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 - 삶의 굴곡에서 인생은 더욱 밝게 빛난다
김재식 지음, 이순화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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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아프고 병들고 힘들고 죽고 이런 내용이 주가 되는 책이라면 사실 나는 쳐다보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했던 이유는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라는 굳건한 제목이 멋있어서였다. 처음엔 정말 이런 내용인지 몰랐다.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불치병을 선고받는다. 심지어 발병 원인도 치료방법도 알 길이 없는 희귀 난치병이다. 멀정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사지가 마비되고, 연이어 폐 한쪽, 눈 한쪽마저 잃게 된다면 그래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숨도 쉬지 못한다면? 본인은 물론이고 그 가족까지 얼마나 비통하고 힘이 들까? 이 책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내의 곁에서 남편이 써 내려간 6년 동안의 일기를 모은 에세이다. 여기에 개인적인 감상까지 몇 마디 곁들여 보자면 그냥 보통 일기가 아니고 저자분께서 시인 뺨칠 정도로 글을 잘 쓰셔서 나는 이 분이 당연히 작가님이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평범한 분이셔서 깜짝 놀랐다.   

 

사실 이 나이를 먹도록 아직도 철이 안 든 나는 이런 상황이라면 본인을 위해서도 가족들을 위해서도 차라리 죽음을 생각하는 편이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앞섰는데. 아니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책장을 넘길수록. 삶이 힘겹듯. 죽음도 쉽지가 않다는 거 깨닫게 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러지지 않고 잘 버텨준 얼굴 모를 부부에게 감사한 마음마저 들었다. 비록 이 책을 읽는 나는 이 부부가 너무 안타까워 힘들었지만, 정작 이들은 서로가 있어 정말 행복하겠구나.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라는 말도 조용히 되뇌어 보았다.

 

 

 

 

▲ 책 중간중간엔 이렇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림도 실려 있다.  

 

 

그리고 나는 이런 문장들에 밑줄을 그었다.

이 책 속의 소중한 글

병원을 오래 돌아다니면서 소설로 지어도 더 험하게는 못 쓸 사연들을 많이 듣고 보았다. 단연코 아내나 나의 형편이 최악이라거나 절망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모든 상황에 넌더리가 날 때면 우리가 가장 밑바닥에 버려졌거나 살아야 할 가치도 별로 없는 버러지 같은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원망, 좌절, 의욕상실, 불평, 미움, 난폭한 심사, 거기에 병원에서 버틸 비용까지 그야말로 절대불안과 절대빈곤에 빠진 상태였다. 이제까지 주변 이웃들과 제도 아래서 받은 도움들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절대빈곤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냉혹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남들의 자랑과 고작 그깟 일로 고민할 수 있는가 싶은 별 것 아닌 문제들에 대한 고민을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심기가 불편해진다.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부아가 난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텨내는 사람들 앞에서 희희낙락 자랑하면 더 행복해지냐?’

‘그만한 일로 곧 죽을 것처럼 엄살을 떨다니 그럴 거면 우리는 열 번도 더 죽었겠다. 정말 죽을 만큼 힘든 지경을 당해 봐야 함부로 입을 열지 않으려나?’

이런 격한 감정 상태에 있다가도 곧 상대의 상황과 입장을 이해하려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남의 암보다 내 감기가 더 아프다’는 말이 있다.

타인의 고통을 오롯이 자신의 고통으로 느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고 남의 상처보다 내 상처를 먼저 치유하려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이해해야 할 인간의 한계다.

♣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 - 김재식 :p 66

 

 

 

 

이 책 속의 소중한 글

 

비단 병원뿐만 아니라 일순간에 일어난 일로 일생의 방향이 틀어져버린 숱한 사람들이 있다. 비록 보이는 일이 아닌 것으로도 심한 상처나 쌓인 갈등으로 몸 안의 한쪽 어딘가가 문드러진 채로 일생을 사는 이들이 대부분이 아닐까? 언뜻 보면 아무 근심 없이 잘만 살아가는 듯한 부러운 사람도 들여다보면 구멍 숭숭 뚫려 있고, 털어놓고 들어주다 보면 눈물 펑펑 쏟아지는 그런 사연 하나 쯤은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더욱 생각해야 할 것은 모두가 상처를 받지만 상처받는 모두가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원치 않는 불행으로 인해 몸과 영혼에 고통의 흔적이 남는 것은 슬퍼할 일이나, 이를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더 아름다운 인생의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삶의 묘미인 것이다. 

