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 프럼 더 우즈 보이 프럼 더 우즈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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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대 미스터리 문학상인 '에드거상, 셰이머스상, 앤서니상'을 모두 수상한 최초의 작가로 1990년 "플레이 데드"를 발표하며 데뷔한 저자는 이후 스포츠 에이전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마이런 볼리타'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습니다. "홈", "미싱 유", "6년", "스트레인저", "비밀의 비밀","스테이 클로즈", "라이브 와이어", "용서할 수 없는", "롱 로스트", "사라진 밤"은 모두 발표와 동시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소설 "밀약"은 프랑스에서 영화로, "마지막 기회"와 "단 한 번의 시선"은 TV 시리즈로 제작되어 높은 시청률과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그럼 저자의 신작, 장르소설 <보이 프럼 더 우즈>를 보겠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심하게 아팠던 나오미 파인은 수업 시간에 토하고 말았고 그 후로 그녀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남학생들은 계속 그녀에게 욕하고, 끔찍한 말을 속삭이고, 빈정대고, 경멸하듯이 비웃으며, 물건을 던집니다. 2, 3년 전만 해도 매일 이렇게 끊임없고 가차없는 조롱에 시달릴 때면 눈물을 보이던 나오미는 이제 정면만 바라보며 반응하지 않습니다. 매일 어떻게 저러고 사는지 동급생 매슈 크림스틴은 궁금합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 도움을 주지 못했던 매슈는 어느 날 강당에서 그 일이 있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 나오미는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할머니이자 케이블 뉴스의 법률 자문이며, TV에서 자신만의 코너를 방송하는 변호사인 헤스터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7년 전에 죽은 남편 아이라와는 뉴저지 주에서 세 아들을 키웠습니다. 첫째 제프리는 치과 의사고, 둘째 에릭은 금융업계에서 일합니다. 셋째인 매슈의 아빠 데이비드는 매슈가 어릴 때 교통사고로 죽었고, 변호사 아내 라일라는 재혼하지 않고 매슈와 살고 있습니다. 헤스터는 나오미 실종에 대해 함께 사는 아빠와 예전에 이혼하고 다시 재혼한 엄마에게 연락해 보지만 모른다고 합니다. 또한 지역 경찰서에 들러 서장 오렌 카마이클에게도 물어보았지만 단순한 가출이지 않냐는 말을 듣습니다. 34년 전 그녀와 남편이 숲속에서 발견한, 데이비드의 비밀친구인 와일드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와일드는 말을 할 줄 알았고, 글자도 읽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숲속에서 살기 전의 기억은 하나도 없습니다. 처음엔 야생 소년의 정체가 쉽게 밝혀질 거라고 생각했고 잠시 크림스틴 가족의 집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다 아동보호소에서 와일드를 브루어 가족에게 보냈고, 와일드는 학교에 다녔으며 무엇이든 다 잘했습니다. 하지만 늘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브루어 부부는 와일드를 입양했지만 그는 데이비드 말고는 누구와 친하게 지내지 못합니다. 18살이 됐을 때 와일드는 웨스트포인트에 진학했고, 온갖 상을 모조리 휩쓸며 졸업했습니다. 그는 미합중국 육군 사관학교에 들어갔고 졸업 후 특수 부대에 소속되어 해외에서 복무했습니다. 복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와일드는 수양 동생 롤라와 함께 크로라는 보안 회사를 차리고 사설탐정 비슷한 일을 했지만 오래 하지 못했습니다. 작은 트레일러처럼 생긴 이동 주택을 사서 공공 설비를 이용하지 않은 채 산기슭에서 살았습니다. 머무는 장소는 약간씩 옮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산에서 살고 있습니다. 와일드는 매슈의 대부라 헤스터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줍니다.


나오미를 괴롭힌 친구들 중의 리더는 크래시 메이너드로 유명하고 돈이 많은 TV 제작자의 아들입니다. 매슈가 그 집에 놀러 가서 와일드는 데리러 갔는데 그곳에서 보안 경비 개빈을 만나 위협을 받습니다. 나오미는 다행히 그녀의 집 지하실에 숨어 있었고, 그 사실이 알려지자 학교에서 더욱 심하게 괴롭힙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오미는 다시 사라졌고, 크래시도 며칠이 지나 사라집니다.


