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하나씩 버리기 - 아무것도 못 버리는 여자의 365일 1일 1폐 프로젝트
선현경 지음 / 예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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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 나온 언니의 흥미진진한 1일1폐 그림일기 -
나야말로 잘 버리지 못하는 여자 사람이라 진심으로 1일 1폐 프로젝트가 궁금했고, 응원하고 싶었고, 본받고 싶었다. 그야말로 처절한 고군분투기인데 읽다 보면 자꾸 웃음이 난다. 유쾌하고 가볍게 나도 하나씩 버리며 살아야지: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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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하나씩 버리기 - 아무것도 못 버리는 여자의 365일 1일 1폐 프로젝트
선현경 지음 / 예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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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귀엽고 참신하다 이 책 ㅋㅋㅋ 완전 내 마음에 꼭 든다 ㅋㅋㅋㅋ

처음 위즈덤하우스 신간 소개 페이지에서 이 책을 만났을 때부터 우앗! "아무것도 못 버리는 여자의 매일 하나씩 버리기 프로젝트" 라니! 나야말로 정말 택배 상자 하나, 선물 포장지 하나, 안 입은지 10년이 넘은 옷 하나도 속시원히 버리질 못하는 여자사람이라;; 진심으로 1일 1폐 프로젝트가 궁금했고, 응원하고 싶었고, 본받고 싶었다.

 

 

 

 

그러니까 이 책『날마다 하나씩 버리기』는 나처럼 뭐 하나도 차마 버리지를 못하는 동화 작가 선현경님의 365일 1일1폐 프로젝트, 그 일 년간의 기록이다. 그야말로 처절한 고군분투기인데. 왜? 읽다 보면 자꾸자꾸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지 ㅋㅋㅋ 마치 친한 언니의 일기장을 합법적으로 훔쳐보는 듯한 기분도 들고, 그림도 너무 귀여운데다, 일기 형식이라 책장도 어찌나 술술 잘 넘어가는지 모른다.

 

 

 

 

처음 1일 1폐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친구의 권유로 '저장강박증이라는 병적인 집착으로 온갖 잡동사니와 쓰레기를 집 안에 들이고 그 사이에서 위로받는 사람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죽어도 못 버리는 사람들, 호더>'를 보게 된 후 나도 호더인 걸까? 충격에 빠지게 되었고, 그날부터 이제는 더 이상 신지 않는 양말 같은 작은 것부터 시작해. 딱 일 년만 하루에 하나씩 버리기를 실천하며 최대한 새 물건을 들이지 않는 생활을 해보자!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나. 버리기로 결심은 했지만 이것도 저것도 막상 없어지면 아쉬울 것만 같고, 아무리 안 쓰는 물건이라 하더라도 버리기엔 너무 멀쩡하고, 이건 소중한 추억이 있어 못 버리겠고, 저건 선물 받은 거라 절대로 못 버리겠고……. 무수히 이유도 핑계도 많은 물건을 향한 집착과 미련을 날려버리기 위해 동화작가 선형경님은 "그렇다면 내 손에서 떠나보낼 물건에 대해 날마다 그리고 쓰고 버리자!"고 마음먹으셨는데...

아이디어 정말 괜찮지 않나? 나는 그림은 잘 못 그리니까 사진으로 대신하기로 하고, 정말 저렇게만 한다면 아무리 미련 남는 물건도 흔쾌히 정리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이제부턴 나도! 틈날 때마다 안 쓰는 물건들 하나씩 정리해 새 주인을 찾아주든지, 과감하게 버리든지 해야겠다고 덩달아 결심도 하고.


 

 

 

 

아무튼 같은 여자 사람으로서. 뭐든 쉽게 쉽게 못 버리는 수집벽 동지로써, 그녀의 말이 어찌나 공감되고 흥미진진하던지!

또 이만큼의 포스트잇 플래그를 붙이며 알록달록 재미있게 잘 읽었다. 