♣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 - 김재식 :p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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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 읽는 노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23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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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아~~~ 루이스 세풀베다의 <연애소설 읽는 노인> 다 읽은 지가 벌써 일주일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주인공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 할배의 마력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다. 아 정말 이 사랑스러운 책을 어쩌면 좋을까? ㅎㅎㅎ 

 

남사스럽게 노인네가 웬 연애소설? 듣자마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제목은 둘째 치고, 나는 무작정 이 책 표지가 너무 좋았다. (막상 실물로 접하고 나니 표지가 더 노랗고 파랗고 초록 초록하면 좋겠다는 미련이 남긴 하지만;) 예쁜 책 표지에 끌려서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위시리스트에 담아 두고 벌써 몇 년이 지났다. 아 억울해. 이렇게 예쁘고, 웃기고, 생각만 해도 마음 따뜻해지는 소설을 나는 왜 이제야 읽게 되었을까? 내가 책 보는 눈이 그렇게 없었나 한심해졌다. 그러다가 이내 지금이라도 만난 게 어디냐고 책을 껴안고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어졌다. 심지어 내가 읽은 책은 책모임에서 빌려 온 책이라 당장 소장용으로도 한 권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아니 아니 선물용으로 한 두 권쯤 더 살까? 엄청나게 고민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최근에 읽은 소설책 중에 <연애소설 읽는 노인>이 최고 였다는 이야기다.

 

 

 

<연애소설 읽는 노인>에는 중요한 인물 2명이 등장하는데 한 명은 당연히 우리의 주인공 <연애 소설 읽는 노인> 풀네임은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줄여서 호세 노인, 그리고 또 한 명은 호세 노인에게 책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는 치과 의사 ‘루비쿤도 로아차민’줄여서 치과 의사. 

원래 다른 나라 책들 특히 중남미나 러시아 책들 읽다 보면 한동안은 등장인물들 이름 외우느라 혼이 쏙 빠지기 마련인데 <연애소설 읽는 노인>은 딱 2명만 기억하면 돼서 너무 쉽게 읽혔다. 심지어 쪽수도 총 181쪽 밖에 안 돼서 나중엔 아껴 아껴 읽느라고 정말 힘들었다.

 

책소개

<연애소설 읽는 노인>은 아마존 부근 엘 이딜리오에 살고 있다.

문명은 서서히 이 고장에 침투하여 노다지 꾼들과 술병이 몰려들고, <양키>들은 카메라를 들고 찾아오며, 원주민들은 조금씩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고 있다. 마을에서 가장 정글을 잘 아는 사람인 노인이 원한 것은 오직 오두막에서 조용히 머나먼 곳에서 일어나는 달콤한 연애담을 탐독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소망은 정글의 맹수를 화나게 한 누군가에 의해 방해받는다. 노인은 자연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암살쾡이를 만나기 위해 숲으로 향한다.

- 책 뒤표지에서

 

 

책소개를 대충 읽을 때만해도 이 책이 이렇게도 내 마음을 사로잡을 줄은 몰랐다. '최고의 환경 소설'이라고도 하고, 뭔지도 모를 (1989년 티크레 후안상) 상까지 받았다고 해서 혹시 골치 아픈 책이면 어쩌나? 도리어 걱정이 됐는데 이런 노파심을 말끔하게 날려준 문장을 39쪽에서 만났다.  

이 책 속의 소중한 글

이번에도 소설책으로 두 권 가져왔소.”
그 순간 노인의 눈이 빛났다.
“연애 소설인가요?”
치과 의사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 아픈 얘긴가요?”
노인이 다시 물었다.
“영감은 목 놓아 울고 말걸.”
치과 의사가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했다.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오나요?”
“이 세상에서 어떤 연인들도 그들만큼은 사랑하지 못했을 거요.”
“서로가 슬픈 일을 겪는가 보군요.”
“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서 차마 견딜 수가 없었소.”
치과 의사는 노인의 질문에 꼬박꼬박 대답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책장조차 넘기지 않았다.
루비쿤도 로아차민은 노인이 책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자 처음에는 그저 아무거나 가져다주면 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서 고통과 불행을 겪다가 결국은 행복하게 되는 내용을 원한다는 노인의 독서 취향을 듣게 되자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과야킬에 있는 서점에 들러 <연인들이 사랑으로 인해 고통을 겪지만 결국은 해피 엔드로 끝나는 소설책을 주시오>라고 말하는 자신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여겨졌던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보나마나 그를 주책없는 노인네라고 비웃을 게 틀림없었다.  

