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모험 - 플라톤에서 피케티까지 상상력을 불어넣는 경제학자들의 도전
니알 키시타이니 지음, 김진원 옮김 / 부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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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경제학 관련 서적은 잘 읽지 않는 것 같다. 읽어보려고 사놓은 책들은 이곳 저곳에서 많이 보이는데, 정작 잘 손이 가지 않는다. 다른 장르의 책들과 다르게 공부라고 여겨지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전공서적들을 많이 혹은 자주 보는 것도 아님에도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경제와 관련된 책을 읽어나가자고 마음 먹었다. 우선 경제에 대한 혹은 경제학에 대한 감을 잃고 싶지 않았고 ,경제학을 전공했음에도 경제학을 너무 모른다는 자괴감 같은 것들이 어느날 갑자기 훅하고 등짝을 후려쳤기 때문이다.


  우선은 가장 먼저 사둔, 그러니까 가장 사둔지 오래 되어 보이는 책을 꺼내 들었다. 아무래도 하루에 조금씩 읽어 나가기에 전공서적은 많이 버거웠고, 오래 사두고 읽지 않은 책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다. 기대가 없어서 그런지 이 책은 재미있었다. 원제가 <A Little History of Economics>이다. 왜 <경제학의 모험>이라고 했는지는 여전히 감이 오지 않지만, 그냥 '경제학의 짧은(간단한) 역사' 정도로 하는 것이 훨씬 좋은 제목이 될 것 같았다. 제목이 살짝 아쉬웠다.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경제학과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경제학 원론'이라는 수업을 듣게 된다. 이준구, 이창용 선생님의 <경제학 원론>이 내가 처음 접한 경제학 책이다. 이 책 때문에 경제학을 선택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그 1학년 때에 이 책에 버금가며, 지금은 거의 대세에 이른 <맨큐의 경제학>이 나왔다. 그냥 한번 주욱 읽어 봤었던 기억이 있는데, 여전히 내게 경제학 원론은 이준구, 이창용 선생님의 책이다. 여튼 내가 갖고(지금은 몇 판이 최신인지 모르기에, 내가 갖고 있는 판은 second edition이다) 있는 <맨큐의 경제학> 맨 뒤에 추천 도서 목록이 있다. 그 중에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라는 추천 도서가 있다. 그 책이 이 책 <경제학의 모험>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사실 추천 도서였기에 읽어보기도 했지만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재밌게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비슷한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읽었다. 지금 다시 부크홀츠의 책을 읽는다면 재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두 책 모두 경제학의 역사에 대해 경제학자와 그들의 이론을 중심으로 서술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 책이 훨씬 최근에 나온 책임을 감안하면 수록되어 있는 경제학들이나 경제 이론들이 더 많다. 비슷한 두께에 다른 내용을 담고 있기에 이 책이 훨씬 간결한 느낌이다. 복잡할 것 같은 경제 이론들을 짧고 간결하게 잘 설명하고 있다. 경제사나 경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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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식 대신 달러를 산다 - 성공률 100% 투자자의 기발한 파이프라인
박성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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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투자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시작한지가 얼마되지 않았기에, 수익률이 좋지는 못하다. 너무 늦게 시작하면 안 되겠기에, 어느 정도의 준비가 출발선인지 모르겠기에, 시험 삼아 적은 투자금으로 하면 소홀해지겠기에, 이 모든 생각들에 맞는 금액으로 무작정 투자에 나섰다. 그래서 투자 공부에 매진은 아니지만, 소홀해지지 않을 정도로 끈기있게 공부를 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환율과 관련된 책을 읽어봐야지 하다가 만난 책이다. 환율보다는 달러 투자에 관한 책으로 나의 목적에 더 부합해 보였다. 달러 투자와 관련된 책들이 많지 않기에, 이 책이 관련 분야에서는 베스트 셀러였던 것 같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느 책들과 비슷하게 자신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투자 관련 서적이다.


  우선 나의 목적에 부합해 보이는 책이었고, 시중에 넘쳐나는 주식 투자 관련 서적들에 비해 희소성이 있는 달러 투자에 관한 책이어서 관심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비교적 간단한 이야기가 너무 길게 쓰여진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긴 글이 아님에도 빠르게 읽히지 않는다. 압축한다면 꽤 적은 페이지로 핵심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자기계발서에서는 가독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서 아쉬움이 느껴진다. 이해는 된다. 얇은 책들은 출판하기도 어렵고, 페이지가 너무 적으면 독자들에게 관심을 끌기도 힘들 것이다.


