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섹타겟돈 - 곤충이 사라진 세계, 지구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까,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올리버 밀먼 지음, 황선영 옮김 / 블랙피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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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디언'의 환경 전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알래스카의 사라지는 빙하, 산불로 인한 캘리포니아의 다 타버린 도시의 잔해, 허리케인으로 인해 페레가 된 푸에르토리코의 마을 등을 직접 취재하면서 지구 환경의 위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환경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저자의 <인섹타겟돈>을 보겠습니다.



곤충은 우리의 식량을 늘려주고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다른 생물들의 먹이가 됩니다. 그리고 악취 나는 쓰레기를 처리해 주고, 해충을 제거하고, 토양에 영양을 공급하는 중요한 일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토양은 깊이가 15cm 밖에 안 되지만 지구를 감싸서 인류가 살아가게 해줍니다. 수분 매개자가 없으면 식물은 죽고 대체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그 식물의 열매를 먹는 새나 싹을 뜯어 먹는 사슴이 점점 줄어듭니다. 새나 사슴을 잡아먹는 동물들도 곧 그 뒤를 따릅니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 대학교 교수 레이철 워런은 생태계에서 모든 것이 이런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 망으로 연결되어 있다며, 종이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네트워크 링크 몇 개를 끊어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링크를 많이 끊을수록 인터넷이 적게 남을 것이고, 결국 인터넷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며, 먹이그물 전체가 무너진 세상에서는 인류가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곤충의 위기는 앞으로 더 분명하게 드러나겠지만, 종 간에 미묘한 차이는 있을 것입니다. 곤충이 전부 사라지지는 않고 승자와 패자가 생길 것이며, 곤충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생물 다양성 위기에서는 거의 모든 야생동물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자연적인 서식지가 농업, 도시나 도로 건설 등으로 사라졌을 때 타격을 가장 많이 받는 동물은 무당벌레와 거미 같은 작은 무척추 포식자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침식과 오염 물질로 토양이 훼손되고 수로가 더러워지는 바람에 곤충의 세계가 더 좁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코네티컷 대학교 곤충학자 데이비드 와그너는 미래에는 생물군이 대단히 단순화될 것이라며 곤충이 존재하긴 하겠지만 크고 독특한 것들은 죽어버렸을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작아진 세상에서 살게 될 거라며 그것이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유산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지금 우리는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곤충을 죽이던 습관을 버리기란 쉽지 않은 도전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발짝 물러나서 생각하면 곤충의 위기를 극복하는 일은 놀라울 만큼 간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저 몇 가지 행동을 그만두면 됩니다.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 즉 자연을 덜 다듬는 것만으로도 충분할지도 모릅니다. 특정한 화학물질의 사용을 제한하고 곤충이 살아갈 공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변두리에라도 야생 식물을 골고루 심겠다는 것입니다. 계획 중 대부분은 집에서 할 수 있는 소소한 활동입니다. 잔디를 깎는 횟수를 줄이거나 밤에 불을 너무 밝게 켜놓지 않으면 됩니다. 한발 더 나아간 계획이라고 한다면 잘 정돈되고 깔끔하게 손질된 잔디밭이 꼭 필요한지 고민해 보는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곤충이 사라졌습니다. 하늘과 숲에서 생활하는 파랑새, 쏙독새, 딱따구리, 참새는 불안한 몸짓을 보였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진딧물이나 나방처럼 먹을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구상에 있는 새 약 1만 종 중 절반이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멸종하고 말았습니다. 새, 다람쥐, 고슴도치, 인간 등 이 땅에 발을 딛고 살고 목숨이 있던 생명의 사체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검정파리의 구더기는 일주일 안에 인간 시체의 60% 분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검정파리뿐만 아니라 시체를 분해하는 일을 했던 송장벌레를 포함한 딱정벌레 등 온갖 종류의 벌레가 사라졌습니다. 박테리아와 곰팡이는 살아남아서 여전히 시체를 분해했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이 없습니다.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썩지 못했고, 남은 사체의 뼈와 살도 모자라서 배설물까지 말썽입니다. 쇠똥구리는 적어도 6500만 년 동안 지구를 청소해왔지만 쇠똥구리 8000종이 전멸하면서 동물의 배설물이 분해되지 않았습니다. 야생동물과 가축의 배설물이 전염병처럼 지구에 자국을 남겼습니다. 땅 수백만 에이커가 황폐해졌고, 쓰러진 나무와 떨어진 잎도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식량 공급 시스템도 무너졌습니다. 전 세계 식량 작물 생산량의 1/3 이상이 벌 수천 종과 나비, 파리, 나방, 말벌, 딱정벌레 같은 곤충의 수분 작용에 의지했습니다. 그런데 수분 매개자들이 사라지는 바람에 모든 것이 멈췄습니다. 그나마 바람이 수분 매개자 역할을 하는 밀, 쌀, 옥수수와 같은 기본 식료품 덕택에 인류가 굶어 죽지는 않지만 빈곤층과 취약 계층은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구상에 있는 생명의 대부분을 지탱해 주는 식물들이 죽고 말았습니다. 생태계가 통째로 무너졌고 기후변화가 가속화되었습니다. 황폐해진 지구에서 생명체가 연이어 멸종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곤충이 멸종된 후 지구의 미래입니다. 환경 전문 기자인 저자가 기사와 연구 자료, 관련 교수의 인용을 통해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다양한 근거와 위험한 지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눈앞에 벌어지는 곳곳의 현상으로 지구의 미래 모습이 점점 다가온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 경고를 무시하지 말고 우리 모두가 행동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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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
고미네 하지메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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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일본 효고현 고베시에서 태어난 저자는 오사카외국어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무역상사 직원, 교사 등의 직업을 거쳐 1943년 마이니치신문사에 입사했습니다. 1973년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로 제19회 에도가와란포상을 수상했으며, "피타고라스 콩밭에 죽다", "소크라테스 마지막 변명", "파스칼의 코는 길었다"등을 썼습니다. 청춘 미스터리 소설 분야를 확립했다는 평을 받은 그의 작품을 보겠습니다.



