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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식객 Ⅱ 1 : 그리움을 맛보다 ㅣ 허영만 식객 Ⅱ 1
허영만 지음 / 시루 / 201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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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갓! 세상에 이렇게 맛있고, 진지하고, 유익하고, 재미있는 만화책이 다 있었다니.
평소 워낙 책이라면 물 불 안 가리고 다 좋아하는 나는 그동안 세상에 그 어떤 책이든 나쁜 책은 없다며 겉으로는 천사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솔직히 만화책 볼 시간에 나라면 훌륭한 고전 한 편을 읽겠다며 속으론 만화책을 비웃었는지도 모르겠다. 허영만의 식객을 읽고 있으니 만화책한테 어찌나 미안한 마음이 들던지. 만화라고 우습게 봐서 미안하다, 그동안 만화라고 무시했던 거 다 사과할게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더라..
와! 나. 진짜. 그러니까 이런 가슴 찡하고, 배울 거 많은 만화책은 태어나서 처음 읽어봤다. 식객 진짜 따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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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는 집어치우고, 우리의 주인공 그냥밥집 사장님부터 먼저 만나보자. ▲ 언제나 입에 이쑤시개를 물고 있는 게 특징임.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요리사 상디는 입에 늘 담배를 물고 있어서 요리에 재 떨어질까 봐 내가 다 조마조마한데 그냥밥집 사장님은 건전하게 이쑤시개를 물고 계셔서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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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에서 보면 포장마차 비스무리한 그냥밥집. 식객2의 배경이 되는 장소다.
나는 식객이라곤 영화로 원, 투 본 게 다라서;; 만화책으로 식객 1 시리즈들도 이 책이랑 똑같이 그냥밥집?이 배경인지도 궁금하고. 하다못해 그냥밥집 사장님 풀 네임도 아직 난 모르겠지만 암튼, 지혜라는 초딩 딸과 단둘이 살고 있다. (와이프는 어디로 갔을까? 어쩐지 사별했을 것 같은 슬픈 예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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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첫 장면부터 나는 깜짝 놀란 마음 진정시키느라 바빴는데,
와!! 만화책인데?? 생선 손질하는 거 하나까지 어쩜 이렇게 실감 날 수 있는지! 진짜 바로 눈앞에서 보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그림들이 생생 그 자체였는데 하물며 완성된 요리는 오죽하겠는가! 아 생각만 해도 군침이 줄줄 흐른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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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디테일이 이토록 실감 나고 생생한 이유가 바로, 취재노트 덕분이라는 거! 알고 나는 진짜 눈에서 하트 광선이 저절로 막 뿜어져 나오던데.. 심지어 책 소개를 살펴보다가 “허영만은 ‘국민만화가’로 사랑을 받는 현재도 데뷔한 40여 년 전 그 시절과 다름없이 묵직한 취재 가방과 빼곡한 메모 노트를 들고 현장을 누비고 있다. 그렇게 철저한 조사와 취재를 통해 탄생한 콘텐츠의 힘 덕분에 허영만의 작품은 ‘믿고 보는’ 만화로 통한다.” 이런 글까지 읽고 보니. 정말 감탄을 넘어 존경심마저 느껴질 지경이다. 정말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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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식객은 요리 만화책이다 보니, 틈틈이 요리 레시피는 물론이고 ▲ 위에 사진은 된장찌개 끓이는 장면인데 “냉이를 데칠 때 소금을 넣으면 끓는 점이 높아져서 짧은 시간에 데칠 수 있지. 맛도 좋고 영양 성분도 많이 남고 색깔도 살고. ”이렇게 요리상식까지 깨알같이 곁들여져 있어 더더욱 매력이 있다.
허영만 식객 Ⅱ 1권 : 그리움을 맛보다에는 총 5가지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특히 인상 적였던 장면 몇 페이지 함께 볼까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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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된장찌개 에피소드 중에 나도 혼자 막 따라 해봤던 장면 ㅋㅋ
(좌) 왼손으로 가슴을 위아래로 쓸어내리고 오른손은 주먹으로 쿵쿵 친다. (이건 쉽던데?)
(우) 그것보다 더 어려운 건 한 손은 삼각형을 그리고 한 손은 동그라미를 그리는 거 (이건 좀 더 신경을 써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되던걸?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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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을 위한 채소 요리 편에 나오는 몬생겼는데 착한 꼬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엄마도 아저씨처럼 친절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맨날 채소 안 먹는다고 소리치고 화만 내요 이유도 안 물어보고요
나도 엄마가 순대 징그럽다고 해서 순대 사달라고 조르지 않는단 말이에요."
그 외에도 치매 할머니를 둔 가족 이야기를 담은 첫 번째 에피소드 '대구 내장젓'도 진짜 가슴 찡했고, 직장인의 말 못 할 고민을 다룬 '김해 뒷고기' 도 너무 재밌게 읽었고, 부부란 좋아하는 것만큼 싫어하는 것도 존중해줘야 한다는 걸 알려준 천재 비이올니스트 얘기도 참 신선하고 재밌었고, 마지막 에피소드 '보리밥 한 그릇'에서는 눈물이 핑 - 돌았다.
아 ㅠㅠ 이렇게 벌써 다 읽어버린 식객 들여다보면서 리뷰 쓰다 보니까..
나 불과 며칠 전에 책 잔~~뜩 샀는데, 식객 나머지 책들도 당장 지르고 싶어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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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도 정말 좋았지만 무엇보다 보석 같은 페이지는 바로 첫 장.
비록 인쇄면이긴 하지만;; 허영만 화백님의 친필 싸인이 이렇게 뙇!!
벌써 데뷔 40년입니다.
흰머리가 많은 분이 애독자라고 할때는
참 오래도 그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당한 작품보다 부끄러운 작품이 훨씬 더
많습니다
때로 미진한 작품들은 불태워버릴까
하다가도 태운다고 그 흔적이 사라지지
않고 그걸 없앤다고 떳떳해지는 것은
아닐테니 그냥 흠으로 같이 묻어가자고
마음을 굳힙니다.
50년을 향해서 달려가겠습니다
그동안 너무 고맙습니다
2014.7
수서 화실에서 허영만
모쪼록 앞으로도 오래오래 건강히. 좋은 만화 많이 그려주세요! 식객 짱!!
───────♥──♥──♥─
* 출판사로부터 지원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