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의 바다에서 단 한번도 꺾인 적 없는 연꽃을 꺾은 이여.
연꽃위에 발끝을 올리고, 그 파도를 넘은 이여
파도, 그 무한의 열반에서 떠나
고뇌로 가득찬 세상으로 들어온 이여.
그대에게 간구하노니.
세상은 어째서 이리 혼탁한가.
그대는 우리를 구하려 왔는가?
아니면 우리에게 영원의 얼굴을 한 억겁의 분쟁을 던지러 왔는가?
우리에겐 단 한번의 안식도 주어진 적 없나니.
그것은 신이 우리에게 무엇인지 기 천년이 지나도 알려진 바 없음일세.
신이 없음을 논하지 마라
다만 우리에게 신이 하나의 얼굴이 아님을 논하라.
그대는 그리 말하지만, 그것은 고통 중의 고통
발에도 못이 박히고, 손에도 못이 박혀
한모금의 액체도 넘기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해골의 골짜기로 올라가는 저 무수한 자들을 보라.
그대, 안식을 베풀라.
우리에겐 그대같은 힘이 없기에
100년이고 200년 아니, 무한의 시간을
허무한 장난질로 보내고 마지막 순간에야
신의 손가락을 잠시 만질 수 있는 그 짧은 시간을
우리에게 허락하라.
신의 얼굴을 보는 것은 우리에게 버거우니
그저 손가락 한번 만질 수 있는 시간만.
오로지 그것만 나 기도하노라.
신이 우리에게 선사할 수 있는 그 시간을
절벽의 꿀을 핥듯 그렇게 기다리고 있노라고.
부디, 그 꿀끝에 독이 묻어 있더라도
오랜 기다림에 지친 불신자.
영원의 잠을 선택하여 안식을 구하고자 할지니
우리를 구하러 온 그대여.
부디 우리를 용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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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하고 난 뒤 처음으로 동생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어서 생일 선물로 뭘 가지고 싶냐고 했더니...
날라리 천주교도 답지 않게 진지한 답변이 돌아왔다.

"미사곡 모음집이나 그런 거?"

클래식보다는 미사곡이 좋으니 클래식이나 미사곡이 섞여있는 종교행사 음악집을 구해달라는 말...
그래서 여차저차 미사곡이 들어있는 연주회 실황본을 구했는데, 동생은 마음이 변했다면서 나한테 대신 들으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구석에 처박아놨다가-넌 참 처박는게 많구나...-어제부터 차안에서 듣기 시작했다.-그 전에 들으려고 갖다놨던 강의cd 들은 너무 오래 틀어서 다 튀고...
남는 건 몇개 갖다놓은 음악 cd들뿐...

그래서 별 수 없이 들어보자...라고  틀었더니, 아니 이럴 수가...
이런 보물을 왜 안 듣고 있었지!
더더군다나 첫곡은 내가 좋아하는 -비발디가 좋다는 거지...비발디 곡이 다 좋은 건 아니고-비발디의 세상의 참 평화 없어라...아닌가! 오오...
밤에 들으니 온 몸이 정화가 되는 이 기분...
cd두장짜리지만 시간은 금방간다.
언제 한번 독해가 되면-다 독일어...좌절 중.-한번 곡목이라도 올려볼까 생각 중...아마 안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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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긋나긋하게 좀 굴어.

잠자리에서 그 말을 듣자마자 근육이 터질 정도로 세게 상대방의 배를 걷어찼다.
만약 잠결이 아니었다면 상대방의 배는 터졌으리라.
하지만 그건 꿈이었고 깨어나보니 항상 혼자 자는 침대위였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면서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짜 전투라도 벌인 것처럼 엉망진창인 싱글베드.
언젠가 한번 잘될 거라고 생각했던 썸남이 남긴 말이었던가?
고잉 솔로 턴을 한지 그렇게 오래 되었는데 어쨰서...

나긋나긋하지 않은 게 어떄서?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화장실로 향했다.
그 중얼거림은 그녀가 화장실에서 화장을 하고, 귀걸이를 하면서도 이어졌다.
어째서 나긋나긋해야 해?
꿈속에서라도 왜 들어야 하냐구
자기 맘대로 되는게 다 나긋나긋한 거야?

