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과 창조 - 서울대 김세직 교수의 새로운 한국 경제학 강의
김세직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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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다. 대학에서의 전공이었고, 아직까지도 공부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다. 석사 때는 논문을 쓰기 위해 계량적으로 분석을 잘 하는 것이 제일 멋진 일이고, 경제학을 잘 하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를 이해하고 '무언가를 제안'할 수 있는 것이 더 멋져 보였다. 그게 더 경제를 공부한 전문가처럼 보이게 하는 것 같다(그런 면에서 나는 전문가와는 한~~참 동 떨어져 있다). 나는 주로 데이터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돌려 수치를 뽑아낸다. 물론 중요한 일이다. 무언가를 주장할 때 아무것도 없이 짐작을 사실처럼 말하는 것처럼 위험한 것도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예전에 이게 제일 멋있어 보인다는 착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그 착각이 대단히 잘못된 것인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이 책은 경제성장에 관한 책이다. 단기 성장보다는 장기 성장과 관련된 경제학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으면서 경제학 관련 보다는 다른 책들을 더 많이 읽는 나이지만, 최근에 읽은 경제관련 서적 중에서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인것 같다(이 전에 읽은 경제학 관련 책이 무엇인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말이다). 예전(아주 오랜전인것 같다)에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라는 책이 생각났다. 경제사의 흐름에서, 유명하면서도 경제학에 큰 이론들을 세운 경제학자와 그들의 이론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부크홀츠의 책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아담스미스, 맬서스, 리카르도 등의 경제학자와 경제 이론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조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경제학원론을 공부하다 보면, '성장과 분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분배'보다는 '성장'에 관심을 더 갖고 있다. 파이가 커질수록 나눌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미 가진게 많아서는 아니고, 갖고 싶은 것이 더 많아서 인것 같다. 이 책도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었다. 성장에 관한 솔로우, 루카스 모형 등이 등장하고, 특히 내생적 성장이론에서 인적자본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경제학, 이론.... 뭐 이런 단어들 때문에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쉽게 잘 설명이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신문에 사설로 실렸던 김세직 교수님의 글을 보고 이 책을 보게 된 것이다.


  교수님은 5년마다 1%p씩 하락하는 장기 성장률 하락의 법칙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장기 성장률이 0%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고,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는 모방 경제로 인해 고도의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성장 단계가 어느 정도에 다다르면 모방 경제로 인한 성장에는 한계가 있고, 그것이 5년 1%p 하락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래서 창조적 인재들을 키워 인적자본의 효율성을 증가시켜 이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처음에 말한 '제안'이란 이런 것이다. 경제학에서 실증분석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모형을 세우고, 데이터를 이용해 모형을 검증한다. 모형 분석은 결국 모수의 추정인데, 이 부분은 대부분 간단하게 프로그램으로 진행할 수 있다(물론 데이터 작업 과정이 간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말하고 싶은 것은 모수의 추정보다 모수가 경제에서 무엇을 설명하는가, 이다. 내용 중에서도 '무엇'과 '어떻게'가 등장하는데, '창조'는 '무엇'에 가까울 것 같다. 교수님도 유학생활에서 이야기 하셨듯이, 논문 자격 심사까지 한국 학생들이 앞설 수 있는 까닭이 '무엇'보다는 '어떻게'가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데이터를 정리하고 프로그램으로 모형을 추정하는 것이 강점일 수 있지만, 무엇을 모형화 할 것인지가 어려운 일일 것이다(왜 이렇게 공감이 갔을까ㅜㅜ).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것은 아니라서 교수님 강의를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교수님 강의를 직접 들은 동료와 최근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교수님은 꽤 오래전부터 책의 내용을 강의에서 해 오셨다고 한다(물론 책에서도 알 수 있다). 난 항상 이렇게 늦다. 파이가 커지길 원하는 사람으로서, 이미 성장률이 꽤 낮은 수준으로 내려온 최근에서야 이 책을 만나서 조금은 아쉽다. 그동안 모방에 그쳐있었던 것도 반성을 한다. 무엇을 어떻게 막 바꿔야 겠다는 생각이 막 쏟아져 나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제는 '어떻게' 보다는 '무엇'에 더 초점을 맞추지 않을까, 그렇게 조금씩 바꾸게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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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 - 알고 보면 가깝고, 가까울수록 즐거운 그림 속 철학 이야기
이진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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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은 왠지 어려워 보인다. 미술도 많이 친근해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그렇게 대중적인 영역은 아닌 것 같다. 아마도 접근성의 문제인것 같다. 술자리에서 그렇게나 철학적인 사람들일지라도 철학에 잘 접근하긴 쉽지 않다. 술이 깨고나면 아마도 접근은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금 철학에 빠져 지낼 시간조차 없는, 철학이 배제된 현실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철학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이 접근에의 시도조차 원천봉쇄 해 버리는 탓일게다. 내 경우가 그렇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음악의 경우 노래를 잘 하고 못 하고와는 상관없이 노래방에 가서 쉽게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음악을 틀어 놓고 일을 할 수도 있다. 미술은 다르다. 아무래도 접근성 측면에서 음악보다 쉽지 않고,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은 특별한 재능이다. 잘 못 하는 노래는 가끔 할 수 있지만, 잘 못 그리는 그림을 구태여 가끔 그리지는 않는다.


