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차 안에서 심신이 피로하게 느껴지거나 멍하게 있는 날.

듣고 싶은 음악은 심규선(루시아)의 노래들이다.

아직까지 cd로 굽지를 않아서 차 안에서는 들을 수 없다.(오해의 여지가 있겠지만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음원들은 모두 다 바르게 다운로드 한 것 들이다.)

하지만 피곤한 날, 엔야나 심규선, 에피톤 프로젝트, 페퍼톤스, 랄라 스윗, 어쿠스틱 카페의 음악을 들으면 뭔가 씻겨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특히 심규선은 국내 가수들 중에서 내게 가장 힐링이 잘 시켜주는 가수 중의 하나다.

물론 주로 봄날에 어울리는 음악이긴 하지만, 사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건 간에 언제나 사람은 힐링이 필요하지 않던가.

내가 심규선의 음악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에피톤 프로젝트와 함께 했던 [선인장],[꽃처럼 사랑해줄건가요?]이다.

꽃처럼 사랑받는다는 건 좋은 이야기다. 그만큼 자신이 향기롭고 순수한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미이니까. 하지만 꽃은 얼마 가지 않는다. 언제까지 자신을 꽃처럼[만] 사랑해줄건가?라는 물음이 가슴을 치고 지나간다.

선인장...은 듣다보면 마린블루스의 선인장양이 생각나는 노래인데, 이것도 상당히 마음에 든다.

아마 좀 유명한 곡들이라서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노래들일테고...

이제 와서 아는 척 하는 것 같아서 쑥스러워서 이렇게 마무리한다.

이력과 좀 더 전문적인 내용을 알고 싶으시면 엔하위키에서 심규선을 검색해보시라고...

그럴바에는 왜 이렇게 쓰느냐고?

 

그냥...같이 음악 듣고 싶어서...;;;;;;;;

들어봐요. 귓가에 바람이 스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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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률은 모아들인 정보를 파악했다. 자신의 편에만 서 있지는 않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유능한 몇몇 기사들은 길준의 편이었다. 길준의 정체까지 덤으로 파악하게 된 병률은 곧 길준의 일을 제대로 처리 못한 탓으로 선금반납을 해야 하는 몇 명을 따로 불렀다.

 

“...죄송합니다.”

 

그들은 유능했지만 항상 유능할 순 없었다. 상대는 바로 여당의 의원이니까. 어설픈 정보를 수집하려 했다가는 그들이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질 위험이 있었다.

 

“아니, 뭐 꼭 그럴 필요는 없고.”

 

병률의 과거 직업을 알고 있는 그들이니 병률에게 더욱 약할 수 밖에 없었다.

 

“이리 편하게들 앉지?”

 

“......”

 

“앉아야 이야길 할 게 아닌가.”

 

병률의 말에 한 사람씩 자리에 앉았다. 총 3명.

이 중 길준에게 가장 많이 선금을 받았던 자가 하나.

충분히 될 것 같았다.

 

“그 자네들을 고용한 남자 말인데...”

 

“네.”

 

“내가 자네 선금을 빼앗기지 않게 해준다면 어떻게 하겠나?”

 

“네?”

 

머리가 생각보다는 좋지 않은가 보다. 병률은 그렇게 판단을 내리고는 상대에게 다시 말했다.

 

“나같으면 선금의 몇 퍼센트를 붙여서 떼일 짓은 안 하지. 설사 한다 하더라도 자네는 그걸 그냥 뺏길 사람같지는 않은데?”

 

그 말에 상대의 얼굴에 마치 전구에 불이 들어온 것 같은 찬란함이 넘쳤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남은 자네 둘.”

 

“아,예.”

 

“잠깐 자리를 옮길까? 아, 처음 자네는 돌아가도 좋아. 내 제안을 곰곰이 씹을 시간이 필요할거야. 용기도 필요할테고 말이지. 부탁한 건 이미 자네 사무소에 있으니 알아서 해결하게.”

 

부탁. 이라는 말에 머리가 별로 좋지 못한 그 남자가 잠시 머리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이내 무슨 뜻인지 깨닫고 바로 방을 나갔다.

 

“왜 저 친구보고 나가라고 했는지 이해가 가나?”

 

그가 나가는 걸 확인한 후 병률이 낮은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했다.

