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욕 - 바른 욕망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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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일본 기후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와세다대학 문학구상학부를 졸업했습니다. 2009년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로 제22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 2013년 "누구"로 제148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최연소 남성 나오키상 수상 작가로 기록됐습니다. 2014년 "세계지도의 초안"으로 제29회 쓰보타 조지 문학상을 수상, 2021년 <정욕>으로 제34회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럼, 작가 생활 10주년 기념 장편소설 <정욕>을 보겠습니다.



2019년 6월 도쿄도 안에서 보호된 16세 소년이 인터넷으로 만난 남자와 돈을 받고 성적 관계를 맺었다고 밝혔습니다. 그 남자는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인 야다베 요헤이였고 그의 자택을 수색해 대량의 동영상과 사진이 담긴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압수했습니다. 보호된 소년 이외에도 피해자가 다수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어 SNS 앱 이력을 뒤진 결과 공원에 모여 그곳에 온 아이들과 교류하는 '파티'의 존재가 드러났습니다. '파티'는 매우 교모한 수법으로 아이들에게 접근했는데, 여름철 공원에서 무상으로 물 대포 같은 놀이 기구를 나눠 주었고, 아이들은 물과 땀에 젖은 옷을 자연스럽게 벗을 테고, 어른은 젖은 아이들의 몸을 닦아줘야 합니다. 그때 신체 접촉을 시도하거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었습니다. '파티'의 리더이자 대형 식품 회사에 근무하는 사사키 요시미치, 국공립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모로하시 다이야, 야다베 요헤이가 체포되었고, 주변인과 가족은 아무것도 몰랐다고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타인이나 사회와의 연결이 중요하다고 믿는 검사 데라이 히로키는 등교 거부를 하는 초등학생 아들 다이키와 이를 이해하기만 한 아내 유미를 보면 불안합니다. 인간에게는 당연히 걸어야 할 평범한 길이 있다고 배웠던 그는 일반적인 삶을 벗어난 아들이 걱정스러웠고 그래서 학교로 돌아가라고 말했지만 소통은 단절되었습니다. 남아도는 시간을 감당하지 못한 다이키는 엄마의 스마트폰을 만졌고, 유튜브를 보며 자신도 인플루언서가 되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합니다. 등교 거부 학생의 기초 체력을 길러주는 비영리단체의 활동에서 만난 또래 아키라와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고, 그곳 활동가 유콘이 도움을 줍니다. 침구 전문점 직원 기류 나쓰키는 어릴 적부터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을 멀리합니다. 그러다 손님으로 온 중학교 동창을 만나 그와 비슷한 결의 사사키 요시미치를 만나게 됩니다. 대학교 기획국 실행 위원인 간베 야에코는 이제까지 열렸던 미스·미스터 선발 대회 대신 내년엔 다이버시티 페스티벌을 주최한다는 기획에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그녀의 생각과 일치해 더욱 열심입니다.

아무런 관계가 없는 히로키, 나쓰키, 야에코가 세상을 떠뜰썩하게 했던 일과 어떤 관련이 있을지, <정욕>에서 확인하세요.




눈에 들어오는 정보 대부분은 '내일 죽지 않는 것'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발판이고, 이런 사람들의 생각은 인생에, 자연스럽게 타자(他者)가 나타나 준 사람들의 이야기랍니다. 다양성이 유행처럼 되어 버린 시대지만, 이것들은 소수자 가운데서도 주류에게만 해당하는 말이자 말하는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 안의 '자신과 다른 것'에만 해당하는 말이라며 시작하는 <정욕>. 정말 평범하고 보통 사람인 나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고 이해하려고도 시도하지 않은 욕망을 표현한 저자에게 놀랐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란 띠지의 문구가 읽기 시작하면서, 책을 읽으면서,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맞다고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번도 이해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우리가 상상조차 못 하는 인간들의 생각을 <정욕>을 통해 읽고 나니 그들의 외로움을 알게 된 자신을 발견합니다. '성욕이 죄가 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이야의 말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마음에 남으며, 자신의 가치관을 뒤흔드는 문제작으로 피하고 싶지만, 그렇기에 꼭 읽기를 권합니다.