  이 책은 그런 철학과 미술이 만났다. 스티븐 잡스의 'connecting the dots'가 생각났다. '좋아하며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책은 올 해(2021년) 읽은 책들 중에서 손에 꼽히도록 재밌게 읽은 책이다. 아이디어가 좋았고, 책의 구성도 좋았다. 무엇보다 내용이 재밌다. 어려운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저자가 쉽게 풀어준다. 글에서 간간히 뿜어져 나오는 유머스러움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정치철학을 전공한 저자가 13개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대부분 전공자이면 전공영역이 있을 법한데, 서양과 동양 철학 등 다양한 철학적 담론들을 들려준다. 4장 5장의 이야기는 특히 지금 읽고 있는 <좁은 회랑>에도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재밌게 읽었다. 홉스, 로크, 루소의 철학을 비교해 주는 부분이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좋았다. 설명되는 예들을 보면서, '아, 이렇게도 설명이 가능한 것이었다면, 고등학교 윤리 시간이 졸리지만은 않았을 것' 같았다. 또 이야기의 시작인 1장엔 '천지창조' 그림이 등장한다. 손가락이 닿을듯 말듯한 부분을 캡쳐한 부분에서 나온 퀴즈는 나 역시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다(직접 읽어 보며 풀어 보시길). 오래되었지만, 바티칸 성당에서 직접 보기도 했었던 그림이었는데...  어떤 편견같은 것이 사고에 서려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들은 이렇게 어떤 그림에 대한 저자의 철학적 이야기들로 진행된다. 그 이야기들은 우리가 이름은 들어 보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철학자들의 사상들이다. 니체, 공자, 베버, 로크, 루소 등의 철학자들은 물론, '다원주의'나 '정의'와 같은 이론이나 관념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들려준다. 4장과 5장, 8장과 9장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하나의 흐름은 읽혀지지 않는다. 그 점이 다소 정리가 덜된 개개의 이야기들을 모아둔 느낌을 줄 때가 있었다. 기고되던 글들을 모아둔 느낌이랄까. 생각해보면, 그동안 읽어 본 미술 관련 서적들이 대부분은 시대의 흐름을 기반으로 서술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리즈인 양정무 교수님의 책도 그렇고 말이다. 그렇다고 흐름의 무일관성이 독서에 크게 마이너스도 아니었다. 어떤 큰 주제에 하나의 흐름이 느껴지는 책을 좋아하는 나의 습관의 문제일 뿐이다.


