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드디어 끝낸 책은 레이먼드 챈들러의 서간집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이다.

워낙 초기에 매력을 못 느껴서 다 읽는데는 3개월이 걸렸다.

 뒤로 갈수록 개인사가 두드러지기 때문에 (그건 그의 아내와의 애틋한 사랑때문이었지! 낭만적이긴 하다.그 아내가 죽는 걸 빼면.)글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괜찮다!

난 글쓰는 타자기에 대해서는 별 매력을 못 느끼니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는 가끔 절필도 하는 그런 작가가 난 좋다.

물론 그 개인적인 속성으로 알콜 중독에 걸려서 갑자기 죽었다는 게 문제겠지만, 다행히 서간집은 어느 정도의 두께는 가지고 있다.

할리우드의 시스템에 던져져 몇년, 혹은 몇십년을 거기서 일하다가 필립 말로 시리즈로 부와 명예를 얻었다는 이 사람.

난 술을 못 먹어서 그 상황같은건 도저히 상상도 못하겠지만...

 

하여간 아직까지 레이먼드 챈들러의 책은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러니 초반에 읽지도 못하고 헉헉거렸겠지. 적어도 작가가 누군지는 알아야 글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으니 말이다.

(대개의 글쓰기 작법론은 작가가 누군지 모르면 조금은 미심쩍어진다. 나는.)

한번 읽어볼까...하다가도 탐정소설이라는 사실때문에 에구머니...

탐정 소설에 대한 다소의 내 편견은 아마 에도가와 코난과 긴다이치 소년의 문제가 큰 것 같은데...

적어도 필립 말로는 다르겠지...하면서 시작해볼까...라고 마음을 먹기로 한다.

...하지만 적어도 쌓인 책이 100권이 넘으니 그건 100년 뒤의 이야기가 될지도...

 

 

2.

 

며칠 전부터 읽기 시작한 책은 줄리언 어산지(위키리크스)-멜론 출판사, 그리고 뭐였더라...

기억이 자세히 안 나는데, 우선은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읽고 있다.(빌린 책, 읽은 책, 산 책)

이제 둘 다 초반부라 중간에 던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넌 시간이 많으니 이 책도 읽고 저 책도 읽고 시간 아깝지 않냐는 소리 들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어떤가. 그냥 읽는 게 좋은 것을...실행에 못 옮기는 건 내가 그런 인간이기 때문이니...

할 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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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바람 요양원에 도착하자마자 길준은 안내 없이 원장실부터 찾았다.

 

“먼저 들어가시죠.”

 

길준이 떠밀듯이 준구를 문을 열고 들어가게 했다. 사무를 보다가 갑자기 불청객을 만난 원장은 깜짝 놀라 그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원장실은 호사롭지는 않았지만 손님이 많은 병원답게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있었다.

원장도 진료를 보는 듯, 목재 탁자 옆 등받이 없는 의자와 원목 의자가 양쪽에 놓여 있었다.

아마 누가 진료를 받았다거나, 아니면 사무 일로 잠시 원장을 만나러 왔던 듯 의자에는 온기가 아직 남아 있었다. 준구는 그 온기에서 뭔가 모를 모순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당신들 누구야!”

 

그 말에 이제 그는 길준의 얼굴 표정 2라고 붙여야 어울릴 것 같은 능글능글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 참, 1년전에 만난 사인데도 얼굴을 까먹었군. 노인네하고 나 기억 안 나나?”

 

 

“1년전? 1년전? 아, 그 미친 놈들!”

 

 

“돌팔이한테 그런 소리 듣기는 좀 그런데.”

 

 

길준은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원장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때 일로 벌금도 안 받고, 그냥 넘어갈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긴 병원이야. 제대로 일을 했는데 어째서...”

 

 

“여기가 제대로 된 병원?”

 

 

길준은 쾅 하고 원장의 책상을 주먹으로 쳤다.

 

 

“환자들한테 동의없이 마약류를 먹이는 게 병원인가? 서류위조를 해도 걸리지 않도록 정치인이 뒤를 봐주는 그런 병원이?”

 

 

“당신이야 말로 왜 그러는 거야. 치료는 잘 받았잖아! 아니면 지금이라도 다시 입원을...”

 

 

“내 말 잘 들어.”

 

 

길준은 볼펜으로 의사의 손등을 찍어버리기라도 할 것 같은 살기가 풍겼다.

