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통 만화와 음악을 잘 이어붙이지 않는다.
한때 만화에 심취했다가 본분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던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그건 한동안 내 생활에 큰 생채기를 냈다.
그래서 괜한 만화에 화풀이를 해서 약 200권짜리 만화책을 몽땅 다 버린 적이 있다.
그런데 이 버릇이 다시 나오는지...리얼 클로스 13권짜리를 질러버렸다!

마키무라 사토루는 이매진, 사랑의 아랑훼스, 맛있는 관계, 두다 댄싱 , 리얼 클로스.. 등.
일하는 여성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보여준 작가다. 라곤 해도 나하고는 성향이 안 맞다.
마키무라 사토루 본인 자체가 아버지 뺨을 갈긴 후  성인으로 거듭났다! 주장을 하는 사람인지라.
좀 과격하다 싶은 면도 없잖아 있다. 바로 리얼 클로스의 아마노 키누에...;;;;;;;
나같은 게으름뱅이가 보기에 아마노 키누에 같은 여성은 겁이 난다고나 할까...아니면 로봇같아보인다...고할까.
하지만 그녀도 속은 말랑말랑하고 말캉말캉하고 보드랍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저런 여성이 되면 , 감성도 잃지 않는 보드라운 여성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생각만?)
다 읽고 자려고 누웠는데 네이버 뮤직에 랜덤으로 틀어놓은 곡이 아마노 키누에인것 같아서 깜짝.
포터블 그루브 09의 아멜리에...
아멜리에를 부러워하는 상큼한 보컬인데, 순간적으로 아마노 키누에가 부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매우 강렬하게...
그렇게튀는 보컬도 아닌데 박자가  딱딱 맞는 듯한 그런 느낌의 영업여성이라는 느낌이니...
워낙 TV에서 자주 나오는 노래라고 하니 한번 들어보시고 리얼 클로스도 한번 읽어보시면 느낌이 색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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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가 절실한 여름...나도 슬슬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해야 되는데...
중얼거리면서 집어든 소설가 백영옥의 다이어트의 여왕.
예스 24에서 잠시 둥지를 틀었을때 연재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었지만...
막상 연재중일때는 흥미가 없어서  안 봤다. 그 이후로도 한동안 관심도 없었고...
다만, 마지막 연재때는 읽으러 갔었는데 희망찬 결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그 뒷편이 단행본으로 나온다기에 별 다를 게 있겠어? 라고 잊어버렸는데...
어느날 단행본이 나왔길래 그 부분만 읽다가 쇼크를...(굉장히 충격받았다.하마터면 트라우마가 될 정도로...
내용을 다 모르는 내가 쇼크를 받았으니 읽었던 분들이야 오죽 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쇼크를 받거나 말거나 전체 내용에는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으므로 구매하진 않았다.
(난 내가 소설을 쓰건 말건 소설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내 책은 주로 논픽션이거나 수필이므로.)
그런데 며칠 전 이동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왔다.
읽으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소설에 숨조차 죽이고 천천히 읽어나갔다.
이게 추리 소설이 아닌데, 이래도 되는건가.

하여간 굵은 결말이 여러개 묶여있는 실같아서 마음을 조이면서 읽었다
인경의 거짓말과, 연두의 컴플렉스 없는 삶이 나중에 오히려 더 그녀의 마음을 괴롭히는 그 내용에 눈물이 날 뻔했다. 송준희 그 년(!)은 왜 막판까지 사람 애먹이는지!
하여간 조만간 읽는 걸로 끝나진 않고 구비해놓을 책인것 같다.
난 스타일보다 이 책이 더 좋았다. 스타일도 재미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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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가의 동생은 천천히 요플레를 먹었다. 오물오물...이제 10대가 된 소녀에게 여기는 마치 천국같은 곳이었다.
비록 갇힌 몸이지만 필요한 건 다 있었다. 나갈 수는 없었지만 밖에는 아름다운 화장품 가게, 옷가게가 있었다.
밤이면 번쩍대는 빛이 안까지 들어왔다. 잠은 잘 수 없었지만 그녀는 그 화려한 풍경이 맘에 들었다.
그리고 낮이면 그가 온다.
사람들은 그가 온다고 하면 당황하면서 치울 것도 없는 방을 치웠다.

"잘 있었니? 한나?"

길준의 말에 그녀는 빙긋 웃었다.

"잘 있었어요, 당신은요?"

"나도 잘 있었지."