  마지막 11, 12, 13장은 앞 선 챕터들과 느낌이 좀 달랐다. 진행 방식이나 전체적인 흐름에서 좀 벗어난 느낌을 준다. 그게 좋고 나쁨의 문제는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내게는 좋았던 부분이다. 11장은 챕터들 중 가장 긴 부분으로, 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태어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문제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았다. 12장은 미술과 철학보다는 미술작품을 보면서 사회 현상에 대한 문제들에 대한 저자의 의견을 들려주었다. 전적으로 공감하며 읽었다. 마지막 13장은 아이들에 대한 느낌이 많이 전해져 오는 챕터였다. 아이들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많이 부끄러웠고, 아이들에 대해서, 보육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되는 챕터 였다. 미술과 철학을 떠나서 개인적인 부분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갖게 했다는 점에서 앞선 챕터들과 다르게 다가왔었다.


  책이 늘어나면서 한정된 책장의 공간은 부족해진다. 가끔 너무 어지러운 책장을 보면서 책들을 정리할 때가 있다. 독서 후에는 책장을 정리할 때, '여전히 내 책장에 남아 있을 책인가'로 책장에 꽂을 책을 결정한다. 이 책은 다분히 책장에 꽂아둘 것이다. 후에 아이들이 자라서 이 책을 꼭 펼쳐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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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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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농장>은 지금도 있고 미래에도 있을 것이다." 책 뒷 표지에 있는 문구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을 딱 정리한 문장같다. 1945년에 출간된 소설이라고 한다. 지독한 냉전의 시대도 아닌 지금에서도 이 이야기가 이렇게 전율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 무섭다. 기술의 발전과 함게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어 온 듯 하지만, 우리 사회의 이념 대립과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것이 아마도 이 소설이 무섭게 다가온 이유일 것이다.


  세상이 더 각박해지고 무섭게 변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사회의 제도와 구조 등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는 변화하기 힘들다. 예전에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무어라도 되는 듯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곤 했다. 이놈이든 저놈이든 그 나물에 그 밥처럼 보였다. 이쪽도 저쪽도 아니고 중립적인 모습과 견해를 가졌다는 표현을 다르게 이야기 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무지한 것이었던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변화를 바라고, 그러한 움직임에 동참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나폴레옹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회의 무관심이 나폴레옹을 만들고, 애써 이룬 변화를 제자리로 돌리게 하는 것이다.


  <동물농장>을 모르고 있진 않았다. 그만큼 유명한 책이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제대로 읽었던 기억도 없었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읽는 중이었고, <동물농장>은 다섯 번째 책이었다. 앞서 읽었던 4권의 책들은 현재 책장에 남아 있지 않다. 세계문학이라고, 고전이라고 다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것들이 모두 재밌는 것은 아닐 것이다. <동물농장>은 얇지만 무게감이 있었고, 금방 읽었지만 오래 기억될, 내가 좋아하는 세계문학이자 고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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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 :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띵 시리즈 10
배순탁 지음 / 세미콜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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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은 제목을 보고 책을 고르는 편이다. 제목이 책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편이긴 하다. 그래도 선택에 확신을 갖기 위해 작가도 보고, 목차도 본다. 가끔은 출판사가 책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이 책은 전적으로 작가의 이름이 책을 선택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음악을 좋아한다. 혼자 있는 경우엔 거의 항상 음악을 틀어 놓는 편이다. 출근을 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도 음악을 트는 것이다. 팝을 가장 많이 듣는 편이긴 하지만, 가끔은 가요를 듣기도 하고, 쇼미더머니 시즌엔 힙합 위주로 듣기도 한다. 최근엔 남무성님의 신간을 읽으면서 재즈를 듣고 있다. 집에서 아이들과 있는 경우엔 주로 동요를 듣긴 하지만, 그마저도 간헐적이다. 혼자 출퇴근하거나 운전 시간이 길때면 라디오만 듣는다. 운 좋게도 오후 6시 이후에 혼자 운전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무조건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청취한다. 무조건이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을때면 작가의 이름을 한번씩은 듣게 되었다. 배순탁. 그 프로그램의 작가 이름이고 이 책의 저자다. 임진모님과 함께 배철수 형님(<배철수의 음악캠프>의 모든 남성 청취자들의 나이와는 상관없이 배철수님은 형님이다)에게 항상 꾸사리(?)를 먹는 1인이 배순탁 작가다. 들을 때마다 배철수 형님의 멘트에 배순탁 작가의 이름이 한 번은 등장한다. 오늘은 안 나오나 싶으면 엔딩멘트(프로그램 참여자 소개 때)로라도 언급이 되니, 내 말이 맞긴 할 거다. 그래서 알게 된 이름이지만 어느 순간 TV에서도 간간히 모습이 나오는 걸 보면 유명하긴 한 것 같다(난 TV를 잘 보지 않아서 어떤 프로에 등장했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어쨌든 그 낯익은 이름만으로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건 아마도 <배철수의 음악캠프> 영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 라디오 프로그램의 작가가 배순탁님 혼자는 아니다. 그리고 디제이의 모든 멘트가 다 작가의 대본으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선곡되는 노래들이 내 취향 저격인 것도 아니다. 특별히 선호하는 장르도 있고, 좋아하는 음악들도 많지만, 앞서 말했듯이 난 그냥 모든 음악들을 좋아한다. 그럼에도 난 그 라디오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그건 아마도 배순탁 작가가 이 책에서 말했듯이, 디제이가 큰 몫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한 디제이의 역할에 대해서 100% 배순탁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


