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소녀, 이은주 살리기
유영준 지음 / 잇스토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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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영화평 공모전 입상을 통해 영화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여러 작품의 마케팅 및 프로듀서로 활동하다 시나리오 공모전 수상 후 극작가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럼, 영상화를 위해 기획 및 발행된 <천재소녀, 이은주 살리기>를 보겠습니다.



3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눈을 가린 채 천자문을 쓰고, 시간이 지나 6살 정도의 그 아이가 미적분이 혼합된 기하 문제와 복잡한 입체 전개도를 풀고 있습니다. 같은 문제를 푸는 고등학생과 선생님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를 제치고 먼저 풀이를 마친 꼬마 은주, 이젠 컴퓨터를 상대로 체스를 겨루고 있습니다. 컴퓨터가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천재 이은주는 갑자기 현기증을 느낀 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바닥에 쓰러집니다. 30대 언저리의 범재 현수는 수재 정민이 출제 위원으로 있는 메쓰 퍼즐에 도전하지만 정민의 동료 재성, 서하, 태이가 내준 멘사 지능 평가 시험을 풀기도 힘들어합니다. 결국 낙심한 현수에게 재성은 216면체 큐빅을 주며 맞춰 오기만 하면 메쓰 퍼즐 영업을 그만둘 수 있다며 기회를 주며 정민에게 문제지를 전해주라고 합니다. 현수는 정민에게 문제지를 주며 애독자 수학 퀴즈 정답을 맞히면 경품을 준다는 미끼를 걸어야 잡지가 잘 팔린다고 말합니다.


메쓰 퍼즐 문제의 정답이 적힌 엽서의 주소지에 현수는 냉장고를 가지고 갑니다. 불러도 답이 없어 돌아가려다가 사채업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열쇠로 문을 열어 따라 들어간 현수는 차가운 마룻바닥에 이불 하나 덮고 죽은 듯 누워 있는 은주를 봅니다. 사채업자들은 기면증이라며 현수에게 어떤 관계인지 물어보고 연락처를 받아들고 나갑니다. 천장에도 벽에도 바둑판인지, 좌표계인지, 공식인지 어지럽게 무언가가 잔뜩 적혀 있고, 그녀의 팔에는 손목을 그었던 자국이 보입니다. 그대로 두고 올 수 없었던 현수는 은주를 들쳐 업고 차에 실어 병원으로 갔다가 꼼짝도 안 해서 결국 현수의 집으로 데리고 옵니다. 다음 날 메쓰 퍼즐 영업을 하러 밖으로 나간 사이에 은주는 눈을 떠서 냉장고를 뒤져 음식과 술을 꺼내 먹고, 벽엔 낙서와 수학 공식을 적었습니다. 이 모습을 본 현수는 기겁하며 그녀를 쫓아내는데, 발에 다 맞춘 216면체 큐빅이 걸립니다. 기면증으로 잠이 든 그녀를 데리고 와 재우고, 그녀가 푼 메스 퍼즐 잡지 뒤에 종이 뭉치를 발견합니다. 거기엔 은주가 새롭게 만든 듯한 수학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현수는 은수를 이용하고 돈을 벌게 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에 의해 천재 은수의 예측은 틀리고, 정민과 태이는 은수의 과거를 알아봅니다. 은수의 어두운 과거와 돈을 날린 현수와 정민의 선택은 무엇일지, <천재소녀, 이은주 살리기>에서 확인하세요.




