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 "애프터 인플레, 누가 돈을 벌까?"
오건영 지음 / 페이지2(page2)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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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물가 상승이 심상치 않다. 매달 발표되는 물가상승률이 몇 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기사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많은 나라들에서 들려오고 있다. 오늘 발표된 우리나라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5%를 넘어섰다. 이런 숫자들이 아니더라도 장을 봐본 사람들은 일찍 체감하고 있었다. 물가가 이미 많이 오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른바 고물가의 시대다.


  이 책은 물가와 관련된 책들 중에서 요즘 가장 인기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저자가 워낙 유명한 분이기도 하고, 전작인 <부의 시나리오>는 여전히 베스트셀러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나 역시 <부의 시나리오>를 재밌게 읽었다. 오건영님의 책은 지금 경제 상황이 이러니 어떤 주식을 샀다, 어떤 것에 투자 했다, 뭐 이런 이야기가 없어서 좋았다.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그 선택을 하는 데에는 많은 상황 판단과 그 판단에 이르는 지식들이 필요하다. 그 배경 지식들을 정말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반복해서 너무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다 보니 지루한 느낌마저 들 때가 있었다. 그만큼 설명이 친절하다. 다소 어려운 부분들은 다양하고 쉬운 예시를 통해서 이해를 돕고 있으며, 현실에서 발생한 실제의 데이터들을 이용해 설명력을 높이고 있다. 왠만한 경제학 교과서 보다도 좋은 해설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주 설명 대상이 '인플레이션'이다. <부의 시나리오>에 '인플레이션'을 추가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부의 시나리오>가 성장과 물가라는 두 변수로 4사분면을 만들어 해당하는 시나리오에의 대응을 설명했다. 그 책이 출판될 당시에는 물가가 크게 문제가 되던 시기는 아니었다(오래전 일도 아니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등장하기 전까지 꽤 오랜 시간동안 저물가 상황을 지내오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부의 시나리오>는 저물가에 기반한 고성장과 저성장에 초점이 가 있기도 했었다.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변수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게된 배경일 것이다. 이 책은 <부의 시나리오> 후속편으로 물가 이야기가 보태진 느낌이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 새로운 시대마저 너무 빠르게 흐르고 있는 느낌이다. 변화에 대처하기 보다는 하루 하루 버텨나가기도 벅차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제시하는 방법이 꽤 효과적으로 다가온다. 크게 4가지의 상황에서 각각의 시나리오를 준비해 둔다면 조금은 여유롭게 시대의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의 시나리오>와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는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권할만한 책이다. 선택을 위한 상황의 판단에 이 책들은 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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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픽션 - 과학은 어떻게 추락하는가
스튜어트 리치 지음, 김종명 옮김 / 더난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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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도 <겨울서점>에서 소개된 책이다.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분석을 하고 있다. 그런면에서 이 책에 대한 소개가 끌렸었던 것 같다. 사이언스에서 배제되어야만 할 것 같은 '픽션'이라는 단어와의 조합이 만들어 내는 이질적인 제목도 좋았다. 과학 속에 어떤 모순들이 들어 있을까, 궁금해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 가장 문제시하는 과학의 문제점은 바로 '재현'이다. 재현되지 않는 가설의 검증이 버젓이 사회에 나와 진실인 것처럼 호도되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과학이란 뭔가 넘어설 수 없는 벽 혹은 진리 같은 것이라는 믿음에 금이 가게 만드는 것이 '재현'의 실패이다. 예를 들면, 1+1은 언제나 2여야 과학인 것이다. 누가 어떤 방법으로 연필 하나와 다른 연필 하나를 더했을 때 연필 2개 이외의 숫자가 만들어져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러면 1+1은 2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정말 많은 연구들이 그것도 다양한 분야에서 '재현'되지 않음을 이야기 한다. 그 숫자에 놀랐고, 그 위험성에 놀랐다.


