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의 정원

다치바나 다카시와 사토 마사루의 대담
인류지성사 산책이라고 되어 있고, 실제로 내용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두 사람이 좀 극적 지점이라서 그런가, 서로 동의하는 내용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중간중간 말이 끊어지기도 하고(다치바나 다카시는 미야자키 하야오 만화에 더빙까지 해서 그런가 만화에 너그럽지만 사토 마사루는 만화는 거의 취급도 안하는 것 같다.)각자 길로 각자 이야기를 하는 데 더 가까운 편.
처음 한 3번 읽을 때까지는 그 점을 깨닫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그동안 안 읽었었지,다시 읽어보자...해서
읽어보니 당시 이책이 나올때까지는 소개가 안된 책이거나 덜 소개된 책들이 있었다.
게공선, 아마미야 카린, 무문관 등.
게공선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고, 아마미야 카린은 내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곤란해서...
무문관은 강신주 선생 책으로 주마간산식으로 읽었고...
하여간 두 사람 입담이 좋아서 그런가, 서로 대치하는 구석도 많은데도 껄끄러움을 느끼지 않고 잘 읽었다.
자, 이제 버리는데는 유감이 없을 것이다. 아마도...그동안 좀 거칠게 읽은 탓에 제본이 다 뜯어져버린 관계로 이 책은 정말 서재턴데이에 잘 어울리는 책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유엔 창립에 칸트가 중심이 되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래서 범우사본으로 칸트의 영구평화론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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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저 어딘가에 살아있는 것이다. 먼 아주 먼 곳에, 내 손이 닿지 않는 보석. 
그것이 천국이고 낙원이다.

루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귀가 완벽하게 들리는 건 아니지만, 귀가 아주 멀어버린 건 아니었다.
이 말은 그의 고용주인 병률도 자주 하던 말이었다. 그 말이 귀에 익어버려서 그런가 루가도 그 말이 자신을 향한 것처럼 생각되곤 했다.실제로 그랬다. 동생이 끌려가면서 지르던 비명은 아직도 귀에 선했다.
그때 그는 그녀와 자신이 단지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빌린 빚을 갚기 위해서 그 꼴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히 동생도 무사하고 자신도 이제 귀가 좀 들릴 정도가 되었다.
여전히 동생을 못 만나고 있는 건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길준을 재촉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쩌면 이게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체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자는 거기 내려놓게."

길준의 부탁(명령이 아니라 부탁이었다. 길준은 간절한 어조로 그에게  말했다. 부탁이라고.)으로 그는 상자를 어떤 남자를 만나러 갔다. 로얄 호텔 레지던스 808호.

"혼혈인가?"

남자는 늙그수레했지만 강인한 인상이었다. 마치 돌을 포크레인으로 두들겨 깨서 만든 듯한 얼굴에 멋은 없었지만
약간 흰자가 검은자보다 많은 그 눈은 그가 그 눈에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듯 번쩍였다.

"......"

그렇다면 어쩌겠냐고. 묻진 않았다. 루가는 그저 고개를 한번 끄덕였을 뿐이었다.
그 상자안에 무엇이 들었을까? 어쩌면 일본에서 한 때 유행했다는 택배매춘일지도 몰랐다.
물론 복수를 준비하는 남자답게 선량하지만은 않을 그 남자를, 루가는 신뢰했다.

"잠깐 거기 앉아있게. 의외의 선물까지 들어오다니 별일이군."

수신인은 가린상사.라고 적혀 있었다.노인은 빙긋 웃었다. 
그 택배 상자를 열면서 노인은 별다른 도구 없이 맨손으로 꽁꽁 싼 테이프를 뜯어냈다.
다 뜯어낸 후 노인은 상자를 열지 않고, 루가에게 말을 걸었다.

"몇살인가?"

"......"



"하긴 잠깐 있다갈 사람한테 굳이 물어볼 필요가 있는 건 아니군."

그는 후하고 웃고는 택배를 한켠으로 치웠다. 잠깐 본 것만으로도 루가는 그 택배안에 수많은 현찰들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이 남자 보통 남자가 아니다!
루가는 직감으로 느꼈다.

"당신...누구?"

"...나?"

노인은 루가의 손을 잡아당겼다.

"우리나라 사람이 확실히 아닌 모양이군. 하긴 그 편이 비밀 숨기기에도 좋겠지만..."

어쩌면 낙원은 손이 닿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갈급함을 만든다는 점에서 지옥에 한없이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루가는 그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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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경은 약속을 지켰다. 길준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레지던스 301호에 있는 동안 그는 그가 이때껏 해온 뇌물 수뢰자들의 명단을 길준에게 보내주었다. 어차피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지경이 있는 방에 있는 cctv를 통해 모든 것이 그에게 보고되고 있었다. 다만 의외였던 것은 이준구가 조지경에게 의외의 동정심을 가졌다는 것이었다.