이 책을 보며 TV에서 떠들던 어린 천재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어린 천재들의 천재성을 증명하기 위해 고등학생이 푸는 혹은 대학생이 푸는 문제들을 풀게 하거나, 빠른 암산과 기억력을 테스트하기도 합니다. 그런 어린 천재들의 모습을 보며 우린 열광하고, 자라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인재가 되길 바라고 응원합니다. 하지만 어린 천재들은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해 타국으로 가서 학업을 이어나가고 그곳에서 성취를 하고 생활을 계속합니다. <천재소녀, 이은주 살리기>에 나오는 천재 이은주는 어린 시절 여러 가지 일로 인해 은둔생활을 했고, 그런 그녀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 것은 수학 잡지의 애독자 퀴즈입니다. 애독자 퀴즈 경품을 주기 위해 천재 은주를 만난 현수, 그렇게 둘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천재면 사는 것도 편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 그 이후에도 은주는 힘든 일을 겪게 됩니다. 돌고 돌아 만나게 된 은주와 현수의 앞날을 응원하며, 영상으로 만들어질 영화도 기대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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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인간 - 오야부 하루히코 문학상 수상작
츠지도 유메 지음, 장하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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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일본 가나가와현 후지사와시 츠지도에서 태어난 저자는 도쿄대학 법학부를 졸업했습니다. 필명의 '츠지도'는 출신 지명을 땄고, '유메'는 서클 별명에서 유래합니다. 제1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서 "사라진 나에게"란 작품으로 우수상을 받고 2015년 데뷔했습니다. "나와 그녀의 왼손", "짝사랑 탐정 오이카케 히나코", "지금, 죽는 꿈을 꾸었습니까", "새장" 등의 작품을 썼습니다. 그럼, 오야부 하루히코 문학상을 수상한 <그림자 인간>을 보겠습니다.



얼마 전 육아 휴직을 마치고 가마타 경찰서로 복귀한 모리가키 리호코는 신입 하야시베 가이토와 당직 중에 사건이 들어옵니다. 20대 남성을 누가 뒤에서 칼로 찌른 현장에 도착했는데, 만취한 피해자 사이토 도시키가 자신과 사귀던 하나에게 오늘 헤어지자고 했더니 집요하게 쫓아왔다며 의심스럽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전봇대에 숨어 있는 한 여성을 향해 소리 지르자 그녀는 도망쳤고 하야시베가 잡아 경찰서에 데리고 갔습니다. 현행범을 잡아 사건 해결이 빨라질 것 같은 기대와는 달리 조사가 시작되자마자 피해자는 호적이 없답니다. 성, 생년월일, 출생지, 본적도 모르고 DNA 채취를 거부합니다. 공란투성이인 진술조서에 서명 날인을 마치고 상사에게 보고했더니 송치 기한까지 모든 진술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하나의 진술을 바탕으로 현장 탐문을 하고 주변 관청에 문의했지만 별 소득 없이 하나의 신원에 대한 수사 기한이 종료되어 버렸고, 사건은 검찰로 송치되었습니다. 그런데 검찰에서 하나가 경찰이 무서워 거짓말을 했다며 자신은 사건과 관련이 없다며 전면 부인했습니다. 자백이라는 직접 증거가 사라져 다른 증거 수집을 위해 뛰어다녔으나 구류 만기로 풀려납니다. 리호코는 하나가 어디에서 지내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신분증이 없어도 받아주는 PC방에 데려다주고 돌아가려는 순간 하나는 어디론가 갑니다. 그녀를 미행하니 '가나우치 식품 주식회사' 공장 옆 창고에 들어갑니다.


하나처럼 무호적자 15명이 공장에서 일하고 창고에서 생활하는 곳으로, 그들은 '유토피아'라고 부릅니다. 30년 전부터 가나우치 회장은 테페이와 요시코를 시작으로 숙식제공하며 생활이 불편하지 않게 신경 써주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출산 비용을 낼 수 없을 정도로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나 버림받은 다쿠로, 어머니가 폭력 남편과 이혼하지 못한 상태로 가출했고 다른 남자랑 하룻밤 사랑해서 아이를 낳아 엄마가 죽은 후 들어온 루미카, 공장 근처에 버려진 료와 하나 남매, 술집에서 일한 무호적 엄마와 17살까지 살다 버려진 아쓰시의 이야기를 들으며 리호코는 도와줄 방법을 고민합니다. 또한 료와 하나 남매가 발견된 연도와 비슷한 사건인 '새장 사건'이 떠올랐고, 전담 수사원 특명수사대책실 하야마 게이지에게 알렸고 비공식적으로 그를 돕기로 합니다.


