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국소설에 대한 편견을 깨트린 위화 작가의 신작, 시대에 휩쓸린 한 사람의 인생을 잘 그려냈다. 600쪽 가까운 분량이 느껴지지 않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위화는 1960년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났습니다. 1983년 단편소설 "첫 번째 기숙사"를 발표하며 작가의 길에 들어선 그는 초기 실험성 강한 중단편 소설을 잇달아 발표하며 중국 제3세대 문학의 기수로 우뚝 섰습니다. 1993년 위화는 기념비적인 두 번째 장편소설 "인생"을 발표하며 중국을 넘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인생"은 장이머우 감독을 통해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으며, 출간 25년이 지난 2018년 한 해에만 200만 부가 팔리는 등 현재까지도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그다음 발표한 "허삼관 매혈기"는 출간 후 10년간 가장 많이 판매된 중국소설로 선정되었습니다. 이후 중국 현대사회를 예리하게 그려낸 "형제", "제7일"을 잇달아 발표했고, 2021년, 8년 만에 발표한 <원청>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린샹푸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마을에서 유일한 관리였고, 어머니는 이웃 현에서 향시에 급제한 집안의 딸이라 가세가 기울었어도 경전을 공부했고 총명한 데다가 손재주가 좋았습니다. 린샹푸가 다섯 살 때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로부터 400여 무의 전답과 방이 여섯 개인 저택, 끈이 끊어진 책까지 포함해 100여 권을 물려받았습니다. 어머니는 부지런히 배우고 성실하게 일하는 품성을 키워주었습니다. 아버지의 마지막 작품인 작은 탁자와 걸상을 베틀 앞으로 옮겨놓고 어머니는 베를 짜면서 그를 가르쳤습니다. 열세 살 때부터 린샹푸는 집사 톈다를 따라 논밭을 살폈습니다. 그가 열아홉 살이 되었을 때 어머니는 병으로 쓰러졌고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스물네 살이 될 때까지 혼자 있던 린샹푸에게 젊은 남녀가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남매로 여동생은 샤오메이, 오빠는 아창입니다. 그들은 원청이라는 아주 먼 남쪽 도시에서 왔으며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셔서 이모부 집으로 가서 일자리를 얻으려고 한답니다. 어머니가 떠난 뒤 침묵에 잠겨 있던 집에서 이날 밤에는 말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샤오메이라는 여자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여자가 병으로 쓰러져 일어나질 못했고 오빠는 여동생을 부탁하며 경성에서 이모부를 찾은 뒤 데려가겠다고 합니다. 그날 오후 샤오메이는 갑자기 건강을 되찾았고 집안일을 하고 베틀을 짜면서 오빠를 기다렸습니다. 둘은 결혼했고, 샤오메이는 부처에게 오빠를 보살펴달라고 빌어야겠다며 나갔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금괴를 가지고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후 린샹푸는 말수가 줄고 웃음을 잃었습니다. 겨울이 가고 다시 봄이 찾아왔습니다. 린샹푸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스승을 만나 기술을 배우던 중 샤오메이가 돌아왔습니다. 아이를 가졌다고 했고 이미 배도 많이 불렀습니다. 딸을 낳았고 여름이 지나가고 10월의 어느 날, 날이 밝지 않았는데 린샹푸는 그치지 않는 아이 울음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아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린샹푸는 딸을 데리고 샤오메이를 쫓아가려 합니다. 아내의 고향인 원청이란 곳에 가려고 했으나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남쪽으로 향했습니다. 젖동냥을 하며 시진에 도착한 그는 그곳이 아창이 말한 원청과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온갖 고생을 다 하고도 아내를 찾지 못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딸이 린샹푸의 생각을 바꿔놓았습니다. 린샹푸는 시진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딸에게도, 그에게도 샤오메이가 필요했습니다. 지금 그들이 어디 있는지는 몰라도 언젠가는 시진으로 돌아올 테니, 샤오메이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라 작정했습니다.


이야기의 2/3 지점에 부록에 해당하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샤오메이와 아창의 어린 시절과 그들이 왜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되었는지, 샤오메이가 딸을 낳고는 왜 린샹푸를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려줍니다.




