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지구와 우주를 기록하다 NASA, 기록하다
빌 나이.Nirmala Nataraj 지음, 박성래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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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우주를 기록하다>는 NASA가 공식 인증한 도서입니다. NASA가 직접 촬영한 백여 개 이상의 지구와 우주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럼, 기가 막힌 사진들을 보겠습니다.



140억 년 전, 빅뱅 이후 몇 초가 지난 뒤, 우주는 뜨거운 수소 이온과 헬륨 가스로 이루어진 플라스마 방사로 가득한 주머니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주가 점차 차가워지고 팽창하면서 수소의 전자와 양성자가 재결합하였고, 전기적으로 중성을 띠게 된 수소는 기존에 있던 광자를 흡수했습니다. 그 결과, 우주의 여명을 비추던 빛은 점점 어두워졌습니다. 빅뱅 40만 년 후, 우주는 수억 년간 불투명한 어둠이 지배하는 암흑기로 접어들게 됩니다. 이 시기에 인간이 있었다면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을 것입니다. 결국 진한 가스 안개는 빅뱅으로부터 남겨진 적외선으로 인해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고 은하의 형태를 형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의 별과 퀘이사가 가스로 이루어진 은하의 요람에서 탄생하면서 이들이 내뿜는 빛과 에너지로 인해 수소는 다시 이온화되었고, 우주 전체를 빛이 퍼져 나갔습니다. 암흑기가 끝나고 우주는 다시 빛나게 되었습니다.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기록하는 우리의 능력은 고대의 천문학자들이 펜과 종이로 관측 내용을 기록하면서부터 시작되었지만, 눈으로 관측한 것을 데이터로 옮겨 적는 방법이 불명확하여 초기의 정보 기록 방법은 오류가 발생하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사진 기술이 출현하면서 보다 정확하게 우주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1822년 프랑스의 발명가 조세프 니세포르 니에프스의 실험과 1893년 천문학자 요한 하이리히 폰 매들러가 앞선 실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사진'이라는 단어를 만들었으며, 영국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존 허셜에 의해 이 단어가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우주를 사진에 담는 천체 사진은 19세기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프랑스의 예술가이자 사진가인 루이 다게르는 1839년에 달을 찍은 최초의 천체 사진을 촬영했고, 1844년 프랑스의 물리학자인 레옹 푸코와 피조는 최초로 태양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이후 백 년 동안 천체 사진 기술은 극적으로 발전했습니다. 1887년에는 천체 사진용 망원경을 이용해 하늘을 넓은 시야로 촬영하여 하늘 지도를 만드는 20개의 천문대가 참여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20세기 중반에는 대형 망원경으로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지구의 한계를 넘어서는 천체 사진을 찍는다는 우주 망원경에 대한 아이디어는 미국 예일 대학교 연구원이었던 라이먼 스피처가 1946년에 말했으며, 이후 NASA에 의해 현실이 되었습니다. NASA는 1958년에 창설되었고 초창기 사진은 기념품과 같은 순수한 취미 활동으로 간주했습니다. 하지만 카메라 기술 수준이 더 높아지면서 NASA는 우주에서 찍는 사진을 중요시하게 되었습니다. NASA의 사진이 우주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넓혀 주면서 우주에 속하는 우리 인류의 고향에 대한 이해도 급성장하였습니다. 우리의 시각적 상상은 더 이상 지구에 묶여 있지 않고 우주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사진의 왼쪽에 있는 이미지는 지구와 달로 1992년 갈릴레오호가 목성으로 향하는 길에 촬영한 이미지를 조합한 것입니다. 오른쪽은 '푸른 구슬'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사진으로 1972년 12월 아폴로 17호에 타고 있던 우주비행사가 촬영하였으며 지구 전체의 모습을 담은 최초의 사진으로 유명합니다.


두 번째 사진의 왼쪽에 있는 이미지는 2014년 1월 30일, 달이 SDO(Sloar Dynamics Obseratory, 태양 활동 관측 위성)가 촬영한 사진으로 일식 현상입니다. 일식은 매년 2~3회 발생하며 이 당시의 일식은 진행 시간이 상당히 길어 무려 2시간 30분이나 지속되었습니다. 오른쪽 이미지는 태양의 대류층을 보여줍니다.