크래시의 부모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대선후보 러스티 에거스의 영상을 납치범에게 넘기라는 협박 메일을 받습니다. 납치범의 요구대로 했으나 제대로 된 영상을 보내지 않았다며 크래시의 잘린 손가락을 보냅니다. 나오미와 크래시는 어디에 있는지 <보이 프럼 더 우즈>에서 확인하세요.




<보이 프럼 더 우즈>는 세 가지의 이야기가 얽힙니다. 먼저 제목이자 이 책의 주인공인 와일드는 숲속에서 발견된 후 입양되고 정규교육을 받고 사관학교에서 복무하지만 사회에 정착하지 못하고 숲에서 지내는 것을 편안하게 여깁니다. 와일드의 대자이자 그의 친구 데이비드의 아들 매슈는 잘나가는 크래시의 무리에 들어가기 위해 학교 왕따 나오미를 이용합니다. 사라진 나오미가 걱정된 매슈는 와일드와 변호사 할머니 헤스터 크림스틴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다행히 나오미는 찾았지만 다시 그녀는 사라집니다. 그리고 대선주자 러스티 에거시와 무명인 그를 이끌어준 TV 제작자이자 크래시의 부모님 메이너드 부부와 러스티의 대선 레이스를 반대하는 급진주의자 사울 스트라우스가 등장합니다. 전혀 상관없는 사울이 나오미의 행방을 와일드에게 묻습니다. 이야기는 묘하게 흘러가고, 나오미를 괴롭혔던 주동자 크래시가 사라집니다. 크래시 부모에게 협박 메일이 오고, 누가 나오미와 크래시를 납치했는지, 그 배후가 궁금해 눈을 뗄 수 없습니다. 그렇게 읽다 보면 요즘 시대를 그대로 볼 수 있는 왕따와 정치를 알게 됩니다. 중도는 현실에 안주하게 되었고, 극단주의자들은 모든 것을 흑백으로만 봅니다. 그리고 극단주의자의 양 끝에 있는 보수와 진보는 정반대가 아니라 말발굽처럼 휘어져서 결국 통합니다. 어느 한쪽에 불리한 영상 혹은 사진 등이 나타나면, 사람들의 머릿속에 의문을 집어넣어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게 하는지를 책에서 보여줍니다. 이런 장면이 지금의 한국 정치판과 똑같아서 느끼는 것이 많았습니다. 다음에 나올 저자의 신작을 기다리며, 아직 읽지 못한 다른 작품을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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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 도쿄, 불타오르다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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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교포 3세인 저자는 1981년 일본 아오모리현에서 태어나 오사카 예술대학 영상학과를 졸업했습니다. 2015년 "도덕의 시간"으로 제6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 제73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이자 제41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과 제162회 나오키상 후보작인 "스완", 제163회 나오키상 후보작인 "우리들의 노래를 불러라", 제20회 오야부 하루히코상 수상작 "하얀 충동" 등이 있습니다. 그럼, 2023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1위, 2023년 미스터리가 읽고 싶어 1위, 2023년 서점대상 4위, 제167회 나오키상 후보에 오른 <폭탄>을 보겠습니다.



술에 취해 주류 판매점 자판기를 차고 그걸 말리러 온 직원을 때려서 노가타 경찰서에 붙잡힌 49세 스즈키 다고사쿠는 형사 도도로키 이사오에게 이름과 나이 말고는 기억나는 게 없고 가진 것도 없다며 비굴한 태도를 보입니다. 스즈키는 도도로키가 마음에 든다며, 지금부터 총 3회 이다음에는 한 시간 후에 폭발이 일어날 거라고 말합니다. 그 말을 함과 동시에 아키하바라에서 원인불명의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불행히 당시 거리를 걷던 두 사람이 폭발 충격으로 그 자리에 쓰러져 유리 파편을 맞았고, 자전거를 타고 가던 청년이 갓길에서 의식을 잃었습니다. 다행히 피해자들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단서라고 할 말한 것은 같은 시각, 이곳 노가타 경찰서에 상해 혐의로 연행된 스즈키라는 술주정뱅이가 조사 도중에 갑자기 폭발을 예언했다는 사실뿐입니다. 도도로키는 스즈키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지만 그는 촉이 내려오지 않는다며 말하지 않았고, 11시 1분쯤에 프로야구 뉴스를 보고 싶다는 말을 합니다. 그때 도쿄돔 인근에서 폭발이 났다는 자막이 뉴스 아래에 나옵니다. 사건은 경시청에 넘겨졌고 수사 1과 특수 범죄 수사과 기요미야와 루이케가 맡습니다.