거의 600쪽에 달하는 <원청>은 읽기 시작하면 두꺼운 페이지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190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남자의 일생을 그려내는 장편소설은 청나라가 망하고 중화민국이라는 새 시대가 떠오르는 대격변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동네 지주인 린샹푸는 부모를 잃고 홀로 사는데 샤오메이란 여자를 만났으나 갑자기 사라집니다. 그러다 다시 나타나 딸을 낳고 또 떠납니다. 린샹푸는 아내를 찾기 위해 샤오메이가 말한 원청이란 곳으로 갑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곳을 몰랐고, 시진이란 곳이 아내가 말한 고향의 모습과 말투가 비슷합니다. 그래서 그곳에 딸과 함께 머무르며 아내를 기다리기로 합니다. 그렇게 새로운 곳에서 자리를 잡은 린샹푸는 혼란했던 사회에 휩쓸리게 됩니다. 개인의 일생이 시대와 맞물리며 어떤 행보를 이어가는지 보고 있노라면 안타까운 시대 상황 때문에 뜻대로 되지 않는 개인의 일생이 안타깝습니다. 또한 혼란한 시대에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괴롭히는 토비들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악행에 치가 떨립니다. 하지만 보듬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세상은 그래도 살아갈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난세의 전기적 이야기를 다룬 <원청>을 쓰면서 작가는 비슷한 시기에 난세 속 대한제국에도 <원청> 같은 이야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서문에 썼습니다. 우리나라의 원청 이야기를 기대하며 흡입력 있는 작가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로라 2-241 반올림 57
한수영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북 임실에서 태어난 저자는 2002년 단편소설 "나비"로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을, 2004년 장편 "공허의 1/4"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습니다. 소설집 "그녀의 나무, 핑궈리", 장편소설 "플루토의 지붕", "조의 두 번째 지도", "낮잠"등을 썼습니다. 그럼, 청소년 소설 <오로라 2-241>을 보겠습니다.



2090년 토르 30년, 이곳 토르와 토르월드의 신화를 보여주는 불꽃 드라마가 시작되고, 사람들은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보러 테라스로 나왔습니다. 올해는 토르월드 이주 30주년이 되는 해라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합니다. 극소수의 지구인들만이 토르월드로 이주해 올 수 있습니다. 토르사 연구실에서 연구했던 버드의 부모님도 마찬가지고요. 버드의 부모님은 자신들의 연구가 지구를 회복시키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에 열심히 일했는데, 토르사는 날씨로 지구를 망치는데 일조했습니다. 국제 종자 저장고 폭파를 지시해 전 세계 씨앗을 폭발시키고, 토르사 벙커에 저장해 둔 유전자 씨앗이 지구를 장악해 사람들은 날씨뿐 아니라 씨앗까지도 토르사 걸 쓰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토르에서 주요 인물을 제거했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토르사관학교는 '헌터'를 길러 내는 학교입니다. 날씨 대금을 갚지 못한 지구인들의 땅과 재산을 헌터들이 거둬들입니다. 버드는 곧 토르사관학교에 입학하고 부모님들은 그녀의 생각을 바꾸길 원합니다. 남들은 부러워하는 입학인데, 자꾸만 말리는 부모님에게 화가 난 버드는 아빠의 비행 슈트를 훔쳐 잠시 지구에 갔다 오려고 합니다. 추진 단추를 누르자 비행이 시작되었고, 곧 지구가 보입니다. 착륙 3분 전이라는 안내 멘트가 울리자마자 고막을 찢는 듯한 소리가 들렸고, 엄청난 속도로 솟구쳤다가 곤두박질칩니다. 그리고 뭔가에 세게 부딪쳤고 정신을 잃었습니다.


2023년 2월 3일 단비네 식구는 대한민국 화양 골짜기에서 사과나무 밭을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반려견 구름이가 짖어 밖을 나갔더니 커다란 사과나무 아래에 누군가가 엎드려 있습니다. 집으로 옮겼고 정신을 차린 누군가는 토르월드로 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대화를 하면서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단비는 언제에서 온 건지 버드에게 물어봅니다. 버드는 자신이 미래에서 온 것임을 알아채고, 서둘러 비행 슈트를 입고 추진 단추를 누르려고 했으나 추진 단추가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어 있습니다. 버드는 사과나무 아래에서 누군가가 구하러 올 거라고 생각했으나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토르월드로 돌아가기 전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을 거라 다짐했는데, 사과를 본 순간 침이 고입니다. 참지 못하고 사과를 한 입 깨물었습니다. 버드는 부모님 세대나 맛본 멸종된 사과를 먹으며 추진 단추를 찾을 때까지 신세를 지겠다고 합니다.