다양성이란 적당히 사용할 수 있는 아름다운 단어가 아니다.

자기 상상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단어일 것이다.

때론 구역질을 일으키고 때로 눈을 감고 싶을 정도로

자신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게

바로 곁에서 호흡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하는 단어여야 한다.

p. 220

다들, 이런 불안 속에서 살고 있구나.

도미노가 계속 쓰러진다.

그 하나하나가 반 친구들이나 선배와 후배, 상사와 동료, 거리에서 스친 사람들,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만난 사람들과 겹친다.

누군가의 가슴 깊은 곳에 있는 이물질을 끌어냄으로써 결과적으로 정답 줄에 서려는 사람들.

내 안에 잠든 불안을 파악하기보다 경멸하기를 선택한 사람들.

흔들리는 리듬 속에서 도미노의 마지막 조각이 쓰러진다.

p. 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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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 룰렛
오윤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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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조선일보 기자로 사회부, 산업부, 국제부 등에서 15년간 근무한 저자는 동유럽 특파원을 거쳐 미국 뉴욕 특파원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경제주간지 이코노미 조선에서 근무하며, 재직 당시 집필한 경제경영서 "정반합"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엄마가 남기고 간 것", "삼개주막 기담회" 시리즈, "수상한 간병인" 등을 출간했습니다. 오늘도 우리 사회의 투철한 관찰자이자 치밀한 소설가로 세상 곳곳에 숨은 '픽션보다 더 픽션 같은 이야기'를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금붕어 룰렛>을 보겠습니다.



에버그린 투자자문회사 대표 정상구의 시체가 발견된 곳은 인적 드문 주택가의 막다른 골목입니다. 현장에 나와 있던 과학수사팀 정동훈의 말에 따르면, 처음 공격한 건 배고, 피해자가 부상을 입고 당황한 사이 왼쪽 목의 경동맥을 잘렸고, 손쓸 틈도 없이 쓰러져 과다출혈로 죽었다고 합니다. 신입 경찰 김도윤은 그가 찬 고급 명품 시계가 있는 것을 보며 돈을 노린 범죄가 아닌 것 같다며, 강력반에서만 어언 20년 근무한 이준현 경위에게 의견을 말합니다. 하지만 시체에 지갑은 없었고, 지갑 속에 돈 말고 범인이 필요로 했던 다른 뭔가가 있었던 건 아닐까라고 준현은 생각합니다. 정상구의 가족은 아내 강희원과 10대 아들이고, 강희원은 예전에 룸살롱에서 손님으로 남편을 만났으며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잘 맡는 머리 좋은 개새끼라고 말합니다. 원하는 것은 어떡해서라도 손에 넣고 죗값은 안 치르기에 원한을 가진 사람아 한 둘이 아니랍니다. 정상구와 강희원에게 부모와 형제자매는 없으며, 사설탐정 장은모를 고용해 알아낸 최근 내연녀인 최지호를 찾아가 보라고 아내는 말합니다.