늘 결심을 하는 편이다. 이달에는 술을 마시지 말아야지! 담배를 끊어야겠어! 운동을 매일 하자! 멋진 동화책을 만들고 말 테야! 이런 나에게 친구는 말한다. 이제 그만 좀 결심하고, 제발 있는 그대로의 너를 받아들여. 지키지도 못할 약속으로 왜 그리 네 자신을 괴롭히는 거야? 맞다, 결심이 무너질 때마다 괴롭다. 나 자신에게 실망하게 되고 무기력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심이라는 게 그렇다. 일단 결심을 할 때는 꼭 지키고 싶고 또 지킬 수 있을 것만 같다. 지키지 못할 거라고 전제하고 결심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결심할 수 있는 건 어쩌면 결심한 일에 매번 실패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며칠이나 지속되는지가 관건이긴 하지만, 나는 뭐든 결심하는 것은 언제나 옳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남을 해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만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서 나는 또 결심했다. 이번에는, 좀 버리자! 내가 가진 게 너무 많다고 느껴질 때, 그것들이 나를 빼곡하게 둘러싸서 갑갑하게 느껴질 때, 내가 당장 쓰지도, 그렇다고 앞으로 쓸 일도 없어 보이는 물건들이 자꾸 눈에 띌 때 지금 바로 낡은 양말이든 뭐든 하나 버려야 한다.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일지라도 하나를 버릴 줄 알면 다른 것들까지 버릴 수 있을 테니까.

♣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 - 선현경 :p 10~11

 

"나는 뭐든 결심하는 것은 언제나 옳다고 생각한다." ㅎㅎㅎ 나는 특히 이 말이 마음에 들었는데.

그러게나 말이다. 설령 친구에게 "지키지도 못할 약속으로 왜 그리 네 자신을 괴롭히는 거야?"라는 핀잔을 듣더라도 굴하지 않고. 뭐라도 결심하고! 지키려 애를 쓰고! 어쩌면 이런 것도 살아가는 작은 재미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1 * 16

도라에몽 티슈 케이스 인형

일본 시즈오카 현으로 여행 잡지 촬영 때문에 딸은 두고 남편과 둘만 여행(공짜 여행은 하지 않기로 결심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일본 시골이라 딸이 좋아할 만한 물건이 없어서 스태프들에게 부탁해 그 현에서 가장 큰 백화점에 갔다. 그때 도라에몽 만화로 한글을 뗀 딸은 도라에몽이라면 뭐든 좋아했다. 도라에몽 티슈 케이스도 딸 책상 위에서 한동안 휴지를 담고 있었는데 이제 좀 컸다고 안 쓴다. 도라에몽이 싫어진 게 아니라 인형이 너무 크다나. 아무튼 도라에몽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니 당장 달라고 야단이다. 오늘 밤에는 도라에몽 목욕이나 시켜야겠다.

♣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 - 선현경 :p 262

  

 

아무튼 미대 나온 언니의 흥미진진한 365 매일매일 하나씩 버리기 일지를 보고 있으니 어찌나 재미있고 유쾌하던지!

1월 26일 일기에는

"세 식구가 함께 라이언 맥길리 사진전에 다녀왔다. 오래간만에 찬바람을 맞으며 미술관을 찾아 멋진 사진을 보니 나도 그림이 그리고 싶어진다. 전시를 보면 뭔가 하고 싶어져서 좋다. 전시는 툭 건드려주고 살짝 미는 바람 같다."라는 말이 쓰여 있는데, 내겐 이 책이 그랬다. 툭 건드려 주고 살짝 미는 바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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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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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랜만에 흥미진진한 프랑스 심리 스릴러물 한 권을 읽었다. 아, 아니구나; 지난달에 읽은 범죄 수사물 <이렌>도 프랑스 소설였으니 오랜만도 아닌데 왜 갑자기 새롭지? 아무튼, <그림자>는 나와 비슷한 또래 여자 사람이 주인공이라 그런지? 훨씬 몰입도도 좋고 대체로 재밌게 읽었는데. 초반엔 와, 진짜, 이 여자가 미친 건지? 친구들은 왜왜왜? 하나같이 여자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건지? 심지어 책 내용도 도대체가 무슨 소릴 하자는 건지? 한참 여자 주인공 '클로에' 시점에서 이야기를 술술 잘 풀어 가다가 갑자기 남자 형사 '고메즈' 시점으로. 시점이 확 바뀌고. 또 불쑥 '클로에' 시점이 되었다가. 휙휙 하도 정신없이 바뀌는 통에 나는 도중에 책 잠깐 덮고 다른 사람 리뷰까지 몰래, 몇 개 찾아 읽고 다시 봐야 했지만, 아하 대충 이런 구조로 되어있구나 감 잡고 나니, 진짜 진도 휙휙 잘 나가더라.

 

 

특히나 이 책 첫머리에는 저자 친필(맞겠지?) 사인과 함께 이런 의미심장한 문장이 적혀 있는데.

