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신문기사를 보고 놀랬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징역1년의 실형을 받아 수감됐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1)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22일 항공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대한항공 객실담당 여모 상무에게는 징역8월에 집행유예 2년, 국토부 조사관 김모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조현아가 항공기의 이동을 인식한 상태에서 사무장 박창진과 승무원 김도희에 대한 위력을 행사해 기장으로 하여금 푸시백을 중단하고 게이트로 되돌아가게 하여 이 사건 램프리턴에 이른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항공보안법 제42조의 해석상, 이 사건 램프리턴과 같이 ‘계류장 내에서의 램프리턴’은 ‘항로의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주요 혐의였던 항로변경으로 인한 항공보안법 위반의 점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는 지상에서의 이동도 ‘항로’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아무리 법집행을 사법기관에서 한다고 하나, 법을 제대로 몰라도 법률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과 한글만 봐도 안다.


법률 제12257호 항공보안법,


http://www.law.go.kr/lsSc.do?menuId=0&subMenu=1&query=%ED%95%AD%EA%B3%B5#liBgcolor20


법률은 국회에서 제정되고, 시행령은 대통령의 서명, 시행규칙은 장관의 서명으로 결정된다. 

그래서 법률은 대통령이든 공무원이든 그 누구나에게 적용되는 법이다. 그런 법률적 요소에서 항공보안법을 제2조 정의를 보자.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다만,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항공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개정 2012.1.26., 2013.4.5.>

1. "운항중"이란 승객이 탑승한 후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힌 때부터 내리기 위하여 문을 열 때까지를 말한다.

2. "공항운영자"란 「항공법」제2조제7호의2에 따른 공항운영자를 말한다.

3. "항공운송사업자"란 「항공법」 제112조에 따라 면허를 받은 국내항공운송사업자 및 국제항공운송사업자, 같은 법 제132조에 따라 등록을 한 소형항공운송사업자 및 같은 법 제147조에 따라 허가를 받은 외국인 국제항공운송업자를 말한다.

4. "항공기취급업체"란 「항공법」 제137조에 따라 항공기취급업을 등록한 업체를 말한다.

5. "항공기정비업체"란 「항공법」 제137조의2에 따라 항공기정비업을 등록한 업체를 말한다.

6. "공항상주업체"란 공항에서 영업을 할 목적으로 공항운영자와 시설이용 계약을 맺은 개인 또는 법인을 말한다.

7. "항공기내보안요원"이란 항공기 내의 불법방해행위를 방지하는 직무를 담당하는 사법경찰관리 또는 그 직무를 위하여 항공운송사업자가 지명하는 사람을 말한다.

8. "불법방해행위"란 항공기의 안전운항을 저해할 우려가 있거나 운항을 불가능하게 하는 행위로서 다음 각 목의 행위를 말한다.

가. 지상에 있거나 운항중인 항공기를 납치하거나 납치를 시도하는 행위

나. 항공기 또는 공항에서 사람을 인질로 삼는 행위

다. 항공기, 공항 및 항행안전시설을 파괴하거나 손상시키는 행위

라. 항공기, 항행안전시설 및 제12조에 따른 보호구역(이하 "보호구역"이라 한다)에 무단 침입하거나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

마. 범죄의 목적으로 항공기 또는 보호구역 내로 제21조에 따른 무기 등 위해물품(危害物品)을 반입하는 행위

바. 지상에 있거나 운항중인 항공기의 안전을 위협하는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 또는 공항 및 공항시설 내에 있는 승객, 승무원, 지상근무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

사. 사람을 사상(死傷)에 이르게 하거나 재산 또는 환경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목적으로 항공기를 이용하는 행위

아.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처벌받는 행위

9. "보안검색"이란 불법방해행위를 하는 데에 사용될 수 있는 무기 또는 폭발물 등 위험성이 있는 물건들을 탐지 및 수색하기 위한 행위를 말한다.