 

“뒷처리를 하라는 이야기겠지요.”

 

둘이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선금입금만 완벽하면 저흰 언제나 벙어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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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는 가게 문을 닫고 지윤과 함께 예전 아버지가 사용하던 산장으로 피신했다.

옛날에 쓰던 산장이라, 여기저기 거미줄에 곧 허물어질 듯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가끔 들르는 손님이 있어 그런가, 생각보다는 상태가 양호했다.

 

“......”

 

털보는 충격을 많이 받은 듯 했다.

부자며, 동생이며...왜 다들 그의 이해 한계선밖에 있는지 이해를 전혀 못하는 모습이었다.

 

“형...”

 

기껏 코펠에 라면이나 끓여서 먹을 정도의 정신만 있는 그를 보면서 지윤은 답답해졌다.

 

“형이라고 부르지도 마라...내 일생 이런 헛짓거리를...”

 

“어쩔 수 없었잖아요...”

 

“어쩔 수 없어? 내 머리를 탓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저널리스트 하던 놈이 백수로 몇 년 놀더니

적한테 선수를 빼앗기다니...”

 

“.....”

 

그 적이라는 개념이라는 게 아마 금괴를 말하는 것이리라.

지윤은 금괴에는 별 관심은 없었지만, 형의 집착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질문했다.

 

“형은 금괴 금괴 그러는데 진짜 아버지가 금괴를 가졌다고 생각해요?”

 

“물론이지. 증거도 있어.”

 

“뭔데요?”

 

“말 안하련다.”

 

하긴 금괴를 가지고 있었다면 부자에게 그렇게 큰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고, 사는 것도 으리으리하게 살았을 것이다. 그의 스케일에 어울리게.

 

“왜요?”

 

“말해봤자 소용없으니까.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거니까 니들하고는 상관없기도 하고.”

 

“...소엄마가 아버지한테서 선물받았던 거군요.”

 

“말을 한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

 

선물이라...아버지의 비비꼬인 성격상 틀림없이 장난으로 만든 위조품인게 틀림없었다.

기자인 그녀답게 바로 나서지 못했던 건 아들을 낳고나서 몇 년 안되어서 죽었기 때문이리라.

 

“형은 부자가 되는 게 좋아요?”

 

“...글쎄다.”

 

“그런데 왜 금괴에 그렇게 집착을 해요?”

 

“그걸 꼭 일일이 설명해야 알아듣니?”

 

털보가 순간적으로 버럭거렸다.

 

“어머니 유품이란 말이다. 내 직업하고 금괴하고. 난 한 개만 있어도 족한 물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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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준은 언젠가부터 예전처럼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이젠 소설가의 꿈은 버렸는데, 항상 함께해주던 아내는 이제 없는데. 그런데도 자신은 글을 쓰고 있다.

꿈같은 상황이 아닌가. 이젠 더 이상 글로 먹고 살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어차피 돈이 있으니 그 돈의 이자로도 충분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알았다.

 

‘어차피, 안 될 일이야.’

 

글에 대한 욕망으로 더 이상 불타오르지 않았다. 그에게 남은 건, 죽은 문어의 살아있는 신경이 있는 다리를 포크로 꾹 찌르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뭘 쓰고 있으십니까.”

 

이준구가 어느새 들어왔는지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얼른 컴퓨터 화면을 손으로 가렸다.

 

“아, 잠깐 웹서핑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잠시 맡은 할머니에게 좀 좋은...”

 

“...그건 제가 알아서 했습니다. 그것 보다 어머님 인상착의와 닮은 사람들을 찾고 있습니다만, 별로 찾지를 못하겠더군요...”

 

“......”

 

길준은 침묵했다. 아니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일시적인 미움으로 어머니를 구할 수 없는 바닥으로 밀어뜨렸따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 놈의 유령이 뭐라고, 그 유령의 손가락질 하나에 어머니를 버리다니...

참담한 생각이 들었지만 표시를 하지 않으려고 그는 무척 애를 썼다.

그리고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사실 아내의 유령은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다.

 

“아마, 돌아가셨을 겁니다. 상대는 악독하니까요.”

 

“...그러니 더욱 조심하셔야...”

 

“준구씨는 어떻습니까.”