"그 분 담당을 저로 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준구의 말에 길준은 아연해졌다.

"바쁘실텐데 그 사람을 꼭 만나셔야 합니까?"

"상심했을 겁니다. 저도 사업체를 해본 사람이라 저렇게 밑바닥까지 떨어져 본 적이 있었으니까요."

길준이 원하는 건 그가 모든 비리를 밝히고 루가의 정체에 대해서도 폭로하는 것이었지만 조지경은 그것만큼은 완강히 거부했었다. 그를 레지던스 301호에 2개월간 두는 것은 결심을 하도록 만들기 위한것이었다, 또한 다른 덫을 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겁니까?"

길준의 어조가 조금 올라갔다.

"그 불쌍한 남자를 위해서? 악랄해서 제 벌을 스스로 받은 그 자에게. 당신과는 경우가 다릅니다. 저자는 악질이에요."

"악질이라도 밑바닥까지 떨어진 사람의 비참함은 형언할수가 없는 고통이죠."

담담하게 준구가 말하자 길준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다.

"알겠습니다. 그럼 준구씨 원하는대로 하십시오. 전 그냥 두고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매일 100만원의 금액을 전달하는 건 제가 하겠습니다. 그 정도라면 길준씨한테도 큰 폐는 안될 겁니다."

길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컴퓨터를 응시했다.

"알겠습니다."

준구가 그에게 가는 것이 악영향이 될 지 어쩔지는 모르지만, 한동안은 준구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좋을 것이었다. 준구는 그를 위해서 어깨를 빌려주는 것 이상의 일을 해주었다.
그리고 길준은 또 어깨를 빌려줄 사람을 찾았다. 이번에는 여자였다.

[번개팅합시다. 외로운 사람들끼리.]

트윗이 올라왔다. 길준은 피식 웃었다.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해왔던 트윗은 가끔 그를 인간답게 돌려주었다.

[미정씨 오늘 시간이?]

[근무 중이라...그래도 5시쯤에는 뺄 수있을 것 같아요.]

어깨를 빌려줄 사람...아니, 앞으로의 복수의 도화선이 되어줄  사람.

[그럼 로얄 호텔 토르테에서 뵙죠.]

[거긴 비싼데요?더더군다나 호텔...]

[커피는 내가 살게요.더더군다나 오늘은 케이크 뷔페가 있는 날이에요. 미정씨 케이크 먹부림 좋아하잖아요.]

그리고 그 시간, 윤희도 채미정에게 트윗을 받았다. 채미정과 그녀는 오랜 시간동안 팔로워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병률이 의원이 된 이후부터 그녀는 점점 외로움을 탔다. 그래서 트위터를 해왔고, 이젠 트윗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오늘은 물주가 있어요...미림님도 참가가능하죠?]

처음에 그녀에게 트위터를 가르쳐 준 사람은 길준이었다. 요즘은 흐린 기억속에서 길준을 생각하곤 했다.
옛날에 병률과 그와 그녀와 길준의 아내가 어울리던 시절은 아득하기만 했다.
그때는 참 분위기가 좋았었는데...

[네. 꼭 나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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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는 그 사건 이후 병률과 말을 하지 않았다. 병률은 늘 하던 대로  될 수 있는대로 부드럽게 윤희를 설득했고, 윤희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의혹은 가졌지만 더 이상 닥달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의심은 점점 더 커져 가고 있었다. 그건 과거에 한번 만났던 형이라는 남자의 전화때문에 확실해졌다.
그리고 그녀가 의혹을 품고 진실을 찾아가려는 동안에 정의와 병률, 명준의 작업에도 차질이 생겼다.

"주민등록 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정의가 황명준을 찾아갔을 때 황명준은 앞으로 모 도시에 있을 마라톤 대회의 기념품을 택배로 받고 있었다.

"네?"

너 누구냐, 라는 눈빛의 황명준에게 정의가 다시 또박또박 말했다.

"이준구라는 사람이라는데 변동이 없다고 합니다. 다만..."

"다만?"

"저희 서의 한 선배분이 그 분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두 분이 직접 대면한 적은 없답니다.이준구라는 사람으로는요."