망상증 환자인지, 소름 끼치는 스토커인지 판단은 독자여러분께 맡깁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숨가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오마이갓, 이런 첫 페이지에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을 독자가 어디 있을까? 나 혼자 와! 이 저자분 보통이 아닌데, 대박 잘 낚는다,며 감탄부터 한참 하고 읽기 시작했다.

 

 

스포일러 안 되는 선에서, 간단하게 책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우리의 주인공 클로에는 대형 광고 회사의 차기 회장 후보이자, 미모까지 겸비한 커리어 우먼이다. 소설은 뭐 하나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그녀가 어느 날 밤. 길에서 우연히 수상한 그림자를 만나게 되는 장면부터 시작이 되는데. 정말 주변 사람들 얘기처럼 클로에의 망상일 뿐인 건지? 진짜 그림자가 있기는 있는 건지? 아리송할 무렵에 등장하는 고메즈 형사도 주목을 해야 하는데 솔직히 내 타입은 아니지만; 굉장히 형사 전체적인 플롯이 클로에 이야기가 한 챕터, 고메즈 형사 이야기가 한 챕터 교차 편집되어 있어 총 두께가 608쪽! 후덜덜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속도감 있게,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가 있었다.

 

 

프랑스 심리 스릴러의 아이콘! 카린 지에벨 대표작!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이 책을 읽다 보면 생생한 심리 묘사에 나도 모르게 말려들어 설마 이 여자가 미친 건지? 혹은 도대체 누가 진짜 범인인지? 애인? 친구? 전 남편? 라이벌? 심지어 형사까지도 아무도 믿을 수가 없게 되고, 심지어 아니면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미친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라고 이야기를 한다면 너무 오버인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나는 이 책 읽으면서 초반엔 진짜 답답해 미치겠고, 중반엔 궁금해 미치겠고, 맨 끝엔 아쉬워 미치겠고, 암튼 아주 여러 번 미칠뻔했었고. 지금도 이 책 먼저 읽으신 다른 분과 마주 앉아 정말 그장면은 좀 그렇지 않았나요? 따져가며 잔뜩 수다 떨고 싶어 죽겠다. (미치겠다로 시작해서 죽겠다로 끝맺;; 이런 책 리뷰는 정말 격한 감정으로 쓸 수밖에 없다구요 흐흭;;)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클로에가 잔뜩 겁먹고 친구에게, 애인에게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였는데..

“그놈이 차고에 있었다니까.”

“그놈이라니?”

“키가 크고 위아래에 시커먼 옷을 입고 있었어. 너무 무서워 뒷걸음질 치다 중심을 잃고 쓰러졌던 거야.”

“클로에, 당신은 말하자면 헛것을 본 거야. 지난번 길거리에서 쫓아왔다는 그놈 때문에 겁에 질려 그려낸 환영이라는 뜻이야. 모든 게 다 당신의 머릿속에서 지어낸 상상일 뿐이지만 어딜 가든 그놈이 보인다고 착각하지. 지난밤 그놈을 봤을 때의 충격이 컸기 때문에 충분히 그런 현상이 빚어질 수는 있어.”

“상상이 아니었어!”

“차고에 누군가 있었다면 나랑 마주치지 않을 수 없었어. 비명소리가 들리자마자 곧장 달려갔는데 아무도 없었단 말이야. 불과 30초 남짓한 시간에 도망쳤다면 나 또한 그놈을 봤어야 해.”

 

♣ 그림자 - 카린 지에벨 :p 56

 

 

아 진짜. 분명 내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증거도 없고, 증인도 없고, 아무도 내 말을 안 믿어주고! 이런 환장할 노릇이 어디 있냔 말이다. 게다가 가장 가까운 사람들마저 헛것을 본 거겠지. 쯧쯧 거리기만 하고. 여기서 나는 또 혼자 잔뜩 격한 감정이 솟구쳐서 도대체 클로에는 지금껏 어떤 인생을 살아왔길래?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걸까?부터 시작해서 무수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결국엔 나도 이 여자를 못 믿겠고, 막 그랬다. 엄머나, 그러고 보니 나 여지껏 그 많은 책들 읽으면서 이런 식으로 주인공 자체를 의심하며 읽은 적이 있었던가? 엉뚱한 생각도 잠깐 했다가. 암튼 <그림자>와 함께 한 시간은 또 이렇게 나에게 애틋한 추억이 되었다.

 

 

리뷰요약 : 흥미진진한 프랑스 심리스릴러 소설. 

