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 인 케미스트리 2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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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이 재밌었으니, 당연히 빨리 2권이 보고 싶었다. 1권보다 빠르게 2권을 읽어 나갔다. 역시 재밌다. 마지막 빌런처럼 여겨지던 총제작총괄(역시 외국 소설은 사람 이름이 입에 붙지도 기억에 남지도 남는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름을 잘 기억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사람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이 사라지고 무언가 풀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는 희열과 환희마저 느껴지는 듯 했다.


  개인적으로 다만 아쉬운 점은 내가 종교를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에번스의 친구인 목사(역시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ㅠㅠ)의 고민에는 많은 공감을 했다. 나 역시 내가 갖고 있는 기독교와 하나님에 대해 막연하지만 강렬한 믿음을 가지고 있을 뿐, 이따금씩 품게 되는 종교적인 의문점들과 회의감 같은 것들에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역시 강렬한 믿음에 비해 많이 부족한 신실함으로 인해 고민의 깊이가 깊지 않다는 점이 또다른 문제이긴 하다. 다시 돌아와서, 최종 빌런은 올세인츠 보육원은 대주교가 아니었나 싶다. 강렬한 믿음을 갖고 있는 기독교도 잘 알지 못하는데, 가톨릭은 잘 알겠는가. 가끔 종교에 의문이 들 때면, 같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니까, 교회에서 성당으로 바꿔볼까, 하는 생각도 진지하게 해보곤 했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의 대주교의 모습은 뭐랄까, 지금까지 내가 갖고 있던 이미지와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비단 이 모습이 전체의 모습은 아니겠거니 하면서도 나의 강렬한 믿음은 무언가 금기시되는 되는 무언가를 접한듯 불안했다. 이 역시 해답에 대해서는 나의 고민으로 남겨둘 참이다.


  책으로 돌아와서, 2권은 1권에 이어 본격적으로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조트의 모습이 이어지고, 어떻게 본래의 자기의 위치로 돌아가는지에 대한 과정이 그려진다. 그 과정 역시 순탄치 않고, 우여곡절이 많다. 그 과정들을 조트가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라면, 어느 지점에서 멈췄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멈추지 말았어야 했다. 변하지 말았어야 했다.


  실화인듯 끝에 짧게 이어진 조트와의 인터뷰도 마지막까지 유머를 잃지 않으려는 저자의 의도가 느껴져서 좋았다. 가장 마지막에 있는 옮긴이의 말도, 그 어느 책에서 읽었던 옮긴이의 말보다 공감하며 읽었다. 어느 정도의 타협, 소설과 현실의 차이 등. 그게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재미가 아닐까 싶었다. 모두가 읽으면서, 왜 저렇게까지, 저렇게 해서 뭐가 바뀔까 등등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러지 않고 해피 엔딩을 만들어 가는 환타지에 모두가 자신을 돌아보고, 조금은 다시 변화를 꿈꾸고 행동하게 하는 그런 이야기. 그것이 이 소설의 힘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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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인 케미스트리 1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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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턴가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면 자주 눈에 들어오는 책이었다. 우선은 표지도, 책 제목도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아서, 그저 이런 책도 있구나 싶었다. 사실 외국 소설을 잘 읽지 않는 것도 그냥 흘려보낸 이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그런데 어디서 추천하는 걸 보게 되었는지(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겨울서점"님 채널로 추측된다) 어느샌가 장바구니 들어가 있더니, 결재를 하고 구입을 했다. 그러곤 또 몇 주를 그냥 책상 위에만 두다가, 쉬는 중간 가볍게 펼쳐 들었는데, 너무 재밌다.


  여성 화학자, 아니 성별은 상관없는, 화학 과학자 엘리자베스 조트에 관한 이야기다. 아직 2권을 보지 못해서 뒷 이야기는 모르지만, 미혼모로 등장하는 조트가 미혼모가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어린 시절과 대학원 시절, 실력에 비해 여성이라는 이유로, 학업에서도 사회에서도 차별을 겪어야만 하는 조트가 우여곡절 끝에 아이를 낳기까지가 1편에서 그려지고 있다.


