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외국인 대리모 이야기가  바탕이 된 이야기입니다.(저는 주로 신문에서 힌트를 많이 얻어서요...그림자의 햄릿에서도 모의권총에 대한 이야기를 포털에 올라온 신문기사에서 얻었습니다.)

물론 일본 사람을 일부러 허위 조작까지 해가면서 한국에 데려올 사람은 없을 겁니다만...

진행하다보니 일본인(통일교 신자)으로 설정하고 말았네요.

일본에는 통일교 신자들이 굉장히 열성적이라고 들었습니다. 심지어는 신랑감, 신부감도 교주가 정해준 사람하고 결혼한다고 하지요.

실제로 시골에는 통일교 국제부부가 많습니다.

 

그리고 다자이 오사무를 하루가 좋아하는 것으로 설정했는데

실제로 다자이 오사무 팬들이 일본 국내에 많아서, 다자이 오사무 기념비하고 무덤에는 꽃하고 앵두가  끊이질 않는다고 합니다.(앵두는 다자이 오사무가 살아생전 그렇게 좋아했었다고 하네요.)

 

주인공들 인명과 관련해서는 하루는 봄, 세미는 매미라는 뜻입니다.

세미 시구레...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그건 일본어 사전에 보면 매미가 울다. 라는 뜻이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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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죽었다...

아이를 낳으면 그에 맞는 액수의 돈을 준다고 했던만큼 그녀의 남편과 아내는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하루는 결국 일본에 돌아가기로 했다.

그녀는 그에 맞는 기모노도 새로 맞췄다.

 

 

“기모노를 입고 돌아갈 거야?”

 

 

내 말에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고향에 돌아가는 거니까...거기서 아버지 무덤에 성묘도 하고...”

 

 

“......”

 

 

“아까 전에 보여준 무덤.”

 

 

하루가 말했다.

 

 

“아기 무덤이지? 태어난지 얼마 안되어서 죽어버렸겠지...외로울거야. 저 아이는...”

 

 

“......”

 

 

기모노로 온몸을 갑옷처럼 감싼 그녀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단순한 옷차림으로 간극을 없앴던 그녀가 아니었다.

아이를 낳으면서 그녀는 조금 바뀌었다. 아니, 많이 바뀌었다.

 

 

“일본으로 돌아가면...”

 

 

그녀가 조금 힘을 들여서 말한다.

 

 

“내가 일본으로 돌아가면...꽃무덤에 꽃을 잔뜩 얹어줘. 혼자니까 외로울 거야.”

 

 

“하루...”

 

 

“세미, 세미도 외롭잖아. 외로울 때는 ...”

 

 

그녀가 천천히 내 손을 잡았다.

 

 

“하루, 하루도 돌아가면 외롭잖아.”

 

 

“이젠 외롭지 않아.”

 

 

그녀가 방긋 웃었다.

 

 

“그냥 외롭다고 생각만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았으니까...돌아가면 다자이 오사무 시비에 앵두라도 공양할 거니까...”

 

 

“하루...”

 

 

“세미. 외로우면...여름에 세미들이 우는 소리를 들어봐. 세미 시구레...하면 가끔은 덜 외로울거야. 세미도 매미잖아...”

 

 

그리고 그녀는 떠났다.

그녀의 남편이었던 남자와 아내는 또 다른 여자를 데려왔다.

그들의 가족관계등록부에는 하루가 낳은 아이가 그들의 아이였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다들 알면서도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다들 하루를 곧 잊어버렸지만 난 잊지 못했다.

여름날, 살짝 맞닿은 입술의 감촉에 나는 점점 더 외로워진다.

하지만 괜찮으리라.

곧 매미들이 울 것이고, 그럼 난 외롭지 않을 것이다.

 

그녀도 돌아가, 그렇게 좋아하는 다자이 오사무의 묘비에 앵두를 공양하고 있을 것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앵두를 좋아해서 그의 무덤에 앵두를 공양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왜 그녀를 그때 붙잡지 않았을까...하는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나는 여름에 우는 세미일뿐이고, 그녀는 하루(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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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게 아기를 낳게 하기 위해서 그녀의 남편과 그 아내는 온갖 회유방법을 쓰기 시작했다. 하루는 점점 힘들어했고, 힘들어할 때마다 나를 찾아왔다.

 

 

“세미.”

 

 

기왕 아이를 낳는다면 어차피 누구 아이인지 상관없지 않은가?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루.”

 

 

“기왕 아이를 낳는 거라면...”

 

 

힘들게 하루가 입을 뗐다.

 

 

“그 아이가 세미 아이면 좋겠어.”

 

 

“넌 남편이 있잖아.”

 

 

내가 하루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는 걸 무서워한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을까?

사람과의 접촉을 거의 하지 않는 내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고?

 

 

“그 사람...”

 

 

하루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무서워.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어...나는 내 아인지 아닌지 모르는, 아버지도 모르는 그런 아이는 낳을 수 없어. 바라지 않아.”

 

 

“...하루...”

 

 

일본으로 돌아가봤자 가족은 아무도 없다.

그 외로움이 싫어서, 하루는 종교에 빠졌다.

그리고 아버지를 닮은 남자를 남편으로 삼기로 하고 그 종교 지도자가 허락한 그와 결혼하기로 했었다.

 

 

“아이를 낳으면 돌아가도 된다고 했어.”

 

 

“하루...”

 

 

하루의 가벼운 몸이 내게 의지해온다.

나는 기대어오는 그녀의 몸을 잡으며 그녀의 얇은 입술에 입을 맞췄다.

입술에서는 차가움만 느껴졌다. 나는 나도 모르게 슬며시 그녀를 밀었다.