젠장. 황명준은 투덜거렸다. 신분세탁이 완벽하게 되어 있다는 건 그 치 또한 만만찮은 인물임을 알게 했다.
과거, 도민증의 시절 사람이라면 확실히 가능하다.
지문을 완전히 없애거나 지문이 유사하다면 더욱 가능하다.
그걸 떠나서 경찰에 있는 지문을 빼돌렸을 가능성도 있다. 매수...
상대도 법과 질서를 교란하는 자라는 점에서 황명준을 매우 화나게 만들었다.
그는 선량한 사람은 아니지만 매뉴얼의 인물이었다. 기존 틀을 벗어나는 사람은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럼 그 선배님과 공적으로 만나게 하면 되지 않습니까."

"이유가 없답니다."

"예?"

"그 사람을 경찰로서 꼭 만나야 할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법적으로 만나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고발장이 들어온 게 없어서요."

"...의혹은 있지 않습니까?"

"검사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정의가 조용히 말했다.

"이유가 없는데 억지로 만날 수 없다는 걸요."

그리고 그때 길준도 조지경을 보내주고 있었다. 조지경은 갑작스러운 사태로 어음을 몇개 막지 못해 -여기에는 길준의 술수도 조금 있었다.- 파산을 겨우 면한 상태였다.

"잘 가십시오. 조 선생."

"......"

조지경은 이빨을 부득부득 갈았다. 전화까지 했는데도 윤희는 움직이지도 않았고, 이 빌어먹을 놈의 집에서 4달을 있어야 했다.

"아, 가시기 전에 선물을 드려야지요?"

"선물?"

조지경은 갑자기 깨닫는게 있었다. 그 금괴!

"우선은 거처할 곳이 없으실테니, 로얄 호텔 레지던스 301호에 자리를 마련해두었습니다. 거기서 한동안 움직이시면 안됩니다. 아,만날 사람이 있으시면 거기 커피숍 토르테에서 만나시면 될 겁니다."

"....."

한참 뒤에야 조지경은 다시 입을 뗄 수 있었다.

"금괴는?"

"여전히 욕심이 작으시군요."

피식하고 길준이 웃었다.

"일이 무사히 진행되면 그깟 거 천개인들 못 드리겠습니까?"

"일이라니?"

"조선생께서 레지던스 301호에서 2개월만 계시면야 금괴 몽땅 다 드려도 아깝지 않지요. 우선은 하지만 거기서 무사히 계시는게 일입니다."

"날 갖고 노나?"

"...별 말씀을."

길준이 미소를 지웠다.

"당신이 이의원 부인에게 전화한걸 알고 있는데도 보호해줬다는 건 생각하지 않습니까?"

"......."

조지경은 입을 다물었다.

"대신 가린 상사라는 곳에 현금을 맡겨 두었습니다. 하루에 백만원씩. 쓰고 싶으신 대로 쓰십시오."

"댁도 손이 작군."

조지경의 말에 길준이 다시 말했다.

"자신의 몸에 독을 뿌리는 사람에게 그 독을 줄여주는 겁니다. 이것도 선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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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인 2015-04-24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분세탁건은 모방사건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자세한 내용은 생략했습니다.
더더군다나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만...
 

#책 입수기는 절판되었던 책이나 재판된 책을 입수했을 때 쓰는 카테고리입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옥중기는 번역을 하니 옥중기라 하지만, 원어는 곧 그 뜻으로 해석되는 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영어가 짧고 귀차니즘에 젖어 옮겨오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주십사...)

하여간 언젠가 원어로 된 제목을 듣고 구하려고 백방으로 뒤지다가-그게 무려 5년전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거의 다 절판되었고,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이 범우사에서 나온 옥중기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열심히 클릭질했지만...그 판본도 절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마 그때는 인연이 아니라 지나친 것일수도 있지만, 하여간 한동안 내 실망은 제법 컸다.

그러다가 모 문고에서 뒤지다보니 이북으로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고, 구입.

읽기 시작했는데 이북치고도 얇은 페이지였다.

읽어보니 얇다고 무시할 수도 없고, 더더군다나 오스카 와일드의 그 절절한 마음이 전해져왔다.

신을 긍정하지도 않고 부정하지도 않는 그 태도에는 음...뭐랄까. 회색의 미가 느껴졌다.

예전의 오스카 와일드의 색색이 보여주는 그 빛깔들이 회색으로 변했달까.

 

일생을 축약으로 들어본 적은 있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를 모르니 이 책 내용만 가지고는 오스카 와일드가 어떤 유형의 천재였는지, 어떤 고난을 겪었는지-묘사가 안되어 있으니 모른다. 나는.-

그 막대한 부를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사망했는지...

하지만 자기 작품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점에서는 어떤 평론가보다 매섭다고나 할까...

회색. 처음부터 끝까지 회색.

이제 1독 했으니 잘 모르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그렇다.

하여간 입수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기쁘다. 좋은 책이라서 더욱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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