  그래도 소소하게 저자의 경험에서 나오는 꿀팁 같은 것들은 매우 유용해 보인다. 특히 현물 달러와 전신환 부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었던 부분이다. 이 책의 희소성에서 특별하게 빛나는 그런 꿀팁들이 같은 곳에 투자하는 다른 투자자와의 차별성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아직 그런 디테일이 내게는 부족해 보인다. 결국은 그 부족이 수익률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부족은 공부로 매워야 한다.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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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한 장처럼 -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을 위한 이해인 수녀의 시 편지
이해인 지음, 오리여인 그림 / 샘터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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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인 수녀님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사인회에서의 모습이다. 요즘은 저자 사인이 속 표지에 인쇄되어 나오지만, 예전에는 대형 서점에서 이벤트의 하나로 저자의 사인회가 열리곤 했다. 그곳에서 처음 뵈었다. 수녀님의 글이나 시를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시집을 읽고 좋았기에 사인회도 다녀온 것 같은데, 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래도 사인회에서 만난 수녀님의 모습은 너무 인상적이었다. 보통은 이름을 물어보고, 이름을 넣어 준비해 온 문구를 적고 저자의 사인을 하는데, 수녀님은 본인의 좋은 글귀 중 하나를 적어 주시곤, 너무도 다채롭게 준비하신 꽃 모양의 스티커를 이것 저것 찾아서 꼭 맞게 붙여 주셨다. 그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올 초에 읽었던 박완서 선생님의 책 속에서 수녀님과의 인연을 접했다. 그때 다시 아, 수녀님 책을 다시 읽어 볼까, 했었는데... 이렇게 딱 새 책이 나왔다. 시가 주를 이루는 책이긴 한데, 시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수록되어 있고, 마지막에는 거의 1년치 일기 같은 메모도 있었다. 수녀님의 소소한 일상을 접할 수 있었고, 아픈 몸으로 더 힘든 이들을 생각하며 기도하는 모습에서 나의 생활과 모습을 반성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짜증과 화가 많아지는 모습을 곳곳에서 느낀다. 운전을 하면서 급해지는 성격과 나쁜 생각들이 머리 속에 들 때면 흠칫 놀라곤 한다. 회사에서 별거 아닌 일에 이상스레 화가 치밀고, 아이들의 으레 그러려니 하는 모습들에 언성을 높이곤 한다. 나란 사람은 원래 이런 사람이었던가, 싶은 마음에 변화를 다짐하며 잠에 들지만, 반복되는 일상에서 변화보다는 쉬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곤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조금은 마음이 따듯해졌다. 적어도 읽는 순간만큼은 더 반성하는 모습으로, 내 삶에 위로 받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실제로 그랬다. 조금은 평안해졌고, 여유로워 졌으며, 차분해졌다. 어떤 문구가 그런것도 아니고, 어떤 문장이 그런것도 아니다. 그냥 이 책이 그랬다. 모든 페이지가 그랬다. 신기하고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아마도 사인회에서의 그 모습. 그냥 독자 한 명 한 명에게 진심을 다해 본인을 전달하고자 하는 그 모습. 그 모습이 책 속에 있는 느낌이었다. 진심은 위로와 위안을 준다. 그래서 읽는 내내 감사했다. 오래도록 건강하세요, 수녀님.

오늘을 처음인 듯, 마지막인 듯 살아가는
간절한 마음이 갈수록 더 필요하다

랑의 의무

- 이해인

내가 가장 많이
사랑하는 당신이
가장 많이
나를 아프게 하네요

보이지 않게
서로 어긋나 고통스러운
몸 안의 뼈들처럼
우린 왜 이리
다르게 어긋나는지

그래도
맞추도록
애를 써야죠
당신을 사랑해야죠

나의 그림움은
깨어진 항아리
물을 담을 수 없는
안타까움에
엎디어 웁니다

너무 오래되니
편안해서 어긋나는 사랑
다시 맞추려는 노력은
언제나
아름다움 의무입니다.

내 속마음 몰라주는
당신을 원망하며
미워하다가도
문득 당신이 보고 싶네요 - P172

오늘 이 시간은 앞으로 살아갈 날의 첫날임을 기억하면서, 우리가 헛되이 보낸 오늘 이 시간은 어제 죽어간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임을 기억하면서 ‘내가 아니면 누가? 지금 아니면 언제?’ 하는 솔선수범의 마음으로 우리 함께 최선을 다하기로 해요. - P277

가까운 행복
- 이해인

산 너머 산
바다 건너 바다
마음 뒤의 마음
그리고 가장 완전한
꿈속의 어떤 사람

상상 속에 있는 것은
언제나 멀어서
아름답지

그러나 내가
오늘도 가까이
안아야 할 행복은

바로 앞의 산
바로 앞의 바다
바로 앞의 내 마음
바로 앞의 그 사람

놓치지 말자
보내지 말자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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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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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시를 좋아했었는데, 어느 순간 시가 어려워져 잘 읽지 못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뭐냐는 질문에는 한치의 망설임없이 '소설'이라고 말하곤 했었는데, 어느 순간 소설을 잘 읽지 못하고 있다. 아직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이 소설을 읽으며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소설을 좋아한다. 