10. "항공보안검색요원"이란 승객, 휴대물품, 위탁수하물, 항공화물 또는 보호구역에 출입하려고 하는 사람 등에 대하여 보안검색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보다시피 항공안전법에서 운항 중이란 분명하게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히어 내리기 위한 시간까지다. 그리고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운항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하여 정상 운항을 방해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폭행·협박 또는 위계로써 기장등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여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을 해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운항 중인 항공기란 결국 최종 목적지 공항에 도착해 문을 열 때까지를 말한다. 법리적 해석이 항공안전법에 명백히 틀린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땅꽁회항의 처벌이 중요한 이유는 재벌의 가족이란 이유로 판례를 새롭게 내야하는 무리수다. 그 무리수가 적용되면 법률에서 정하는 평등의 원칙이 무너진다. 이미 법 자체가 법의 정신 즉 철학이 무너지고 있는 판국에서 그 규정자체까지 무너지면 대한민국은 법률에 의해 움직이는 국가라는 사실을 포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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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05-22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더운데 열 오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만화애니비평 2015-05-22 21:58   좋아요 0 | URL
확실히 열이 오르는 기사인데, 어떻게 합니까? 이렇게라도 기록해야죠...ㅠ.ㅠ

만병통치약 2015-05-22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심 유죄 내린게 기특할 뿐이죠. 여론 무서우니 잠시 벌주는 척.

만화애니비평 2015-05-22 21:58   좋아요 0 | URL
뭐 결국 쇼란 것이죠~
김원준 쇼처럼
쇼! 끝은 없는 거야!
 
용사가 마왕을 무찌를 때 우리들도 있었다 5 - Seed Novel
맑은날오후 지음, 토브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용사가 마왕을 무찌를 때 우리들도 있었다> 5권부터는 조금씩 비밀이 풀리는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비밀이 풀리는 것만큼 의문과 위기가 다가온다. 5권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전에 론이 꿈에서 나온 여자가 있었다. 정확히는 누군지 모르나, 절망에 괴로워하던 론에게 다시 새로운 인생을 선사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처음 1권에서 론에게 아주 낡은 검을 판매한 소녀인 것이다. 그 소녀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여신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용사가 마왕을 무찌를 때 우리들도 있었다>에서 론과 인피니티제국 그리고 수많은 사람과 세계를 창조한 신인 것이다. 그런데 신의 모습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다. 아마 지구의 탄생에서 지구를 두고, 영어로 earth라고 하나 한편으로 gaia란 단어를 사용한다. 가이아란 지구의 대지, 혹은 대지의 여신이라고 칭한다. 그리스신화에서 우라노스의 어머니이며 또한 그의 아내이기도 한 여신이다. 여신의 존재는 즉 자연과 대지, 모든 생물의 창조주이다.


그런 그녀의 이름이 <용사가 마왕을 무찌를 때 우리들도 있었다>에서 페스티벌이다. 즉 축제라는 의미다. 페스티벌은 겉보기엔 마왕 루리와 거의 비슷한 연배로 보인다. 인간나이로 약 8세 전후의 어린 소녀다. 육체적인 규모에서 나약한 소녀로 나오나, 사실 그녀는 매우 막강한 힘을 가졌던 여신이었다. 어린 소녀라 그러나, 그녀의 힘이 제대로 발휘될 경우 성인의 모습으로 변하면 세상에서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매우 아름다운 미녀로 나타난다. 결국 신이란 인간과 비교하여 더 이상 부족할 것도 없는 완벽한 존재다.


라이트노벨 리뷰에 어울리지 않지만, 플라톤의 철학으로 따지자면 신적 존재란 그 자체로 완벽하다. 즉 신이 존재하는 곳은 인간의 현실이 아닌 이데아(idea)란 관념적 세계에 존재가 가능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이데아의 영역이 아니라 이데아를 본뜬 세계이며, 현실의 우리는 이데아와 같이 완벽하지 않고 불완전하다. 절대적인 미를 지닌 이데아의 세계, 그런 외모로 보자면 페스티벌의 완벽한 힘을 발휘하는 모습은 그 어떤 인간보다 아름답고 강하다. 인간이 도달하지 못할 이데아, 즉 페스티벌은 그런 존재이어야 했다.


신이란 원래 하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신화에서 가이아 외에도 우라노스, 크로노스, 그리고 제우스로 이어지면서 신의 영역을 넓어진다. 신이 다른 신을 만들어내고, 또 그 신은 또 다른 신을 만들어낸다. 본래의 신은 강한 힘을 가졌기에 아래의 신들을 지배할 수 있으나, 이제 그 아래 신들이 힘을 모울 경우 자신을 창조한 신을 몰아낸다. 문제는 그리스신화에서 크로노스와 제우스의 경우 몰아낸 신은 아버지였고 남신이었다. 여신을 몰아내지 않았고, 오히려 어머니가 여신이라면 그녀와 의기투합하여 아버지 남신을 몰아냈다.