  뭐 음악과 라디오. 책 선택에 큰 영향을 줬으니 라디오 이야기는 이 정도로만. 이 책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다. 그것도 평양냉면. 먹어본 기억은 있다. 책에도 나오는 봉피양으로 기억된다. 갈비를 먹고난 후 후식으로 먹었던 기억이 난다. 나도 면 음식을 좋아한다. 라면, 냉면, 쌀국수, 국수 등. 뜨거운 국물에 말려 나오는 면 음식을 기본적으로 참 좋아한다. 국밥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걸 보면, 기본적으로 국물이 있는 음식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봉피양에서 먹었던 냉면은 달랐다. 나중에야 냉면이 다 같은 냉면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같은 음식이라도 지역색이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평양냉면도 그런 지역색인줄 알았다. 이렇게 다른 냉면들과 결이 다를 줄이야. 책을 읽은 후에야, 내가 간 봉피양(봉피양은 지방에도 있다)이 책에 등장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체인점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레시피를 사용하기에 셰프에 따른 편차가 크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냥 나에게 평양냉면은 맞지 않은 면요리일 뿐이었다. 그렇게 처음 이후 평양냉면을 만난 기억은 없다. 아니 그 후에 만날 기회가 있었어도 아마 선택을 하지 않았던것 같다.


  가을쯤에 <멜로가 체질>이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앞서 말했듯이 난 TV를 잘 보지 않는다. 좀 지난 드라마였지만, 어느 짤방이 너무 인상깊어서 찾아 보게된 드라마였다. 드라마는 너무 재미있었다. 그 드라마에도 평양냉면이 중요한 에피소드로 등장한다. 이 책의 부제와도 맞는 장면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드라마가 생각났고, 드라마에 이어 이 책의 부제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오로지 작가의 이름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한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이 책의 제목과 부제도 크게 한 몫을 한 것이었다. 나에게 그때의 미각이 떠오르게 했으며, 다시금 평양냉면을 선택해 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이라 그랬던 거야. 다시 도전해보면 너도 괜찮아질거야. 니가 평양냉면을 제외한 모든 면요리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제외된 음식이 없이 모든 면요리를 좋아하는 것이 될거야.' 이렇게 이야기를 거는 듯한 느낌이랄까.


