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울을 쓰고 나귀를 몰면서 가던 한빙은 설한의 굳은 얼굴이 내내 불만이었다.
“오라버니.”
“왜 그러느냐.”
“왜 그러세요?”
“왜 그러냐니.”
“아까 전부터 나한테 화내고 있잖아요!”
한빙은 객잔에서 쫓겨난 게 아까 전부터 큰 불만이었다. 설한은 한빙이 맺은 혈도를 다 풀어준 후, 일일이 사죄하고 한빙은 데리고 쫓겨나듯이 남쪽으로 걷고 있었다. 한빙은 그나마 나귀를 탔지만 설한은 말마저 그들에게 준 후 그냥 걷고 있었다.
“아니, 뭐…차기 궁주한테 이야기해봤댔자 통할 것 같지도 않고…”
“,,,,,,”
“빙장을 날리거나 혈도를 찍으면 이 몸도 곤란하거든. 네 빙장은 과일조차 얼릴 정도로 차갑잖니.”
“…오라버니!”
“왜?”
“왜 그냥 두셨어요? 피냄새가 진동을 하던데요.”
“…그러게말이다. 내가 왜 비무초친에 끼어들었을까…”
설한은 한숨을 푹 쉬고는 한빙에게 다가가 신발을 톡톡 두들겼다.
“왜요?”
“내려와. 나도 타고 가게.”
한빙이 한숨을 쉬었다.
“그러게 왜 말은 거기 두고 와가지고…”
“방울을 달아놓을 필요가 있었거든. 두아가 머리가 좋으니 여차직하면 이리로 금방 달려올게다. 궁주님의. 천리마는 그깟 무림인들 따위는 쌈싸먹기지.”
“…그럼 당장에 처치를…”
한빙이 허리춤에 있는 채찍을 뽑으려 들자 설한이 말했다.
“내가 이리로 나오면서 뭐라고 했니? 눈 감고, 귀 닫고, 입 다물어야 된다고 하지 않았니?우린 지금 강호를 걷고 있는 게다.”
“비무초친에 아무 생각 없이 덤빈 건 오라버니죠.”
“객잔을 어지럽힌 건 너고.”
두 사람은 거기까지만 하고 한숨을 쉬었다. 둘 다 궁주에게 중요한 밀명을 받았는데, 서로가 서로의 일을 방해하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때 후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몸집 큰 갈까마귀 한 마리가 설한의 어깨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