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팝의 고고학 1960 - 탄생과 혁명 한국 팝의 고고학
신현준.최지선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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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을 좋아한다.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에 대한 동경은,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기타를 잘 치고 못 치고를 떠나, 어느 순간 나의 로망이 되었다. 그 동경과 로망으로 음악 듣는 게 좋아진건지, 음악을 좋아해서 그 동경과 로망이 생겨난건지는 모르겠다. 선후 관계가 뭐 중요하겠는가. 그저 음악 듣는 게, 보는 게 좋았고, 여전히 좋아한다.


  언제부터 읽기 시작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죽기 전에 꼭 들어야할 앨범 1001>을 여전히 읽고 있다. 처음에는 책에 소개되는 앨범들을 수집하기로 마음 억었다. 다 모으면 1001장의 앨범을 갖게 되는 것인가. 그런데 소개되는 모든 음반들이 나에게 다 좋은 것은 아니었다. 들어보고 좋은 음반들만 모으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그래서 읽어 나가는 속도가 영 더디다. 지금 1978년 정도의 음반(400번 정도)에 머물러 있으니, 앞으로 몇 달이,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르겠다.


  이 책도 처음에는 <죽기 전에...> 시리즈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어 보니, 비슷한 부분은 연도별로 이어진다는 부분 정도 인 것 같다. 이 책은 다소 뭐랄까, 가벼움? 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글이 읽기에 딱딱하지 않다는 정도의 가벼움이다. TV 다큐멘터리 중에 딱딱하지 않고 가벼우면서 재밌고, 내용도 충만한 다큐멘터리들이 있다. <다큐멘터리 3일>이나 <SBS 스페셜>. 딱 지금 생각나는 프로가 그 정도인데, 그런 느낌으로 재밌게, 이 책이 다큐멘터리로 제작이 되어도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가장 먼저 1960년대 한국 팝을 소개하고 있다. 대부분 1960년 후반의 한국 팝에 대한 이야기로 보면 될 것 같다. '고고학'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시간 순서로 서술이 되어 있다. 한국 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음악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설명한다. 자료들을 구하기가 힘들었을 텐데, 어렵게 구한 자료들로 한국 팝의 탄생을 소개하고 있다.


  읽고 나서의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공감적인 부분이다. 신중현 님을 비롯해서 내가 아는 이름이 종종 보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대가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지라 공감대 형성이 조금은 힘들었다. 그래서 다음 시리즈가 더 기대되는 측면이 있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한 8, 90년대 이야기는 얼마나 더 공감하며 재밌게 읽을 것인가. 기다려지고 기다려진다. 이미 1970년은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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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랜드
천선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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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으로 읽은 SF 소설이다(소설을 최근에 잘 읽지 않았기에 정말로 처음인 건지는 정확하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에는 뭐가 뭔지 머리에 이야기들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사고(思考)의 한계라고나 할까. 영상으로 옮겨지는 소설들이 있다. 소설을 먼저 본 경우에는 소설을 읽으며 그렸던 이미지가 영화 속의 영상을 뛰어 넘을 때가 있었다. 반대의 경우에는 소설들의 이미지가 이미 본 영화의 이미지를 넘어서지 못할 때가 많았다. 이미 본 이미지가 머리에 각인된 느낌이랄까. 어떤 한 이미지로 한정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SF라는 장르에 대한 이미지와 고정된 개념 같은 것들이 머리 속에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 뭐가 뭔지 모르고 헤맬 때는 말이다. 하지만 장르는 이야기를 넘어서지 못했다.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이야기에는 사람이 있었고, 관계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작별'에 대한 이야기다. 10편의 이야기들의 배경이 다르고 이야기들이 조금씩 달랐지만, 마지막 <뿌리가 하늘로 자라는 나무>를 제외하면, 왠지 '이별'의 다른 버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마지막 작가의 말을 보는 순간, 그래도 내가 소설을 잘못 읽은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분명 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아놓고 보니 소설이 다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작가님의 말이 이 소설집을 한 줄로 정리해주는 듯 했다. 다만, '행복과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그게 되지 않은 것 같아서, 그래서 읽고 나면 지치는 책이 될까 봐 두렵다'는 작가님의 걱정은 기우였다고 전해주고 싶다. 지치지 않았다. 작가님의 사인처럼 '외롭고 외롭지 않은 이상한 우리'가 된 듯한 느낌이다.

