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소재원 지음 / 마레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눈물 콧물 찍어내며 밤새 이 책을 읽었다. 아.. 정말 뭉클하고, 가슴 아프고, 따뜻하고, 화르르 증오에 불타올랐다 또 숙연해졌다. 이런 글을 써주는 젊은 작가가 있어 참 다행이고, 더 늦기 전에 이 좋은 책을 널리 널리 알려야겠다는 소박한 사명감이 벌컥 들어 아직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얼른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하려 노트북을 켰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위안부와 한센병을 기록하고 있는 소설이다.

얼핏. 일제 강점기. 위안부. 한센병이라는 단어만 봐서는 읽을 맛이 싹 달아나 버릴지도 모르겠다.

나도 사실 처음엔 그랬으니까...

 

내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생뚱맞게도 TV 예능 프로 <인간의 조건>때문이다. 평소 내 지론이 '웃다가 죽은 귀신 때깔도 곱다'인 터라 시간이 날 때마다 각종 주말 예능 프로들을 짬짬이 챙겨 보는 편인데 그날도 가벼운 마음으로 TV 다시보기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우연히 <인간의 조건>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마음껏 웃을 준비를 하고 지켜보던 화면 속엔 뜻하지 않게 서대문 형무소 모습이 비춰졌다. 일제 치하에 독립운동가들을 가두고 고문했던 그 생생한 현장을 혼자 숨죽여 지켜보다가. 결정적으로 교복 입은 학생들이 앳된 얼굴로 독도 지킴이, 위안부 문제 등이 깨알같이 적혀 있는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머리를 한대 쿵 맞는 기분이었다. 아.. 저 어린 친구들도 저런 기특한 생각을 하는데... 나는 이게 뭔가? 부끄럽고,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여튼 TV를 끄고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참혹한 역사의 산증인이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이제는 연세가 들어 한 분 한 분 세상을 떠나고 계시다는 말은 지금까지도 메아리로 계속 울려 퍼지고 있다, 어쨌든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텐데.... 그 와중에 나는 고맙게도 이 소설을 만났다.


 

 

 

이 글을 쓴 작가 소재원님은 놀랍게도 이렇게 훈남이시다. 심지어 83년생;; 얼굴 못지않게 책날개에 프로필부터 어마어마한데, 26세에 첫 장편을 출간했고, 28세에 쓴 소설 『소원-희망의 날개를 찾아서』가 이준익 감독의 영화 <소원>으로 만들어지면서 2013년 청룡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약자를 대변하는 소설가’라는 호칭을 갖고 있는 소재원은 전작 <소원>에서도 ‘13세 미만 아동 장애인 대상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 폐지운동’에 앞장서 개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는데 아니, 이런 멋진 분을 나는 왜 이제 알게 되었을까! 

 

그가. 이번에는 위안부와 한센병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이 두 단어를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너무 무겁고 힘들어 이 책의 첫 장을 넘기기까지 나는 마음의 준비가 조금 필요했는데.. 어랏, 아직 10쪽 20쪽 밖에 안 읽었는데 책장이 저절로 막 넘어갔다.

 

굉장히 올드하고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줄 예상했는데, 세련되고 의식 있는 10년차 사회부 기자 유소영과 법대를 나와 수년의 고시원 생활을 정리하고 사회부에 입사한 그녀의 남편 한기준이 한 꼭지씩 교차로 이야기를 펼쳐간다. 유소영 기자는 일제의 강제징병으로 전쟁터로 내몰리고 다시 또 한센병으로 소록도로 쫓겨 온 서수철 할아버지를. 한기준 기자는 위안부로 끌려가 죽음보다 더한 형벌 같은 삶을 견뎌야 했던 오순덕 할머니를 각각 취재하게 되는데..