버드와 단비는 시간 날 때마다 단추를 찾고, 사과나무를 돌보며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100일이 지나고, 200일이 지나도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동안 단비네 사과밭은 일찍 핀 사과꽃과 무더위, 장마 같은 이상 기온으로 인해 사과나무 키우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날씨로 힘들어하는 단비네를 보는 버드와 지구의 모든 것이 멸종되었다는 버드의 말을 들은 단비는 어떤 생각을 할지, 버드는 집으로 갈 수 있을지, ?책 제목의 숫자는 무슨 의미인지, <오로라 2-241>에서 확인하세요.




사과가 사라지면 어떨 것 같나요. 사과 대신 다른 과일을 먹으면 될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과가 사라지면 다른 과일도 다 사라집니다. 예전엔 대구사과가 유명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재배 지역이 북쪽으로 올라가더니, 2050년대가 되면 강원 산간 지역에서만 재배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 2070년대가 되면 국산 사과가 거의 사라진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몇 해 전부터 바나나, 망고 같은 열대과일이 우리나라 남쪽이나 제주도에서 재배가 된다고 들었는데, 이상 고온 현상으로 인해 한반도의 과일 지도뿐만 아니라 농, 수업지도가 바뀌고 그 속도 또한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후 위기로 인한 심각성은 알지도 못한 태평양 섬이 가라앉거나, 아프리카에서 오랫동안 비가 안 내리거나, 북극의 빙하가 빨리 녹고 있다는 정도여서 피부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먹거리가 점점 바뀌는 현상을 접하니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고 느껴집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날씨는 예전의 날씨와 다릅니다. 기록적인 폭우, 폭염, 산불이 빈번하고 그로 인한 재해가 자주 발생합니다. 이 모든 것이 지구도 더 이상 힘들다고 우리에게 하소연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더 이상 외면하면 안 됩니다. <오로라 2-241>의 미래의 모습처럼 되지 않도록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집으로 돌아갈 때는 알았으면 좋겠어.

여기로 온 이유 말이야.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버드 너만은 그 이유를 알고 돌아가야 해.

(p. 71)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의 골목 EBS 세계테마기행 사진집 시리즈
EBS 세계테마기행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EBS 세계테마기행은 여행 정보를 전달하는 다큐멘터리이자 살아 있는 체험기를 선보이는 EBS의 여행 전문 교양 프로그램입니다.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활과 축제, 소수민족의 이야기와 대도시의 삶까지 지구촌 사람들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봅니다. 그중에서 <세상의 골목>을 보겠습니다.



북미와 남미 사이 카리브해 연안의 항구 도시 카르타헤나. 1533년 이곳에 도착했던 스페인 선장 페드로 데 에레디아에 의해 발견되고 건설된 도시로, 스페인의 항구 도시 카르타헤나에서 그 이름을 따왔습니다. 과거 식민 시대에는 무역항으로 번성했으며, 현재는 볼리바르주의 주도입니다. 카르타헤나는 19세기까지 남미에서 나는 모든 금은보석을 유럽으로 운반하는 중계항 역할을 했기 때문에 라틴아메리카에서 번성했던 도시 중 하나였습니다. 정복자들의 말발굽 소리와 무역상의 짐수레,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들의 한숨 소리가 가득했고, 가득할 것만 같은 카르타헤나의 오래된 골목입니다.


이란 아비아네는 산악 지역에 위치한 도시로, 고대 조로아스터풍의 모습이 남아 있습니다. 벽도 골목의 바닥도 붉은빛이 돌기에 레드 빌리라고 불립니다. 1000년도 훌쩍 넘은 아주 먼 옛날, 이슬람으로 개종을 거부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믿는 조로아스터교 전통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외부와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자신들만의 낙원, 오아시스를 건설했습니다. 바람이 많은 아비아네, 이곳 사람들은 바람길을 엇갈리게 내어 바람이 약해지게 만들었습니다. 어느 골목이나 여인들의 셀카 모습은 비슷합니다.