 

  책의 내용이 아닌 형태에 대해 말을 더하자면, 책이 단단하다. 갈라짐이 없는 튼튼한 책이다.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좋은 책이다. 표지도 마음에 든다. <흰 밤과 푸른 달>에 등장하는 숲이 연상되는 미래적인 그림같다. 앞 서 언급한 미리 그려진 이미지에 부합하는 그림이라고나 할까. 아니다. 표지를 먼저 봤기에, 머리 속에 이런 이미지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좋았다. 그런데, 사람과 늑대(혹은 개일지도) 옆의 긴 줄에는 왜 그렇게 이름을 적고 싶었던 걸까. 


<흰 밤과 푸른 달>

  외계 존재의 침입에 무력한 인간. 인간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을 개조하고 외계 존재를 물리친다. 강력해진 유전자 조작 인간은 원래의 인간에게 이로운 존재로 남을까 위협하는 존재로 변할까. 두려움은 그들을 외계 생명체의 극복을 위해 우주로 내보내게 된다. 두 여성이 있다. 그들의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다. 미래의 세계에도, SF의 세계에도 관계는 여전히 미숙하고, 헤어짐도 익숙치 않다. 


<바키타>

  미래 지구의 이야기. 제2의 지구를 찾아 떠난 대원이 지구에 들른다. 목적지는 지구가 아니었지만, 자신의 고향 행성에 돌아와 숲속 지구인들과 문명 지구인을 만난다. 끝끝내 '바키타'가 머리에 그려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지구를 황폐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 담담하게 그려진 소설 같았다.


<푸른 점>

  책의 제목인 <노랜드>에 어울리는 소설이다. 지구는 우주의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보면 한 개의 푸른 점일 것이다. 멸망해버린 지구를 떠나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나선 우주선. 그 우주선 함장의 이야기이다.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 지구와의 마지막 인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지구는 이미 4년전에 멸망했다. 더이상 땅이 없는 것이다. 노랜드. 만화 <원피스>의 하늘섬 시즌을 보면 스카이피아의 존재를 알기 전에 자신의 믿음을 믿고 그 땅을 기다려온 이의 이름도 '노랜드' 였었던 것 같다. 왠지 이 이야기를 읽으며 그 장면이 떠올랐다.


<옥수수밭과 형>

  이 책을 구입하게 된 소설이 <옥수수밭과 형> 때문이었다. 죽은 형이 살아 있다. 그 간절한 바램이 내가 이 책을 구입한 이유였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천재 소년과 그 형의 이야기다. 백혈병에 걸린 형이 죽은 슬픔을 형과의 추억이 서린 옥수수밭에서 달래보려 했는데, 옥수수밭에서 다시 형을 만난다. 중간 중간 감정의 나래이션이 너무 아프게도 마음에 닿았다. 공유된 기억을 가졌다면 똑같은 인물일 것일까. 슬픔과 아픔은 기억과 추억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공유된 기억을 가진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위로와 위안은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제, 재>

  '해리성 인격 장애가 있는 천재 아이'의 이야기. 하나의 신체에 두 개의 인격이 존재한다. 재와 제. 재는 천재이지만, 제는 평범하다. 재는 자신의 천재성으로 해리성 인격 장애를 치료하고자 한다. 치료라는 것은 결국 제가 사라져야만 하는 것이다. 인격체가 사라지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치료라는 목적으로 살인이 가능한 것인가. 하나의 육체에서 살려야만 하는 인격체는 누구인가. 그 선택은 올바른 것인가. 그런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이름 없는 몸>

  시작은 여느 소설 같았다. 왜 이렇게 결이 다른 거지, 하는 순간 부터 다르지 않았다. 이 소설집에서 가장 긴 소설이었다. 어쩌면 제목에서 이 소설의 결을 짐작해야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세계에서도, 특히나 SF 소설에서도 비루하고 비참한 현실은 녹아 있었어야 하는 것인지. 긴 소설이었지만, 길게 느껴지지 않았던, SF가 아닌 너무나도 슬픈 현실의 이야기 같아서 아프게 읽은 소설이었다.


