먹인 사람, 지갑 도둑은 누구인지, 인간 소실 사건의 정체와 진짜 컴퓨터 도둑은 누구인지, <대인기피증이지만 탐정입니다>에서 확인하세요.




강의실 뒤편에 누가 놓고 간 우산이 있습니다. 보통은 지나치거나, 이름이 있는지 우산을 살펴보고 안내 데스크나 경비실 같은 곳에 맡깁니다. 하지만 주인공 후지무라는 대인기피증이라 그런 용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추리를 시작합니다. 뛰어난 기억력과 탁월한 논리력으로 소거법을 이용해 우산 주인을 찾고, 인간 소실의 함정을 파헤치고, 오렌지주스인 줄 알고 술을 잘못 마시게 한 범인을 찾아내고, 인파에 갇힌 지갑 도둑을 알아보고, 우선하여 버려버려도 상관없는 사람이 된 사람의 누명을 벗겨냅니다. 만약 내가 없는 자리에서 자신의 험담을 하고 있는 모습을 듣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주인공 후지무라는 초등학생 때 그런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만 모르는 채로 줄곧 험담을 듣고 있었다고 생각하며 '모두'가 무서워졌습니다. 이후로 다른 사람들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할지에 신경을 쓰다가 공포심까지 생겨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대학생이 된 후지무라는 자신과 다른 사토나카와 미하루가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누구와도 친하게 지내고 활발한 사토나카와 자신만만하게 보이는 미하루도 소통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린 저마다 대인기피증이 있습니다. 각각 형태는 다르지만 다른 사람들도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힘들어합니다. 모든 상황에서 자신만만한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나를 지지하고 믿어주는 몇 명의 사람이 있기에 우린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꽤 좋은 사람들과 친구가 된 후지무라도 괜찮을 것입니다. 그의 앞에 벌어질 또 다른 일상 미스터리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우리가 불합리하지 않게 살아갈 자유는 싸워서 얻어내는 것이라는 말.

갑자기 정부에게 저금을 압수당하지 않는다.

정부에 불리한 악담을 SNS에 썼다고 해서 체포당하지 않는다.

출생이나 종교로 차별받지 않는다.

그런 당연한 것조차 윗세대가 권력에 싸워서

겨우 얻어낸 것으로서 헌법에 명기된 '인권'이다.

그리고 인권이란 긴장을 늦추고 있으면

곧장 침해당하는 취약한 것이다,라고.

(p. 378)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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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를 아는 사람들
정서영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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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에 태어난 저자는 초등학생 때 엄마에게 혼나고 가출한 곳이 도서관이었답니다. 그 이후 중학생 때는 도서부를, 고등학생 때는 독서토론부를 하며 책과 가까이 지내고 있고, 지금도 여전히 책 근처를 서성이며 살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소녀를 아는 사람들>을 보겠습니다.