에버그린 투자자문회사로 찾아가 부대표 전명호와 만나 사건 당일인 어제저녁 함께 식사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전명호는 저녁 9시 정도에 아들이 다쳐서 병원에 가야 한다는 전화를 받고 먼저 일어섰답니다. 고객들에게 투자 어드바이스를 해주고, 바쁘거나 투자 방법을 잘 모르는 고객을 위해 자산 관리를 하고 있다고 전명호와 달리, 잠입 취재 중인 미래일보 사회부 한성주는 이곳이 불법 TM 조직이라고 합니다. 온라인이나 전화로 고급 재테크 정보를 알려주겠다며 일반인들을 투자자로 끌어들이고, 그렇게 포섭한 뒤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사기를 처먹는 불법 텔레마케팅 조직입니다. 자신이 면접 볼 때 박영우가 사무실에 들이닥쳐 난동을 피워 경비가 끌고 갔다며, 정보를 줄 테니 자신에게 사건 정보를 단독으로 달라고 합니다. 한성주가 불러준 박영우의 연락처로 그의 주소지를 찾아갔고, 호스트바 출신인 그는 아는 누님이 정상구를 소개해 줬답니다. 투자에 대해 몰라도 정해진 대사 외워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받은 메시지만 SNS에 뿌리는 되는 일이라 어려울 게 없었던 그는 매출 1위를 기록했는데, 정상구가 박영우를 사기 쳤답니다. 기본급이 없고 성과급을 받는 TM인 그가 받을 돈을 정상구가 대박날 코인에 투자하라고 말했고, 그의 말을 믿고 투자한 돈이 상장폐지가 되며 돈이 전부 날아갔습니다. 박영우가 알려준 곳에서 건물주 이선우를 알게 되었고, 그는 여자친구 장혜영과 그녀의 이종사촌이라는 정상구에게 1억을 사기당했습니다.

회사 근처에 서성이던 김민철을 한성주가 보고 이준현에게 연락했고, 그는 에버그린 투자자문회사 대표 안현수에게 사기를 당했답니다. 안현수라는 사람이 정상구를 사칭해 사기를 친다는 것을 알았고, 본명이 안준영임을 알아내고, 용의자로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모텔 욕조에서 산성 용액에 부식된 채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녹은 용의자를 발견합니다. 도대체 정상구를 죽인 범인은 누구인지, <금붕어 룰렛>에서 확인하세요.




수백억 대의 재력가가 주택가 골목에서 칼에 찔린 채 발견됩니다. 재력가의 주변을 조사하던 중 그를 사칭하던 사람이 용의자로 지목되는데, 그 용의자도 시체로 발견됩니다. 베테랑 형사와 신입 형사가 두 건의 살인사건을 두고, 5명의 용의자를 추려냅니다. 재력가의 회사에서 일하다가 재력가에게 사기당한 전직 호스트바 남성, 열등감 가득한 젊은 건물주, 피와 살을 깎아 헌신했지만 말기 암을 선고받은 명퇴자, 의사 사모님에서 빈 껍데기만 남은 이혼녀, 벼랑 끝에 내몰린 공시생 중에 누가 범인일까요. <금붕어 룰렛>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범죄 사건을 모티브로 탄생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배가 터져 죽는 줄도 모르고 주는 대로 계속 먹이를 받아먹는 금붕어처럼 눈앞의 이익만 탐내는, 순간의 욕심에 도취되 현실에 눈이 머는 범죄자들이 책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도 많이 있습니다. 일확천금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사람들과 그 욕망을 노리는 사기꾼들이 쳐놓은 그물에 자신은 안전하다고 백 프로 장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사기 당한 놈이 나쁜 거지, 안 그래?'라며 남들에게 사기 치는 재력가의 말은 사기당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풍비박산 난 가족들의 마음을 송곳으로 찌르는 말입니다. 마지막 진실에서 드러나는 피해자이자 가해자의 마지막이 그래서 더욱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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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다르게 골라 먹는 일간 빵집 - 예쁘게 만들고 맛있게 즐기는 8가지 기본 빵 요리
신재임 지음 / 세미콜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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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다양하고 맛있는 빵 요리 레시피를 연구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요리를 잘하지 못해도, 요리에 흥미가 없어도 쉽고 재밌게 따라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그럼, 힘들고 지칠 때 '나를 위한 요리'로 위로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달콤하고 따끈한 빵을 통해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매일 다르게 골라 먹는 일간 빵집>을 보겠습니다.