♣ 연애소설 읽는 노인- 루이스 세풀베다 :p 39

 

 

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러게 말이다. 보통의 남자 사람이라면? 치과 의사처럼 생각하기 마련인데 우리의 호세 노인은 어쩌다가 그 많은 책 중에 유독 연애소설만을 고집하게 된 걸까? 너무 궁금해졌고,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되고 나서는 도저히 호세 노인을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는 거다. 아 이런 마음 따뜻한 할배 같으니라고 ㅠㅠ 

 

 

그리고 아직도 다른 책을 읽으면서도 문득문득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떠올리게 만들어주는 장면은 바로 여기.   

이 책 속의 소중한 글

노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책을 읽었다. 그의 독서방식은 간단치 않았다. 그는 한 음절 한 음절을 음식 맛보듯 음미한 뒤에 그것들을 모아서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읽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단어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이렇듯 그는 반복과 반복을 통해서 그 글에 형상화된 생각과 감정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음절과 단어와 문장을 차례대로 반복하는 노인의 책 읽기 방식은 특히 자신의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장면이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도대체 인간의 언어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깨달을 때까지, 마침내 그 구절의 필요성이 스스로 존중될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그러기에 그에게 책을 읽을 때 사용하는 돋보기가 틀니 다음으로 아끼는 물건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 연애소설 읽는 노인- 루이스 세풀베다 :p 44~45

 

 

​아 어쩜 ㅠ 한 글자. 한 단어. 한 문장도 저토록 소중하고 알뜰하게 오래오래 반복해 읽고, 심지어는 도대체 인간의 언어가 어떻게 그렇게아름다울 수 있는지 깨달을때까지 읽고 또 읽는 노인의 ​독서법에는 혀가 내둘러질 지경이지만, 그리고 소설이 마지막으로 달려갈 무렵에는 혹시라도 노인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까봐 간이 덜컥 내려 앉기도 했지만. ​아. 정말 아직도 이 책을 품에 안고 춤이라도 추고 싶을 만큼 이 책이 나는 너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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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도착한 따끈따끈한 신간 3권. 세 권 모두 다 재밌겠어서 어떤 책부터 읽을지 완전 갈등됨 ㅋㅋ

 

1. 미 비포 유 - 조조 모예스

오예! 드디어 내게 온 me before you

평소 같았으면 그 아무리 가슴 찡한 연애소설이래도 나는 좀 시큰둥했을 텐데;

최근에 <연애소설 읽는 노인>을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은 나머지 ㅋㅋㅋ 나까지 막 연애소설 읽고 싶어졌어! ㅋㅋ

 

<미 비포 유> 대충의 줄거리랑 미니북 소식은 지난번 포스팅에서 얘기한 적이 있으니 ㅋㅋ 

http://pinky2833.blog.me/220054823608 

나머지 이야기는 책 다 읽고 다시 하기로 하고,

 

 

2. 뇌의 배신 - 앤드류 스마트 

요즘 부쩍 뇌과학 책에도 관심이 가져서. 땅길 때 많이 접해보자며 잽싸게, 신청했던 <뇌의 배신>

(네이버 책 카페 '책을 좋아하는 사람' 서평단에 당첨되어 받은 책입니다)

 

책 도착하고 궁금해서 휘리릭 책장을 넘겨봤는데, 이 책은 내가 생각했던 뇌과학 책이랑은 완전 딴판으로 흥미진진!!!

그러니까 내가 기대하고 있던 뇌과학 책이라 함은? 우리 뇌의 비밀을 과학적으로 파헤쳐 주어 읽는 사람은 머리 쓰지 않고도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게 이끌어준다던가? 하는 그런 책였는데 ㅋㅋ 알고 보니 이 책은? 게으름 찬양 책. 