 

바로 이 서수철 할아버지와 오순덕 할머니는 서로에게 순정을 주겠노라 약속한 정인이셨다. 아흑. ㅠㅠ 페이지를 넘길수록 두 분의 아름다운 사랑에 목이 메고, 정말로 말도 안 되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분통 터지는 역사적 사실에 분노하며, 함께 울고, 안타까워하고, 두 분이 무사히 다시 만나게 되기를 기도하며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벌써 책이 끝나버렸다. 

 

진짜 잘 읽히고, 너무 재밌고, 엉엉 울었다. 가슴이 먹먹하고 먹먹한 가운데서도 한없이 따뜻하고,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구나! 아직도 늦지 않았구나! 나도 무언가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게 만드는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다 같이 이 책을 함께 읽자고 만나는 사람마다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청소년 권장 도서로도 뽑히면 좋겠고, 서울대 대출도서 1위로도 뽑히면 좋겠다. 10만 부 50만 부 100만 부 계속 계속 팔려서, 미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출간되면 좋겠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위안부 문제와, 한센병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알아가면 갈수록.. 돈과 권력에 눈이 멀어, 사람을 팔고, 거짓말을 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약자를 짓밟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너무나 잘 살아가는 최근의 사건들과 너무 겹쳐져 일제강점기 잔혹했던 역사 속의 그날이 결코 먼 이야기 같지가 않았다.

아.... 정말 이 책을 다 읽고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져 버렸지만 이쯤 해서 각설하고,

특히 인상 깊었던 구절들로 리뷰를 마무리하려 한다. 

 

​어떤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많으냐가 그 땅을 지배하고 나라를 지배하게 돼. 우리는 단군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가지고 꾸준히 살아가기만 하면 돼. 일본이 망했을 때 이 땅에 일본의 역사를 받아들인 사람들이 많이 살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어? 힘 한 번 쓰지 않고 일본 땅이 되는 거야. 하지만 이 땅은 단군의 땅이며 그 후손들의 땅이라 믿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면? 나라의 이름과 성은 바뀌겠지만 여전히 단군의 후예인 우리가 살게 되는 거야. 역사의 정통성은 그래서 중요한 거야. 그리고 반드시 배워야만 하는 거야. 솔직히 말해봐. 너희들 중 이곳에 끌려오기 전 한 나라의 국모가 시해되고 황제가 폐위됐을 때 심각성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있었니? 없었지? 일본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을 때에 어떤 생각을 했어? 누구든 잘만 다스리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니? 그게 무서운 거야. 일본이 패전해서 물러간다 하더라도 일본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땅을 빼앗기는 거야. 전쟁은 아무것도 아니야. 끝에는 결국 어떤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사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거야.
♣ 그날 - 소재원 :p 243  

 

 


“독립군과 같이 싸우는 것만이 독립운동이 아니야. 여기에서 나는 또 다른 독립운동을 시작할 거야. 맞는 거 따위 두렵지 않아! 비록 반항하지 못하고 당하기만 할 테지만 끝까지 버텨낼 거야. 버텨내는 게 우리가 이기는 거야. 그래서 꼭 고향으로 돌아갈 거야. 돌아가서 공부를 할 거야. 서양 말과 글을 배울 거야. 전 세계의 글을 다 배워서 일본이 얼마나 끔찍한 일을 우리에게 강요하고 자행했는지 알릴 거야. 분명 일본은 패망할 거야. 확실해. 많은 사람들이 일본을 공격하고 있어. 일본은 외톨이야. 수많은 나라들과 독립군이 일본을 패망시킬 테지만 그 뒤가 중요해. 우리는 일본이 우리에게 했던 일들을 알려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해. 그게 우리가 할 일이야.
♣ 그날 - 소재원 :p 145 ~146   

 

 

 

리뷰 요약 : 이 책은 일제강점기. 위안부와 한센병을 기록하고 있는 소설이다. 얼핏. 일제 강점기. 위안부. 한센병이라는 단어만 봐서는 읽을 맛이 싹 달아나 버릴지도 모르겠지만 진짜 잘 읽히고, 너무 재미있어 엉엉 울면서 다 읽었다. 가슴이 먹먹해지지만 먹먹한 가운데서도 한없이 따뜻하고,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구나! 아직도 늦지 않았구나! 나도 무언가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게 만드는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이런 책을 써줘서 작가님께 너무 고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 자신한테 화가 나서 그래. 나는 왜 틈만 나면 죄책감을 느끼는 걸까?"

