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X프린세스X블레이드 2 - Seed Novel
오버정우기 지음, 보라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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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드래곤 프린세스 블레이드> 1권에서 리온이 교룡학원에 와서 그곳의 주인인 밀레니아와 용약의 계약을 맺는 것이 나온다. 처음에 교룡학원에 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리온은 동생 리에의 배웅으로 우연의 장난에 의해 학교로 오게 된 것이다. 그러면 이제 학원에 입학하였다면, 그 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1권은 말 그대로 리온과 리에가 교룡학원에 온 점에서 서사의 발단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2권부터 그 서사의 진행이 되는 전개로 이어진다.


전반적으로 서사는 큰 덩어리를 이루고 있지만, 그 안에서 1권마다 작은 서사가 담겨있다. 큰 서사 안의 작은 서사에서 2권은 분명 전개로 되겠으나, 그 내부에도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이란 서사구조가 있다. 2권 전체로 보자면 1권에서 드래곤은 오직 밀레니아 혼자라면 2권부터 새로운 드래곤이 나온다는 점이다. 1권에서 주인공 중에서 메인의 등장이라면, 2권부터 그 메인을 중심으로 등장하는 보조적인 주인공이 등장한다.


우선 밀레니아 학교의 주인이며, 학생회장인 점에서 자신의 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그녀들이 바로 3명의 드래곤이다. 1권부터 이상한 계략만 알려주는 샐리, 전투적인 슈, 지적이나 타인들과 벽을 쌓는 페이린이다. 모두 용족이고, 계층도 높은 부류다. 밀레니아가 용왕 중에서 최고 용왕의 딸이라도 나머지 드래곤 역시 용왕의 후예다. 그런 그녀들은 다른 드래곤들과 달리 밀레니아와 같이 학생회에 소속된 자들이다.


작품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만물의 기준은 무엇인가 대해 설정한 부분이다. 만물의 영장은 인간이나, 여기서는 드래곤으로 대체된다. <드래곤 프린세스 블레이드>에서 용인전쟁 이후 드래곤이 만물의 영장으로 등장한다. 그런데도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왜 드래곤은 드래곤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보다 인간의 모습으로 등장하여, 인간의 의복, 음식, 생활 등 문화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드래곤은 인간과 다른 존재이나,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가진 강력한 존재다. 그들이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는 점에서 진정 드래곤이 인간을 지배하고 있는 것인가? 드래곤의 지배방식은 힘으로 인간을 제압해도 결국 인간을 힘보단 힘을 만들 수 있는 문화적 방식으로 접근한다. 교룡학원에 밀레니아의 방식은 인간과 드래곤은 분명 차이가 분명한 종족이나 불평등한 조건을 인정아래 평등한 관계를 만들려고 한다. 진정한 평등을 만들기 위해서는 평등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불평등적 요소를 인지하여 그것을 새롭게 정립하는 점에서 시작된다.


밀레니아가 과거 자신을 구하려던 인간 남자아이 리온에 대한 최소한의 은혜, 그것이 그녀의 의지다. 드래곤은 인간보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강력하다. 그들의 힘은 주변의 모든 것을 날려버릴 정도로 두려운 힘이다. 그렇기에 드래곤은 자신의 위치에서 인간을 조정하는 것보다 인간의 높이에서 맞추어야 비로소 공존이 가능하다. 밀레니아의 행동은 바로 인간의 행동방식에 어떻게 다가가는 점이다.


그래서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공감과 교감이란 점이다. 왜 용과 인간은 서로 다른데도 이렇게 서로 도우려 하는 것일까? 용이 차라리 인간과 전쟁을 하면서 모조리 섬멸하고, 다시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탄압하여 영원한 속박의 종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드래곤은 그렇지 않았다. 인간에 대한 드래곤의 마음, 결국 작가의 세계관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이나, 그것은 오래전 신화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대략적으로 이 작품은 드래곤, 용이 출현하고, 리온이 드래곤 슬레이어 같은 존재인 점에서 북유럽신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게다가 원소의 이론에서 불, 물, 흙, 공기는 지구를 이루고 있는 4가지 원소다. 물론 화학적으로 원소는 수소, 산소, 질소 등과 같은 다양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단지 고대그리스에선 지구를 구성하는 4가지가 있고, 인간의 몸에도 4가지의 원소로 움직이는 것이다. 용도 저 4가의 원소로 힘을 낸다. 단지 조금 놀란 점은 나는 그리스사상으로 4가지를 분류한 것으로 생각했으나, 작품에서 성경의 기준으로 삼았다.