심리 스릴러의 아이콘! 카린 지에벨 대표작!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책을 읽다 보면 생생한 심리 묘사에 나도 모르게 말려들어 설마 이 여자가 미친 건지? 도대체 누가 진짜 범인인지? 친구, 애인, 형사, 심지어 그녀까지도 아무도 믿을 수가 없게 된다. 어쩌면 이렇게 자꾸 의심만 많아지는 내가 미친 걸지도.

 

 

테라스 앞을 지나가던 남자가 클로에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지나갔다. 클로에와 함께 있을 때면 카롤은 언제나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다.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과 관심을 온통 빨아들인 클로에가 주변을 자신의 존재감으로 가득 채우고 나서 겨우 부스러기 정도만 남겨두기 때문이었다. 단지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클로에는 어느 자리에 있든 빛이 났다. 모든 시선을 빨아들일 만큼 압도적인 매력이 있었고, 그 위력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했다. 그녀는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존재, 모든 사람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존재, 평범함을 거부하는 존재, 매력과 재능을 겸비한 존재였다.

♣ 그림자 - 카린 지에벨 :p 40


몇 달 동안 불면증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었다. 잠시 후 어김없이 여명이 밝아오겠지만 특별히 기대할 게 없는 하루였다. 밤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이 순간, 서로 다른 세상이 만나는 이 시간, 어둠 속에서 그림자들이 또렷이 부각되는 시간이었다.
♣ 그림자 - 카린 지에벨 :p 53

어차피 삶이란 서서히 고통받다 죽어가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 맘에 들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걸어 올라가야 하는 삶의 계단이었다. 인간은 요구한 적도 없이 세상에 태어나고, 선택의 자유도 없이 죽음에 이른다.
♣ 그림자 - 카린 지에벨 :p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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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추석날 주문한 실리쿡 밀폐용기도 진작 도착해 주방 한편에 잔뜩 쌓여 있다.

결혼하고 지금껏 감기 한 번 앓은 적 없었는데.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내내 아파서 침대를 벗어나지 못 했다.

차리리 감기몸살이나 두통 같은 거면 부끄럽지나 않지;; 틈만 나면 화장실 가서 주룩주룩 오마이갓. 힘든 추석이었다.

아. 이번 명절은 전 부치러도 안 가도 되고, 완전 널널하게 잘 놀 수 있었는데, 기운 없어 놀지도 못하고 ㅠㅠ

그동안 피땀 흘려 굶고 운동해 뺀 살도 아픈 바람에 덜컥 겁나서 한 며칠 잘 먹었더니. 다시 원상복귀돼 버리고 ㅠㅠ

 

이제 슬슬 다시 컨디션 회복해가고 있는 중인데.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약을 먹어도 여전히 뭔가,

아직 다 나은 거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픈 것 같지도 않은 그런 상태로 어제오늘을 보내고 있고,

하루키 아저씨의 이번 책 <여자 없는 남자들>은

내가 그동안 하루키를 좋아하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정말 정말 정말정말정말정말 만족스럽다.

총 7편의 단편 중에 <드라이브 마이 카>, <여자 없는 남자들>, <예스터데이> 이렇게 3편을 읽었고, 아직 <독립기관>, <셰에라자드>, <기노>, <사랑하는 잠자>를 남겨두고 있는데. 이미 읽은 3편만으로도 충분히 본전을 뽑고도 남는데, 아직도 4편이 더 남아있어서 허허 완전 횡재한 기분이 든다.

 

 

특히 오늘 읽은 <예스터데이>에서는 <여자없는 남자들>의 책 표지를 왜 이렇게 뽑았는지? 에 대한 실마리가 나왔는데,

오마이갓 난 이런 거(?) 찾아낼 때 정말 기쁘다. (이런 거라 하면 ㅋㅋ 왜 있잖아 특이한 책 제목이라던가 주인공 별명이라던가가 안 그래도 왜 그렇게 정했을지 되게 궁금했는데 책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아! 이래서 그랬구나 실마리가 풀리는 지점. 같은 거 말이다.)