그런데 여신을 추락한 것은 그 세계를 만든 것에 대한 부정이다. 페스티벌과 적대하는 만들어진 신, 그들은 인간에게 어떤 시련의 시간을 주는 것일까? 론의 잠재의식에 숨은 꿈의 기억에서 페스티벌을 만났고, 페스티벌과 만든 신도 만났을 것이다. 만들어진 신과 싸우며 모든 것을 잃은 론, 그가 이민족들을 무참하게 살해하는 순간 운명의 수레바퀴는 탈선되어 절망의 극으로 갔다. 다시 시작한 인생에서 문제는 지난 역사는 되풀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과거의 론을 인지하는 존재는 신과 악마이다. 즉 시공간적으로 초월한 존재만이 인간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라이트노벨 설정으로 만들어진 세계라도 인간이 생각하는 세계와 그것을 토대로 만든 작품 역시 현실에 존재하는 이념이나 이상에 의해 구성될 수밖에 없다. 라이트노벨 1권을 보면서 철학적 가치관을 정립해보는 것은 도가 지나치지 않나 싶으나, 작품에서 페스티벌의 등장, 페스티벌이 그렇게 약해진 이유, 인간을 위협하는 세계, 그리고 왕궁 내의 권력이 움직이는 모습에서 비켜나가기란 어렵다. 작품 내의 이야기 흐름에서 매우 정치적인 상황을 반영했다. 인피니티라는 국가는 거대한 제국이고, 그 힘을 모든 주변국가가 두려워할 정도로 강력하다.


헤프미왕국의 여왕인 아일린의 보면 더욱 그렇다. 아일린 가족은 왕족이나, 그녀의 가족은 무능한 정치가였다. 그래서 어린 나이로 왕위를 물려받고, 국가를 통치한다. 그녀가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바로 전쟁을 막는 것이다. 자신의 국가가 약한 약소국이기 때문에 언제나라도 주변국가 군대에 의해 짓밟힐 수 있다. 전쟁이 나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전쟁이 일어날 경우 우선 많은 사람들이 죽지만, 전쟁에서 가장 골치 아픈 일은 마을에 대한 약탈이다. 약탈은 가축과 농산물을 탈취하고, 여자와 아이들은 유린당하거나 노예로 팔려간다. 남자들은 대부분 죽임을 당한다.


작품세계가 비록 판타지라도 주요 무기가 검(서양적 요소)과 (건 서머너의 무기는 총이고 그것은 마법으로 이루어짐) 여자(왕녀, 공주, 여왕)의 의복이 중세유럽 내지 로코코시대 유럽(18세기 프랑스)인 조건에서, 전 근대적의 전쟁은 노예 혹은 죽음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전쟁이 나면 자신의 목숨도 그렇지만, 왕국의 무너지는 것은 헤프미란 왕국의 국민들도 국민의 지위 대신 다른 국가의 노예로 팔려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일린은 어떻게든 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론 일행에게 접근하는 것이다.



자신 역시 어린 소녀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자신의 선택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점에서 그녀의 행동은 개연성이 매우 높은 행동을 보여준다. 전쟁의 고통은 인간을 비참하게 만든다. 작품에서 헤프미왕국의 어느 마을 한 소녀가 세상에 대한 증오와 원한으로 마검과 동화된다. 구원받을 수 없는 자신의 삶, 어둠에 물든 영혼은 결국 악령처럼 변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불행의 고통에 이끌어낸다. 그리고 세계를 더 심한 나락으로 만들려는 자들이 있다.


론이 지난 과거, 즉 다시 구성된 세계 이전에 멸망한 세계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신과 악마는 기억하고 있다. 그런 세계가 되는 것은 시공간적으로 유한한 존재인 인간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신과 악마는 기억하고 있고, 그것은 론에게 암시해준다. 그런데 조금 재미있는 것은 악마가 진짜 악마인가 싶을 정도로 모순적인 행동을 보여준다. 멸망한 세계에서 주박에 걸려 론과 싸운 악마는 지금의 론에게 은혜를 갚으려한 모습에서 말이다. 