"사과를 하는 건 자기 잘못을 밝히는 거라고. 그리고 자기 잘못이라고 밝힌다는 건

상대방이 너한테 계속 욕을 퍼붓고 네가 죽을 때까지 만천하에 너를 고발하라고 부추기는 거야.

이게 바로 먼저 사과하는 것의 치명적인 결과야."

♣ 무의미의 축제 - 밀란 쿤데라 :p 57~58

 

 

 

 

 

아직 못내 갖지 못한 책들은 이렇게 다른 분들이 그어놓은 밑줄이라도 베껴 쓰며 대리만족 느끼기.

그런데, 한 자 한 자 정성껏 베껴 쓰다 보니 더 갖고 싶어진다는 부작용이 있네 ㅋㅋ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괴짜 엘리트, 최고들의 일하는 법을 훔치다 - 세계 엘리트들이 실천하는 21가지 업무 비결
김무귀 지음, 김세원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솔직히 이 책은 제목과 산뜻한 하늘색 표지에 낚였다. 나만 그런가? 제목에 괴짜, 엘리트, 최고, 훔치다. 뭐 이런 단어들이 줄줄이 들어가 있으니까 기대감이 엄청나게 증폭돼서 ㅋㅋㅋㅋ 나는 혼자 상상하기를 머리는 천재인데 하는 짓은 막 악동이고, 괴짜짓으로 성공한 사람, 혹은 남다른 창의력 천재라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놀라운 얘기 하나 정도는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은 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바르달까? 반듯하달까? 너무 착하달까? 암튼 내 기대만큼 괴짜 책이 아니어서, 초반엔 진짜 재미 드럽게 없네 하고 집어던질뻔했으나 나는 또 의외의? 포인트에 훅;; 가버려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은 아주 재밌게 키득거리며 읽고 있다. ㅋㅋ

 

 

 

일단 이 책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세계적인 투자은행과 글로벌 컨설팅 회사를 거쳐 자산운용사, 사모펀드에 이르기까지, 보기 드문 경력의 괴짜 엘리트(뛰는놈)가 ‘꿈의 직장’에서 활약하는 최고들(나는 놈)에게 배운 놀라운 경쟁력의 비밀을 전하고 있는 책이다.

그러니까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이들이 살벌한 생존 경쟁에서 어떤 업무 전략으로 최강의 자리에 올랐는지를 소개하고, 직종의 특성에 따른 성공 요인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눈앞의 사소한 일에도 완벽을 기하는 기본자세부터 사내 권력자와 유능한 후배를 자기편으로 만드는 조종술까지, 최고들의 일하는 법을 따라잡기 위한 비결을 속속들이 밝히고 있다.

 

 

독특한 게 목차를 보면

Chapter 1. 투자은행 엘리트에게 배운다

Chapter 2. 컨설팅 회사 엘리트에게 배운다

Chapter 3. 자산운용사 엘리트에게 배운다

Chapter 4. 사모펀드 엘리트에게 배운다

 

 

각 장 제목이 이렇다. ㅋㅋ 투자 은행 엘리트, 컨설팅 회사 엘리트, 자산 운용사 엘리트, 사모펀드 엘리트.

이 앞 리뷰에서도 고백한 바 있지만;; 나는 평생 공부를 잘 해본 적이 없는 불량학생이었어서. 저자의 프로필만 보아도 눈이 다 튀어나올 지경인데, 심지어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일 만큼 나와 함께 일한 동료들은 아무 데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엘리트가 아니다. 전 세계에서 모인, 뼛속부터 모세혈관 구석구석까지 일류인 엘리트다.”라고 말을 한다.