  책은 재밌다. 평양냉면만 등장하지 않고, 냉면과 관련되는 음악들, 사회 이야기들을 저자가 맛깔나게 적어놓고 있다. 약간은 시니컬해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이든 다른 생각이든 간에, 저자가 소신있게 표현하는 것들이 마음에 들었다. 난 나와 맞지 않는 생각들이라도 두루뭉술한 주장보다는 확실한 표현들이 좋다. 자신의 호불호가 모든 사람들과 맞을 수는 없다. 두루뭉술하게 모두에게 맞추기 보다는 다소 이견들이 있더라도 자신의 호불호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사람들과 그 생각들을 좋아하고 존중한다. 평양냉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음식일 것이다. 그런 음식에 대해 소신을 갖고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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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 × 생각의 힘 EBS 지식채널e 시리즈
지식채널ⓔ 제작팀 지음 / EBS BOOKS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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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에 관한 책인줄 알았다. 그래서 구입을 했던 것 같다. TV를 잘 보지 않는다. 잘 보지 않는 TV를 켜 놓고선 EBS를 보는 일이란, 그다기 흔치 않는 경우다. 지금도 방송이 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이 책을 보니 여전히 방송 중인 것 같다), 예전에 채널을 돌리다 가끔 EBS에서 하는 지식채널을 본 기억이 있다. 아주 짧은 다큐 형식의, 그렇지만 무겁지 않고, 광고 느낌으로 신선함을 주었던 느낌을 갖고 있다. 그 방송과 관련이 있는 잭인 줄은 읽은 다음에야 떠올렸다. 여튼 제목과 첫 챕터만 보고선 독서를 통해 생각의 힘을 기르는 것에 대한 책인 줄 알았다.


  가장 먼저 제목에 끌렸다. 그리곤 목차를 봤는데, 시작이 '나는 읽어야 산다'였다.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뭐, 나 스스로가 그 정도로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낯 부끄러운 말이겠지만, 그 말은 나의 바람을 담고 있기도 했다. 읽는 걸 좋아하고, 남는 시간엔 그저 읽기만 하고픈 요즘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이책은 나의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읽기, 쓰기, 사유, 질문으로 구성된 책은 4개의 과정을 거쳐 생각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이야기하고 있다. 모두가 이어져 있지만, 각각 따로 떼어 '생각'으로 귀결시킬 수도 있다. 즉, 읽은 후에 쓰고, 생각한 다음 질문으로 생각에 이르러도 되지만, 읽기와 생각, 쓰면서 생각, 사유는 곧 생각, 질문으로 이어지는 생각처럼 각각 떼어 놓아도 된다는 것이다.


  각 챕터는 EBS 방송분으로 시작되는 듯 하다. 하나의 주제로 방송이 이어진 것은 아닌것 같다(방송분 날짜를 보면, 시간 순은 아니다). 방송분에 제작팀의 이야기가 더해지는 형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각종 기사나 설문 조사, 유명인들의 말이나 다른 저서들을 참조하여 생각이 갖는 힘을 설명한다. 특히나 요즘처럼 인터넷 시대와 코로나 시대가 글 속에서 반영되어 있어서, 낡지 않은 시선을 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래되었다고 다 낡은 것은 아니겠지만, 뭔가 더 집중이 된다고 해야 하나. 생각의 힘은 미래로 뻗게 마련인가 보다.


  이 책보다 앞서 구입한 <기억하는 인간>도 있다.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같은 시리즈의 책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 책을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그 책 또한 기대가 된다. 역시 시간만 되면 읽기만 하고픈 요즘이다.

한 세대가 공통의 독서 경험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교양과 담론, 정서적 공감이 사라져가고 있다. 다변화된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독서 경험이 다양해져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다양해진 것은 취미와 관계일 뿐, 책 읽기는 뒷전인 게 현실이다. - P31

소설가 김영하는 소설 읽기는 ‘헤맴’이라고 말한다. "내가 경험한 미로와 타인이 경험한 미로는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가 얻는 것은 고유한 헤맴, 유일무이한 감정적 경험이다. 이것은 교환이 불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가치 있다." - P57

"우리는 잘 모르는 것을 가장 굳게 믿는다.
하지만 판단의 주체도 판단의 대상도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더 나을 때가 많다." - P108

"인생은 뒤돌아볼 때 비로소 이해되지만
우리는 앞을 향해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 키에르케고르
- P136

기대한 대로 진행되지 않아도 우리는 앞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저마다의 삶 속에서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매일 그들 앞에 펼쳐질 낯선 풍경….

당신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요?
- P167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Paul Valery의 말이다. 그런데 이 말 앞에는 한 단어가 더 있었다. 바로 ‘용기를 내어’이다. 즉, 생각하는 대로 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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