기요미야는 스즈키에게서 예고 없이 폭발을 기다릴 의향이 있는지와 단순한 테러인지, 아니면 테러를 구실 삼아 다른 요구사항이 있는지를 알아내려고 합니다. 12시가 다 되어가자 스즈키는 '아홉 개의 꼬리'라는 게임으로 기요미야 마음의 형태를 맞혀 보겠다고 제안합니다. 기요미야는 이에 응해 그와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끌어내고자 합니다. 스즈키의 네 번째 질문에 갑자기 등장한 '하세베 유코'. 하세베 유코는 명물 형사라 불리는 사람으로 기합과 근성, 사명감이 사건을 해결한다고 믿어 어려운 수사도 좌절하지 않고 계속 조사해 매년 놀라운 검거율을 기록했습니다. 서장조차 눈치를 보는 형사과의 숨겨진 실력자였으나, 4년 전 여름 불량 청소년들이 친구를 집단 폭행해 중상을 입힌 녹지 공원의 주차장에서 늦은 밤 그곳에 들러 자위행위를 한 사진이 주간지에 실렸습니다. 모자이크 처리됐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그의 행위를 알 수 있었습니다. 감찰관에게 불려 간 하세베는 자신의 행위를 전부 인정하고 경찰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런 수치스러운 불상사의 당사자 이름이 스즈키의 입에서 거론되었습니다.


기요미야와 루이케는 스즈키의 감시를 본부에서 지원 나온 형사에게 맡기고 취조실에서 나와 회의실로 이동했습니다. 루이케는 스즈키의 말에서 나온 '타이거즈, 반인반수 괴물, 우설, 신의 말씀은 오직 어머니와 자식뿐인가'로 구단시타의 신문사 또는 판매소에 폭탄이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스즈키를 처음 연행해 온 고다 사라도 출동했으나 폭탄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학창 시절 친구가 신문 배달을 한 사실을 떠올리는 순간 무언가가 번뜩입니다. 현장에서 가장 지위가 높아 보이는 사복형사에게 다가가 배달 오토바이와 연락이 닿았는지를 물어봅니다. 배달용 오토바이는 판매소 밖에 세워져 있으며 그곳에 폭탄을 설치한 것입니다.


고다 사라는 배달용 오토바이에 실린 폭탄을 찾을 수 있을지, 기요미야와 루이케는 다음 폭탄의 힌트를 풀 수 있을지, 3번이 아니라 3회란 말은 무슨 뜻인지, <폭탄>에서 확인하세요.




처음엔 흔히 보던 술주정뱅이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촉이 있다며, 지금부터 총 3회 이다음에는 한 시간 후에 폭발이 일어날 거라고 말합니다. 그 말은 현실이 되면서 그는 흔한 술주정뱅이에서 폭탄범으로 바뀝니다. 그가 한 말을 듣고 있으면 인생을 포기한 부적응자의 푸념 같지만 그 속에서 폭탄에 대한 힌트를 찾아낸 담당 조사관과 부하는 폭탄을 제거합니다. 하지만 남은 폭탄은 아직도 있고, 폭탄범은 도쿄의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난다고 장담합니다. 실제로 이미 폭발은 일어나고 있고 여러 명이 죽었습니다. 폭탄범은 미리 제작한 영상으로 자신이 있는 경찰서를 알려주며 범인을 죽이면 폭탄이 멈추게 된다고 합니다. 패닉 상태에 빠진 사람들은 경찰서에 몰려오고, 그는 이 상황을 즐깁니다.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악당 캐릭터를 <폭탄>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지적 능력을 자랑하며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그간의 악당 캐릭터와 달리 퉁퉁한 몸에 술배가 튀어나온 볼품없는 중년 남성의 외형에 시종일간 실실거리는 표정과 비굴한 태도, 철저한 자기 비하입니다. 가족, 친구도 한 명 없는 그는 아무것도 무서울 게 없는 사람으로 이른바 '무적의 사람'입니다. 요즘 일본에서 이런 사람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문제시되고 있는데, 붙잡혀도 자신은 잃을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에게 맞서는 '가장 보통의 사람들'은 처음부터 선하다기보다 선악의 경계선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때론 넘어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결국 악당이 아니라 사람으로 남습니다. 이런 보통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멋지게 그린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합니다.