고등학생인 아들이 기숙사 사감에게 납치를 당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세상에선 충동적인 남학생과 예쁘장한 여사감이 함께 사라지자 납치인지, 사랑의 도피인지 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엄마는 아들을 믿었습니다. TV에서 아들과 사감의 얼굴이 각자의 이름과 함께 나오고, 공개수사가 진행 중이며 시민들의 제보를 부탁한다고 합니다. '고등학생 납치 사건'이 보도된 후 전국은 들썩였습니다. 제보가 이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쓸 만한 제보는 들어오지 않습니다. 납치된 고등학생이 평범한 학생이고, 납치한 사감도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라 제보할 것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진실은 아닙니다. TV 화면 속 강슬지라는 이름과 얼굴을 보고 전화기를 들었다 내려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았고, 용기를 내 말을 꺼내려다가도 예전의 공포가 떠올라 차마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그녀를 아는 이들은 귀를 막고 입을 닫고 말았습니다. 이제 그녀를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전공 필수 수업 과제로 옛 친구에 대해 써야 하는 주주는 합평 때 진심이 담겨 있지 않다는 말에 중학교 동창 슬지가 놀러 오라는 메일이 생각납니다. 주주는 중학생 시절 아빠 사업이 망해서 집을 팔고 시골 할아버지 집에 얹혀 지내야 했습니다. 같은 반이었던 슬지는 그곳에서 나고 자란 아이였고, 엄마는 어릴 적부터 없었고 아빠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데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아 할머니와 단둘이 살았습니다. 이번엔 대충 꾸며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슬지와 약속을 잡았습니다. 슬지와 있을수록 오랜만에 느껴보는 우월감과 희열에 주주는 뿌듯했습니다. 모두가 잘난 서울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기분입니다. 자신이 아는 노을 보는 장소가 있다고 그리로 가자는 슬지의 제안에 따라갑니다. 이제는 폐가로 남아있는 할아버지 집에서 골목으로 들어가자 슬지의 집이 나왔고 지나치면 산 입구가 나옵니다. 그 산을 올라 등산로가 아닌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슬지를 헉헉거리며 힘들게 따라갑니다. 절벽에 앉아 노을을 배경으로 셀카를 몇 장 찍었습니다. 꽤 괜찮은 장소라 여러 장 찍다 보니 배터리가 다 닳았는지 화면이 꺼졌습니다. 얼마 없는 시골 여자애들 사이에 주주는 교실의 여왕이었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공공의 적이 될 희생양이 필요했습니다. 그 희생양이 바로 강슬지였습니다. 슬지는 폭죽을 사오겠다며 순식간에 산길을 내려갑니다. 산에서 혼자 슬지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아까부터 주주를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모습이 찝찝하게 기억에 박혀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나는 방학을 맞아 복어 식당에서 주방 아르바이트를 한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사장의 성희롱과 성추행 때문에 매일 울고만 싶었습니다. 친구에게 하소연을 하니 눈물이 나왔고 손님은 나 혼자 있는 카페에 아르바이트생이 내 앞에 앉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름은 강슬지라 소개하고 나를 재미있다는 듯이 보고 있습니다. 통화를 들었다며 간호학과 몇 학년이고 뭘 배우는지 물어봅니다. 자신은 2학년이고 피 뽑는 거 등등을 실제로 배운다고 대답했습니다. 아르바이트생은 눈을 빛내며 사람 피 뽑을 때 기분이 어떠냐며 물어봅니다. 이상한 사람이라고 겁내고 있는데 자신이라면 성희롱이나 성추행 당했을 때 나처럼 안 한다고 말합니다. 맛집 촬영 때 사장 사촌인 군수가 우연인 척 들어와 복어 전골하고 찐만두를 먹기로 한 전날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복어 난소와 내장을 빼내 곱게 갈아 주사기에 담아 식당 주인이 주방에서 자리를 비웠을 때 만두에 주사기로 독을 찔러 넣으라고요. 나중에 홀에 있는 CCTV로 봐도 복어 조리대에 내가 없다는 게 증명되면 의심하지 않을 거라고요. 사인을 조사해도 복어 독 때문이니 사장만 구속된다고요.


어딘가 섬뜩하고 이상하게 삐뚤어진 강슬지의 이야기를 <소녀를 아는 사람들>에서 확인하세요.




고등학생을 납치한 여사감 강슬지 사건이 공개수사로 시민들의 제보를 부탁한다고 TV에 나옵니다. 이를 접한 어떤 이들은 그녀와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고, 그때의 공포가 떠올라 전화를 망설였습니다. <소녀를 아는 사람들>은 전화기를 내려놓고 입을 닫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열세 편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슬지와 중학교 동창, 물류센터에서 같이 일한 동료, 시골 할아버지 집에 놀러 온 동네 동생, 아르바이트 한 카페 손님들, 전공 교수, 슬기의 일기장을 본 여대생, 강릉에서 같은 숙소의 숙박객, 의류 회사 상사, 길거리 타로 손님, 분양 사무소 동료가 말하는 슬지의 모습은 기이합니다. 조금만 말을 나눠봐도 이상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떨어지려고 하지만 그녀가 남긴 말은 마음에 가시처럼 남습니다. 어떤 사람에 대한 악의가 생겼을 때, 그것을 살인이라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말한 대로 실행할지 말지는 본인의 판단이지만 일상 속에서 새어 나오는 분노와 복수심을 건드리는 그 방법이 구원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흔드는 말을 하는 슬지가 책에서만 존재하는 인물인지, 저마다의 마음 깊숙이 있는 목소리는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야, 윤체리 꿀밤 말고 빰 때려주면 안 되냐?

내가 해줄게. 그러면 나랑 친하게 지내줄래?

뺨으로는 안 돼. 칼빵 놔줘, 칼빵.

내가 해줄게. 그러면 나랑 친하게 지내줄래?

(p. 40)


나에게 쥐어진 행운은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몰랐다.

여자를 만나 선택의 기로에 섰던 그날,

내면에서 들끓는 악의를 느끼면서도

내가 선택한 건 복수가 아니라 꿈이었으니.

(p. 246)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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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우샤오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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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가 가족이라면 어떨까. 외면하고 싶은 진실성을 말하는 사회파 미스터리,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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