  경제학을 공부하면서(사실 어느 학문을 공부하더라도) 석사 이상의 과정에 들어가게 되면, 좋든 싫든 논문들을 읽어야만 한다. 그리고 논문들을 replication 해보는 경우도 생긴다. 논문에 사용된 자료들을 가지고 똑같이 재현을 해보면서 방법론을 배우게 되고, 내가 분석하고자 하는 가설들에 그 방법론을 사용한다. 요즘은 데이터와 프로그램이 같이 제공되기도 하는데(국내보다는 외국 논문이 더 잘 제공되는 것 같다), 꼭 똑같이 재현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경우에 나는 어떻게 행동을 했었던가. 내가 뭔가 프로그램을 잘못 돌렸던가, 아니면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실수를 했었다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논문들을 읽으면서 이 책에서 말하는 조작과 편향, 부주의, 과장에 대해서 비판적 과정없이 무조건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앞서, 저널에 투고되어 출판까지 된 논문에 대한 신뢰 하에 나의 실수를 먼저 돌아보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과학에의 신뢰는 이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그 신뢰에 조금은 더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해 준 책이다. 아울러 현재 연구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다. 문제점만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는 방안들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진정으로 과학계가 변화되길 바라고 있다. 


  최근에 논문을 작성해야 할 일이 생겼다. 아니,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일을 더이상 미룰수 없게 된 시점에 이르렀다. 시작 전에 이 책을 만난 것은 다행일까. 나는 정말 이 책에서 말하는 문제점들에 하나도 걸리지 않고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까. 겁이 난다. 잘못된 가설 검정이 주는 피해 사례는 정말로 크고 무서웠다. 의학이나 과학쪽이 아닌 사회과학 연구니까, 하는 안일한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하는 일과 작업에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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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제인 마운트 지음, 진영인 옮김 / 아트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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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좋아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소개하는 책이나, 독서와 관련된 이야기에 손이 간다. 이 책 역시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그림체마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목도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이라니, 너무 좋았다. 당장에 펼쳐 읽기 시작했다.


  다만 내용이 그렇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주제별로 분류해서 책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외국 책을 잘 읽지 않아서 그런지 책 소개가 그렇게 재밌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간혹 만나게 되는 읽었던 책들이나 아는 책들이 반가울 뿐, 그 재미 이상의 뭔가는 없었다. 우리나라 작가의 책들이 소개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세종에 있는 국립도서관이 나와서 반갑긴 했으나, 그 도서관이 안전등급에서 하위 점수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새로운 도시에 지어 얼마 되지 않았을 도서관인데, 벌써 안전에 문제가 있다니, 소개된 것에 살짝 부끄러움이 생기기도 했다. 또 각 나라의 아름다운 서점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서점은 한 곳도 없다는 것이 좀 아쉬웠다. 책을 잘 읽지 않는 다는 이야기들은 벌써 몇 년전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는 이야기라 새로울 것도 없다. 책을 읽지 않는데 서점이라니...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예쁜 서점이 소개되었다면, 뿌듯했을 거 같다. 나도 대형서점 외에는 작은 서점들을 본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만나게 되더라도 구매를 하지 않을 상황에 들어가 보기는 왠지 미안해서라도 발길이 잘 닿지 않았다. 그런면에서 아름다운 서점들을 갖고 있는 도시들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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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아이들 - 언어학자의 아동 영어 교육 30문답
조지은.안혜정.최나야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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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에게 어떻게 영어 교육을 시킬 것인가. 부모들이라면 응당 갖고 있을 내면의 질문이 아닐까. 나도 못하는(어떤 걸 잘 한다고 해서 내 아이들에게 그 잘하는 걸 교육하는건 또 다른 문제이다) 영어를 어떻게 잘 하게 할 수 있을까, 나도 못했던 걸 애한테 시키는 것은 맞는 것인가. 내가 못하니까 애라도 잘하게 시키는게 맞는 것일까. 방향이 어떻게 된 질문이든 답은 시키긴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 어떻게가 문제인 것이다.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차원에서 선택을 했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나도 영어를 못하기에 나와 아이가 함께 공부하면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되길 바랬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다. 다 읽고 나서도 왜 책 제목이 이럴까, 싶었다. 제목은 영어라는 단어 외에 책 내용의 그 어떤 것도 의미하지 않는 것 같다. 다만 부제가 이 책의 전부를 말해준다. '언어학자의 아동 영어 교육 30문답'. 그렇다 내가 앞서 갖고 있던 질문이 그 30가지 질문들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어떤 답이 제시되어 있을까.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제시되는 답들이 너무 원론적이어서 놀랬다. 지금까지 전문가들이 매체를 통해서 이야기 해오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은 당위적인 이야기들뿐이고, 현실적인 방법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았다. 먼저 저자는 3인이다. 큰 틀에서 의견이 비슷했기에 한 책의 저자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각각의 질문들에 저자 세명의 의견이 담겨 있는 것도 아니고, 질문에 대해서 각자가 분량을 나눠 서술되어서 그런지 각각의 질문에서 제시하는 방향들이 조금씩 맞지 않는 부분들도 있었다. 