중국 윈난성은 중국 서남부에 위치한 곳으로 한반도의 1.8배인 광활한 땅입니다. 고원과 분지, 협곡과 고산 지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중 망시는 중국과 미얀마의 국경 지대에 자리 잡고 있으며 다이족, 징포족, 더앙족 등 여러 소수민족이 살고 있습니다. 찬물에 빨래를 하는 엄마와 마당을 누비던 닭과 가축들, 옛날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알베르벨로는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주 바리 지역에 있는 도시입니다. 장화모양의 이탈리아반도 뒤꿈치에 위치하며 아드리안 해안과 가깝습니다. 16세기 아라곤의 백작이 노치지역의 농민 가족 40여 명을 이곳에 이주시켰습니다. 주민들은 구하기 쉬운 석회암을 이용해 빨리 짓고 부술 수 있도록 집을 지어 살았습니다. 나폴리 왕구의 스페인 총독이 주택에 많은 세금을 부과했기 때문에 이것을 피하기 위한 편법이었습니다. 원통 모양의 벽을 세우고 그 위에 납작한 돌로 원뿔 형태를 따라 지붕을 얹은 트룰리(트롤로의 복수형)는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하나의 방에 하나의 지붕이 울려지며, 이 방들이 모여 한 채의 트룰로를 이룹니다. 현재 옛 시가지의 몬티 지역과 아이아피코 지역을 중심으로 약 1천여 채가 밀집해 있습니다.




요즘 지방 도시에 가면 골목 담벼락을 꾸며놓은 예쁜 길을 볼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사진도 찍고, 한가롭게 골목길을 걸으면 마음에서 여유도 함께 생겨납니다. 우리나라의 골목도 도시마다 그 모양이 다른데, 다른 나라의 골목은 어떨까요. 더욱 낯설고 신기한 모습일 겁니다. <세상의 골목>은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중국, 포르투갈, 이탈리아, 콜롬비아, 멕시코, 튀니지, 케냐, 스페인, 탄자니아, 아르헨티나, 과테말라, 이란, 페루, 네팔, 타지키스탄, 홍콩, 베트남, 미얀마, 칠레, 대만, 라오스, 체코, 그리스의 골목들을 보여줍니다. 다양한 모습의 골목들이 있습니다. 신기하고 아름다운 모습들 가운데, 사람들의 모습은 비슷합니다. 골목을 걷는 사람들,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 골목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 골목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골목에서 놀고 일하는 사람들, 그 모든 모습들을 우리나라 골목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보이는 풍경은 달라도 모습은 비슷합니다. 그래서 골목이란 단어는 어디서나 친근하게 느껴지나 봅니다.


멀리 골목이 보인다면, 거기에는 이웃이 있다는 뜻이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데 있지 않고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by 마르셀 프루스트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연
요코제키 다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일본 무사시대학 인문학부를 졸업한 뒤 "재회"라는 작품을 통해 일본 추리 소설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최고 영예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했습니다. "루팡의 딸", "그녀들의 범죄", "스마일 메이커", "가면의 너에게 고한다" 등이 있으며, 특히 "루팡의 딸"은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럼, 저자의 데뷔 10주년 기념작 <악연>을 보겠습니다.



2020년 9월 3일, 구라타 유미는 대학교 근처 카페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에서 퇴사하고 집에만 있던 유미에게 아버지가 대학 친구 마쓰다의 카페를 소개해 줬습니다. 이제 일한 지 1년이 지났고, 한가한 오후 시간에는 유미 혼자 가게를 도맡게 되었습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들어왔고 주문한 커피를 내려놓으니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맞는지 물어봅니다. 3년 전 사건으로 사람들에게 막을 치게 된 유미가 이상한 눈빛으로 그를 보자, 자신은 호시야 다카히로고 같이 사건을 검증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사건이 종결된 지 3년이나 지났다며 검증할 필요가 있냐고 물어보자 호시야는 사건이 다 해결되지 않았다며, 전혀 다른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3년 전 2017년, 유미는 무사시다이라시 시청 수납 총무계에서 6년째 일하는 공무원입니다. 점심시간 업무 당번은 돌아가면서 맡는데, 유미는 9월 1일 당번이었습니다. 12시 40분에 민원전화 업무를 처리하고, 창고에 파일을 가져다 놓고 나오는데 다시 전화가 옵니다. 아무도 받지 않자 유미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떤 남자가 여자친구 바바 히토미가 돈을 가지고 집을 나갔다며 이사 간 주소를 알고 싶다고 합니다. 유미는 가까운 컴퓨터로 조회를 해 그녀가 이사 간 주소를 확인했지만 개인 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유미의 이름을 다시 묻고는 부동산 중개소에서 금방 얻을 수 있는 방을 찾는다고 하고 몇 군데 소개를 받았답니다. 알려 준 곳을 부를 테니, 히토미가 사는 곳이 있으면 '네'라고만 하라고 말하며 유미의 이름을 외웠다고 합니다. 주소를 하나씩 말하면서 유미의 반응으로 어디에 있는지 알겠다며 고맙다고 전화를 끊습니다.