세 번째 사진의 왼쪽 이미지는 헬릭스 성운으로 신의 눈동자라고도 합니다. 2007년에 스피처 우주 망원경이 촬영한 모습에서 거대한 별이 마지막으로 남긴 선명한 폭발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오른쪽 이미지는 헬릭스 성운의 중심성으로 2012년에 촬영된 모습입니다. 죽어가는 별의 바깥층이 우주로 흩어져 나오면서 뜨거운 별의 핵에서 나오는 자외선을 방출합니다.


네 번째 사진은 안드로메다은하와 위성 은하로 WISE가 2010년 촬영되었습니다. 이 이미지에서 2개의 위성 은하를 볼 수 있는데 안드로메다은하 중심부에서 왼쪽 위에 나선팔에 거의 닿아 있는 파란색 점이 M32(메시에 32)이며, 안드로메다은하 아래쪽에 파란색의 흐릿한 빛 덩어리가 M110(메시에 110)입니다. 안드로메다은하와 우리 은하는 국부 은하군에 속하며 여기에 속한 40개 이상의 은하는 WISE가 모두 촬영할 예정입니다.


다섯 번째 사진은 솜브레로 은하로 밝은 핵을 가졌으며 두꺼운 먼지띠로 둘러싸인 은하 M104입니다. 솜브레로는 챙이 넓은 멕시코 전통 모자를 의미하는데 2003년 허블 우주 망원경이 촬영했습니다. 지구에서 2,800만 광년 떨어져 있는 이 은하는 과다할 정도로 많은 구상 성단을 가지고 있습니다. M104는 상당한 X선을 방출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태양보다 10억 배나 커다란 블랙홀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1912년 천문학자 베스토 슬라이퍼는 솜브레로 은하가 초당 1,126km의 속도로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으며, 이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첫 번째 증거 중의 하나입니다.




지구인들은 오래전부터 하늘을 나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 소망이 실현되자 하늘을 지나 지구 너머 아주 멀리 날아가고자 하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구와 우주를 기록하다>는 로봇 탐사선을 만들어 여기에 카메라를 달아 풍경이 좋은 곳으로 보내 사진을 촬영하여 우리 선조들이 꿈속에서 상상만 할 수 있었던 광경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우주에서 촬영한 사진을 매우 아름답고 놀라우며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 모든 사진 아래엔 수천 명의 고도로 숙련된 엔지니어와 장인 그리고 탐험의 욕구와 발견의 즐거움을 느끼는 과학자들의 땀이 들어있습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각각의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의 진가와 설명을 통해 천문학적 현상 너머에 있는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별은 왜 이런 무늬를 만들었고, 반사된 빛은 왜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선명한 색상을 만들게 되었으며, 왜 이 물질은 모두 행성이 되고 특정한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지를요. 또한 하늘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면 아래에 펼쳐진, 부서지기 쉬운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게 될 것입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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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의 정신현상학 - 자유의지, 절대정신에 이르는 길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이병창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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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수학하고 서울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에서 '헤겔의 정신현상학에서 정신 개념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동아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2011년 2월 명예퇴직 이후 현대사상사연구소 소장으로서 헤겔 철학과 정신분석학 그리고 마르크스주의를 연구하면서 문화 철학 및 영화 철학을 연구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헤겔의 정신현상학>을 보겠습니다.