저 녀석은 인간이다.

설령 속으로 이런 세상 따위 망해 버리라고 바라고 있다고 해도,

그래도 인간이다.

머리로는 멸망하라고 생각해도 마지막 버튼은 누리지 않는다.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망설이다가 결국 포기하는,

인간인 것이다.

(p.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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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눈뜰 때 소설Y
이윤하 지음, 송경아 옮김 / 창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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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 SF 작가인 저자는 데뷔작 "나인폭스 갬빗"으로 로커스상 데뷔 소설 부문을 수상했으며, 휴고상, 네뷸러상, 아서 C. 클라크상 최종 후보에 올랐습니다. "나인폭스 갬빗"의 속편인 "나인폭스 갬빗 2"와 "나인폭스 갬빗 3"도 휴고상 최종 후보에 또한 올랐습니다. "드래곤 펄"은 로커스상 청소년 소설 부문을 수상했고, 2020년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를 출간했습니다. 그럼, 세계가 주목한 작가의 신작 <호랑이가 눈뜰 때>를 보겠습니다.



주인공 주황 세빈은 우주군의 생도로 자신이 소속된 전함 '해태호'의 죄수가 되었습니다. 갇혀 있는 동안, 이 모든 일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되새겨보아야겠다는 글로 과거로 돌아가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호랑이령의 부족인 주황 부족은 용기 세계를 터전으로 삼고 있습니다. 부족의 가모장인 할머니는 이 세계가 테라포밍되기 전의 모습을 기억하는데, 그땐 진흙과 독성 물질로 이뤄진 공과 같았다고 합니다. 음식도, 의료품도, 연료와 조수 김민도 아무것도 없었고, '천 개의 세계'가 함께 모이기 전이었답니다. 주인공 세빈은 우주군 생도 프로그램에 응시에 합격 편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통 15살이 되어야만 우주군에 들어갈 수 있지만 '천 개의 세계' 국경에서 일어난 습격 때문에 더 어린 생도까지 모집하고 있습니다. 기다리던 편지가 도착한 날, 커다란 소포와 또 다른 편지도 함께 도착했습니다. 주황 호랑이 부족의 환이 반역죄로 기소되었다는 편지에 가족회의를 소집했고, 가모장님은 환 선장이 부족에게 불명예를 안길 리가 없다고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주군에서 일하는 주황 하순 제독은 마법 물건 드래곤 펄을 훔치기 위해 자신의 승무원과 배에 대한 의무를 포기했다고 알려줍니다. 드래곤 펄은 세계들을 테라포밍하거나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능력으로 알려진 마법 물건입니다. 세빈이 생도로 합격했다는 편지를 읽은 가모장은 세빈에게 부족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며 맹세를 시킵니다.


모집 장소인 초승달관에서 합격한 백지와 함께 학 소위를 만납니다. 백지는 인간이지만 부모 한쪽이 고블린이며, 입양되었다고 합니다. 필요한 설문지를 작성하고 사무실 밖을 안내하려는 순간 특별 조사관 이와 조수 김민이 들어와 훈련을 건너뛰고 바로 실전에 들어가야 한답니다. 해태호의 재보급이 끝나고 요새 색터의 노란돌 콜로니에서 온 비상 호출에 응답해야 합니다. 해태호에 승선한 후 방을 선배 생도 유나와 남규를 만납니다. 유나는 천인 혈통이, 남규는 이무기 냄새가 납니다. 생도 제복으로 갈아입고 입대 선서를 하러 해태호의 선장인 채원 선장에게 갑니다. 가는 길에 세빈은 환 삼촌의 냄새를 맡습니다. 탈주자이자 반역자 혐의를 받고 있는 환 삼촌이 해태호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세빈은 궁금합니다.


백지가 입대 선서를 하고 난 후 갑자기 뭔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고, 전등 불빛이 꺼져 버립니다. 그리고 경보음이 켜지자 채원 선장은 함교로 가야겠다며 생도들을 방으로 데려다주라고 학소위에게 명령합니다. 학소위를 따라 방으로 가는 길에 뒤에서 앞뒤에서 방어벽이 닫힙니다. 복도에 방어벽을 쳤는지 의아해하며 방에 데려다줍니다. 방에서 대기하고, 비상사태가 벌어지면 한결 중위에게 연락을 취하라고 말한 뒤 학소위는 나갑니다. 지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아야겠다며 배의 컴퓨터를 해킹했고, 선장이 쓰러진 모습을 슬레이트를 통해 확인합니다. 비디오 방송이 끊기고, 침입자 경보란 텍스트 화면이 뜹니다.