거창하게 말하자면 "어느 뇌과학자의 근거 있는 게으름 예찬" 책이랄까? 

 

우선 책 서문에 인용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문장부터 예사롭지가 않았는데..  

 

"나는 한가하게 지낼 수밖에 없게 된 요새야말로 가장 심오한 활동을 펼친 나날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의 행동들이란 한가한 시간 동안 내면에서 일어난 방대한 움직임의 마지막 잔향에 불과하지 않나 생각한다. 어쨌든 확신을 품고, 헌신적으로, 가능하다면 환희를 느끼며, 한가로이 지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손을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한가한 나날은 너무도 조용하기에, 옷깃이 스치는 소리조차 크게 들린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와아! 옷깃이 스치는 소리조차 크게 들릴 정도로 조용하고 한가하게 있어본 지가 언제인지?

늘 노트북 들여다보거나, 책을 보거나, TV를 보고, 하다못해 스마트 폰 화면이라도 보고 있어야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는 요즘이라 그런지. <뇌의 배신>이 내겐 더없이 소중할 책일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어서 마저 읽어봐야지!!

 

 

3. 스마트한 심리학 사용법 - 폴커 키츠 외  

책 소개를 보면, 독일 아마존 심리학 분야 130주 연속 베스트셀러 <심리학 나 좀 구해줘> 저자의 최신 화제작.이라고 쓰여 있는데 나는 또 이마저도 띄엄 띄엄 읽고 이 책<스마트한 심리학 사용법>이 130주 연속 베스트셀러인 줄 알았네 ㅋㅋ ㅋㅋ

 

나야 뭐 심리학 책 킹왕짱 좋아하는 사람이니 ㅋㅋ 베스트셀러건 말건 상관없지만 암튼 이 책은 제목만 봐도 어떤 책일지? 딱, 감이 온다. 부제는 <언제 어디서든 나를 도와줄 41가지 심리 법칙>! 이 책도 살짝 맛보기로 휘리릭~ 넘겨보니 그림도 되게 많고 ㅋㅋ 편집도 깔끔한게 진짜 잘 읽히게 생겼다.

 

 

아... 진짜...

<미 비포 유>도, <뇌의 배신>도, <스마트한 심리학 사용법>도 다다다 빨리 읽고 싶은데 ㅋㅋㅋ

책 읽는 속도는 느려터졌고 ㅋㅋㅋㅋ 아 아 눈에 모터라도 달고 싶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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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식객 Ⅱ 1 : 그리움을 맛보다 허영만 식객 Ⅱ 1
허영만 지음 / 시루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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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갓!  세상에 이렇게 맛있고, 진지하고, 유익하고, 재미있는 만화책이 다 있었다니.

평소 워낙 책이라면 물 불 안 가리고 다 좋아하는 나는 그동안 세상에 그 어떤 책이든 나쁜 책은 없다며 겉으로는 천사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솔직히 만화책 볼 시간에 나라면 훌륭한 고전 한 편을 읽겠다며 속으론 만화책을 비웃었는지도 모르겠다. 허영만의 식객을 읽고 있으니 만화책한테 어찌나 미안한 마음이 들던지. 만화라고 우습게 봐서 미안하다, 그동안 만화라고 무시했던 거 다 사과할게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더라..

 

와! 나. 진짜. 그러니까 이런 가슴 찡하고, 배울 거 많은 만화책은 태어나서 처음 읽어봤다. 식객 진짜 따따봉!!  

 

 

 

책 소개는 집어치우고, 우리의 주인공 그냥밥집 사장님부터 먼저 만나보자. ▲ 언제나 입에 이쑤시개를 물고 있는 게 특징임.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요리사 상디는 입에 늘 담배를 물고 있어서 요리에 재 떨어질까 봐 내가 다 조마조마한데 그냥밥집 사장님은 건전하게 이쑤시개를 물고 계셔서 다행)

 

 

 

겉에서 보면 포장마차 비스무리한 그냥밥집. 식객2의 배경이 되는 장소다.  