 

오 마이갓 ㅋㅋ 얼마나 더 대단한 사람들인지? 어디 더 들어보자. 

 

 

그들이 단순히 하버드 MBA, 스탠퍼드 MBA 출신도 모자라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MBA 프로그램을 '베이커 스탈라(Baker Scholar,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상위 5퍼센트 성적으로 졸업)'나 '디스팅크션(Distinction, 상위 10퍼센트 성적으로 졸업)'과 같이 최고 성적으로 졸업한, 엘리트 중에서도 최고이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컨설팅 회사나 금융기관에 입사한 후에는 남들처럼 그저 평범하게 일한 것이 아니라 같은 입사 동기 중에서도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초고속 승진한 사람들이다. 그중에는 재벌 가문 출신에 영국 윌리엄 왕자가 졸업한 이튼칼리지나, 미국의 명문 사립학교인 필립스 아카데미의 보딩스쿨을 나왔고, 예일대학교 프린스턴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후 (……)

 

 

 

나는 내가 가방끈이 짧아서;; 연고대, 서울대만 나왔다해도 헐.. 저런 사람은 도대체 뭘 먹고 컸길래 저렇게 공부 잘할까? 싱기해 죽겠는데 ㅋㅋ 저런 세계 최상위 초 엘리트들이라니!! 일개 백수 나부랭이인 나와는 너무나 먼 얘기 같고, 그러니 당연히 이런 얘기 따위 읽어서 뭐한담. 슬슬, 지루하고, 졸리고, 읽기 싫어지고, 그랬는데..

 

 

 

그만 읽기에는 책이 속까지 너무 이쁜거다 ㅋㅋㅋ 책 디자인하신 분 누군진 모르겠지만 표지도 예쁘고, 목차도 예쁘고, 챕터마다 들어간 간지? 속지?까지 참 예뻐서 ㅋ 책 디자인은 참 예쁘네! 하고 팔랑팔랑 더 구경을 하다 보니. 성격 급해서 건너뛰고 읽은 책 첫머리 한국 독자에게.. 페이지가 눈에 들어오는 거다.

 

 

“나는 1977년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다. 100여 년 전 나의 할아버지는 지금의 동대구역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경상북도 고령군의 산골마을을 떠나 일본의 오카야마를 경유해 교토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중략) 한 세기 전, 고령군의 산골 마을을 떠나 일본으로 건너온 한 남자의 손자가 책을 통해 한국에 돌아가게 되었다니 생각할수록 가슴이 벅차다.”

 

 

오! 1977년이면 내하고 친구 아이가! (난 빠른 78이긴 하지만;;) 심지어 동대구에서 한 시간 거리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나 대구사람;;) 암튼 이렇게 엉뚱한 곳에서 친근감이 확! 들고 보니, 따분하기만 했던 책이 갑자기 흥미진진해지는 거다! 수십억 대의 연봉, 눈부신 스펙을 자랑하는 이런 인간들은 도대체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그 자리까지 올라갔고? 어떻게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고? 일 말고, 그 밖의 생활들은? 결혼은 했는지 이혼은 안했는지? 이것저것 두루두루 ㅋㅋ 막막 궁금해졌다.

 

확실히 따분하다는 생각을 하며 읽는 책과 우왓! 재밌겠다! 생각하며 읽는 책은 천지 차이다.

생전 사모펀드니 기관투자니 이런 직종 생각해본적이 없던터라, 단어 자체부터 뭔소리래? 싶었는데. 재밌겠다 생각하고 다시 보니 너무 쉽게, 재밌게 설명이 잘 돼있는 거다. 