그녀는 단 한번도 연하를 사귀어본 적이 없었다.
이떄껏 다들 연상이었고, 결혼말이 나올 떄쯤 진짜 나긋나긋한 연상녀를 만나 결혼했다.
너무 어려서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것이 그 남자들의 말이었다.
아마 그래서 상처를 받았던가?
그녀는 이마를 가린 앞머리를 핀으로 고정했다.
틴트로 가볍게 입술에 붉은 점을 찍고, 마지막 화장을 점검했다.
피부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누드톤에 가깝게 처리하고, 컨실러로 여드름 자국이 있는 부분을 다시 한번 눌러주었다.
눈가의 거무스름한 부분은 잘 사라지진 않지만-더더군다나 오늘같은 악몽을 꾼 날에는 더욱-
적어도 늘 관리는 해주고 있으니 눈에 보기 싫진 않았다.


어떤 말을 들어도 그 말을 그대로 인정할 순 없다.
잠자리에서 발로 걷어찰 정도로 화가 나도, 그건 그때 일이고.
적어도 깨어있는 순간만큼은 나긋나긋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그녀 자신으로 있는 순간이 즐거운것이었다.
그녀는 기운차게 핸드백을 어깨에 맸다. 그리고 털이 복슬복슬하게 일어난 발목까지 오는 부츠를 신고 기운차게 걸어나갔다.

"나 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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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에어사놓고 좋아했다가 오류로 인해서 고치고 있는 중입니다.
이틀동안 그것만 붙잡고 있으니 글을 쓸 수가 없군요,...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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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를 쓴 그는 볼록한 볼살이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볼록한 안경알에 의해서 그렇지 않아도 통통한 볼이 도도록해보이는 것이었다.
붉은 기가 도는 이마에 볼에도 아기처럼 홍조가 있었다.
이것이 굶어죽어간다는 사람이라고 한다면야...
검사관도 난색을 표했다.

"집은 그렇다지만 영양상태도 아주 좋으신걸요."

사실 굶어죽어가고 있으며, 집도 망가져가고 있다는 그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를 노릇이었다. 집이야 쓰러져가고 있긴 했지만 입식 부엌으로 개조한지 얼마 안되어 보였기 때문이다. 아마 기계를 사용해서 집 주춧돌을 약간 기울게 한 것으로 보였다.

"그럼 나더러, 굶어죽으란 말이오. 이 나라는 세금만 거두나? 이날이때껏 세금낸 건 어쩌고!"

항상 이런 식이었기에 동리의 서기들은 다 두 손 두 발 다 든 상태였다.
내가 제일 경력이 길었기에 쫓겨나오곤 하는데, 그때마다 이 노인의 억지에는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객관적으로 안되니 항상 불통이었는데, 이 노인이 3년에 한번 나온다는 전국검사관이 나온다는 말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었다.

"검사관 나리, 내 말 좀 들어봐요. 여기 놈들은 전부 다 세금 도둑놈..."

또 시작이지...벌써 3년째 여기 있는 나로서는 듣기 괴로운 소리였다.
3년이니 떠날 때가 되었건만 윗선에서는 이 노인네를 다룰 수 있는게 나뿐이라면서 남겨둔 것이었다. 

"물론, 선생님의 의견은 정부에서 반영을..."

"......"

근데 이상한 것이 매년 민원을 제기할 때마다 가보면 그 기울기나 혈색이 항상 같다는데 있었다. 기울어져 있어도 20도 이상 기울어진 일도 없으며 혈색도 항상 같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노인은 잘 때마다 집이 기울어져서 어땠다는 둥 하는 것이었다.
물론 사진을 찍어서 보여준 적도 있었다. 사진에는 약 30도 정도 기울어져 있곤 했는데 막상 와보면 20도에 그치는 것이었다.
신규 서기의 말에 따르면 그건 정교한 사진장난질이라는 것이었다.
이해가 안가는 건 이 노인이 올해로 70세가 넘어가고 있으며 사진쪽으로는 도통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컴퓨터를 쓸 리도 없고...

"하여간 알겠습니다."

검사관은 그렇게 말하고는 내 팔을 잡아당겼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무관님."

내말에 검사관은 어깨가 뻐근한지 손으로 어깨부분을 꾹꾹 누르고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자네 여기 있은지 얼마나 되었나."

"3년입니다."

"그럼 내가 여기 근무한 적이 있었다는 건 모르겠군."

"에...여기 계셨었습니까?

"...저 노인 말대로 해주게. 자네 때문에 저 노인만 고생이로군."

"예?"

뜨악해져서 사무관의 뒤통수에 대고 물음표만 남발하는 내게 사무관이 말했다.

"상부에는 내가 알아서 보고할테니 앞으로 저 노인 말 잘 들어주게나. 그게 자네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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