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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언어 번역기 - 불신과 비효율을 자율과 창의로 바꾸는 경영의 언어
Peter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9월
평점 :
남자와 여자가 말해도 서로 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성별이 달라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을 할 수 있죠.
그래서 여자의 말이나 남자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려주는 책, 영상 등을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다일까요?
신입사원 때, 상사가 말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실수한 경험이 많을 겁니다.
<회사언어 번역기>는 경영자와 직원들을 연결해주는
실천적 해법을 제시합니다.
이미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어 검증받은 내용들이라 더욱 신뢰가 가네요.
한국인 지은이 피터는,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2016년 2월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한 내용으로 은상을 수상했대요.
기획자가 어떻게 경영실무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이 책에서 스토리텔링으로 풀었습니다.
차례입니다.
회사는 늘 기획과 실행을 마치고 피드백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무엇을 피드백해야 하는지는 잘 모릅니다.
재무상태, 시장 전략, 서비스 품질 같은 눈에 보이는 것은 쉽게 피드백할 수 있지만,
정작 그것을 만든 기업문화, 인사 제도, 경영관리 방식 같은 것을 언급조차 할 수 없습니다.
무엇을 피드백해야 하는지 모른 채 보고서들만 늘어나고,
그것들을 정리하고 발표하기 위한 회의만 가득합니다.
저자는 기획팀에서 일하면서
회사의 경영진과 실무진이 대화를 진전시키지 못하는 상황들을 자주 목격했답니다.
전략은 늘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회사언어 번역기>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진행하는 이야기를 통해,
회사에서 벌어지는 모순적인 상황들을 소설처럼 보여줍니다.
회사의 부조리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의도와 결과가 왜곡되고 변형되는 불통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서로 알아들을 수 있는 올바른 언어로 소통하는 방법을
에피소드 끝에 코너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획팀에서 주로 하는 것은 바로 계획입니다.
어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에 맞게 계획을 세워서 실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매년 비슷한 목표를 세우게 되고,
결국 작년 목표가 올해 목표가 되는 복붙의 현장이 돼버립니다.
이런 현상은 회사가 클수록 더 그러한데요,
회사는 새롭게 혁신을 한다고 하지만
경영진은 새로운 것을 원하지 않고, 원래 하는 것이 편하고 안정적이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
생존이 목적인 중간관리자는 리스크가 있고 수고를 많이 해야 하는 새로운 계획은 피합니다.
대신하는 방법도 알고 익숙하며 아직 미련이 남아 있는 기존 어젠다를 계속 진행하려고 하죠.
이런 시도가 가능한 것은 경영진이 중간관리자 이상으로
시장에 대한 정보와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영 어젠다가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면
실무 직원도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질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되죠.
여기서 중요한 인물은 바로 중간관리자인데요.
기존에 생각하던 중간관리자는 부하직원에게 명령을 내리고 평가하는 존재에서,
이제는 팀원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영감을 부여하는 존재로 바꿔야 합니다.
더불어 우수 아이디어를 독려하는 시스템(적용, 보상하는 리드타임이 단축)이 마련되야 합니다.
학생들도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있듯 회사도 중간보고가 있습니다.
일이 마무리되는 중간에 어느 정도 진척이 되었든, 전체적으로 한번 점검하는 시간인 셈이죠.
전체를 가늠하고,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는지를 점검하는 발전적인 중간보고가 아니라,
자기반성적인 중간보고만 있다면 그것은 하나마나가 됩니다.
이런 식으로 나아가다 보면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를 쓰게 됩니다.
핵심이 들어가야 하는 중간보고가 길어지게 되고,
보고서 작성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정작 해야 할 일이 미뤄지게 됩니다.
이렇게 생산 파괴적인 중간보고를 하지 않으려면, 헤드쿼터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헤드쿼터는 세분화된 하위 조직이 하지 못하는
통합과 비전에 대한 큰 결정을 제시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하지만 기업 조직이 변질되면 단순히 경영자와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회사의 주요 정보를 쥐고 자신의 자리를 회사 내에서 지키려고만 합니다.
바로 하위 조직을 감시하는 일만 하게 되는 거죠.
많은 기업에서 경영자 한 명만 자기 고집대로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고 위험한 도박을 합니다.
기획팀을 비롯한 본부 부서들은 모두 관리에만 열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흐름이 다가올 것인지 미리 생각하면서
무엇을 구체적으로 준비하면 좋을지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 기획입니다.
관리가 만능이 아닙니다.
사람은 동기부여를 할 때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합니다.
학생은 배우면 얼마나 아는지를 시험으로 평가하듯이,
회사도 연초에 세운 계획으로 연말에 평가를 합니다.
회사뿐만 아니라 사람도 인사평가를 하죠.
회사의 인사평가도 보통 상대평가를 합니다.
10명의 조직에서 1, 2명은 어떤 이유로 다른 사람에 비해 덜 훌륭해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런 직원들을 구조조정해 인건비를 줄이는 것으로
잭 웰치 등 많은 경영자가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기업들도 상대평가에서 상위 등급을 받은 직원에게 빠른 승진을 제공하고,
하위 등급을 받은 직원을 사실상 퇴출하는 등,
이 제도의 윤리와 효과에 대한 고민 없이 서로 시작했습니다.
효율적일 것 같은 이 제도가,
평가를 받는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잠재력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듭니다.
평가 목적이 '누가 더 열등한 사람인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상대평가는 직원들의 기준을 상대적으로 바뀌게 만들어,
상위 20%에 들거나 하위 20%에 들지 않는 것이 목표가 됩니다.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우위만 점하는 수준으로 일합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 승진을 못한 직원이 성과가 좋지 못해도
승진 대상자 중 가장 연차가 높으니까
상사가 승진시켜주려고 일부로 좋은 점수를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면 실적이 있어도 승진에서 누락되는 연차가 낮은 직원도 생기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누적되다 보면 정말 필요 없는 직원이 남거나
괜한 사람이 해고되기도 하죠.
이제 미국의 기업들은 상대평가와 해고 시스템을 없애고,
리더가 직원과의 면담을 통해 무엇을 할지 피드백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직원을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직원을 동기부여하는 것이 핵심임을 깨닫게 된 거죠.
회사마다 문화가 달라 어떤 것이 올바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대평가만이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담론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개한 내용 외에도 회사에서 접하는 여러 상황들이 이야기로 펼쳐집니다.
이야기다 보니 읽기 쉬웠고,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수 있네요.
에피소드 끝에 나오는 '피터의 생각'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리해놔서 좋았습니다.
중요한 부분은 굵게, 혹은 밑줄을 그었으면 더욱 눈에 들어왔을 건데 살짝 아쉽습니다.
이 이야기를 꼭 회사만의 이야기로 한정 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소통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려주고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