하나마나한 말을 나누며 길준은 의자에 앉았다.
예전에 그를 만나기 전에는 한나는 손발을 꽁꽁 묶인 채로 한 구석에 처박혀 있어야 했다.마치 짐짝처럼.
"그래. 이젠 슬슬 여기서 나가고 싶지?"

그를 만난 건 기적이었다.
오빠와 강제로 헤어져서 오게 된 다른 곳은 먼지투성이였고, 청소만 계속 해야했다.
예쁘게 클때까지는  부려먹을만큼 부려먹어야된다고...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모두 그녀를 공주처럼 곱게 다루어주었다.

"나갈 수 있나요?"

"...음, 넌 어떠니?"

"오빠를 만나고 싶어요...그때 그렇게 헤어진 후로 잘 있는지 모르겠어요. 어디 심하게 다치거나 죽거나 한 건 아니죠?"

"잘 있단다. 귀가 잘 안 들리긴 했지만 그것도 고쳤어."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그 사람들?"

길준은 못 알아들은 척 하면서 말을 흐렸다.

"그 사람들은 다른 데로 갔겠죠? 오빠를 빨리 만나고 싶어요..."

"...음, 그 전에..."

길준은 손가락을 튕겨서 사람을 불렀다. 불려온 사람은 붉은 색의 화려한 드레스를 한 손에 쥐고 있었다.

"모처럼이니 우리 산책이나 나갈까? 한나. 저 드레스를 입어주지 않으련?"

"좋아요."

3분 뒤 한나와 길준은 각자 성장을 하고 그 옷에 어울리는 구두를 신은 채 방을 나섰다.
한나의 눈에 거리는 한없이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더 빛나는 것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길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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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준은 짧게 짧게 끊어서 이야기를 했다. 사랑하던 여자와 결혼했고, 허니문 베이비를 가졌다.
허니문 베이비를 가진 다음에는 자신이 꿈꾸던 일들을 다 이룰 수 있을 거라면서 잠시 방심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아내가 살해당했다고...
아니, 그 전에 그녀의 마음이 자신을 배반했다고, 자신은 바보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언니가 그럴 리 없어요.''

은미가 다시금 이야기했지만 길준은 멈추지 않았다.

잠시 다른데 정신이 팔린 사이에 그녀는 다른 이의 연인이 되어 있었다...물론 그 연인인 남자는 그녀의 마음을 사랑했지만...그녀가 자신에게 마음을 주고 있는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총을 쏴서 죽였다.
어차피 가질 수 없는 사랑, 죽여버리자고.

"아니, 이건 소설일 거에요. 당신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은미가 괴로워했다...이건 자신이 동경하고 넘어서고 싶었던 아름다운 여인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도 믿기 싫은 이야깁니다.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던 이야기죠."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총을 쏴 죽인 여인에게는 다른 야심이 있었다. 그를 통해서 만난 남자들을 이용해서 더 좋은 자리, 돈을 얻는 것...

"당신 용서못하겠어요."

이야기가 끝났을 때 은미는 차갑게 말했다.

"죽은 사람을 그렇게 모독할 수 있는 건가요? 아니면 몽테 크리스토를 흉내내고만 있는 건가요? 이런 이야기로 죽은 사람을...단지 죽은 사실이 애매하고, 살해한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는 해도..."

"당사자한테 들은 이야깁니다."

마치 상한 음료수를 들이키다 비위 상한 사람처럼 그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시금털털한 뒷맛이 그를 괴롭히는 것이리라.

"당신도 알테죠. 사채시장의 가장 큰 손이자, 당신이 사랑해마지 않는 유병률의 친부. 그리고 털보씨의 친부이자, 지윤 신부의 친부... 그가 이 사건의 진범입니다. 그는 내 아내를 이용해 모 정치인의 관음증을 채웠죠...그리고 내가 그 아들을 죽이길 원한 희대의 사이코..."

"그래서요. 그게 어쨌든...당신은 지금 속은 거에요!"

"속았다...라."

길준이 천천히 말했다.

"그게 어쨌든 난 원수를 갚은 겁니다. 우선은요...당사자인 그 남자는ㅡ 그리고 지경씨도 그 아들이니...잘 죽었으니까. 그리고 남은 혈육들을 죽여서 복수를 완료합니다."

"그럼...지윤 신부님이나 털보씨도?"

"물론. 병률이 놈도 그렇게 해줄 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는 살려주신다면서요...껍데기만 놔둬도 된다고..."

"거짓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합니다."

"그럼 이 말을 나한테 하는 건?"