  재밌다. 하지만 마냥 재밌지만은 않다. 1950~60년대의 미국 사회의 생활상이 담겨 있는데, 내용은 재밌는데, 그때와 지금이 많이 변한것 같지 않아 씁쓸함이 남는다. 물론 지금은 여성들의 교육에 대한 기회와 사회 참여가 증가하면서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시대상과 많은 부분들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제 리뷰했던 김혼비 작가의 <아무튼, 술>에서 혼술에 대한 부분만 보아도, 아직은 성별에 대한 인식이나 고정관념, 차별 등은 남아 있는 듯 하다. 꼭 우리나라의 문제도 아니고, 미국만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며, 전 세계의 문제인 것 같다.


  그러한 고정관념과 차별 등을 몸소 부딪히며 변화시키고자 하는 엘리자베스의 노력이 눈물 겹게 느껴지면서, 남자이기에 여전히 갖고 있는 변화되지 못한 생각들이 부끄럽기도 했다. 새삼 쿨하게 삶을 살아가고 싶은데, 저렇게 나이 먹지는 말아야지, 권력도 아닌 것들을 권력이라 느끼면 행동하는 모습을 경멸에 가깝게 바라보면서도, 어느 순간 내가 그런 행동들이나 생각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의 그 좌절감이란. 이 책을 읽으면서 함께 분개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했다.


  2편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까. 그동안 외국 소설을 왜 안 읽었을까. 장르를 떠나서 2022년 올 해에 읽은 책 중에서 정말 손 꼽히는 책이 될 것 같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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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 -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튼 시리즈 20
김혼비 지음 / 제철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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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나는 술꾼일까. 술을 좋아하긴 하지만 술꾼이라고 하기에는 좀 많이 모자란 느낌이다. 자칭으로도 '꾼'을 붙이기 힘든데, 타칭이라고 가능할까. 언제부터 술을 마셨을까. 이 책에서 등장하는 수능을 100일 앞두고 마시는 술도 마셔본 기억이 있는 걸 보면, 꽤나 일찍 시작을 했었던 것 같다(내 기준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정말 정신없이 마셨던 것 같다. 신입생 환영회에서는 사발식을 견디지 못하고 부모님께서 호출을 당하셨고, 그 이후로도 취하지 않은 날보다 취했던 날들이 더 많았던 20대였던 것 같다.


  이 책은 '아무튼'으로 시작하는 시리즈이다. 이렇게 많은 분야의 시리즈로 출판이 되고 있는지 몰랐었다. 최근에 신간 알림으로 <아무튼, 잠>이라는 책을 보았는데, '잠'이 많은 나라서, '잠'을 좋아하는 나라서 관심있게 보다가, 같은 시리즈의 이 책이 눈에 딱 들어왔다. 그래, '아무튼'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다면, 그건 '술'부터가 아닐까 싶었다. 당연히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책 선택에 머뭇거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책을 읽으면 뭐라도 해야겠기에 남기기 시작한 리뷰다. 리뷰 작성을 위해 올 해 읽은 책들 목록을 살피다, <개와술>이라는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났다. 머뭇거림은 그 책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술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모두 재밌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 책은 너무 재밌다. 우선 저자가 글을 잘 쓴다. 이름이 낯설지 않았는데, 여자 축구에 관한 이전의 에세이가 유명한 것 같았다. 여튼 저자의 글을 처음 읽어 보는데, 문장마다에 위트가 넘친다. 부러운 글쓰기다. 한글 표현을 잘 사용한다고 해야 할까. 동음이의어를 갖고 표현하는 재치와 함께 술에 대한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맛깔나게 표현하는 능력은, 가끔 좋아하는 작가들의 필력에서 느껴지듯, 타고나는 재능이 아닐까 싶다. 부러운 재능이다. 특히, 노래방 리모컨 관련 에피소드는 정말이지, 공감과 함께 큰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끝부분에 등장하는 혼술 부분에서는 뭔가 짠함도 느껴지긴 했는데, 내가 가끔 보는 혼술하는 여성분에 대해 느끼는 멋짐과는 다른 부분의 이야기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혼술하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서 느끼는 멋짐이란 부러움이 99.9%니까 말이다. 


