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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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생각없이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리를 키우는 입장에서, 나에게 우리 아이들은 아직 어린이라기 보다는 영아나 유아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어린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의 아이들이 대상이었다고나 할까. 아이들이 계속 아기들로 남아 있길 바라는 마음이 컸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린이에 대한 대상의 정의가 어찌되었든, 마음속으로 아직은 우리 아이들을 어린이로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되었었던 것 같다. 미리 준비해도 나쁠 것 없잖아, 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 재밌다.


  독서 교실 선생님으로 일하시는 저자분의 경험으로 서술되는 에피소드들이 재밌고 미소짓게 하기도 하지만, 정말 많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 주기도 했었다. 정말 요즘 아이들의 생각이 저렇게까지 어른스러웠나 싶다가도, 맞아, 어른들은 더이상 그렇지 않지, 하기도 했다. 우리집 아이들도 가끔은 아이스럽지 않은 모습들을 보일 때가 있다. 그럴때는 정말 깜짝 놀라다가도, 다시 평소처럼 대부분의 아이들처럼 행동하기에 그 놀라움은 이내 사라지고 만다. 깜짝 놀라는 그 경이로운 순간보다는, 우리 아이들만 이런가 싶을 때가 솔직히 안타깝지만, 더 많았다. 이 글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모두 에피소드로 등장하기에 모두가 조금은 특별해 보였겠지만, 그 아이들 역시 평범한 아이들일 것이다.


  이 책은 그 평범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 아이들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다. 어른들 모두가 겪어온 어린이라는 세계지만, 이토록 새로운 어린이의 세계라니... 어른스러운 어린이는 있을지 몰라도, 어린이같은 어른은 있을 수 없겠다, 싶다. 설령 있다 할지라도 그 어린이같은 어른의 세계는 전혀 새롭게 느껴질것 같지가 않다. 생각의 다양성, 순수하고 맑은 심성들. 그 새로운 세계에서 빠져나오고 싶지 않았다. 


  저자가 생각하는 어린이와 어린이를 위한 세상의 그림에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의 세계가 어떻게 변했으면 좋겠는지가 비교적 공통적으로 명확하게 그려질 것 같다. 그 세상이 어린이들이 변하지 않고 어른이 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어린이는 나중에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도 할 수 있다. 시간이 걸릴 뿐이다.
어느 쪽이 오른쪽 신발일까 골똘히 생각하면서 우리는 어른이 되었다. 신발 뒤축이 구겨지지 않게 손가락으로 당기며 발을 넣었다가 손가락이 안 빠져서 끙끙대면서 어른이 되었다. 신기 편한 벨크로냐, 예쁜 끈 운동화냐를 두고 고심하면서 어른이 되었다. 현성이 말마따나 그것도 맞지만, 그때도 우리는 우리였다. 지금보다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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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일기 - 쩡찌 그림 에세이 땅콩일기 1
쩡찌 지음 / 아침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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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그림체가 있다. 좋아하는 색깔톤도 있다. 그런 요소들이 들어간 책들은 위로와 응원을 주는 글들이 많았다. 이 책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죽음과 슬픔, 힘듦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파스텔적인 색깔톤과 비교적 귀여움 그림체에 비해 내용은 가볍지 않다. 무겁고 우울한 느낌이 전해진다.


  그런데 일부러 대놓고 하는 위로와 위안과 응원 등은 때때로 부담이 되거나 공감력이 떨어질 때가 많다. 겉으로만 봐서는 알수 없는 진심에 대한 의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대부분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예전에 가끔 쓰던 일기장이나 아무도 오지 않던(아니면 비밀글로 써 두었던) 싸이월드 같은 곳에서 발견되는 글들을 보면, 나에게도 지독한 슬픔같은 것들이 가끔씩(1년에 한 두번 정도) 찾아 오곤 했었다. 그 깊이를 알 수 없기에 한 없이 무서웠었던 기억만이 남아 있다. 요즘도 불쑥 그리고 문득 가끔 찾아 오곤 하는데, 지금은 그렇게 슬픔에 빠져있을 여유가 없는 생활들이 이어지고 있다.