 

 

“난 그때 그 사람이 아니야. 지금은 그냥 넣을 수도 없는 당신 따위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당신 뒷배봐주는 놈들한테도 난 상대로서 무거울 수도 있어.”

 

 

“...협박은 작작해. 경찰을 부를테다.”

 

 

원장의 싸늘한 표정에 길준이 언제 가방을 들고 왔는지 검은 가방에서 금괴 하나를 꺼냈다.

 

 

“난 병원의 비리를 알고 있어. 이대로 쫓아내면 물론 나가기는 하겠지만...비리를 폭로할거고...만약에 내 일에 협조해준다면?”

 

 

“준다면?”

 

 

“매달 1번 금괴 2개를 보내드리지. 일년이면 금괴 24개. 매장량도 엄청난 곳이 있거든. 그걸 당신이 죽을 때까지 보내드리지. 정치적인 외압도 막아줄 수 있어. 다만 내가 바라는 건...”

 

 

“바라는 건?”

 

 

의사가 마치 환각을 보는 듯한 태도로 넋이 나가 중얼거렸다.

 

 

“이 병원에 마약 진료를 받았던 환자들의 명단을 구하는 거야. 내게 명단만 넘겨주면 돼. 그리고 한가지 더.”

 

 

“.....”

 

 

“얼마 전에 여기 한 노부인이 들어왔을 건데, 그때 그 노부인을 데려온 놈들 인적사항도 같이 보내주면 좋겠군.”

 

 

“노부인?”

 

 

“정금실이라는 여자야. 아마 여기 기록이 있을 거니까...”

 

 

“그런 명부는 없...”

 

 

“닥쳐!”

 

 

길준이 다시 유순하게 말했다.

 

 

“여기 말고는 없었다는 걸 확인했어. 그러니까... 내 말 듣는게 좋을 거야. 시간은 없어. 1분안에 결정해.”

 

 

그리고 1시간 후, 그 요양원에서 두 사람이 나왔을 때는 두툼한 1호 봉투가 20개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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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뚝뚝한 얼굴이 오늘따라 더 무뚝뚝하게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준구는 길준에게서 눈을 돌렸다. 하지만 그가 예전의 길준을 알았다한들 별로 달라질 일은 없었을 것이다.

준구는 절망에 의해서 성격이 바뀌는 성격이 아니었으니까.

그는 정말 절망적. 이라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랬기에 길준이 초면인데도 그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절망을 모르는 이의 얼굴은 밝다. 그 밝음에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사람들은 아주 잘 알게 된다.

 

 

“오늘은.”

 

 

“네.”

 

 

길준의 말은 짧고 많았다. 그래서 때로는 그 대응방법이 쉬워지기도 했다.

 

 

“배식하러 나가지 않을 겁니다.”

 

 

얼마 전부터 요양원에서 노숙자 배식을 시작했다. 자원봉사자들과 길준도 섞여서 밥도 하고 배식도 했다. 물론 길준의 기본 표정인 찡그린 상을 하고서.

 

 

“그럼요?”

 

 

“아직 신고하지 않았지요?”

 

 

길준의 말에 준구가 아!하고 입을 열었다.

 

 

“그래도 준비는 다 되어 있더군요.”

 

 

길준이 어디선가 찾아낸 듯한 사체 검안서를 코트 주머니에서 꺼냈다.

 

 

“날 속인 죄로 벌을 좀 받으셔야겠습니다. 가시죠.”

 

 

주민센터에서는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그들의 관계에 대한 형식적인 질문이 오갔지만

총사건에 대해서도 아무 말이 없었다.

의사가 사체검안서를 잘 꾸며준 탓이었지만 그들은 길준이 강제로 병원에 입원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정심이 든 것이었다.

그래서 길준은 전입을 너무나도 간단하게 해치워버리고, 사망신고도 마무리 지었다.

다만 그 와중에 조금 혼선이 생겼다.

 

 

“희망요양병원이라면...저쪽에 있는 산들바람 요양원 도움도 좀 필요하실거예요.”

 

 

좋은 의도였겠지만 준구는 뜨끔했다. 뭔가 말려드는 기분이 든 탓이었다.

길준을 쳐다보니 길준은 매우 진지하게 평화롭고 따뜻한 표정으로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굉장한 위화감이 들었지만 준구는 사회복지사에게 그 병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요양원을 미리 운영한 노하우에 대해서 여쭤보겠다고 한 후 주민센터를 빠져나왔다.