  그렇게 술을 마셔대던 20대에는 술을 먹고 실수도 많았더랬다('나는 배추다' 정도의 주사는 귀여운 것이다).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들이 대부분일테지만, 나의 주사로 피해를 본, 나와 함께 술자리를 했던 분들께 지금에서야 진정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지금은 술을 마실 기회가 정말 많이 줄기도 했지만, 그렇게 모처럼의 기회가 있을때 그 기회를 주사로 망치는 일이 이제는 5년에 한 번 정도 되는 것 같다. 최근에야 내가 좋아하는 술자리가 술을 많이 마시고 꽐라가 되는 술자리가 아니라 오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술자리라는 걸 알았다.


  왜 그렇게 술을 마셨던 걸까. 외로웠기 때문이 아닐까. 술을 마시는 순간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함께 마시는 술보다 가족들이 잠든 시간에 혼자 맥주 한 캔 마시는 지금은?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그동안 내 몸에 인이 박힌 알코올이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아무튼, 술인 것이다.

아무런 힘이 없어 누군가의 귀에 가닿기도 전에 허공에서 툭 떨어지는 말일지라도, 때로는 해야만 하는 말이 있다. 해줄 수 있는 게 이런 쉬운 말밖에 없을지라도, 이런 쉬운 말이라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 언젠가 가닿기를, 언젠가 쉬워지기를 바라는 누군가의 소망이 단단하게 박제된 말은 세상에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바닥에라도 굴러다니고 있으면 나중에 필요한 순간 주워 담아갈 수 있으니까.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어쨌든 우리는 언젠가 힘을 내야만 하니까. 살아가려면.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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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딴지곰의 레트로 게임 대백과 - 열혈 겜돌이의 명작 고전 게임 추억 찾기 연구소
꿀딴지곰 지음 / 보누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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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을 보는 순간, 추억이 되살아 났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게임을 좋아했었던 것 같진 않다. 잘하지도 못했거니와 말이다. 그런데 오락실은 좋아 했던 것 같다. 처음 기억하는 오락실의 게임은 갤러그였다. 실제로 해 본 기억은 없지만, 내 기억이 확실하다면, 가장 먼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게임은 갤러그였다.


  나 역시 저자와 세대가 비슷한 것 같은데,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다녔다. 3학년이 시작되면서 서울로 이사를 왔는데, 대전과 서울은 참 많이도 달랐었다. 전학 온 학교에서 사귄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게임기를 처음 보았다. 재믹스로 기억에 남아 있는 그 게임기를 친구와 함께 가지고 놀던 기억은 강렬했다. 중학교에 들어 갔을 때, 부모님이 슈퍼패미컴을 사주셨다. 친구들과 게임팩을 바꿔가며 했었던 기억이 났고, 학교에서 선생님께 게임팩을 걸려서 압수도 당해보고, 맞기도 했었더랬다.


  친구 집에서 처음 접한 재믹스의 기억은 강렬하게 남아있지만, 자주 가서 해보지 않았기에 재미를 느낄만큼 누려보진 못했다. 슈퍼패미컴으로도 집에서 게임을 하곤 했지만, 부모님의 만류가 없었음에도 그렇게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던것 같다. 오락실에서 돈을 넣고 하는 게임에 비해 재미가 떨어졌다고나 할까. 손가락으로 방향키를 누르는 것보다는 스틱으로 움직이는 것이 훨씬 더 오락 스러웠고 좋았다. 생각해보면 지금도 콘솔 게임기를 사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하지만, 그건 단지 기계에 대한 소유욕일 뿐이지,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큰 건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왜 게임에 관한 이 책을 보자마자 구매를 하게 됐을까. 그건 아마도 갑자기 살아난 기억이 추억과 혼동되었기 때문일 것이고, 그닥 즐기지는 않을지라도 가끔식 해보고 싶은 게임에 대한 욕망 때문이었던 것 같다. 다만, 이 책은, 맞아 그때는 이런 게임이 있었지, 나도 이 게임 자주 했었지, 정도의 기억만 상기 시켰을 뿐이었다.