작가의 작품세계관 설정에서 성경 내지 북유럽 신화를 많이 이용했고, 생각 이상 잘 정리했다. 나중에 교룡학원을 침입하는 적이 만든 장치가 아크엔젤(1. 대천사, 구품 천사 중 한 천사로 국가 통치자의 보호와 특별한 사명을 전달한다, 2. 러시아 북구 백해에 위치한 항구도시)인 점에서 성경의 내용을 많이 반영한 것 같았다. 조금 아쉬운 점은 작품설정에서 매우 연구를 많이 한 만큼 작품 내 플롯이나 복선의 배치는 아쉬웠다.


아크엔젤을 사용하는 적의 정체가 너무 쉽게 파악되도록 적은 것이다. 판타지모험으로 라이트노벨은 잘 정리해놓았다. 주인공의 설정이나, 드래곤이란 종족이 가진 특이함이 보여주는 용녀 밀레니아의 행동 역시 잘 정리했다. 그러나 범죄 추리로 가면 아쉬웠다. 작품 자체가 추리물이 아니기에 큰 문제점은 되지 않겠지만, 조금 적의 정체가 쉽게 들키지 않게 배치를 신경 썼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래도 주인공과 페이린 관계에서 좋은 흐름을 보여준 것 같다. 일본에서 드래곤을 히로인으로 내놓은 작품들이 제법 많다.


라이트노벨, 만화, 애니메이션 심지어 신화의 세계에서 인간과 드래곤은 단순히 적대하는 관계가 아니라 때로는 친구, 동지, 연인 등으로 나온다. 주인공 남성 1명에 다수 용녀들이 모이는 하렘구도가 보이기는 하나, 그 하렘구조에 너무 강조하지 않은 점이다. 물론 그런 구도로 이어지는 이유는 리에라는 여동생의 존재다. 리온에게 리에가 없었다면 그 세계는 자신만의 왕국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동생이 있었고, 리온 역시 상당히 여동생을 아끼는 오빠다.


그렇기에 하렘구도가 보이더라도 cliche(반복적인 패턴적인)의 최소한으로 막아주는 리에의 앙탈은 괜찮다고 본다. 만약 리에가 없었다면 아마 리온은 밀레니아와 달콤한 시간만 보내는 것만으로 바쁠 것이다. 또한 라이트노벨 일러스트에서 그 표지의 인물은 책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1권에서 밀레니아라면 2권이라면 페이린이다. 다소 중국계 의상과 이름을 가진 용녀로서 보는 그녀의 이야기는 결코 낯설지는 않다.


단지 종족만 용족이지 용족 역시 보통 인간이 가진 고민이 있고, 때로는 질투도 한다. 기본적으로 라이트노벨 역시 그 기본토대는 신화의 세계다. 신화의 존재는 인간으로 등장하지 않을 뿐이지, 그들은 인간의 심리와 모순을 역설하는 존재다. 페이린 역시 그런 역설을 보여주는 히로인이다. 용녀 공주라고 완벽한 것은 아니다. 완벽해 보이는 인물이라도 막상 그 인물 내부로 가면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인간과 다름 점은 특별히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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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계약론 - 세상을 읽는 4가지 방법 Great 인문학
장 자크 루소 지음, 김중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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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헌법이 자유민주주의국가라고 하는데, 루소의 사상이 그 사상의 기반을 다져놓은 것이라면, 우리나라는 <사회계약론>에 따르면 과연 그런 국가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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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가 마왕을 무찌를 때 우리들도 있었다 5 - Seed Novel
맑은날오후 지음, 토브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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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용사가 마왕을 무찌를 때 우리들도 있었다> 5권부터는 조금씩 비밀이 풀리는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비밀이 풀리는 것만큼 의문과 위기가 다가온다. 5권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전에 론이 꿈에서 나온 여자가 있었다. 정확히는 누군지 모르나, 절망에 괴로워하던 론에게 다시 새로운 인생을 선사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처음 1권에서 론에게 아주 낡은 검을 판매한 소녀인 것이다. 그 소녀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여신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용사가 마왕을 무찌를 때 우리들도 있었다>에서 론과 인피니티제국 그리고 수많은 사람과 세계를 창조한 신인 것이다. 그런데 신의 모습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다. 아마 지구의 탄생에서 지구를 두고, 영어로 earth라고 하나 한편으로 gaia란 단어를 사용한다. 가이아란 지구의 대지, 혹은 대지의 여신이라고 칭한다. 그리스신화에서 우라노스의 어머니이며 또한 그의 아내이기도 한 여신이다. 여신의 존재는 즉 자연과 대지, 모든 생물의 창조주이다.