실천적 의지 가운데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자유의지입니다. 의지는 자유로워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에게 주어지는 것이 과연 그 자신에게 합당한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철학에서는 이것을 흔히 정의의 문제라고 하는데, 정의의 문제는 자우의 문제로 환원할 수 있습니다. 헤겔은 1770년 8월 27일 독일 남부 슈투트가르트에서 태어났습니다. "정신현상학"은 헤겔이 1807년, 그의 나이 27세에 저술한 책입니다. 당시 헤겔은 독일 중부의 대학 도시 예나에서 사강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며 독일에서도 통일하고 개혁할 새로운 정신이 필요했습니다. 칸트 철학을 계승한 피히테는 독일 낭만주의를 고취했고 독일의 통일과 민주화를 위한 운동을 전개했으나 자본주의적 발전이 일어나지 않아 힘이 부족했습니다. 이에 헤겔은 칸트의 자유의지 개념과 낭만주의자의 양심 개념은 한계가 있었다고 생각했고 절대정신이라는 개념에서 공동체적 자유의지가 완성된다고 보았습니다. 헤겔은 형식적 자유의지가 실질적인 자유의지를 거쳐 절대정신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정신현상학"이라는 책에서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이 책은 독특하게도 서문과 서론이 있습니다. 서문은 헤겔이 원래 작성하려 했던 전체 철학의 서문에 해당되고, 서론은 "정신현상학"의 서문이 됩니다. 서문은 우선 낭만주의를 비판하며 이 시대에 출현한 학문의 방식을 비판합니다. 서론은 서문에서 소개한 개념적 인식 즉 변증법적 체계를 학문의 지반으로 합니다. 인식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보여주고, 본문에서 1, 2, 3장을 묶어 의식 장이라 부를 수 있는데 인식론적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다음 장에서는 자기의식과 자기의식 즉 개인과 개인 사이의 관계를 다룹니다. 이 관계에서 개인이 다른 개인을 지배하려는 투쟁이 벌어지는데, 이 관계를 추동하는 힘이 곧 욕망입니다. 자기의식은 곧 자신이 대상을 지배한다는 자각이며 따라서 자신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주인이라는 자유의 의식입니다. 이런 자유의 의식은 자기의식이 서로 인정되면서 법적 인격으로 확립됩니다. 흔히 지성은 판단하는 능력으로, 이성은 추론하는 능력으로 간주되지만 헤겔에서 이성은 법칙을 발견하는 능력입니다. 근대 사회가 출현하면서 발견된 이성은 아직 하나의 목적일 뿐 개인이 그것을 자기 의지의 목적으로 삼지 않습니다. 정신 장에서 개인이 이성을 자신의 목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입니다. 개인은 자신의 개별적 자야를 도야하여 이성을 자신의 목적으로 삼는 실질적 자유의지로 발전합니다. 근대정신의 출현과 계몽주의를 설명하고, 프랑스 혁명에서 꽃피운 도덕적 자유의지를 말합니다. 칸트의 의무 개념과 의무론을 비판하고 자시 확신하는 정신의 핵심이 되는 양심을 다룹니다. 이어서 종교 장에서 절대정신으로의 이행과 계시 종교를 보여주며 끝맺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신현상학"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 6권을 소개합니다.




<헤겔의 정신현상학>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시리즈입니다. 그동안 이 시리즈에 나온 책들을 몇 권 읽어서 어렵다는 철학 책의 원전(原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원전을 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원전이 어렵다고 알려져서 그런지, 해설에 가까운 이 책을 읽는 중에도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철학 내공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해하기가 쉬울 듯한데, 내공이 없는 사람이라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한 번에 이해되길 바란 제 욕심에서 비롯된 어려움이라, 이해되지 않는다면 이해가 되는 속도로 천천히 읽으면 될 일이고 반복하면 이해되리라 봅니다. 그러니 자유의지의 철학자이며 전통 철학의 완성자이자 현대철학의 출발점인 헤겔의 철학 세계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나침반이 되어 줄 책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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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아르테 미스터리 19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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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저자는 지바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근무하다 2012년 "죄의 여백"으로 제3회 야성시대 프론티어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 작품은 2015년 영화화되었습니다. 2016년에 발표된 "용서받을 생각은 없습니다"가 제3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후보로 선정되었고, 2021년 "더러워진 손을 거기서 닦지 않는다"로 제164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그럼, 2018년 제7회 시지오카 서점 대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 제16회 일본 서점 대상 후보, 제36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후보에 선정된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을 보겠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얼룩'은 작가이자 화자가 괴담 이야기 청탁을 받았고 8년 전부터 외면했던 그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땐 출판사 직원으로 자신이 담당한 책을 홍보했는데, 오컬트 작가 사카키가 액막이를 잘하는 무속인도 아는지 친구 사키코가 물어봅니다. 사키코는 친구 쓰노다가 난처한 상황이라며 같이 보자고 합니다. 쓰노다는 얼마 전 결혼하려던 남자와 용하다고 소개받은 가구라자카의 이모님이라고 불리는 사람에게 궁합을 보러 갔답니다. 그 사람은 불행해진다며 결혼하지 말라고 했고 기분이 상한 남자친구는 소리를 지르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헤어질까라고 물었더니 그는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며 헤어지면 죽어버릴 거라고 합니다. 이후로 자해한 손목을 보여주고 만남을 강요했고, 한참을 시달리다가 와달라는 말에 가지 않았더니 다음 날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답니다. 목격자의 말에 따르면 쓰노다 씨의 남자친구는 차로 가구라자카를 올라가다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갑자기 운전대를 꺾어 전신주를 들이받았다고 합니다. 음주는 아니어서 자살로 종결되었습니다. 자책하는 쓰노다는 회사에서 교통광고를 담당하고 있는데 계약 고객이 포스터가 지저분하다고 불만을 제기합니다. 실제 포스터에 얼룩이 점점이 묻어져 있었고 다시 인쇄했으나 그 후에도 똑같은 일이 계속됐습니다. 인쇄소를 바꾸고, 확인도 했지만 게시한 후에 자꾸 얼룩이 발견됩니다. 얼룩을 돋보기로 확대해서 보니 깨알 같은 사과해라는 글자가 빽빽이 들어차 있습니다.