<-에게>

  제목에는 '이름'이 들어가야 할 곳이 비어있다. 앞의 이야기와 연결이 되는 것일까, 하는 마음으로 이어 읽었으나 그렇지는 않았다. 누군가를 추모하기 위한 소설이었던 것일까. 짧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나는 잊지 말아야 할 누군가의 이름을 이미 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주를 날아가는 새>

  역시 '이별'을 다루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소설들 중에서 가장 행복한 결말이 아니었나 싶다. 지구의 종말을 앞두고 지구를 떠나는 사람들. 그 안에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떻게 이어지나 했는데, 다행히 안심이 되는 결말이다. 슬프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이별이 아니어서 따듯했다.


<두 세계>

  쌍둥이다. 일반인들은 쌍둥이에게 뭔가 특별함이 있을 거라는 상상을 으레 하는 듯 하다. 다름은 없다. 또한 많은 부분들에서 같을 거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같음도 없다. 이 이야기는 그 다름을 인공지능으로 풀어내고 있다. 정말 한편의 영화처럼, 이 소설집에서 가장 SF적이게 읽은 소설인듯 하다. 물론 너무 내가 영화적으로만 SF를 고려하는 SF 초보이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뿌리가 하늘로 자라는 나무>

  지구에 살았던 외계 생명체와의 전투가 끝이 났다. 나는 함께 싸웠던 벤의 죽음을 다시 돌아보기 위해 남았다가 사고를 당한다. 유일하게 남아 있던 외계 생명체와의 만남 이후 나는 구조된다. 바이러스가 등장하고, 외계 생명체와의 전쟁이 등장한다. SF적인 요소들은 그저 소재일 뿐이다. 꼭 SF가 아니어도, 이 이야기는 현실과 닿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삶과 죽음, 관계와 외로움 등 소설의 배경을 SF가 아닌 현실로 고대로 옮긴다 해도, 이 이야기의 현실성은 살아있을 것이다.

왠지 형은 태어날 때부터 형일 것 같았다. - P113

아픈 건 형인데 미안함을 느끼는 쪽도 형이었다. - P114

나의 직감이랄지 촉이랄지 하여튼 내 안에 불행을 감지하는 무언가가 알아차린 것이다. 형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갈색으로 변해 떨어지는 옥수수잎처럼 검게 말라가는 형을 보며 언젠가 우리가 떨어질 것임을 일찌감치 알아차린 거였다. - P115

형이 죽었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숨 쉬지 않는 형 옆에 누워 아직 따뜻한 몸을 끌어안았다. 아빠가 나를 떼어놓고 안아줄 때까지 나는 그렇게 죽은 형 옆에 누워 잠을 잤고, 형과 옥수수밭에 누워 책 읽는 꿈을 꿨다. 행복해서 꿈에서 깨고 싶지 않았다. - P118

나는 형이 그리웠다. 떠난 지 고작 하루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벌써 1년 같았고 그리움은 억겁처럼 느껴졌다. 아무리 기다려도 형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건 잊지 못하는 것과는 다른 거였다. - P120

운다고 형이 돌아오는 건 아니다. 울면 울수록 더욱 사무칠 뿐이다. 울고 싶지 않은데 왜 눈물은 참을수록 더 많이 흘러내리는 걸까? 입술을 깨물어 새어 나오려는 울음소리를 삼키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옥수수밭 어디를 가도 형이 나를 반기지 않는다는 것일 슬퍼 그렇게 하염없이 울었다. 이 드넓은 옥수수밭에 나 혼자라는 문장을 떠올렸을 때는 기어이 목놓아 울었다. 세상 어느 누구도 나를 달래줄 수 없을 터였다. 형이 아니라면 불가능했다. 형이 아니라면. - P121

저런 세상이 있다고 믿어야만 이 세상을 덜 원망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드라마를 특히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 세상이 가짜인 걸 알면서도 그런 세상이 어딘가 있을 거야, 하고 믿어야만 버틸 수 있어서. - P179

왜 하필 이곳에서 태어났는지. 그걸 알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왜 이곳인지, 왜 하필 여기인지, 왜 하필 나인지. 그것이 태어나는 존재들에게 가장 처음 내려지는 수수께끼다. 평생 답을 찾아 헤매지만 아무도 알지 못하고 죽겠지.
누구는 그런데도 편안하게 죽겠지만 누구는 죽는 순간까지도 수수께끼의 출제자를 원망하겠지. - P199