 

 

 

그리고 몇 달 후 그녀가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외로움에 지쳐 자신의 난소를 이용한 아이인지 아닌지도 모른채, 병원의 힘을 빌려 임신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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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였던가. 의외의 광경을 보게 되었다.

하루의 남편과 하루, 그리고 하루의 남편의 아내가 셋이서 행복하게 장을 보는 모습을.

중혼이라서 문제가 될 뿐, 세 사람은 종교가 같았던 것이다.

 

 

“하루, 우메보시가 없어서 미안하긴 한데...내가 절임 해줄게.”

 

 

하루의 남편의 아내의 말에 하루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하루는 우메보시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아줌마. 그냥 우리 김치 먹어요.”

 

 

“하루. 착하군.”

 

 

남편이 하루의 머리를 스윽스윽 만져주었다.

나는 그들의 파국을 머리에 그릴 수 있었다. 그랬기에 그들의 눈에 띄지 않게 마트를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세미!”

 

 

하루의 약간 비음섞인 목소리에 하루의 남편이 나를 불렀다.

 

 

“소설가 양반. 이리로 오지 그래? 만난 김에 우리 넷이서 차라도 한잔 하자구. 이리와.”

 

 

“세미가 무슨 뜻이에요? 순수 우리말인가?”

 

 

그 두 사람의 눈매는 다정했지만, 어느 선 이상으로 접근하면 별로 좋아할 것 같지 않는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는 그래서 고개를 가볍게 젓고는 그들에게서 떨어져나갔다.

 

 

“세미. 왜 부를 때 안 왔어?”

 

 

마트를 다녀온 후 하루가 내 집으로 놀러왔다.

 

 

“하루. 난 하루의 친구가 아냐.”

 

 

“놀러오고 놀러가고 그게 친구 아닌가?”

 

 

“세미는 외로운 곤충이야. 주변에 누가 오면 물을 끼얹고는 도망가 버리지.”

 

 

“저런...그래도 같이 있어주면 좋을 텐데...그런 외로운 곤충은 죽어도 슬퍼해줄 가족도 없겠네. 가족한테도 물을 끼얹고 도망갈 테니까. 그럼 나는 그 위에 꽃을 얹어 줄래...”

 

 

그래. 나는 할 말이 없어서 하루의 이마에 가벼운 알밤을 먹였다.

 

 

“내 무덤에는 꽃을 얹지마...”

 

 

“......”

 

 

“난 하루의 친구도 아니고, 하루의 오빠도 아니고, 하루의 남편도 아니야...그냥 세미야. 물뿌리고 도망가는 세미...나는 하루의 친구도 되고 싶고, 오빠도 되고 싶고, 남편도 되고 싶어...하지만 안되잖아...”

 

 

“그럼 애기 아빠는 되어줄 수 있어?”

 

 

하루의 말에 난 잠시 몸을 뒤로 뺐다. 가장 듣기 무서운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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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시골에 살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나는 소설가니까, 여러명이서 사는 것보다 혼자서 사는 것이 더 편하다. 물론 관공서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은 혼자 살기 때문에 불리하다. 전기도, 물도, 교통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 있는 것보다 불편하다.

 

기왕이면 마을에 가서 사는 게 좋았겠지만, 내가 작업실로 정해놓는 조건과 하나도 맞지 않았다. 사람들도 참견쟁이들같았고, 더더군다나...

 

 

“세미!”

 

 

그녀는 나를 매미라고 부른다. 예전에 선배가 붙여준 별명인데, 그녀가 한국어 사전을 뒤져서 찾아낸 모양이다.

 

 

“그래그래.”

 

 

그녀는 오래 전에 종교적인 문제로 이곳의 한 남자와 결혼을 했다.

행복한 결혼이었다.

 

 

“세미는 왜 이렇게 혼자 동떨어져 있어?”

 

 

“하루가 찾아와주잖아.”

 

 

하지만...하루의 남편에게는 이미 아내가 있었다.

중혼은 범죄까지는 아니지만, 불법이다.

 

 

“그거야 나도 심심하니까...”

 

 

23살의 젊은 아가씨가 그저 종교적인 열망으로 결혼을 했는데, 상대는 그걸 기만한다.

그와 그의 아내는 불임이라고 했다. 대리모를 원한다는 그 말에 하루는 완강히 거부했다.

사랑하고 믿어서 한 결혼이 아니었던가? 그런 그녀의 마음에 대못을 박는 그 말들.

 

 

“하루...”

 

 

“응?”

 

 

하루는 나이보다 좀 덜 떨어져 보이긴 해도 성숙한 어른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와 어른이 반쯤 섞인 모습이 내게는 한없이 편해보였다.

 

 

“손가락 이리 줘봐.”

 

 

“어...그래.”

 

 

“이건 클로버야. 일본에도 그런 말 있던가? 네잎 클로버는 행운을 의미한다고...”

 

 

중혼이라고는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어차피 동시에 결혼하는 건 안되게 되어 있으니...

말이 좋아 결혼이지, 속여서 데려온 거다.

 

 

“응. 일본에도 그런 말 있어.”

 

 

“...빨리 일본에 돌아가면 좋겠다.”

 

 

“...왜?”

 

 

“왜냐니? 하루, 계속 그렇게 살 순 없는 거잖아. 그 아저씨는 이미 부인이 있고...”

 

 

“세미, 이건 신의 뜻이야. 대리모가 되는 건 나쁘지만, 난 이미 남편의 아내인걸...”

 

 

“하루...종교가 삶의 전부는 아니잖아...”

 

 

하루는 시무룩해져서 돌아갔다. 나는 그날 하루가 입고 있던 면티하고 청바지를 생각하면서

그 단순함이 그녀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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