나는 식객이라곤 영화로 원, 투 본 게 다라서;; 만화책으로 식객 1 시리즈들도 이 책이랑 똑같이 그냥밥집?이 배경인지도 궁금하고. 하다못해 그냥밥집 사장님 풀 네임도 아직 난 모르겠지만 암튼, 지혜라는 초딩 딸과 단둘이 살고 있다. (와이프는 어디로 갔을까? 어쩐지 사별했을 것 같은 슬픈 예감? )

 

 

 

제일 첫 장면부터 나는 깜짝 놀란 마음 진정시키느라 바빴는데, 

와!! 만화책인데?? 생선 손질하는 거 하나까지 어쩜 이렇게 실감 날 수 있는지! 진짜 바로 눈앞에서 보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그림들이 생생 그 자체였는데 하물며 완성된 요리는 오죽하겠는가! 아 생각만 해도 군침이 줄줄 흐른다 ㅠㅠ

 

 

 

만화 디테일이 이토록 실감 나고 생생한 이유가 바로, 취재노트 덕분이라는 거! 알고 나는 진짜 눈에서 하트 광선이 저절로 막 뿜어져 나오던데.. 심지어 책 소개를 살펴보다가 “허영만은 ‘국민만화가’로 사랑을 받는 현재도 데뷔한 40여 년 전 그 시절과 다름없이 묵직한 취재 가방과 빼곡한 메모 노트를 들고 현장을 누비고 있다. 그렇게 철저한 조사와 취재를 통해 탄생한 콘텐츠의 힘 덕분에 허영만의 작품은 ‘믿고 보는’ 만화로 통한다.” 이런 글까지 읽고 보니. 정말 감탄을 넘어 존경심마저 느껴질 지경이다. 정말 멋지십니다!!!!

 

 

 

무엇보다 식객은 요리 만화책이다 보니, 틈틈이 요리 레시피는 물론이고 ▲ 위에 사진은 된장찌개 끓이는 장면인데 “냉이를 데칠 때 소금을 넣으면 끓는 점이 높아져서 짧은 시간에 데칠 수 있지. 맛도 좋고 영양 성분도 많이 남고 색깔도 살고. ”이렇게 요리상식까지 깨알같이 곁들여져 있어 더더욱 매력이 있다.

 

허영만 식객 Ⅱ 1권 : 그리움을 맛보다에는 총 5가지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특히 인상 적였던 장면 몇 페이지 함께 볼까요? ㅋ

 

 

△ 사진은 된장찌개 에피소드 중에 나도 혼자 막 따라 해봤던 장면 ㅋㅋ    

(좌) 왼손으로 가슴을 위아래로 쓸어내리고 오른손은 주먹으로 쿵쿵 친다. (이건 쉽던데?)

(우) 그것보다 더 어려운 건 한 손은 삼각형을 그리고 한 손은 동그라미를 그리는 거 (이건 좀 더 신경을 써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되던걸?ㅋㅋ )

  

 

 

△ 아이들을 위한 채소 요리 편에 나오는 몬생겼는데 착한 꼬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엄마도 아저씨처럼 친절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맨날 채소 안 먹는다고 소리치고 화만 내요 이유도 안 물어보고요

나도 엄마가 순대 징그럽다고 해서 순대 사달라고 조르지 않는단 말이에요."

 

그 외에도 치매 할머니를 둔 가족 이야기를 담은 첫 번째 에피소드 '대구 내장젓'도 진짜 가슴 찡했고, 직장인의 말 못 할 고민을 다룬 '김해 뒷고기' 도 너무 재밌게 읽었고, 부부란 좋아하는 것만큼 싫어하는 것도 존중해줘야 한다는 걸 알려준 천재 비이올니스트 얘기도 참 신선하고 재밌었고, 마지막 에피소드 '보리밥 한 그릇'에서는 눈물이 핑 - 돌았다.

 

아 ㅠㅠ 이렇게 벌써 다 읽어버린 식객 들여다보면서 리뷰 쓰다 보니까..  

나 불과 며칠 전에 책 잔~~뜩 샀는데, 식객 나머지 책들도 당장 지르고 싶어 미치겠다.  

 

 

 

만화도 정말 좋았지만 무엇보다 보석 같은 페이지는 바로 첫 장.

비록 인쇄면이긴 하지만;; 허영만 화백님의 친필 싸인이 이렇게 뙇!!

 

벌써 데뷔 40년입니다.