"내가 정도를 벗어날 정도로 위험해지면...일반인을 함부로 대해서 연관없는 일에 끼어들게 해서 죽게 한다면...그때는 날 가둬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죽게 하는 것에 한정되어 하는 말이겠군요."

은미가 한숨을 쉬었다.

"민간인 뿐만 아니라 그 사람들에 대해서도 다 같은 경우를 적용하는 걸로 알아듣겠어요. 그리고 절 신뢰해서 하는 말이라고 알아듣겠어요."

"물론이죠."

"그렇다면 한가지 물어봐도 되나요?"

"네. 무엇이든지."

"그럼, 그 금괴들을 옮길 때 CCTV 이야길 하셨죠? 천개, 만개의 눈이라고 말하면서..."

"잊어버렸습니다."

"그 때 그 트럭들이 모두 경찰의 의심을 사지 않고 금괴들을 실어날랐던 것도 이미 예전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건가요?"
 
"...그 대답은 나중에 하겠습니다."

그리고 길준은 천천히 서재의 문을 열어제쳤다. 잠시 어두웠던 서재에 환한 빛이 한가득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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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린 상사가 뭐냐고 묻던 정의의 얼굴을 그녀는 다시 한번 떠올렸다.
뒷돈을 받아 챙기는 자가 저 사람과 무엇이 다르냐고 묻던 그의 얼굴에는 그야말로 정의만이 타오르고 있었다.

"뭘 도와드릴까요?"

안락의자에 편안하게 눕다시피했던 길준의 말에 은미는 깜짝놀랐다.
그가 있는지도 모르고, 평소에 자신이 잘 있던 서재에 들어왔던 것이다.
그곳은 처음에 길준이 우울증과 망상증세를 보였을 적에 상담가들과 있던 자리였다.

"놀랐네요. 설마하니 여기 계실 줄은 몰랐어요..."

"여긴 내 집인데요?"

약간은 불퉁한 그의 말에 은미가 피식 웃었다. 마치 아이가 어머니에게 항의하듯이.
오래간만에 보는 그의 편안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조심해야 할 지도 모르는 얼굴이기도 했다.
복수가 보람이라는 남자가 편안한 모습이라니...

"하여간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제가 도움이 필요한지 아셨죠?"

"그건 내가 해야 하는 일 중의 하나니까요. 기억해두세요. 복수가 필요한 곳에는 제 눈과 제 귀가 항상 따라갑니다. 혼자서 행동하지 마세요. 잘못하면 당신도 준구씨처럼 콧대가 내려앉을 겁니다..."

그는 안락의자에서 일어났다.

"문제는 지경이 받아야 할 금괴 트럭이 발견되었다는 거지요. 차라리 황금 세례를 받고 죽었으면 좋았을 걸...흙더미에 깔리지 말고..."

"그럼 역시 그 사건은?"

"조금은 내 도움이 없었다고는 못 하겠군요."

"...지경씨가 첫번째 목표였었군요..."

"뭐, 부인은 하지 않겠습니다...하지만 자초한 거죠."

"그래서,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있었나요?"

"병률과 지경, 그리고 호두원, 명준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했으니까요...절반쯤은 당신의 공이지만. 물론 내가 하면 더 잘했겠지만."

"...잘난 척은."

은미가 내뱉듯 말했다.
하지만 그건 경멸은 아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내의 환영에 시달린다니 어쩐다니 하면서 사람 마음을 들었다놨다 했던 주제에, 이젠 꼴같잖은 복수귀의 모습이라뇨."

"...복수귀."

길준이 잠시 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사건이 이렇게 되지만 않았어도 난 좋았을 겁니다...그리고 지금도 편안하게 살고 싶어요...하지만 그 유령은 눈에 보이지만 않는다 뿐. 내 마음속에 있으니까요. 이 일이 처리되고 나서도 그 유령은 내 속에 살겠죠. 아내의 유령이 사라지는 날은 없을 겁니다. 영원히...그녀가 날 배반했더라도..."

"배반? 언니가 그럴 리가 없어요!"

사촌언니에 대한 가슴아픈 추억이 있는 은미였다.
은미의 비명같은 말에 길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가장 믿고 싶지 않은 건 납니다. 하지만 이 복수의 원을 복기하면 복기할수록 [그 남자]가 했던 말이 떠오르는 군요...그건 내 가슴의 심장을 파먹고 사는 동물같은 겁니다..."

"...도대체 그 증거가..."

"언젠가 보여드리려고 했었죠....오늘이라도 내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까? 아주 기가 차고 슬프고 어이없는 교통사고같은 이야기랍니다...어설픈 한 남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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