빵을 만들기 전, 사용한 빵 종류 8가지를 보여줍니다. 마트에서 빵집에서 쉽고 구할 수 있는 '식빵, 베이글, 깜파뉴, 바게트, 소금빵, 크루아상, 모닝빵, 카스텔라'이며, 어떤 조리 도구가 필요한지도 알려줍니다. 이 책의 계량은 밥숟가락과 티스푼을 기준으로 했고, 모든 메뉴는 1~2인분 기준입니다. 전자레인지 사용은 가정용 700W 기준이며,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의 조리 온도와 시간은 사용하는 제품 사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곁들이기 좋은 스프레드'를 쉽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데요, '커스터드 크림, 고추장 버터, 크림치즈마스, , 참치 딥, 그릭요거트 소스'를 설명합니다.

1장부터 8장까지 기본 빵 8가지를 이용한 46가지 빵 요리법이 실려 있습니다. 'Special'엔 과자를 이용한 5가지 요리도 선보입니다. 또한 인스타그램 팔로워 분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탄생한 3가지 '신청 메뉴'도 함께 있으니 살펴보길 바랍니다.




기본 빵 8가지를 더욱 맛있게 먹는 법을 알려주는 빵 요리책입니다. 빵을 사랑하고 다양한 빵 요리를 좋아하지만 빵을 직접 반죽하고 굽는 건 어려운 요리 초보자들을 위해 연구한 레시피가 가득 들어 있는 <매일 다르게 골라 먹는 일간 빵집>. 요리 초보자들은 설명만 읽어서 바로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리 과정 사진을 한 컷 한 컷 실었고,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 사용을 최소화하고, 도구와 기계를 많이 사용하지 않으며, 복잡하지 않은 레시피를 담았습니다. 그전까지 밀가루를 체에 치고, 버터와 계란을 넣어 반죽하는 그런 빵 요리책만 봤는데, 이렇게 완성된 기본 빵을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책은 처음 접합니다. 그래서 부담이 없으며, 책을 보다 보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의욕이 샘솟습니다. 특히 식빵에 잼 발라먹거나, 계란 물 묻혀 토스트만 먹기 지겨웠는데, 이 책에서 알려주는 10가지 식빵 요리는 색다르면서 따라 하기 간편하고, 완성된 모양도 너무 예쁩니다. 눈으로 즐거움을, 입으로 행복을 맛보는 빵 요리 54가지, 당장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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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녹취록 스토리콜렉터 112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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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라 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졸업한 뒤에는 출판사에 들어가 호러와 미스터리에 관련된 다양한 기획을 진행했습니다. 1994년 단편소설을 발표하면서 데뷔했고, 2001년에는 첫 장편소설 "기관, 호러 작가가 사는 집"을 출간하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2010년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으로 제10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했으며, 지금은 '미쓰다 월드'라 불리는 특유의 작품 세계가 열렬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명실상부 일본 본격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럼 "괴담의 테이프" 개정판 <죽은 자의 녹취록>을 보겠습니다.



'나'는 작가가 되기 전인 편집자 시절에 시리즈를 기획했는데, 평소 문학이나 민속학이나 건축학 같은 분야 속에 숨어 있는 '괴이한 것'을 끄집어내고 싶다고 생각했고, 자살 명소를 생각했으나 진척이 잘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인에게 전직 편집자 기류 요시히코를 소개받았고, 그는 자살하기 직전에 가족이나 친구나 세상을 향해, 카세트테이프에 메시지를 녹음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그것들을 모아 원고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나는 샘플 원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기류는 내용이 다른 테이프 세 개를 선택해 샘플 원고로 기록해서 메일을 보냈습니다. 나는 샘플 원고를 다 읽자마자 기류에게 전화를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자택에 방문했으나 우편함에는 사흘 치의 신문이 쌓여 있었습니다. 기류에게 메일도 보냈으나 답장은 한 번도 없었고, 기류를 소개해 준 지인에게 연락했으니 그와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뒤로 다시 한 달 반 정도 지났을 무렵, 편집부의 내 앞으로 카세트테이프가 든 우편물이 왔습니다.

