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머리를 굴려도 글에 대한 반응이 없는 경우가 있다.
어둠의 대륙횡단 열차 최근글에 대한 반응이 그렇다. 추천은 있는데 조회수는 지극히 낮았다...
조회수를 억지로 늘릴래야 늘릴 수도 없고...
거기에 대해서 나도 저조해진 나머지 최근 화에 대해서는 미적지근한 느낌밖에 안 든다...
그것도 한번 삭제하고 다시 올렸는데도 나도 마음에 안드니...
아마 공부를 덜 해서 그런 것이려니, 배경 공부도 덜 한 것 같고.
정직한 반응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한동안 착상이 막혀서 잠시 다른 글을 써보려고 한다.
소설을 쓸 게 아니라 고전 문학이나 현대 문학을 읽고 감상문을 남기는 것.
혹은 즐거운 생활에 대해서...
나는 애인도 없고, 별다른 취미 생활도 없어서...
아마 글 읽은 것이나, 영화 본 것(지금 최고로 고대하는 영화는 역시나 아가씨! 아아, 기대된다.)
들을 하루에 한번 혹은 두번 올릴 듯.

오늘은 모리 오가이의  단편집(기러기)을 이틀에 걸쳐서 읽었다. 연애의 정념에 대해서 길게 써놓은 글들이 많은데...
지루하지 않게 잘 읽었다. 하지만 대작가라는 생각은 안 듦.
그리고 아쿠다카와 류노스케의 '지옥변' 을 읽었다. 예전에 애니메이션판 '지옥변' 을 본 적이 있는데 그걸 보고 이걸 보니 역시 소설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감독들이 제멋대로 한다는 생각이 든다...
원작으로 자기들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말이지...왜 애니메이션이 쇠퇴하는 지 알겠다.
그렇게 동인지가 하고 싶으면 자기들 이야기를 하면 되잖아...라는 느낌
원작은 굉장히 악마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근데 약간 리골레토같은 느낌도 든다.(요시히데와 딸의 관계가 꼭 리골레토하고 질다같은 느낌이.)

그리고...장진 희곡집을 드디어 다 읽었다.
제일 앞에 있는 작품이 제일 좋았고, 도둑이 나오는 작품은 그다지.
러브라인이 너무 억지야.
장덕배와 이화이라는 주인공이 자주 나오는데(택시드리벌에도 나오고 마지막 작품에도 나오고)
아마 장진 감독의 주요 캐릭터인 듯. 그래도 이름은 좀 바꿔주시지.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와 동막골의 원작도 나오지만, 딱히 내 취향은 아님.
하지만 멋있는 원작자라는 생각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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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밖으로 벗어나는 작가, 김애리.

1년에 1권씩은 꼭 냈다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사고가 50대 정도로 보이는 노숙한 김애리씨.
실제 연령은 나와 거의 비슷한 것 같은데, 어떻게 그런 사고가 가능한지 의문이었다.
아직 나는 어른이 덜 된 것 같은데 20대에 쓴 책이 내 사고를 넘어서고 있었다.
어른으로서의 책임, 도전해야 할 목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차근차근한 액션 플랜.
대부분의 자기계발서가 그런 점이 부족한 것에 비하면 거의 획기적인...
거기다가 다국언어 가능자이다보니 속담을 이용해서 자칫 밋밋하기 쉬운 자기계발서에 생기를 불어넣었다.(이건 소설에 대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
인생이 시어빠진 레몬을 던져줘도 그것으로 맛있는 레모네이드를 만드는 것...그것이 멋진 여자들의 삶.
실제로 김애리씨도 시어빠진 레몬이 가득한 느낌을 받았었다는 걸 블로그에 가보고서야 알았다.
그전에는 금수저인줄 알았더라는...
근데 이 멋진 작가가 중국에서 부부가 사업과 육아를 거하게 벌이고 있다하니, 나중에는 작가를 사업에 빼앗기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든다.
나한테는 이런 작가가 무척 소중한데...책 좀 더 써주시면 안될까요...김애리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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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보신 분들중 불쾌하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예. 맞아요. 주인공 홍설. 치즈 인 더 트랩의 여주인공 이름하고 같지요...
표절...일 겁니다.아마.

근데 이 이름 무심코 나오긴 했지만 꽤 중요한 이름이어서...어쩌면 바꾸지 않을 수도 있어요.
홍은 채운국 이야기에서 홍씨 성을 읽을 때 읽는 코우...라는 느낌이 좋았고, 또 백설이 붉게 된다...라는 느낌으로 잡은 이름이라서...
눈치 채신 분도 있겠지만 2부부터는 설이라고만 부르고 있습니다...캐릭터가 부를 때야 홍설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코유키라고 부르기도 하지만요...

실은 제 후배 중에 백설이라는 친구가 하나 있어서, 홍설의 캐릭터를 그 친구 외모에 맞췄거든요. 아직까지 외모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요...(이거 또 이름 공개했다고 혼나는 거 아닐까..;;;;;)
이름이 백설이라서 공주라는 별명을 가졌었는데...그렇다고 백설이라고 부를 수가 도저히 없어서...
홍설이라고 불렀는데-치즈 인 더 트랩을 보지는 않았지만 귀에는 많이 익은 이름인지라...-그게 어느덧 저한테도 익숙해져버려서...;;;;;;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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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선생은 공기가 건조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눈을 떴다. 눈마저도 깔깔했다.
무슨 꿈을 꿨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의 자신의 경험이 말해주었던 나쁜 일이 일어나기 전의 위화감이 있었을 뿐이었다.
도대체 몇명을 죽였던걸까? 자신이 누이와 결혼하기 위해서 던졌던 그 양심, 그 양심위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
그리고 지금 눈앞에 또 죽여야 할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묵주를 굴리며 무언가를 읽고 있었다. 무엇을? 자신의 책이 아니라 성경을 읽고 있는가?
나달나달한 표지인것은 알겠으나 그것이 자신이 직접 만든 '일기'인지 아니면...