그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온 김민과 주황세빈, 백지, 유나, 남규는 쓰러진 선장의 생사를 확인하러 방을 나섭니다. 도대체 누가 해태호에 침입한 것인지 <호랑이가 눈뜰 때>에서 확인하세요.




영어를 배우면서 상상해 본 적 있습니다. 한국어가 공용어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요. 그러면 영어를 배우지 않아도 되니까 너무 좋을 것 같다며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호랑이가 눈뜰 때>는 누구나 한 번쯤 하는 상상을 휴고상에 노미네이트된 작가의 손에 얼마나 멋지게 재탄생되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제목부터, 등장인물 이름, 신화까지 모든 것이 한국적입니다. 그전까지 유치하게만 느껴졌던 한국 신화가 얼마나 세련되게 바뀔 수 있는지를, SF와 얼마나 어울릴 수 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작가는 트랜스 남성입니다. 그 때문인지 작품에 '다양성'이 많이 강조됩니다.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되는 성별에서 벗어난 논바이너리와 고블린과 인간 가정의 입양아, 구미호, 호랑이 등 다양한 존재들이 등장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갑니다. 이렇게 다양성이 당연한 것이 되는 미래를 보며, 아직까지 '우리'라는 좁은 테두리에 갇힌 우리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 국가, 종교, 인종을 뛰어넘는 다른 생물체와도 함께할 수 있는, 그 정도의 테두리로 생각을 확장시켜야겠습니다.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생각의 테두리를 그어버린 우리들을 비웃듯, 이윤하 작가가 그리는 SF 소설의 미래는 그보다 더 넓은 생각의 테두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래서 SF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닐까요.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세계적인 콘텐츠를 만든 작가의 역량에 놀라며 작가의 전작을 읽으며 다음 작품을 기다리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대본집을 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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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스 고스트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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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수록 무겁고 가벼운, 단짠단짠이 가득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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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스 고스트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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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자와 평단의 호평을 받는 일본의 천재 작가인 저자는 1971년 일본 지바현에서 태어나 도호쿠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했습니다. 2000년 "오듀본의 기도"로 신초미스터리클럽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2003년 발표한 "중력 삐에로"를 시작으로 "칠드런", "그래스호퍼", "사신 치바", "사막", "골든 슬럼버"로 여섯 차례 나오키상 후보에 오르지만, 이후 집필에 전념하고 싶다는 이유를 들어 후보를 거절하고 있습니다. 2008년 출간한 "골든 슬럼버"는 야마모토슈고르상과 서점대상 1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009년 판 1위에 올라 3관왕을 달성하면서 그해 최고의 소설로 인정받았습니다. 문예지에 단편과 에세이를 게재하고 장편 또한 꾸준하게 집필하는 등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의 신작 <페퍼스 고스트>를 보겠습니다.



5년 전 SNS에 '고양이 도살자'라는 계정은 어디선가 데려온 고양이를 학대하는 모습을 인터넷에서 생방송했고, 이를 후원하는 사람들과 응원의 댓글을 쓴 사람들, 자칭 '고양이를 지옥에 보내는 모임', 줄여서 고지모로 있었던 사람들을 응징하는 고지모 사냥꾼 러시안블루와 아메쇼가 이야기의 한 축으로 등장합니다. 성격도, 모습도, 나이도 다른 둘은 고양이를 엄청 좋아하며, 도호쿠 지방이 연고지인 이글스 야구팀을 응원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고양이 도살자'에게 죽은 고양이들의 주인 중 1명에게 의뢰를 받아 가해자였던 '고양이 도살자'와 그자를 부추겼던 시청자들에게 복수를 합니다. 그 당시 고양이가 당한 짓을 그들에게 그대로 돌려줍니다. 고지모 중 한 명인 바쓰모리 바쓰타로는 적지 않은 사회 문제를 일으키면서 여론의 뭇매와 법망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 돈을 번 경영자입니다. 그렇게 번 돈으로 가상화폐에 투자해 순식간에 자산을 늘렸고, 자신만의 요새에 살아갑니다. 가사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집에 숨어들었고,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 납치된 바쓰타로 대신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가사도우미를 발견합니다. 정신을 차린 그녀에게서 사건을 전해 듣고, 방범 카메라 데이터에 찍힌 납치된 사람들이 타고 간 차량을 찾아냅니다.