1972년 10월 3일, 오사카부 도요나카시의 고급 주택가에서 독경 소리가 들립니다. 고인은 도요노고등학교 2학년 17세 시바모토 미유키로 상주인 시바모토 겐지로는 건설 시공사인 주식회사 시바모토공무점 대표이사 겸 사장입니다. 그는 젊은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난 딸 미유키의 장례식에 온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서 중절 수술에 실패해서 죽었다는 소문이 돌았고, 사실과 어느 정도 맞습니다. 미유키는 중절 수술은 괜찮았으나 이후에 갑자기 증상이 악화되어 죽었습니다. 아버지는 미유키에게 임신시킨 남자를 알려달라고 여러 차례 설득했으나 죽기 전까지 밝히지 않았고 누구인지 찾아 복수할 거라고 아내에게 말합니다. 장례식이 끝난 후 시바모토 겐지로는 학교로 가서 담임 후지타 마사유키를 만났습니다. 후지타에게 사망 원인을 밝히자, 그는 학교에서 소문이 돌았다고 말합니다. 겐지로는 부모도 9월 초까지 알지 못했고, 알자마자 바로 등교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런 소문이 났는지 생각합니다. 소문을 흘린 놈은 미유키보다 먼저 미유키의 임신을 알았고, 그놈이 미유키의 상대라고 확신합니다. 임신시기를 고려해 8월 초에 일이 있었으며 그때 미유키는 비와코 호수로 같은 학년 여학생과 3박 4일 물놀이를 갔습니다. 삼우제를 치르는 날 겐지로는 미유키와 친한 학생들을 초대해 이야기하며 미유키를 죽인 상대를 알아낼 거라고 합니다. 후지타에게 미유키와 친한 학생들을 알려달라고 하자, 피의자로 취급하지 말고 딸의 학교 친구로 대화하겠다고 약속을 받습니다.