  저자에게서 느껴지는 덕후의 느낌은 상당하다. 어느 정도 빠져야 이렇게 전문가 수준에 이를 수 있는 것일까. 그 수준 차이에서 오는 나의 모자란 감정이 조금은 미안하기까지 했다. 처음 책을 살 때만 해도, 추억을 소환하며 레트로 게임을 다시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읽어 나갈수록 그런 생각들은 작아졌다. 왜 그런 마음이 작아졌을까. 내가 그리워하고 추억했던 게임들은 오락실에서 즐겼던 게임들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콘솔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반복되는 게임과 게임 설명에 조금은 지쳤던 것 같다.


  내가 무슨 무슨 게임을 했었는지 다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재미있게 했었던 게임을 만날 때의 그 기쁨. 그 기쁨이 추억을 기억에만 머무르지 않게 하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게임 중에 '보글보글'과 '카발', 월드컵보다 그 때는 친구들과 함께 열광하며 대결했던 '싸커'(제목이 모두 정확한지는 모르겠다.)에 대한 내용이 없었던 점은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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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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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번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외국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제일 좋아하는 장르가 소설이긴 하지만, 국내 소설에 국한한 이야기이고, 그마저도 요즘은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소설보다 사회과학 분야의 글들이 더 와닿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여튼 이 소설은 다분히 노벨문학상 때문에 선택을 했다. 외국 소설을 잘 읽지 않기 때문에 아는 외국 작가들이 많은 것도 아니다. 노벨문학상을 받는 걸 보면, 꽤 유명한 작가분인듯 한데, 죄송하지만, 이번 노벨문학상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분인데, 작품은 한 번 읽어 봐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구입했다.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에 인터넷 서점들마다 기획전이 열렸고, 많은 작품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제목을 골랐다. 첫인상은 책이 무척 얇다는 것이었다. 그 점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실제로 보니, 소설은 책 두께보다 더 얇았다. 두께의 꽤 많은 부분이 소설의 해설이다. 개인적으로 소설의 해설 부분이 긴걸 좋아하지 않는데, 어차피 읽지 않기 때문에 별 상관없이 읽기 시작했다. 제목에서 기대했던 내용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재밌었다. 그래서 해설 부분도 읽어 보기로 했다. 내가 느낀 느낌들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기 위해서 말이다.


  제목의 '열정'은 사람의 감정에 대한 '열정'이었다. 강렬했지만 정말 한 사람을 향한 '단순한' 열정이었다. 어린 유부남과의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이다. 개인의 사랑에 대한 열정이 집착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대상이 유부이건 아니건 그걸 떠나서 누구나 한번쯤은 이렇게 강렬하면서도 '단순한' 감정을 가져본 적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읽으면서 싸이월드 생각이 났다. 싸이월드가 한참이던 시절, 아싸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인싸도 아니었기에 싸이월드 일촌이 많지도 않았고 방문객도 거의 없었다.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의 일기장에 정확한 지칭없이 글을 남길 때가 있었다. 한 번쯤은 그 사람이 와서 봐주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저자가 글을 써 나가면서 바랬던 그 감정이 내게는 그 시절 싸이월드의 감수성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대단한 작품이고 엄청난 작가인지를 한 작품으로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누군가의 작품을 평할 위치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나같은 사람도, 시대와 공간을 넘어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것이 대단한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작품 속에서 이야기하는 그 열정이, 그 열정을 표현하는 모습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공감을 불러 온다면, 시간과 공간, 언어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것을 써내는 작가가 좋은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짧지만 재미있게 읽은 멋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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