2011년 10월, 호시야는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의 시스템 엔지니어로 1년 넘게 일하고 있었는데, 잦은 야근과 갑질을 참지 못하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사직서와 갑질 보고서를 회사 이메일로 보낸 후 밖으로 나와 거리를 걷고 있는데, 라이브 공연 이벤트 안내장을 나누고 있는 여자들을 봅니다. 그녀들이 오늘 나카노에 있는 라이브 하우스에서 데뷔를 한다는 내용이었고, 전단지를 준 여자가 마음에 들어 보러 갔습니다. 데뷔 라이브임에도 관객이 20명쯤 있었고, 반응도 뜨뜻미지근했습니다. 하지만 10대의 5명 멤버들은 열심히 춤추고 노래했습니다. 그 열정에 마음이 뺏겼고, 전단지를 준 멤버가 호시야와 눈이 마주치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이 무대가 주오선 방위대, 그리고 오기쿠보 히토미와의 첫 만남입니다. 이후 그는 라이브 공연을 6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보았고, 세무사 사무소 소장 다와다 마코토, 법률 사무원 미나미노 요이치, 술집 종업원 구마다 쇼헤이와 히토미의 찐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히토미가 요근래 무대에서 안 나와 팬들이 걱정하던 차에, 괜찮냐고 트위터에 글을 달자 히토미의 DM이 왔습니다. 상담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괜찮냐고요. 호시야는 괜찮다며 무슨 상담인지 물었지만 한참 뒤에 잘못 생각했다며 미안하다고 답장이 옵니다. 호시야는 히토미가 휴식기에 돌입한 것과 상관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불안하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2017년 9월 3일 도쿄도 무사시다이라시의 그린 공원에서 22살 바바 히토미가 날붙이에 가슴을 찔려 과다 출혈로 사망한 것을 산책 중인 주민이 발견했습니다. 그녀는 나카노를 거점으로 활동 중인 주오선 방위대에 오기쿠보 히토미라는 예명으로 소속되어 있다는 뉴스가 보도됩니다. 그 소식을 접한 호시야와 유미는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시청 직원이 스토커에게 주소를 알려줘서 죽었다는 악의적인 소문이 퍼져 유미는 일을 그만두고 정신적으로 힘들었고, 호시야는 도와주지 못했다는 마음에 히토미의 죽음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이 모든 일들이 우연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과연 어떤 진실이 있을지 <악연>에서 확인하세요.




TV가 아닌 소규모의 무대에서 노래하는 아이돌을 지하 아이돌, 라이브 아이돌이라고 부릅니다. 그녀는 고등학생 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을 좋아해 대회에 나갔고 입상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하 아이돌을 전문으로 키우겠다는 한 기획사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6년 동안 활동하다 스토커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칼에 찔러 죽습니다. 경찰 수사로 찾은 범인은 한사코 범행을 부인했고, 그녀의 팬인 호시야는 죽기 전 상담을 부탁했던 그녀의 메시지를 마음에 품고 혼자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이 사건은 우연이 아니고 제목처럼 <악연>이 됩니다.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호시야의 끈질긴 노력은 오타쿠의 편견을 깹니다. 누군가를 좋아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사람이 아닌, 동경하는 대상을 응원하며 힘을 얻는 평범한 사람임을 느끼게 됩니다. 힘들 때 힘이 되는 무언가가 있나요. 그것은 사람일 수도, 사물일 수도, 꿈일 수도 있습니다. 힘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삶이 더 불쌍해 느껴집니다. 그러니 힘든 세상에서 각자 힘이 나는 무언가를 가지길 바랍니다.


오타쿠를 얕보지 마.

그 말에 자기 비하나 콤플렉스는 없었다.

오히려 호시야의 자부심마저 느껴졌다.

만약 그가 오타쿠가 아니었다면 이 사건은 어둠 속에 묻혔을 가능성도 있다.

(p. 397)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