삼우제 날, 후지타의 인솔하에 미유키와 탁구부 활동을 함께 한 하야마 히로유키, 중학교부터 동창인 미네 다카시, 짝꿍인 나이토 기쿠오, 마음이 맞아 친하게 지낸 아라키 유키오, 비와코와 함께 놀러 간 엔메이 미유키, 마에카와 가요코, 미야자키 레이코가 함께합니다. 엔메이는 미유키가 아빠를 증오했다며 올봄에 지은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맨션을 지은 사실을 겐지로에게 확인합니다. 겐지로는 그 이야기가 학생들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물었고, 엔메이는 맨션 바로 아래에 나이토의 할머니가 살고 있었는데 건축 소음과 일조권을 빼앗겨 죽을 때까지 어두워라는 말을 반복하다가 돌아가셨답니다. 겐지로는 법을 지키며 사업을 했다고 말하면서 소란을 피웠고, 학교에서 후지타에게 전화가 옵니다. 나이토 도시락에 독이 들어 있었는데 그것을 야규 다카야스가 먹고 쓰러졌다고 합니다.


도요나카히가시경찰서 수사과 노무라 쓰네오와 오쓰카 노리미쓰가 중독 사건을 수사하러 입원한 야규를 만납니다. 야규에게 원한을 산 일은 없었냐고 묻자 시바모토 미유키 일을 듣고 싶은 거냐고 도리어 묻습니다. 노무라는 미유키와 중독 사건이 무슨 관계인지 알아봅니다. 야규는 미유키의 장례식 날 형사가 자신을 조사했다고 말했고, 이름은 모르지만 안주머니에서 검은 수첩을 꺼내 필기해서 형사라고 알았다고 대답합니다. 미유키가 죽기 전에 말한 '아르키메데스'에 대해 생각나는 게 있냐고 야규에게 물었고, 문병 온 나이토가 학교 축제 영어 연극에서 벌어진 해프닝을 들려줍니다.


미유키의 죽음과 다카야스의 중독, 야규의 누나와 교제 중인 유부남 가메이 마사카즈의 실종. 이 세 가지 사건은 서로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 형사 노무라는 관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조사를 합니다. 과연 이들 사건의 연결고리는 무엇이며, 미유키가 죽기 전 말한 아르키메데스는 무엇을 뜻하는지,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에서 확인하세요.




소녀가 죽었고, 소년이 쓰러졌으며, 청년이 사라졌습니다. 시바모토 미유키의 죽음, 야규 다카야스의 중독, 가메이 마사카즈의 실종은 전혀 연관 없는 사건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들의 교모한 연결고리를 도요나카히가시경찰서 수사과 노무라 쓰네오가 밝혀냅니다. 그렇게 사건의 진범은 알려지고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가 드러납니다.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는 1973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읽다 보면 70년대 일본 사회의 모습과 당시 학생들의 생각을 알 수 있습니다. 뭔가가 어긋난 순수함을 찬양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묘사됩니다. 학생 시기엔 정의감이 불타오를 때이고, 어른들의 모습이 부조리하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적극적인 일부 학생들은 부조리함에 맞서 자신들의 방법으로 싸우기도 합니다. 자신의 위치에서 보이는 것이 전부처럼 느껴지듯 그런 열정이 극단적으로 치달아 이해하기 힘든 방식으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어른들의 죄에서 비롯되어서 이런 일을 벌였다고 말하는 그들의 논리를 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순수하기에 더없이 맹목적으로 행동한 그들에게 우린 뭐라고 말해야 할지 생각하게 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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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블루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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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을 상징하는 경찰서, 좁아서 더욱 비밀이 많은 산골짜기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사건이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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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기에, 우리 - 원태연, 시와 노래 365 일력
원태연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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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집 판매량 1위 신화의 주인공인 저자는 22살에 낸 첫 시집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가 15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출간과 동시에 인기 시인이 되었습니다. 이후 작사가, 수필가,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 등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라면 그 자리에서 꾸준히 글을 썼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너에게 전화가 왔다", "그런 살마 또 없습니다", "손끝으로 원ㅇ르 그려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 등이 있으며, 지은 노래로는 백지영 '그 여자', 샵 '내 입술 … 따뜻한 커피처럼', 박명수 '바보에게 바보가' 등이 있습니다. 원태연의 시와 노래로 가득 채워진 일력 <오늘 여기에, 우리>를 보겠습니다.



