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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
구시키 리우 지음, 곽범신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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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일본 니가타 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2012년 "헌티드 캠퍼스"로 제19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 독자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적과 백"으로 제25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까지 거머쥐며 2관왕을 달성하며 데뷔했습니다. "침식", "나와 모나미와, 봄에 만나다", "209호에는 모르는 아이가 있다", "피뢰침의 여름", "사형에 이르는 병" 등을 썼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범죄 미스터리 <Tiger>를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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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88년에 걸쳐 발생한 '기타미노베군 여아 연쇄살인사건'에서 살인, 성폭행 및 영리 목적 유괴 등의 죄로 사형이 확정된 가메이도 겐(65)이 암에 걸려 결국 도쿄 구치소에서 사망했다는 조간신문의 사회면에 실린 기사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 사건은 30년도 더 된 일이며, 당시 호시노 세이지는 특별 수사본부의 서류 업무 담당이어서 탐문수사, 신변 조사, 취조는 다른 수사관 담당이었습니다. 그런데도 30년 동안, 마음 한구석에 계속 걸려 있던 사건입니다. 1987년 초여름 초등학교 3학년인 기노시타 리카가 하굣길에서, 1988년 초가을 초등학교 2학년인 야나세 사나에가 또다시 하굣길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두 여아 모두 실종 뒤 며칠이 지나 구타와 성폭행을 당한 채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동일범임을 확신하고 인근에 거주하는 성범죄자를 조사했으나 결정적 증거가 없었습니다. 가메이도 겐과 이요 준이치는 근처 빈집털이나 도둑질을 했고, 절도 용의로 체포해 심문하다 가메이도 겐이 리카를 살해했다고 자백했습니다. 다음 날 이요 준이치도 자백했고, 매스컴은 용의자를 체포했다며 시끄러웠습니다. 세이지는 세부적인 사항만 자꾸 바뀌는 조서를 보며 위화감을 느껴서 수사 1과 과장에서 의문을 털어놓았습니다. 리카의 속옷에 묻은 침에서 나온 DNA가 가메이도와 일치한다는 과장의 말을 듣고 세이지는 안심했습니다. 결국 재판에서 자백과 DNA형 감정 결과로 사형이 판결되었지만, 2009년 6월 다른 사건에서 DNA를 감정한 결과 억울한 누명을 쓴 케이스로 판명이 되었습니다. 같은 분석법을 이용한 DNA 감정이라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주범으로 여겨졌던 가메이도 겐이 옥사했습니다. 남겨진 것은 겐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며 눈물을 흘린 공범인 이요 준이치입니다.
세이지는 이요와 가메이도의 범행이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서 재조사에 나서고, 이를 경찰 담당 기자로 오랫동안 친했던 오노데라에게 털어놓습니다. 오노데라는 여론을 움직이면 재심이 가능하다고 조언했고, 올해 국립대에 합격한 손자 아사히에게 이를 의논합니다. 지망했던 대학에 입학한 후로 방에 틀어박혀 일러스트만 그리던 아사히는 영상이 효과가 좋다며 소꿉친구 이시바시 데쓰와 물어봅니다. 기타미노베 사건에 대한 자료를 찾고 확신을 얻은 데쓰는 동영상 제작과 공개에 앞서 피해자 유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요 준이치의 재심 청구를 진행하는 가타기리 변호사, '도치기 종합 텔레비전' 총괄 프로듀서 후쿠나가까지 합세합니다. 아사히의 올린 만화로 사람들의 관심을 조금씩 받다가, 데쓰의 촬영과 편집을 거쳐 후쿠나가의 감수를 받고 세이지의 조사 과정을 영상으로 올렸습니다. 화제가 되어 지역 방송에 나오고, 전국 방송까지 영상이 나오게 됩니다. 그때 오노데라가 있던 니치에이신보에 소포가 도착하고, 그 안엔 여아용 스커트와 오래된 발톱, 치아 조각, 문서가 있습니다.
도대체 진범은 누구인지, 팀 호시노의 조사는 어떻게 될지, <Tiger>에서 확인하세요.
전직 형사 할아버지와 대학생 손자와 그 친구, 묘하기 이를 데 없는 이들의 조합은 살인사건의 진상을 밝힌다는 목적으로 끈끈해집니다. SNS, 메일 등을 모르는 형사 할아버지는 발로 뛰며 탐문수사를 했고, 영상을 올리고 검색을 하는 것 등은 손주와 친구에게 맡깁니다. 그리고 여론에 힘을 싣는 전직 기자와 방송 프로듀서도 함께합니다. 처음엔 보잘것없는 마음이었을지 몰라도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 속에 이들은 사명을 가지며 진실을 쫓기 시작합니다. 저도 마음속으로 이들을 응원하며 진범이 잡히기를 고대했고, 드디어 아동 성폭행범의 범인이 밝혀졌습니다. 이제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 결말로 끝이 나겠다는 안도를 느낄 그때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또 다른 충격을 선사합니다. 마지막에 가한 충격이 너무나 커서 저자의 다른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범죄 미스터리 소설 <Tiger>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저자의 의도대로 흔들렸지만 그 흔들림이 기분 좋은 작품입니다.
소녀는 잠시 망설였다.
모르는 사람은 따라가면 안 된다고 선생님은 말했다.
곤경에 빠진 사람을 보거든 도와주라고도 말했다.
이번 경우는 어느 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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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