네 번째 '악몽'은 네일숍에서 일하는 도모요 씨에게 들은 이야기랍니다. 약 1년 전 결혼한 도모요 씨는 남편 가즈노리 씨의 본가에서 시어머니 시즈코 씨와 같이 살기 시작했습니다. 시댁에 살면서부터 도모요 씨가 기묘한 악몽을 꾸기 시작했는데, 매번 산 채로 불타 죽는 꿈이 생생해서 괴로웠습니다. 깨어난 후에도 선명히 기억나고, 전에도 같은 꿈을 꾸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매번 반드시 같은 타이밍에 꿈인 걸 깨닫고 도움을 요청하고, 연기 속을 헤매다가 쓰러져 등에 충격을 받은 다음 죽습니다. 참다가 말했더니 시어머니 시즈코 씨는 자신도 예전에 같은 꿈을 꾸었다며 누군가가 나타나 살려달랬잖아라고 말한다고 한답니다. 그녀도 이 악몽을 해결하기 위해 영능력자와 신사를 찾아다니며 액막이를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고, 이 집에 살기 전까지 괜찮았기에 이사를 원했으나 시부모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분가는 허락할 수 없고, 집을 파는 것도 안 된답니다. 이후에도 악몽을 꾸다가 결국 40도가 넘는 고열에 신음하며 2주 넘게 생사의 갈림길을 헤맸고, 겨우 살아났으나 고열의 후유증으로 왼 다리에 마비가 왔습니다. 하지만 꿈을 더 이상 꾸지 않아 안심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 며느리 도모요가 악몽을 꾸기 시작한 것입니다.


다른 네 개의 이야기와 소개한 이야기의 끝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에서 확인하세요.




책의 구성이 독특합니다. 주인공은 2016년 5월 26일 "용서받을 생각이 없습니다"란 실제 자신의 작품을 언급하며 교정지를 돌려보낸 그날 미스터리한 일이 시작되었답니다. 작가이자 화자의 고백으로 시작한 '얼룩'은 괴담을 써달라는 의뢰를 받아 생각난 지인의 이야기였고, 앞선 괴담을 읽은 직장 동료가 전해준 '저주', 앞선 괴담을 써도 되겠느냐고 오컬트 작가에게 연락했더니 마침 묵혀둔 이야기가 생각났다며 이야기한 '망언', 괴담을 실은 담당자가 부동산 회사에 다니는 친구에게 앞선 괴담을 꺼냈다가 전해 들은 이야기 '악몽', 그 부동산 직원이 동업자에게 앞선 괴담을 꺼냈다가 또 다른 동업자가 전해 준 이야기 '인연'까지 다섯 편의 단편을 주인공은 잡지에 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다섯 편의 단행본으로 엮으려고 오컬트 작가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왜 하필 이 다섯 편의 이야기를 쓰기로 했는지를 주인공에게 물어봅니다. 보통의 실화 괴담은 상황과 경위를 제시하고 내용을 묘사한 후 끝이 납니다. 하지만 이 다섯 편은 모두 하나의 괴이 현상을 중심으로 흥미로운 수수께끼와 덧붙이지 않고는 이야기를 끝맺기가 애매한 후일담이 있습니다. 오컬트 작가는 원고를 살펴보겠다고 합니다. 주인공도 다시 원고를 하나하나 보면서 의심 가는 부분을 발견했고, 다섯 화 전부를 연결하는 고리를 찾아냈습니다. 자신의 억측인지, 아니면 단순한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오컬트 작가는 아직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면서 이야기의 끝을 맺습니다.