 

 
 

 

‘기관투자가’라니 이름만 들어도 좀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별것 아니다. ‘여러분이 맡긴 돈을 모아 투자해주는 아저씨(혹은 아줌마)’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관투자가라는 용어는 아무래도 친밀감이 느껴지지 않으니 ‘투자 아저씨’라는 이름을 붙여 설명하려고 한다.
세계 도처에 조용히 몸을 숨기고 있는 투자 아저씨는 당신의 저금과 연금, 혹은 세금 등으로 확보한 돈을 다른 고객들의 돈과 함께 투자하는 업무를 한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이 아직 아리송하다는 표정을 짓는 것 같다.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예를 들어보겠다.
내 지갑에 1만 엔이 들어 있다고 하자. 이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떠올려보면 역시 ‘투자’가 제일이다. 그래서 나는 발품을 팔아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하기에 이른다. 다나카에게 1만 엔, 스즈키에게 1만 엔, 사토에게 1만 엔……. 총 100명에게서 돈을 받아 모았더니 100만 엔이라는 돈이 확보되었다.
그러나 다나카도, 스즈키도, 사토도 투자에 대한 기본 지식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 100만 엔을 잘 불려줄 투자 아저씨, 정식 명칭으로는 ‘펀드매니저’에게 투자를 맡기기로 했다. 바로 이것을 ‘운용’이라고 한다.

 

♣ 괴짜 엘리트, 최고들의 일하는 법을 훔치다 - 김무귀  :p106 

 

 

 

 

말 나온 김에 포스트잇 플래그 붙여둔 페이지 하나 더 소개를 하자면..

 
 

 

MBA 시절 ‘기업가 정신’이나 ‘기업 인수’ 수업을 담당하던 인기 많은 교수님이 있었다. 그 교수님은 교직에 몸담기 전에 한 대기업에서 법인 영업 업무를 할 때 만든 ‘잡담 데이터 베이스’가 지금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수많은 인기 MBA 교수들과 마찬가지로 그 교수님도 강의와 함께 다양한 기업이나 정부기관에 고객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과 대화를 나누다가 언뜻 들은 상대방의 생일을 메모한 후, 집에 돌아오면 컴퓨터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해두는 식이다. 그 습관을 15년간 유지해온 지금까지 누군가의 생일만 되면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예전 대화를 나누며 들었던 상대방의 취미나 가족 이야기를 덧붙인 내용을 메일로 보내고 있는데, 이것이 관계를 형성하거나 컨설팅 의뢰를 받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한다.

 

♣ 괴짜 엘리트, 최고들의 일하는 법을 훔치다 - 김무귀 :p 170  

 

 

 


 
잡담 데이터 베이스라니! 이거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 아닌가?

이 밖에도 전설의 펀드매니저가 말하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던가, 시골의 고모가 가장 훌륭한 주가지표 라던가, 친구와는 한 팀을 이루지 않는다, 라던가... 어쩌면 굉장히 어렵고 골치 아픈 주제를 나같은 일개 백수 나부랭이도 이해할 수 있게 쏙쏙 꽂히게 설명을해줘서, 읽을수록 이 책 의외로? 재밌네, 매력있네~ 키득거리며 읽게 된다.  

 

나 아직 PART2 세계 엘리트는 어떻게 연애하고 결혼하는가? 읽기 전인데, ㅋㅋ 회사에선 성공했는데 왜 결혼엔 실패할까, 엘리트 커플의 결혼은 깨지기 쉽다, 배우자가 홀로 MBA 유학길에 올랐다! 소제목만 봐도 재밌겠지 않나? ㅎㅎ  그러게~ 공부까지 잘하고 돈도 이렇게 잘 버는데, 심지어 연애도 잘하고 자녀 교육까지 완벽하다, 이러면 진짜 배 아파 죽는데 ㅋㅋㅋ 엘리트 커플은 깨지기 쉽다 그러고ㅋㅋㅋ 어느날 갑자기 배우자가 공부하겠다고 떠난다면!? ㅋㅋ 이런 소제목만 봐도 나는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보듯 눈앞에 상황들이 촤르르 ~ 펼쳐진다. ㅋㅋㅋ 얼른 마저 다 읽어봐야지 ㅋㅋ   