 

"나는 자주 똑같은 꿈을 꿔. 나와 아키가 배에 타고 있어. 기나긴 항해를 하는 커다란 배야. 우리는 단둘이 작은 선실에 있고 밤늦은 시간이라 둥근 창밖으로 보름달이 보여. 그런데 그 달은 투명하고 깨끗한 얼음으로 만들어졌어. 아래 절반은 바다에 잠겨 있고. '저건 달처럼 보이지만 실은 얼음으로 되어 있고, 두께는 한 이십 센티미터쯤이야.' 아키가 내게 알려줘. '그래서 아침이 와서 해가 뜨면 녹아버려. 이렇게 바라볼 수 있는 동안 잘 봐두는 게 좋아.' 그런 꿈을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꿨어. 무척 아름다운 꿈이야. 언제나 똑같은 달. 두께는 언제나 이십 센티미터. 아래 절반은 바다에 잠겨 있어. 나는 아키에게 몸을 기대고 있고, 달은 아름답게 빛나고, 우리 단둘이고, 부드러운 파도소리가 들려. 하지만 잠에서 깨면 항상 몹시 슬픈 기분이 들어. 얼음 달은 이미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p 97 (예스터데이)

암튼 나야 뭐 원래부터 어쩔 수 없는 하루키빠였지만 ㅋㅋ 이번 책을 계기로 하루키가 더 좋아졌다.

남은 단편 4개도 하나씩 야금야금. 맛있게 잘 읽겠습니다 :)

 

 

아! 그리고 내가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하루키 단편 소설집 <반딧불이>, <빵가게 재습격>, <회전목마의 데드히트>도 드디어 개정판이 나왔다!

  

반딧불이랑 회전목마의 데드히트는 우리 집에 없는 책이라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빵가게 재습격은 우리 집에 있어서 또 사야 하나? 살짝 고민을 했는데, 이제 자세히 보니 얘들은 책 제본 사이즈도 일반 양장 보다 살짝 작구나! 방금 계산해보니 여자 없는 남자들 보다 7mm 키가 더 작네 그렇담 인테리어 맞추기 위해서라도 ㅋㅋㅋㅋㅋ 어쩔 수 없이 또 사야지 ㅋㅋ

참고로 여자 없는 남자들 사이즈는 : 195*135mm / 반딧불이 사이즈는 : 188*128mm (B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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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 세상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플라톤 아카데미 총서
강신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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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슬라보예 지젝, 강신주, 고미숙, 김상근, 최진석 등 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 7인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와 인문학적 통찰을 담았다.” 이 한 줄의 책 소개를 읽고. 오! 대박, 지방 촌년이 언제 이런 유명한 분들의 강의를 들어보겠냐?며 대번에 이 책을 골랐다. 그런데. 막상 책이 도착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열었을 땐 헐; 철학이 어떻고, 자본주의가 어떻고 금세 골치가 아파지는 거다. 그렇게 책을 펼쳤다 닫았다만 여러 번.

 

그런데 어느 순간 '슬라예보 지젝'이라는 이름이 반짝, 눈에 들어오는 거다. 누구지? 애플 -스티브 잡스나, 페이스 북 - 마크 저커버그 정도는 나도 아는데, 지젝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일까? 다시 책을 펼치고 슬라예보 지젝 파트부터 읽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냥 철학 박사님. 우리나라에 출간된 책도 굉장히 많고, 제목만 봤을 땐 몰랐는데 찾아 보니까 나한테도 이미 낯익은 책표지도 많고 그렇더라) 안타깝게도 슬라예보 지젝 편에서는 "용서하되 잊지는 말자." 대 "잊어버리자. 그러나 절대 용서하지는 말자"는 문구밖에 기억 남지 않지만 여튼 슬라보예 지젝부터 다시 차근차근 읽기 시작한 <나는 누구인가>는 읽으면 읽을수록 진국인 것이다. 언빌리버블! 

 

 

 

 

 

 

 

제 1부는 너무나 유명한 강신주님 강연으로 시작이 되는데. 첫머리가 이렇다. "한 신문 칼럼에 냉장고를 없애자는 내용의 글을 써서 주부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처음 이 문장 읽었을 땐 이게 뭔 호랑말코 같은 소린가? 황당하고 읽기 싫었는데. 에이 아무리 그래도 강신준데! 뭔가 내가 놓친 게 있나? 하고 추후에 강신주쌤 꼭지를 또 한 번 읽으니. 이제야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되고. 오! 역시 진국 외치게 되더라.

 
 

 

스펙과 조건을 우선으로 배우자를 골랐는데
그 배우자가 직장도 그만두고 벌이도 없어진다면 그때도 여전히 그를 사랑할 수 있을까? 제법 공부 좀 하던 자녀가 점점 성적이 떨어져 의대는커녕 서울에 있는 대학도 가기 힘들어진다면 당신은 여전히 그 아이가 자랑스러울까?