언니는 과거에서 도망친 사람이었고, 나는 현재에서 도망쳤다.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달랐다. 과거에서 도망친 언니는 현재에서 나아갈 수 있었지만 현재에서 도망친 나는 떠돌았다. 나는 정착하지 못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몰랐다. 언니의 슬픔은 과거에서 온점을 찍었지만 내 슬픔은 온점을 찍지 못한 미완성 문장이었으므로 나는 여전히 도망치는 중이었다. - P206

자신도 잘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효원에게 해준 것은 아마도 효종 스님이 너를 각별하고 예쁘게 여기는 것에는 슬픈 운명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기 위함이었을 거고, 누군가의 한없는 다정함과 친절함은 가라앉은 슬픔 위에 떠 있는 돛배와 같아서 그 안에 타 있는 이가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침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를 주려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묵직한 슬픔은 파도를 만들지 못하는 잔잔하고 깊은 저수지 같았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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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혼자서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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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아니다, 거의 매번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어느 사람이 좋아질 때가 그렇고, 어떤 작가가 훅 들어올 때가 그렇다. 그런 경우는 작가의 이름에만 의지해서 책을 선택하게 된다. 간혹 선택을 후회할 때도 있지만, 신간이 나오면 생각보다 먼저 선택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좋아하는 작가를 놓아버리기는 만나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신간 소식을 알림 설정해두면 요즘은 알아서 신간 소식을 알려준다. 이 책도 그렇게 만났다. 꼭 김훈 선생님의 소설이 아니었더라도, 제목에 이끌려 한 번을 봤을것 같은 책이다.


  <강산무진>을 봤었던가. 아마도 사두곤 아직 읽지 않았던 것 같다. 최근에 본 김훈 선생님의 책이 있다면, 사 두었던 책들일 가능성이 크다. 언제부턴가 소설을 읽기가 힘들어졌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책 역시 소설집니다. 왜 갑자기 소설이 읽고 싶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이 책과 함께 천선란 작가의 <노랜드>를 읽기 시작했다. 둘 다 소설이었고, 소설집이었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기에는 소설집이 편할 것 같았다. 


<명태와 고래>

  강원도 바다에서 살던 어부가 실수로 북방 한계선을 넘어 갔다가 돌아 왔다. 그러나 간첩으로 오인되어 복역 후 자신이 머물던 바다로 돌아온 이야기다. 현대사의 한 단면을 보는 듯했던 이야기였다. 


<손>

  성폭행범을 아들로 둔 엄마의 이야기. 뭔가를 그려내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담담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들이 왜 그런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 성장과정에서 부모의 잘못은 없었는지 등의 이야기는 없다. 그저 현재의 자신에게 충실한다. 현실을 부정하지도 않지만, 인정하는 현실은 어설프다. 아들의 죄를 본인이 나눠질 것도 아니다. 복역을 마친 후의 관계는 무섭고 걱정이다. 서사에서 나는 어떤 이야기를 기대했었을까. 어떤 이야기든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아오던 통속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소설은 아니었다. 어쩌면 더 현실에 부합하는 이야기였기에 읽고 난 후가 찝찝했다. 


<저녁 내기 장기>

  이춘갑과 오개남과 오개남의 개 이야기. 현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들의 이야기랄까. 천선란 작가의 <노랜드>가 꼭 맞는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이 책과 함께 읽었기 때문에 굳이 비교를 해 보자면, <노랜드>는 SF라는 장르를 떠나서 더 젊은 세대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듯 하다. 나의 위치는 어디인가? 이 이야기를 읽으며 갑자기 나는 어느 세대도 아닌, 중간에 끼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대장 내시경 검사>

  40대 직장인이라면 한번씩은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해 보지 않았을까. 매년 회사에서 마련해 주는 건강검진을 하면서 나는 무슨 생각을 했었던가. 내 몸에 별 탈이 없기를. 그 생각의 너머에는 내 몸의 고단함이나 아픔이 아닌, 가족들의 무게감이 먼저 였던 것 같다. 가족들을 위해서도 아프면 안된다. 아직은 안된다. 그 생각을 매년, 건강검진과 검진 결과를 앞두고 하는 것 같다. 이 이야기는 그런 생각들을 갖게 한, 대장 내시경 검사를 앞둔 70대 노인 남자의 이야기다.


