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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죽어야 리더십이 산다
진재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나이가 들어갈수록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게 된다. 특히 남 앞에 서는 자리는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고, 내가 남 앞에 서는 게 싫어진 만큼 기를 쓰고 앞에 서려는 사람을 보면 정나미가 떨어지고 만다. 글쎄, 어릴 땐 나도 나서기 좋아하고, 뭐든 앞에서서 이끌어보고 싶고, 주목 받으면 엄청 신나하고 그런 소녀였던 것 같은데 어쩌다 나는 이렇게 뒤로 물러나는 어른이 되어버렸지?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건 점점 살아갈수록 그만큼 리더의 자리가 힘들고 커다란 책임과 의무를 동반하며, 진정! 능력 있는 자 만의 자리라는 걸 스스로 자각해서 인 듯도 하고, 그렇다고 앞에 서려는 사람을 보고 질색할 것 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 헐; 저 인간이 무슨 자신감? 속으로 깜놀라며 눈을 흘기고 만다. 암튼, 이렇게 리더 자리엔 관심도 없고, 심지어 시샘하는 인간에게 이런 책이라니!!
처음엔 아. 내가 왜 이 책을 골랐을까? 너무 안 읽혀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읽었었는데. 그런데! 며칠 사이 드문드문 다시 들춰 보게 된 페이지들이 얼마나 달게 읽히던지! 오호, 역시 책이란 물건은 언제? 어느 때? 어떤 기분일 때? 읽느냐에 따라 감흥이 다 다르구나 감탄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요 며칠은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 이라는 발언으로 특급 관심을 받고 있는 그분 뉴스를 접하게 된 시점이라 할 수 있겠는데. 도대체 이 나라의 리더 주변에는 그렇게도 사람이 없는 건지? 한숨도 나오고. 시국이 이렇다보니 책 내용이 새삼 가슴에 사무치고, 특히 각계각층의 리더에게,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 꼭 권해줘야한다는 절절한 마음마저 드는 것이다!
<리더가 죽어야 리더십이 산다>는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리더십에 관한 연구서라고 해도 될 만큼 세계 각국 리더들의 일화를 인용하며 다양한 리더십 사례를 보여주기도 하고 또한 우리 사회 리더십의 뿌리(역사)를 꼼꼼히 되짚어 보기도 하고, 과연 앞으로는 어떤 리더십을 갖추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 주는 그런 책이다.
어쩌면 나처럼 리더십? 그건 나와는 너무 먼 이야기 같다고 느끼는 사람을 위해 책 27쪽 한 부분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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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크든 작든 간에 인생의 바다를 항해하는 배와 같다. 그렇다. 우리 모두 각자의 배를 인도하는 리더다. 나름의 리더십으로 자신의 인생을 꾸려가고 있으며, 또 자신과 함께 항해하는 다른 배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영역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리더십의 이슈들을 좀 더 심각하고 신중하게 생각해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 우리는 누구나 나름대로의 리더십으로 인생을 꾸려가고 있고, 특히 자신뿐 아니라 옆에 있는 다른 배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영역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하고 마음을 다시 고쳐 잡고 읽으니 책이 2배는 재밌어졌다. 의외로? 인상적인 구절들도 많아서 밑줄도 제법 그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이 책을 잘 대변해주는 것 같은 구절을 골라봤다.
세계 최고의 리더십 전문가인 워런 베니스는 “리더는 뱀과 같아야 된다”라고 강조한다. 뱀이 허물을 벗는 것처럼 리더도 허물을 벗고 지속적인 성장과 변화를 꾀해야 한다. 그리고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측하고 변화 가운데 자기 사람들을 공동의 비전을 향하여 인도해갈 수 있는 영향력이 필요하다.
어린 딸이 엄마가 햄을 구울 때는 항상 양쪽 끝을 자르는 모습에 궁금한 생각이 들어 하루는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엄마는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네 할머니가 햄을 구울 때면 항상 양끝을 잘랐기 때문에 나도 그런 것 같구나”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얼마 후, 할머니 집을 방문한 어린 딸은 할머니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왜 할머니는 햄을 구울 때 항상 양 끝을 자르셨나요?” 그러자 할머니는 “그건 우리 집에 있었던 오븐이 너무 작아서 큰 햄이 다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란다”라고 대답했다.
왜 그렇게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그냥 무조건 남의 변화를 따라 하기만 한다면 진정한 변화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리더십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변화하는 패러다임을 올바로 이해하고 그에 따라 우리 자신도 변화하는 것이다.
♣ 리더가 죽어야 리더십이 산다 - 진재혁 :p 112~113
무심코 햄의 양 끝을 자르고 있다니? 굉장히 쏙쏙 와 닿게 비유도 잘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끝으로 맨 마지막 페이지에 실려 있는 인상적인 이야기도 하나 추가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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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렇게 이야기할 지도 모른다. “나 하나가 바뀐다고 해서 무슨 변화가 있겠는가?”그런 당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어느 해변마을에 이상한 조류현상이 발생해 많은 물고기들이 모래사장으로 밀려나와 펄떡이고 있었다. 모래사장을 꽉 채운, 펄떡이는 수천 마리의 물고기 떼 사이를 지나가던 한 소년이, 물고기를 한 마리씩 집어서 다시 바다에 던지는 노인을 발견했다.
“이렇게 많은 물고기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그렇게 한 마리씩 물고기를 던져 넣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소년의 물음에 노인은 물고기 한 마리를 집어 들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큰 의미는 없지만 적어도 이놈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지.”
엄청난 문제를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운 숙제라도 어디에서부터든 시작은 필요하고, 그것은 곧 아무리 크고 어려운 문제라 할지라도 해결의 시작이 한 사람의 개인으로부터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나 혼자 바뀌어서 무슨 일이 되겠는가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오히려 나 자신부터 변함으로써 또 다른 변화를 일으키고, 곧 그 변화는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바다에 다시 던져지는 한 마리의 물고기에게는 노인의 손길이 생명을 뜻하듯, 한 사람의 변화가 그 변화를 기다리고 맞이하려는 이들에게는 소중한 생명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성숙한 추종자가 성숙한 리더를 만들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할말은 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하자. 잘하는 리더에게는 칭찬을 아끼지 말자. 그러나 그런 리더들보다 원칙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성숙함을 갖자.
♣ 리더가 죽어야 리더십이 산다 - 진재혁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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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북스] 서포터즈로 출판사로부터 지원 받은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