시작부터 독특했고, 마지막까지 특이한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은 일상 스릴러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현실에서 보기 힘든 괴물보다 일상 존재들에게서 기이함을 느끼는 스릴러야말로 읽고 난 후에도 소름이 돋고 계속 생각나게 합니다. 그런 스릴러 소설의 재미를 제대로 느끼게 하는 작품입니다. 다섯 편의 이야기는 상관없어 보이지만 마지막 여섯 편의 이야기에서 하나로 묶는 열쇠를 제공합니다. 이제 내가 놓친 부분은 무엇인지 책을 다시 읽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속에서 시작된 의심을

완전히 지우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p. 265)



뽀야맘책장에서 책을 읽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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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
한새마 지음 / 북오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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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계간 미스터리 2019년 봄, 여름호 '엄마, 시체를 부탁해'로 신인상을 수상하고, 2019년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죽은 엄마'로 단편 부분 수상을 했습니다. 대표작으로 2021년 황금펜상 수상 후보작 '어떤 자살', 2022년 황금펜상 수상 후보작 'Mother Murder Shock' 가 있으며, 그 외 '여름의 시간', 위협으로부터 보호되었습니다', '윌리들' 등 다수의 작품을 집필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을 보겠습니다.



해양 경찰 강규식 경사는 외아들이 희소병에 걸렸고, 어린 아들의 명줄을 잇기 위해 안 해본 짓이 없었는데 그때 벌인 굿판의 모양새가 사건 현장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거기에선 네 개의 창에 허수아비를 꽂아 두었는데 여기에선 허수아비 대신 사람이 꽂혀 있었습니다. 모두 벌거벗은 상태였고 뱃가죽은 바큇살 꼴로 벌어져 있었습니다. 팔다리는 말린 개구리처럼 앙상했고 거죽은 잿빛입니다. 움푹한 눈구멍들이 모두 한곳을 응시하고, 분질러진 손가락들이 한 군데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 같은 검지가 가리키는 곳엔 작디작은 시체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여자아이 시체로 만들어진 꽃입니다. 조타실 안에서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생존자를 발견합니다. 여자아이는 흰 광목을 대충 기워 만든 이상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넋이 나가 있었습니다. 물어봐도 대답이 없었고 꽉 쥔 주먹엔 가짜로 만든 우주함대 선장 면허증이 있습니다. 거기에 아이의 생년월일과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괜찮냐고 물으니 아이는 신음을 내뱉으며 고통스러워합니다. 피가 배어 나오는 등판을 들추니 갑판에 죽어 있던 여자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본뜬, 꽃잎 안에 붉은색 산스크리트어로 한 땀 한 땀 채워져 있는 시체꽃 문신이 있습니다.


광역수사대 강력 3팀 팀장 강시호, 15년 경력의 베테랑 배영민 경사, 배 경사의 오랜 파트너인 유도 국대 출신 헬스 보이 차진웅 경장, 작년까지 언더커버로 활약했던 우근지 경장, 팀의 막내 방이열 형사는 사건 현장인 프라이빗 고급 아파트 901호에 도착했습니다. 신고자 가사도우미 김희령 씨는 제3금융권 EM 파이낸셜 대표 70세 신영호 피해자의 마카오 여행 귀국 일자에 맞춰 오후 4시경 출근하면서 죽은 그를 발견했습니다. 사망원인은 손 졸림사에 인한 타살이며 죽은 후 둔기로 얼굴이 손상되었고, 이빨을 발치해 증거 인멸을 시도했습니다. 아들 신태광은 부사장으로 현재 중국 출장 중이라고 하고, 마지막 목격자는 박순만 운전기사와 백기철과 최충일 경호원입니다. 피해자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모든 출입문은 사전 등록된 거주민의 지문 인식으로만 개폐되고, 엘리베이터도 지문 인식 없이는 작동되지 않습니다. CCTV도 중앙 출입문, 지하 출입문, 엘리베이터 안, 지하 주차장, 지상 정원에 이르기까지 수십 대가 설치되어 있고, 중앙 현관 로비에는 보안 요원들이 3인 1조로 항시 대기하는 요새입니다. 그런 곳을 뚫고 피해자를 죽인 데다가 윗집은 치매 노인과 요양 보호사가 살고 있었고, 아랫집은 여행 중이라 늦게 발견되었습니다.