료와 하나 남매가 새장 사건의 남매가 맞는지, 맞는다면 새장 사건의 납치범이 아동복지시설에서 유괴한 뒤 몸값을 요구하거나 폭행하지도 않고 식품 공장 근처에 아이들을 놔두고 간 이유는 무엇인지, 아니면 유토피아 내부자 혹은 관계자가 납치범과 연관이 있는지, 리호코와 하야마의 수사는 <그림자 인간>에서 확인하세요.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직업을 구할 수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살아있지만 존재하지 않은 사람인 '무호적자', 그들을 아십니까. 아이가 태어나 출생신고를 하는 것은 오늘날 당연한 상식이고, 불이행 시 과태료가 부과되는 의무입니다. 하지만 출생등록이 되지 않아 기본권은커녕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인신매매 등 각종 범죄에까지 이용되는 아이들이 1960년대 우리나라에도 12만 명이나 있었습니다. 이들 중에는 병역기피자와 범법자도 있었지만 6.25전쟁 이후 부모형제를 잃고 굶주리고 방황하는 수많은 아이들과 갖가지 사연으로 인해 호적을 갖지 못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은행, 병원, 공적 지원금 등 국민으로서 개인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이런 무호적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자 인간>은 두 개의 사건이 얽힌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세상에 완벽이란 없다. 마찬가지로 완벽한 인간도 없다.

불완전한 인간끼리 부족하더라도 서로 보듬어주며 

겨우 그럴듯한 형태를 유지하며 산다.

그러나 태어난 순간, 한 사회의 그물망에서 빠져나온 사람도 있다.

자신이 사는 곳이나 직업을 자기 의지로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고통에 비하면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완벽을 추구하려는 자신이

얼마나 오만하고 사치스러웠는지 돌아보게 된다.

삶은 '완벽'이 아니라 '충분'을 지향하면 되는 것이었다.

사소한 부분은 눈감아주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p. 325~6)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리호코 형사는 무호적자들의 공동체인 유토피아를 자신의 수사로 인해 부숴도 될지 고민합니다. 그 공동체가 불법이지만 그들이 모여 가까스로 손에 쥔 소박한 생활을 지켜낼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그 진심이 닿아 공동체 사람들도 변하고, 무호적자를 돕는 다른 사람들도 찾습니다. 범인이 밝혀질 때의 후련함보다 책의 마지막까지 빛나는 따뜻한 마음이 더욱 감동적인 <그림자 인간>. 이 책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1965년 12월 10일 '무호적자 호적 만들어주기 운동'을 시행한 '이성원' 전 희망원 원장님의 업적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분의 운동 이후 12만 명의 사람들이 호적을 갖게 되어 우리나라 국민으로 살게 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감동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살아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이상 없는 세상이 되길 바라며, 우리들의 관심도 이어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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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 킴 스톤 시리즈 3
앤절라 마슨즈 지음, 강동혁 옮김 / 품스토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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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글 쓰기를 매우 좋아해 이야기를 적어 책상 서랍에 넣어두었습니다. 배우자의 권유로 단편소설 공모전에 참가하고 수상한 뒤 두 차례 자비 출판을 거쳐 북쿠튀르 출판사의 첫 범죄소설 작가로 데뷔했습니다. 그럼, 열혈형사 킴 스톤의 세 번째 이야기, <사라진 소녀들>을 보겠습니다.



13개월 전 여자아이 두 명이 납치되고 며칠이 지나 한 명만 풀려난 채 발견되었고, 다른 한 명은 아직까지 소식이 없었습니다. 같은 사건이 다시 벌어졌습니다. 찰리 티민스와 에이미 핸슨은 단짝 친구이고 올드힐 문화센터를 마치고 한 명의 엄마가 12시 30분에 아이들을 데리러 가기로 했지만 자동차가 고장났습니다. 두 아이의 어머니 모두 12시 20분에 납치범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찰리의 엄마 캐런 홀트가 킴 스톤을 지목해 수사에 참여시키라고 요청했고, 킴은 초기 심문을 하러 캐런의 집으로 갑니다. 어릴때 같은 보육원과 위탁 가정에서 지켜본 킴을 보며 캐런은 킴에게 수사를 맡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사건 책임자가 된 킴은 에이미의 엄마 법무사 사무소 직원 엘리자베스, 남편 조직범죄 전담반 검사 스티븐 핸슨과 캐런의 남편 유통 회사 사장 로버트 티민스에게 여러가지를 물었고, 가족 연락 담당관 헬렌 바튼은 가족들과 수사관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합니다.