  밤에 아이들이 잠들기 전까지는 오로지 혼자 있을 시간이 없다. 있다고 해도 아이들은 10분이상 아빠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회사에 오면 일을 해야 한다. 일은 생계와 연관되어 있다. 소홀할 틈이 없다. 아이들이 잠든 시간, 나도 지쳤다. 나도 잠이 고프다. 그래, 운 좋게 오늘은 덜 피곤했나 보다. 잠이 안온다. 그럼 하고 싶었던 일들이 마구잡이로 생각난다. 이 책도 읽고 싶고, 그동안 사고 싶었던 물건도 찾아 봐야 하고, 책을 읽은 후에는 이렇게 후기도 남겨 두어야 한다. 문득 예전의 글들을 보며 내가 써 두었던 그런 힘듦과 사유의 고독들은 모두 여유가 있을 때 가능 했던 것들이었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아버지와 남편으로서의 의무는 결혼 전의 여유가 사라지게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시간이 줄어듦에 대한 아쉬움도 물론 있다. 하지만 힘들고 바쁜 생활을 주는 남편과 아버지, 직장인으로서의 생활도 좋다. 지난달 1주일정도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여유롭다는 생각보다 가족들이 없는 외로움이 더 컸던 것을 보면, 결혼 전의 여유로운 생활보다 여유가 줄어든 현재의 삶에 대한 기쁨과 만족도가 더 큰 것 같다. 짧아진 여유지만, 그 속에서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책도 읽고, 운동도 하는 등 여러가지를 하다보면 짧은 하루에도 알찬 시간 사용에 대한 보람도 느껴진다. 생각이 줄어 슬픔 등이 찾아와도 금방 지나가는 것 또한 좋은 점 중 하나다.


  책 이야기 하다 다른 이야기가 길어졌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 것은 아니다.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준 것도 아니다. 기대했던 내용들이 아니어서 실망을 한 것도 아니다. 나에게는 이 책이 너무 어둡고 무겁게 다가왔다. 지금도 내가 밝은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책보다는 내가 밝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성이 좀 안 맞았다고나 할까.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공감은 억지로 올 수가 없다. 이 책이 주는 현실감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공감이 위로와 위안이 될지, 나처럼 조금은 무겁고 어둡게 다가올지는 독자 개개인의 성향에 달려 있을 것 같다. 나에게 슬픔과 힘듦은 현실의 바쁨에서 오는 여유의 감소로 치유가 되었듯이 모든 사람들의 어려움들도 각자의 해결책들로 반드시 해결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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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비거니즘 만화 - 어느 비건의 채식 & 동물권 이야기
보선 지음 / 푸른숲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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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야채보다는 고기를 좋아한다. 이 책을 선택한 동기? 글쎄. 채식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 단계? 아니다. 앞으로 고기대신 채소를 먹는다? 힘든 결정일 것 같다. 그럼 이 책은 어떤 동기로 읽게 되었을까. 그냥 관심이었다. 비건에 대한 관심. 고기를 안 먹는다고? 왜? 그 물음이 가장 컸던 것 같다. 그리고 야채만 먹고 생활이 가능할까? 고기를 안 먹으면서 생활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한강님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재밌게 읽었던 기억도 났다. 어느 날 갑자기 고기를 먹을 수 없게된 사람에 대해서 가해지는 사회적인 폭력들이 무서웠다. 그래, 내가 오늘부터 채식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고 하자. 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사회 생활을 해야 한다. 사회 생활을 하며 채식을 할 수 있을까. 가뜩이나 지금도 외로운데, 회사에서 더 외로워지지 않을까. 그러한 궁금증들 말이다. 그 궁금증들로 인해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읽으면서 한 친구가 생각났다. 무던히 놀기 좋아하던 그 시절.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도 저녁에 친구들과 마시는 술 한 잔과 식사 자리가 좋았다. 친구를 통해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는데, 그 친구가 자기는 비건이라고 했다. 비건에 대해 무지했던 그 시절(지금도 마찬가지로 무지하다), 생명이 있는 것은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들이 비건인줄 알았고, 그 친구도 야채만 먹는 줄 알았다. 그래서 정말 비아냥 대는 의미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채소도 성장을 하는 존재들이어서 먹으면 안되는 것 아니냐는 무식한 질문들을 무례하게 던졌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보고서야 그 친구는 '폴로(Pollo)' 범주 정도의 비건이었었다고 기억이 된다. 다시 만나면 사과해야 겠다.