이제부터 적게 될 오싹한 이야기는 아는 편집자가 어느 자리에서 한 이야기를, 내가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한 것입니다. 체험자는 오쿠야마 가쓰야라고 해두고, 가쿠의 주도하에 서로 면식이 없는 사람들이 네가히산 하이킹을 하기로 했습니다. 하이킹 당일, 가쿠는 오지 않았고, 부재중 메시지를 들으니 전파 상태가 나빠서인지 잘 들리지 않지만 계획대로 하이킹을 하랍니다. 그렇게 미사키 마리, 시라미네 아키히코, 야마이 쇼조까지 네가히산 하이킹을 시작했습니다. 야마이 쇼조를 제외한 나머지는 초보자들이라 겨우 올라가서 가쿠가 그린 지도의 7부 능선 정도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원래 정상에서 먹을 예정이던 점심시간이 되어 있었습니다. 쇼조가 우거진 수풀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했고, 산길 한가운데 자리 잡은 바위처럼 큰 돌을 보고 가쓰야는 불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신나게 그 길로 갔고, 그 길 끝에 있던 넓적한 바위에서 계란처럼 예쁜 돌 3개를 발견합니다. 역시나 꺼림직해서 돌을 쇼조에게 양보했으나, 이제까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던 쇼조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한쪽 눈만이 이상할 정도로 검습니다.




<죽은 자의 녹취록>을 읽으며 '페이크 다큐멘터리'가 떠올랐습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려 허구의 상황을 실제 상황처럼 가공한 영화인데, 그것을 모르고 보게 되면 르포르타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죽은 자의 녹취록>도 분명 호러 소설인데, 다 알고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술자가 호러 소설가로 '소설 스바루'에 2013년 3월 호부터 2016년 1월 호에 비정기 연재했던 6편의 단편 괴담들을 정리한 것이라고 시작에 밝힙니다. 그리고 서술자도 호러 소설가의 고충과 어떻게 소재를 얻는지에 대해 담담히 적으면서 지인의 경험담이나 지인이 들은 이야기를 듣고 단편을 구상한답니다. 작품 수록 순서를 검토하며 작가와 편집자가 모여 의논을 하는데, 서술자(나)의 편집자 도키토 미나미는 나에게 연재 의뢰를 하면서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이 에피소드를 여섯 편의 작품 앞뒤나 사이사이에 넣어 '서장, 막간, 종장'으로 선보이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책은 구성됩니다. 각각 단편에서의 괴이함이 끝이 아니라, 담당 편집자 도키토가 겪는 괴이함이 가미되어 책을 더욱 사실처럼 만들어줍니다. 그러면서 작가 '나'가 쓴 6편의 단편 괴담의 공통점은 독자가 자연스럽게 알아차릴 수준이라고 적었는데, 그 수준이 안되는 독자인 나는 글을 읽으면서 그제야 알았습니다. '위 문장으로 이 책은 끝났어야 했다.'란 말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보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독자를 호러에 빠지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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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처 : 벨몬트 아카데미의 연쇄 살인
서맨사 다우닝 지음, 신선해 옮김 / 황금시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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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작품 "마이 러블리 와이프"가 영미권 미스터리 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최고 권위의 상인 에드거 상 최우수 신인상 최종 후보에 올라 단번에 주목받는 작가로 떠오른 저자는 현재까지 네 권의 스릴러를 출간해 매번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럼, 2021년 출간 이후 USA 투데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11개국에서 출간된 저자의 세 번째 장편소설 <티처 : 벨몬트 아카데미의 연쇄 살인>을 보겠습니다.