 

 

끝으로 이 책은

전 세계 모든 MBA 학위 보유자가 진출하기를 갈망하는 업계에서 총 12년 동안 일하며 최고 엘리트들의 업무 비결을 코앞에서 지켜봐온 뛰는 놈! (이런 표현 죄송하지만;;)이 두 눈으로 생생하게 목격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세계 최고 엘리트들)들의 업무 방식 중에서 가장 대단하다고 느낀 비법만 골라, 모든 업종의 사람들이 따라 할 수 있게 응용해 놓은 재미난 책이다. 특히 금융권 진출을 꿈꾸는 취업준비생이 읽으면 제일 좋겠지만, 각종 (매너리즘에 빠진, 승진 하고 싶은, 이직하고 싶은) 직장인에게 도움될 내용도 많고, 심지어 나 같은 일개 백수 나부랭이가 읽어도 얼마든지 재밌고 영양가 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 

 

리뷰요약 : 뛰는 놈 위에는 반드시 나는 놈이 있다! 세계 최고의 스펙을 자랑하는 엘리트들의 업무 방식중 최고 엑기스만 골라, 일반인도 따라할 수 있도록 쉽게 응용해 놓은 재미난 책이다. 세계 최상위 초 엘리트들은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승진하고? 어떻게 결혼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은 부드러워 1 세계문학의 숲 38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공진호 옮김 / 시공사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 이렇게 오탈자 많고 괴상한 번역은 난생처음이었다. 소설 자체는 느낌 괜찮았는데, 번역이 너무 거슬려서 1권 200쪽 정도 읽다 집어 던져버렸다. 참고로 내가 읽은 책은 초판 1쇄. 지금은 개선이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세계문학의 숲] 콜렉션을 꼭 소장하고 싶은분이나 (다행히 책 표지는 실물이 예쁘다) 오로지 팬심으로 스콧 피츠제럴드 책을 모두 수집하는 분 아니라면.. 

웬만하면 다른 번역으로 읽어보시길...  


 

 

 

 

“우리는 호이트 양이 저 플롯에 포함되어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매키스코 부인이 말했다. 눈이 천하게 생겼지만 예뻤으며, 사람들의 기를 꺾는 데 열의를 보이는 젊은 여자였다.
-22

 

 

“로즈메리 양처럼 그야말로 무언가 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는 정말 오랜만에 봐요.”
-48

 


사람들이 식탁에 앉은 지 30분 정도 되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 한 사람 한 사람 무언가를, 집착을, 걱정을, 의심을 포기하고 오로지 자신의 가장 좋은 면을 보이는 손님, 다이버부부의 손님이 되어 있었다. 친절하지 않거나 시큰둥하면 다이버 부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될 테니 그들은 모두 노력하고 있었다. -68

 

“안 돼요, 지금. 지금 했으면 해요. 나를 가지세요,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세요, 나는 온전히 당신 거예요. 그건 제가 원하는 거예요.”
“무엇보다, 이게 니콜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줄지 생각해봤어요?”
“니콜은 모를 거예요. 이 일은 니콜과 아무런 상관이 없을 거예요.”
그는 상냥한 목소리로 계속했다.
“그리고 내가 니콜을 사랑한다는 사실도 생각해야죠.”
“하지만 당신은 한 사람 이상을 사랑할 수 있잖아요? 내가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당신을 사랑하듯이, 아니, 더 사랑하듯이. 나는 지금 당신을 더 사랑해요.”
-127

 

 