<오늘 여기에, 우리>는 365일 함께하는 일력입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면 날짜와 함께 원태연의 시와 노래가 있습니다. 1월 1일부터 시작되는 한쪽을 끝까지 넘기면 6월 30일까지 나오고, 반대편으로 돌려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 스프링북입니다.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 500ml 생수병과 함께 두었습니다. 전체는 손바닥 정도의 크기라 좁은 공간 어디에나 놔둘 수 있어서 좋습니다. 예뻐서 자주 보고 싶은 마음에 식탁이나 책상에 탁상달력을 놔두면 보통 크기의 탁상달력은 곧 공간이 비좁게 되어 아쉬울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원태연 탁상달력은 크기가 보통 탁상달력의 반도 안 돼서 공간을 차지하지 않아 딱 좋습니다. 그리고 원태연의 시와 노래 구절을 손글씨체와 인쇄체를 번갈아가며 보여주고 있습니다. 손글씨체만 계속되거나, 인쇄체만 계속되면 자칫 단조롭거나 화려해서 눈이 가지 않을 수 있는데, 글귀가 번갈아가며 쓰여 있어서 마음 따뜻함이 배가 되어 옵니다.



배경 그림이 있는 날짜도 있고 없는 날짜도 있어 단조롭지 않으며, 원태연 365 일력엔 마음 따뜻한 글만 있어서 마음이 말랑해집니다. 특히 힘든 경제 상황으로 마음이 더 팍팍한 지금에 더욱 이런 글을 읽어야 할 때입니다. 사랑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니깐요.




앞으로 다가올 1년을 감성 풍부한 날로 채우고 싶다면 <오늘 여기에, 우리>가 딱입니다. 앞뒤로 사용할 수 있는 일력에 매일 손글씨체와 인쇄체를 번갈아 사용한 원태연 시와 노래가 일 년 내내 가득합니다. 원태연 시인 특유의 마음이 말랑해지는 시구(詩句)와 노랫말로 인해 1년이 행복해지고, 매일매일 마음이 따뜻해질 것입니다. 시중에 명화, 꽃 사진, 캐릭터 그림, 책 등 다양한 탁상달력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보고 있으면 기분 좋고 또 보고 싶은 탁상일력으로 원태연 시인의 시와 노래가 가득한 365 일력, <오늘 여기에, 우리>를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제품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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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역시 시체가 있었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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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캐릭터, 이색적인 소재와 배경을 자유자재로 주물러 늘 전대미문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는 와세다대학교 교육학부의 이력을 살려 2009년 독창적인 수학 미스터리 "하마무라 나기사의 계산 노트"로 고단샤 소설 부문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그 외 "니시카와 마코" 시리즈 등을 발표했고, 옛날이야기와 본격 미스터리를 결합한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와 "빨간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를 출간했습니다. 그럼, 시리즈 3탄인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역시 시체가 있었습니다>를 보겠습니다.



첫 번째 '죽세공 탐정 이야기'는 일본 전래 동화 '가구야 공주'를 바탕으로 합니다. 가난한 대나무 장수 할아버지가 빛나는 대나무 속에서 어린 가구야 공주를 발견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큰 가구야 공주는 어느 날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달나라로 돌아가야 한다는 비밀을 밝히고 결국 달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죽세공인 쓰쓰미 시게나오와 부하 아리사카 야스히라는 어느 날 마디마디 사이가 빛나는 대나무를 잘랐더니 엄지손가락 크기만 한 소녀가 있습니다. 소녀는 시게의 집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가구야는 놀라울 만큼 성장이 빨랐는데 열흘쯤 되자 열두 살 정도로 자랐습니다. 가구야와 함께 대나무를 베러 간 지 이레째 되는 날 뿌리가 빛나는 대나무를 발견해서 보니 황금이 있습니다. 매일같이 빛나는 대나무가 발견됐고 집에는 황금이 쌓여갔습니다. 그걸로 가구야는 시게와 야스에게 새집을 지으라고 했고, 가구야의 성인식도 크게 치렀습니다. 가구야는 이 세상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고 그 소문 때문에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다섯 명의 남자가 가구야에게 결혼하자고 청했고, 그녀는 원하는 물건을 가져다주는 사람과 결혼을 고려해 보겠다고 말합니다.