 

 

“그 얼굴.”

 

 

“......”

 

 

길준이 다시 냉랭한 상으로 돌아온 다음이었다.

 

 

“아까 전의 그 얼굴.”

 

“......”

 

 

“난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아주 예전에 보물들을 갖고 있던 어떤 남자의 얼굴이죠.”

 

 

“그 보물.”

 

 

허튼소리를 한다며 짜증낼 것 같던 길준이 의외로 조용하게 말을 받았다.

 

 

“그 남자는 잘 지켰습니까?”

 

 

“...잃어버렸죠. 보물은 그래서 보물이니까요.”

 

 

“.......”

 

 

“잠시나마 당신의 얼굴에서 그 남자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난 더 잃을 게 없으니까요.”

 

 

길준은 그렇게 말한 후 준구가 운전하는 차에 탔다. 사회복지사가 참고용으로 준 지도에는 차로 약 10분이면 도착한다고 했다.

 

 

“산들바람 요양원이라...”

 

 

준구의 말에 길준이 말했다.

 

 

“내가 아는 한 아주 훌륭한 요양병원이죠. 아주 훌륭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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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 몇 화쯤에서 한번 특별회차를 썼었는데 지금 구십일화분을 쓰고 있군요...T.T

특별회차는 100화에서 하려고 했는데...T.T

 

간단한 공지사항입니다...;;;;;;;;

 

1. 현재 그림자의 햄릿은 현실세계의 법령대로 쓰고 있는 소설입니다.(물론 유산상속이나 그런 부분은 제가 잘 모르는 부분도 있고, 다 쓰면 지루해질 부분도 있어서 커트 커트 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이 골조가 나올 수 있는 것도 그와 관련된 법을 알고 나서부터였지요...)

 

2. 근데 최근에 농협을 갔더니만, 대포통장이 금지가 되었더군요...;;;;;;;;

이렇게 되면 이준구가 좀 곤란해질 것 같아서, 앞으로 이 부분이 반영이 될지 안 될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나올 부분도 약간의 법령이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약간 반영이 될 것 같은데 ㅡ

그것도 법령이 계속 바뀌면 작품 내에서 이모저모 문제가 많지 않을까 싶지만...

그렇게 많으면 눈 딱 감고 평행세계로 바꿔버릴까 고민 중입니다.(너, 복수극을 쓰는 게 아니라 대체역사물을 쓰고 있구나...)

아니면 법령 시행령 날짜를 바꿔버리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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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진 온 의사가 고개를 저으면서 다녀갔다.

아내는 눈을 뜨지 못한다. 고장 난 장난감처럼 모든 것이 정지되어 버렸다.

아내의 친정에서도, 우리 집에서도 이혼하라고들 강요한다.

왜 다들 그렇게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 아무리 철모를 때 한 결혼이지만 이제 와서 모든 것을 갈라 서기한다는 것은 내 자존심이 용납을 하지 않는다.

 

 

“형부 생각이 맞아요. 우리 집에서도 사실 형부의 행동이야말로 정말 지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이라고...”

 

 

이제 15. 뭘 알고 떠드는건가 싶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그런 깊은 의미는 없습니다.”

 

 

 

아내가 웃는 것 같다. 다가가서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아주었다.

살아있을 때 단정한 것을 좋아하고, 항상 주변을 깨끗이 닦아내던 그 손길만큼은 아니지만.

아내가 시원해하는 것 같다.

 

 

아내는 일본인이다. 민족의식 강한 우리나라에선 식민지 사나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출세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나는 고학생이었다. 아내 집안은 대지주였고...그랬기에 터져나온 비난이었고, 반대였을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안 건 중학교에서 고보로 막 온 시기였다.

우리의 연애는 중학교때 시작되었는데 그때 그녀가 기관지가 별로 좋지 않다는 말을 그대로 믿은 것이 문제였다.

 

 

중학 시절 우리가 사귀는 것을 알자 아내의 집안에서는 폭력배까지 불러들여 날 겁주었고, 우리 집안에서는 가끔 그녀가 주변을 도는 것을 알자 물을 뿌려 쫓아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본래 반대하면 더 불타오르는 법.

우리는 갖은 지혜를 다 짜 고보 들어가자마자 정식으로 혼인을 했다.

결혼을 하면 본래 직장을 준비해야 하고, 해야했지만 막상 혼인을 하고 보니 장인어른댁에서 보니 대장성에 갈만한 인재같다며 내게 고시준비를 하라고 했다.