  김영하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다는 알림을 받았다. 게다가 장편소설이다. 당장 구매했다. 바쁜 일을 끝내고 읽어야지 하며, 시간이 좀 남을때, 잠깐만 읽어볼까, 했는데... 잠깐은 마지막 책장을 덮을때까지 이어졌다. 오랜만에 이야기속에 빠져들어 읽었다. <살인자의 기억법>도 그랬던것 같고, <퀴즈쇼> 때도 그랬었던 것 같다. 


  처음 시작은 무슨 이야기일까, 했다. 그러다 어? 하는 시점이 나온다. SF? 지금까지 내가 SF 장르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었던가? 히어로물이나 스타워즈 등 좋아하고 재밌게 본 영화(이런 영화들이 SF인지는 모르겠지만)들이 있었지만, 소설을 읽어본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처음 부분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가 생각났다. 치료를 기다리며 냉동된 아이가 있는 집에 입양된 아이 로봇은 사랑을 받으며 지내게 된다. 그러다가 치료된 아이(인간)가 집으로 돌아오자 아이 로봇은 버려진다. 그 아이 로봇의 여정이 그려진 영화였는데, 끝이 어땠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재밌게 본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은 영화와 달리 재밌게 읽었다. 영화와 비슷한 플롯을 갖고 있다. 영화가 잘 기억나지 않아 세세하게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의식'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정말 소설과 같은 시대와 공간에서 인간과 기계를 구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정말 스스로 의식만을 클라우드에 남기는 것이 영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감정을 갖고 스스로 사유할 수 있는 로봇을 기계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다양하게 많아졌다.


  과거에는 미래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은 현실이 되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도 어느 순간 현실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마음에 남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작가의 편집자이자 아내분은 소설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소설을 읽는 부분 부분들에서 울컥 울컥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철이의 마지막 부분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그것이 작가님의 말처럼 행간에 숨겨놓은 그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으로써 갖는 최소한의 인간성 같은 그 무엇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를 덧붙인다면, 영화 <A.I.>가 계속 머리에 남는다는 것인데, 가끔 소설을 읽을때 장면 장면이 머릿속에서 이미지로 그려질 때가 있다. 이 소설도 그랬는데, 자꾸 그 이미지가 <A.I.>와 겹쳐졌다는 것이다.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미지가 내가 상상한 것이 아닌 어딘가로부터 온 한정된 이미지로 굳어진다는 게 아쉬웠다. 철이가 자꾸 영화 속의 귀여운 아이와 겹쳐지는, 그런 한계같은 거 말이다. 상상은 끝없이 펼쳐져야 맛이 나는데, 한정된 이미지는 결국 제한이 걸린다는 의미니까. SF에서 느꼈었야 할 가장 큰 부분에서 제한이 걸린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이다. 

이 우주에 의식을 가진 존재는 정말 정말 드물어요. 비록 기계지만 민이는 의식을 가진 존재로 태어나 감각과 지각을 하면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었어요. 고통도 느꼈지만 희망도 품었죠. 이 우주의 어딘가에서 의식이 있는 존재로 태어난다는 것은 너무나 드물고 귀한 일이고, 그 의식을 가진 존재로 살아가는 것도 극히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의식이 있는 동안 존재는 살아 있을 때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어요. - P151

고통에는 의미가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세상의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는 건 의미가 있어요. 태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의식이 있는 존재들이 이 우주에 태어날 수밖에 없고, 그들은 살아 있는 동안 고통을 피할 수 없어요. 의식과 충분한 지능을 가진 존재라면 이 세상에 넘쳐나는 불필요한 고통들을 줄일 의무가 있어요.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더 높은 지성을 갖추려고 애쓰는 것도 그걸 위해서예요. - P152

인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관념을 만들고 거기 집착합니다. 그래서 인간들은 늘 불행한 것입니다. 그들은 자아라는 것을 가지고 있고, 그 자아는 늘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할 뿐 유일한 실재인 현재는 그냥 흘려보내기 때문입니다. - P160

끝이 오면 너도 나도 그게 끝이라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을 거야. 선이는 옳았다. 훗날 때가 왔을 때, 선이도 나도 일말의 의심 없이 알 수 있었다. 끝이 우리 앞에 와 있고,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 P204