<영자>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 시대 청년들의 이야기. 해마다 9급과 7급 등 공무원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숫자가 늘어간다는 기사를 봤었다. 취업 시장이 녹록치 않아졌고, 그나마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별된다. 취업 시장에서 생존하는 것은 대학을 들어가는 문을 들어간 학생들의 다음 과제였다. 다만, 최근 소식에서는 공무원을 준비하는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기사를 본 것 같은데, 그것은 취업 시장의 형편이 나아졌기 때문인지, 인구가 줄어 들었기 때문인지 확실치 않다. 어느 쪽이든 현실은 확실히 녹록치 않다.


<48GOP>

  이 이야기는 GOP라는 곳에서 근무하는 주인공(군인)과 한국전쟁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군대를 가지 못한 나는 군대 이야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그래도 GOP가 뭐하는 곳인지는 안다). 아니 아는 이야기가 거의 없다(사실 할 이야기가 없다 뿐이지,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친구를 두었기에 삼군의 모든 군생활을 더 잘 알지도 모르겠다). 학교와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관계를 형성하는 성별은 남자가 대부분이다. 그들에게 군대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 주제다. 나는 그들과의 그 대화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다. 왜 안갔는지, 아니면 어떻게 안 갔는지가 그들에게는 제일 중요한 궁금거리였고, 그들이 군대에서 보낸 시간동안 내가 그들과 달리 보낸 시간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다.


<저만치 혼자서>

  의지할 곳이 없어 보호가 필요한 수녀님들을 보살피는 수녀원의 이야기이다. 제목은 한 수녀님의 이야기에 닿아 있는 듯 하다. 수도자의 삶이 어떤 것인지 감히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다. 나 역시 기독교라는 신앙을 갖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지만, 내 삶이 종교적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세속적인 삶에서 구복적인 신앙에 가까운 것이기에, 아마도 이런 이야기들은 내용을 떠나, 적어도 내게는, 어떤 울림을 주는 듯하다.


  소설을 잘 읽지 않은 이유는, 그래서 이 이야기는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들이 소설 후에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이 소설집은 맨 마지막에 <군말>로 각 소설들에 대해서 김훈 선생님이 직접 이야기를 해 주신다. 휴, 다행이다. '군말'의 덕을 안 봤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작 해답은 책 표지에 있었다. 책 표지에 김훈 선생님의 문장이 있다. '나는 한 사람의 이웃으로 이 글을 썼다.' 그래, 맞다. 그저 이웃의 이야기일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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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경제 이야기 1 : 기본 편 - 경제와 친해지는 준비 운동 난처한 경제 이야기 1
송병건 지음, 매드푸딩 그림 / 사회평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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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처한' 미술 시리즈를 좋아한다. 중간 중간 다음 편의 기다림이 힘들어질 때도 있긴 한데, 꾸준히 재미있게 읽어 보고 있다. 음악, 클래식 시리즈가 있어서 3권까지인가 사 두었는데, 아직 시작은 못하고 있다. 이번엔 경제 시리즈가 나왔다. 미술이 시대 순으로 미술의 역사와 함께 작품들이 소개되는 형식이고, 음악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인물(음악가)을 중심으로 서술이 진행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럼 경제는, 어떻게 진행될까?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다. 난처한 시리즈로 경제라니... 상상하기 어려웠다.

 