  이 책의 첫 질문이 영어는 일찍 배우는 것이 좋을까, 이다. 첫째가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면서 자연스레 영어 유치원도 알아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아내와 나는 같은 질문을 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뒤에 다른 질문들에 대한 답 중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유치원 다니는 아이의 이야기 나오면서 일찍 영어가 트인 개인사가 고백되어 나온다. 비록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의 유치원과 우리나라의 영어 유치원이 환경이 다르니까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하겠지만, 영어 노출에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이 상황이나 질문들에 대해서 다르게 서술되는 부분들을 보면서 당황했다(어쩌라는 거야, 뭐가 맞는다는 거야, 뭐 이런 느낌). 아무리 정답이 없고 케바케 현상이 많은 교육문제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일관성없는 서술이라니, 세 분 모두 각자의 부분에서 전문가들일텐데, 아쉬웠고 답답했다.


  비싼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현실이 잘못되었고, 투자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라면, 다른 제안을 제시해주어야 할 것이다.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이유 중 하나는 영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아이들에게 노출해주기 위함이 가장 클 것 같다. 부모가 다 이중언어에 문제가 없다면, 책에서처럼 고민을 덜 할 것이고, 우리나라가 영어권 국가였다면, 고민 자체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책은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방향성을 정하는 것은 목적이다. 이 책은 왜 쓰여졌는가. 그 어디에서도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 제목의 모호함에서 그 사실을 알아차렸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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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입니다, 고객님 - 콜센터의 인류학
김관욱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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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 <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에 이어서 두번째로 읽은 인류학 책인것 같다.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 보고서에 익숙하다 보니, 인류학 보고서가 낯설게(신선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긴 하다) 느껴졌다. <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와 관찰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가 적절하지는 않겠지만, 뭐랄까, 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들과 다른 점은 감정적이라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감정을 강요받고는 있는 듯했다. 사회의 한 현상을 분석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는 커다란 측면에서는 다른 책들과 별다른 점은 없었다. 다만 서술에서 느껴지는 뭔지 모를 불편함. 그 불편함이 생각이 많아지게 하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것이 아닌, 감정의 과잉이나 감정의 강요처럼 느껴져서 불편했다.


  콜센터 상담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위치와 인식, 그리고 다른 직업들과 구별되는 노동환경 등에 대해서 분석하고 잘못을 이야기하고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감정노동'이라는 표현으로 인식을 제한한다고 언급되어 있었는데, 그 '감정'이라는 것에 지나치게 매여 있는 듯한 모습이라고 할까. '콜센터 상담사의 직업적 위치를 마치 내가 너보다 나은 위치에서 바라보니 안쓰럽게 느껴지는 구나'라는 입장적 차이가 들게 했다. 이런 느낌은 책의 의도와 모순되는 느낌일텐도 말이다.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인지 생각해 보면, 텍스트에서 느껴지는 그런 불편함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책의 내용이나 구성, 의도 등은 참 좋다. 특히 '공순이에서 비정규직'의 삶으로, 시간은 변했지만, 노동 현실의 변화가 크지 않은 현장의 모습들이나, 왜 그런 노동이나 직업에서 젠더의 차별이 여전히 지속되는지에 대한 부분들은 많은 생각들을 갖게 했고, 더 공부해 보아야 할 부분이었다. 또 콜센터의 발상지인 영국이나 콜센터의 성지인 인도와의 비교 분석은 우리나라에서의 특수적인 상황들이 사회적 혹은 문화적 불변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씁쓸했다. 그만큼 변화하기 쉽지 않은 뿌리 깊은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했다.


  읽는 내내 가졌던 가장 큰 느낌은 '답답함'이었다. 변화되지 않은 모습에, 무언가 꽉 막혀 있는 듯한 모습에, 그 현실 속에 내가 포함되어 있음에 답답했다. 그 답답함이 조금씩은 해소되어야 할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더 답답했다. 시간이 흐르며 사회와 문화는 변하기 마련인데, 변하지 않는 그 모습들에 답답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 답답함은 꽤 오래 지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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