찰리와 에이미가 납치된 올드힐 문화센터 CCTV를 관리자 브래드 에번스의 도움으로 확인한 결과, 아이들이 납치된 그 시간에 센터 중심 구역에 어떤 여자가 쓰러져서 그곳에 눈이 쏠렸답니다. 킴은 브래드에게 아이들에게 말을 걸던 남자를 봤는지 물었고, 그는 자신을 도와달라고 했지만 딱 잘라서 거절했다며 경찰인데 쌍욕을 들어도 싸다고 합니다. 센터 중심 구역의 CCTV를 확인해보니 여자는 얼굴을 가린채 시계를 계속 확인했고 찰리와 에이미가 출구로 가자 여자가 일어나더니 바닥에 고꾸라집니다. 그렇게 주변인들의 주의를 끌어 두 아이가 건물을 나서는 모습을 눈여겨보지 않게 했으며 아이들이 아는 사람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쓰러진 여자를 실고 간 구급차를 확인했으나 병원에 도착하기 전 도망쳤다는 답을 듣고, 여자의 모습이 나온 CCTV를 부모에게 보여주자 에이미의 보모였던 잉가 바우어라고 말해줍니다.


협상 전문가 매트 워드, 행동분석가 앨리슨 로 박사가 사건을 돕기 위해 합류하고, 납치범들에게서 다시 문자가 옵니다. 가장 높은 몸값을 제안하는 부부는 다시 딸을 만나게 될 것이며, 지는 부부는 만나지 못할 거라고요. 심령술사 엘로이즈 오스틴은 숫자와 가까운 곳을 살펴보라는 이상한 말을 납깁니다. 팀원 브라이언트, 케빈, 트레이시는 킴을 도와 수사를 계속하는데, 찰리와 에이미는 어디에 있는지, 범인은 누구인지 <킴 스톤 3 : 사라진 소녀들>에서 확인하세요.



포기하지 않는 열혈형사 킴 스톤의 수사는 두 여자아이를 무사히 찾을 때까지 계속됩니다. 그전까지 형사 킴은 죽고 난 사건의 범인을 밝히기 위해 수사를 진행했지만, 이번 <킴 스톤 3 : 사라진 소녀들>에선 납치되어 아직까지 살아있는 찰리와 에이미를 구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합니다. 엄마들끼리도 친한 두 소녀들은 계획적으로 납치되고, 납치범들은 둘 중 더 높은 몸값을 부르는 쪽만 살려보내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습니다. 함께 위로했던 엄마들은 그 순간부터 동료가 아닌 적이 되고, 두 가족들의 비밀도 밝혀집니다. 킴은 13개월 전에 일어난 똑같은 사건을 다시 조사하고, 사건들의 가족들을 만나 납치범들을 특정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 사건에서 살아남은 에밀리는 죽었을 자신의 친구 수지를 위해 납치당했을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고 그 용기에 킴뿐만 아니라 저도 감동받았습니다. 


도움이 될 수도 있어, 에밀리.

그럼 보여 주세요. 수지도 저를 위해서 똑같이 해 줬을 거예요.

(p. 376)


이 책에선 다양한 형태의 모성애와 부성애를 볼 수 있습니다. 부모가 되면서 모성애를 경험했고, 그 경험은 놀라움이었습니다. 이제 자녀가 성인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모성애가 사라지진 않았습니다. 부모의 눈엔 언제까지나 아이로 보이니깐요. 그렇기에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진 않는지 언제나 귀와 눈을 열어두고, 아이가 즐겁게 웃는 모습에 저또한 행복해집니다.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 행복해지길 바라며, 다음 킴 스톤의 이야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집에 있었다. 안전하게 가족의 품에 안겨 있었다.

킴은 그걸 아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p. 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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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 - 허무의 늪에서 삶의 자극제를 찾는 철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32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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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니체와 하이데거의 철학을 비롯한 실존철학이 주요 연구분야로, 최근에는 불교와 서양철학 비교를 중요한 연구 과제 중의 하나로 삼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참을 수 없이 불안할 때, 에리히 프롬", "이런 철학은 처음이야",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등이 있습니다. 그럼 <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를 보겠습니다.