흰머리가 많은 분이 애독자라고 할때는

참 오래도 그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당한 작품보다 부끄러운 작품이 훨씬 더

많습니다

때로 미진한 작품들은 불태워버릴까

하다가도 태운다고 그 흔적이 사라지지

않고 그걸 없앤다고 떳떳해지는 것은

아닐테니 그냥 흠으로 같이 묻어가자고

마음을 굳힙니다.

50년을 향해서 달려가겠습니다

그동안 너무 고맙습니다

2014.7

수서 화실에서 허영만

 

 

모쪼록 앞으로도 오래오래 건강히. 좋은 만화 많이 그려주세요! 식객 짱!!   

 

 

 

 

 

───────♥──♥──♥─

* 출판사로부터 지원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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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내게 온 책들. 몰랐는데. 이렇게 쌓아 놓고 보니 책등이 모두 하얗네. 예쁘다.

책장에 꽂아두면 더 예쁠 텐데 도착한지 일주일이 다 됐는데 아직도 저렇게 방 한 귀퉁이에 쌓여있;;

 

 

 

 1. 제일 먼저 저건 무조건 사야 돼!! 하트눈이 ♡_♡Ss돼서 장바구니에 담았던 책은?

이 중에서 천개의 공감이랑 사람풍경은 오래전에 (구판으로) 읽고 너무 좋아서 벌써 두 번 세 번 읽었고, 여기저기 선물도 많이 했던 책이고 그 뒤에 나온 좋은 이별과 만가지 행동도 당연히 나오자마자 데려와 읽고 싶었는데 이제야 이렇게 모셔오게 되었네.

   

 

이렇게 예쁜 책들을 50% 세일가로 데려와서 출판사 남는 거 있나? 별 걱정이 다 들긴 하지만.

솔직히 나는 반값이라 완전 신 나고 ♪ 

 

 

 

2. 두 번째 책은 <책읽기 좋은 날 - 이다혜 >

이다혜 기자님은 빨간 책방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편 듣고 처음 알게 되었는데,

말씀만 잘 하시는 줄 알았더니, 책 고르는 안목도 좋으시고, 심지어 글도 참 맛깔나게 쓰시고,

무엇보다 이 책은 표지가 예뻐서 무조건 합격!!!

아직 스르륵 페이지들 넘겨가며 간만 본 상태인데, 생각보다 나랑 코드도 잘 맞는 거 같고! 맘에 들더라.

오 어쩜 이런 책도 50% 세일이라 기쁨 두 배!  

 

 

3. 황정은 작가님 책 <백의 그림자>

 

 

오! 이런 책은 진짜 세일 잘 안 하던데;; 어찌 된 일이지? 이 책도 50% 세일이라 잽싸게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렇게 해서 나는 황정은 작가님 책 <야만적인 앨리스씨>, <파씨의 입문>, <백의 그림자>까지 3권 가지고 있는 여자가 되었는데 이제 곧 황정은 책 3권 읽은 사람도 되어야 할 텐데;; 아끼느라 아직 야만적인 앨리스씨 밖에 못 읽었네 ㅠㅠ 
 
 
 
4. 끝으로 다이어트 책 ㅋ

 

<상체부터 빼셔야겠습니다>, <뱃살부터 빼셔야겠습니다>, <하체부터 빼셔야겠습니다>
얼마 전에 뱃살이랑 하체랑 구매했는데. 열심히 보고, 따라 해보니 생각보다 이 책 참 괜찮아서
진짜 나보다 *10배 더!! 살과의 전쟁이 필요한 울 오빠네 선물해주려고 한 세트 더 구매했다. 
근데 막상 보내려고 하니까 혹시라도 새언니 기분 나빠할까 봐 소심한 나는 또 고민 ㅋㅋ
  
그리고 이 책 들 뿐만아니라 알라딘 15주년 기념 반값 대잔치가 7월 31일까지라..
그동안 보관함에 쌓아둔 위시 책들 고르고 도 골라서 장바구니로 옮겨 담고 있기도 한데,
어떻게 된게 담으면 담을수록 ㅋㅋ 갖고 싶은 책은 끝이 없는지 ㅋㅋㅋ
진짜 딱 1판만 더 사고 ㅋㅋ
나머지는 구매한 아이들 어느 정도 읽고 나면 또 사던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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