또 다른 이야기의 등장인물 중학교 국어 교사 단 지사토는 선조로부터 특이체질을 물려받았습니다. 아버지가 죽기 전날, 단을 불러 타인의 비말이 입으로 들어가게 되면 그 사람이 겪을 미래의 한 장면이 보인다고 말합니다. 시간은 약 10초일 때도 있고, 약 3분일 때도 있지만, 그 사람에게 다음 날 일어날 인상적인 일입니다. 그걸 보기 전에는 플래시가 터지는 것처럼 번쩍 빛나며, 동일 인물에게는 일정 시간이 지나야 보인답니다. 아버지는 이를 '선공개 영상'이라고 이름 지었고, 25살 정도부터 드문드문 보다가 점점 빈도가 높아져 30대에서 40대가 제일 심해진답니다. 상대가 곤경에 처한다는 걸 알고도 돕기는커녕 충고조차 못하기 때문에 무력감이 쌓인답니다. 그래서 단에게 어떻게도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잊어버리는 걸 익혀둬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그다음 날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단은 아버지가 말하기 전에 선공개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지나쳐버렸고 그때 나왔던 제자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한 죄의식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사토미 다이치에게 신경 쓰고 있습니다. 사토미의 비말에 감염이 되어 기차 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미리 보고 충고를 해서 사고를 피하게 되었습니다. 그 일로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는 다이치의 아버지 사토미 핫켄을 밖에서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는 내각정보 조사실에 근무하며 기차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데 단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단은 약속 자리에 나오지 않는 사토미 씨가 집을 비우고 연락도 잘 안된다는 말을 듣습니다. 걱정이 되던 차에 동우회 회원이라는 나루미 효코와 노구치 하야토가 찾아옵니다. 동우회는 카페 다이아몬드 사건으로 희생된 유족들의 모임으로 사토미 씨는 그 사건으로 가족 같은 은사를 잃었다고 합니다. 그들도 일주일째 연락이 되지 않는 사토미 씨가 무슨 일 있으면 단에게 연락하라고 전화번호를 알려주더랍니다. 그렇게 단을 찾아온 두 사람, 도대체 사토미 씨는 무슨 이유로 그들에게 단의 연락처를 가르쳐 주었으며, 어디에 있는 걸까요. 일본소설 <페퍼스 고스트>에서 확인하세요.




한 사람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책들은 예전에 많이 있었다면, 요즘 나오는 책들은 장마다 등장인물들을 바꿔서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그래서 처음엔 헷갈리지만, 작가가 장으로, 혹은 숫자나 기호 등으로 표시를 하기에 독자들도 익숙해집니다. 그렇게 여러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각자 전개되다가 어느 순간 합쳐지면 이야기는 또 다른 반전을 줍니다. 이 이야기가 그래서 이렇게 이어지는 건가 하는 생각에 앞장을 넘겨 다시 읽게 만듭니다. <페퍼스 고스트>는 미래를 보는 중학교 교사와 소설 속 2인조 사냥꾼, 두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며 등장합니다. 하지만 한 이야기는 현실이며, 한 이야기는 소설이라 두 가지 이야기가 어떻게 나아갈까 하는 궁금함과, 중학교 교사가 처한 위험한 상황이 어떻게 될까 하는 호기심에 계속 읽게 됩니다. 하지만 작가는 지금까지 출간된 자신의 소설의 특징을 모두 망라한 이야기를 여기에서 선보입니다.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을 소설에 투영하지만 결코 어렵지 않게 풀어냈습니다. 같은 인생이 되풀이된다면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소용없다는 생각에 허무하게 느껴질 텐데, 그런 인간에게 필요한 건 영원히 반복되는 인생도 받아들일 수 있는 행복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런 행복은 그냥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눈앞에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 사람만이 그런 행복을 붙잡을 수 있습니다. 읽을수록 무겁고 가벼운, 단짠단짠이 가득한 소설입니다.


인생을 살며 영혼이 떨릴 만한 행복을 한 번이라고 경험했다면,

그 때문만이라도 영원한 인생이 필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삶이던가, 그렇다면 다시 한번 (p. 332)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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