 

인간과 인간의 관계 위에 돈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자본가를 비난한다. 그러나 그 비판의 끝에는 그들처럼 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짙게 깔려 있다. 30만 원 가진 사람과 1억 원을 가진 사람이 계획하는 여행은 다를 수밖에 없다. 돈의 액수만큼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이 매개가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세상,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다.

 

성적이나 취업에 목숨 걸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세상, 큰 대가 없이도 기꺼운 마음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자본주의에 맞서고 대응할 수 있는 인문학적 태도는 무엇인지 살펴봐야 할 때이다.

 

♣ 나는 누구인가 - 강신주 :p 16  

 

 

그러게 말이다. '돈을 못 버는 아버지와 남편을 우리는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 갑자기 카프카의 소설 <변신>도 떠오르고, 강신주쌤의 질문에 나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스스로 잠깐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스스로가 참 기특(?) 했는데.

 

이어지는 고미숙 선생님 강의도 역시 진국. 줄줄이 밑줄 그은 문장만 수두룩한데... 

  

 

가끔 중.고등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 아이들에게 왜 이렇게 감옥 같은 곳에서 하루에 열몇 시간씩 공부를 하느냐고 물으면 전부 다 좋은 대학 가고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라고 말합니다. 그 액수도 어마어마해서 몇 억도 아니고 몇 십억, 몇 백억을 벌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그만큼의 돈을 벌기 위해서는 그 욕망과 능력을 연결시켜야 하는데, 그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사유도 없습니다. 과정도 없이 그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뿐입니다.

 

이렇게 욕망과 능력에 간극이 생길 때 우리 몸은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는 모든 질병과 번뇌의 원천이 됩니다. 뇌의 능력과 욕망이 한 계단, 한 계단 함께 올라가야 하는데 이미 시작도 하기 전에 저 꼭대기에 있는 커다란 기준에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고, 무슨 일을 해도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지금 내가 버는 단돈 100만 원은 60억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돈이니까요.

 

♣ 나는 누구인가 - 고미숙 :p 56~57

 

 

 

정말. 뇌의 능력과 욕망이 한 계단 한 계단 맞물리며 올라가야 하는데 이미 시작도 하기 전에 저 꼭대기에 있는 커다란 기준에 지배당한다는 말도 정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고, 요즘은 하다못해 TV 드라마만 보더라도 재벌 2세, 의사 아니면 검사, 그것도 아니면 현실세계에선 보기 드문 초 미남미녀고, 암튼 어디서 보고 들은 건 점점 많아져서 정신은 엄청난 비만인데. 막상 현실은 시궁창. 그러니 이런 시대를 우리는 과연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까? 이런 것들도 한 번쯤 생각하게 해주고. 암튼 이 책 보면 볼수록 진국이라는. 아. 자꾸 진국 진국 했더니 진국명국 뼈다귀 해장국이 먹고 싶어진다.  

 

 

리뷰요약 : 강신주, 고미숙, 슬라보예 지젝 등 이 시대를 대표하는 석학 7인의 예리한 통찰을 이 한 권에 담았다.
유독 철학 인문학 서적에 약한 나같은 독자라면 초반부터 버거울 수 있겠지만. 보장한다. 이 책은 읽을수록 진국이다. 두 번 세 번, 읽으면 읽을수록 밑줄이 많아지는 책.   

 

 

 

자본은 항상 내일을 꿈꾸게 합니다. 돈을 더 많이 모으면 더 좋은 삶이 펼쳐질 것 같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정작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도 없는 친구에게 돈 한 푼 쓰는 데 인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사랑의 원리, 사랑의 가치는 다 쓰는 데 있습니다. 반면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돈을 사랑하는 사람은"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어떻게 부자가 되냐."면서 참으라고 말합니다.

♣ 나는 누구인가 - 강신주 :p 42

우리가 흔히 듣는 이야기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용서하되 잊지는 말자." 그런데 제가 알기로 한국 사람들은 '잊어버리자. 그러나 절대 용서하지는 말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기존 가치, 표준화된 공식을 전도하는 니체의 철학을 적용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한국 사람들의 이 같은 태도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용서하지만 잊지 말자."라는 말 자체가 조금 위선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어쩌면 그 문구 자체가 교묘하게 인간들을 조종하는 논리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당신의 만행을 용서는 하겠지만 당신이 한 짓이 얼마나 끔찍했는지는 영원히 기억하겠다."라는 사고가 담겨 있으니까요."

♣ 나는 누구인가 - 슬라보예 지젝 :p 17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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