두 번째 '일곱 번째 데굴데굴 주먹밥'은 일본 전래동화 '데굴데굴 주먹밥'을 바탕으로 합니다. 부지런한 노부부가 산에서 나무를 하다 점심으로 주먹밥을 먹으려다가 주먹밥 하나가 떨어져 굴러가 나무 밑동에 난 구멍 속으로 빠집니다. 주먹밥을 주우러 간 할아버지가 실수로 구멍 안으로 빠지고, 그곳에는 흰쥐들이 주먹밥의 보답이라며 크고 작은 고리짝 두 개 중 하나를 골라가라고 합니다. 마음 착한 할아버지는 작은 고리짝을 골라 가져갔고 거기서는 금은보화가 잔뜩 나왔습니다. 이 소문을 들은 욕심 많은 이웃집 할아버지는 일부러 주먹밥을 구멍에 떨어뜨리고, 고양이 흉내로 쥐들을 위협해 두 개의 고리짝 모두를 빼앗아가려고 합니다. 그러자 화가 난 쥐들이 할아버지를 물어뜯어 죽인다는 이야기입니다. 요네하치가 생쥐들에게 자루를 선물 받아 보물들이 나왔다는 소문에 욕심 많은 소시치는 따라 합니다. 생쥐들이 춤을 추며 잔치를 열자고 했고 소시치는 자루만 받고 싶은 마음에 고양이 울음소리를 냅니다. 혼비백산하며 도망치던 생쥐들 때문에 나무가 부러지고 뭔가가 쓰러지면서 범종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다시 소시치 영감은 주먹밥을 굴린 장소에 있습니다. 똑같이 주먹밥을 굴리고 생쥐들을 만나 잔치가 끝나길 기다리는데, 콩 창고 안에 만푸쿠가 죽어 있다고 소리칩니다. 모두 그리로 갔더니 콩 창고 안에 상반신만 나온 커다란 관음상이 보였고, 바닥에는 3할 정도 먹은 주먹밥과 그 옆엔 씨름 선수처럼 몸집이 거대한 노란 쥐가 쓰러져 있습니다. 모두가 만푸쿠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소시치 영감은 자루를 훔치려고 당기다가 범종이 다시 쓰러지고 또다시 주먹밥을 굴린 장소에 있습니다.


가구야가 원하는 물건을 가져올 기한이 다 될 무렵 야스가 죽은 채로 발견됩니다. 소시치 영감은 타임 루프에 갇히고 어떻게 하면 빠져나올까요. 그리고 다른 세 개의 이야기는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역시 시체가 있었습니다>에서 확인하세요.




대나무 속에 있던 엄지 소녀와 밀실 살인사건, 데굴데굴 주먹밥과 무한 루프에 갇힌 욕심쟁이 영감, 물건을 계속 바꿔 부자가 된 볏짚 부자와 똑같은 사람을 자신들이 죽였다고 나선 범인들, 게가 준 주먹밥을 빼앗고 대신 감 씨앗을 준 욕심쟁이 원숭이에게 복수하는 동료들의 옛이야기와 진짜 이야기의 정체, 차솥으로 변신한 너구리 이야기와 밀실 살인사건. 이렇게 전래동화와 본격 미스터리 트릭을 가미한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린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역시 시체가 있었습니다>는 작가의 기발함이 돋보입니다. 일본 전래동화를 비틀어 살인 사건을 추가했고, 그것을 추리하는 인물과 동물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마지막 이야기까지 잠이 오지 않는 아이에게 할아버지가 옛이야기를 들려주며 시작하고,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이야기는 연결되어 더욱 흥미롭습니다. 게다가 마지막 이야기의 빠진 부분은 아이가 알아차려 할아버지가 진상을 들려줍니다. 글의 재미와 추리의 묘미, 등장인물들의 욕망이 잘 드러나 시리즈와 연결 짓지 않아도 충분히 좋았습니다. 출간 1년 만에 판매 부수 10만 부를 훌쩍 뛰어넘는 기록을 쓴 시리즈의 첫 번째와 서양 전래동화를 밑바탕으로 한 두 번째 책은 어떤지 호기심이 생깁니다. 아직 언제가 될지 모를 네 번째 책이 출간되길 기다리며 그동안 못 읽은 앞권들의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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