강한 힘으로 주인의 명령을 듣는 악마지만, 론에게 죽임을 당함으로써 주박이란 쇠사슬에서 벗어난다. 악마조차도 “나는 노예의 평화보다는 위험한 자유를 택할 것이다.”를 보여준 것이다. 그런 자유를 준 론이 그것을 지키기 것은 역시 이종족의 몰살을 피하면서부터다. 나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타인의 자유와 평화가 존재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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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자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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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에서 매우 유명한 소설가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유명하기에 딱히 그에 대해 설명할 이유도 없다. 이번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신참자>는 일본 드라마에서 제작될 작품이다. 작품은 가가 형사 시리즈로 그가 신참자, 즉 경시청에서 나와 니혼바시에 위치한 경찰서로 배치되면서다. 그가 배치되자, 30대인 경력이 있는 경찰관이라도 어느 지역에 가도 처음에 낯선 동네다. 낯설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영역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영역이다.


<신참자>란 제목답게 그가 처음 부임한 동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동기와 결과를 봐서는 너무 흔한 소재였다. 즉 돈이란 매개로 통한 사업가의 곤란한 처지가 다른 인물을 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 책을 본 뒤 내 머리에서 특별히 남는 게 없다. <신참자>란 소설은 단순히 히가시노 게이고만이 아니라 다양한 추리나 범죄소설에 등장할만한 소재이고, 하다못해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에서 종종 등장하는 소재다. 아마 단순히 추리 한 가지로 비교하면 TV에서 방영된 <명탐정 코난>보다 아래일지 모른다.


그런데도 왜 <신참자>는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사랑을 받는가? 이 작품은 경찰관으로 임관된 가가 형사가 살인범을 쫓기 위해 새로 부임한 동네를 이곳저곳을 다니며, 조사하는 것이다. 바로 거기서부터 이 소설은 재미가 시작된다. 소설이란 서사적 구조에서 외적인 구조에선 가가 형사가 범죄를 쫓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면에 안쪽에 숨은 서사는 다른 방향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약간 보수적인 요소(정치적인 요소보단 정서적인 요소)가 잘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총 9편의 이야기가 하나로 묶인 <신참자>를 읽는 순간, 나는 딱 드라마 각본으로 사용하기 좋다고 여겼다. 가가 형사로 통해 수사로 몰입하는 이야기보단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다양한 인간군상을 살펴보고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인간들은 어디에서 존재하는 보통의 사람들이다. 누구나 될 수 있는 사람이다. 전통과자, 케이크가게, 식당, 문구점, 학생 등등 이 모두가 일상적으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부류다. 단지 그 인물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은 가공의 인물이고, 배경이 한국이 아닌 일본이라도 그 상황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공감대가 반영되어 있다.


우리 역시 길가를 걷다보면 많은 인파에서 학생들이 있고, 상가를 지나면 많은 가게가 입주해있다. 단지 그들은 오늘 하루 그들 나름으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친구와 가족이 있고, 각자의 삶이 존재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참자>에서 인물들의 묘사들은 바로 그런 보통사람이다. 그들은 겉으로는 그저 그렇게 보일지 모르나, 속사정에는 보이지 않은 골치나 고민이 있다. 가가 형사가 수사를 범이면서 많은 증인 혹은 참고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점에서, 가가 형사는 분명 수사로 접근한다.


하지만 막상 이야기는 각자의 삶과 연결된다. 아버지와 딸의 의절관계, 혹은 과거 사랑하던 여자의 딸을 만나던지 혹은 고부간의 갈등, 우리 일상에서 심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신참자>의 매력은 아마 그런 요소일 듯하다. 그래서 재미가 있는 이유는 상당한 공감대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문학적으로 그렇게 높지 않은 것 같았다. 사실 최초의 서사인 <오이디푸스왕>은 라이오스가 아들 오이디푸스에게 폭행당해 죽고, 그의 아내 이오카스테는 자신의 아들과 결혼한다. 근친상간의 천벌은 오이디푸스 스스로 원하지 않으나 결국 몸으로 받아낸다. 문학의 맛은 보통 상황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적 요소가 일어날 수 있다면? 라는 의문에서 시작될 경우 그 문학적 재미가 있는 것 같다.