테디 크러처가 근무하는 벨몬트 아카데미는 아이비리그가 목표인 부모들이 보내는 사립 고등학교입니다. 전 과목 A를 받는 우등생 잭 워드의 부모가 잭의 중간 과제 성적으로 테디에게 상담을 요청합니다. 테디는 잭이 에세이는 아주 좋았으나 인성이 나쁘다는 생각에 B+을 주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학부모가 내는 학비에 잭의 급료가 포함되는 사실을 잘 아는 테디는 잭의 부모가 제시한 보충 과제를 하는 조건을 고려해 보겠다고 말합니다. 아내 엘리슨과 별거 중인 테디는 혼자 집에 있을 때 소셜미디어에서 17살 소녀로 위장해 시간을 보냅니다. 테디는 제자들이 뭘 하고 다니는지 감시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지하 실험실에서 교사 휴게실에 있는 커피 캡슐을 슬쩍해 주사기 구멍으로 바륨, 수면제, 비처방 의약품을 빻아 주입해서 다시 갖다 놓습니다. 감기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 감기 약을 먹였고, 수면 부족인 사람은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예민한 사람은 순해지게 만들었습니다. 선행을 베풀고 있다는 생각하는 테디는 '올해의 교사'상을 받았지만 벨몬트 학교 출신으로 교사가 된 소니아 벤저민을 싫어합니다.

로드아일랜드에서 살던 잭의 가족은 아버지가 승진하면서 벨몬트로 이사했습니다. 전학 온 첫날 무시하고, 괴롭히던 패거리로부터 잭을 구해준 코트니 로스와 그날부터 절친이 되었습니다. 학부모회 격인 협의회 의장을 맡은 코트니의 엄마 잉그리드는 코트니를 무조건 예일에 보내기 위해 무엇을 하는지 수시로 체크하고, 문자를 보내며 딸을 압박합니다.

수학교사 프랭크 맥스웰에게 협의의 의장 잉그리드가 접근해 술을 계속 먹였고 프랭크는 만취해 정신을 차려보니 혼자 호텔 방에 있습니다. 일주일 뒤 잉그리드가 다시 전화해 대화를 하자고 했고, 그녀는 딸의 수학 점수를 올려달라며 그녀가 찍은 셀카 사진을 보여줍니다. 그녀의 얼굴은 머리칼에 가려 알아볼 수 없었으나 프랭크의 얼굴은 선명했고, 두 사람이 침대에 있는데 둘 다 허리 위로 알몸입니다. 협박은 제대로 먹혔고, 신자인 프랭크는 그날 이후로 아내와 아들에게 죄책감을 가집니다.

소니아의 근속 10주년 기념식에 소니아를 목표로 한 테디의 계획이 어그러져 잉그리드가 쓰러졌고 병원에 갔으나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딸 코트니가 모친 살해 혐의로 연행되어 구치소에 갇힙니다. 엉뚱한 사람이 죽은 테디는 무엇을 할지, 테디의 예전 제자 팰런 나이트가 죽은 소니아의 후임으로 들어오며 어떤 일을 할지, <티처 : 벨몬트 아카데미의 연쇄 살인>에서 확인하세요.




아이비리그가 목표인 벨몬트 아카데미의 부모들은 학교와 자녀들을 압박하고, 실적을 내기 위한 교사도, 성적을 잘 맞기 위해 자녀들도 학교생활이 편안하지 않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TV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나라도 아이비리그와 비슷한 명문대가 있고,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 유치원 아니 태어날 때부터 조기교육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들만의 세상에선 초등학생이 고등학생 과정을 배우는 것이 당연하고, 새벽까지 공부해야 하며, 주말엔 예체능과 토론, 글쓰기 등을 배우고, 봉사활동도 합니다. 소위 치맛바람 부모가 한국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미국에도 몰랐을 뿐이지 있습니다. 자녀의 시험도 아닌 과제 성적에도 부모의 기준보다 낮게 나오면 선생을 찾아가서 얘기하고, 부모가 그려놓은 길과 자녀가 조금이라도 엇나가려고 하면 통제를 합니다. <티처 : 벨몬트 아카데미의 연쇄 살인>에는 이런 극성 부모와 학생들을 바른길로 이끌겠다는 신념에 사로잡힌 교사가 등장합니다. '다 너희를 위한 일이야'란 말을 학생과 자녀 앞에 하는 교사와 부모들이, 진정 학생과 자녀를 위한 일을 하는 것인지, 위한답시고 자신의 욕심과 욕망을 채운 건 아닌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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