  이 책은 내가 비건에 대해 가졌었던 물음들에 대해 완벽한 답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었지만, 상당 부분 답을 제시하는 책인것 같다. 우선 비거니즘은 일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철학인 것 같다. 책 초반에는, 당신들은 사회적인 제약이 덜한 프리한 직업을 갖고 있어서, 비건을 택하기가 쉬운 것 아니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방향성이라는 관점에서는 사회적인 제약은 크지 않을 것 같다. 비건의 범주를 낮추어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말이다. 행동의 기저에 '동물권'이라는 방향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비건'과 '논비건'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보다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이 더 슬퍼진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내가 '비건'이라고 주위에 선언했을 때 대해지는 행동들에 편견이 없길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나와 생김새가 다르듯이, 그저 나와 생각이 다를 수 있을 뿐이다. 그 다름을 인정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나쁜 생각도 아니고, 나에게 피해를 주는 생각도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여전히 답을 정할 수 없는 생각들이 있긴 하다. 예를 들어 길고양이 문제의 경우들 말이다. 한 후배가 길고양이를 입양했다. 추운 겨울 주차장 차 밑에서 나오는 고양이들을 가끔 만날 때가 있다. 그런 고양이들 생각에, 입양을 한 후배가 멋져 보였다. 그 후배가 그 고양이를 중성화 수술을 한다고 전했을 때는,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과연 힘들지만 자연 그대로 있는 것이 나은지, 인위적인 수술은 받더라도 집에서 사랑을 받으며 지내는 것이 좋은지, 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나로서는 절대 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동물권에 비춰 생각을 해봐도 어느 쪽이 좋은 선택인지 선뜻 택하기는 힘들었다.


  이제부터 실천할 내 행동들이 비건인지는 모르겠다. 고기를 안 먹지는 않겠지만, 조금은 더 먹을 것 같다. 성분을 확인하면서 식재료를 선택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동물복지 제품들을 선택할 것 같다. 그렇게 조금은 행동을 하면서 지낼 것 같다. 아니 그렇게 할 것이다.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보다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이
더 슬퍼진다는 말이 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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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쉽게 따라 하며 배우는 웹 해킹 첫걸음 - 직접 개발하고 공격ㆍ방어하는 웹 해킹 기본서
권현준 지음 / 비제이퍼블릭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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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킹에 관심을 가졌던 때가 있었다. 정말 관심으로만 끝났던 것 같다. 이 책의 첫 부분에 등장하는 이유와 같은 이유였을 것이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해커의 모습에서 천재적인 느낌들을 가졌었고, 게임처럼 무언가를 깨고 돌파하는 느낌이 강했었던 것 같다. 그 모습에 어렴풋한 동경을 가졌었던 것 같은데, 결국은 관심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다 서평단을 모집하는 이 책을 만났고, 옛날의 그 관심이 되살아 났다.


  다른 출판사의 책 이야기를 하기는 뭐하지만, 요즘은 어려운 부분들을 따라해보면서 쉽게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책들이 다양하다. 코딩에 관심을 가지면서 프로그램 관련 책들을 많이 보려고 하는데, 경험으로 학습하는 데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이 책도 그런 유형을 따라가고 있다. 다만, 조금은 덜 세부적인 측면이 있다. 제목처럼 '누구나' 쉽게 따라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중간 중간 막히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 부분들은 개인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그리고 전문 용어들이 등장하는데, 어떤 것들은 설명이 되어 있고, 어떤 것들은 설명이 되어 있지 않다. 직접 찾아보기도 했으나, 나중에는 뭐 중요한 부분은 아니겠지, 하면서 지나가게 되었다.