물론 보통사람의 이야기는 <신참자>로 본다면 좋은 예능소설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 단지 속세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이어갔기 때문에 일반사람 역시 쉽게 읽을 수 있다. 장점과 단점은 바로 이 점 때문이라 볼 수 있다. 특히 모든 문제와 해결지점의 방향은 가족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족의 사랑이 이 소설의 중심적인 교훈이다. 가족의 사랑은 너무 당연한 가치다. 가족의 사랑이 없다면 인간에게 그보다 비참한 감옥은 없다. 하지만 가족이 소중해도 가족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 <신참자>의 조금 아쉬운 점은 가족의 희생을 강요는 아니나, 그 희생을 자처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조금 그게 좋은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설정이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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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5-16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이고는 확실히 호불호가 갈립니다. 좋은 작품은 꽤 좋은 데 안 좋은 작품은 질이 떨어지고 말입니다.

만화애니비평 2015-05-16 12:47   좋아요 0 | URL
겉으로는 보기 좋은 그림이나, 생각할 거리를 주지 않은 게 문제죠.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1 - L Novel
와타리 와타루 지음, 박정원 옮김, 퐁칸 ⑧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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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인간관계 심리묘사 그리고 인간의 군상을 제대로 보여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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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쇠퇴했습니다 7 - J Novel
다나카 로미오 지음, 김경훈 옮김, 토베 스나호 그림 / 서울문화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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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와 재미로 넘치는 <인류는 쇠퇴했습니다> 7권을 읽어보면서 생각하지만, 역시 이 라이트노벨은 대단하다고 여긴다. <인류는 쇠퇴했습니다> 라이트노벨 시리즈가 1~6권을 보고 난 후 오랜 시간을 기다리며 발간된 7권을 보면서 상당히 현실적인 요소가 많이 된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주인공 나(私)는 녹나무마을에 얼마 되지 않는 학사(學舍) 출신자다. 학사라는 곳은 우리에게 흔히 학교라는 곳이다. 정식교육 절차를 밟아 졸업한 나(私)는 녹나무마을에서 어린아이에게 교육을 가르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식인 계열이었다.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선 먼저 가르칠 대상 학생이 있어야 하고,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 먼저 교사 스스로가 그 지식을 이해해야지 가능하다. 지식의 전달은 언어로서 가능하며, 언어는 말과 문자로 가능하다. 그러나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그런 최소한의 지능이 구비되지 않으면 제대로 지식을 쌓을 수 없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으면 쌓을 수 없다. 학생이라면 당연히 배우기 위해 먼저 교사의 말을 듣고, 스스로 교실에서 타인과의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점이다. 만약 그것이 누락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무리 머리가 좋은 B군이나 활달한 성격 A군, 그리고 조용한 C양이라도 교실에서 서로 간의 입장을 존중하지 않고, 선생마저 무시한다면 교실은 무너지게 되어있다. 그런데 이런 교실을 만드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 학생의 말썽인지 아니면 교사의 무능력인지 혹은 그 무엇인가 존재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류는 쇠퇴했습니다> 7권을 읽는 순간 당신은 이 책에서 말하는 학생의 문제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곧 모든 학생의 문제는 학생 본인에게 발생하는 게 아니라 가족의 문제로부터 시작이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고, 학생 한 개인은 그 가족의 얼굴이기도 하다. 나(私)는 학교에서 수업하면서 아이들의 장난에 계속 시달리고, 수업 도중에 파이가 날라 온다. 게다가 이들은 무시무시한 도구를 가지고 있다. A군은 리모콘, B군은 안경, C양은 인형이 이상한 아이템이다. 물론 그 아이템의 출처를 찾아보면 어디인지 금방 이해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인류는 쇠퇴했습니다>는 신인류인 요정의 등장에서 조건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구(舊)인류인 보통 인간은 이미 쇠퇴하고, 신(新)인류 요정은 마술(첨단과학기술은 때에 따라서 마술이라고 말한다)로서 신비한 능력을 보여준다. 그들의 지겨움에 대한 탈출과 재미에 대한 추구는 항상 나(私)에게 골치 아픈 사건만 준다. 이번에 역시 마찬가지다. 단지 그 말썽의 도구가 각자의 아이템으로 주어진 것이다. 수업에 제대로 임하지 않고, 이들을 제대로 통제하려면 오히려 부모가 와서 행패를 부리는 것을 본다면 과연 누가 먼저 고치는 게 바른 것인지 보여준다.