“ ……그 남자를 본 건 잠깐뿐이었지만 아주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사랑에 빠졌어요(물론 딕을 사랑하지만 제 말이 무슨 말인지 엄마도 아시겠죠). 그 사람이 정말 그 영화를 감독한대요, 그래서 곧바로 할리우드로 떠날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도 이제 가야해요. 콜리스 클레이가 여기 있었어요. 저는 콜리스가 정말 좋은데 다이버 부부 때문에 볼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다이버 부부는 아주 멋지죠. 아마 제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좋은 사람들일 거예요. 오늘은 몸이 좀 안 좋아서 약을 먹어야겠어요.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거 같지만요. 여기서 있었던 일은 편지로는 다 말할 수가 없어요! 만나서 이야기해드릴게요. 아무튼 이 편지를 받으면 바로 전보를 보내주세요, 전보라야 해요! 엄마가 이쪽으로 올라오시겠어요, 아니면 다이버 부부가 그리로 내려갈 때 제가 같이 갈까요?”
-183

 

 


오탈자 &괴상한 번역 --------------

“로즈메리는 엄마의 완벽함 말고는 별로 생각하는 일이 없이 살았다. 그래서 이 마지막 탯줄 끊기는 수면을 방해했다.” -1권 82쪽

“니콜이 그의 말을 되받아 칠 때 그녀의 벨벳 장갑에 보풀이 거칠게 일 있었다.”-1권 157쪽

“이제 그들은 잠시라도 에이브의 거대한 역겨운 모습을 무시할 수 있었다.”-1권 161쪽

“경찰에서 흑인을 한 명 체포했습니다. 우리는 드디어 우리가 범인인 흑인을 체포했다고 있습니다.”- 1권 18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의 이름도 모르고, 사는 곳도 모른다. 어쨌거나 그는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남자니까. 나는 산책을 하다 일각수 상 앞에 앉아(내가 항상 산책하는 코스에 일각수 상이 세워진 공원이 있다) 차가운 분수를 바라보며 종종 그 남자를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고독하다는 것이 어떤 것일지 나 나름대로 상상한다. 세상에서 두번째로 고독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고독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세상에서 두번째 고독과 세상에서 첫번째 고독 사이에는 깊은 골이 있다. 아마도. 깊을 뿐 아니라 폭도 엄청나게 넓다. 이 끝에서 저 끝으로 채 건너가기도 전에 힘이 다해 떨어져버린 새들의 주검이 골바닥에 높은 산을 이루었을 만큼.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 그날은 아주 작은 예고나 힌트도 주지 않은 채, 예감도 징조도 없이, 노크도 헛기침도 생략하고 느닷없이 당신을 찾아온다. 모퉁이 하나를 돌면 자신이 이미 그곳에 있음을 당신은 안다. 하지만 이젠 되돌아갈 수 없다. 일단 모퉁이를 돌면 그것이 당신에게 단 하나의 세계가 되어버린다. 그 세계에서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로 불린다. 한없이 차가운 복수형으로.
 
♣ 여자 없는 남자들 - 무라카미 하루키 :p 326~327

 

 

“세상에서 두번째 고독과 세상에서 첫번째 고독 사이에는 깊은 골이 있다.”

하루키가 아니면 세상 그 누가 ‘세상에서 두번째 고독’과 ‘세상에서 첫번째 고독’의 차이점 따위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것이며? 심지어 그 생각을 이렇게 적절한 문장으로 그럴듯하게 옮길 수 있을까? ㅎㅎ

 

하루키에 중독돼 나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되는 것’과 ‘어느 날 갑자기 남자 없는 여자들이 되는 것’사이에도 깊을 뿐 아니라 폭도 엄청나게 넓은 골이 있을 거란 생각을 문득, 해봤다. 아무리 고급스러운 표현을 생각해봐도 홀아비와 과부의 차이? 정도로 밖에 난 표현이 안된다 ㅋㅋㅋ

 

사랑하는 하루키상의 신간 <여자 없는 남자들> 읽기 딱 좋은 계절. 가을이다 ~♡  

 

 

 

───────────────

* 사진 : 공병각 글씨체 따라 쓰기 3일차. 2014년 10월 11일 꽃핑키 필사노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