"깨어나셨군요."

제국어로 말을 붙이는 사내의 얼굴을 하선생은 의아한 듯이 바라보았다.

"3등칸에 있지 않았소?"

"네."

뭐,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 싱긋이 웃으며 한두가 대꾸했다.

"거기 자리는 좀 불편해서요."

"호오."

이 배짱좋은 놈 보게...하는 심정으로 하선생이 다시 말했다.

"일부러 잠든 척 해서 풀어줬더니...그렇게도 감옥이 가고 싶은 게요?"

"...뭐, 도착하기 전에 3등칸으로 다시 가면 그만이니까요."

한두는 시침 뚝 떼고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물론 하선생이 그를 일부러 풀어주었다는 이야기나, 자리가 불편하다는 이야기나 서로 거짓말이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었다.

"뭐, 그때까지 심심치는 않겠구료."

두 사람은 그런 농담따먹기를 하면서 설이 읽는 책에 집중했다. 두 사람 다 알고 있었다.
그녀가 과연 [그]를 읽으려고 하는지 아니면 거부하려 하는지...서로가 거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하선생은 한두에게서 약간의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오, 성경이 아니군."

한두가 중얼거렸다.
그랬다. 그녀가 읽고 있는 것은 [그]의 '일기'였다.

"드디어 성공하셨군요. 제국의 톨스토이 선생."

한두의 비아냥거림에 하선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이게 아니다.
뭔가 다르다...
그녀가...그녀가...

"저...홍설양..."

하선생의 말에 설이 매몰차게 대답했다.

"맛떼 구다사이!"(기다려주세요!)

"......"

그가 침묵하자, 그녀가 천천히 다시 말했다.

"기다려주세요...아직 읽고 있으니까요...좀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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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이 백명에게 그 쪽지를 보여주었을 때 백명은 아연실색했다.

"화내지 말게."

대장은 그에게 말했다. 백명은 최대한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주먹을 쥐었다. 힘줄이 끊어질 것처럼 격렬한 피가 그의 몸 전체를 휘감았다. 근육과 힘줄이 강한 힘에 자극받는것처럼 그의 마음도 혼돈으로 마구 흔들려서 짜내지기 직전이었다.

"제 필체를 도용했는데 제가 가만히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더더군다나 그 무도한 놈을 꾀어내기 위한 수작으로 가녀린 아녀자를 이용하다뇨!"

"독립을 위해선 가녀린 여자라고 넘어갈 수 있는 건 아니지...더더군다나, 그 아가씨는 현재 그 치가 호감을 많이 쌓으려고 하는 인물이니까...그녀가 우리 뜻대로 그 책을 가지고 온다면...다행아닌가...그 책에는 아마 그 치가 암살대상자로 삼은 인물들의 거처나 그런 것이 있을테니...아니면 중요한 친일파들의 행적이나 재산같은 것이 쓰여져 있을 거야..."

"그렇다면..."

백명은 흥분을 가라앉혔다.

"제게 기회를 주십시오."

최대한 냉정한 기회주의자처럼 보이자...그는 자신에게 속삭였다. 속내를 읽히지 않고...
그 작자는 자신이 편지와 일기를 읽힌 뒤 읽은 여자를 죽인다는 말이 있는 자가 아니던가...
순결은 최대고려사항이 아니었다. 다만 그녀의 죽음만은 막아야했다.

"제가 그녀에게 직접 편지를 쓰겠습니다. 그녀의 약혼자는 저니까...제가..."

"오, 그럼 다행이군. 고맙네."

 대장은 두툼한 손을 그의 어깨 위에 얹고 민가를 나섰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타다다당! 하는 총소리와 함께 대장이 뒤로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두툼한 눈위라 소리도 크게 나지 않았다.

"마적단이다!"

민가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민가의 반도인들은 독립군들을 독에다가 넣고 숨겼다.
얼마간  총소리, 불타는 소리, 외침소리가 이어지다가 이내 사라졌다. 숨어 있던 백명은 사태가 대강 수습되자 무리들을 불러모았다. 이제 대장은 죽고 없으니, 이 무리의 대장은 이제 백명이었다.

"다음 기차역은 어디인가?"

백명이 아까전에 연락책으로 나섰던 다음 기차역의 역무원에게 말했다.  그들은 제국의 역무원으로 일했지만, 독립군들을 지원하고, 몰아붙이는 듯 책략을 쓰기도  했다.

"다음 역은 엔바르입니다."

"거기서 다음 편지를 가져가게...대장님이 돌아가셨다고, 일이 추진이 되지 않으면 안되니 말이야."

백명은 자신도 모르게 양손을 모았다.

'부디 천지신명이시여. 그녀를 구해주소서.'

그러나 그는 다음 순간 급하게 글을 휘갈길 수 밖에 없었다.

[그를 읽으시오. 나의 님이여. 그대의 순결한 마음만은 그것을 읽는다고 달라지지 않을 것이오. 결코. 왜냐하면 그대는 결코 더러워지지 않는 나의 눈이기 때문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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