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구상에 남은 최후의 두 사람이 될 수 없어. 그런 특권은 오메가중 한 녀석에게 돌아가겠지. 딱한 자식. 만약 우리가 최후의 인간이 된다면 우린 뭘 하게 될까?"
"술이나 마시겠지. 어둠을 향해 인사를 건네고 빛을 기억하면서. 긴 이름들을 외쳐 부르고 결국 머리에 총
을 쏘겠지."
"어떤 이름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셰익스피어,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예수 그리스도."
"인류의 출석을 부르는 셈이로군. 신과 예언자와 광신도 이름은 빼. 계절은 기왕이면 한여름이었으면 좋겠어. 와인은 보르도산 붉은 포도주, 장소는 울콤의 그 다리였으면 좋겠고."
"어쨌든 우리는 영국인이니까 《폭풍우》에 나오는 프로스페로의 에필로그로 마무리할 수 있겠군."
"너무 늙어서 그 대사를 기억해내지 못하지만 않으면, 와인이 바닥나도 총을 쥘 힘만 남아 있다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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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을 믿습니까? 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어느새 옛 외무부 건물 현관 앞에 도착했다. 그는 뒷좌석 문을 열어주러 차 밖으로 나가려다가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말했다.

"어쩌면 그분의 실험은 대단히 잘못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마 그분도 당황했을지 모르죠. 엉망진창인 꼬락서니를 보고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알 수가 없는 거죠. 어쩌면 바로잡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요. 그분에게는 마지막으로 단 한 번만 중재를 시도할 힘밖에 남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렇게 한 겁니다.


그분이 누구든, 어떤 분이든, 알 게 뭐랍니까? 자신의 지옥에서 활활 타고 있으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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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은 결코 권력의 대체물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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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떠나는 휴가는 보통 울분과 분노로 시작해 반쯤 짓눌린 질 나쁜 유머로 이어졌다. 물론 테오의 잘못이었다.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펍에서 불편하게 있느니 아내의 감정에 상처를 주고 어린 딸의 권리를 박탈하는쪽을 기꺼이 선택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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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이 물었다. "정상적인 정부라니, 무슨 뜻이죠?"
"공공질서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고위층의 부정부패가 없고 전쟁과 범죄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우며, 자원과 부가 공정하게 분배되고, 개개인의 삶을 보살필 줄 아는 정부요."

루크가 불쑥 말했다.
"그렇다면 우린 정상적인 정부가 없는 셈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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