 

 

 

인재! 그 얼마나 달콤한 말이었는지!

그 당시 공부는 내게 입에 착착 들러붙는 달콤한 사탕같았다.

장인이 준비해준 사탕을 입에 넣고 삼키려는때에...아뿔사.

사탕은 입에는 쓰지만 몸에는 좋지 않지 않던가...

상황은 일본인들에게 안 좋게 돌아갔다.

 

 

 

전쟁에서 폐색이 짙어지고 있을 때에 일본이 광태를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징용, 군대 징집...

나라고 해서 조선의 남자이니 거기서 빠질 도리가 전혀 없었다.

일본인 아내와 결혼하고 있는 몸이니 그래도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장인의 힘으로 겨우 그 시끄러운 상태에서 벗어났다.

 

 

“욕창도 생기지 않게 잘 닦아주오.”

 

 

 

오후 시간에 정규 간호사가 와서 몸을 닦아주고 주사를 놓아준다.

아내를 그녀에게 맡기고 나는 처제와 함께 마당에서 닭들이 노니는 모습을 보았다.

 

 

 

“예전부터 그랬다면 형부가 이렇게 해주셨을까요?”

 

 

 

처제의 말에 나는 덤덤해졌다.

식민지로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일본이지만, 얄밉게도 그런 와중에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도 있다는 걸 나는 안다. 나라는 민폐를 끼쳐도 개인은 민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그 사고가 나는 항상 놀라웠다.

 

 

 

“결국은 그랬을 겁니다.”

 

 

 

신혼 후 2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아내의 몸이 서서히 굳기 시작했다. 대장성에 갈 꿈은 접어두고 나도 학교는 간신히 졸업만 한 채 아내를 돌보기 시작했다.

 

 

 

“그랬겠죠. 하지만 외지인에게 그런 꼴을 보여줘서는 안된다고 아버지께서 항상 말씀하셨어요.”

 

 

 

“아야코.”

 

 

 

“죄송해요.”

 

 

 

“아니오. 장인어른은 하실 말씀을 하신 거지.”

 

 

 

몸 구석구석을 깨끗이 닦아내고 효과없는 약이나마 주사를 놓은 뒤 간호사는 돌아가버렸다.

처제를 돌려보내고 나는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아내의 눈썹에 입을 맞춘다.

그런다고 다시 옛날의 그 예쁜 눈을 떠줄 리는 없겠지만...

 

그리고 나는 거실 한구석에 놓아둔 장롱 서랍에서 둘둘 싸놓은 알약을 꺼내 가루로 만들어 아내의 입에 털어넣었다.

 

 

그런 와중에 문간 싸릿대에 돌이 부딪혀 타닥 소리가 난다.

골목 동네 아이들의 장난질이다.

 

 

 

“친일파놈, 일본년이랑 붙어먹는게 좋더냐! 이제 일본은 끝났어. 쪽빠리 놈아!”

 

 

 

“하긴 불쌍하기도 하지. 출세하려고 내지인 여자 얻었다가 고생만 하고...”

 

 

 

“네놈들은 꼭 벌을 받을 거야!”

 

 

 

악다구니는 그녀의 귀에 닿지 않으리라.

나는 물을 그녀에게 먹이고 이내 그녀의 곁에 누웠다.

근육의 악화로 전체적으로 시들어가는 그녀, 내 말을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는 상관없었다.

 

어차피 살지 못하고 죽는다면 일본이 망하기 전에.

라는 마음으로 나는 독약을 한입 한입 그녀의 입에 털어 넣은 것이다.

 

 

결혼한 것은 사랑이었지만, 현실은 벗어날 수 없었다.

나는 그녀를 돌볼 만큼 사랑은 하지만, 그로 인해서 내 앞길이 막히는 것을 원할 정도로 사랑하진 않았다.

 

겨우겨우 창씨개명을 면하고, 대장성 시험 치는 것도 면했으니...이제 남은 것은 저 치기어린 아이들의 말대로 일본이 망하는 것을 보는 것 밖에 남지 않았다.

 

 

그 날이 오면 두 가지 선택을 해야할 때가 올 것이다.

살아있는 자는 살아있는 자의 선택을, 죽어 있는 자는 죽어있는자의 선택을.

그리고 우리 둘이 나란히 함께 살아가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

다정하게 그리고 냉혹하게. 세상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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