그런 그녀의 이름이 <용사가 마왕을 무찌를 때 우리들도 있었다>에서 페스티벌이다. 즉 축제라는 의미다. 페스티벌은 겉보기엔 마왕 루리와 거의 비슷한 연배로 보인다. 인간나이로 약 8세 전후의 어린 소녀다. 육체적인 규모에서 나약한 소녀로 나오나, 사실 그녀는 매우 막강한 힘을 가졌던 여신이었다. 어린 소녀라 그러나, 그녀의 힘이 제대로 발휘될 경우 성인의 모습으로 변하면 세상에서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매우 아름다운 미녀로 나타난다. 결국 신이란 인간과 비교하여 더 이상 부족할 것도 없는 완벽한 존재다.


라이트노벨 리뷰에 어울리지 않지만, 플라톤의 철학으로 따지자면 신적 존재란 그 자체로 완벽하다. 즉 신이 존재하는 곳은 인간의 현실이 아닌 이데아(idea)란 관념적 세계에 존재가 가능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이데아의 영역이 아니라 이데아를 본뜬 세계이며, 현실의 우리는 이데아와 같이 완벽하지 않고 불완전하다. 절대적인 미를 지닌 이데아의 세계, 그런 외모로 보자면 페스티벌의 완벽한 힘을 발휘하는 모습은 그 어떤 인간보다 아름답고 강하다. 인간이 도달하지 못할 이데아, 즉 페스티벌은 그런 존재이어야 했다.


신이란 원래 하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신화에서 가이아 외에도 우라노스, 크로노스, 그리고 제우스로 이어지면서 신의 영역을 넓어진다. 신이 다른 신을 만들어내고, 또 그 신은 또 다른 신을 만들어낸다. 본래의 신은 강한 힘을 가졌기에 아래의 신들을 지배할 수 있으나, 이제 그 아래 신들이 힘을 모울 경우 자신을 창조한 신을 몰아낸다. 문제는 그리스신화에서 크로노스와 제우스의 경우 몰아낸 신은 아버지였고 남신이었다. 여신을 몰아내지 않았고, 오히려 어머니가 여신이라면 그녀와 의기투합하여 아버지 남신을 몰아냈다.


그런데 여신을 추락한 것은 그 세계를 만든 것에 대한 부정이다. 페스티벌과 적대하는 만들어진 신, 그들은 인간에게 어떤 시련의 시간을 주는 것일까? 론의 잠재의식에 숨은 꿈의 기억에서 페스티벌을 만났고, 페스티벌과 만든 신도 만났을 것이다. 만들어진 신과 싸우며 모든 것을 잃은 론, 그가 이민족들을 무참하게 살해하는 순간 운명의 수레바퀴는 탈선되어 절망의 극으로 갔다. 다시 시작한 인생에서 문제는 지난 역사는 되풀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과거의 론을 인지하는 존재는 신과 악마이다. 즉 시공간적으로 초월한 존재만이 인간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라이트노벨 설정으로 만들어진 세계라도 인간이 생각하는 세계와 그것을 토대로 만든 작품 역시 현실에 존재하는 이념이나 이상에 의해 구성될 수밖에 없다. 라이트노벨 1권을 보면서 철학적 가치관을 정립해보는 것은 도가 지나치지 않나 싶으나, 작품에서 페스티벌의 등장, 페스티벌이 그렇게 약해진 이유, 인간을 위협하는 세계, 그리고 왕궁 내의 권력이 움직이는 모습에서 비켜나가기란 어렵다. 작품 내의 이야기 흐름에서 매우 정치적인 상황을 반영했다. 인피니티라는 국가는 거대한 제국이고, 그 힘을 모든 주변국가가 두려워할 정도로 강력하다.