2010년 3월부터 보여주는 모바일 다이어리는 22살 김민서의 내용입니다. 얼마 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시간을 보내는데 24살 한제이를 우연히 만나 친해졌습니다. 그녀는 육자대명왕 창시관음교에 속한 신자였고, 종교단체라 거부감이 들었던 민서도 자원봉사하는 청년단원들을 보며 마음을 엽니다. 그러다 제이 언니가 권유한 강연을 들었고, 신도가 되어 그녀와 함께 살기 위해선 시험을 쳐야 합니다. 민서는 제이 언니네 공동체로 들어가려고 이를 악물고 공부를 해 합격을 합니다. 신입 신도들을 축하하는 입회식에 참석하기 전 세속의 번뇌와 물욕을 끊은 비상인들만 입주할 수 있다는 하늘 세상을 견학합니다. 민서는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안심이 되었으나 화장실에 가다가 오열하는 중년 남자를 봅니다. 간호사 복장의 비구니들이 침상 주위에 둘러서서 너무 슬퍼 마라며 무릎 공양으로 이번 달 이자를 탕감하지 않았냐고 합니다.


강규식 형사 부부에게 입양된 시호는 죽은 동생의 범인을 붙잡기 위해 자신의 문신과 똑같은 문신을 고객들에게 새깁니다. 시호에게 시체꽃 문신을 새긴 이유는 무엇이며, 신 대표를 죽인 범인은 누구인지, 김민서가 가입한 종교단체의 실체는 어떻게 되는지, <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에서 확인하세요.




죽은 고기잡이 어선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시체들이 발견됩니다. 마치 커다란 상여 같은 배 모습에 동, 서, 남, 북 방향으로 아이들이 창에 꽂혀 있었고, 살아남은 시호의 등판에는 죽은 여자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본뜬 시체꽃 문신이 새겨져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 형사가 된 시호는 대부업체 대표가 살해된 사건을 수사합니다. 그 대부업체는 사이비 종교 신도들의 재산을 착복해 설립한 회사로 교주였던 대표는 복수를 피해 요새 같은 고급 아파트에서 지냈습니다. 아버지의 재산이 당장 필요한 아들, 과거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고 했던 운전기사, 여전히 사이비 종교 교단을 운영하면서 배신자를 처단하려는 집단, 정신 차리고 교단을 탈퇴하고 나왔지만 가진 것 하나 없이 만신창이가 된 옛 신도들, 2010년 입회식 화재 사건의 피해자나 유가족까지, 그를 죽이고자 하는 사람은 많았습니다. 그중에 누가 범인인지를 수사하며 자신의 비밀도 풀어가는 주인공을 보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TV에서 사이비 종교 단체에 빠져 회사도, 가족도, 심지어 자신마저 버리고 매달리는 사람의 모습을 종종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었지만 한번 발을 담그면 되돌리기 힘들어 계속 그 길로만 가게 되는 소설 속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이야기 마지막에 등장한 인물로 인해 다음 편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데, 빨리 출간되어 읽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것은 어쩌면 '악'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기 행동이 옳다고 믿는 잘못된 '선'이 제일 위험한 게 아닐까?

(p.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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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 탐정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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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의 이야기 소재가 흥미롭고 술술 잘 읽혀 제목처럼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는 연작소설입니다. "앨리스 죽이기"와 "장난감 수리공"의 베스트셀러를 쓴 저자라 반전의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면 살짝 아쉬울 수 있겠지만 다음번 책을 기다리며 읽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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