  한 책에 모든 부분들을 다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따라하기 책들과 비교하면 비교적 얇은 편에 속한다. 물론 내용을 구성하는 활자의 포인트와 간격들이 작고 촘촘해서 분량에 비해 내용이 빈약한 느낌은 없지만, 그래도 조금 더 설명들이 추가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 책 한권으로 웹 해킹에 대한 기본을 마련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아쉬운 측면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래도 IT 전공자가 아님에도 따라하기에 크게 무리(물론 중간 중간 버벅되는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가 없었고, 해킹에 대한 기본적인 감각 같은 것을 느껴보기에는 충분한 책이었던 것 같다.


  책을 보고 나서, '해킹'과 관련된 책을 만나게 된다면 다시 관심을 가질까, 라는 질문을 해 보았다. 답은 '아니다' 이다. 이 책에 대해 실망을 했다는 것이 아니다. 서두에 이야기 했듯이 단지 해커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서 시작한 관심이 바뀌었을 뿐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내가 느낀 관심이 단순히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이제는 보다 관심있는 관련 프로그램을 더 깊게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 책은, '해킹'이라는 것이 내가 갖고 있던 막연한 동경의 그 어떤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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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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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훈 선생님 책들을 리뷰할 때마다 선생님에 대한 나의 느낌을 적었으니, 이번 책에서는 생략하자. 선생님의 소설집인 <저만치 혼자서>가 나온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장편소설이 나왔다. 그동안의 소설 주기를 봤을때 꽤 빠른편인것 같다. 독자로서는 즐거운 일이지만 말이다. 단편보다는 장편 소설을 좋아하기에 이번 책도 기대를 하며 읽었다. 또 얼마 전에 광복절도 있었고 말이다. 선생님 소설들 중에서 가장 몰입감 있게 읽은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책의 제목이 의아했다. 왜 '하얼빈'일까. <칼의 노래>나 <현의 노래> 같은 경우에는 '칼'과 '현'이 주는 상징성이 있었다. <남한산성>도 그 공간의 중요성이 있었다. 다만, '하얼빈'은 그 상징성이나 중요성이 다른 소설보다는 덜했다고나 할까. 책을 읽고나서 제목에 대한 부분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담담'하다는 것이다. 그 담담함의 연장선상에서 '하얼빈'이라는 제목은 잘 어울렸다. 이 책은 안중근의 이야기이다. 이토를 저격한 장소인 하얼빈이 주요 장소이고 말이다. 상징성과 중요성 모두 충족하기는 하나, 뭔가 부족했던 것 같은 느낌은 '담담함' 안에서 사그러졌다.


  이 책은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영웅 서사를 그리듯 다루지는 않는다. 짧게 이루어지는 문장들처럼 그저 담담하게 이야기가 진행될 뿐이다. 특히 누구나가 클라이맥스라고 여길 이토의 저격장면은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로 담담하게 그려진다. 장대하지도 장엄하지도 웅대하지도 않았다. 그런 점들이 더욱 그 행동들을 묵직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 같았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복거일님의 <비명을 찾아서>라는 소설이 있다. 하얼빈에서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이 실패로 끝난 후 일본의 지배를 받는 우리나라의 이야기로 알고 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2009 로스트 메모리즈>라는 영화도 있었다. 오래 전에 봐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주인공이 시간의 문을 통해 하얼빈으로 돌아가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이 성공하도록 하는 것으로 영화가 끝났던 것 같다. 원작 소설이든 영화든 가장 중요한 것은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이다.


  소설도 소설이지만, 그동안 역사 속의 일들을 너무 가볍게 여겼던 것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독립운동에 경중이 있겠냐마는, 경중을 떠나서 그저 역사의 한 페이지로만 생각을 해 왔던 것은 아니었나 싶다. 안중근 의사의 나이는 31살이었다고 한다. 나의 30대 시작은 어떠했는가. 시대가 그러했기에 세상과 몸으로 부딪혔어야 했던 것일까. 그 시절 나의 고뇌는 무엇이었을까. 내 삶의 여정은 어떠한 것일까. 비교를 하는 것은 아니다. 감히 비교라니. 그저 내 삶이 단단해지길, 담담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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