헤프미왕국의 여왕인 아일린의 보면 더욱 그렇다. 아일린 가족은 왕족이나, 그녀의 가족은 무능한 정치가였다. 그래서 어린 나이로 왕위를 물려받고, 국가를 통치한다. 그녀가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바로 전쟁을 막는 것이다. 자신의 국가가 약한 약소국이기 때문에 언제나라도 주변국가 군대에 의해 짓밟힐 수 있다. 전쟁이 나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전쟁이 일어날 경우 우선 많은 사람들이 죽지만, 전쟁에서 가장 골치 아픈 일은 마을에 대한 약탈이다. 약탈은 가축과 농산물을 탈취하고, 여자와 아이들은 유린당하거나 노예로 팔려간다. 남자들은 대부분 죽임을 당한다.


작품세계가 비록 판타지라도 주요 무기가 검(서양적 요소)과 (건 서머너의 무기는 총이고 그것은 마법으로 이루어짐) 여자(왕녀, 공주, 여왕)의 의복이 중세유럽 내지 로코코시대 유럽(18세기 프랑스)인 조건에서, 전 근대적의 전쟁은 노예 혹은 죽음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전쟁이 나면 자신의 목숨도 그렇지만, 왕국의 무너지는 것은 헤프미란 왕국의 국민들도 국민의 지위 대신 다른 국가의 노예로 팔려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일린은 어떻게든 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론 일행에게 접근하는 것이다.



자신 역시 어린 소녀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자신의 선택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점에서 그녀의 행동은 개연성이 매우 높은 행동을 보여준다. 전쟁의 고통은 인간을 비참하게 만든다. 작품에서 헤프미왕국의 어느 마을 한 소녀가 세상에 대한 증오와 원한으로 마검과 동화된다. 구원받을 수 없는 자신의 삶, 어둠에 물든 영혼은 결국 악령처럼 변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불행의 고통에 이끌어낸다. 그리고 세계를 더 심한 나락으로 만들려는 자들이 있다.


론이 지난 과거, 즉 다시 구성된 세계 이전에 멸망한 세계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신과 악마는 기억하고 있다. 그런 세계가 되는 것은 시공간적으로 유한한 존재인 인간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신과 악마는 기억하고 있고, 그것은 론에게 암시해준다. 그런데 조금 재미있는 것은 악마가 진짜 악마인가 싶을 정도로 모순적인 행동을 보여준다. 멸망한 세계에서 주박에 걸려 론과 싸운 악마는 지금의 론에게 은혜를 갚으려한 모습에서 말이다. 


강한 힘으로 주인의 명령을 듣는 악마지만, 론에게 죽임을 당함으로써 주박이란 쇠사슬에서 벗어난다. 악마조차도 “나는 노예의 평화보다는 위험한 자유를 택할 것이다.”를 보여준 것이다. 그런 자유를 준 론이 그것을 지키기 것은 역시 이종족의 몰살을 피하면서부터다. 나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타인의 자유와 평화가 존재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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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자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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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에서 매우 유명한 소설가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유명하기에 딱히 그에 대해 설명할 이유도 없다. 이번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신참자>는 일본 드라마에서 제작될 작품이다. 작품은 가가 형사 시리즈로 그가 신참자, 즉 경시청에서 나와 니혼바시에 위치한 경찰서로 배치되면서다. 그가 배치되자, 30대인 경력이 있는 경찰관이라도 어느 지역에 가도 처음에 낯선 동네다. 낯설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영역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영역이다.


<신참자>란 제목답게 그가 처음 부임한 동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동기와 결과를 봐서는 너무 흔한 소재였다. 즉 돈이란 매개로 통한 사업가의 곤란한 처지가 다른 인물을 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 책을 본 뒤 내 머리에서 특별히 남는 게 없다. <신참자>란 소설은 단순히 히가시노 게이고만이 아니라 다양한 추리나 범죄소설에 등장할만한 소재이고, 하다못해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에서 종종 등장하는 소재다. 아마 단순히 추리 한 가지로 비교하면 TV에서 방영된 <명탐정 코난>보다 아래일지 모른다.