니체는 세계의 비밀과 진리를 드러내는 것은 학문이 아니라고 봅니다. 학문은 세계의 표면만 드러낼 뿐, 세계의 핵심적인 본질을 드러내지는 못합니다. 니체는 학문보다는 예술, 그중에서 특히 음악을 통해 세계의 비밀이 드러난다고 봅니다. 세계의 비밀은 세상을 눈앞에 세워두고 그것을 관찰하는 학문적인 지성을 통해 파악되는 게 아니라, 음악을 통해 우리를 사로잡는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니체는 우리가 디오니소스의 충만한 생명력과 하나 될 것을 요구합니다. 춤추는 신인 디오니소스처럼 그 모든 고통과 고난에도 이 세계를 긍정하면서 유희하듯이 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니체는 예술이야말로 우리 내면에 잠재한 충만한 생명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비극은 삶의 비참함과 허망함을 표현함으로써 욕망을 버리라는 가르침을 주는 게 아닙니다. 비극이 주는 메시지는 건설과 파괴를 거듭하면서 놀이하는 세계의 충일한 생명력을 닮으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세계의 생명력은 운명의 장난으로 급격하게 비상했다가 급격하게 추락해버리는 비극 주인공의 삶으로 나타납니다. 비극 주인공은 비참한 운명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받아들입니다. 니체는 비극에서 영웅이 겪는 고통과 운명은 비극의 영웅조차도 무자비하게 희생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으로 넘치는 세계 의지를 표현한다고 봅니다. 이런 세계 의지를 니체는 디오니소스 신이라고 부릅니다. 비극은 유희하듯이 세계를 지었다가 파괴하는 디오니소스 신처럼 세계 내의 그 모든 고통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생을 유희하듯이 즐길 뿐입니다. 그는 이렇게 그 모든 고통과 고난도 흔쾌하게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강력한 힘에 대해서 강한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됩니다.




니체는 선과 악이라는 대립 구도를 갖는 전통적인 가치관 대신에 강함과 약함이라는 대립 구도를 갖는 새로운 가치관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니체는 선하고 착한 인간이 아니라 강한 인간이 되라고 외칩니다. 니체가 생각하는 진정으로 강한 자들은 자신보다 동등하거나 이왕이면 자신보다 더 강한 자들과 겨루려는 자들이고, 자신들의 적이 훌륭한 적수라면 기꺼이 존경을 표할 줄 아는 자들입니다. 또한 그들은 무엇보다 자신에 대해서 엄격한 자들이고, 고난이나 고통을 자신의 성장과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자들입니다. 따라서 진정으로 강한 자들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경쟁과 고통 그리고 고난이 사라지지 않는 이 세계를 그대로 긍정하면서 이 세계에서 춤추듯 유희하면서 살아가는 자들입니다. 이것이 니체의 첫 번째 저작인 "비극의 탄생"에서부터 마지막 저작인 "안티크리스트"까지 관통하는 핵심 사상입니다. 예술에는 다양한 흐름이 존재하며, 인간의 성격도 삶도 다양합니다. 따라서 모든 예술에 타당한 예술철학이나 모든 인간에게 타당한 인간학을 제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니체가 "비극의 탄생"에서 전개한 사상은 예술은 무엇이고,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하는 데 좋은 실마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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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슬 수집사, 묘연
루하서 지음 / 델피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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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순응하느라 천성에 맞지 않은 회계를 전공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마음을 이끄는 건 여전히 글이 전부라 늦게나마 작가의 길로 들어선 저자는 무수한 감정, 무한한 상상, 그리고 영원한 꿈을 담아 글을 쓰고 있답니다. 가족 이름의 '하', 글 '서', 고양이 이름의 '루', 또 하나는 눈물 '루'와 출하하는 글' 하서'라는 뜻을 가진 필명 루하서가 쓴 <밤이슬 수집사, 묘연>을 보겠습니다.



주인공 문이안은 생활력 없이 착하기만 한 엄마가 병으로 죽고 난 후 자신도 자살할 결심을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목소리가 들리고 나를 오랫동안 찾아다녔다며 할아버지 문현남이 나타납니다. 돈이 필요하면 3일 안에 자신을 찾아오라고 명함을 건네고 사라집니다. 엄마가 죽기 전 할아버지를 찾으라는 유언을 따라 전화를 하자 할아버지는 석 달만 자신을 대신해서 집사가 되는 조건으로 30억을 주겠다는 제안을 하며 대저택 미다스를 알려줍니다. 미다스 주인은 낮엔 고양이로, 밤엔 사람으로 변하는 수집사 묘연으로, 그녀와 함께 죽기 직전 자신도 모르게 흘리게 되는 후회의 눈물인 '이슬'을 얻어 오는 것이 이곳 집사의 일이랍니다. 그리고 이곳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는 곳으로 아무나 올 수 없고 이곳에 올 수 있는 자격은 쉽게 주어지지도 않습니다. 죽은 자들 중에 저승의 문을 넘지 않고 집사 심사를 받은 자만이 가능하지만 이안은 할아버지의 부탁으로 시험을 거치지 않고 특별 채용이 되었습니다.