  우선은 미술 시리즈처럼 재밌게 잘 읽힌다. 저자분이 경제사를 전공한 분이셔서 시간 순서일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았다. 부제가 '경제와 친해지는 준비 운동'이라고 되어 있는데, 부제에 딱 맞는 1권의 내용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경제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가장 기초적인 경제활동을 예를들어 쉽게 설명한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경제에 닥치는 위기를 쉽게 설명하면서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갖는 한계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내용은 미술 시리즈처럼 학생과 교수님의 대화 혹은 강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더 잘 읽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학생이 경제학이라면 왠지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시중에 나와 있는 전공 서적들을 보면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요즘처럼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에는 경제관련 서적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들이 많이 나와 있는 것 같다. 이 책도 그런 면에서 한층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수식이나 그래프 대신에 글을 풀어 놓은 듯한 그림과 관련 기사들이 참고 자료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 최대한 전문 용어들을 배제하면서도 꼭 필요한 경우에는 용어들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입문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본격적인 경제 이야기는 다음 권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즉, 경제학에서 본격적으로 다루는 교역, 금융, 화폐, 기업과 혁신, 정부와 재정은 2권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찾아보니 2권이 교역, 3권이 금융의 내용을 담고 있는 듯 하다. 적어도 6권까지는 이어서 나올 것 같다. 기대를 갖고 6권까지 읽어 볼만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금융과 화폐, 정부와 재정 부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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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와 환율 알고 갑시다 - ‘거시경제의 거장’ 김영익의 경제가 쉬워지는 책
김영익 지음 / 위너스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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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상황이 좋을 때와 안 좋을 때를 비교하면, 어느 때에 경제 관련 서적들이 더 많이 팔릴까. 아마도 후자쪽이지 않을까. 최근에는 정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과 관련해서 투자쪽까지 포함한다면 아마도 출판되는 서적들을 따라가기에도 벅차지 않을까 싶다. 투자를 잘 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그래서 투자 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를 아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투자 관련 서적들과 함께 거시 경제 환경을 설명하는 책들을 읽어 보고 있는 중이다.


  금리와 환율. 참 중요한 요소다. 최근 물가 상승과 함께 다음번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대외환경의 변화에 함께 1,300원을 넘어버린 원/달러 환율에도 관심이 증대된 상황이고 말이다. 금리와 환율. 경제 변수들 중에서도 중요도가 매우 높은 두 변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도만큼 금리와 환율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까. 무지에 가까울 것 같다. 기사를 읽을 때에도 환율 상승, 평가 절하, 원화 가치 상승 등의 표현들이 항상 헷갈리는 나에게, 이 책의 제목은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기에 충분했다. 저자도 가끔 신문들에서 기사를 접해서 알고 있었던 차였다. 읽기 시작.


  부제 중에 '경제가 쉬워지는 책'이라는 표현이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쉬운 책은 아니다. 금리와 환율에 대해서 더 쉽게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나, 나와 같은 초보들은 다른 책을 찾아 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가장 먼저, 두서가 없다. 짜임새가 촘촘하지 못하다.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섞여 있는 모양새다. 금리와 환율에 대해서 다양하게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은 좋다. 하지만 정리가 덜 되어 있는 느낌이다. 개념에 대한 부분들은 모으고, 다른 변수와 관계들을 또 따로 정리하고, 그런 식으로 이야기들을 조금 분류만 했었더라도 훨씬 더 머리에 잘 들어오는 집중력을 발휘했을 것 같다. 이야기가 한 곳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로 새어나가는 느낌이다. 산만함은 이해도를 떨어뜨린다.


  또한, 챕터들마다 주제가 다르기에 분량이 일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챕터들의 길이가 고르지 못한 부분들도 아쉬웠다. 대부분의 책들은 훨씬 더 다양한 챕터들이지만, 길이가 전체적으로 비슷해서 읽는 데에 편하다. 이런 익숙함에서 벗어난 이 책은 그런면에서 시각적인 피곤함도 있었던 것 같다. 또한 내용 부분에 수치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정확한 수치들의 등장은 정확함을 표현해 신뢰감을 준다. 하지만 비교 시점이 너무 제각각 이어서 정확해야 할 부분들이 확 와 닿지 않는다. 1998년 외환위기를 이야기 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2000년 초반 닷컴 버블 때의 상황이 나오고, 또 다른 순간엔 2008년 금융 위기가 등장한다. 각각의 시점들에 금리와 환율이 명확하게 머리에 자리 잡히지 않은 독자라면, 비교되어 제시되는 숫자들이 머릿 속에서 어느 수준인지 불명확해진다. 이해가 멀어진 이야기는 지루하고 답답할 뿐이다. 내가 늘상 느끼고 있는 언어적인 혼란들도 일치되지 않은 표현들로 혼란을 가중하고 있고 말이다.


  늘상 이야기 하는 말이지만, 내 이해력이 좋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서평들을 보면, 이해하기 쉬었다며 좋은 책이라고 올리신 분들도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이 책 어떤가요, 라고 묻는다면, 쉽게 추천을 해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적어도 내게는 읽기 편하거나 쉬웠던 책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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