 

길준은 활발해지려고 노력하면서 준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아랫사람에게 하는 행동이었고, 길준은 과거에 그런 태도를 보인 상관을 상당히 싫어했었다.

의식하지 못한 행동이었지만 길준은 그렇게 변했다.

 

“...잠깐 가족을 만나고 오셔도 될...”

 

그 말에 준구가 고개를 저었다.

 

“약속은 약속입니다. 정체를 밝히지 않기로 했으니 끝까지 당신과 함께 하겠습니다. 당신의 복수가 끝나면 난 언제든지 가족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해주니 다행이군요.”

 

“그것보다 법인이 생기면 첫 등록할 노인분인데, 한번 만나보시지 않겠습니까?”

 

길준은 대답대신 딴 말을 했다.

 

“법인의 이사는 곧 정해야 할텐데...적임자는 찾으셨습니까?”

 

준구는 그 말을 거절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만약 자신이 어깨를 빌려주겠다고 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인간성에 실망할 태도였다.

이사가 누가 되는지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눈앞의 환자조차 외면하는 사람이 세우는 재단이라면 그건 준구가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준구는 등을 돌렸고, 길준은 손으로 덮었던 컴퓨터 화면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시작은 다음과 같았다...

 

-그녀는 몇 시간이나 유린당한 후에야 그 무리들에게서 풀려났다. 그리고 그의 남편은 그 시간 그녀의 적이고, 원수인 상대를 위해서 호스트클럽을 뒤지고 있었다...-

 

그를 지탱하는 것은 분노였고, 분노 아니, 그 이상의 것이었다.

과거가 그를 돌려세웠고, 이제 그는 적들의 심장에 박아넣을 글들을 쓰고 있었다.

문학상을 받기 위해서, 문학에 고매하게 투신하기 위해서, 문학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이것은 심지어는 정의도 아니었다. 다만, 한 영혼만을 위한 복수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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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는 술집을 닫았다. 호언장담했던 그 부자를 만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신부의 말에 의하면 그 대리인은 왔었다. 그 말은 그 부자가 그에게 어느정도는 관심이 있다는 뜻이었다.

왜 그냥 보냈냐는 말에 지윤이 대답했다.

 

“그 사람은 형이 찾는 금괴는 가지고 있지도 않아요.”

 

그 말에 털보는 망연자실해졌다. 200만원만 날린 거 아닌가 싶었다.

 

“금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그러니까 형이 그 사람을 만나면 금괴에 대해서만 알려주게 되는거죠.”

 

금괴의 행방에 대해서 그 부자가 모른다면 만나봤자였다. 괜히 눈길만 끌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윤이 덧붙였다.

 

“형, 심부름센터의 사람이 몇 명 왔다갔어요...오토바이를 끌고 왔다갔다하는 걸 봤으니, 아마...”

 

“병률이 말이냐?”

 

“......”

 

“그 놈은 무서워할 것 없어.”

 

딱 잘라 말했지만 지윤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형은 진짜 무섭다는 게 뭔지 몰라요.”

 

“그러면?”

 

길준은 천천히 상의를 벗었다.

그리고 수술자국을 털보에게 보여주었다.

 

“이거, 병률형이 한 짓이에요. 형에게도 같은 짓을 할 수 있어요...”

 

“...그 자식이 그 정도로 악독한 놈...”

 

털보는 말을 흐렸다.

 

“걱정마라.”

 

“.......”

 

“난 기자다. 신문에 올려버리고 말테다.”

 

“형.”

 

잠시 한숨을 쉬었다가 뒤이어 말했다.

 

“형은 정의를 추구하지만, 이미 기자들의 정의는 없어요. 지금, 가장 센 건 정치와 돈이에요. 형. 형은 돈이 없잖아요...정치인도 아니고...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짐을 다 정리해서 멀리 도망가는 것 뿐이에요.”

 

“그 부자에게 가는 건?”

 

“그 사람도 똑같은 사람일뿐이에요.”

 

지윤은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였다.

 

“형은 권력과 싸우기 위해서 기자가 된 거잖아요. 그 사람 편에 서면 형은 또 다른 권력을 위해서 펜을 쓰게 될 거에요.”

 

“알았다.”

 

털보는 그렇게 대답하고 담배를 물었다.

 

“도망가는 수 밖에 없는...거군. 어쩔 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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