이안은 묘연과 '밤이슬 집사 계약서'를 작성했고, 이안의 첫 번째 루인(눈물을 흘리는 사람)인 29살 자살 예정인 반미나를 만나러 갑니다. 그녀가 죽을 장소는 느티나무 언덕이었고, 묘연과 이안은 보이지 않는 투명 캡슐에 가려져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루인은 묘연과 이안의 목소리와 모습을 들을 수도, 볼 수도 없습니다. 자살의 경우 집사가 죽음에 관여하지 못하는 건 루인이 다시 살아가기로 결심을 내리기 전까지입니다. 루인이 마음을 돌려서 다시 살아가겠다고 굳은 결심을 하면 수집사 묘연에게 특별한 신호가 느껴지고, 목숨을 앗아가는 도구나 그 어떤 것이라도 제거할 수 있는 허락이 떨어집니다. 그때 집사 이안이 루인의 눈물이 이슬이 되어 눈에서 떨어지게 되면 자동으로 흡수가 되는 투명 호리병을 품에 넣고 반미나 앞에 나타납니다. 루인이 집사에게 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게 루인의 주변 사람으로 모습이 변한 채 이안은 나섭니다.


루인이 흘리는 이슬은 생명의 씨앗이 됩니다. 대저택 미다스의 진열장이 적정한 온도를 잘 유지해 주면 그 안에서 이슬이 서서히 변하게 되고 생명의 씨앗이 싹틉니다. 싹이 튼 씨앗들은 탄생소로 갑니다. 만일 삶과 죽음을 모두 다 집사들이 직접 다스릴 수 있다면 힘들게 이슬을 모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이슬을 모아서 사라지는 생명을 줄이고, 태어나는 생명을 늘리게 돕는 것입니다. 이승과 저승 사이 그 경계에서 집사들이 구심점이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루인 사고사 예정인 한주군 씨, 세 번째 루인 병사 예정인 임찬원 씨, 네 번째 루인 사고사 예정인 이준호 군, 다섯 번째 루인 사고사 예정인 우재훈 씨, 마지막 여섯 번째 루인 박태순 씨의 이야기와 운전기사 유재석, 이안의 할아버지와 묘연의 이야기는 <밤이슬 수집사, 묘연>에서 확인하세요.




매일 아침, 따스한 햇살에 눈을 뜨고, 온전히 숨을 쉬며,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내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어쩌면 우리는 귀중한 삶의 의미를 잊고 있는지도 모른다.

느닷없이 찾아오는 죽음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p. 171)


요즘처럼 책의 이 말이 공감 가는 적이 없습니다. 예전에 비해 묻지마 범죄가 일주일이 멀다 하고 일어나고, 교통사고도 줄어들지 않으며, 군인들의 사고사도 많이 일어납니다. 나이가 들어 죽거나, 병이 들어 아파서 죽게 되면 본인도, 주변인들도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본인과 가족들, 주변인들에게 닥치는 일인지라 미처 마음의 준비를 할 순간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저 닥치게 될 뿐입니다. 얼마나 안타까울까요. 자신의 마지막 말을 전하고 싶고, 누군가를 마지막으로 보고 싶을 건데 말입니다. 그런 애통의 순간에 누군가가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그들도 이승에 한이 남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환상적인 존재를 <밤이슬 수집사, 묘연>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죽기 직전 후회의 눈물을 흘리게 되는 사람들을 만나 그 눈물인 이슬을 수집하는 집사들의 이야기입니다. 특별 채용된 문이안 집사와 수집사 묘연은 루인들을 만나 그들의 사연을 듣고, 그 과정에서 그들의 특별한 인연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죽은 사람을 저승으로 데려가는 사자, 하늘이 부여한 수명을 정해 주는 천수 신선의 존재는 익숙하지만 특별했습니다. 삶이든, 죽음이든, 그것을 대하는 우리는 모두 다 간절하듯 루인들의 사연에 감동받으며 마지막까지 읽었습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 더욱 그다음 이야기가 또 있지 않을까 기대되는 책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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