마지막 해결대안으로 학생 3명에게 기존의 생활방식이 아니라 다른 생활방식으로 살아갈 것을 권유하는 모습에서 교육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옛날 중세유럽에서 아이들은 어린아이로 취급받지 않았고, 단지 작은 어른들이었다. 그들은 집안일들 도와주고, 때에 따라서 생계에 중요한 기여도 했다. 그러나 점차 아동들이 작은아이가 아니라 아직 한 사람의 인간으로 등장하지 못하자 소외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학교가 없는 녹나무 마을에 아이들을 항상 부모로부터 제대로 관리 받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그래서 나(私)와 말썽꾸러기 3인방의 대결이 보여주고, 그들은 최악의 상황인 도피를 선택한다. 아이들에게 도피라는 선택은 자신의 이성과 자율적 사고에 의해 결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렇게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부모의 관심이다. 그 관심은 억지로 보이는 것도 아니고, 그저 선생에게 찾아가 큰 소리로 윽박지른 것도 아니다. 그 학생의 입장에서 어떻게 고립된 자신의 처지를 개선할 수 있는가이다. 그런 교육에 대한 부분에서 인간은 과연 선한 존재인가? 혹은 악한 존재인가?


작품을 읽으면 착한 것도 나쁜 것도 아니라, 인간이 태어난 환경과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만약 제대로 된 사랑만 있으면 그 아이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해보면 차라리 인간은 태어날 때 선하나, 단지 상황적 모순, 비정상적인 사회로 병들어가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누구나 비뚤어지고, 나(私) 역시 그렇게 비뚤어진 자신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 아니 차라리 인간은 비뚤어지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인간은 자신의 존재성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7권 전반부가 학생과 교사의 영역이라면, 후반부는 인간의 지성에 대한 부분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이성과 지성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고등 포유류인 침팬지의 경우 도구를 사용할 수 있고, 어느 정도 상황판단할 수 있는 지능이 있다. 하지만 언어를 습득하여 사고하여 다양한 사유를 할 수 없다. 눈앞에 보이는 형상에 대해 인지할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은 관념적인 영역을 동물은 사고할 수 없다. 죽음에서 인간은 상상할 수 있지만, 동물은 죽음을 위기의 순간 본능적으로 느낀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의 이성과 지성으로 통해 세상의 사물을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런 기능을 인간이 아닌 기계가 가진다면? 아직 읽지 않았으나 얼마 전 아는 분에게 책 한권을 선물을 받았다. 제목은 <왜 로봇의 도덕인가>, Moral Machines 원문인 이 책은 외국에서 로봇에도 지성이 있고 인권이 있다는 판결로서 인간만이 지성과 이성을 지닌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 단지 인간은 생물이고, 로봇은 무생물이다. 인간은 생물화학적인 에너지로 세포로서 움직이나, 무생물은 로봇은 연료에 의해 동력으로 움직인다.


로봇이 지성이 있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물론 <인류는 쇠퇴했습니다>는 철학적 의문을 제기하여 풀어가는 내용이 아니라 철학적인 내용도 하나의 코미디로 만드는 유쾌함이 있다. 나(私)는 과거 유산인 컴퓨터 분석 작업 중 컴퓨터 언어에 대해 연구하다 다시 이상한 사건에 휘말려 컴퓨터 지능에 나(私)의 인격이 이식된다. 그러면서 로봇이 폭주하고, 마을을 엉망으로 만든다. 나(私)는 인간인 것도 있지만, 로봇에 이식된 나(私)의 이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인간 나(私)와 로봇 나(私)는 모두 나(私)가 아닌가? 


작품을 읽으면 사로 인식하지 못하는 나(私)지만, 그래도 그 나(私) 역시 나(私)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로봇이 인간의 뇌가 아닌 컴퓨터로 작동하나, 그건 과연 인간과 동일하지 않은 지성적 존재라고 볼 수 있는가 없는가? 라는 질문에서 모호해진다. 물론 이런 사건 배경에 요정들이 숨어있겠지만, 요정은 단지 불가능한 일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매개체일 뿐이다. 단지 인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 생각해볼 만한 것들을 엉뚱한 사건으로 블랙코미디의 진수로서 진행되나 말이다. 이 모든 게 엉뚱하고 환상적인 일이나 하나, 그 작품 내에 숨겨진 인간의 모습은 상당힌 현실적이다. 오히려 엉뚱한 비현실로 보여주기에 우리에게 그 내용을 생각해 보게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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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4 02: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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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4 08: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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