나에게 이 소설의 인물들은 언제나 그런 이미지였다. 혼자이고, 외롭지만 어떻게든 이 고통의 삶을 의미있게 살아갈 이유를 찾는 존재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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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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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다. 클래식에 관심이 있기도 하지만,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하루키'라는 이유 때문이다. 소설 외에 에세이에서 내가 하루키를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었던가. 딱히 생각나는 제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루키의 신작이 나오면 거의 매번 구매를 하게 된다. 왜인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좋아하는 외국 작가가 누구냐고 물어 본다면, 딱히 '하루키'라는 이름을 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신기한 일이다. <노르웨이의 숲>과 <1Q84>를 너무 재미나고 감명 깊게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을 좋아한다. 회사에서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에는 이어폰을 끼고 있다. 음악은 그냥 나오는 대로 듣는다.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이다. 그래서 제목이나 가사 등은 잘 모른다. 그저 많이 들었던 곡이 나올 때는 그 음악만 몸이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음악을 딱 듣고 가수나 그 음악, 혹은 음반과 관련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신기하고 존경스러울 때가 있다. 특히나 클래식 음악에서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어떻게 좋아하고, 얼마나 들었기에 클래식 음악들을 기억하는 것일까. 특히나 같은 음악을 누가 지휘했는지, 피아노나 바리올린, 악기의 특성들을 짚어가며 비교하는 식견까지 갖췄을 때의 그 신기함이란. 범접할 수 없는 신비로움이다. 경탄할 뿐이다.


  하루키가 재즈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애호가라는 것은 어딘가에서 읽어 이미 알고 있었다. 소설이나 에세이 등에서 자주 봐온 음악에 대한 서술들은 아마추어 이상의 전문적인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재즈나 클래식에만 그치는 것도 아니다. Rock이나 다양한 음악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이 접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은 식상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하루키의 재즈에 대한 에세이를 본 적이 있다. 재즈에 막 관심을 갖던 터라(지금 생각해 보면, 관심을 막 갖던 시기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하루키의 이름에 기대여 읽기 시작했는데, 실망을 해었더랬다. 이 책도 그래서 조금은 망설여지기도 했었다.


  그래도 이 책은 나쁘지 않았다. 표현에서 느껴지겠지만, 그렇다고 크게 좋지도 않았다. 우선 위에서 말한 것처럼, 대단하다. 수집만이 아니고, 같은 곡을 비교할 수 있는 그 경지가 대단했다. 같은 곡을 연주한 다른 LP들을 모아서 소개하고 있다. 100개의 음악(마지막 네 챕터는 연주자 혹은 지휘자에 대한 내용이다. 그래도 같은 곡을 나누어서 설명한 부분들도 있으니 얼추 100곡은 넘을 것 같다)을 LP별로 나누어서 짧게 감상을 전하는 형식이다. 개인적인 좋고 싫음을 표현한 것도 좋았다. 


  유튜브로 해당하는 음반들을 찾아 들으며 읽고 싶었는데, 해당 LP들이 대부분 1950~60년대 음반들이라 찾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1970~80년대 음반들을 위주로 검색이 되는 음반 하나씩을 정해 들으며 해당 챕터를 읽어 나갔다. 귀에 익숙한 클래식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그동안 들었던 클래식이 한정되어 있던 탓이리라. 한편으론 개인적인 컬렉션을 방문한 느낌이어서 작가에 대해 뭔가를 알아가는 느낌도 가질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만족은 하는데, 크게 좋지 않았던 부분들은 그럼 무엇이었을까. 시작하는 부분에서 그 답이 있었다. '이른바 '명반'이라는 것에도 거의 관심이 없다. 세상의 평가나 기준이 때로는 (적잖이) 내게 해당하지 않음을 경험으로 알기 떄문이다. 그보다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흥미로운 레코드를 적당한 가격-최대한 저렴한-에 사와서 마음에 안 들면 처분하고, 마음에 들면 남겨두는 방식을 지켜왔다.' 그렇다 나는 이 책을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선택을 했던 것 같다. 밑지진 않고 본전에만 머문 느낌. 재즈에 관한 책처럼, 여전히 아직은 내가 클알못(클래식을 알지 못하는)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소개되는 클래식 음악들을 잘 들으며 책도 잘 읽었는데, 못내 아쉽다. 무엇인지 모를 본전 생각이 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른바 ‘명반’이라는 것에도 거의 관심이 없다. 세상의 평가나 기준이 때로는 (적잖이) 내게 해당하지 않음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흥미로운 레코드를 적당한 가격―최대한 저렴한―에 사와서 마음에 안 들면 처분하고, 마음에 들면 남겨두는 방식을 지켜왔다. 남이 내리는 평가보다 나 자신의 귀를 신뢰한다. 혹은 취향을 우선으로 한다. 좋다 나쁘다, 훌륭하다 아니다에 대한 나의 판단이 때로는 틀릴 수도 있고 부당할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다. 아마 없을 것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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