그런데도 왜 <신참자>는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사랑을 받는가? 이 작품은 경찰관으로 임관된 가가 형사가 살인범을 쫓기 위해 새로 부임한 동네를 이곳저곳을 다니며, 조사하는 것이다. 바로 거기서부터 이 소설은 재미가 시작된다. 소설이란 서사적 구조에서 외적인 구조에선 가가 형사가 범죄를 쫓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면에 안쪽에 숨은 서사는 다른 방향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약간 보수적인 요소(정치적인 요소보단 정서적인 요소)가 잘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총 9편의 이야기가 하나로 묶인 <신참자>를 읽는 순간, 나는 딱 드라마 각본으로 사용하기 좋다고 여겼다. 가가 형사로 통해 수사로 몰입하는 이야기보단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다양한 인간군상을 살펴보고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인간들은 어디에서 존재하는 보통의 사람들이다. 누구나 될 수 있는 사람이다. 전통과자, 케이크가게, 식당, 문구점, 학생 등등 이 모두가 일상적으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부류다. 단지 그 인물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은 가공의 인물이고, 배경이 한국이 아닌 일본이라도 그 상황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공감대가 반영되어 있다.


우리 역시 길가를 걷다보면 많은 인파에서 학생들이 있고, 상가를 지나면 많은 가게가 입주해있다. 단지 그들은 오늘 하루 그들 나름으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친구와 가족이 있고, 각자의 삶이 존재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참자>에서 인물들의 묘사들은 바로 그런 보통사람이다. 그들은 겉으로는 그저 그렇게 보일지 모르나, 속사정에는 보이지 않은 골치나 고민이 있다. 가가 형사가 수사를 범이면서 많은 증인 혹은 참고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점에서, 가가 형사는 분명 수사로 접근한다.


하지만 막상 이야기는 각자의 삶과 연결된다. 아버지와 딸의 의절관계, 혹은 과거 사랑하던 여자의 딸을 만나던지 혹은 고부간의 갈등, 우리 일상에서 심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신참자>의 매력은 아마 그런 요소일 듯하다. 그래서 재미가 있는 이유는 상당한 공감대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문학적으로 그렇게 높지 않은 것 같았다. 사실 최초의 서사인 <오이디푸스왕>은 라이오스가 아들 오이디푸스에게 폭행당해 죽고, 그의 아내 이오카스테는 자신의 아들과 결혼한다. 근친상간의 천벌은 오이디푸스 스스로 원하지 않으나 결국 몸으로 받아낸다. 문학의 맛은 보통 상황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적 요소가 일어날 수 있다면? 라는 의문에서 시작될 경우 그 문학적 재미가 있는 것 같다.


물론 보통사람의 이야기는 <신참자>로 본다면 좋은 예능소설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 단지 속세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이어갔기 때문에 일반사람 역시 쉽게 읽을 수 있다. 장점과 단점은 바로 이 점 때문이라 볼 수 있다. 특히 모든 문제와 해결지점의 방향은 가족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족의 사랑이 이 소설의 중심적인 교훈이다. 가족의 사랑은 너무 당연한 가치다. 가족의 사랑이 없다면 인간에게 그보다 비참한 감옥은 없다. 하지만 가족이 소중해도 가족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 <신참자>의 조금 아쉬운 점은 가족의 희생을 강요는 아니나, 그 희생을 자처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조금 그게 좋은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설정이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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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5-16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이고는 확실히 호불호가 갈립니다. 좋은 작품은 꽤 좋은 데 안 좋은 작품은 질이 떨어지고 말입니다.

만화애니비평 2015-05-16 12:47   좋아요 0 | URL
겉으로는 보기 좋은 그림이나, 생각할 거리를 주지 않은 게 문제죠.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1 - L Novel
와타리 와타루 지음, 박정원 옮김, 퐁칸 ⑧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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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인간관계 심리묘사 그리고 인간의 군상을 제대로 보여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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